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석하구나! 만약 텅 빈 마음으로 나아가며, 교만하지 않게 치지 않았다면, 세 명의 배반이 어찌 일어났겠는가?(p21/134) - P21

변경에 사는 사람들은 오직 누가 강한지 누가 약한지 만을 볼 뿐이며 왕의 군대가 그들에게 이르면 반드시 호장(壺漿)으로 길에 나와 기다리지만, 따져보다가 군대가 물러나는 것을 보면 곧바로 노략질하면서 봉기합니다.(p49/134) - P49

원영조는 어려서부터 말 타고 활 쏘는 것을 배웠는데, 어떤 사람이 그에게 말하였다. "무인(武人)의 일이란 두려워할 것인데, 어찌하여 책을 배우지 않는가?"

원영조가 말하였다. "옛날에 조공(曹公) 부자가 말에 올라서는 창을 휘두르고, 말에서 내려와서는 담론하고 시를 읊었는데, 이러한 일은 천하에 살면서 마시고 먹는 것을 져버리지 않을 수 있는 것입니다. 그대들은 스스로를 안전하게 할 재주도 없으니, 어찌 개나 양과 차이가 있습니까?"(p40/134) - P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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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흥종(蔡興宗)이 말하였다.
"지금 하늘 아래 온 세상에 동시에 반란이 일어났으니, 의당 냉정함으로 그들을 진압시키고, 지극한 믿음을 가지고 사람을 기다려야 합니다."(p25/157) - P25

유면(劉?)이 수양(壽陽, 안휘성 수현)을 포위하고, 초봄부터 늦겨울까지 안에서 공격하든 밖에서 방어하든 전투하여 승리하지 않은 일이 없었던 것은 관대하고 후덕하여 장교와 병사들의 마음을 얻었기 때문이다.(p90/157) - P90

무릇 항복한 자가 있으면 황상은 번번이 수양성(壽陽城, 안휘성 수현) 아래로 보내어 성 안에 있는 사람들과 이야기하도록 하였는데, 이로 말미암아서 많은 사람들의 마음이 흐트러지고 꺾였다.(p91/157) - P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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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시대에는 현세와 내세와의 해묵은 긴장 대신에, 새로운 형태의 현세적 긴장들이 대두되었다. 선택과 목적 사이의 긴장,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소속감을  보존하면서 개인성을 개발해야 하는 긴장, 독립과 연대감의 긴장, 집단적 특수성과 보편적 관심의 긴장, 생산성과 평등의 긴장, 이런 것들이 우리가 계속해서 지니고 살아가야 할 자본주의 시대에 특수한 긴장 관계인 것이다.  - P5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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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 전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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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약 내가 소설 속에 잠시 등장할 수 있다면 소설 속 인물 누구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은가'


  <토지 5>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주어진 주말 미션은 소설 속의 인물에게 조언을 하는 과제다. 누구에게 어떤 조언을 해야 하나. 그보다 내가 소설 속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나 역시 한 명의 인물로 육화(肉化)될 필요가 있었기에, 어떤 인물이 될 것인가가 중요했다. '행인3' 역할로는 어떤 조언도 할 수 없을 테니까.  소설 시간 밖의 존재가 소설 시간 안으로 들어가는 일. 그것을 먼저 해야한다. 그리고, 이러한 유명한 사례의 한 인물을 가져오기로 결정했다. 마니피캇(Magnificat).



[그림] 마니피캇(출처 : 위키백과)

 

 천사는 마리아에게로 가서 "기뻐하소서, 은총을 받은 이여. 주께서 당신과 함께 계십니다" 했다. 마리아는 이 말을 듣고 몹시 당황하며 이 인사말이 무슨 뜻일까 하고 곰곰이 생각했다. 그러자 천사는 마리아에게 말했다. "당신은 하느님으로부터 은총을 받았습니다. 몸에 태기가 있어 아들을 낳을 터이니 그 이름을 예수라 하시오. 그는 크게 되어 지극히 높은신 분의 아들이라 불릴 것입니다..."  _ <200주년 신약성서 주해 > <루카복음> (1:26 ~ 32), p284


 <교부들의 성경주해>에서 수도승 요한은 이 사건에 대해 '시간 밖의 존재가 시간 안으로 들어온 신비'라고 말하는데, 소설 밖의 독자가 소설 안으로 진입하는 사건 역시 이러한 신비에 부합하지 않을까. 기꺼이 천사 가브리엘(Gabrielus)의 캐릭터를 가져온다. 인물과 역할을 선정했으니, 이제는 두 개의 과제가 남는다. 누구한테 나타날 것인가와 무슨 예언을 할 것인가.


