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이후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에 대한 연구 | 정치/사회 2004/06/17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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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이후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에 대한 연구

- 고학력 청년 세대들의 ‘체제 탈출’을 중심으로1)

                                                      조혜정/엄기호


-언젠가부터 직장에 다니는 일이 자기의 사적인 시간을 팔아서 돈을 만드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민성기. 일상의 소리 채집가/ 테크노 뮤지션


- 내가 살고 싶은 방식으로 이 사회에서 살아보고 싶다. - 최 민(시민 운동가)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잡고 싶다 - 무라카미 하루키


1. 들어가는 말


위기가 곧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위기에 대한 적극적인 인식이 있을 때,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가 가능하다. 국제 통화기금으로부터 구제 금융을 받아야 된다는 소식은 바로 ‘상황 인식’을 강요한 사건이었다. 막연히 잘 되고 있다고 믿고 있거나, 아니면 뭔가가 잘못되고 있다고 느끼면서 불안해하던 이들에게 IMF 충격은 경제 성장은 지속되지 않을 수 있으며, 상황이 아주 나빠질 수도 있음을 인정하라는 신호였던 것이다. 사실상 올림픽을 치르고, GNP 만불을 내다보게 되면서 개발 독재적 생산주의가 만들어낸 라이프 스타일은 급격하게 해체되고 있었다. 삼풍백화점이 무너지고 성수대교가 무너진 것은 파행적 근대화의 붕괴를 알린 경고였던 것이다. 가정이 해체되고 회사가 붕괴하고 최근에는 교실이 붕괴하고 있다고들 한다. 기존 체제를 해체하고 새로운 체제를 만들어가라는 신호가 계속 들어오고 있는 것이다.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에 대한 시도와 논의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88올림픽 이후 새롭게 부상한 소비 중심지 압구정동에 대한 무성한 반발성 논의들과 ‘오렌지 족’에 대한 사회적 질시는 바로 1990년 전후에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이 이 땅에 자리 잡기 시작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이 시점은 경제적으로는 ‘항그리 스피리트hungry spirit’가 에너지원이었던 개발 독재적 생산주의 체제를 넘어서서 자국 소비시장이 커져야 하는 시점이었고, 정치적으로는 독재 정권과 변혁 운동권이라는 이분법이  더 이상 역동성을 가지지 못하게 되면서 새로운 시민적 정체성을 모색하는 시점이었다. 한마디로 성장신화가 붕괴하고 군사 독재 정권 역시 붕괴한 시점에서 그 동안 대량생산 체제가 만들어낸 삶의 방식에서부터 벗어나려는 사회구성원들이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경제생산과 ‘치부’에만 열중해온 부모 세대의 삶과는 다른 삶을 살고 싶어하는 자녀 세대가 생겨나서 소비적 라이프 스타일을 부각시키기 시작한다. 소비를 통한 자기 표현적 삶이 한 편에 자리했다면, 삶의 질에 대한 관심, 보다 의미있고 소통적인 관계에 대한 욕구들이 다른 한편에서 일고 있었다. 대기업에 취직하는 것이나, 승진이나 아파트 평수 늘리기가 삶의 모든 것일 수 없다고 말하는 세대가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다. 거품 경제도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데 한 몫을 하였다. 원화의 가치가 높아진 상태에서 한국의 젊은이들은 부모의 돈으로, 또는 자신이 저금한 돈으로 쉽게 외국 여행을 다녀왔고, 견문을 넓히면서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꿈꾸기 시작한 것이다.


일단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된 시점에서 경제에 치중해온 근대화를 사회문화적 근대화 작업으로 이어가려는 노력이 일었고, 노동공간에 의해 잠식된 생활공간을 되찾아보려는 움직임이 젊은 세대 사이에서 일기 시작했다. 이는 개발독재형 군사문화를 보다 인간적인 민주문화로 바꾸어가는 작업과 통해 있다. 개인성의 추구, 자아 실현, 개인과 사회의 삶을 연결해보려는 시도가 사람들 속에서 서서히 일기 시작한 것이다. IMF 외환 위기는 그 동안 축적한 부를 바탕으로 경제위주 근대화가 초래한 삶의 피폐함을 극복해보려는 이러한 시도들이 막 활성화되려는 즈음에 터졌다.


경제 위기에 대한 소식과 더불어 일차적으로 ‘위로부터의 구조조정’이 단행되었다. 정부와 ‘국민적 여론’에서는 ‘거품 빼기,’ ‘군살 빼기’ 등의 단어로 신자유주의적 체제 전환을 서둘렀다. 퇴출당한 직장인들에게는 엄청난 공포의 시간이 이어졌으며, 삶의 질을 높여볼 꿈을 꾸던 젊은이들에게는 하루아침에 실업 세대라는 딱지가 붙여졌다. 또한 강도가 심화된 노동 현장은 미처 준비되지 않은 젊은이들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무한 경쟁과 효율성을 강조하는 신자유주의는 IMF 위기를 거치며 급속도로 확산되어 절박감을 더하고 있다. 이런 당혹스런 상황에서 일기 시작한, ”아버지 기 살리기”를 위시한 신보수적 운동은 관계의 합리화를 꿈꾸던 젊은이들에게는 또 다른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다시 생존에 대한 공포를 느껴야 하는 상황에서 고도 성장과 완전고용을 당연시 여기면서 추진했던 삶의 계획을 전면 수정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들이닥쳤다.   


저성장, 고실업시대, 불완전 고용의 시대가 오리라는 예측을 미처 하지 못했던 세대, 대학 졸업장이 많은 것을 보장해 주리라고 믿었던 세대는 이렇게 갑자기 들이닥친 상황에서 어떤 자구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가? 이 글에서는 이런 위기 상황에서 고학력 청년들이 드러내 보이는 자구의 움직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위기상황에서 사회 구성원들은 모두가 나름대로 위기극복을 위한 재활력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지만, 이 연구에서는 위기에 움츠러들거나 방어적으로 대응하는 경우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가치관과 태도를 바꾸어내고,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바꾸어 보려는 움직임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러한 움직임은 사실상 매우 개별적으로 일고 있으며, 아직은 양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것이 확실한 ‘아래로부터의’ 자구적 움직임이며, ‘체제 이탈’을 통해 새로운 체제를 만들어내려 한다는 면에서 매우 중요한 사회문화적 의미를 지닌다. 특히 이것은 우리 사회가 총체적인 위기를 적절히 대처하고 있지 못하다는 인식과, 기존의 근대적 체계에 대한 성찰을 통해 일어난 것이므로, 후기 자본주의 사회의 ‘시대’와 ‘세대’ 변화를 읽어내는 요긴한 고리가 될 수 있다. 이런 적극적인 자구의 움직임은 아직은 매우 적은 수의 사람들에 의해서 단편적으로 일고 있지만, 우리 사회가 앞으로 어떻게 위기 극복을 해나가야 할 것인지, 그리고 위기를 극복한 이후의 사회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 것인지에 대한 많은 중요한 단서들을 제공할 것이다. 

  

2. 연구 방법과 과정


사회 변화는 결국은 구체적인 새로운 개인들의 출현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 연구에서는 현재 체제탈출을 욕망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시도하는 젊은 세대들을 심층면접을 하였다. 적은 수이지만 우리 사회에서 그런 시도를 하는 ‘선각자’들이 누구이고, 그들이 체제 탈출을 시도할 수 있는 근거와 자원과 의도가 무엇인지를 알아보았다.


이 연구를 위한 작업 단계는 대략 3 단계 정도로 나누어진다. 첫째 단계에서는 본격적인 연구에 들어가기에 앞서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라는 것이 실제로 이루어지고 있는 계층, 내지 집단이 있는지, 있다면 어디에 몰려 있는 지를 살펴보았다. 처음에는 청소년들과 그 가족들이 실업 위기에 라이프 스타일을 바꾸어낼 것이라는 가정 아래 실직을 한 가장을 둔 중산층 가족 성원을 대상으로 사전 조사를 해 보았다. 그러나 실제로 초기 위기 상황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돌파구를 찾기 보다 더욱 위축되며, 따라서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라는 것을 시도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나마 위기 상황에서 근본적으로 삶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고 새로운 시도를 하는 조직을 젊은층에서 찾아볼 수 있다는 판단에 고학력 청년들을 연구 대상으로 선택했다.

두 번째 단계에서 대학 재학생들과 최근 대학을 졸업하고 대기업에 취업을 한 청년들을 만나보았다. 연세대 교수로 있는 조혜정 연구원은 주로 연세대학에 다니는 학생을 중심으로 면접을 하였고, 강의 시간을 활용한 졸업 후 계획에 관한 집중 토론을 통해 청년들의 라이프 스타일 변화에 대한 윤곽을 그려보았다. 연세대 외 서울과 지방 대학의 대학생들은 주로 엄기호 연구자가 만나보았는데, 그가 가진 기존 인적망을 활용하여 가톨릭 대학생 연합회 중심으로 대상을 선정하였다.  이른바 상위권 대학과 중위 대학권 대학 8개대, 그리고 몇몇 전문대 출신 학생들과 부산대, 울산대, 부산대 등 지방대 출신 청년들도 만나 보았다. 이 단계의 연구를 통하여 서울과 지방의 경우, 그리고 서울의 경우에 학력 자본에 따라 위기에 대처하는 방식에 차이가 있을 수 있을 가능성도 살펴보았다. 서울과 지방의 경우에는 학력 자본만큼이나 사회적 경험에서 차이가 클 가능성이 높고, 그런 만큼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시도하는 가능성의 측면에서도 차이가 날 수 있다. 서울의 경우에는 ‘학생 운동’, ‘사회 시민 운동’, ‘문화 창작 경험’ 등 문화자본화 할 수 있는 경험의 공간과 기회가 많은데 비해, 지방의 경우에는 그런 경험의 폭이 협소한 편이다. 이것은 취업의 기회와도 연결되어 서울과는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로 취업 선택의 폭이 적어서, 결국 라이프 스타일 변화를 꿈꾸는 폭도 좁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 단계에서 학력 자본이 높은 상위권 대학에 다니는 학생의 경우, 사실상 취업 후 선택의 폭이 넓고 다양하며, 따라서 위기에 대처하는 방식 또한 다양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것은 단지 객관적 기회라는 의미에서만 아니라 그 기회를 포착하는 태도 면에서도 그러하였다. 학력 자본이 높을수록 자발적으로 기회를 만들고, 그 기회에 투자를 하는 자신감을 갖고 있는 반면, 학력 자본이 낮을수록 스스로의 가치와 능력을 낮게 평가하면서 제한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었다. 이것은 ‘학력 고사’ 혹은 ‘수능’이라는 시험제도에서의 승패가 우리 사회에서 살아가는 한 개인의 생애사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지표가 된다. 요컨대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라는 실험은 학력 자본이 높고 사회적 경험이 남다를수록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두 번째 단계의 조사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이 결과에 따라 세 번째 단계에서 이른바 일류대학으로 재학생과 졸업생들로 범위를 좁히고 그 중에서도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만들어가는 욕망을 강하게 가진 이들을 중심으로 심층 면접을 실시하였다. 주된 대상은 89년 이후 학번이다. 연구 대상을 이렇게 설정한 것은 이들이 IMF가 취업 및 직장 생활에 미친 영향을 가장 크게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89학번들의 경우 여자들은 이미 93년도에 졸업하였지만 남자들의 경우는 95년경부터 졸업하기 시작하여 IMF가 터지기 전후에 사회로 진출하였다. 95학번의 경우 남자들은 아직 취업을 하지 못했지만 여자들의 경우에는 98년도에 구직을 시작하면서 가장 확실하게 실업대란을 경험했던 학번들이다. 요컨대 이 사이의 학번들은 ‘90년대’로 상징되는 소비 자본주의 시대에 대학생활을 했고, 졸업과 동시에 실업을 절실히 체감한 세대들이다. 대학을 다닐 때에는 과외나 기타 다른 아르바이트와 집안에서의 보조로 ‘풍요’를 즐기며 대학생활을 하였지만, 대학을 졸업한 이후 조직 적응기인 취업 1, 2년차로서 IMF 금융위기를 심하게 겪게 되거나 혹은 취업예비자로서 취업대란을 겪고 있는 세대들이 바로 이들인 것이다.


심층 면접 대상은 ‘체제 이탈’을 시도하고 있는 경우들, 구체적으로 졸업반이면서 취업을 기피하는 경우, 취직을 한 상태이면서 다른 꿈을 꾸고 있는 경우, 그리고 이미 다른 식의 삶을 선택한 경우를 대상으로 삼았다. ‘이미’ 라이프 스타일을 바꾸고 있는 사람들과 대기업이라는 대량 생산 체제에 속해있으면서 ‘탈출’의 시나리오를 쓰고 있는 이들, 졸업반이면서 취업 준비를 부지런히 하지 않는 학생, 직장을 그만 두고 시민 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는 간사들과 외국 이민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보았는데, 인터뷰 내용은 ‘탈출’의 구체적 시나리오와 그들이 체제 탈출을 욕망하고 시도하는 의도, 그리고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자원이 무엇인지를 알아내는데 집중하였다.


취업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 과정은 쉽지 않았다. 최근 노동 강도가 엄청나게 증가함에 따라 대상자를 만나 여유있게 심층 면접을 할 수 있는 시간을 잡기가 상당히 힘들었다. 따라서 조사는 대기업에 들어가 있는 몇 사람들을 포스트로 하여 그 사람들의 친구들을 인터뷰한 후, 다시 포스트들을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하였다. 곧 인터뷰와 그 인터뷰에 대한 포스트들의 해석이라는 순환적인 피드백 방법을 활용한 것이다. 여기서는 총 21명의 포스트들에 대한 면접이 실시되었다. 이들의 면접 내용을 다시 중위권 대학, 전문대, 지방대에 다니는 사람들, 그리고 현재 대학생들과 토론하여 ‘체제 이탈자’들의 특성을 보다 분명하게 파악해보고자 하였다. 재학생들의 인터뷰를 통해서 졸업한 선배들의 이야기와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도 알아보았다.


연구를 위해 포스트가 되어 준 21명은 다음과 같다. 16, 18, 19, 20, 21의 사례는 여성이다.  포스트들의 인터뷰는 사례 *번으로 표시되어 있으며, 대학 재학생들과 포스트들의 주변에서 인터뷰를 인용할 경우에는 별도로 표시되어 있다. 학교와 학번, 그리고 학과에 별표가 되어 있는 것은 본인 스스로가 밝히기를 싫어해서 표기하지 않은 것이다. 아래의 표에는 심층 면접과 공동 토론에 참여한 대학재학생들은 제외되어 있다. 

사례

 

학교

학번

지금 하는 일

 

1

연세대

경영학과

89

컴퓨터 관련 벤처 기업 프로그래머

 

2

부산대

전기공학

89

모 대기업 자동차 회사

부산대대학원졸

3

부산대

전자공학

90

모 대기업 연구소

고려대대학원졸

4

고려대

건축공학

90

건축설계사무소

대학원졸

5

부산대

전자공학

90

모 대기업 연구소

고려대대학원졸

6

고려대

경제학

90

모 재벌 회사 근무

 

6

연세대

경제학

90

대학원 재

 

7

연세대 

경제학

91

모 재벌 기획회사 근무

 

8

연세대

경제학

91

모 재벌 무역회사 근무

 

9

연세대

경영학

91

모 재벌회사 근무

 

10

연세대

경영학

92

모 항공회사 근무

 

11

연세대

화학공학

92

모 증권회사 전산실 근무

 

12

연세대

금속공학

92

모 재벌 컴퓨터 관련회사 근무

 

13

연세대

전자공학

92

모 재벌 회사 무역 파트 근무

 

14

서울대

재료공학

93

대학원 준비중 시민 단체 활동

 

15

**대

**학과

**

벤처 기업 투자 관련 회사 근무

 

16

서울대 

**학과

90

대학원 준비중

 

17 

한국외대

**학과

90

모 재벌 회사 기획회사 근무

 

18

**전문대

**학과

95

모 시민단체 간사 활동

 

19

이화여대

**학과

**

외국인 기업 근무

 

20

연세대

**학과

93

중소 기업 근무

 

21

연세대

경영학과

93

모 재벌 회사 기획실 근무

 


재학생의 경우, 연세대 인문사회과학 졸업반 대학생들이 주 대상이었다. 심층 면접과 수업 중 공식적 토론과 비공식적 토론, 그리고 사이버 수업을 통한 편지글과 쪽글 자료들을 활용하였다. 여기서 모은 학생들의 글은 단순한 자료라기보다는 인문학적 사고의 훈련을 거친 생활적 글들이며, 결론 부분에서 새로운 시대를 읽어 내는 실마리로 활용하였다.

