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후반 프랑스를 강타한 드레퓌스 사건(Dreyfus Affair)과 이의 영향으로 싹트게 된 시오니즘(Zionism). 헤르츨의 「유대국가」는 박해받는 이민족인 유대민족이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땅으로 돌아가 ‘저 하늘의 별처럼‘ 번성했을 때 만들고자 하는 이상 사회를 그린다. 그렇지만, 1948년에 수립된 이스라엘이 헤르츨의 이상과는 다르게 그들을 박해하던 탄압자의 모습으로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대하는 현실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유대인들은 자신들의 국가를 갖게 될 것이다. 우리는 결국 자유로운 사람들로서 우리 자신의 터전에서 살아야 하며 우리 자신의 고향에서 평화롭게 죽어야 한다. 세계는 우리의 자유를 통해 자유롭게 되고, 우리의 부를 통해 부유해지며, 우리의 위대함을 통해 위대해질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거기서 오직 우리 자신의 번영을  위해  시도하는 모든 것은 강력하고도 행복하게  하는  방식으로 모든 인간의 복지를 위해 작용할 것이다. - P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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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1-05-20 00: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요 며칠 사이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폭격으로 또 맘이 무겁네요.

겨울호랑이 2021-05-20 05:20   좋아요 0 | URL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대립이라고 하지만, 이스라엘의 일방적인 공격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아요... 국제정치의 냉정함을 느끼게 됩니다...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 20 - 헌법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 20
하인츠 몬하우프트.디터 그림 지음, 오토 브루너 외 엮음, 송석윤 옮김, 한림대학교 한림과 / 푸른역사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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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기체적 국가관은 국가 조직을 바로 인체와 비교하여 그 용어를 획득한다. 그러나 상태라는 요소는 'status' 개념과도 상응하는 점이 있다. 그 점에서 '헌법 Konstitution, Verfassung' 개념이 '국가 Staat' 개념 발생과 맺는, 근대에까지 이르는 밀접한 연관성을 볼 수 있다.(p14)... 법학적 헌법 개념은 실정법적 규범 질서에 맞추어져 있고, 이 규범 질서는 국가와 관련이 있다. 오늘날 전반적으로 볼 때 "국가와 국가 헌법은 본질적으로 상호 의존"하는 보완적 개념이다. 법학외적인 헌법 개념은 정당한 지배의 초실정법적 질서나 사회에서의 사실적 권력 관계와 연결되는데, 이때 법학 외적 헌법 개념이 갖는 법학적 헌법에 대한 관계가 오늘날 헌법학이 궁구하는 중심적 문제이다._라인하르트 코젤렉,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 20 : 헌법>, P15


 라인하르트 코젤렉(Reinhart Koselleck, 1923 ~ 2006)의 개념사 사전 20번째 주제는 헌법(Verfassung)이다. 개념사 사전은 역사 속에서 Verfassung의 의미가 고대 그리스어  'Politeia'에 해당하는 군주정, 귀족정, 민주정 등 정체(政體)에서 바람직한 '정치 질서'의 의미로 확장되어 사용된 과정이었음을 보여준다. 이와 함께, 이상적인 '질서'의 현실적 구현으로 법률 체계인 '헌법'이 나타나면서 이론과 현실 사이에 나타난 괴리도 드러난다. 이 과정에서 '적법한 질서'는 의학 용어로 표현되면서, 일종의 구조(構造)로 이해되었고, 이는 법률의 유기체적 구조 형성에 이바지하게 된다.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이다.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많은 열매를 맺는다. 너희는 나 없이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요한 15:5) 


 'Politeia'개념은 처음에는 시민의 권리라는 의미에서 폴리스에 대한 각 개인의 참여를 표현하였다.. 그 다음 국가 속에서 구체화되는 시민의 총체와 공동체, 그리고 더 나아가 국가 내 시민들이 살아기는 질서와 지배권 행사의 형태를 표현했다. 또한 이 개념은 "시민권"과 "바람직한 민주정"이라는 뜻을 넘어 "적법한 질서" 그 자체라는 의미에서 규범적 요소를 획득하였다._라인하르트 코젤렉,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 20 : 헌법>, P19


 발레리올라가 의학적 constitutio 개념을 내용적으로 발전시켰고 이러한 개념이 국가 질서를 표현하는 데 유용한 많은 의미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 개념을 국가 공동체로 적용한 것은 발견되지 않는다. 리올란 Riolan도 역시 1611년 인체라는 신의 창조물에서 구조적인 요소를 정형화하였다._라인하르트 코젤렉,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 20 : 헌법>, P42 