 야망은 불순물이다. 불순물은 혼합될 수 있는 것이다. 상현과 사이에 질러놓았던 지름목은 길상과 서희 사이에는 제거될 수 있는 것이며 그것을 드러내려는 서희의 모험을 길상은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서희가 원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다 해주고 싶다던 그러나 길상은 그것만은 용납할 수가 없다. 서희와의 거리는 절체절명의 것이다. 왜냐? 자존심 따위, 사내로서의 오기 따위 그런 것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사랑의 순결 때문이다. 순결을 지키고 싶은 때문이다.(p20).... 시초부터 야망의 수단이 아닌 길상과의 결합은 가능할 수 없었다. 적어도 길상과의 결합에 그것 이외 어떤 구실로 서희는 자신을 설득시킬 수 있었겠는가. _ 박경리, <토지 6>, P21/620


 소설 내용 상 길상과 서희가 이제 곧 맺어지는 시점에 이르렀기에 처음에는 길상 또는 서희에게 조언을 생각했었다. 이들의 미래를 보여주면서 결혼을 만류하는 조언.  구체적으로 나중에 너희 둘이 결혼해서 둘이 경영하는 길서상회가 돈을 많이 벌게 되지만, 서희는 간도에서 진주로 내려가고 길상은 독립운동하면서 틈이 생길 예정이다, 결혼을 다시 생각해보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또, 길상에게는 너는 나중에 관음탱화(觀音幀畵)를 그려야 하고, 독립운동도 할 사람이 처자식을 어찌 돌볼 것인가라는 조언을, 서희에게는 너는 결혼보다는 조씨 가문에 대한 복수가 우선으로 생각하지 않느냐, 결혼을 수단으로 생각하면 배우자가 불행해진다. 그럼 서로 겉돌게 되니 잘 생각해라... 이런 조언을 하려다 보니 가브리엘이 아니라, 맥베스의 세 노파/세 유령 이 되버린 듯 한다. 불행한 운명을 예언하는 것이 괜히 서희를 자극해서 더 폭주할 수 도 있을 듯하고, 내가 아니더라도 이번 주 길상과 서희는 다른 챌린저로부터 많은 조언을 받을 것 같아서 이들에게 조언하는 마음은 거둔다.


맥베스 [마녀들에게] 말해라. 너희는 누구인가?

마녀1 맥베스 만세! 글래미스 성주 만세!

마녀2 맥베스 만세! 코더의 성주 만세!

마녀3 맥베스 만세! 훗날 왕이 되리라. _ 세익스피어, <맥베스>, 1막 3장, 645


유령1 맥베스, 맥베스, 맥베스, 맥더프를 조심하라. 파이프를 조심하라. 이상이다.

유령2 잔인하고 용감하고 담대하라. 인간의 힘을 우습게 알라. 여자 몸이 낳은 자는 맥베스를 해하지 못하리라.

유령3 사자의 용기를 지키고 오만하며, 누가 안달하는지 누가 속이 상하는지 반역자가 어디 있는지 걱정을 마라. 맥베스는 절대로 패하지 않으리라. 울창한 버넘 숲이 던시네인 산으로 그에게 맞서 오기 전엔. _ 세익스피어, <맥베스>, 4막 1장, 665


 다음으로 마음에 끌리는 인물은 월선이다. <토지> 전체에서 떠올리기만 해도 마음이 안쓰러운 여인. 그렇지만, 사랑하는 이와 사랑을 주는 이가 있기에 결코 불행하다고 볼 수만은 없는 여인. <토지> 전체에서 마니피캇과 가장 어울리는 인물은 월선이라 여겨진다. 그렇다면, 월선에게는 어떤 이야기를 해 줄 수 있을까.


