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 이기는 기회를 탄 기운을 막고 거의 이루어진 공훈을 버린단 것인가! 게다가 대군(大軍)이 아직은 먼 곳에 있고 도적의 무리는 바야흐로 왕성해지고 있어 비록 돌아가는 길을 찾아보려고 하여도 어찌 가능하겠는가!(p21/102) - P21

"옛 사람이 말하기를 ‘의심하면 맡기지를 말고, 맡기면 의심하지 말라.’고 하였는데, 유유가 이미 왕진악에게 관중(關中)을 맡기고 다시 심전자와 더불어서 뒤에서 말을 한 것은 다투게 하여 난리가 일어나도록 한 것입니다. 애석합니다!"(p38/102) - P38

순자(荀子)가 말하기를 ‘한데 합치는 것은 쉽게 할 수 있으나 이를 단단하게 굳히는 것은 어렵다.’고 하였습니다. 믿을 만한 말입니다.(p38/102) - P38

"무릇 재이(災異)가 일어나는 것은 모두 사람의 일을 본뜬 것이니 사람이 참으로 허물이 없다면 또한 어찌 두렵겠습니까? 옛날에 왕망(王莽)이 장차 한(漢)을 찬탈하려 할 때 혜성이 나가고 들어왔는데 바로 지금과 더불어 같습니다. 국가에서 주군이 높고 신하가 낮으면 백성들은 다른 희망을 가질 것이 없습니다. "(p52/102) - P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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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의 두려움 매일의 기적 - 코로나19, 안나의 집 275일간의 기록
김하종 지음 / 니케북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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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 저녁이었지만 여기저기에서 식당을 폐쇄하라는 메세지를 받았다.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해 내일 시장과의 면담도 요청했다. 급식소 밖에서라도 식사를 할 수 있게 도시락을 제공할 자금도 부탁할 예정이다.(p41)... 초, 중, 고뿐만 아니라 대학은 일정 기간 문을 닫아도 온라인으로 공부할 수 있다. 교회가 문을 닫아도 대다수의 신자들은 집에서 기도를 통해 예수님을 만날 수 있다. 그러나 기아는 그 어떤 대통령령으로도 해소될 수 없다. 가난한 거리의 550명에게 음식을 제공하는 식당이 문을 닫는다면, 이 중 70%는 안나의 집에서 제공하는 식사가 하루의 유일한 한 끼인데 문을 닫아버린다면... _ 김하종, <순간의 두려움 매일의 기적>, p42

<순간의 두려움 매일의 기적>은 성남에서 안나의 집을 운영하고 있는 이탈리아 출신의 김하종 신부의 2020년 기록이다. 책에는 코로나 19로 인해 더 어려움에 빠진 급식소와 더 많은 도움의 손실을 요청하는 이웃들 사이에서 겪어야 하는 김하종 신부의 내면이 잘 드러난다. 모여드는 노숙인들로 인해 늘어나는 민원들. 매일처럼 일어나는 노숙인들간의 다툼과 싸움. 이탈리아에 코로나 19가 크게 퍼지면서 남겨 두고 온 늙으신 어머니 걱정. 일기처럼 써 내려간 글은 어려움을 무릅쓰고 함께 해 준 자원봉사자에 대한 고마움과 감사의 글이 대부분이지만, 이곳 저곳 작은 속삭임처럼 표현된 고민의 흔적들이 결코 가볍게 느껴지지 않는다.

사실 심리적으로 많은 부담을 느낀다. 급식소를 닫기 원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한다. 앞으로 일어날 좋지 않은 일에 대해 아무도 책임을 지고 싶어 하지 않는다. 또한 이웃들은 안나의 집을 폐쇄하라는 메세지를 여러 차례 보냈다. 그들은 자신의 집 근처에 가난한 사람들이 모이는 걸 두려워한다. 지나가는 내게 욕을 하고 구두로 공격하기도 했다. 심지어 몇몇 노숙인 친구들조차 불평할 때가 있다... _ 김하종, <순간의 두려움 매일의 기적>, p44

날마다 애정 어린 마음으로 따뜻하게 친구들을 환영했다. 그런데 이들의 잔인함과 폭력을 접할 때면 너그럽게 섬기는 마음에 상처가 생긴다. 우리가 하는 이 모든 것이 의미가 있을까? 우리는 이 사람들에게 시간 낭비를 하고 있는 것일까? 이 친구들은 절대 변하지 않을까? 라는 의문과 회의가 생겼다. 그렇지만 ‘그저 환영하고 사랑하라‘는 말씀만 마음에 품고, 나머지는 전부 주님께 맡겼다. _ 김하종, <순간의 두려움 매일의 기적>, p107

