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손을 맞잡고 빈다. 서희는 외면을 해버린다. 차마 정시할 수 없다. 장 (唱)을 하겠다는 것도 물론 거짓이다. 기화는 치매상태로 가고 있는 것이다. ‘불쌍한 것. ‘ 다정다감했던 그 감성은 어디로 갔는가. 사무치게 깊었던 그 숱한 한은 어디로 갔는가. 너그럽게 이해하고 푼수를 알며 물러나 앉을 줄 알던 그 조신스러움은 어디 갔는가. 욕심 없고 거짓 없던 그 천성은, 아니연연하고 그 풍정이 사내들 마음을 사로잡던 기생 기화의 모습은 어디로 갔는가. 그에게서는 양현을 향한 모성마저 없어져가고 있는 것이다. 무엇이 이 여자를 이렇게 만들었나. 마약의 심연므로, 다정다감함이 유죄요, 다정다감함의 단죄인가.(377/560)
- P377

‘더 늙으면 추해진다.‘ 눈을 뜨고 노을이 타는 철창문을 또 바라본다. 생애를 통하여 철창문에 비치는 저 노을만큼 아름다운 것을 보지 못했던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다시 눈을 감는다. ‘나는 죽음을 두려워하고 있는 걸까?‘ 환이는 자신의 생애가 성인의 길이 아니었음을 새삼스럽게 생각한다. 투쟁과 방랑과 애증과 원한의 가파로운 고개를 넘은, 평지가 오히려 발끝에 설었던 오십 평생은 마음과 몸이 피로 물들었던 것처럼 격렬했었다. 환이는 무엇 때문에 살고 죽는 것인지 그것을 생각한다.(200/560)
- P20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7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현대 사회의 성 사랑 에로티시즘- 친밀성의 구조 변동
앤소니 기든스 지음, 배은경.황정미 옮김 / 새물결 / 2001년 6월
25,000원 → 22,500원(10%할인) / 마일리지 1,250원(5% 적립)
2021년 07월 29일에 저장
품절
부르디외 & 기든스 : 세계화의 두 얼굴
하상복 지음 / 김영사 / 2006년 11월
9,500원 → 8,550원(10%할인) / 마일리지 470원(5% 적립)
양탄자배송
내일 아침 7시 출근전 배송
2021년 07월 29일에 저장

제3의 길
앤서니 기든스 지음, 한상진 외 옮김 / 책과함께 / 2014년 12월
16,000원 → 14,400원(10%할인) / 마일리지 800원(5% 적립)
2021년 07월 29일에 저장
절판
사회구성론
앤서니 기든스 지음, 황명주 옮김 / 간디서원 / 2012년 3월
30,000원 → 27,000원(10%할인) / 마일리지 1,500원(5% 적립)
양탄자배송
내일 아침 7시 출근전 배송
2021년 07월 29일에 저장



7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기후변화의 정치학
앤서니 기든스 지음, 홍욱희 옮김 / 에코리브르 / 2009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중도 급진주의 radicalism of the centre'라는 개념은 기후변화와 에너지 정책에서 대단히 중요하다. 그러면 '중도 급진주의'란 과연 무엇을 의미할까? 무엇보다도 먼저 급진적인 조치를 위한 대중의 지지를 광범위하게 확보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기후변화 대응에 긴요한 조건인 혁신과 장기적인 사고의 결합을 위해서 그런 지지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이는 또한 국가의 개혁을 수반하기도 한다. 기후변화와 에너지 안보는 그만큼 중대한 사안이다.(p168)... 기후변화 문제는 좌파와 우파의 이분법에서 벗어나야만 한다. _ 앤서니 기든스, <기후변화의 정치학>, p169


 앤서니 기든스(Anthony Giddens, 1938 ~ )가 <기후변화의 정치학 The Politics of Climate Change>에서 주장하는 바는 사실 간단하다. '기후변화'라는 인류의 장기 과제에서 지속적인 대중의 관심을 기반으로 시민으로부터 국제 사회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인 협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저자는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려는 움직임이 없는 것은 일상생활의 문제와 기후변화의 문제가 분리된 것으로 바라보기에 대중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이들을 연계시킬 필요가 있음도 함께 강조한다.