동시에 대학 신문을 포함한 신문이나 잡지 기사들을 통해 젊은이들의 라이프 스타일 변화의 징후를 연결해보려고 하였다. 논문 집필은 실제 조사를 중심으로 라이프 스타일 변화를 읽어내서 서술하되, 그 변화를 뒷받침하는 상황에 대한 보도 자료를 각주나 본문에 연결함으로 자칫 주관적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은 부분을 보충하고자 하였다.


3. ‘체제 탈출’의 유형과 이유


IMF 구제 금융 위기 이후 한국사회가 겪고 있는 변화는 단순한 경제 위기가 아니라 세계관, 사회 관계, 그리고 가치관의 위기라는 점은 많은 이들이 동의하는 바이다. 특히 대량생산체제에서 빨리 벗어나 고부가가치 상품을 생산해 낼 수 있는 ‘탈대량생산체제적 인프라’로 전환을 해 내야 하는 마당에서 사회 구성원들은 각기 자신들의 선 자리에서 ‘change up'의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현재 한국 사회의 공식적 부문에서 제기되는 문제 해결의 방식은 여전히 거대하고 획일적인 체제적 대응으로 개인들에게 적절한 방법론을 제공해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은 구조조정이라는 단어로 단행되고 있는 제도개혁의 방안이 오히려 불안과 스트레스를 가중시켜 자살 사건이 일어나고 있다. 



작년 10월에 엘리트 은행 지점장이 자살을 하였는데, 유서에는 “실적을 올리려 모든 것 희생... 미안하다... 바보같은 아빠 인생 닮지 마라.”(조선일보 1999년 10월 15일자)라고 써 있었다. 한국 통신의 30대 엘리트 과장이 직장으로부터 탈출하기 위해서 벤처 창업을 꿈꾸다가 1억에 이르는 빚을 지게 되자 갑자기 회사에서 창 밖으로 뛰어 내려 자살한 사건(한겨레신문 1999년 11월 13일자)도 있었다. 평생직장으로 생각하던 곳으로부터 퇴출 당하는 일이 일어나고, 실적을 내야 하는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해 자살하는 사건이 일어나는 이런 상황 속에서 여러 가지 움직임들이 일고 있는데, 특히 직장을 탈출하려는 이들이 생겨나고 있는 점이 주목을 끌고 있다. 매스컴에서도 대량 생산 체제로서의 ‘직장’에 될 수 있는 한 들어가지 않으려 하고, 일단 들어가더라도 빠져 나오기 위한 노력을 ‘직장 탈출’이라고 부르면서 대서 특필하고 있다.

현재 직장 탈출은 체제 탈출의 가장 현저한 모습이다. 한겨레 21(1999년 7월 8일자)에 따르면 직장인 10명중 3명이 이직을 꿈꾸고 있으며, 그 중에서도 취업 2-3년차와 차장 승진을 앞둔 단계에서 이직이 가장 많이 일어난다고 쓰고 있다. 기사 중에 인용된 드림써어치의 이기대 사장은 연령별로 전직에 대한 고민이 다르다면서 그 차이를 다음과 같이 정리하고 있다.


“20대는 조직의 부조리와 상사의 무례함, 불합리 등을 못 견뎌합니다. 자연스럽게 이들의 전직 고민이 크지요. 이들은 회사를 나가면 전직보다는 창업을 선호합니다. 반면 30대는 회사를 떠나서는 살 수 없는 사람들이에요. 조직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으려 합니다. 감원 등으로 회사를 떠나더라도 워낙 조직생활에 익숙해 있어 재취업만 생각합니다. 따라서 30대의 전직의사가 약한 것은 직업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서가 아니라 옮겨봐야 별 수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겁니다. 그러나 실제 숫자상으로는 구직의뢰를 하는 사람이 30대가 압도적으로 많고, 전직이 이뤄지는 경우도 30대가 가장 많습니다. 가장 능력을 발휘할 때고 열심히 일할 때이기 때문에 옮기기도, 적응하기도 쉬워요. 반면 30대 후반 이상은 회사를 떠날 경우 다시 회사원이 될 생각은 거의 안 합니다. 대부분 자기사업을 생각하지요. 노후를 생각하기 시작하는 40대가 전직하려는 것은 능력과 기회가 있을 때 돈을 모으고 싶어하기 때문입니다.”


거대한 조직체인 직장은 그 동안 경제발전을 추진해온 한국적 체제의 구조적 특성과 작동 방식이 가장 적나라하게 관철되고 있는 곳이다. 직장을 옮기건, 그만 두고 창업을 하건, 시민 운동을 하건, 이민을 가건 그것은 ‘거대한 체제’의 부품으로 소모되는 삶을 그만 두려는 시도이며, 기존 체제 바깥이나 틈새에서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높다. 직장을 그만두거나 아예 직장에 들어가지 않으려는 것은 기존의 질서에 편입되는 것을 거부하려는 움직임이다. 현재 정도와 방식은 다르지만 직장 탈출을 시도하고 있는 이들은 자신이 몸담고 있는 체제를 보다 냉철하게 바라보면서 분석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 장에서는 회사를 그만 둘 생각을 하고 있는 회사원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직장 탈출의 현장과 논의들을 정리해 보려 한다. 이를 1) 신자유주의적 재편과 노동강도의 증가, 2) 구조 조정 담론과  기업 운영의 방식, 그리고 3) 직장 탈출의 유형과 시나리오 순으로 살펴볼 것이다.   


1) 고용의 신자유주의적 재편과 노동 강도/시간의 증가


한국의 구조조정 담론의 주된 축은 주로 재벌이라는 경직된 경제 조직에 대한 비판2)과 전투적 노동조합에 대한 비판3), 그리고 한국의 노동 시장이 지나치게 경직되어 있다는 주장을 근간으로 형성되고 있다. 그러나 전투적 노동조합에 대한 비판과 고용의 경직성에 대한 비판4)은 고스란히 정책에 반영된 반면, 기업 체질은 실질적으로 개선되지 않은채 노동 조건만 악화되었다. 또한 ‘노사정 고통분담’이라는 화려한 수사 뒤에서 사실상 위기를 극복할 책임을 사회 시스템 전반이 책임지는 것이 아니라 그저 사회 구성원 개인들에게 무차별적으로 떠넘겨지는 무책임한 고통전담이 이루어지고 있다. 


얼마 전에 입사 동기가 과로사했다. 새벽까지 일하고 접대하고 난 다음에 집에 가서 샤워하다가 쇼크사 했다. 이제 겨우 27살이었다. 학교도 명문대 출신이며, 나이도 얼마 되지 않았는데. 학교 들어가자마자 동아리 같은 것은 하지 않고 취업 준비를 열심히 한 친구라고 한다. 그런데 이 친구를 과로사라고 회사에서는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 친구가 죽고 난 다음에 이사가 우리 부서를 모아서 회식을 했다. 그 자리에서 이사가 한 말이 자기는 과로사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여러분들 생각은 어떠냐고 하더라. 거기서 무슨 말을 하겠는가? 그때도 가뜩이나 피곤한데 회식이고 뭐고 집에나 빨리 보내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었다.(사례 13)


이런 고통 전담 속에서 그나마 존재하지 않던 사회적 안전망은 완전히 붕괴하였으며 개인들은 각자의 사적인 연결망을 동원하여 위기를 극복하고 ‘고통’을 분담하려고 한다. 한겨레 신문의 아래 보도 내용은 개인에게 고통을 전담하는 형태로 진행되고 있는 우리 사회의 구조조정의 방향과 노동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는 외환위기 뒤 한국사회의 빈곤문제가 이전과는 질적으로 다른 쪽을 향하고 있음을 뚜렷이 보여준다. 외환위기 타개책으로 추진돼 온, 고용감축을 축으로 한 구조조정의 결과, 한국사회가 󰡐경제성장 속의 소득양극화와 빈민 양산󰡑이라는 미국식 신자유주의 체제를 닮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신자유주의적 사회구조가 돼가고 있다는 점에서는 한국과 미국이 닮았지만 맥락은 다르다. 정보통신산업의 강세 등 산업구조 자체가 바뀌고 있는 미국과 달리, 한국은 외환위기에 따른 위기대응적  대량 해고형식으로 고용조정이 진행돼 빈곤문제의 구조적 심각성 이 더하다. 재벌기업의 체질 개선도 답보하고 있어 이른 시일 안에 고용흡수를 통한 실업 해소도 어렵다. 고통이 노동자․서민층에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그러나 빈민의 생존권 요구가 심각한 사회갈등으로 비화하지 않고 있는 것은......상부상조 전통에 기반을 둔 가족․친척․이웃에 의한 󰡐사적 소득 이전󰡑을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도시근로자가구는 39%가 월평균 11만6천원의 사적 이전 소득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97년의 24%, 월평균 22만원에 비해 액수는 10만원 남짓 줄었으나 수혜가구 수는 15%포인트 늘어난 것이다. 이런 사적 이전 소득은 도시근로자가구로 볼 때 연금 등 공적 이전 소득의 5.6배에 이른다. 상당수 빈민들이 공적 부문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부분을 사적 부문에서 충당하고 있는 것이다. (한겨레 신문 1999년 11월 10일자)


노동 시간 역시 굉장히 증가하였다. 그러나 시간외 수당은 전혀 지급되지 않는다고 한다.


새벽에 출근하고 새벽에 퇴근한다고 하면 그게 내 생활이다. 보통 새벽 1-2시에 집에 간다. 그리고 7시에 일어나서 8시까지 출근한다. 2시 넘으면 집에 안 간다. 집에 갔다 회사 왔다하는 시간에 차라리 회사에서 자는 것이 편하다. 통장에 돈이 들어오는지, 나가는지도 모른다. 돈 쓸 시간이 없다. 다음주부터는 출장이다. 언제 끝날지 모른다. 출장 끝나고 나면 그 다음에 또 출장이니깐. 토요일? 일요일? 지난주에 친구들이랑 놀러가기로 했다가 다 취소됐다. 회사에 가야하니깐. 놀아본 날이 손에 꼽는다. (사례 11)


그렇다고 해서 회사에서 노무 관리를 잘하는 것도 아니다. 특히 취업이 어려워지면서 취업 예비군이 넘쳐나자, 기업에서는 나가고 싶으면 나가라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라고 한다. 또한 사람을 키울 생각도 없다고 한다.


입사 동기가 10명이 넘었는데, 나만 남고 다 나갔다. 들어오고 난 다음에 바로 구조조정이 있었는데, 다 워크 아웃되었다. 재밌는 건 입사 성적이 좋아서 좋은 부서 들어간 친구들도 워크 아웃되었다는 것이다. 그 사람 능력이랑은 상관없다. 재수로 워크 아웃된다. 반 이상이 그렇게 나가게 되고, 자발적으로 나가고. 그런데 웃기는 것은 지금 다시 경제가 좋아지니깐 그 사람들을 다시 뽑는다고 한다. 짤랐던 사람들보고 다시 들어올 생각 없냐고. 그리고 없어졌던 부서도 다시 생기고. 근시안적이기 짝이 없다. 구조조정하면 짜르는 것만 생각한다. 원칙도 없고. (사례 12)


사실 내가 무역 회사에 들어올 때는 돈보고 들어온 것이 아니다. 돈은 무역 회사가 제일 적게 준다. 연봉 1500도 안 된다. 그런데도 들어온 것은 이게 비즈니스 같다는 생각도 들고, 나는 돌아다니고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우리 회사는 사람 키울 생각을 전혀 안 한다. 사람한테 투자한다는 개념이 없는 것 같다. 최대한 싼 맛에 쓰다가 버리면 된다고만 생각한다. 그러니 인재들이 다 빠져나간다. 서울대, 연대, 고대 나온 애들이 인재라고 하기는 힘들지 모르지만, 어쨋든 걔네들이 들어 왔다가 다 빠져나갔다. 돈 때문이 아니라 회사에 실망해서 그렇다. 선배들도 남아 있다고 키워주는 것 아니고 옛날 하던 대로만 하니깐, 빠져나갈 수 있을 때 빠져나가라고 충고한다. (사례 8)


그러나 노동 조건과 고용 조건의 변화는 경제 위기라는 한국의 상황에서만 기인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노동 조건의 변화를 추동하고 있는 힘은 자본의 전지구화라고 하는 보다 구조적인 힘이다. 영국의 대처리즘과 미국의 레이거노믹스로 대표되는 신자유주의적 질서 재편은 노동의 유연화를 가속시키고, 노동의 대자본 협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평생 직장’이나 ‘복지 국가’라는 노동자들의 존재론적 안정 근거는 허물어지고 있고5), 성장 신화를 바탕에 둔 ‘자아 실현’이나 여가를 통한 ‘삶의 질의 확보’라는 실존적 안정감 역시 무너지고 있다. 자본의 전지구화는 경제라는 협소한 영역을 넘어서 삶에 대한 총체적 변화를 요구하는 힘으로 작동6)하고 있다.


2) ‘구조조정’ 담론과 기업의 운영 방식


IMF이후 한국의 기업, 특히 재벌은 맹렬한 비판의 대상이었다. 재벌은 금융 위기를 불러일으킨 주범으로 인식되었으며, 재벌 해체, 혹은 개혁은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필수적인 일로 절대적 공감을 얻고 있었다. 재벌에 대한 주된 비판은 주로 문어발식 확장, 부동산 투기 등 비생산적 영역에 집중하는 것, 족벌 운영 체제, 정경 유착 등에 맞춰져 있었다. 이런 것들이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켰으며, 새로운 전지구적 자본주의 시대에 들어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개혁의 초점은 기업들이 자기 정체성을 명확하게 하여, 2-3가지 주력 업종에 집중하며 전지구적 경쟁력을 갖출 정도로 전문화되어야 한다는 지적이었다.


그러나 이와 같은 한국 재벌 기업의 구조조정 담론은 ‘다운사이징’, ‘빅딜’ 등 규모의 문제에 초점에 맞추어져 이야기가 진행되었고 특히 ‘사람 짜르기’ 수준에서만 이해가 되었지, 기업의 운영 방식과 문화에 대한 비판은 심도 깊게 진행되지 못한 편이다. 위에서 살펴본 노동 시간과 노동 강도의 폭압적인 증가는 구조조정을 ‘사람 짜르기’ 수준에서만 이해한 우리 사회의 구조조정에 대한 천박한 인식에서 기인한 바가 크다.

한겨레 신문에 따르면 경제 회복이 뚜렷해지고 있는 요즘 회사에 남아 있는 사람들이 ‘죽을맛’이라고 한다. 이것은 우리 사회의 구조조정이 ‘합리화’와는 거리가 먼, 사람 짜르기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다. 경제 회복이 되면서 업무량은 폭증하는데 반해, 사람은 모자라는 것이다.


