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민족은 나라를 빼앗기게 된 어지러운 상황이 시작되면서부터 세계 여러 나라로 떠돌아야 했다. 나는 그 자취를 일일이 찾아다녔다. 중국, 일본, 미국, 러시아, 동남아 일대, 그 지역들은 자그만치 지구의 절반에 이르렀다. 우리 한반도를 중심으로 해서 그 지역들이 전부 <아리랑>의 무대가 되었다. 그러나 정작 북쪽땅은 가보지 못한 채 제1부 3권을 책으로 묶게 되는 아쉬움을 안고 있다. - 작가의 말- 中 


 

<아리랑>은 일제 강점시기 한반도, 만주, 중국, 연해주, 하와이, 중앙아시아, 북해도를 살아갔던 우리 민족의 삶을 그린 작품이다. 1905년 을사늑약부터 1945년 해방시기에 이르기까지 일제의 식민통치를 고발한 <아리랑>. 한 세대를 넘는 시간과 넓은 지역을 다뤄야 하기에 등장인물 한 명, 한 명이 대표성을 갖는다. 할아버지 송수익이 의병, 독립군 투쟁을 했다면, 아들 송가원은 동북항일연군에서, 손자 송준혁은 일본 유학생으로 사회주의 활동을 통해 저항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아리랑> 등장인물의 전형성 속에서 독자들은 항일투쟁의 역사를 보다 실감나게 느낄 수 있다. 이처럼 인물들을 통해 다양한 대일(對日)투쟁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낸 점이 <아리랑>의 가장 큰 장점이고, 매력이라 생각된다.


 반면, 작품 전개 도중 작가의 부연 설명 외에도 부가적인 설명이 많다는 점은 호불호가 갈릴 듯하다. 부가적인 설명은 인물들의 대화를 통해서도 이루어지는데, 이러한 방식의 내용전달은 독자들에게 보다 상세한 역사 지식을 전달하기도 하지만, 등장인물 사이 대화가 어느새 독자를 대상으로 하는 내용으로 바뀌는 것은 몰입감을 떨어뜨리고, 독자들은 인물들이 개인의 삶을 살기보다는 공인(公人)의 모습만 보여준다는 느낌을 받아 딱딱하게 느낄 여지가 있다. 이런 면에서 <아리랑>은 '아 我 - 비아 非我의 투쟁'이라는 인식하에 서술된 시대 재현에 충실한 역사 소설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아리랑>을 읽으면서 리뷰를 어떤 식으로 정리할지 고민을 했다. 그리고, 작품의 성격에 맞는 방식으로 정리하는 것이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서로 다른 지역에서 다른 세대를 사는 수많은 인물들의 행동은  그 자체이기에 인물보다는 그 시대를 중심으로 정리하는 편이 좋지 않을까. 그리고, 각 시대를 정리한 역사 책과 함께 페이퍼 형태로 정리한다면, 역사적 사실은 뼈대가 되고, <아리랑>은 살이 되어 그 시대를 보다 온전하게 보여주지 않을까. 그래서, <아리랑> 내용 정리의 개략적인 얼개를 적어본다.


 1. 1864년 ~ 1910년 한일 병합 조약까지


 

 이 시대를 다룬 역사책은 와다 하루키(和田春樹, 1938 ~ )의 <러일전쟁>과 정교(鄭喬, 1856 ~ 1925)의 <대한계년사>가 있는데, <러일전쟁>은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상황을, <대한계년사>는 구한말의 상황을 보다 자세하게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아리랑> 앞부분과 연계해서 읽으면 좋을 듯하다.



2. 1910년 ~ 1920년대


 

이 시대의 주요 사건은 단연 1919년 3.1운동이다. 일전에 리뷰로도 정리한 책이지만, <3.1운동 100년>으로 1920년대 상황을 정리하고, 이와 함께 3.1운동에 대한 일제의 만행을 고발한 박은식(朴殷植, 1859 ~ 1925)의 <한국독립운동지혈사>, <한국통사>도 함께 정리하도록 하자. 


3. 1930년대


 <아리랑>에서는 1931년 만주사변이 우리 사회에 가져온 충격에 대해 설명한다. 작품은 3.1운동의 여파로 1920년대까지 치열하게 전개되던 독립군 투쟁이 만주국이라는 괴뢰정부의 수립으로 큰 타격을 받았음이 서술된다. 그 결과 무력 투쟁의 중심지는 연해주 일대로 옮겨가게 되고, 국내적으로는 친일파로 전향하는 지식인이 증가하게 하게 된다. 이 시기는 박경순의 <1930년대 이후 항일무장투쟁 연구>와 함께 프라센지트 두아라 (Prasenjit Duara)의 <주권과 순수성 Sovereignty and Authenticity: Manchukuo and the East Asian Modern>, 애드거 스노우(Edgar Snow, 1905 ~ 1972)의 <중국의 붉은 별 Red Star Over China>로 정리할 계획이다.