 근대 초기에 '정치적 질서'는 다시 '국가의 상태'를 설명하는 용어로 확장되면서, 'Verfassung'는 구체적인 실정법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다만, 실정법으로 나타난 'Verfassung'은 관념적인 '적법한 질서'로서의 'Verfassung'과 차이를 보이게 된다.  근대 유럽의 정치사에서 아리스토텔레스가 분류한 군주정, 귀족정, 민주정 등 여러 정체(政體)가 특별하게 우위를 점하지 못한 상황에서 이들을 모두 받아들이면서, 동시에 이상적인 질서를 설명하려는 노력은 '실질적 의미'와 '형식적 의미'의 분화로 이어지게 된다.


 'Verfassung'은 처음에는 국가의 정치적 상태를 포괄적으로 표현한 경험적 개념이었지만, 점차 비非법적인 구성 요소들을 배제하여 법적으로 새겨진 국가의 상태로 집약되어갔다. 'Verfassung'은 근대 입헌주의로의 이행 이후 마침내 국가 통치권의 조직과 행사를 규율하는 실정법과 합치됨으로써 서술적인 개념으로부터 규범적인 개념이 되어갔다._라인하르트 코젤렉,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 20 : 헌법>, P102


 로텍은 대상의 관점에서 정의한 헌법 개념 - "최고 국가 권력을 행사하는 사람이나 기관에 대한 규율과 최고 국가 권력을 행사하는 형식과 방식에 대한 규율" - 에 "기본법상 규정된 모든 것을 포괄하는" 두 번째 헌법 개념을 부가한다. "후자의 개념이 더욱 일상적이며 실용적 수요에 더욱 상응하게 보이는 반면, 실질적인", 즉 정부 형태와 무관한 "규정을 배제하는 전자의 개념은 학문적으로는 더 순수하게 보인다." 실질적 의미와 형식적 의미에서의 '헌법'을 이렇게 구분함으로써 많은 오랜 논쟁이 해소된다._라인하르트 코젤렉,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 20 : 헌법>, P150


  이처럼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 20 : 헌법>에서는 '헌법 verfassung'이라는 용어가 '정치 체제'를 의미하던 본래의 의미에서 '정치 질서'로의 의미 확장을 통해 '국가 공동체의 규범 구조'가 되었음을 확인한다. 그리고, 이러한 구조가 현실적인 법으로 구현되었을 때 발생하는 '실질'과 '형식'의 차이를 설명하려는 노력이 의미 분화로 이어졌음도 알게 된다. 동시에, 이러한 의미 분화가 이들이 서로간에 미치는 영향력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카를 슈미트(Carl Schmitt, 1888~1985) 이론 속에서 화인할 수 있다.


 (슈미트에게) "헌법 Verfassung과 실정 헌법 Verfassungsgesetz은 여기서 동일한 것으로 다루어진다." 슈미트 자신이 이러한 연결을 한 것은 아니지만, 실정적 헌법 개념은 절대적 헌법 개념의 하위 항목에 속하는 한편 실정 헌법은 상대적 헌법 개념에 속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그러나 이 둘은 서로 무관하게 병존하는 것은 아니다. "실정 헌법"은 오히려 "헌법을 근거로 비로소" 유효하며 "헌법을 전제로 한다." 그렇기 때문에 "헌법의 본질은 법률이나 규범이 아니라", 정치적 통일체의 유형과 형태에 대한 전체적 결단이다._라인하르트 코젤렉,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 20 : 헌법>, P166


 법적 헌법은 시민적 사회 모델의 관철과 정착을 위한 수단으로 생겨났다. 이 모델은 사회의 자기 조정 능력에서 유래되었고 국가는 단지 개인적 자유와 사회적 자율을 보장하는 수단으로서만 필요한 것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헌법이 지니는 구조적 문제는 국가를 보장 기능에 국한하고 국가의 활동을 부르주아 사회의 이해관계에 구속시키는 것이었다. 그러나 자기 조정 능력이라는 전제가 옳지 않은 것으로 판명된 이후, 다시 국가가 정의로운 사회 질서를 적극적으로 형성할 것이 요구되었다. 이를 통해 국가의 임무가 다시 실질화된다._라인하르트 코젤렉,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 20 : 헌법>, P175


 개인적으로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 20 : 헌법>의 역사 속에서 이론과 현실이 다를지라도 이들이 무관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는 개념어 안에 담긴 의미, 의미 안에 담긴 시대 정신, 시대 정신에 실린 희망과 바람이 조금씩이라도 그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까. 비록 그 움직임이 혁명(革命)은 아니더라도, 빅 히스토리(Big History) 관점에서는 의미있는 움직임이 이루어지고, 그 움직임을 진보(進步)라 부르는 것은 아닐런지 생각해본다... 