유통업체 삼성테스코 직원들은 요즘 부쩍 늘어난 업무를 처리하느라 바쁘다. 이 회사는 지난 3월 삼성물산에서 분리됐는데, 구조조정과정에서 400명의 직원이 330여명으로 줄었다. 그런데 최근 유통경기가 풀리면서 인력난을 겪고 있다. 마케팅팀의 경우 대표의 이미지 관리업무를 전담할 대리급 자리가 비어 업무 자체가 거의 중단될 판이다. 지난해 300여명의 직원을 줄인 아시아나항공도 사정이 비슷하다. 당장 눈에 띄는 성과가 없다고 감원의 표적이 된 관리직과 운송직, 정비직들의 공백이 크다. 올해 350여명의 신입사원을 뽑았지만, 대부분 여승무원이다. 관리부서 직원들은 󰡒요즘엔 몸이 두개였으면 좋겠다󰡓고 푸념한다......최근 경기회복세를 타는 기업들이 구조조정 과정에서 밀어붙인 인력감축의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비용을 줄인다고 사람을 잘랐는데, 경기가 좋아지자 이번엔 사람이 아쉽다. 회사를 나간 직원들이 주로 한창 일할 입사 4~5년차의 대리급들이어서 허리가 허전하다. 남은 직원들이 전같으면 두사람 몫에 가까운 일로 혹사당하는가 하면, 상당수는 대량감원사태를 본 터라 회사보다는 자신의 장래에 더 신경을 쓰는 눈치다.  기아자동차 한 관리부서는 예전에 5명이 하던 일을 2~3명이 맡아 처리한다. 올해로 벌써 3년째 인력을 충원하지 않은 데다, 아르바이트 직원들까지 내보내 과장이 복사기를 돌리는 풍경도 심심찮게 펼쳐진다. 내수 호조에 힘입어 공장 가동률이 지난해의 50%에서 80% 수준으로 올랐지만, 생산직 인력도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삼호중공업(옛 한라중공업)을 위탁경영하고 있는 현대중공업은 건조물량이 7척에 불과한 삼호 공장을 더 돌리고 싶어도 인력이 받쳐주지 않아 고민이다. 20척은 건조해야 공장을 정상가동할 수 있기 때문에 현대중공업 물량까지 넘겨줄 계획이지만, 그러기엔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삼호중공업은 지난 97년 이후 500여명을 희망퇴직 형태로 잘라냈다......광고회사의 인력난은 더욱 심하다. 회사에 따라 많게는 70%까지 사람을 줄인 광고업계는 요즘에는 인력공백을 메우기 위해 스카우트 경쟁을 벌여야 할 형편이다. 광고물량이 폭증해 밤샘근무가 이어지고, 일을 마치면 곧바로 새 일에 달라붙어야 한다. 지난 97년 550명이던 인력을 450명으로 줄인 금강기획은 업무량이 20%가량 늘어나 수시로 경력사원을 뽑고 있다......건설업계도 사정은 비슷하다. 건설현장을 꿰차고 앉아 실무를 처리할 현장관리자가 모자라 애를 먹는다.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가 무더기로 사람을 줄인 일부 회사는 부장급이 현장사무소장으로 나가는 실정이다. 한 건설업체 현장사무소장은 󰡒사람을 자를 땐 언제고, 이제 와서 사람이 부족하다고 아우성󰡓이라며 구조조정을 단순히 인력감축으로 대응한 후유증이 크다󰡓고 말했다.(한겨레 신문 1999년 11월 20일자)


대졸 신입 사원들이 느끼는 우리 기업은 여전히 권위적이다. 이것이 노동 시간과 강도의 증가와 함께 ‘직장 탈출’을 꿈꾸게 하는 큰 원인이 된다. 이전의 비합리적인 방식으로 성장하던 풍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기술 개발과 전문화에 대한 요구는 높고, 재벌들도 거기에 호응하는 것처럼 이야기를 했지만, 실상에 있어서는 여전하다는 것7)이다. 여전히 접대로 만사를 해결하려고 하고, 체계적이기보다는 주먹구구식으로 운영을 하고 있고 좌충우돌식이다.


우리 나라 기업에는 비젼이 없다. 우리 회사는 반도체를 파는 회사인데, 외국 바이어들 접대비로 들어가는 돈만 개발비에 투자해도 지금보다 훨씬 더 기술경쟁력을 가질 것이다. 그런데 그런 마인드가 없다. 다 접대로 때우려고 한다. 합리적으로 생각해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접대하면서 납품 일자나 물량에서 되지도 않을 약속을 하고, 그걸로 거래를 성사시킨다. 그 다음에는 당연히 펑크가 난다. 그러면 그걸 다시 접대로 때운다. (사례 13)


이런 회사의 모습을 보면서 ‘한심하다’는 말을 되풀이한다. 인터뷰에 응한 많은 신입 사원들이 하는 한결같은 이야기가 회사에서 일을 하는 방식을 보면 ‘회사답지 않게’, 주먹구구식인 것이 많고 ‘한심하다’는 것이다. 조직적으로 효율성을 중심에 둔 것 같으면서도 비효율적이라는 이야기이다. 인터뷰에 응한 한 명은 회사 문화가 ‘군대’와 비슷하다고 이야기했다. 군대가 ‘효율성’과 ‘체계’를 늘 강조하면서도, 알고 보면 비효율적이고 비체계적인 것처럼, 회사도 그렇다는 것이다. 또한 위 장교나 지휘관이 바뀔 때마다 업무 스타일까지 다 바뀌고, 그 이전의 업무 노하우는 쓰레기가 되는 것까지 똑같이 닮아 있다고 한다. 윗선 눈치보면서, ‘구호’와 ‘전시 행정’에 그치는 것도 많이 있다. 그러다 보니 장기적인 비젼 속에서 일을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 회사는 완전히 좌충우돌이다. 이번에 모기업으로부터 떨어져 나왔는데, 인터넷쪽으로 확장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내가 맡은 일이 기획인데, 한 두개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뭘 하는지도 모를 정도로 여러 가지를 하고 있다. 그리고 그렇게 시킨다. 전문가가 되기는커녕 이것저것 다하다 보니 잡다하고 번잡하기만 하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뭘 하려는 지를 모르겠다. (사례 21)


책임 라인이 확실하지 않고, 서로 떠밀기만 하며, 특히 부하 직원에게 일방적으로 책임 전가하는 일도 여전하다고 한다. 


벤처 회사를 지원하고 창업 투자와 관련되어 일하는 회사에서 근무하였다. 이런 데는 사기가 잘 들어온다. 그래서 늘 조심해야 한다. 그런데 어느 회사에서 사기를 쳤다. 가짜 서류를 만들고 돈을 엄청나게 많이 빼 썼다. 알다시피 회사에는 결재 라인이 있다. 나는 맨 말단이고. 그 사기 당한 건만 하더라도 다 라인을 밟아서 결재를 받은 것이다. 얼마 후에 그 사기가 발각되었고 회사가 뒤집어 졌다. 돈만 하더라도 백억이 넘는 아주 큰 건이었다. 지역 경제가 마비될 지경이었으니까. 그런데 이 일이 터지기 전에 내 위의 결재라인들은 다 알고 대비를 하고 있었다. 자기 재산들을 다 명의 변경하고. 나야 사회 초년생이니 뭘 아나. 회사에서 나중에 추궁이 들어오고 책임을 물었는데, 최말단인 나만 당했다. (사례 15번)


회사의 문화도 여전히 권위적이고 강제동원식이다. 신입 사원들이 제일 짜증나 하는 것이 단결, 화합, 팀웤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회식이라고 한다. 회식 자체가 아무 의미도 없다고 한다. 차라리 그 시간에 잠을 잤으면 좋겠다는 것이 일반적인 반응이다.


회사의 놀이라는 게 한 마디로 말하면 짧은 시간에 최대한 망가지자는 것이다. 폭탄주나 사창가가는 것 등등이 다 그런 케이스이다. 어찌 보면 생산적인 것이랑 효율적인 것으로만 인식되는 자기 몸에 대한 반항 같다. 망가져야 스트레스가 풀렸다고 생각한다. (사례 11)


한번 술자리하면 최소 두당 20만원이다. 단란주점가고 여자 나오고 하면. 난 그런 것 좋아하지도 않은데, 안 가면 안되니깐. 이러고 살고 싶지 않다. (사례 4)


결국 대졸 신입 사원들은 노동 강도만 강화되고 기업 체질은 개선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기업 체질은 군대와 비슷하게 여전히 전시 동원식 대량 생산 체제이고 구태의연하다. 대부분의 신입 사원들은 한국의 기업 체질이 비합리적이고 부조리하며 비효율적이고 관료적(오해진, 1999; 30-31)이기만 하다고 생각8)하고 있다. 상하 위계적 조직 체계가 여전히 견고하며, 일의 기획과 추진이 상명하달식이고, 집단 문화가 횡행한다. 이들 기업 조직이 신세대들의 능력과 자질에 조응하지 못하는 구조를 여전히 고수하고 있음을 IMF 대응 방식을 통해 확인하는 것이다.


3) ‘직장 탈출’의 유형과 시나리오들


그러면 직장구조에 불만과 불안을 가진 이들이 어떤 ‘직장 탈출’의 시나리오를 구상하고 있는지를 살펴보고, 그를 통하여 그들이 어떠한 삶을 추구하려고 하는지를 살펴보자.


‘직장’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전략은 그 사람이 확보하고 있는 학력 자본과 문화적/사회적 경험에 따라 달리 구성된다. 비슷한 학력자본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대량 생산 체제 바깥을 지향하는 사람들이 대량 생산 체제 ‘바깥’으로 상상하는 공간의 모습은 이론적이거나 추상적으로 주어진 것이라기보다 그 사람이 그 동안 해온 문화적/사회적 경험에 의존하는 바가 크다.


특히 지금 ‘직장 탈출’을 꿈꾸는 대부분의 청년 세대들은 우리 사회가 본격적으로 전지구적인 소비 자본주의의 궤도에 본격적으로 오르기 시작한 때에 십대나 대학 시절을 보낸 사람들이다. 이들의 문화적/사회적 경험은 윗 세대들과 아주 다르다. 윗 세대들이 주로 학교에서의 경험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경험이 없었다면, 이들은 소수이지만 클럽 문화와 같이 자신들의 게토를 경험한 사람들부터 국경을 넘나드는 경험을 한 것까지 ‘학교 밖’에서의 경험의 폭이 넓은 편이다. 또한 윗세대가 텔레비젼을 통해 제한된 문화 경험에 그쳤다면, 다양한 문화적 매체들을 소유하고 다루면서 십대 시기를 보낸 사람들이다.


또한 ‘전교조 이후 세대’ 혹은 ‘신세대’ 등의 이름으로 이전 세대와는 확연히 구분되는 세대 정체성을 적극적으로 드러내 왔던 이들은, 문민정부 탄생이라는 가시적인 성과 속에서 유연하고 다양한 문화적/사회적 경험의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해외 여행 자율화 조치 이후 급증한 ‘바깥’ 사회와의 접촉이다. 배낭 여행, 어학 연수, 유학 등 여러 가지 형태로 장기간 체류했던 사람들은 새로운 가치관의 수용과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의 모색에 적극적일 수 있었다.


 따라서 이런 대량 생산 체제 바깥에서의 다양한 문화적, 사회적 경험이 강할수록 기본적으로 구태 의연한 기업 문화, 일과 여가의 이분법적 분리라는 전기 근대적 삶의 구성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게 되고, IMF 이후 노동 시간과 강도의 폭압적으로 증가하면서 ‘직장 탈출’에 의한 ‘자기 삶의 기획’을 꿈꾸게 된다.

‘직장 탈출’을 꿈꾸는 이들은 각자 자신의 문화적/사회적 경험에 따라 시나리오를 짜고 있다. 십대나 대학 시절에 음악이나 춤 등 문화적 활동을 한 사람들은 ‘문화 산업’으로의 진출을 생각한다. ‘학생 운동’의 경험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최대한 그 경험을 살려서 시민 운동이나 변혁 운동에 진출하려고 한다. 또한 어느 정도 학력 자본이 확보된 상태에서 어학 연수 등의 기회를 통해 한국이라는 사회의 ‘바깥’을 긴 시간 본 사람들의 경우에 대학생들의 경우에는 최대한 대량 생산 체제에 유입되는 시기를 유예하려고 하며, 이미 취업 중인 경우에는 그 사회로 ‘이민’9)을 가겠다고 말을 한다. 이들에게 ‘외국’은 곧 비합리적 대량 생산 체제의 ‘바깥’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난 회사 그만두고 카나다로 갈 꺼다. 일단 가서 어떻게 해볼 생각이다. 대학 다닐 때 카나다로 어학연수를 갔었는데 그때가 제일 행복했다. 3명이서 돈 나눠서 집을 렌트했는데 정말 넓은 방에 하얀 테라스가 있고, 창문을 열면 잔디가 쫙 펼쳐져 있었다. 한국에서 번잡하게 살고 싶은 생각 전혀 없다. 카나다는 내 마음의 조국이다. 또 카나다는 굉장히 관용적이고 열려있다. 미국이 인종의 용광로라고 하지만 카나다는 인종의 모자이크라고 하더라. 각자 다들 고유한 문화를 가지고 있고, 거기에 대해 별로 터치하지 않는다. 우리 나라는 사람을 너무나 귀찮게 한다. 물론 나도 카나다가 무조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내가 본 것은 일부일 것이고, 환상일 수도 있다. 그래도 난 카나다로 갈 것이다. 적어도 거기 가면 이처럼 시달리지는 않을 것이다. (사례 10)


특히 외국에 다녀오고, 살아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에게 한국은 모순과 비리, 비인간적이며 비합리적인 대량 생산 체제이다. 이들에게 한국은 찰리 채플린의 ‘모던 타임즈’에 나오는 근대적 생산 공간과 거의 동일한 사회로 취급된다. 특히 이들이 즐겨 이야기하는 외국은 유럽, 호주, 뉴질랜드, 카나다 등 서구 중심의 제 1세계이다. 특히 호주나 카나다의 경우에는 ‘넓은 잔디밭’과 사람을 만나기 힘들 정도의 벌판으로 ‘자유’, ‘여유로움’, ‘나른함’, ‘편안함’ 등의 공간으로 인식된다. 여기에 반해 한국은 지겨울 정도로 사람들 사이에 ‘부딪치고’ 살아야하는 여유 없는 공간이다. 이들에게 한국은 커뮤니케이션의 밀도와 강도가 너무 높은 피곤한 공간이다. 너무 많은 일이 간섭받고, 조정되어야 하며 신경 써야 하는 공간이라는 것이 한국에 대한 불만의 핵심을 차지하고 있다.


호주로 갈 생각이다. 이전에 회사에서 출장으로 몇 번 가봤는데 정말 살기 좋더라. 접시 닦기를 하더라도 거기서 할 생각이다. 우리 나라는 사람을 들들 볶아서 써먹을 줄만 안다. 이런 대접받으면서 한국에 있고 싶지 않고, 또 아이를 이런 나라에서 키우고 싶지 않다. (고려대 졸, 모 은행 사원)


특히 자신이 한국의 비인간적이고 비합리적인 대량 생산 체제로부터 명예퇴직이나 구조조정 등의 일을 당했을 경우 한국 사회에 대한 감정은 ‘혐오’이다. 위 케이스는 은행에서 명예퇴직을 당했다. 그는 자기가 왜 퇴직을 당해야하는지에 대해서 이해하고 싶어하지 않았다. 잘 나갈 때 사람을 뽑을 때는 왕창 뽑았다가, 임원들의 잘못을 직원들이 고스란히 뒤집어 써야 한다는 것에 분개하고 있었다. 그는 일본의 구조조정을 예를 들면서 한국의 경영자들은 ‘윤리 의식’이 없다고 분개10)하였다. 

또한 대학원을 다녔던 사람들의 경우에는 회사에 취직을 하더라도 다시 ‘학교로 돌아올’ 것에 대해 많이 생각한다. 인터뷰 대상자중 한 명의 이야기에 따르면 회사에서도 ‘대학원 출신’, 특히 인문사회계 대학원생들을 꺼리는 이유중의 하나는 그들이 언젠가는 다시 공부를 하러 돌아갈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내년에 회사를 나와서 유학 준비할 꺼다. 공부할 때가 가장 행복했다. 어느 책 제목처럼 ‘공부가 가장 쉬웠어요’라는 말이 진짜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공부밖에 할 줄 몰라서 그런 것이 아니냐고 하지만, 글쎄,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난 공부만이 주는 매력과 즐거움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건 내가 하는 것이 아닌가? 대학원 다닐 때 아무리 도제니 뭐니 하더라도 책을 읽고 연구를 하는 동안만큼은 내가 나한테 몰입할 수 있었으니깐. 공부를 좀 더 하고 싶다. (사례 16)


위의 케이스에서는 공부를 하고 싶어서 인문사회계 대학원을 들어갔다가, 자신이 공부를 할 스타일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되어 대학원 졸업 후에 바로 취직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직장을 다니면서 늘 자기의 머리 속에 떠오른 것은 ‘학교’였다고 한다. 학교가 아무리 도제였다고 하더라도 ‘자기’에 대해 고민하고, ‘자기’가 뭘 할 수 있고/하고 싶어하는 지를 생각할 수 있었는데, 회사에서는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했다.  그는 ‘최악의 학교도 최선의 회사보다 낫다’고 잘라 말하면서, 그것의 가장 큰 차이는 ‘자기가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라고 말했다. ‘공부’라는 경험이 대량 생산 체제 바깥에 상상력을 제공하는 것처럼, ‘운동’에 대한 경험도 마찬가지이다.


