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연애(사랑)의 과잉 - 담론성장, 해체 그리고 열정의 분산
어쩌면 삶의 진정한 의미는 사실상 기억 속에서만 재구성되어 드러날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또한 후회에서 벗어나기위해 우리는 맹렬하게 추억을 다시 구성하려 노력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사랑했던 한 사람을 끈질기게 기억하는 것은 사랑할 수도 있었던 다른 여러 사람을 모두 잊게 만들고, 아름 다웠던 추억 하나만을 질기게 반복해서 상기하는 것은 아름다울 수 있었던 수많은 다른 추억들을 몰아내게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볼 때 발라드를 통해 추억을 되새기는 일은 과거를 기억 속에 버려두지 않고 새롭게 창조하려는 의지를 반영한다. - 본문 116쪽에서
1.1 우리 대중가요 속에 나타난 낭만적 사랑을 다룬 한 논문에서는 시대에 따른 사랑의 형태를 임을 잃은 사람들의 사랑 노래(1950년대까지), 낭만적 사랑의 정착(1980년대까지), 낭만적 사랑의 현실과 이상 간의 갈등 표출(1990년대 이후)로 나눈다.
1.2 귀는 다른 어떤 기관보다 싫증을 덜 내는, 인체에서 가장 보수적인 기관이라고 한다. 더욱이 가장 예민한 시기인 10대중반부터 20대 초반에 심취한 음악은 결국 인생 전체의 사운드 트랙이 되어 버린다. 이런 이유로 이동진이 지적했듯 김민기나 송창식을 통해 475세대론을, 조용필이나 이문세를 통해 386세대론을 논할 수 있을 터이다. 흔히 386세대라 일컬어지는 세대를 중심으로 이 이전과 이후는 너무도 확연한 변화를 보인다. 트로트, 포크와 민중가요를 듣는 세대와 댄스가요와 랩, 힙합을 즐기는 세대. 전혀 다른 두 세대를 모두 이해하고 연결할 수 있다는 데 386 세대의 의미가 있지 않을까?
사랑에 대한 과도한 반응과 , 연애를 끊임없이 유포하는 일상은 뭔가 석연치가 않다. 어찌 그것이 하루 이틀의 일이며, 인류사의 지고지순하거나 잉태되어 있는 것인데 과민반응하는 것은 아니냐는 반문도 있겠다. 하지만 대중매체를 통한 반복-충전-재생산의 구조는 너무 단순하여 질리게 만들지만, 그것은 어른들의 이야기다. 민중가요를 떠나 몸에 베인 노래, 무의식중에 흥얼거리는 노래가사는 글쓴이의 말처럼 온전히 대변해주는 것 같다. 나를 갖고 움직이는 것은 통속이 대부분, 그렇지 않은 것은 약간.
커서 알게 된 일이지만 많은 어른들이 과거에 갇혀산다는 느낌을 받았다. 어쩌면 자신이 겪은 노래가사에 생각과 테두리를 치고, 그 욕망에 갇혀 살고 있다는 느낌까지도 받은 것이 사실이다. (실존의 나-욕망)은 단순하면서도 그 벽은 단단하다고 여긴다. 더구나 연애가 지상명령인 듯. 조장하는 시대적분위기는 일상뿐만 아니라 의식 속에 자리잡아 내가 된지 오래이다.
사랑에 대해 이토록 과도하게 집착한 시대가 있었을까? 열정을 이토록 연애에 대한 생각으로 응축시킨 적은 있을까? 자본의 이식만큼 연애의 이식이 자리잡았을 것이다. 삶이 버거워질수록 그 간절함은 더하지 않았을까?
그러면에서 연애에 대한 이야기가 후회와 미련으로 증폭만 되는 것이 아니라 일상적이고 구체적 모습으로 표현되고 다양화되는 것은 '통속'의 성장이라고 바라볼 수 있을까? 연애에 대한 다른 생각, 결혼에 대한 다른 관점, 10대와 20대의 귓속말로 다르게 속삭인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은 또 다른 복이라고 여겨야 하나?