(프리스 Fries에 의하면) 국가의 목적은 그 구성원의 자유로운 선택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불가피한 법률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다. 결코 자유로운 선택을 통해 구성원이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국가의 구성원들과 함께 살고자 하는 즉시 불가피한 법률을 통해 구성원이 된다. 따라서 여기에서 공동체의 목적을 규정하고 이에 가입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결합 계약이 아니라 법률의 명령이다. - P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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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젤렉의 개념사 사전 20 - 헌법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 20
하인츠 몬하우프트.디터 그림 지음, 오토 브루너 외 엮음, 송석윤 옮김, 한림대학교 한림과 / 푸른역사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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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이 다른 법들과 구분되는 지점은 무엇일까. 사회계약에 기초해서 본다면, 민법은 '소유'관계를 기본으로 분쟁 시 우선 순위를 지정한 법으로 볼 수 있을 것이며, 형사법(행정법)은 '공익'에 근거하여 최소한의 기준을 제시한 것으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이들 법이 모두 '국가'라는 공동체를 가정한다면, 헌법은 '국가'라는 실체를 규정한다는 점에서 차이를 갖는다. 수많은 법령들이 여러 개의 수학 공식이라면, 헌법은 '1+1=2'과 같은 공리(axiom)에 해당할 것이다.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 20 : 헌법>에서는 역사 속에서 헌법의 전개 과정과 함께 이념으로서의 헌법과 실정법으로서의 헌법의 다른 모습이 서술된다...

'행정'은 오늘날보다 더 포괄적으로, 자신의 목적을 추구하는 국가의 모든 작용을 의미한다. 여기에서 헌법과 행정법 사이의 차별화가 생겨난다. "헌법은 국민(피통치자)에 대한 관계에서 주권자(통치자)에게 귀속되는 권리와 기속력의 총체이다. 행정법은 통치자가 그에게 귀속하는 권리와 기속력을 피통치자에 대하여 행사함에 있어 따라야 할 그러한 법 규범의 총체이다."_라인하르트 코젤렉,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 20 : 헌법>, P149

로텍은 대상의 관점에서 정의한 헌법 개념 - "최고 국가 권력을 행사하는 사람이나 기관에 대한 규율과 최고 국가 권력을 행사하는 형식과 방식에 대한 규율" - 에 "기본법상 규정된 모든 것을 포괄하는" 두 번째 헌법 개념을 부가한다. "후자의 개념이 더욱 일상적이며 실용적 수요에 더욱 상응하게 보이는 반면, 실질적인", 즉 정부 형태와 무관한 "규정을 배제하는 전자의 개념은 학문적으로는 더 순수하게 보인다." 실질적 의미와 형식적 의미에서의 '헌법'을 이렇게 구분함으로써 많은 오랜 논쟁이 해소된다._라인하르트 코젤렉,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 20 : 헌법>, P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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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릇 가혹한 것은 잘 살피는 것이고, 각박한 것 역시 잘 아는 것이며, 가볍게 행동하는 것은 덕스러운 것이고, 무겁게 처리하는 것은 위엄이라고 하는데, 이 네 가지가 혹여 일어나면 아랫사람은 원망하는 마음을 품게 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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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젤렉의 개념사 사전 19 - 법과 정의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 19
프리츠 로스 외 지음, 오토 브루너 외 엮음, 엄현아 옮김, 한림대학교 한림과학원 기획 / 푸른역사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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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의에 대한 법의 의존성과 관련되는 다양한 견해들은 법의 이해와 적용에 핵심적인 두 분야, 즉 법원론 法源論 Rechtsquellenlehre과 법 적용론 Rechtsanwendungslehre에 영향을 남겼다. 1)번 관점에서 볼 때 독립적 자연법은 구체적인(실증적인) 규정에서 직접적인 법원(法源, Rechtsquelle)이 된다. 이에 반하는 실정법은 무효이며, 더욱이 실정법의 흠결은 자연법으로 메울 수 있다. 따라서 실증적 규정을 해석하거나 적용할 때에는 자연법 원칙이 우선이다. 두 번째로 언급되는 법실증주의적 입장에서는 자연법을 법원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법을 적용하는 데에 초실증적인 원칙은 본래 중요하지 않는데, 다만 모든 법에는 해석이 필요하고 정의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법을 적용할 때 주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을 부인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_라인하르트 코젤렉,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 19 : 법과 정의>, P14