시민 단체라는 것이 돈을 워낙 조금 주니깐 살기가 불편해서 그렇지 마음은 편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보람이 있으니깐 좋다. 회사 다니는 친구들은 보람을 찾기가 힘들다고 하는데 이 일은 몇 가지 문제점을 제외하면 기본적으로 보람을 찾을 수는 있다. 문제점 중에서 제일 심각한 것은 우리 사회 시민 운동이 실무자를 그냥 실무자로만 여기는 것이다. 심부름꾼 정도? 기획이나 주요 결정은 대부분 변호사나 교수들이 다 하고... 그럴 경우에는 그만 두고 싶고, 내가 이 짓을 왜 하나...하는 생각이 들지만. 하지만 테마라고 해야 하나, 지향이라고 해야하나..그런 것이 내 삶의 목적과 딱 붙어 있으니깐. (**대 졸, 모 시민 단체 활동가)


위 사례가 근무하고 있는 단체의 경우 현재 두 명의 간사가 활동하고 있다. 한 명은 전문 대학을 졸업한 후, 여러 가지 직업을 거치고 나서 본격적으로 이 일에 뛰어 들었으며, 다른 한 명은 졸업하자마자 일을 시작하였다. 이처럼 시민 단체에는 다른 직업을 가지고 일을 하다가 오는 경우도 있고, 대학을 그만두자마자 시작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고 한다. 전자의 경우에는 ‘돈을 아무리 많이 준다고 하더라도, 좀 사는 것처럼 살기 위해서’ 이 일을 시작했다고 하며, 후자의 경우에는 학교 다닐 때의 열정의 연장선상인 경우가 많다고 한다. 물론 시민 단체에서 일을 한다는 것이 감수해야하는 것은 많이 있다. 실제로 위 케이스가 소속된 단체의 경우 자기 선배 한 명이 ‘결혼과 동시에 간사 일을 그만둔’ 적이 있다고 한다. 결혼을 하면서 구체적인 생활의 문제들이 대두되는데 비해서 시민 단체에서 지속적으로 활동하는 것이 ‘생활의 전망’을 제시하지 못한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한다. 때문에 학교 다닐 때 활동의 연장인 경우에는 결혼이나 가족 문제 등 생활의 문제가 대두되면 그만 두게 되는 것이 많다. 이에 반해서 이미 직장을 거친 경험이 있는 경우에는 자기가 포기해야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잘 버티면서 간다고 한다. 


5년 정도 돈을 벌고 나면 NGO에 가서 일하고 싶다. 지금 내가 사는 것은 사는 것이 아니다. 농담 삼아 하는 이야기가 인류공영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방해만 되는 일을 하면서 이렇게 시달리고 싶은 생각은 없다. 사람은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살아야 한다. 어제도 야근을 했다. 대단한 일을 한다고 야근을 한 것도 아니고, ‘소설’ 같은, 필요도 없는 내년도 계획서를 쓴다고 야근을 했다. 그것도 검토할 때 보면 편집이 어떻느니...하며 필요 없는 이야기만 하고. 나도 물론 NGO에 가면 돈 적게 번다는 것 알고 있다. 먹고살기 힘들다는 것도 알고. 그리고 그 일이 밖에서 보이는 것처럼 그렇지만도 않게 잡일 투성이라는 것도. 하지만 지금 생각에는 NGO에서 일하려고 한다. 5년이라는 기한을 둔 이유? 음...... 기본적으로 5년은 돈을 벌어야 씨드 마니 정도는 가질 수 있지 않나? 특히 지금은 집이 어려우니까 내가 돈을 벌어야 하는 것이 있고. 5년 정도 벌고 나면 숨 돌릴 정도는 되니까. 동생도 졸업하고. 돈도 어느 정도 모일 거고. 무엇보다도 5년 이상 이 일을 하고 싶은 생각은 없으니깐. (사례 7)


이 케이스 말고도 학교 다닐 때 여성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자원 봉사 활동을 하던 몇몇 다른 사람들과의 인터뷰에서 그들은 3-5년 정도 직장 생활을 한 후 ‘할 수만 있다면’ 시민 운동 단체에서 일하고 싶다고 말을 하였다. 직장 생활을 해야하는 이유는 돈 때문이다. 당장 집안의 경제 사정 때문에 ‘집 전세금’ 정도의 안정적 돈은 확보가 되어야 집으로부터 독립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3-5년은 동생들이 학교를 졸업하게 되는데 필요한 시간이며, 그 시간동안은 자기가 돈을 벌어 집에 보탬이 되어야 하고, 그 시간이 지나면 자유로워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5년이라는 시간의 기간은 중요하다. 그 기간은 자기가 ‘하고 싶지 않은 일을 돈 때문에 버틸 수 있는’ 최대한의 기간인 것이다. 이것은 시민 운동 단체에 들어가는 것뿐만 아니라, ‘창업’의 경우에도 전반적으로 강조되는 ‘상징적’ 시간이었다.


5년이라고 생각한다. 5년 정도는 이 동네에 있어야 앞으로 무슨 일을 하더라도 비빌 언덕이 생기는 것이니깐. 돈도 어느 정도는 모일 것이고. 그리고 다른 직종에 있는 친구들도 승부는 5년 안에 걸어야 한다고 말을 하는데, 5년 정도 지나고 나면 자기가 가지고 있는 재능이랄까...가치랄까..그런 것이 바닥이 날 거라고 생각하니깐. 요즘 누가 부장되고 이사되고 하는데 관심을 갖고 있나. 이전에야 자기 능력 떨어져도 관리직이 되면서 사람 관리하는 것으로 버틸 수 있었지만, 요즘은 그런 게 가능하지도 않고. 최대한 5년 정도 개기면서 돈을 모으고, 다른 일을 할 ‘빈틈’을 찾아본다......뭐 이런 생각이지 않을까? 5년이 지나면 자기가 가진 테크닉은 퇴출될 것이 뻔하니깐. 그리고 최소한 5년은 주식 투자해서 돈을 벌든가, 아니면 그 동안 만든 인맥으로 다른 사업을 차리던가 하는 데도 필요하니깐. 특히 내 직종이 기획, 광고니까 여기서는 인맥 쌓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여기서 이사하는 것보다는 나가서 하청 비슷하게라도 ‘빈틈’을 노리고 들어가 내 사업을 꾸리는 것이 더 낫다. 이 직종에서는 가능하기도 하고. 스포츠 마켓팅 쪽으로 생각중이다. 시장성도 있을 것이라고 보고. 창업에 뜻을 두는 가장 큰 이유는 내 시간을 내가 관리하며 살아가고 싶기 때문이다. (사례 17)


이 5년은 한편에서는 대량 생산 체제 바깥에서 살아가기 위한 종잣돈이나 연결망을 형성하는데 필요한 시간이며, 동시에 자기 능력으로 대량 생산 체제에서 버틸 수 있는 최대한의 시간이라고 한다. 이 시간은 창업을 할 경우 그 방면에서 ‘전문가’ 혹은 ‘경력자’로 인식되는데 필요한 시간이며, 창업에 필수적인 연줄망을 형성하는데 필요한 시간이다. 창업은 대개의 경우 대자본의 형태가 아니라 ‘틈새 시장’을 노리는 경우가 많다. 어떤 틈새들이 있고 가능한지를 살펴보고, 그 틈새에 진입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자본이나 아이템보다도 ‘연줄망’이다. 5년이라는 시간은 창업이나 틈새가 가능할 정도의 ‘최소한의 망’을 형성하는 것과 그 망이 창업하였을 때 구체적인 도움이 될 정도로 충분한 ‘신뢰’의 망이 되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시간이다. 또한 이 시간은 아무 대책 없이 대량 생산 체제로부터 빠져 나왔을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최대한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시간이다.


5년이라는 시간이 자기 창업을 위한 발판을 만드는 시간으로 생각되는 반면, 다른 한편으로는 자기가 보유하고 있는 테크닉이 소모되어 사회적 유용성을 상실하는 상징적 시간이다. 이 시간동안 최대한 자기 삶을 안정화시킬 수 있는 자본을 확보해야 한다. 그 자본은 위에서 말한 것처럼 창업에 필요한 연결망과 최소한의 자본일 수 있다. 창업을 하던 안 하던 삶의 안정성에 필요한 최소한의 자본을 확보하는데 가장 좋은 수단은 ‘주식 투자’이다. 부동산 투자처럼 대규모의 자본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소규모로 시작하더라도 전략만 잘 짜면 큰 돈을 만질 수도 있으며, 우연이 지배한다고 하더라도 치밀하고 과학적인 분석이 밑받침되면 위험을 상당히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회사에 가면 정말 주식 때문에 난리도 아니다. 생각해 보라. 하루 밤만 지나면 천만원이네, 얼마네 하는 판에 누군들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있겠는가? 나도 부모님한테 200만원 빌려서 지금 하고 있다. 장난 겸 연습 겸하는 것이다. 점심 시간 때 되면 밥도 안 먹고 객장으로 달려가는 사람들도 많다. 어차피 회사 다니기는 싫고, 오래 있을 것 같지도 않으니까, 회사원들한테 가장 좋은 재테크 수단이 아무래도 주식 아닌가. 하도 주식에 열을 올리니까, 회사 전산망에서 주식망으로 접속하는 것을 차단하는데도 있다고 한다. 그리고 관리도 심하게 하는 편이다. 그래도 별별 수단을 다 쓴다. 아이콘으로 주식 실황을 보여주는 프로그램까지 나와 있다. 절대 들킬 리가 없게 만든 것이다. 정말 많은 수가 회사에서 일은 하지 않고 주식에만 오로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난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거 떼돈 벌어서 잘 먹고 잘 살겠다는 생각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게 주는 아니다. 졸부 의식은 아니라고 본다. 가장 큰 이유는 남 눈치 안보고 여유롭게 살고 싶다는 생각에서다. 회사를 그만 둬도 되니깐. 졸부 의식보다는 소시민적인 것에 더 가까운 것 아닌가? (사례 21)


위 인터뷰에서 보이듯이 거의 대부분의 직장은 주식 투자 열병을 앓고 있다. 물론 ‘일확천금’을 꿈꾸면서 주식 투자에 열을 올리는 사람들도 있지만 많은 경우에는 ‘회사에서 안정적으로 빠져나갈 꿈을 꾸며’, ‘재테크’의 개념에서 주식 투자를 한다. 인터뷰 대상자 중 한 명은 집에서 200만원을 받아서 시험 삼아 주식 투자를 하고 있다고 말했으며, 아직 본격적으로 시작하지 않은 한 명은 자기가 능력이 되는지를 가늠해 보기 위해서 일단은 사이버 주식 투자를 해보고 있다고 한다. 다른 사람들도 스톡 옵션으로 받은 주식이나, 우리 사주 등이 일반화되면서 주식 투자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열병이라고 부를 만한 이런 회사원들의 주식 투자를 통한 ‘대량 생산 체제 벗어나기’, ‘삶을 안정화하기’ 전략은 대량 생산 체제에 대한 태업의 효과마저 갖고 있다. 거의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오로지 주식 시황에만 관심을 갖게 되면서 폭압적인 노동 관리에도 불구하고 회사 업무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이다. 여러 회사들이 인터넷을 통하여 주식 정보에 접속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인터넷을 제한하고 통제하는 것도 이런 현상을 막기 위해서이다.


5년 후 주식 투자를 통해서 충분할 정도의 돈을 모으면 무엇을 할 것이냐는 질문에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의 대답은 ‘여행’이었다. 해외 여행을 하면서 ‘한국을 떠나’ 세상 구경을 하고 싶다는 것이다. 그 이후에 그 돈이 은행에 두고 이자만을 가지고도 충분히 먹고 살만하면 인생을 즐기며 살아갈 것이라고 말을 했다. 만약 그 정도의 재산이 안 된다면 자기가 좋아하는 일 - 서점을 낸다거나, 카페를 차린다거나, 인터넷 게임방을 만든다거나 - 들 중에서 어느 정도 수익성이 있는 일로 창업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체제 탈출을 꾀하는 이들의 사례를 통하여 두 가지 사실을 알 수 있는데, 하나는 젊은 엘리트 층에서는 체제 탈출의 욕구가 높아지고 있고, 그 욕구는 다양한 방식으로 표출되고 있다. 그 시도들은 사회적인 안전망이 붕괴되고 있는 상황에서 사적으로 동원가능한 자원을 최대한 이용하는 특성을 보이며, 다수는 현실을 집단적으로 고치기보다 이민을 떠나고 싶어하는 경우에서처럼 ‘도피’의 경향을 보이고 있다. 시민단체에 참여하여 활동가가 되려는 경우에서 비영리 부문의 단체 활동이 활성화될 가능성을 찾아 볼 수 있으나 다수는 일단 현재의 비효율적인 대량생산체제에서, 또는 숨막히는 노동강도와 속도의 궤도에서 이탈하고자 하는 욕망이 앞서 있다.


4. 실존적 위기와 생존의 위기 사이

- ‘체제 탈출’의 조건: 학력자본, 문화 자본, 그리고 가족


그러면 구체적으로 체제 탈출을 꿈꾸는 이들은 누구인가? 그들의 세대적 특징은 무엇일까? 또 같은 회사나 같은 대학에 다니지만 그 중에서도 적극적으로 체제탈출을 꾀하는 이들은 누구인가? 체제 탈출을 꾀하거나 꾀하지 않는 것은 그들이 처한 어떤 상황적 조건과 가치관, 그리고 그들이 가진 자원과 관련을 가지는가? 그리고 이들은 ‘기존 체제’에서 벗어나서 어디로 가겠다는 것일까? 성장 신화의 붕괴에 따른 ‘실존적 위기’와 급변하는 체제에서 제대로 살아낼 수 있을 지에 대한 ‘생존적 불안감’이라는 두 단어를 중심으로 새로운 체제의 모색을 향한 움직임과 지향점을 살펴본다.


4-1) 실존적 위기


앞 장에서 살펴 본 것처럼 노동 시간과 강도가 증가하고 권위적이고 위계적인 기업 문화 속에서 삶을 유지한다는 것에 더 이상 의미를 두지 못하는 직장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런 상황은 단지 개인의 적응 문제가 아니라 대량생산체제의 구조적 변화와 아울러 ‘성장 신화’의 붕괴11) 현상과 관련이 있다. 무한정 발전을 전제로 한 성장 신화의 붕괴가 위 세대들에게서는 가치의 공황 상태로 나타나고 있다면, 새로운 세대들에게는 새로운 가치관을 만들어내는 조건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80년대까지의 세대들이 자신들의 존재 가치를 ‘성장’이나 ‘민주화’라는 거시적이고 구조적인 것에 두었다면, 90년대 이후 세대들은 보다 일상적인 것에 두고 있다. 90년대 초반 이후 한국의 대학가를 휩쓸었던 ‘무라카미 하루끼’의 열풍은 이들 세대의 감수성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 ‘직장’을 삶의 무덤 정도로 끔찍한 곳으로 이들이 여기게 된 것은 ‘성장 신화’가 붕괴하면서 회사가 자아 실현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어져 버렸다는 사실과, 상상 불가능한 미래 사회에서 제대로 생존해 낼 수 있을 지에 대한 불안과 깊은 연관이 있다는 것이다. 다음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내가 영화를 찍어야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우리 아버지를 보면서이다. 경제 침체되고 IMF되고 하면서 아버지가 굉장히 침울해 하셨다. 야..저 분은 뭣 때문에 저렇게 바쁘게 살아오셨을까? 저렇게 바쁘게 사신 것의 결과가 이런 정도 밖에 안 되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연세대4, 한국종합예술원 영상원 합격자)


성장 신화의 핵심에는 자신과 조직을 동일시하는 관점이 필수적이다. 회사나 국가의 성장과 자신의 성장을 동일시할 때만이 개인과 조직은 갈등을 일으키지 않을 수 있다. IMF이후 성장의 위기가 ‘국가 경쟁력’의 위기만을 구성하는 것이 아니라, 각 개인들의 자존감의 위기로 다가온 이유도 이것 때문이다. 성장이 멈춘 국가와 회사의 위기는 먹고 사는 문제인 생존의 위기일뿐만 아니라 의미와 가치의 문제인 ‘실존적 위기’인 것이다. 후기 소비자본주의 사회의 주체로 형성되어 온 지금의 세대가, 자기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즐기지도 못하면서 조직과 자신을 동일시하며 거기에 온 존재감을 다 싣고 있는 윗 세대들의 감수성을 이해하고 인정한다는 것은 낯선 일이다.


