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들어 눈 어두우니 별이 보인다
반짝반짝 서울 하늘에 별이 보인다


하늘에 별이 보이니
풀과 나무 사이에 별이 보이고
풀과 나무 사이에 별이 보이니
사람들 사이에 별이 보인다


반짝반짝 탁한 하늘에 별이 보인다
눈 밝아 보이지 않던 별이 보인다


- 신경림, 「사진관집 이층」 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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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6-01-02 07: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울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올리시는 글과 그림들 늘 잘 보고 있습니다 :)

여울 2016-01-02 07: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Agalma님. 지난해 감사합니다. 올 한해도 자주 뵈요.
 

˝혼용무도- 몇년째 논어공부를 하거나 관심있는 어르신과 점심 뒤, 한층 편안해졌는지 한분이 올해의 한자를 일부 좌파-종북 교수들이 말하는 것이라 핏대를 높인다. 삼권분립 등 근거를 말하는 것에 대해서도 국회, 입법부가 독재를 하고있는 것이라 목소리를 높인다. `혼용`은 임금에게 쓰는 말로 심하지 않느냐는 것이 그나마 중도인 듯하다.˝


1. 어르신들은 마지막으로 소감 한마디씩 부탁한다는 말에 모두 순한 양이 되어 말씀 한마디 제대로 건네는 분들이 없으시다. 니편보다 내편, 내 취향의 말만 골라 새기는 걸까. 어쩌다 정치가 진리가 되어버린걸까. 음식프로도 건강도 티브를 도배하는데, 다른 맛과 다른 상태를 고려조차 하질 않으신다. 음식도 통일주문하시듯 의견도 통일이신가ㆍㆍ

머리 속이 뒤집혀 먹은 점심도 메쓱거리고, 저자거리에서 핏대높여 훈계할 모습이 아련했다.

한번도 설득당하거나 설득해보지 못한 세대. 그저 권위와 힘에 의견도 소신도 저버린 세대의 그늘이 깊다. 경북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여기저기, 저기여기ㆍㆍㆍ

2. 폐쇄적인 집단이나 조직은 자체로 돌아가는 원리가 있다. 군대의 짬밥서열은 교묘히 장교-사병의 위계 너머 있다. 도박장의 생태 역시 암묵지도 그러하다. 분석하거나 이해하려해도 알 수 없다. 균열은 추체험과 이질적 맥박이 필요한 건 아닐까. 정치냉소가 정치불신으로 불신은 무관심으로 수혜자에겐 아성으로 탄탄히 자리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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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논문

˝누구 사이에서 시작해도 관계의 확장이 가능했다. 어느 논거로부터 출발해도 지금여기를 읽을 수 있었다. 어느 부분을 발췌해도 새로운 소논문 한편을 쓸 수 있었다. 사소한 것을 찾으려하면 할 수록 그 완결성과 확장성의 흠결을 잡아낼 수 없었다. 치우침이 없었다. 사이사이 사랑은 어떻게 왜 누구와 언제를 따지지 않더라도 보이지 않는 등거리였다.˝

발. 이른 잠결에 꿈을꾸다. 일터였다. 한해 선배들의 작업들 가운데 과제 하나를 발견하고 읽어갔다. 논문들 사이 현실의 문제는 농밀하게 녹아있고, 열정도 알맞게 배여있고, 누구와 어떤 답도 얻어낼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아무리 사소하고 작은 관계들이자 근거들이지만 모두와 최단거리로 이어져있었다. 다 읽고난 뒤에야 이어지고 치우치지 않은 사이사이 가장 짧은 길이 사랑이란 것이 각인처럼 도드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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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이소오

한켠에
`동굴밖에선 동굴 속이 보이질 않는다.`고
또 한켠에
`알려고만 하고 느낄 줄 모른다.`를 놓아본다

한켠에
`맛만 봐 감별만 하지 음식을 만들 줄 모른다.`고
또 한켠에
`물에 몸을 담그지 않아 수영을 배우지 못한다.`를 놓아본다

관전과 관람들 사이 우아함과 세련됨만 다닌다

안 의자에
`터널 안을 들어서고 어둠에 익숙해져야 터널 속이 보인다.`를 태운다
또 안 의자에
`일상을 낚으려고만 하지 삶을 담그려하지 않는다.`을 태웠다

`물 속에 몸을 담귔는데 무엇을 배우려는지 어디로 가려는지 살피지 않는다.`란 표식을 달아둔다.


생각들이 어설픈 잠 속으로 들어와 균형을 맞추려 오르내린다
고민들을 저울대에 연신 올리고 덜어낸다.
마음의 추가 맞을 무렵 홀가분해졌다.

평온하게 날이 밝았다. 어김없이 기억해내지 못해 맴맴 도는 꿈처럼 꼬리표만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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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언제부턴가 내년은 늘 시월부터 출발했다.한해 살림은 추수할 때부터 가늠해놓지 않으면 그르치기 쉽상이기때문이다. 보수적이라하면 그래도 좋다고 할 것이다. 그러고싶다. 꼰대 소리를 듣더라도 미리 가늠하고 미리 좌충우돌을 겪는 편이 낫다고 말이다. 년이 이렇게 접히면 글쎄. 불안도 우울로 접혀 안간힘도 잃는다. 해는 벌써 짧아진다. 드리운 그림자는 서서히 서기 시작한다. 모임과 늘 시차를 앓는 기간이다. 봄을 미리 애걸하려는 지점이다.

발. 시인이 시를 보내왔다. 마음에 담고 있던 12월이라는 주제여서 반가웠다. 마음이 맞거나 대신 앓는 이를 만나면 반가운 김에 마음도 놓았는데 그러지 않기로 했다. 대신한다는 건 절대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 곁에 내길을 남겨두어야 한다. 서로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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