 라인하르트 코젤렉(Reinhart Koselleck, 1923 ~ 2006)의 개념사 사전 19번째 주제는 법과 정의(Recht, Gerechtigkeit)다. 본문에서는 고대 그리스 이래 '정의'라는 이상을 구현하기 위한 현실적인 방법으로 '법' - 특히, 실정법 - 의 변천이 다루어진다. 거칠게 요약해서 '정의 正義'는 보다 높은 단계의 '이상 理想'이라면, '법 法'은 사회를 규정하는 강제력으로 표현될 수 있겠다. 시대에 따라 변화하는 현실 속에서 법에 대한 인식이 바뀌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이 안에 담기는 내용인 '정의'에 대한 인식도 시대에 따라 달라졌는데, 이 부분이 개인적으로 눈에 띈다. 특히, 사회주의 이론의 등장 이후 '정의'에 '(경제적인) 평등'의 내용이 추가되면서 근대 이후 '정의'에 대한 큰 개념 변화가 일어났다.


 아리스토텔레스 Aristotels는 '정의'를 미덕이라고 보는 점에서 플라톤을 따랐고, 이로써 근대에까지 이르는 확고한 전통을 마련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것을 행한다"라는 플라톤의 정의가 사회적인 관계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며 비판했다. 정의는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생겨나는 미덕이다. 정의가 가장 완벽한 미덕인 이유는 인간이 정의를 자신에게 행하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행하기 때문이다._라인하르트 코젤렉,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 19 : 법과 정의>, P25 


 하버마스 Habermas의 "실용적 담론 paraktischer Diskurs" 이론은 독일에서, 그리고 롤스 Rawls의 "정의 이론 Theorie de Gerechtigkeit"은 전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했다. 롤스는 칸트와 사회 계약설을 인용해 두 가지 정의의 원칙을 세운다. 1) 모든 사람은 동일한 시스템에서 누구에게나 적용 가능한 평등한 기본적 자유가 보장되는 가장 포괄적인 시스템에 관하여 동등한 권리를 가져야 한다. 2) 사회적 그리고 경제적 불평등은 (a) 그것이 모든 이들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합리적으로 기대할 수 있도록, (b) 모든 이들에게 개방된 지위 및 공직과 결부될 수 있게 생성되어야 한다. '실정법'과 '정의'의 관계는 저항권을 둘러싼 논쟁을 통해 다시 담론화되기 시작했다._ 라인하르트 코젤렉,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 19 : 법과 정의>, P143


 상대적으로, '법'의 개념은 '정의'에 비해 오히려 안정적으로 비춰진다. 이는 스토아 학파 이후 정착된 '영원법 - 자연법 - 인정법'의 구도가 근대 이후에도 유지되었다는 점에서 그렇다. 세계 법칙인 '영원법'은 기독교의 '신(神)'의 의지와 결합되며, 절대적인 법칙으로 자리매김하며, '자연법'은 신의 의지의 현실로의 적용, '인정법'은 '실정법'으로 발전하게 된다. 이러한 구도를 만든 이가 아우구스티누스(Sanctus Aurelius Augustinus Hipponensis, 354~430)인데, 이를 <삼위일체론>에 의 구도에 맞춰본다면, '영원법'은 성부(聖父), '자연법'은 성자(聖子), '인정법'은 성령(聖靈)에 해당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소피스트들은 '자연'과 '제정법'을 엄격하게 구별했지만 그 후 스토아학파들은 우주적 관찰 방법을 통해 '법'과 '정의'의 관계를 더욱 발전시키게 될 특색 있는 추론 관계인 세계법칙(영원법 lex aeterna) - 자연법(lex naturalis) - 인정법(lex humana)을 탄생시켰다. 영원법은 이성의 규범으로서 모든 현세의 존재를 규정하며, 세계의 이성이다. 이는 동시에 인간 본성의 법칙(자연법 lex naturalis), 인간 본성의 올바른 이성을 구성한다._라인하르트 코젤렉,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 19 : 법과 정의>, P30