사랑하는 어머니가 떠올랐다. 86세 고령으로 혼자 살고 계신 어머니.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자와 사망자가 많은 이탈리아의 어머니를 위해, 장남이지만 아무것도 할 수가 벗어서 송구스럽다. 그럼에도 사랑하는 어머니를 기억하고 기도하는 누군가가 있다는 걸 알게 되어 큰 위로를 받았다. _ 김하종, <순간의 두려움 매일의 기적>, p66

김하종 신부는 <순간의 두려움 매일의 기적>에서 두려움을 감추지 않는다. 매일 650명의 식사를 준비하고 나누면서 일어나는 수많은 일들. 아름다운 이야기도 있지만 상처받는 일도 적지 않은 일상을 펼치면서 저자는 자신이 성인(聖人)이 아닌 독자와 같은 똑같은 사람임을 담담하게 고백한다. 자신을 평범한 사람이라고 말하지만 1992년 낯선 나라에 와서 30년 동안 가난한 사람, 노숙인을 돌보는 한 길을 걷는다는
것은 결코 평범한 이들은 할 수 없다. 무엇이 평범한 이가 평범치 않은 일을 할 수 있도록 만들었을까.

1992년 가을. 하반신이 마비된 홀로 된 50대 아저씨가 누워 있었다.... 갑자기 아저씨를 안아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제가 안아드려도 될까요?˝ 라고 했고, 아저씨는 흔쾌히 ˝네, 신부님. 좋습니다.˝ 라고 했다. 그런데 아저씨를 안는 순간, 코를 찌르는 독한 냄새에 구역질이 났다. 동시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평화와 기쁨이 느껴졌다. 그리고 한 음성이 들렸다. ‘나다, 두려워하지 마라.‘ _ 김하종, <순간의 두려움 매일의 기적>, p190

다른 종교인들과 마찬가지로 김하종 신부 역시 기도로 하루를 열고, 기도로 마무리 짓는다. 하루를 보내면서 자신이 받은 상처, 두려움 등을 느끼면서도 그 감정을 억누르며 부정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인정하면서 묵묵하게 자신이 갈 길을 걸어간다. 앤소니 드 멜로 신부의 묵상처럼 신(神)에게 모든 것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종‘ - 이는 저자의 이름 ‘하종‘의 의미이기도 하다 - 으로 뜻을 이루는 도구로 쓰이길 바라는 겸손한 마음. 매일 지친 몸과 마음을 이끌고 하루를 마무리 하는 이 마음이 두려움을 넘어서 매일 수백 명을 먹이는 기적을 가져다 준 것은 아닐런지. 책을 덮으며 생각해 본다.

두려움은 삶의 기준이 될 수 없다. 두려움을 느끼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고, 더 큰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해준다. 그러나 우리는 두려움 앞에서 멈출 수가 없다. 모든 의사, 간호사, 경찰관, 소방관 등이 코로나 바이러스의 두려움 앞에서 할 일을 멈춘다면 어떻게 될까? 그렇기에 사회 공동의 이익을 위해 이들은 두려움을 극복하고 나아간다. _ 김하종, <순간의 두려움 매일의 기적>, p63

문득 앤소니 드 멜로 신부님의 묵상이 떠올랐다.
˝길에서 추위에 떨고 있는 여자 아이를 봤어요.˝
그 아이는 얇은 옷을 입었고, 제대로 된 식사에 대한 희망이 거의 없었습니다. 저는 화가 나서 신께 말했습니다. ˝왜 이걸 허락합니까? 왜 당신은 무언가를 하지 않으시나요?˝ 그러나 신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밤 갑자기 저에게 말씀하셨습니다. ˝ 나는 당연히 무언가를 했지. 내가 널 만들었단다.˝ _ 김하종, <순간의 두려움 매일의 기적>, p177

코로나19로 모두가 어려운 시기. 남을 생각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남의 어려움을 돌보면서 자신의 약함을 극복하는 지혜를 김하종 신부에게 배운다. 그리고, 부족하나마 그의 길을 함께 하며 그가 느끼는 행복을 나눠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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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과함께 2021-08-24 15:3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 사무실에서 눈물이 울컥나네요.. 저도 미약한 손길이나마…

겨울호랑이 2021-08-24 15:41   좋아요 3 | URL
모두가 힘들고 어려운 시기지만, 정말 더 힘들고 어려운 이들은 힘들다는 말도 못하고 쓰러져 있음을 생각하며 반성하게 됩니다... 햇살과함께 님 감사합니다.^^:)

2021-08-24 16: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8-24 16: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mini74 2021-08-24 16:0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김하종 신부님 대단하시고 고맙고 ㅠㅠ 겨울호랑이님 따뜻하고 감사한 분이네요 ㅠㅠ

겨울호랑이 2021-08-24 16:16   좋아요 3 | URL
한결같이 행동하시는 신부님을 보면 참 대단하시다는 생각이 듭니다만, 사실 저는 자원봉사 하시는 어머니를 따라 후원한 ‘덩달이‘ 후원자라 부족함이 많습니다. ㅋㅋㅋ

독서괭 2021-08-24 16:0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와.. 이분은 이미 성인이 아닐지.. 존경스럽습니다. 바로 나눔을 실행하시는 호랑이님도요.