회사에 가면 아주 가끔 그런 친구들이 있다. 승진하고 뭐 그런 것, 소위 출세하는 것에 관심이 아주 많다. 일 정말 열심히 한다. 시키지도 않은 일도. 늘 이야기하는 것도 그런 이야기이고. 나도 나중에 이 직장에 계속 살아야되면 밀려서는 안되니깐 그렇게 될지 모르겠지만, 아직은 출세나 승진, 뭐 이런 것에 큰 관심 없다. 그리고 지금은 그게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은 나랑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데 신경 쓰는 친구들이 아주 드문 편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 친구들이 이상하거나 그렇지는 않다. 그냥 그럴 수도 있겠지 한다. 다만 나는 그러고 싶지 않은 것이다. (사례 10)


이들에게 삶의 가치는 ‘양이 아니라 질’의 문제이다. 일과 여가가 통일되는 것이 최선이고, 그렇지 않다면 최대한 자기 여가 시간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 삶의 질을 살리는 길이다. 이들은 ‘삶의 질’까지 희생해가며 이룩하는 ‘성장’이라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가를 되묻는다. ‘돈을 많이 버는 것’, ‘승진하여 어떤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삶의 질을 확보하기 위한 도구로써 의미 있는 것이지, 그 자체로 가치를 가지는 것이 아니다. ‘얼마나 돈을 버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어디다 돈을 쓰는가?’가 중요하다. 아무리 돈을 많이 준다고 하더라도 ‘돈 쓸 시간’조차 보장되지 않는 것과 ‘돈 쓸데가 없는’ 상황은 이들에게는 끔찍한 상황이다. 그리고 ‘쓸 시간’과 ‘쓸 데’가 있다면 거기에 필요한 만큼만 있으면 된다. 이젠 가능한 많이 돈을 버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각자에게 필요한 만큼 벌어서 필요한 곳에다 쓰면 된다. ‘집’보다는 ‘차’를 사는 것을 더 선호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이다. ‘집’이 안정적인 공간을 의미한다면, ‘차’는 삶을 즐기는 레저를 의미한다. 위 인터뷰 사례의 경우에는 이번 추석 보너스로 받은 돈으로 낙원 상가에 가서 좋은 오디오 세트를 샀다고 한다. ‘돈을 모아야 한다’고 생각은 하지만, 자기는 음악을 정말 좋아하기 때문에 당연히 오디오를 샀다고 한다. 따라서 이들은 대부분 윗세대의 삶을 존경은 하지만, 별로 뒤따르고 싶지 않다고 말을 한다. 위 사례는 자기 아버지를 ‘일요일 약수터에 물 뜨러 가는 것과 매형들이랑 바둑 두는 것’ 말고는 다른 어떤 것도 없는 전형적인 소시민이라고 이야기한다. 그것 때문에 아버지를 비난하고 싶지 않고 오히려 존경하지만, 결코 그렇게 살고 싶은 생각은 없다는 것이다.


회사 가면 내 미래가 다 앉아 있다. 내 앞 대리는 5년 후고, 그 앞에 과장은 10년 후고, 그 뒤에 부장은 15년 후이다. 그 사람들 모습을 보면서 저렇게 살고 싶지는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물론 그 사람들이야 나름대로 재미가 있겠지만. 다람쥐 쳇바퀴 도는 것 같은 삶이다. 그렇다고 거기에 여유가 있는 것도 아니다. 주말에는 놀러도 가고, 책도 좀 읽고, 영화도 보고 그러면서 살고 싶다. 그런데 여기 다니다가는 도저히 그렇게 살지 못할 것 같다. 출세나 떼돈 버는데 미련이 있는 것도 아니고. 한 마디로 말하면 여유롭게 살고 싶다. 그게 내 인생의 목표다. 생각해 보면 대학원 다닐 때가 제일 좋았다. 돈을 벌어야 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지 않아도 좋았고, 또 거기에 매이지도 않았으니깐. (사례 4)


위 사례는 조만간 이 회사를 나와서 공부를 더 할 생각을 하고 있다. 그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회사 선배들의 ‘전망 없이’ 사는 모습 때문이다. 그가 말하는 전망은 딱히 ‘출세’나 ‘승진’, ‘소득의 향상’이라는 의미에서의 전망이 아니다. 여기에서 말하는 전망은 ‘삶의 질’에서의 전망이다. 그는 ‘돈은 많아지고’, ‘지위는 높아지지만’, ‘사는 모양새는 똑같지 않냐?’고 반문한다. 따라서 그런 삶의 모양에는 전망이 없다는 것이다. 소득이 늘고, 지위가 높아질수록 삶의 여유가 보장이 되어 그것을 느끼고, 즐길 수 있어야 하는데 선배들의 모습에서 그것은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데 다른 인터뷰 대상자의 말에 따르면 이것은 선배들의 문제이기 보다는 오히려 회사라는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라고 한다.


난 기본적으로 회사에서 뭔가를 한다는 것이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창조적인 직업이라고 하더라도 직업은 그냥 직업일 뿐이고, 회사는 회사일 뿐이다. 그게 회사의 한계인 것 같다. 또 회사를 다니면서 큰 돈을 번다는 것도 불가능하고, 승진하고 하는 것도 한계가 너무 확실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자아실현이란 불가능하다. 아무리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직업을 택했다고 하더라도 회사에는 자기 논리와 방식이 있으니깐. 어디 간들 그렇지 않겠냐만은 특히 회사는 이런 것이 심하다고 생각한다. (사례 20)


이 사람의 말에 따르면 회사에서 소득이 올라가고, 지위가 올라갈수록 삶의 질이 더 보장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순진한 환상’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위로 올라갈수록 더 경쟁은 치열해지고, 그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더 바빠져야 한다. 이것은 ‘내일은 오늘보다 나을 거야’라며 끊임없이 내일의 성장을 위해 오늘을 동원하고 희생해야하는 성장 신화가 사실은 허구라는 것이다. 회사는 어차피 이윤을 극대화하며 확장해 가는 ‘성장 신화’에 기반을 두고 있는 곳이다. 그리고 이윤에 대한 기여도에 따라 지위 서열이 부여되며 이 서열을 타고 오르는 것이 개인에게 있어서는 인생의 성취를 의미한다. 여기서 추구할 수 있는 것은 단면적이며 일차원적인 것이다. 따라서 회사에서는 구조적으로 내일을 위해 오늘을 희생하며 살아갈 것을 요구할 수밖에 없고, 회사에 다니는 한 그것은 현실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요즈음 세대들이 말하는 ‘삶의 질’이란 이런 것이 아니다. 그것은 ‘승진’ 혹은 ‘성공’이라는 것과는 별 상관이 없는 ‘여유’나 ‘즐김’과 같은 것이다. 따라서 요즘의 세대들이 ‘삶의 질’을 기업 조직 내에서 추구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당연하다는 것이다.


성장 신화가 무너지는 후기 근대에 들어서면 안토니 기든스의 표현처럼 ‘존재론적 불안’과 ‘실존적 위기’가 동시에 일상적 삶을 지배하게 된다. ‘존재론적 불안’이란 실업이 가속화되면서 근대 이후 사람들이 해결했다고 생각하던 ‘생존’의 문제12)를 다시 전면에 제기하고 있는 상황을 의미한다. 반면 ‘실존적 위기’란 삶의 의미와 자존감의 위기를 말한다. ‘성장 신화’가 받쳐주던 시대에는 ‘성장’ 자체가 개인의 존재 가치와 삶의 의미를 부여하는 역할을 하였다. 50-60대 세대들이 갖는 자부심, 곧 “우리가 이 나라를 일으키고, 근대화하였다,” “우리가 먹고 살만하게 만들었다”는 생각은 ‘성장’이 개인의 존재 가치를 부여한 전형적인 예일 것이다. 최근 다시 떠오르고 있는 ‘박정희’에 대한 재평가와 영웅화 작업은 그러한 성장 시대를 산 이들이 가진 향수가 바탕이 된다.  ‘성장 이후’의 삶에 대해 생각해 본 적 없이 살아가던 세대가 갑자기 ‘성장 사회의 붕괴’를 경험하게 되자, 가치 공황 상태에서 과거의 ‘성장’을 더욱 신화화하게 된 것이다. 20대들은 더 이상 성장을 믿을 수 없다는 것을 간파한 세대이다. 이들은 특히 IMF 위기를 겪으면서 동원된 국민이기를 강요하는 체제, 구태의연한 대량생산체제에 길들어져서는 조만간 소모품이 되어버리고 말 것이라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성장 신화가 붕괴된 상황에서 회사에서 성공한다는 것이 반드시 사회에 공헌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인식하게 된 이들은 구조조정 가운데서 생존의 불안만이 아니라 자존감 상실로 더욱 힘들어하는 것이다. 


4-2) 생존의 위기


직장탈출을 꾀하는 이들이 자신의 상황을 ‘자아 실현’이라든가 ‘삶의 질’ 등의 ‘실존적 언어’로 풀어내고 있는데 비해 현 대학생들의 언어는 좀 다르다. 선배들이 가진 자아실현과 생존의 문제가 이들에게는 이분법적으로 나뉘지 않는다. 대학 재학생 중에서도 기존의 대량생산체제로 짜여진 틀 속에 들어갔다가는 치명적인 ‘해’를 입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이들이 생기고 있다. 이들이 분석해내는 언어는 보다 생생하다. 아래는 컨설팅 회사 기획실에 조기 취업을 대학 4학년 학생의 글이다.


수업종이 땡치면 일하러 가서, 퇴근은 열두시도 좋고, 한시도 좋고....집에 오면 쓰러져 자기 바쁘고, 다시 아침이 오면 나가고.... 회사 들어가자마자 멀티 미디어 사업팀을 맡아서 웹사이트 만들고 서버 사오고 인터라넷 깔고 정신이 없다. 한창 배워서 뼈와 피, 살을 불려야 할 나이인데 지금은 그간 얼마 배우지도 못한 지식 까먹고, 나날이 뼈, 피, 살만 줄이고 있다. 그 바닥에서 내가 맡은 부분에서는 나보다 아는 사람이 없으니 새로 배우는 지식은 없고, 그렇다고 사람들이 열려 있는 것도 아니고, 모르면 배우려 해야 할텐데 직장 선배급이든 동료급이든 자기들이 나이는 더 많으니 그래도 ‘선수’ 대접은 해주라주의 뿐이니까... 대학에서 진짜 ‘선수들’끼리만 놀다가 이렇게 살게 되니 정말 아주 죽을 맛이다.  이번 달 안에 집을 나가 독립하겠다고 부모님께 큰소리를 쳐 두었는데, 이 곳에 발목을 잡혀서는 안되겠다는 불안이 커지고 있다. 지금 일하는 곳은 내게 발전을 줄 수 잇는 곳이 아니다. 하루 서너 부는 보던 신문을 요즘은 하루에 한 부도 제대로 보기 힘들도 이렇게 자기 개발 없이 어떻게 앞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손발이 맞는 ‘선수들’과 모여서 새로운 것을 배우면서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일이 절실하다. (연세 4 정영석)


IMF가 거의 절대 다수의 한국 대학생들에게 실업의 공포로 다가갔다는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는 사실이다. 취업 기회 자체가 절대적으로 봉쇄되면서 70, 71년 생들은 ‘사회적 왕따’(한겨레신문 10월 22일자)라고 이름 지워지기도 했으며, 학교를 가리지 않고 휴학생의 숫자가 늘어났다.13) 그러나 ‘생존의 불안’과 ‘실존적 위기’가 각자들에게 체험되는 깊이와 질감은 사회적 조건에 따라 다른 색깔을 띤다.14) 어떻게 해서라도 ‘대기업’이라는 대량 생산 체계에 안정적으로 포함되기 위해 대학 시절 모두를 투자하는 대학생들이 여전히 다수를 차지하지만, “직장에 들어가면 죽는다”고 생각하는 대학생들도 적지 않게 출현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이 보여주고 있는 이러한 차이는 그들의 사회적 조건과 문화적 경험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며 이에 따라 삶의 방식의 분화 역시 일어나고 있다. 


위기에 대처하는 방식과 삶의 방식을 다양하게 분화시키는데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은 그들이 보유한 학력 자본과 사회적 경험, 그리고 가족에 따라 다르게 구성된다. 학력 자본은 탈출과 실험에 대한 의지를 가능하게 하는 자아 실현의 자의식과 자신감의 가장 기본적인 토대이며, 가족은 실험 자체를 봉쇄하고 위협하는 힘이며, 문화적/사회적 경험은 탈출의 다양한 시나리오를 구성하는 밑그림의 역할을 한다.


학력 자본의 차이는 결정적이다. 생활의 안정을 추구하는 사람들 중에서 학력 자본이 높은 경우에는 대량 생산 체제로부터 이탈하여 안정적인 삶의 공간을 확보하는 동시에 신분 상승을 꾀하는 전략으로 대부분 ‘고시’나 회계사, 변리사 등 고급 전문직 시험에 응시한다. 이들에게 대기업이 매력이 없는 가장 큰 이유는 ‘성장 신화’가 붕괴한 대기업은 이전과 달리 그 지위가 급격히 하락하여 ‘출세’나 ‘신분 상승’의 발판이 될 수도 없는데다가 안정적인 삶의 공간이 되지도 못하기 때문이다. 


고시 공부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힘은 들지만, 전문직이면서 고소득이 보장된다는 이유 때문이다. 사실 이전처럼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변호사나 검사가 되는 것은 여전히 파워풀하다. 아무리 변호사의 지위가 많이 하락한다고 하더라도 외국의 경우를 보더라도 아직까지는 확실하지 않은가? 행정고시의 경우에는 강철 밥그릇이지 않는가? 고소득과 파워, 그리고 여유 있는 삶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고. 남의 밑에 들어가서 일하는 것보다는 훨씬 낫지 않나? 그리고 난 내가 공부하려고 마음만 먹는다면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만 열심히 한다면. (고시준비생)


고도의 학력 자본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우리 사회에서 자아 의식을 갖고 자신에 대해 자신감을 갖기 위한 가장 강력한 기반이다. 우리 사회에서 ‘수능’이라는 대입 시험은 단지 고3이라는 시간대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 십대의 시절에 ‘공부를 잘했다’는 것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자존심의 원천이며, ‘공부를 못했다’는 것은 회복할 수 없는 상처이다. ‘대입 경쟁’은 개인의 평생을 통하여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생애사적 사건’이기도 하다. 그리고 공부를 통해 성공해 본 경험만 있는 이들에게 대량생산체제에서 벗어나 좀 더 안정된 삶을 보장받을 수 있는 가장 쉬운 길은 또 시험 공부를 하는 것이다. 그러나 대학을 다니면서 다양한 삶의 경험을 해본 이들에게 국가 공무원이 되는 것은 대기업에 취업하는 것과 질적으로 다른 것은 아니다.


우리 사회에서는 감수성이 가장 예민한 십대의 시절에 스스로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검증 받을 수 있는 다양한 통로가 차단되어 있기 때문에, 오로지 ‘대입 점수’만이 자존감을 느끼고 획득할 수 있는 거의 유일무이한 장이다. 따라서 학력 자본이 높은 사람들은 ‘자아 의식’이 아주 강한 편이고 새로운 가능성을 상상이라도 해 본다. 그래서 이른바 일류대학에 다니는 학생들 중에는 대학을 다니는 동안에 ‘어떻게 하면 먹고 살 수 있을까?’라는 질문보다는 ‘내가 뭘 하고 싶고, 뭘 잘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는 이들이 더 많다. 달리 말해서 학력 자본이 낮은 사람들은  ‘실존’의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더라도 ‘먹고사는 문제’에 쫓겨서 그것을 심화시킬 여유가 없거나 자신을 체제 밖에서 상상해볼 여유가 없다.  다음은 일류대를 나온 아우가 지방대를 다닌 형의 관계를 드러내는 말이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형이 나를 아주 못마땅하게 생각했다. 한 마디로 말해서 정신 못 차렸다는 것이다. 좋은 대학 다니고 취직 보장되는 과인데도, 왜 취직을 생각은 안 하고 엉뚱하게 다른 일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냐고 핀잔을 많이 줬다. 그리고 멀티 캠퍼스 가서 컴퓨터 쪽을 다시 공부하고 싶다고 하니까, 겉으로는 표시를 안했지만 속으로는 많이 언짢아했다. 배부른 소리라고 생각하더라. 형 입장에서는 그럴 것 같다. 일단 형은 지방에서 대학을 다닐 때 1학년 때부터 아예 취직을 중심으로 생활했다. 과를 선택할 때도 가장 실용적이고 기능적인 과를 들어간 것이었다. 토익이며 일본어 이런 것을 중점적으로 공부해서 자기가 들어가고 싶은 기업 공채 준비를 철저히 했다. 그래서 성공해서 서울에까지 올라왔다. 내가 한심하게 보일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내가 뭘 하고 싶어하는지를 모르겠다. 그걸 찾아야되겠다’는 말을 하면 나이가 몇인데 아직까지 그런 고민을 하냐고 생각하니깐. 그래서 처음에 취직 못하고 있을 때 형이 알게 모르게 구박 많이 하고, 눈치도 많이 줬다. 그런데 내가 벤쳐 기업에 취직이 되고 아주 새로운 일을 하면서 형보다 두어배 이상의 월급을 받게 되자 형은 또 한번 당황하게 되었다. (사례 11)


삶의 안정적 공간 확보에 치중하면서 여전히 대기업에 공채를 통하거나 공무원 등의 시험을 보아 안정적 공간에 들어가는 것을 목표로 삼는 이들은 1학년 때부터 영어 공부와 자격증 시험에 매달린다. 그것은 삶의 안정적 공간’을 확보하기 위한 ‘안정적 직장’과 ‘돈’이라는 수단이지, 70년대 때처럼 ‘신분 상승’과 ‘야망 실현’의 공간으로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이들의 눈에는 안정된 직장에 들어갈 준비를 하지 않고 이곳 저곳 기웃거리며 다양한 사회적 경험을 하려는 친구나 동생들이 ‘배부른 자’들이고 ‘괜한 고민으로 밥이나 축내는’ 자들로 비쳐지기도 한다.