 기후변화의 정치학이란 내가 주장하는 이른바 '기든스의 역설 Gidden's paradox'에 빠져 있다고 해도 좋다. 그 역설이란, 지구온난화의 위험은 직접 손으로 만져지는 것이 아니고 우리 일상생활에서 거의 감지할 수 없기에, 아무리 무시무시한 위험이 다가온다 한들 우리 대부분은 그저 가만히 앉아서 기다릴 뿐이라는 것이다. 그렇게 기다리다가 중요한 대응조치를 취하기도 전에 위기가 눈앞에 닥친다면 이미 때는 늦은 것이다. _ 앤서니 기든스, <기후변화의 정치학>, p11


 이러한 그의 주장은 얼핏 들으면, 녹색 NGO 활동과 그렇게 달라 보이지는 않지만, 본문에서 그는 기존의 녹색운동에 대해 매우 비판적이다. '최악의 시나리오'를 일반적인 것으로 호도하고 이를 광고하면서 일종의 '공포팔이'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이는 자연스럽게 자신들의 활동을 '선(善)'에 위치시키고, 동참하지 않는 이들을 '악(惡)'으로 규정하는 극단적인 흐름으로 이어지기에 결코 대중의 공감을 오랜 기간 받을 수 없음을 비판한다.


 과학과 기술의 발달로 우리 인류는 이미 오래전에  우리 자신과 자연 세계를 가르는 경계를  무너뜨렸다.  우리가 진정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하고자 한다면 그때보다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이런 이유에서  나는 녹색운동의 핵심주장 가운데 하나인 사전예방  원칙, 즉 '자연에 관여하지 말라'는 구호를 거부한다. 더 나아가 기후변화를 막아보고자 하는 과정에서 제아무리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부르짖더라도 우리는 결코 '지구를 구하'려고 애쓰는 것이 아니다. 지구는 우리가 어찌하든 간에 살아남을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의 핵심은 지구에서 인류가 질 높은 삶을 유지하는 일, 그리고 가능하다면 삶의 질을 더욱 높이는 일이다. _ 앤서니 기든스, <기후변화의 정치학>, p16


 최악의 시나리오에 초점을 맞춘 정책은 리스크에 대응하는 최선의 방안이 될 수 없다. 설령 그럴 가능성이 아주 없지는 않다 해도 말이다. 그런 정책은 자칫 과잉 대응으로 이어져, 정책 추진을 촉진하기는커녕 오히려 정책 자체를 무력화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_ 앤서니 기든스, <기후변화의 정치학>, p55


 캐스 선스타인 Cass Sunstein은 강한 PP(Precautionary Principle) 정의가 스스로의 비일관성을 감추기 위한 수단으로 극단적인 결론을 이끌어내는 경향이 있음을 지적했다. 즉 오직 최악의 가능성에만 집중하다가 현 상태를 고착시키거나, 아니면 극단적인 반작용을 불러온다는 것이다. 어떤 리스크 상황에서든 사전예방 조치는 거의 항상 그 반대 결과를 낳곤 한다. 이 점은 기후변화 문제를 다루는 논지에서 대단히 의미심장하다. _ 앤서니 기든스, <기후변화의 정치학>, p91


 기든스는 이러한 추상적인 디스토피아(dystopia) 시나리오 대신 보다 실천적인 대안을 제시한다. 현실적으로 최고의 정치기구인 국가의 권위를 부정하는 대신 이를 활용하는 대안, '자연으로 돌아가자'는 무성장의 논리 대신 현재 국가의 관심사안을 기후 문제와 연관시키는 방안이 그것이다. 결국, 기든스가 <기후변화의 정치학>에서 주장하는 내용은 '기후변화 억제'라는 목표를 세우고 '백캐스팅(Backcasting)' 방식을 통해 사회 주체들의 관심 사안을 기후변화와 연계시키는 안을 찾고 이를 실천하자는 것으로 정리될 수 있을 것이며, 구체적인 방법론은 '넛지(nudge)'가 될 것이다.