사랑이란 노래의 제재가 60%가 넘은 시대에 살고 있다한다. 50년대까지 50% 안쪽이었다고 하는데, 그 이후, 우리의 맘을 돌이키는 노랫말, 추억을 살려내는 말들 가운데 10에 6이 사랑이란 말이다. 상품에 둘려쌓여 있는 만큼, 당신의 과거와 현재, 앞으로가 그것에 둘려쌓여 있다는 말이다. 그 사랑이란 말엔 남,녀가 있을 뿐. 삶에 대한 애틋함이나, 후두둑 긋는 빗방울이나 사회를 보고, 친구를 보고 울컥거릴 무의식의 힘이 아무것도 없는 절름발이라는 말이다.
맘 속에 내 님만 두고, 맘 속에 될 님만 두고 산다는 것은 가혹한 표현일까? 나도 그렇게 길러지고 살아왔고, 살아가고, 살아가게 될 것이지만, 과잉의 허전함은 너무 냉혹하고, 현실은 없다. 그렇게 대체물만 바꿔치기할 뿐은 아닐까? 애틋함은 과장되고 집중되고 중앙집권적인 것은 아닐까? 대상을 분산시키고 나눠주고, 잔잔함에 충만함이 깃들여 있는 것은 아닐까?
<애수의 소야곡> 남인수
운다고 옛사랑이
오리요만은
눈물로 달래보는
구슬픈 이밤
고요히 창을 열고
별빛을 보면 그누가 불러주나
휘파람 소리
차라리 잊으리라
맹세하건만
못생긴 미련인가
생각하는 밤
가슴에 손을 얹고
눈을 감으면 애타는 숨결마저 싸늘하구나
<길가에 앉아서>, 김세환
가방을 둘러멘 그 어깨가 아름다워
옆모습 보면서 정신없이 걷는데
활짝 핀 웃음이 내 발걸음 가벼웁게
온 종일 걸어 다녀도 즐겁기만 하네
길가에앉아서 얼굴 마주 보며
지나가는 사람들 우릴 쳐다 보네
라라라라라~~~~~~~~~~~
<사랑에 관한 충고>, 이승환
넌 사랑을 해본 적 있니
아마 한번쯤은 있을 거야
어떤 기억이 남아 있니
있는 그대로를 생각해봐
사람들은 가끔 착각하지
서로의 조건들을 좋아하고선
이게 사랑일 거라고
때로는 자신을 숨기며
드러내는 모습을
사랑을 위한 미덕이라 여기지
가식된 사랑은 언제나 솔직한 사랑을 이기고
자신의 거짓된 욕구를 위한 이별에는
참된 사랑이란 미화를 하지
그래 우리에게 진정한 사랑이란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거야
우린 어느 정도 현실적인 사람들
서로 그런 걸 이해하면 되는 거야
<결혼>, 015B
1. 어렸을적 우리가 생각한 결혼은 셀레임 이었지
가장 사랑하는 이와 평생을 같이 산다는 것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배운것은 결혼이란 조건들을 맞추는것
서로의 학벌을 들추며 집안은 어떤지 중요하지
사랑만으로는 살수없다 강요 하면서
2. 결국 결혼이란 사랑하는 사람과 하는 것이 아냐
적령기에 만난 조건이 맞는 사람과 하는것 어짜피
서로의 정이란 살다보면 자연스레 드는거라 여기겠지
그런 사랑은 내버려 부모가 골라준 일등배필 만나
신데렐라되어 평생 살면 되잖아
Bridge : 결혼은 서로의 값을 재는 거래가 아닐거야
사랑을 완성시켜가는 생활일
<벌써일년>, 브라운 아이즈
처음이라 그래 며칠뒤엔 괜찮아져
그 생각만으로 벌써 일년이
너와 만든 기념일마다 슬픔은 나를 찾아와.
처음 사랑고백하며 설렌 수줍음과
우리 처음 만난날 지나가고
너의 생일에 눈물의 케익 촛불켜고서 축하해.
I believe in you. I believe in your mind.
벌써 일년이 지났지만
일년뒤에도 그 일년 뒤에도 널 기다려
너무 보고싶어 돌아와줘 말못했어
널 보는 따뜻한 그의 눈빛과
니 왼손에 껴진 반지보다 빛난 니 얼굴 때문에.