돈만 많이 주면 어디든지 근무할 수 있다. 연대를 졸업한 사촌 동생은 돈보다는 그래도 다른 것이 있지 않냐고 하는데, 내가 볼 때 배부른 소리다. 지금 근무하는 데가 소도시라서 사촌동생은 그렇게 말하는 것 같은데, 돈만 많이 주면 우리 회사 공장이 있는 시골로도 갈 수 있다. 지금은 돈을 모아야하는 때다. 결혼도 했으니까. 대학원 간 것도 공부하러 간 것은 아니다. 방산(방위산업체)에 들어가고 하려면 유리하다. 시간이 아깝다고 생각한다. 집이 잘사는 것도 아니니깐. (사례 2)


친구(사례 4, 고려대 졸)가 공부하러 대학원 간다고 했을 때 좀 부러운 것도 있기 했다. 워낙 걘 건축을 좋아해서 3수까지 했으니깐. 부산에서 대학을 다니다가 서울로 취업을 하기 위해서는 대학원을 서울로 가야한다는 것을 알게되었고, 준비를 했다. 부산에서 살고 싶은 생각은 없었고, 또 서울에 있는 대학에서 대학원을 졸업하면 봉급이나 방산에 훨씬 유리하니까. 그리고 나는 서울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으니까. 조건을 맞추기 위해서 대학원 왔다. 친구(사례 4)가 유학을 갈 수 있는데도 ‘나는 공부할 사람이 아닌 것 같다’고 말하는 게 이해가 잘 안 된다. 공부하면 되지 ‘내가 잘 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는 것은 이상하다. 이 친구(사례 3, 부산대 졸)도 그렇게 생각하고 나랑 비슷하다. (사례 2)


십대나 대학 시절에 문화적 충격을 경험하고, 그 이후 사회적 경험에 가치를 두고 활동해온 대학생 중에는 자아실현의 문제가 곧 생존의 문제임을 절감하는 이들이 나타나고 있다. 이들은 노동과 여가의 분리, 전근대적 운영 방식, 노동 강도와 시간의 폭압적 증가에 자신이 편입되는 것을 ‘죽음’으로 생각한다. 따라서 이들은 고등학교나 대학교 때까지의 ‘공식적’ 삶 자체도 이런 체제에 편입되기 위한 노력이었다고 보고, 대학 졸업장도 그런 면에서 별 의미가 없다고 느낀다. 대신 실질적으로 자신이 자존감을 느끼면 해 왔던 클럽 활동이나 사회 운동 등 ‘비공식적 삶’을 급진적으로 긍정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리고 그런 활동을 통해 자신의 삶의 진로를 결정하고 싶어한다.

이들은 대부분 기존의 학력 자본이 제공하는 안정적인 길이라는 것이 별로 안정적이지 못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당장 자신이 가진 높은 학력 자본으로 취업을 할 수는 있지만 기존의 학력 자본 자체가 보증해주는 안정적인 기회란 것이 실은 그렇게 안정적인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학력 자본이 제공하는 그 체제에 들어가기를 거부하고 오히려 가난하게 살더라도 자신의 삶과 라이프 스타일을 ‘새롭게’ 재구성해가야 한다는 절박감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4- 3) 새로움을 향한 탈출의 조건과 지향성


앞에서 직장인 중에서나 졸업자들 중에서 돈 안 되는 직종이지만 자신의 취미나 관심거리였던 것으로 전공을 바꾸기도 하고, 시민 운동 단체에 들어가는 경우를 보았다. 체제 탈출을 꾀하는 이들은 일차적으로 한국사회 경제 성장의 산물이며, 특히 소비 대중문화 시대에 성장했다는 세대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런 세대적 성향이 대량생산체제적 문화에 거부감을 갖게 하며, 새로운 사회를 꿈꾸게 만드는 하나의 변인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워낙 열악한 위기 상황이므로 다수가 그런 꿈을 꿀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나마 체제 탈출을 시도하는 집단은 이른바 일류대학을 다닌, 그래서 문화 심리적으로는 자신의 삶에 대해 많은 것을 요구해도 좋다는 자긍심을 가진 층에서 발견된다. 다시 말해서 학력자본이 중요한 한국사회에서 가장 단단하게 학력자본을 확보한 자로서 기존체제에서 가장 많은 혜택을 받은 층에 속하는 사람들인 것이다. 그 계층 중에서도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를 꾀하는 층은 문화적 감수성이 높고 삶에 대한 기대치가 높은 사람들이 적극적인 체제 탈출과 대안 모색을 하고 있다. 그들은 이미 외국 여행을 통해서건 일상적 삶과 매체를 통해서건 대안적 삶의 맛을 본 사람들이며, 또한 기본적으로 인문사회과학적 학습과 소양을 바탕으로한 시대 인식을 새롭게 하고 있는 이들이다. 그래서 이들은 삶을 당연히 크게 변해야 한다고 믿고 있고, 자신의 삶부터라도 그러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 일상에서 이미 탈대량생산체제적 방식의 삶을 경험했고, 문화 자본을 많이 가진 편에 속하는 사람들로서 그 전세대가 ‘수준 높은 삶’이라고 생각하는 삶을 당연히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그쪽 방향으로 이미 가고 있는 사람들이라 할 수 있다.


체제 탈출을 ‘감히’ 감행하고, 계속 자신이 원하는 바의 실험을 계속할 수 있는 조건에는 앞에서 강조한 학력자본과 포괄적 사회경험으로 형성되는 문화자본 이외에 가족적 상황이 포함된다. ‘실존적 위기’에 초점을 맞추면서 아주 새로운 삶의 방식을 계속 추구해가거나, 아니면 중도에서 타협을 하며 ‘안정적으로 빠져나갈 것’을 택하게 되는 것 사이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가족’이다. 사실상 이 점에서 가장 주목해야하는 것은 우리 사회에서 ‘생존’의 위기는 개인의 위기가 아니라 가족의 위기로 연결되고 또 그렇게 받아들여진다. 이들은 자기 혼자 산다고 한다면 충분히 적은 임금과 위험을 감수할 수 있지만, ‘가족’이 걸려 있기 때문에 망설여진다고 말을 하며, 이들을 다시 대량 생산 체제 안으로 끌어당기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 가족에는 ‘지금’ 구성되어 있는 가족도 있지만, 미래에 자신을 중심으로 구성될 가족도 포함되어 있다.


아버지를 보면서 샐러리맨은 되지 않겠다고 생각했는데..우습게도 여자 친구가 생기고 나서 영상원에 다니게 된 것에 대해 좀 심각하게 생각해 봤다. 먹여 살려야한다는 우스운 생각은 하지 않지만...어쨋든 내가 책임을 느끼게 되는 사람이 생기면서 이 길을 가기로 결정한 것이 잘한 일인지 못한 일인지를 많이 생각한다. 부담스러우니깐. 가족을 만든다는 것이 그런 것 같다. (연세대 4, 영상원 합격자)


선배가 이번에 단체를 그만 두었다. 그 단체를 만들다시피 한 사람이고, 정말 그 단체의 일에 열정을 갖고 있었는데. 그만두고 학원에서 영어 강사를 한다고 한다. 그 선배가 단체 일을 그만두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이 결혼이다. 결혼하자마자 그만 둔 것이니깐. 당장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이 안되니깐 어쩔 수 없다. 그 선배 비난할 생각 없다. 누가 비난할 수 있는가? 전망이 안 보인다는 말을 많이 한다. 그 전망에는 일로써의 전망도 있지만, ‘직업’으로써의 전망도 포함된다. (사례 18)


‘직장 탈출’ 혹은 ‘직장 편입’을 결정하는데 가족이 사회적 경험과 학력 자본과 더불어 가장 영향을 끼치는 요소가 된 가장 큰 이유는 우리 사회의 가족주의 이데올로기와 아울러 가족 임금 체제(조순경, 1998)라는 임금 구조와도 큰 관련이 있다. ‘가족 임금 체제’는 ‘가장’이 가족을 ‘부양해야한다’는 규범적 명령을 자연적인 의무로 받아들이게 함으로써 개인의 자유로운 삶의 실험과 도전을 가로막는 가장 결정적인 장애가 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반대로 ‘가장’이 아닌 사람에게는 ‘누군가로부터 부양 받고 있음’을 끊임없이 주지시킴으로써 개인의 자유로운 실험과 도전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학력자본과 문화 자본과 가족적 조건이 맞아떨어져서 마음놓고 새로운 실험을 하는 이들이 추구하고 있는 삶의 양식은 어떤 것일까? 아래에서 취업을 하려면 쉽게 취직이 되는데도 불구하고 취업을 마다하고 여러 가지 자원봉사 활동을 하면서 사회경험을 쌓아가기로 결정을 한 한 대학 졸업반 여학생의 말을 들어보자.


오늘 아침에는 어학당 졸업을 위한 연극을 했다. 4시에 일어나서 어학당 가서 연습하고 7시에 극 올리고 또 허둥지둥 지금 따까리를 하고 있는 시민 단체에 가서 국제회의 마무리 작업을 도와주고 또 오늘 3시에는 수업프로젝트로 인터넷 라디오 방송국 인터뷰하고... 가끔은 내가 왜 이렇게까지 하면서 사는 거지? 라는 질문을 던지게 된다. 남들은 4학년 2학기면 널널하게 학교 다니다가 좋은 직장 잡아서 취직하는데 나는 도대체 왜 이러는지 원... 욕심이 많은 것이 이유일까? 학기초에 취업을 안 할거라고 마음을 굳혔고, 그걸 실행에 옮기게 하려고 일부러 학점도 초과해서 20학점이나 들었다. 돈도 안 되는 일 하면서 몸만 망가지고 콜록거리다가 시험 끝나면 미취업자, 사회의 낙오자가 되는 것 아닌가 싶어 친구에게 궁시렁거렸더니, 친구가 하는 말, 니가 미취업자냐? 불취업자지. 뭐 따지고 보면 그런거다. 취업이 싫어서 도망을 다니고 있는 것이 사실이니까....인천에 있는 모대학을 다니는 선배하나는 이런 내 한탄을 듣더니만 마구 화를 내면서 전화를 끊어버리더군. 배부른 소리 하고 앉아 있군, 뭐 이런 의미였겠지? 그런데 이게 배부른 소리일까? 끔찍한데 어떻게 취직을 하지? 그냥 일상이 끔찍할 게 뻔한데...IMF 와 가지고 그렇게 날다 긴다 하던 사람들 우수수 다 떨어지는 거 보면서까지도 내가 왜 회사에 들어가야 하나? 가장 창창할 때 40대 아저씨들이 막 짤려 나가는 형편에 내가 거기서 뼈빠지게 일하면 뭐해? 일 생기면 바로 잘릴 대상이 여자인데... 작년 혼자서 배낭 하나 달랑 매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했던 문화적 충격이나 가치관이 혼동 같은 것들, 나에게는 중요한 경험이었고, 그런 경험이 중요하게 평가받지 못하는 사회에서 정말 연봉 2000에 열심히 몸을 굴릴 것이냐.....원서는 서너번 넣어 봤는데 뭐 그리 어렵지 않게 통과는 되고 남들보다 학교 다니면서 기웃거린 일도 좀 있고, 영어 점수 좋고, 어학당 졸업할 꺼구 거기다 연대생에...그러나 여전히 아닌 것 같다.  다시 여행이나 가버려? 하는 생각까지 드는데.... 사람은 완급을 조절하면서 살아야 하는 법. 지금 하는 일은 내가 좋아서 하니깐 피곤해도 끝까지 하는거구,  누가 뭐래든 나 자신에게 더 투자를 해서 제대로 살아갈 수 있는 식으로 해 볼란다. (연세대 4학년 강민주)


 이들은 ‘내가 무엇을 하고 싶어하는가?’와 ‘내가 무엇을 잘 할 수 있을까’라는 두 가지 질문이 만나는 지점에서 자기 삶을 재구성해야 제대로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들에게 ‘먹고사는 문제’와 ‘ 삶의 질’의 문제는 양자택일적인 것은 아니다. 아마도 아직 취직을 하지 않아서 일 수도 있지만, 어쨋든 이들은 그 둘을 상호연관된 것으로 본다. 아마도 ‘이민’을 꿈꾸는 이른바 386세대와 그렇지 않은 세대의 차이를 든다면 이 점이 큰 차이점으로 부각될 부분일 것이다. 어떤 면에서 IMF 위기를 대학 시절에 경험한 이들 20대 초반 세대는 어떤 면에서 더욱 ‘현실적’이다. 이들에게는 선배들이 가진 생존과 삶의 질 이분법은 별로 의미가 없다. 스스로 많은 경험을 하지 않으면 사실상 생존 자체가 보장되지 않는 불안정고용 시대를 체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생존을 위해 체제 ‘안’을 택하거나 실존을 위해 체제 ‘밖’을 선택해야하는 고전적인 이분법을 해체하고 그 경계를 넘나들면서 이들은 이전의 문법과는 아주 다른 제 3의 공간을 만들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아주 적극적으로 그러한 실험을 하고 있는 한 학생의 사례가 있다. 스스로 표현하기를 “빌어먹고 살기로 했다”는 삶인데, 작은 행복을 잡고 살겠다는 뜻이다.  “미래에 대한 전망과 개인적인 몇 가지 전략”이라는 제목으로 제출한 보고서의 일부이며 현재 새로운 삶의 방식을 ‘성공적’으로 시도하고 있는 주요한 사례로 보인다. 길지만 요약을 하기 보다 그의 표현을 그대로 살리기 위해 약간 줄인 형태로 그대로 싣는다. 


“자신의 위치를 객관화시킨다는 것은 너무나 괴로운 일이다. 주제를 파악한다는 것은 잔인한 짓이다....천민화된 이 땅의 자본주의와, 그것을 이미 내면화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는 순간, 그 모순을 견딜 수 없을 지도 모른다. 나의 경우 사실 어떤 성찰이라는 것은 적대심을 키우는 과정이기도 했다. 왜냐하면 그건 일종의 자만심이기도 했고, 모든 것을 고쳐야 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패배감 같은 것이 컸고, 너무 괴로워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원칙이 있다. 성찰한다는 것은 행복해지기 위해서다. 행복해지는 것을 방해하는 것이 있다면 싸우는 것이지, 싸우기 위해, 괴로워하기 위해 비판하는 것은 아니다....

