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기

사고로 시력을 잃은 화가는 핀과 실로 구도와 화점을 만든 뒤, 물감의 질기를 지촉에 의존해 그림을 그린다. 전체에 대한 감각을 놓치면 그림이 순식간에 망치게 되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시력과 실력을 우연치 않게 경험한 유일한 세대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힘을 잃은지 너무도 오래. 감각을 살려 전체에 대한 하나하나를 기억해내며 잊지 않으려는 것이 그래도 아주 작은 그림하나 그려내는 일인지도 모른다.

그 화가의 동생은 깜짝 전시회를 열었는데 관객은 핀이 꽂힌 자리에 의아해하면서도 수려한 풍경화에 무척 놀라와 했다. 그리고 앞을 볼 수 없단 사실엔 함께 눈시울이 시큰거렸다.

                                                                          최악에 최선을 연결하는 뫼비우스의 띠

 

뱀발. 변화해야만 그 사물을 제대로 인식할 수 있다는 브레히트의 말이 걸린다. 머리도 몸도 시간의 문턱에 숨는 습관도 바꾸어낸다는 것이 쉽지 않다. 꿈 마저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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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경제도 호황과 불황을 반복한다고
숨넘어가는 공황도 곁들여서
그런데
시차를 두고 정치도 순환한다하여
곰곰 아귀를 맞추어보다
정치도 경제도
한몸이란 걸
실업이 물밀듯 물빠지듯
오고가고 가고오고
하며 벌어지는 일이란 걸
쓰나미같은 일에 지푸라기라도
잡으려
없는것들 아닌것들 부지하기힘든 것들은

부여잡는다고
아무것이나


가뭄이다 폭우다 다 예방하고
수습하고 만일을 가정한다지만


정작
썰물밀물처럼 드나드는
공황같은백일만에추락하는 삶의 나락들엔
아무관심도 걱정도 예방도 없다는 걸

 

 

다들

온전히 마음밖에도 두지 않아



안심은 아랑곳도 없다는 걸
정치-경제를 싸잡는
열외된 삶들엔
도통
관심조차 없다는 걸


문득

물이 목전을 넘친다
숨을 쉴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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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은 나를 들어올린다

묵은지처럼

고무장갑으로

꺼내들자

한켠에 슬은 곰팡이로

주저한다.

 

말간 수돗물에 씻어야 하나

고무통에 맑은 물을 채우고

헹구어야 하나

아니면 그냥 쭈뼛 털고

말아야 하나

 

묵은 나를 건져올린다

온전한 줄 알았는데

미쳐 들어올리지

않았더라면

시어버릴 줄

미처 보지않았으면

더 익혀야 되는지도

몰라

 

맛을 보는 내내

서툴다.

 

그 가을도

그 겨울도

다가올 봄바람에도

시시각각 변할 수밖에

없다는 걸

사람을 들이고

삶을 들이고

잘디잘은

소금간 한점에도

이리 묵은내가

풀풀날 수 있다는 걸

 

나를

툭툭

털어버리지 않으면

 

나를

술술

놓아버리지 않으면

 

시어버린다는 걸

 

염려와 시름이

왜간장처럼

묶인 나를

결박하고 말거라는 걸

 

 

 

지금 난

묵은지처럼

장독에 스치는 볕과 바람

추위와 더위

별과 달과 꽃을

다시 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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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익은 이름 ㅡ 이렇게 수필세계 봄호를 펼치다 우연히 수평선처럼 닿는다ㆍㆍ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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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5-05-21 16: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예전에 저렇게 닉네임 쓰시던 때가 생각나네요. 이글 서재에서도 읽었던 것 같아요.

여울 2015-05-21 16:54   좋아요 0 | URL

수필세계 통권 44호네요^^ 애틋하고 따듯한 글이죠. 낯설지만 낯익은 느낌, 친근감은 이렇게 떨어져있을 때 더 다가서기도 하나봅니다. ㅎㅎ
 

어머니 드릴말씀이 있습니다
제가 말한 기타 있지않습니까
제 의견은 제 진로를 그쪽으로 가고싶다는 생각입니다 물론 어머니의 생각의 음악은 취미로 하는 것이 어떠냐는 생각이지만


저는 어머니가 말한 꿈이 아닌 곧 이루어질수 없는 것을 목표로 하는것이 아닌 제 진로 곧 미래에 될수있는걸 그냥 허망한 꿈이 아닌 단순 호기심이 아닌 기타리스트로 제 진로를 정하고 싶습니다. 이 길이 매우 고되고 어려운 길이라는걸 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이 길을 걷고싶습니다 제가 좋아하고 흥미있어하기에요 사람은 자기가 좋아하는것만 할수없다하지만 그 좋아하는것이 저의 재능이 될수있도록 노력하면 그것만큼 좋은게 어디있겟습니까. 중3 이란 나이가 고3과 같이 제 미래를 생각할수 있는 나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머니 지금 당장 허락을 안해주셔도 됩니다


제가 학원을 다니면서 노력하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시면서 정말 이 아이가 피나는 노력을 하고있고 이 진로를 확실히 생각하고 있다는 느낌이 드시면 제 미래를 기타리스트로 하는 것을 허락해주시고 도와주세요. 다만 어머니가 정말 안되겟고 이 세상에서 이걸로는 살 수없다고 나중에 말하신다면 저도 생각해보아 취미로 하고 공부를 하겟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저는 이 기타리스트라는 진로를 제 생각에서 굽힐생각은 없다는것은 알아주세요

오글거리기는 해도 최대한 열심히 하려는거는 알아주세요

 

 

뱀발. 형, 누나도 어쩌지 못하는 막내는 시험이 다가와도 불안해하지 않는다. 조바심내고 공부하는 법도 없고, 그리 쿨한 녀석은 보지 못했다고 혀를 끌끌찬다.  생일이 지나고 적지 않은 나이임을 ... ... 생일 선물이 된 승낙 표시를 이렇게 다져놓는다.  끝을 보기 바란다. 끝은 다 통하는 통로이기도 하다. 한차례 아픔도 겪고 깊은 맛을 느끼는 너를 보고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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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타샤 2015-05-21 15: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격려해주세요. 음악하는 아들을 둔 엄마다보니 훅~이입이 되네요. 우리 아들이 처음 음악으로 제 삶을 채우겠다는 말을 했을 때..그 때 생각도 나구요. *^^
걱정되는 건, 엄마 몫이고, 아이들은 제 삶을 꾸릴 권리가 있으니까요. 기타리스트라...멋집니다. *^^*

여울 2015-05-21 16:57   좋아요 0 | URL

나타샤님 아이도 그렇군요. 가끔 조언 건네주세요. 격려하고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전했어요. ㅎㅎ 서로 색깔나는 삶들을 꾸려가는 것이겠죠. 나이가 많든 적든...제몫이 있는 것이라고...존중해주고 도와주는 수밖에요. 감사요^^

hnine 2015-05-21 15: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아이도 기타 배우고 있는데...중학교 2학년이니 나이도 비슷하네요.
자기 의견을 피력하는 방법이 어른인 저도 배우고 싶은 면이 있어요.

여울 2015-05-21 17:01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멋진 아드님이죠. 글로 뵌 ㅎㅎ. 드럼을 먼저 배우고 그칠 줄 알았는데 어느날 기타를 사달라고 하더군요. 그러더니 독학으로 제법배운다 싶었는데 이렇게 불쑥 마음을 잡아버리네요. ㅎㅎ 좋아하는 것들을 다양하게 늘리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긴했는데 이렇게 진로까지 정하고 싶은지는 몰랐네요.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