 이제 다시 국가 개입의 시대가 돌아왔다. 규제 철폐가 실패로 돌아간 탓이었다. 그런 실패는 지나친 '단기 성과주의'와 공공기관의 무능, 그리고 시스템에서 기인하는 리스크에 대한 통제력 결여 등이 겹쳐서 생긴 결과였다. 경제적 관점에서 보자면 이제는 모험심과 기업가 정신을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규제를 확대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할 시점이다. 그렇게 해서 경제가 살아야만 적절한 기후변화 대응책도 만들어질 수 있다. _ 앤서니 기든스, <기후변화의 정치학>, p142


 경제적 통합은 지구온난화에 대응하여 발전한 경제적, 기술적 혁신들이 기존의 기술들에 비해서 얼마나 경쟁우위를 가지느냐의 문제다... 경제적 통합의 수준이 높으면 높을수록 기후변화 억제에 성공할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진다. 현재 정치적, 경제적 통합에서 가장 중요한 영역은 기후변화와 에너지 안보가 서로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여기서 에너지 안보 문제를 잘 다루어야 기후변화 문제 역시 더 잘 다룰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_ 앤서니 기든스, <기후변화의 정치학>, p20


 전체적으로 <기후변화의 정치학>은 기든스의 유명한 '제3의 길 Third Way'의 개념을  국제적으로 확대한 개념으로 이를 국제정치의 주요 이슈인 환경 문제와 연결한 책으로 여겨진다.  원자력에 대한 관점이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해 크게 바뀌었지만, 2009년에 나온 이 책에는 반영되지 못했던 것처럼 책에서는 다른 여러 수치들이 인용되었지만, 리뷰 작성 시점은 2021년에는 이미 10년도 지난 수치이니만큼 큰 의미는 없을 것이다. 


 다른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나도 원자력발전으로의 전환에 대해서 꺼리는 편인데, 적어도 몇몇 선진산업국과 개발도상국들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원자력을 대신할 만한 다른 대안은 전혀 없는 형편이며, 현재 사용 중인 원자력발전소 가동을 중지한다고 할 때 그로부터 안게 되는 리스크가 너무 큰 것도 사실이다. _ 앤서니 기든스, <기후변화의 정치학>, p195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와 '경제'를 분리시키지 않고 접근하는 큰 틀에서의 접근방식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지 않을까를 생각하게 된다. 책이 나온 2009년의 대기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370 ppm수준에서 2019년 현재 420 ppm에 이르도록 (이상기후를 초래하지 않는 안전한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350 ppm) 별다른 대책이 없다는 현실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지속가능한 개발Sustainable development'과 같은 애매모호한 슬로건 또는 '환경보존의 필요성' 대신 우리가 가야할 길(way) 중 하나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이 책은 실천적인 환경운동 서적이라 여겨진다...


ps. 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에 마침 어느 환경운동단체로부터 메일이 와서 그 사진을 첨부한다. 사진을 보고 느끼는 개인의 생각은 다를테지만, 개인적으로는 기든스의 주장에 보다 깊게 공감한다...



[사진] 2030년의 인천국제공항을 시뮬레이션한 모습(출처 : 어느 환경보호단체에서 보내온 메일 中) 

기후변화와 관련하여 정치적 해결책을 마련하는 데는 새로운 개념이 요구된다. 나는 이 책에서 그런 문제를 폭넓게 다루려 한다. 그런 아이디어의 하나가 바로 ‘책임국가 ensuring state‘다. 기후변화 문제에 관한 한 국가는 일을 촉진하는 자 faciliator이자 가능성을 열어주는 자 enabler로서 활동해야만 한다. 국가의 역할은 거기에 그쳐서도 안 된다. 분명한 성과도 이끌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때 가장 중요한 성과는 탄소 배출의 점진적 감축이다... 또 다른 기본 개념 두 가지는 ‘정치적, 경제적 통합 political and economic convergence‘이다. 정치적 통합은 기후변화 정책이 다른 가치나 정치적 목표들과 긍정적인 방향에서 얼마나 융화되느냐의 문제다. 이런 정치적 통합은 기후변화 정책이 얼마나 혁신적이고, 역동적일 수 있는지, 그리고 일반 대중의 광범위한 지지를 받을 수 있는지에 대단히 중요하게 작용한다. - P19