많은 인문사회학자들이 이야기하고 있듯이, 근미래의 노동시장은 상당히 유연화될 것이다. 20:80의 사회에서 평균 임금이 내려갈 것이며 전보다 강요된 여가 (실업)시간이 늘어날 것이다. 근대 초기에 모든 산업에 인간이 동원되는 시스템은 가까운 근미래에는 필요할 때만 동원되는 사회가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시대에 이전과 똑 같은 마인드를 지니고 있다면 상당히 곤란할 것으로 보인다. 불안정한 고용상태를 이전과 비교해 늘 불안해 한다든지, 여전히 사적 생활을 직업과 연결해서만 생각하는 등의 생각이 그것이다. 우선 나는 20이 되고 싶지도 않고 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시계에 맞추며 완전 고용되고 싶지도 않다. 미래가 불안해질 때 나는 “한번 사는 세상인데 의미 있게”라거나 “저 사람들이 정말 부럽냐?”라고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이제 별로 그쪽을 둘러보거나 강박증을 지니지 않고 있다. 나는 내가 인력동원시장에 동원되어 내 인생을 통채로 바쳐야 할 하등의 이유를 보지 못한다. 아주 다른 삶의 방식을 택하는데 망설이지 않을 수 있게된 또 다른 자원이 내게는 있다. 우선 나는 생활비를 낮추는 방법을 알아냈다. 나는 생존을 위해서 그렇게 많은 돈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고, 싸게 하는 법은 이미 나에게 체화 되어 있다. 그리고 나는 결혼할 생각이 없다. 나는 결혼을 통하지 않고도 친밀성을 유지할 자신이 있다. 만약 성적인 문제나 친밀성이 결혼이라는 제도를 통하지 않고는 획득되어질 수 없는 상황이라면 나는 심각하게 고려해 보겠지만, 젊은 시절 결혼의 기회비용은 너무 크다. 나는 그래서 마음에 맞는 사람들을 찾고 모여서 살려고 한다. 이는 생활비 절약에도 도움이 될 것이며, 자체로서 하나의 대안적인 삶의 양식이 되지 않을까 한다. 그리고 다행히 늦은 나이에 이혼을 한 부모 덕분에 나는 가족으로부터 자유롭다. 그러면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가?

나는 현시욕이 좀 있으며, 작은 무대의 소통을 가치 있게 여기면서 표현하며 사는 삶을 살고 싶다. 학부 때 나는 이미 소통을 위한 몇가지 실험들을 시도했었고, 주변 친구들의 높아지는 기대치를 만족시키는 정도로 확대재생산해 왔다. 일례를 예로 들면, 처음에는 형편없는 시였지만 친구들에게 꼭 들려주었고, 친구들은 재미있어 했다. 그러다 보니 일년동안 금방 늘어서 별 것은 아니지만 상까지 받게 되었다.  내가 하고 싶은 것에 몰두해서 그것이 사회적인 의미를 가질 수 있을 가능성만큼 확대재생산을 한 것이다. 단순히 자족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나는 계속 이런 식의 문화적 표현을 하면서 이 사회에서 살아가고 싶다. 나의 현시욕은 굳이 문학일 필요는 없지만 얼마간은 글쓰기로 진행될 것 같다. 나는 글쓰기를 통해 서로를 이어주거나 비판할 수 있는 인물이 되고 싶다. 그래서 내 삶의 모토는 1) 동원되는 삶을 거부하기- 산업의 리듬에 동원되는 기계가 되지 않는다. 2) 작아도 큰 삶을 살기 - 300원짜리 비디오 하나를 보더라고 풍부한 내적 세계를 열어간다.

지금 나는 어느 웹진에서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아무 것이나 써도 좋다는 청탁을 받아서 글을 쓰고 있다. 내 생존비에 육박하는 돈을 벌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다르지만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는 나와 같은 이들을 취재하여 서로에게 용기를 주고 새로운 행복한 삶을 구성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다. 이를 통해 개인적으로 인터뷰 기술도 늘 것이다. 내가 자신 있게 이런 삶의 형태를 선택하게 된 것은 실은 개인적인 기획에서 시작되었다. 어느 선배가 유학을 떠나면서 한 달에 만원씩 이체를 시켜주겠다고 했다. 그 말을 들으면서 착안해서 친구들과 교섭한 결과 나는 열 명 이상의 후원자, 내지 팬을 모았다. 그 만원은 내가 정말 힘들 때 요긴하게 쓸 돈이지만 실은 그보다도 나와 세상을 잇는 하나의 끈이다. 그들이 지금 나를 돕는 데는 이유가 있다. 내가 무진장 못사는 것은 아니고 그렇다고 장래가 확실하게 빛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가능성은 적지만 내가 무언가를 해낸다면 그들은 즐거울 것이다. 서로에게 기능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적인 관계일 수 있는 것이다. 빌어먹는 것도 좀 어떤가? 나는 조만간 그들이 왜 나를 후원하는가에 대해 글을 받고 사이트를 만들거나 한메일에 카페를 만들어서 서로의 생활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또 그 것 자체를 직접 취재하려고 한다. 대안적 생활문화의 한 예로 취재를 하는 것이다. 그래서 후원자를 더 늘리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한시적인 이벤트로 띄워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철주 연세대 사회학과 2000년 졸업반)


철주의 이야기는 글쟁이로 살고 싶어하는 많은 문학지망생의 전형적인 이야기일 수 잇다. 그와 같은 시도를 한 이들은 앞 세대에도 많았을 것이고, 지금도 많은 문학 지망생들이 그런 욕망을 실현하고자 방황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사례는 그런 경우와 좀 다른 데가 있다. 그의 사례가 특별한 것은 그가 이미 과정 속에서 새로운 삶의 형태를 살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잡으려는’ 그의 시도는 대량생산체제를 벗어나 인터넷 세상으로 전환되는 현 시점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 지금 그가 하는 시도는 단순한 문학 지망생의 시도가 아니라 많은 이들에게 큰 공감을 일으키는 측면을 가지고 있다. 그가 하려는 ‘빌어먹는 삶’이 실제로는 빌어먹는 삶이 아니라 아주 이상적인 대안이 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된 사회로 시대가 나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우선 그가 잠시 언급한 것처럼 가족의 해체와 전반적인 청년층의 정서구조의 변화가 그의 실험을 상당히 실현가능한 대안으로 만들어내고 있다. 또한 성장신화의 붕괴로 인한 가치관의 변화가 그의 시도에 힘을 실어주며, 더 나아가 인터넷이라는 매체가 그의 시도를 성공적인 기획으로 만들어낼 가능성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5. 맺음말


1997년 외환 위기 발생 직후부터 지금까지 근 2년에 걸쳐 일어난 사회변화는 엄청난 것이었다. IMF 구제 금융 위기는 단지 경제적 차원의 위기가 아니었던 것이다. IMF는 사회 구성원들의 개인적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면서 눈에 보이지 않게 생활 자체를 구조적으로 바꾸어 낼 것을 요구해 왔고, 성장의 신화 속에 가리워져 왔던 한국 사회의 모순과 허점을 일시에 드러내었다.


자생적 근대화를 이룬 서구사회가 길게 보면, 500년, 짧게 보면 200년 동안 이루어낸 근대화를 50년만에 숨가쁘게 이루어내려고 했던 한국 사회의 압축적 고도 성장이 얼마나 ‘부실 공사’였는지를 위기 상황 자체에서, 그리고 위기 극복과정에서 여실히 드러낸 사건이었던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오래 동안 몸바쳐 일했던 조직에서 퇴출 당했다. 이런 현상을 보면서 한편에서는 ‘골드 칼라’15)들은 전지구적 시장으로 빠져나가기 시작했고, 대규모 조직에서 일하는 이들은 더 이상 ‘머슴’노릇을 하지 않겠다고 직장을 떠나기 시작했다(시사 저널 531호 1999년 12월 30일자, 63쪽). 구조조정의 이름 아래 실행된 신자유주의적 고용 원리의 도입과, 이에 따른 노동 강조와 시간의 증가, 그러면서도 실질적으로는 전혀 효율성을 높이지 못하고 있는 회사의 위기대처 방식에 절망하면서 회사 탈출을 꿈꾸거나 실행하는 이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상황을 미리 꿰뚫어 본 듯 일부 대학생들은 일부러 취업을 기피하면서 갖가지 방식으로 문화자본을 극대화하는 길을 택하고 있다. 다수의 청년들이 실업에 대한 공포감에서 더욱 취업 공부에 몰두하는 다른 한편에서 왜 그렇게도 뒤도 돌아보지 않고 열심히 시키는 대로 살아왔는지를 성찰하기 시작한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현재의 사회와 문화는 자신들에게 불만족스러우며, 그래서 새로운 방식으로 삶을 살아가야 하겠다는 이들이 생겨나고 있으며, 그를 위해서는 가난을 선택하면서 자신들의 삶을 새롭게 설계하는 이들도 생겨나고 있다.


구체적으로 탈출을 기도하는 이들의 특성은 대학교 때 대량생산체제의 문법을 넘어서는 중요한 사회적 경험을 하였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이들은 대학생 중에서도 상당히 높은 학력 자본과 문화 자본을 가진 층이며, 장기적으로 재생산가능한 문화 자본을 축적해가지 않으면 계급이 양극화되는 시대에서 살아남기 힘들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다. 또한 어떤 식으로든 기존 가족의 압력으로부터 벗어나 자신의 삶을 나름대로 만들어갈 ‘자율성’의 여지를 확보한 점도 이들이 새로운 시도를 해갈 수 있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인터넷 등을 통해 이미 전지구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각종의 정보교류와 문화 교류를 해오고 있다는 점, 그리고 실제 해외 여행의 경험은 이들로 하여금 감히 일탈을 꿈꾸고 질적인 변신을 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면 생산성 극대화를 부르짖으며 구조조정이 한창인 신자유주의 시대에 이들 일부 젊은 회사원들과 대학 졸업생들 사이에 일고 있는 이런 움직임에서 우리는 어떤 새로운 시대를 보고 있는가? 지금의 대학생들과 대졸 신입 사원들은 본격적인 후기 소비 자본주의적 주체로 성장한 ‘신세대’이다. 대중소비 사회 속에서 워크맨과 호출기를 사용하며 사적인 공간을 확보했고, 자신이 원하는 클럽 문화를 가지고자 한 세대였다. 그 중에는 해외 여행도 무리 없이 다녀올 수 있었던 이들이 적지 않다. 자기가 중심인 개인주의가 이론으로만이 아니라 이들 생활 속에서 실질적으로 뿌리내리고 있었다. 이들은 부모세대처럼 ‘국난 극복’의 사태가 오면 자발적으로 ‘전시 동원 체제’에 돌입하는 부모세대가 낯설다. 이들은 기존의 대량생산체제가 만들어낸 권위주의와 쥐어짜는 조직을 ‘끔찍하다.’고 느끼고 있다. 감수성이 도저히 적응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들은 다품종 소량생산체제, 전지구적 시대에 필요한 자질은 기존 체제에 머물면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님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더욱 체제로부터 도피하고자 한다.


실제로 IMF 이후 한국 사회의 과제는 지금까지 한국 사회를 이끌어온 비민주적이고 권위적이며 독점적인 재벌과 같은 위계 체제를 어떻게 해체하고 세계화 시대에 보다 유연하게 적응할 것인가라는 점에 모아졌다. 급격한 경제 성장을 이룩한 대량생산체제에서는 짧은 기간 안에 ‘대량으로 동원’될 수 있는 단일한 국민적 주체를 형성하는 것이 매우 중요했지만, 후기 근대에 접어들어 다품종 소량생산과 고부가가치 상품 생산을 생산해내어야 할 즈음에는 창조적이고 유연한 주체 형성이 더 필요하다. 자본이 전지구적으로 자유롭게 떠다니게 되고, 소비 자본주의가 본격화되는 상황은 ‘국민’으로서의 정체성을 약화시키며, 대신 기존의 변경을 넘나들 수 있는 유연한 다중적 정체성을 형성할 것을 요구한다. 기존의 획일적이고 경직된 ‘민족적 주체’가 더 이상 순기능을 할 시대는 지난 것이다. ‘고정된 정체성’의 해체가 시급하고, 기존의 회사체제나 학교체제에서의 학습을 넘어서서 아주 새로운 자질을 갖추기 위한 조건을 만들어내는 일이 오히려 시급해 졌다 (조한 혜정, 1998). IMF라는 사건을 통해 더욱 선명하게 ‘고실업, 저성장’ 시대가 도래함을 인지한 젊은 세대는 드러내놓고 동원식 대량생산 시대를 거부하며 새 패러다임 속으로 들어가고자 하는 것이다.


이들은 기대수준을 낮추면 어렵지 않게 취직을 할 수 있지만 그것으로 후기 근대적 위험사회에서 ‘생존’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있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기존 체제와 거리를 둔다. 대신 개인적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노력, 곧 자신의 ‘장기적 생존’을 위해 노력한다. 그래서 취업 공부에 몰두하기 보다 비슷한 ‘선수’들과 함께 돈 안 되고 일 같지 않은 일을 하면서 새로운 경험을 하고자 한다. 그래서 창업을 하기도 하고, 유학을 가거나 시민활동에 참여하면서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한 개발하는 식으로 삶의 스타일을 바꾸어내는 시도를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기획력과 창의력, 벽 없는 조직을 만들어낼 수 있는 유연성과 글러벌 스탠더드에 맞출 수 있는 새로운 개념과 자질을 기르는 데 몰두하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콘베이어벨트 속에서 머물어 있는 상황에서 자신의 경험을 가치 있는 정보로 가공하고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는 실험을 할 시간적 공간적 여유를 갖기는 어렵다.  지금 탈출을 꾀하는 이들의 탐색은 절박한 것이며, 그래서 그들의 모색은 ‘무조건 외부로 탈출’을 꾀하거나, 거부의 수준에 머물고 있었다. 최근 들어서서 NGO 대회를 개최하고 ‘신지식인’을 양산한다면서 시민사회의 삶의 질에 대해, 그리고 실사구시에 대해 많은 말들이 오가고 있지만, 주류문화는 여전히 새로운 공동체적 삶을 모색하는 실험 자체를 불온시 하고 있다. 외국에 나가는 것 자체를 불온시하는 편협한 민족주의적 감정도 여전히 강하게 일상적 삶을 지배하고 있다. 전지구적 시대에 적극적으로 외부와 내부를 넘나드는 것이 정상적이라고 보는 시각이 아직 형성되고 있지 않은 것이고, 그래서 더욱 탈출을 꾀하는 자신들도 개별적으로 때론 죄의식마저 느끼면서 제각각 자구책을 구하는 상황이다. 그래서 전원적인 서양 나라로 이민을 꿈꾸는 경우에서처럼 부르죠아적이고 개인적 탈출의 형태에 머물고 있다는 것이다. 개인들의 탈출시도가 어떤 식의 커뮤니티든 커뮤니티와 소통되는 통로를 가져야 사회적 대안으로 이어질 수 있는데, 대부분이 사적으로 동원가능한 자원을 바탕으로 극히 개별적인 시도를 하고 있으며, 그래서 이들의 움직임은 현재까지는 매우  개별화되고 단절된 형태로 남아 있다.


연구의 마지막 부분에서 인용한 이 철주의 경우는 나름대로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고 있는 경우이다. 전시동원식 대량생산 체제를 거부하고 그 바깥에 삶의 둥지를 틀고 싶어하는 그는 바로 한국사회가 시급히 만들어가야 할 패러다임 전환의 주요 내용을 담고 있다. 그가 꿈꾸는 대량 생산체제 바깥 공간은 그가 시도하고 있는 다양한 실험과 사회적 경험으로부터 생산되는 어떤 새로운 공간이다. 구체적으로 철주와 같은 청년들이 내보이는 낙후된 학습체제와 회사체제에 대한 거부와 새로운 비공식적 학습에 대한 ‘집착’은 위기에 처한 사회의 재활력화를 위해 필수적인 에너지원이다.


한국사회가 이루어내야 할 위기 극복은 위기를 제대로 인식하고 새로움을 창출해낼 ‘여력’이 있는 청년들의 치열한 사회적 경험을 중시하고 살려낼 수 있을 때 가능할 것이다.  이들이 해온 비공식적 사회 경험들을 체제 안으로 흡수하면서 대량생산체제에 맞게 짜여진 사회구조를 빠른 시일 안에 근본적으로 바꾸어낼 수 있어야 한다. 새로운 직업 공간과 삶의 스타일을 창출하려는 청년들의 불안한 탐색전을 국가에서건 기업에서건, 시민적 공공 영역에서건 적극적으로 지원을 해야 할 것이다. 현재 정부나 기업에서 이러한 움직임에 무관심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들의 움직임을 단순히 ‘성공한 벤처기업’ 정도로 생각하고 흡수해버리려는 경향은 문제가 되고 있다. 씨앗을 심지 않고 열매만 거두려 한다거나 씨앗을 심고 물을 주지 않는 꼴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들이 암중모색하면서 얻은 사회 문화적 경험을 공유 가능한 문화 자본으로 가공하고 그 경험과 비전이 현실화될 수 있는 사회적 공간을 마련할 때, 우리 사회의 총체적 난관을 극복해갈 방안이 찾아질 가능성이 높다.