2
현재 '대중문화'를 형성하는 사람들의 심성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유행을 좇고, 문화를 소비하는 대중적 감수성의 기원은 1930년대이다. 당시 자본주의 문화가 대박을 기원하며 도박에 빠지고, 그렇게 번 돈으로 백화점을 드나들며 유행을 따르는 문화를 만들었다.
그렇게 식민지 조선의 사람들은 근대와 만났고, 그러면서 조금씩 변해갔다. 식민지 시대에 발표되었던 문학작품들과 대중잡지에 실린 짤막한 글들을 살펴나가면서, 저자는 그 변화의 근저에는 여러 대중매체들을 통해 형성되기 시작한 '대중적 감수성'이 자리 잡고 있다고 말한다.
1. 자본주의적 상품경제는 유행과 대중매체를 통해 끊임없이 욕망을 표준화한다. 그리고 상품의 소비를 통해 표준화된 욕망을 충족시키도록 요구한다. "1930년대 경성사람들도 백화점 진열장 앞을 오기만하면 이 유행균의 무서운 유혹에 황홀하여 걸음것기를 잊고 정신이 몽롱화하여 다 각각 자기의 유행세계를 설계하려"들었던 것이다.
1.1 백화점을 진정으로 소비할 수 있는 사람들은 소수일 뿐이고,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 소수들이 만들어 내는 욕망의 표준을 충족시키기 위해 값싼 세일 상품을 구매함으로써 자신의 욕망을 대리 충족할 뿐이다. 김기림은 ' 갖고 싶은 것이 무수하게 번식하고 또 그 자극이 쉴 새 없이 연달아 오니까 거기 따라서 사람들이 욕망의 창고에는 빈 구석만 늘어갈 수 밖에 없다.
2. 과도기사회, 노름은 결국 무사태평하고 열정적인 이 사람들의 신앙, 지식, 관심, 야심을 지배하기에 이른다. 그들은 달라진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다. 때문에 그들은 사회의 주변부에서 영원한 아이로서 보람 없이 살아가게 되고, 그리하여 우연놀이는 습관이자 제2의 천성이 된다.
3. 유행은 알게 모르게 우리에게 다가와서 어느 틈엔가 욕망을 설득하여 거기에 추종하게 만든다. 논리적이거나 이성적인 방식으로 계몽하는 것이 아니다. 이미지의 형태로 우리의 감각 속에 각인되는 방식으로 욕망을 설득한다. " 유행이란 참말 이상한 힘을 가졌습니다. 사람으로 하여금 자발적으로 금욕케 하고 자율적으로 인고케 하는 점에 있어서 공승이나 목사의 설교 이상의 힘을 가졌으며 사회생활을 규제하고 관리하는 점에 있어서 여하한 법률보다도 더 우세의 힘을 가졌습니다."
3.1 그것은 상품의 형태로 우리에게 꿈과 함께 주입되며, 유토피아나 신분상승, 달콤한 낭만 등의 환각을 불러일으킨다. 그리고는 마침내는 우리 모두를 일정한 삶의 패턴으로 포섭하게 된다. 원재 자본이라는 것이 공간적으로도 끝없이 시장을 창출해가지만, 삶의 미세한 영역 하나하나에서도 시장을 만들어낸다. 유행은 사람의 외양만을 바꾼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자아까지도 변모시킬 만큼 놀랍고도 무서운 힘을 발휘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4. 1930년대의 영화와 잡지는 사진에서 비롯한 이와 같은 이미지의 힘을 당시 대중들에게 전파하는 역할을 했다. 내적인 자아를 강조하던 전통은 따라서 더 이상 힘을 발휘할 수 없었다. 부단히 변화하는 표면의 세계가 주도건을 잡게 되고 외양의 본질을 지배하게 되는 시기의 도래를 가져온 것이 바로 영화와 잡지 였던 것이다. 이 매체들은 사람들에게 이미지를 통한 삶의 패턴을 제시하면서 사람들의 내면을 바꾸어 놓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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