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하려는데 앞바퀴가 측은하게 주저앉았다. 너무 이른거 아닌가 싶었지만, 마음을 돌려 보험사에 정해진 멘트따라 한참을 가서야 상담원이나온다. 상담원은 스페어를 쓸 거냐 수리를 할거냐는 옵션을 택하게 한다. 떡진 머리에 츄리닝 허리춤으로 비집고 나온 살과 팬티라벨. 타이어도 빼지 않고 쓱쓱 나사하나를 잡아내고 힘을 쑥 쓰더니 사라진다. 아침회의를 늦지 않았다. 회의를 마치기 전 전화다. 고객님, 만족하시면 1번을 눌러주세요."



볕뉘 


1. 체인점에 옵션. 재벌은 업종의 98프로를 점유한지 오래다. 일상도 그렇게 구획된 지 오래다. 넋을 잃고 일이 진행되는 걸 쳐다본다. 온정이나 배려나 지인이 들어갈 틈이 없다. 냉정해져야 한다. 자본은 우리 일상의 디테일을 점거한지가 오래되었다. 이런 일상이 당연한 것으로 느끼는 사람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세상을 바꾸려면 무엇이 먼저겠는가. 당신이 세상을 변화시키려는 속력보다 자본이 당신을 바꾸는 속도가 훨씬 더 빠르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


2. 루카치 등 맑스주의 비평가들을 다시 읽어야 하는 이유는 맑스의 저작이 1920년대에 경철수고가 번역되었고, 1940년대에 정치경제학비판요강이 뒤늦게 완역되었기 때문이다. 변증법의 글쓰기는 결코 쉽지 않다. 긴장감있게 이어가는 모순과 대립은 활자화된 의도를 그 속에 담고 있기 때문이 아니다. 긴박한 서술의 이면에 그 답이 스며있기 때문이다. 베버와 다산은 상대적으로 나열형의 지식체계를 갖기에 어디서부터 읽어도 상관없다. 하지만 마르크스는 이런 이유로 마르크스 혼자일 수가 없다. 마르크스는 여럿이다. 굳이 이런 이유를 하는 이유는 계급의식이나 물화라는 것은 이 시대에 맞게 재해석해내지 않으면 지금여기를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상의 군상, 그 디테일을 다른 측면으로 서술해낼 때 또 다른 이론이 깃들 수 있기 때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0. 일터 -  이것저것 사소한 것 빼고는 아무 사고 없이 무탈하게 잘 왔다. 동료들도 속 깊은 일상은 모르지만 일터에서 관계들을 눈여겨볼 수 있고 마음이 조금은 따듯할 정도이다. 관계 악화된 사이가 없어 다행이다 싶다. 1/4분기를 뺀 남은 기간을 운영하면서 수입과 지출의 개략적인 감도 생겨, 앞으로 운용의 묘도 살필 다음 계단을 디디게 된 것 같다.

 

 

 1. 관계 -  몇몇 지인이 다녀가다. 하룻밤 함께 얘기를 나눈다는 것은 흔한 만남과 다른 질적 동요를 일으킨다.  주고싶던 마음도 받고 싶던 마음도 서로 다르게 스며든다. 가보고픈 곳, 만나고 싶은 곳, 쉬고 싶은 곳으로  뫔 한켠에 자리잡았으며 싶다. 올해보다는 내년, 장소와 풍경이 바뀌면 많은 것이 새롭게 연주될 수 있다.

 

 

 2. 독서 -  많은 책을 주제별로 구입했고, 깊이있는 책읽기를 시도해보았다. 역사서나 사상사, 철학, 불교입문에 집중되기도 했지만 얼마나 얕게 읽었는지에 대한 후회가 밀려왔다. 또한 시대와 맥락, 삶들을 들여다보지 않고서는 흉내만 내고 여려 앎들이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강렬함은 그 대사를 늘 되뇌이게 한다. 현실보다 강력하게 기억할 수 있는 재주는 누구든 타고난 것일 것이다. 좀더 강렬하게 느끼고 잇고 깨닫고, 삶의 한켠으로 스며들어 함으로 가보고 싶다.

 

 

 3. 서재 -  일상을 채워주는 공간이었는데, 이젠 그리 못할 것 같다. 어떻게 걸음을 떼게 될지 모르겠지만 다시 백지장으로 두고 몸 가는대로 가보다 생각해보자.  많이 소홀했고, 예의도 없고, 불쑥불쑥 건네 죄스러운 마음뿐이다. 이런저런 변화의 지점, 변곡의 지점이었다고 양해해주길 바랄 뿐이다.

 

 

 4. 모임 - 구심으로 지나치게 노력했다. 몸이 상하도록...이제 그러지 않으려 한다. 경계나 경계밖 원심으로...당분간 잊고 곁과 밖에 주력해보기로 한다. 궁금해하지 않기로 한다.