4. 1940년대


 일제의 패망으로 이어지는 이 시기는 민족의 암흑기이기도 하다. 이 시대의 주요 사건은 중일전쟁, 태평양 전쟁이기에 앤터니 비버(Antony Beevor, 1946 ~ )의 <제2차 세계대전 The second world war>과 호사카 마사야스 (保阪正康)의 <쇼와 육군>과 존 톨랜드 (John Toland)의 <일본 제국 패망사 The Rising Sun > 등을 1940년대 거의 모든 지식인들이 변절한 어두운 상황에 대해서는 <친일인명사전>을 참조하면 좋을 듯하다.


 이 외에 하와이 이민과 중앙아시아 이주과 관련된 책들은 좀 더 찾아봐야할 듯하다. 아무래도 <아리랑>이 12권에 이르는 대하소설이어서인지, 책을 제대로 읽기 위해서도 많은 준비가 필요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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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1-05-27 17: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아리랑과 태백산맥 시리즈는 한 권의 평론집으로 읽고 어떤 내용인지 알게 되었죠.
누가 알려 달라고 해서 그 책을 추천했는데 절판되었다는 걸 들은 기억이 나네요. 그 책이라도 들춰봐야겠어요.

겨울호랑이 2021-05-27 18:07   좋아요 2 | URL
아, 평론집이 있었군요. 아리랑과 태백산맥을 마음 먹고 읽는 것이 쉽지 않은데, 한 권의 책으로 전체적인 흐름을 잡고 주제를 알 수 있다면 그 역시 의미있는 독서라 여겨집니다. 혹시 페크님께서 찾으시면 제목을 알려주시겠어요? 제게도 유용한 책이라 생각됩니다 ^^:)

페크pek0501 2021-05-27 23:15   좋아요 1 | URL
실천문학사에서 나온 황광수 작, <땅과 사람의 역사>라는 책입니다.
알라딘엔 정보가 없어 네이버에서 다음과 같은 글을 찾았어요.
(중견작가 조정래의 소설세계를 감동적 장면 위주로 새롭게 엮은 저서.<태백산맥>,<아리랑> 등을 중심으로 작품의 주요 부분과 빼어난 장면들을 재수록했다.)

이 책을 읽고 전체 줄거리뿐만 아니라 인용문도 있어서 소설 분위기도 느껴졌었어요.
꽤 유익했던 독서로 기억합니다. 아쉽게도 절판이네요. 책 제목은 생각나지 않았고 저자의 이름을 아직도 기억해서 검색했답니다. 우리집에선 이 책이 어디 있는지 찾으려면 시간 좀 걸릴 듯합니다. ㅋ

한 번 중고서점에 알아보시면 어떨까 싶네요. 괜찮은 책이었어요.

겨울호랑이 2021-05-28 04:44   좋아요 0 | URL
페크님 자세한 설명 감사합니다. 말씀을 들으니 꼭 읽고 싶어지네요^^:)
 

무릇 천하가 다스려지지 않는 까닭은 항상 인주(人主)가 태평성대가 오래 지속됨으로써 풍속이 점차 피폐해져도 깨닫지 못하고, 정치가 점차 쇠퇴해져도 개혁을 하지 않으며, 어지러움에 익숙해지고 위험한 것에 편안해 하여 소홀히 하면서 스스로 보지 않음에 기인한 것이다.(25/59)
- P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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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스 베버가 ‘근검, 절약‘을 통한 자본의 축적이 자본주의를 가져왔다고 바라봤다면, 좀바르트는 ‘수요의 급격한 증가‘가 자본주의를 태동시켰다고 해석한다. 거칠게 표현해서, 전자가 ‘공급은 스스로의 수요를 창출한다‘는 세(Say)의 공급 측면에서 자본주의를 바라봤다면, 후자는 유효 수요를 강조한 케인즈 측면에서 자본주의를 바라본 듯하다. 좀바르트가 자본주의 시리즈 를 통해 1권에서는 사치와 사랑, 2권에서는 전쟁을 주제로 어떤 방식으로 자본주의 정신을 설명하는가는 개별 리뷰에서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자...


사치품 상인들은 수요의 급속한 증가 때문에 단기간에 크게 늘어났으며 아울러 그들이 오래전부터 있었던 곳을 떠났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렇게 해서 근대적인 상인 정신이 소매업이라는 조용한 공간에 침투할 수 있는 문이 열렸다. 또한 이렇게 해서 중세적인 소매업의 자본주의적인 기업으로의 전환도 단지 시간문제가 되었다. 왜냐하면 상인의 수가 끊임없이 또 갑작스럽게 늘어나고 장소도 바뀌는 변화와 함께, 소매업은 경제적인 이성의 토대 위에 놓이게 되었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웃과의 경쟁을 받아들이고 고객을 끌어들이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생각해내서 적용해야 할 필요성도 생겨났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은 바로 자본주의적인 정신의 등장을 의미하였다.(106/150)
- P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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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릇 군왕이 배라면 백성은 물이며 여러 신하들은 배에 타고 있는 자이며, 장군의 형제들은 노를 잡고 있는 사람입니다. 만약 의지를 평상적으로 유지할 수 있어서 힘을 다해 백성들을 건너게 한다면 이른바 복이라 할 것입니다. 만약에 나태하고 해이하다면 장차 파도에 빠지게 될 것이니, 신중하게 하지 않을 수가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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