새로움은 아주 작은 유기체적 실험에서부터 시작한다. 지금 한국사회에서 일고 있는 청년들의 자구 움직임은 사실상 미미하기 짝이 없다. 그러나 그 작은 움직임이 지닌 역동성이 시대가 요구하는 체제전환을 이루어낼 씨앗이라는 것을 인식한다면, 이제 ‘체제탈출’을 꾀하는 이들의 움직임을 공론화 할 때가 되었다. 그들은 중도 하차한 존재들 drop out 이 아니라 대량생산 체제 바깥에서 새로운 지형을 만들어가고 있는 프론티어들인 것이다. 지금 체제가 몸에 맞지 않는 사람들이 지금 몸으로 저항하며 자신들이 원하는 삶의 방식을 모색하고 있다. 이 사회의 재활력화는 바로 이들이 하고 있는 라이프 스타일 바꾸기 실험 속에서 찾아질 수 있다.  IMF 위기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아질 때 비로소 극복된다. 그것이 바로 새로운 생산을 위한 인프라를 만들어내는 방법이므로....


1/26/2000 


<참고 문헌>

고세훈, 1999, 『영국노동당사』, 나남출판.

권터 오거, 1999, 주형재 역, 『실패 경영인 퇴진론』, 고원.

김장호, 1999a, 『한국노동경제론 1』, 한길사.

______, 1999b, 『한국노동경제론 2』, 한길사.

김현미, 1999, “고실업시대 한국 여대생들의 새로운 ‘일’ 찾기”, 『누가 왜 여성을 선호하      는가?』연세대 여성연구소 여학생 포럼 자료집,  24 - 33쪽.

더그 헨우드, 1999, 이주명 역, 『월스트리트 누구를 위해 어떻게 움직이나』, 사계절.

알베르 자카르, 1999, 이영자 역, 『나는 고발한다 경제 지상주의를』, 다섯수레.

오해진, 1999, 『기업 문화를 바꿔야 지식 경영이 산다』, 21세기 북스.

이해준, 1999, 『자본의 시대에서 인간의 시대로』, 한울.

조순경, 1998, “왜 아직도 가족 임금 이데올로기인가?” 󰡔IMF 시대의 한국사회󰡕 ‘98년

연세대 대학원 봄 정기 학술제 자료집, 51-63쪽.

조지 소로스, 1998, 형선호 역, 『세계 자본주의의 위기』, 김영사.

조(한) 혜정 1998, “불균형 발전속의 주체 형성” 󰡔성찰적 근대성과 페미니즘󰡕 도서출판

 또하나의 문화, 303-342 쪽.

참여연대 참여사회연구소 경제분과, 1999, 『한국 5대 재벌 백서』, 나남출판.

최영기‧이장원 편저, 1998, 『구조조정기의 국가와 노동』, 나무와 숲.

한스 피터 마르틴 외, 1997, 강수돌 역, 『세계화의 덫』, 영림카디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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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국민운동본부] 한미 FTA 관련 자료 총정리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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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에서 지금까지 제출된 한미 FTA 관련 주요 자료를 정리해 링크를 걸은 자료입니다(일부 제외). 클릭하신 뒤 바로 내려받으시면 됩니다.


한미 FTA 관련 자료 바로 가기


1. 일반 자료집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 『한미 FTA 저지를 위한 국민교양 자료집』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 『국민교양자료집』PDF 파일
전국민중연대, 『한미 FTA 교양자료집』
민주노동당, 『한미 FTA의 문제점』
민주노동당, 『한미FTA 한국측 협정문 초안 분석 및 협상 전략에 대한 비판』
민주노총, 『새로운 한미관계 구축을 위한 미국의 전략』
한국노총, 『한미 FTA 교양 자료집』
전국농민회총연맹, 『한미 FTA 교육자료』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한미 자유무역협정, 국민을 속이는 협정』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한미 FTA가 농업계에 미치는 영향과 대응방안』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미국의 농업 분야 4대 주요 협상 의제』
빈곤사회연대, 『빈곤을 심화하는 한미 FTA 대응 어떻게 할 것인가?』
서울노동광장, 소책자 『노동자가 알아야 할 한미 FTA 10문10답』
스크린쿼터사수 한미 FTA저지 범대위 주최 <한미 FTA와 한국사회> 토론회 자료집(2006.6.21)
참여사회연구소주관 한미 FTA 시민사회단체 토론회 자료집, 『한미 FTA, 왜 문제이며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노동자의 힘, 『한미 FTA 신화와 진실』


2. 각 부문․분야별 자료집
▲노동
민주노총, 『한미FTA가 노동자에게 미치는 영향』 보고서
금속연맹-화섬연맹, 『한미 FTA가 제조업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
민주노총 한미FTA 공청회 자료집 『한미 FTA와 노동자』(2006.6.30)
민주노총, 한국노총, 미국노총-산별회의(AFL-CIO), 미국 승리혁신연맹 공동 주최 국제워크숍 『한미FTA에 맞선 양국 노동조합의 대응 전략 자료집』(2006.7.10)

▲농민
전농, 한미FTA저지 해설단 자료집,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되면 민족은 망한다』
한미 FTA저지 교수학술공대위, 2차 정책포럼 자료집 『한미 FTA에 숨어있는 괴물-초국적 농식품복합체』(2006.4.27)

▲빈민
빈곤사회연대, 『빈곤을 심화하는 한미 FTA 대응 어떻게 할 것인가?』

▲여성
정지영, 「한미 FTA는 여성에게도 커다란 문제다!」, 사회진보연대 여성위원회 소식지 『여성, 삶, 노동』(2006.6)

▲교육
범국민교육연대, 2006 상반기 지역순회 토론회 자료집

▲지적재산권
지적재산권 공대위, 한미FTA 지적재산권 분야에 대한 의견서

▲공공서비스
공공서비스공대위, 『노동자와 수급자가 바라본 한미 FTA와 사회공공성』, 공공서비스 공대위 토론회 자료집 (2006.4.25)

▲환경
한미 FTA저지 교수학술공대위, 3차 정책포럼 자료집 『한미FTA와 환경』(2006.5.4)
한국환경회의 주최, 한미FTA환경대책위원회 주관, 『‘한미FTA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 쟁점정리를 위한 환경활동가 워크샵』(2006.7.14)

▲시청각․미디어
시청각․미디어 공대위 주최 토론회 <한미FTA를 바라보는 미디어, 평가와 문제점 그리고 실천방안 모색> 자료집


3. 주요 논문
권영근, 「미국의 경제적 지배전략과 WTO-FTA」, 한미 FTA저지 교수학술공대위, 2차 정책포럼 자료집 『한미 FTA에 숨어있는 괴물-초국적 농식품복합체』(2006.4.27)
권영근, 「한ㆍUSA FTA와 농업협상」, KDI 주최 한미 FTA 공청회 <한미 FTA가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 자료집(2006.6.21)
류미경, 「대안세계화 운동과 한미 FTA 반대 투쟁」, 『월간 사회운동』 65호(2006.6)
배성인, 「한미 FTA와 한미군사동맹」, 스크린쿼터사수 한미 FTA저지 범대위 주최   토론회 자료집 <한미 FTA와 한국사회>(2006.3.17)
심광현, 「한미 FTA와 한미동맹 재편 음모 저지 투쟁의 방향과 과제」, 스크린쿼터사수 한미 FTA저지 범대위 주최   토론회 자료집 <한미 FTA와 한국사회>(2006.3.17)
윤병선, 「한미FTA에 숨어있는 괴물 - 초국적 농식품복합체」, 한미 FTA저지 교수학술공대위, 2차 정책포럼 자료집 『한미 FTA에 숨어있는 괴물-초국적 농식품복합체』(2006.4.27)
윤소영, 「한미 FTA 비판」
이해영, 「한미 FTA에 대한 비판적 고찰」, 스크린쿼터사수 한미 FTA저지 범대위 주최   토론회 자료집 <한미 FTA와 한국사회>(2006.3.17)
이해영, 「한미FTA 문제점과 1차 본협상 평가」, KDI 주최 한미 FTA 공청회 <한미 FTA가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 자료집(2006.6.21)
정지영, 「한미 FTA가 던지는 진정한 쟁점」, 『월간 사회운동』 65호(2006.6)
리처드 르원틴, 「자본주의적 농업의 성숙: 프롤레타리아로서의 농민」,  『월간 사회운동』 55호(2005.6)
김세균, 「총론」, 『한미FTA 대국민보고서』
이해영, 「한미FTA와 투자」, 『한미FTA 대국민보고서』
최형익, 「한미FTA와 한국 정치」, 『한미FTA 대국민보고서』
배성인, 「한미FTA와 전략적 유연성」, 『한미FTA 대국민보고서』


4. 협상 진행 과정 분석 자료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 「1차 협상 결과 분석 및 입장글」
범국본, 「2차 협상 평가」(2006.7.17)


5. 기타
<단행본>
프레드 맥도프 외, 『이윤에 굶주린 자들』, 울력, 2006
이해영, 『낯선 식민지, 한미 FTA』, 메이데이, 2006
한미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한미 FTA 국민보고서』, 그린비, 2006
사회진보연대 외,『이미 실패한 미래 한미 FTA』, 도서출판사회운동, 2006

<계간․월간지>
한국농어촌사회연구소, 『농민과 사회』 40호 중 특집 “한미 FTA 무엇이 문제인가?”
        권영근, 「미국의 경제적 지배전략과 WTO-FTA」
        이해영, 「한미 FTA에 대한 비판적 고찰」
        윤병선, 「한미 FTA에 숨어있는 괴물 -초국적 농식품복합체」
        장화식, 「한미 FTA와 금융부분, 그리고 농촌의 영향」
        임준, 「한미 FTA와 의료서비스 개방」
        이철호, 「한미 FTA와 한국교육의 파탄」
        심광현, 「한미 FTA가 초래할 문화 생태적 재난」
        오병일, 「한미 FTA에서의 지적재산권 쟁점」
        임지애, 「한미 FTA와 환경문제」
진보평론, 『진보평론』 23호 중 특집 “신자유주의와 FTA”
        이해영, 「신자유주의와 FTA」
        최영재, 「자유무역협정(FTA)과 문화협약」
        이영수, 「WTO체제 아래 한국농업의 대안은 없다」
        장화식, 「투자협정과 금융부분의 문제점」
        나상윤, 「시장개방이 국가기간산업에 미치는 영향」
        최문경, 「FTA와 교육개방의 관계」
        김봉길, 「FTA, 자동차산업 노동자들에 대한 학살」
        양희진, 「자유무역협정과 지적재산권 강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문돈, 「FTA의 분쟁해결기제」
        변정필 번역,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10년의 기록」

<인터넷 언론 기사>
민중언론 참세상 한미 FTA 특별 페이지
프레시안 ‘한미 FTA 뜯어보기’ 페이지

[민주노동당] 한미FTA의 문제점 mp3자료 

[민주노동당]한미FTA의문제점.mp3(3.12 MB) 

민주노동당한미FTA의문제점(2).alz(9.00 MB)

민주노동당한미FTA의문제점(2).a00(9.00 MB)

민주노동당한미FTA의문제점(2).a01(9.00 MB) 

민주노동당한미FTA의문제점(2).a02(7.29 MB) 


FTA, 그것을 알려주마~!


[F키라뉴스 8] FTA, 그것을 알려주마~!

mms://move.cast.or.kr/mcapub/ftakillernews/ko0730_2.mp3 (주소창에 붙여보셈^^)
다운로드: http://lmczine.net/ftakillernews/ko0730_2.mp3(오른쪽 클릭-다른이름으로 대상저장)


[F키라뉴스 7] 미국의 세계전략에 맞서!

mms://move.cast.or.kr/mcapub/ftakillernews/ko0722_1.mp3 
다운로드: http://lmczine.net/ftakillernews/ko0722_1.mp3(오른쪽 클릭-다른이름으로 대상저장)



F-키라 뉴스, [싸움은 이제 시작!]

mms://move.cast.or.kr/mcapub/ftakillernews/ko0714_1.mp3 
다운로드: http://lmczine.net/ftakillernews/ko0714_1.mp3(오른쪽 클릭-다른이름으로 대상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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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산 2006-10-10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마감일은 마감일이네요.
원고 다 쓰셨나요? 전 오후에 시작 예정..... ㅡㅡa
퍼갑니다.

여울 2006-10-10 1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 요...제목도 정하지 못했네요. 쯧...

키노 2006-10-11 0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정보 감솨^^
 

나르시즘

쪽빛 하늘 한 가장자리가 울어 빛에 비친다.  사람들 뒤란, 빛이 울어 비추인다.  눈동자에도 되비추는 빛은 일렁인다. . 무수한 거울 속에 갇힌 나,  가속의 시간이 점점 좁혀지는 공간.  굴절되고 모인 반사광은 끊임없는 나로 함몰.  침몰하는 자아의 복제.  끊임없는 자맥질.  그곳으로 자살.  자살하고 있는 시대의 우울. 시대를 감싸고 있는 거울집같은 쪽빛하늘.

 

몰지각

오늘도 일용했다. 중독된 몸을 추스리러 오늘도 복용했다. 속이 편하다. 이렇게 중독되다보면 파렴치가 필요하다. 파렴치.

 

벙어리

한노인은 겨우 40년 걸려 350미터짜리 한강그림을 완성했다.  이 사회는 똑똑한 졸업장만 찍어낸다. 뭘하고싶은지, 뭘하고 노는지 아무도 물어보지 않는다. 

 

자본의 풀장

사람밖에 사람이 없다. 나만 있을 뿐. 나만 있을 뿐. 관계엔 남이 없다. 사람의 합은 사람이 아니다. 잔인한 관계만 남는다. 자본의 풀장엔 언제나 외로운 나만 있을 뿐이다.

 

일 상

끊임없는 , 만족을 모르는 허기.  만들어진 과잉욕구. 끊임없이 채워넣는다.  그 쳇바퀴란 무한궤도의 순환. 다른 세상은 없다. 조작된 욕망과 기계적으로 채우는 반복된 동작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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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 - 060905 어제 **장과 자원활동 진행관련하여 방식에 대한 논쟁이 있었다. 공식적인 자리에서 진행방식이 다르다고 해서 공개적인 지적과 방향을 했는데, 아무래도 한 결과에 대해 자신을 잘못한 것이 없고,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고 한다.  사람과 친해지는 스타일이야 상관없겠지만, 독선과 숨막힐 듯한 합리화 과정이 지나친 듯하다.

사적관계-공적관계, 주변과 관계... 뭐를 하자는 것인지 의구심마저 든다. 머리와 실무만 박혀있는 것은 아닌가?  여유라곤 눈꼽만큼도 없고, 그 관계가 참* 공간에서 어떤 영향을 미치는데에 대한 배려가 없다. 다 무용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지적하고 달라고 하는 사적관계만이 남아, 그것이 합리화의 근거로 작용하는 것은 아닐까?

상황을 연계하고, 활동 반경을 지나치게 합리화하는 측면이 강한 것 같다.  그 짜증으로 내내 시달린다. 일*일만으로도 벅찬데, 잔인한 것인지? 잘못한 점이 있음에도 강변하는 모습들에 숨이 막힌다. 사람관계를 일로 질식시킬 듯한 태도. 그래서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얻어서 뭘 하겠다는 것일까? 강변과 합리화-나름의 처방으로 순환되는 **장의 일상틀이 무척이나 부담된다.

아*** - 060904 세미나, 뒤풀이에*신대표가 사무국장께 운영에 관한 문제, 실무 등 전반적인 상황에 대해 지적, 설득하였다고 한다.

일들이 매끄러운 맛보다 부담. 어기적거리는 느낌이다. 활동들이 이러해서 무슨 맛으로 지탱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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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해콩님의 "'노동인권'교육..."

기본권에 대한 교육은 정말 중요한 것 같습니다. 연륜을 떠나 우리에게 선생님으로서 배우는 학생으로서, 교수로서 학생으로서 하여야 할 것, 말아야 할 것, 주장해야 할 것, 같이 풀어가야 할 것 등 관계에 대한 교육은 전무한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법정교육처럼 의무적으로 인권에 대한 교육은 이뤄져야 할 것 같아요. 기술-지식 중심의 교육은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관계중심의 교육의 복원으로 탈정치화에 대한 무관심을 제도적으로 회복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시간만 때우는 예비군 교육, 형식적인 교육이 아니라 서로를 돌아볼 수 있는 교육들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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