우리는 탄소 배출을 적게 하는 더 적극적인 미래 사회의 모델을 생각해내야 하는데, 동시에 우리가 현재 누리는 일상생활과도 밀접하게 이어져야 한다. 아직은 그런 모델이 나와 있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서서히 그런 모델을 찾아 나서야 한다. 그런 모델이 반드시 녹색 비전으로 치장될 필요는 없지만,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고려는 반드시 필요하다. 이상과 현실의 결합이 필요하다. - P23

자연과의 조화를 강조하는 관점은 녹색사상의 기본 관심사의 하나인 ‘지속가능성‘을 이끌어 낸다. 이는 미래 세대의 이익에 관심을 두는 개념이다. 많은 녹색운동가들은 지나치게 자연에 위해를 가한다는 점에서 경제성장을 거부하며 ‘성장 없는 사회‘를 염원한다. 가치는 스스로 발현되는 것이 아니다. 가치는 이를 제대로 구현할 수 있게 하는 수단, 즉 ‘어떻게‘와 연결되어야만 한다. 앞에서 지적했던 것처럼 녹색운동가들은 권력과 국가를 불신한다. 참여민주주의에 대한 희구는 거의 모든 녹색당의 강령에서 발견된다. - P8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가 듣건대 죽은 사람은 뼈와 살은 흙에 묻히고, 정갈한 영혼은 하늘로 올라간다고 합니다. 그대의 은혜를 입어서 속히 땔감을 더하고 불을 붙여서 나에게 올라가서 천제(天帝)에게 호소하게 하여 준다면 만족하겠습니다.(19/104) - P19

진실로 잃을 것을 걱정하면 못하는 것이 없는데,
혹 풍문을 바라보고 있다가 시끄러움을 일으킬 수 있다면 한꺼번에 무너지고 흩어질 것입니다. 이와 같이 된다면 명성과 실제를 모두 잃어버리게 될 것이고, 사직의 일도 끝나고 맙니다.(29/104) - P29

허물을 끌어다가 자기에게 책임을 돌리고 다시 좋은 정치를 하고, 부역을 줄여주며 백성들과 함께 다시 시작하면 대체로 거꾸로 매달린 것 같은 위급함을 구할 수 있을 것입니다.(40/104) - P4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영국의 장원은 프랑스의 장원보다 훨씬 더 늦게 성립했다. 그때문에 확실히 프랑스보다 더 철저한 장원 조직을 갖추게 되었다. 이에 따라서 영국의 장원은 프랑스보다 더 오랫동안 농민 보유지의 분할불가 원칙을 고수했으며, 이런 분할불가 원칙은 결국 프랑스보다 더 가난한 다수의 농민계급과 농촌 프톨레타리아를 낳게 되었다. 이런 프롤레타리아의 존재와 영국 특유의 경제사정으로 말미암아 영국의 영주는 토지의 소작료에 대한 의존도가 프랑스의 영주보다 더 낮았다. - P218

프랑스에서도 영국에서처럼 자본가적 정신이 나타났다. 자본가적 정신에서 토지에 투자해서 그로부터 모든 소득을 취하는 사람들이 영주계급 내에서 대두하였던 것이다. 그 대신 장원제적으로 경영는 토지재산은 줄었다. 그러나 첫째 이런 자본가적 영주는 관직으로 진출했고, 둘째 그들의 상공업 활동이 요컨대 영국에 비해 저조했다는 점에서 영국의 지주들과는 달랐다. - P22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