 

 

 

볕뉘. 올해의 과학계 10대뉴스를 보니  뇌 속에도 림프관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아인슈타인이 유령효과라고 한 양자얽힘...떨어져도 그 기억을 갖고 있다 한다......불확정의 시대의 살고 있는 것이 맞기 하지만, 온도계는 정작 그 온도계의 온도를 보정하지 않는다. 불확정이란 행위자의 영향이 늘 미친다는 것이기도 하다. 함께 변화고 있다는 얘기다. 미력이 또 다른 대척에서 미력으로 공명하면 좋겠다. 자흔처럼...미력들이 모여 모종의 방향을 가르키고 있는 것인지도 모를테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오버페이스

 

 

그때부터 속력을 줄여야 했네
더디가더라도 바통을 넘기거나
더 늦춰 걷다시피 해야된다는 걸

외려 속도를 높이다보니
하나 둘 뒤로뒤로 뒤처지다
주로에선 이제 힐끔 보이질 않아

될 것 같은 것이 보일 때
쉼표처럼, 한 숨 쉬어주어야 하는 걸
미리 미리 물한모금을 목에 적셔줘야 한다는 걸

실낱같은 작은 길도
거슬러온 길목을 내어주어야 했는 걸

참 걍팍하게 왔다. 이제 봉우리에서 쉴겸 쉬렴.

절반이상을 온전히 내달려
몸에 지문을 지우면서 허겁지겁 왔는 걸 

지나가라.

곧 마음 속 결승점에서 만날거네

조금 늦을 뿐.

네 길을 곧 따를 것이라고

내 길에 곧 다다를 것이라고



발. 작은 봉우리 팔부능선이었다. 이제 마음이 내려올 때가 되지 않았느냐고 한다. 이력만큼 나이든 녀석이 말했다. 하지만 몸은 관성처럼 산등성이를 올랐다.

이제서야 헤진 마음이 몸을 잡는다. 이젠 쉬셔도 되요. 그래 쉰다. 곧 해가 저문다. 황혼에 밀려 또 오르기 전에ㆍㆍ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문책


지난 시간을 불러 세운다
등짐처럼 눈꺼풀이
내려와도
모질게 지나버린 시간을 채근한다

온몸이 쓸려내려갈
기세의 말들은 용케도 몸 속을
침식해 들어간다. 

삭히면 삭힐수록 단어 하나하나

날을 세워 낚시바늘처럼 온몸을 되찌른다

뚝뚝 떨어진 시간을 불러 세웠다
흘러가버린 시간들 속,
몸에 박혀
심장 가까이 꽂힌

사금파리 같은 시간들을 거꾸로 세웠다

얼굴은 붉어지고
피는 거꾸로 솟고,
툭 불거진
혈관 가까이 실금같은
사기조각이 통증을 짓누른다

하늘은 흐리고
바다는 색을 잃어 슬프고
바람은 한겹한겹 온몸을
발가벗겨 체온을 내렸다

몸도 시간도
간당간당 깃발처럼 날린다
흘러올 시간들 속에
숨표처럼 또렷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한길

 

 

지나온 길가로 우연히 발걸음이

다가서 멈춰진다. 가만히 웅크려

서성이다. 꽃이 진 줄 알았는데 

마음이 미리 진 걸 몰랐다.

지나친 골목을 들르다.

닫힌 점포의 사연이 궁금해 서성인다.

마음이 진 줄 알았는데

꽃을 미리 피운 걸 몰랐다.

그 골목 그 길가 안개처럼 내린

이슬들이 돌틈에 고여

잊힌 꽃씨를 틔웠다

때를 잊은 마음과
정신 줄 놓은 시간이

낳은 꽃씨들이 피었다. 

마음의 기름기를 빼고

시간의 채찍질을 거두고 간다. 

온길의 저기여기가 꽃길이다.

버려진 곳곳이 꽃밭이다.

온길이 갈길이다.

 



발. 자기계발의 신민. 아니라고 대답할 수 있을까. 올인의 기계. 이의 특징은 중독처럼 자각증상이 늦고 소진증상이 오면 회복시공간이 많이 필요하다.

마라톤을 하면 목마른 순간 물을 찾으면 이미 늦었다. 생각보다 몸이 필요하는 물은 아주 조금이다. 때를 늦추면 물도 갈증이상으로 필요하고 무거워진 몸은 금방 탈진상태로 될 수 있다. 어느 순간 물을 마실 시점을 놓친 건 아닐까. 갈증같은 조바심이 들어선 건 아닐까.

송곳 지노위 재판장면을 시청하다가 낯잊은 인물과 이름이 스친다. 르뽀작가 이★옥과 하종강이 아니라 하도강, 그리고 일반노조이야기가 나온다. `행위의 동원`이 아니라 `교감의 동원` 장면은 생생하기 그지없고 교과서 판본으로 삼을 듯하다.

「괴물과 함께살기」란 사회철학책은 제목처럼 아이러니하다. 괴물이 되지말자가 아니라 사는 것이 괴물일 수밖에 없다는 측면을 심도깊게 헤아리고 있다. 거기서부터 껍데기를 벗자고ㆍㆍ우리의 일거수일투족은 온전할 수 없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