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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엔탈리즘의 역사 ㅣ 살림지식총서 15
정진농 지음 / 살림 / 2003년 7월
평점 :
이 책을 읽다 문득 질문을 오리엔탈리즘이 아니라 나와 너로 가져와 본다. 우리와 남을 빗대어 본다.
나를 알려고 내 주위의 것을 무수히 분석하듯, 우리를 알기위해 우리가 아닌 것에 날카로운 해부의 시선을 들이대는 것은, 때로는 반쪽을 아는 그 이상 아무런 의미가 없을 수 있음에 책장을 넘기는 손이 멈춰진다. 서양이라는 정체성으로 동양의 정체성을 만들어내고 그 틀에 무수히 꾸겨넣는 일이 얼마나 부질없는 짓인지를? 또한 동양이란 정체성으로 서양으로 빨려들어가는 것이 얼마나 무모한 일인지를?
나는 무엇일까? 나를 알려고, 해석하려고 하는 것 자체가 더욱 더 자신을 모르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알려고 하는 자체와 호기심은 점점 더 간격을 벌려놓은 것이 아닐까? 어쩌면 그런면에서 분리와 해부를 목적으로 한 학문의 멈출줄 모르는 위험성은 잠재되어 있는 것은 아니었을까?
다른 사람들 속에 나, 나 속에 다른 사람, 우리 속에 남, 남 속에 우리, 우리 모임 속에 다른 모임, 다른 단체 속에 우리 단체는 늘 섞여있는 것이 먼저일 수 있겠다. 정체성보다 유사점과 공유할 것이 무엇인지가 나를 더 쉽게 알고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