 영원법 lex aeterna은 하나님의 의지에서 나온 것이다. 그 내용은 하나님의 불변의 창조 질서로, 스토아의 세계법칙을 대신한다. 자연법은 아우구스티누스에 의해 주관적인 것으로 전환된다. 즉 자연법은 영원법을 인간의 정신 속에 옮겨놓은 것으로, 주관적인 원칙이며 정의가 본래 타고난 형상이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자연법의 원칙으로 다음 속담을 언급했다. "자신이 겪기를 원하지 않는 것은 아무에게도 하지 말라 Nemini faciant, quod pati nolunt."_라인하르트 코젤렉,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 19 : 법과 정의>, P40


 영원법과 자연법이 이와 같이 주어진 것이라면, 근대 이후 법에 대한 논의는 실정법에 집중된다. 영원법이 신의 의지와 연관된다면, 실정법은 인간의 자유 의지와 연계된다. 특히, 루소(Jean-Jacques Rousseau, 1712 ~ 1778)는 사회 계약을 통한 일반의지의 결합이 '국가'임을 밝혔는데, 근대 이후 실정법의 주제는 '국가'와 이에 대한 '저항권'의 논의로 넘어가게 된다...


 존재만으로 이미 진실하고 정당한 국가 의지 Staatswille로 나아가는 길을 루소는 "volonte generale", 일반 의지 Gemeinwille에서 발견한다. 일반 의지는 사회적 결합을 위한 토대이다. 일반 의지는 개별 이익이 서로 일치하여, 단순한 "특수 이익 Sonderinteresse"이 아닌 전체 이익의 일부로 등장하는 경우에만 형성된다. 개별 의지의 총합은 만인의 의지 der Wille aller이다. 개별적인 특수 이익만을 목적으로 하는 개인 의지는 서로 상반되기 쉽고, 조정 과정에서 서로를 무력화시킨다고 루소는 생각한다. 결국 남는 것은 개별 의지 중에서 모두에게 공통된 부분인 "일반 의지"이다. 일반 의지가 무엇인지는 다수에 의해서 결정된다.(p88)... 전체 국민의 자유로운 합의에서 나온 모든 법은 그것이 일반 의지에도 상응한다면 모두의 개별 이익을 가능한 한 많이 반영하기 때문에 공정하다. 따라서 모든 국법은 공정하다._라인하르트 코젤렉,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 19 : 법과 정의>, P88


  개념어 사전에서는 플라톤(Platon, BC 428 ~ BC 348)이 <폴리테이아 Politeia>에서

'정의'를 정체를 유지한 주요 덕목으로 정의한 이후, 이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법'의 변천사를 보여준다. 그리고, 독자들은 고대 그리스 시대에서도 '정의'와 '법'에 대한 통일된 정의가 내려지지 않아 오랜 기간 이들 사이에 좁힐 수 없는 차이가 있었음을 확인하게 된다. 


 법원들, 특히 연방헌법재판소는 국가사회주의 불법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라드브루흐 공식 Radbruchsche Formel"을 적용했는데, 이에 따르면 부당한 실정법도 원칙적으로 구속력을 유지하지만, "실정법과 정의 사이의 모순의 정도가 너무 지나쳐서 해당 법이 '부당한 법으로서 정의에서 벗어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않다" 는 내용이다._ 라인하르트 코젤렉,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 19 : 법과 정의>, P142


 개인적으로 과거 '영원법'으로 규정된 영원불변한 가치로서 '정의'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과연, '불변의 가치'로서 '정의'는 존재하는 것일까? 과거의 정의와 오늘날의 정의가 다른 의미를 갖는다면, 과거 제정일치 시대의 정의가 담겨있는 종교 율법이 오늘날 우리 삶을 구속할 수 있는 것일까? 등등. 쉽게 답할 수 없는 물음이기에 이에 대해서는 천천히 생각하기로 하되, 개념사 사전을 통해 근대 법전의 법리(法理)에 대해 생각해 봤다는 것에 의의를 두고, 이번 리뷰를 갈무리하자...

전통 자연법 이론에서 논란이 되었던 전제인 존재 Sein에서 당위 sollen를 이끌어 낸 방식을 처음으로 단호하게 비판한 이가 흄 Hume이었다... 흄은 인간 행위의 최종 목적을 규정할 능력이 이성에게는 없다고 보았다(p106)... 칸트는 법과 도덕의 내용적 관련성, 즉 윤리와 법의 기본 원칙이 동일하다고 굳게 믿는다. "그러니까 법 이론과 선 이론은 서로의 의무가 다른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의무에서 발생하는 의무적인 행위"를 요구하는 윤리학과는 달리 법은 - 그 동기가 무엇이든 간에 - 외적으로 합법적인 행위라면 만족한다는 점에서 "다르다는 말은 틀리다." - P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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