겨울호랑이 2021-08-24 16:13   좋아요 4 | URL
뜨거운 햇볕 같은 강렬함 대신 추운 겨울을 몰아내는 봄볕과 같은 느낌을 신부님으로부터 받습니다. 저는 그저 수많은 ‘함께 해주신 모든 분들 중 한 명‘일 따름입니다. ^^:)

붕붕툐툐 2021-08-24 18:5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발췌해 주신 몇 구절만 읽어도 감동이 몰려오네요~ 진짜 멋진 분이시네요~ 함께 하시는 겨호님도 멋지시구요!!

겨울호랑이 2021-08-24 19:07   좋아요 2 | URL
네, 정말 멋진 분이세요. 그리고, 그분의 멋진 후광 덕분에 저도 묻어갑니다 ^^:)
 

요흥이 말하였다. "옛 문왕(文王)이 유리(?里, 하남성 남양시 일대)에서 죽음을 모면하였고, 고조(高祖)가 홍문(鴻門, 섬서성 임동현)에서 죽지 않았는데, 참으로 하늘의 명이 있다고 하면 누가 이를 어길 수 있겠는가? 만약 부참(符讖)의 말처럼 된다면 남아 있게 한다고 하여도 해(害)가 되기에는 딱 알맞다."(p22/86) - P22

중군장군부의 자의참군(諮議參軍)장소가 유유에게 말하였다. "사람 사는 것이 위태하고 헤식어서 반드시 먼 훗날까지 생각해야 합니다. 유목지가 만약 불행을 우연히 만나기라도 하면 누가 그 일을 대신할 수가 있겠습니까? 존업(尊業)이 이와 같으니 진실로 피할 수 없는 일이 있게 된다면 어떻게 처리하시렵니까?"(p37/86) - P37

곡식은 나라의 근본인데 전하께서 아무런 까닭 없이 이것을 흩어지게 하시니 나라의 저축을 텅 비워놓고 덜어내는 것인데 장차 어찌하시렵니까?(p47/86) - P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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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여가치를 해명하는 것은 자본을 해명하는 것과 같습니다. 자본이란 스스로 증식하는 가지이고 잉여가치란 그 가치증식분이니까요. 잉여가치가 잉여노동과 같다는 것은 자본을 가능게 하는 것이 결국 잉여노동이라는 말이 됩니다. ‘스스로 증식하는 가치‘라고 했지만 실상은 ‘잉여노동‘을 뽑아낸 것이죠.(p170/266)
- P170

화폐로 있는 상품으로 있는 자본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자본의 두 가지 규정을 읽어낼 수있습니다. 바로 ‘보존‘과 ‘공식‘입니다. 자본은 유동의 과점, 순환의 과정에서 사라지지 않습니다. 자기동일성을 유지합니다. 이것이 보존입니다. 또 사본은 유동의 과정, 순환의 과정에서 잉여가치를 낳습니다. 이것이 증식입니다. 요컨대 자본이란 자신을 보존하면서 증식하는 운동의 주제입니다.(p96/266)
- P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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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복야(右僕射) 양희(梁喜)가 말하였다. "신은 여러 차례 조서를 받았지만 아직까지 그에 합당한 사람을 찾지 못했으니, 세상에 인재가 부족하다고 할 만합니다."
요흥이 말하였다. "예부터 제왕(帝王)이 흥기하여서는 일찍이 옛 사람 가운데서 재상을 선택하거나 장차 올 시대의장수를 기다리는 일은 없었소. 때에 따라 인재에게 일을 맡겨서 모든 일이 다스려질 수 있었소. 경은 스스로 인재를 선발하는 식견이 밝지 못한데 어찌 멀리 사해(四海)에 있는 사람들까지 무고할 수 있겠소?"(p16/106) - P16

제갈장민이 미적미적 하다가 발동하지 못하였는데, 이미 그리고 나서 탄식하며 말하였다. "가난하고 천할 때에는 항상 부하고 귀하게 될 것을 생각하지만, 부하고 귀하면 반드시 위기를 겪는구나.(p34/106) - P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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