월선이 이곳으로 옮긴 것은 병이 무거워지면서 국밥장사를 할 수 없게 된 때문이다. 월선은 자기 병이 그렇게 중병이 아니며 장사 안 하는 것만으로 충분히 회복될 수 있는 것이라고 우겼다. 그것이 다 홍이 때문이라는 것은 뻔한 일.(p156)... 영국인이 경영하는 병원에도 여러 번 보내었고 월선이 치명적 병을 앓고 있으며 얼마 살지 못할 것이라는 진단을 받은 후에도... _ 박경리, <토지 8>, p158/654


 의사가 왔어도 병자의 고통을 덜어 주기 위해 진통제를 쓰는 것, 보혈주사를 놓아주는 것이외 다른 방법이 있을 순 없었지만 의사가 다녀간 후면 월선은 반드시 홍이를 찾았다. 고통이 덜해지기 때문이다. 마음속으로 목마르게 기다리고 있을 용이에 대해선 일절 말이 없었다. _ 박경리, <토지 8>, p372/654


 방으로 들어간 용이는 월선을 내려다본다. 그 모습을 월선은 눈이 부신 듯 올려다 본다. "오실 줄 알았십니다." "산판 일 끝내고 왔다." "임자, 내 몸이 찹제?" "아니요." "우리 많이 살았다." "야." "니 여한이 없제?" "야. 없십니다." "그라믄 됐다. 나도 여한이 없다." 용이 돌아와서 이틀 밤을 지탱한 월선은 정월 초이튿날 새벽에 숨을 거두었다.(p378)...  시신이 놓인 방에서 물러 나려다 홍이 뒤쫓아왔다. "옴마!" 가슴 위에 모아놓은 뼈뿐인 손을 잡고 다시. "옴마!" 홍이 계속하여 옴마! 옴마! 부르며 방에서 뛰쳐나간다. _ 박경리, <토지 8>, p379/654


 아무래도 머지 않아 월선은 손을 쓸 수 없는 중병에 걸려 죽는다는 이야기를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수태고지(Annunciation)에서는 생명의 탄생을 예언하지만, 여기서는 죽음을 예언한다는 것이 사뭇 마음에 걸리지만 수태고지 이후 시메온/한나 예언자의 고통에 대한 예언이 이어진다는 점을 생각하면, 월선에게는 평안한 죽음을 약속하며 마음의 균형을 맞출 수 있을 듯하다.


 시므온은 그들을 축복하고 아기 어머니 마리아를 향하여 말했다. "두고 보시오. 이 아기로 말미암아 이스라엘 백성 가운데 많은 사람이 넘어지기도 하고 일어서기도 하며 또 그는 배척당하는 표징이 됩니다. 당신의 영혼을 칼이 꿰뚫을 것입니다. 그리하여 많은 심중의 생각들이 드러날 것입니다."  _ <200주년 신약성서 주해 > <루카복음> (2:34 ~ 36), p293


 비록 치료하기 힘든 병에 걸려 고생하지만, 주변 사람의 사랑을 받으며 투병 생활을 하고 곁엔 마음으로 따르는 아들 홍이가 지켜주며, 임종 순간에는 그토록 기다리던 용이가 돌아와 곁에서 삶을 마무리 한다는 이야기. 결코 죽음의 순간을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는 조언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언제나 모든 것을 포용하는 듯한 월선은 어떤 이야기를 듣더라도 동요하지 않고 받아들일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월선의 모습은 내게 경외(敬畏)의 대상이 되지는 않을까... 


 복음사가는 예수 탄생 예고의 장면에서 천사 가브리엘을 등장시키는데, '가브리엘'은 '하느님의 힘'이라는 뜻이다... 천사는 또한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시다"는 뜻모를 말로 정숙한 마리아를 어리둥절하게 만든다(암브로시우스)... 인간의 이해를 초월하는 이 기적적인 출생에 대해 마리아가 아니라 가브리엘이 마리아 앞에서 두려워해야 마땅하다(테오파네스) _ 아서 A. 저스트2세, <교부들의 성경주해> <루카복음서>, p68


 독서챌린지 과제로 페이퍼를 작성하면서, 새삼스럽게 월선이라는 인물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생각하면 참 가슴아프면서도 곁을 지켜주고 싶은 인물. 이제 얼마 뒤면 월선의 죽음이라는 정해진 소설 속의 시간은 다가오겠지. 책을 몇 번을 읽더라도 가슴이 먹먹해지는 이 순간 속에서 '돌아오지 않는 시간'이 한편으로는 행복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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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붕툐툐 2021-09-12 00: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앗! 겨울호랑이님 토지가 재독이세요?? 줄거리 다 아시네용~ㅎㅎ
저도 길상이와 서희 결혼은 반대입니다. 부부로서 행복하지 않은 거 같아요. 그리고 제 맘 속 최고 인물도 월선이에요~!!^^

겨울호랑이 2021-09-12 06:58   좋아요 1 | URL
이번에 토지 독서 챌린지 신청하고 급하게 선행학습을 했어요 ㅋ 대강의 줄거리를 파악하고 챌린지 기간 중 세세히 문장을 들여다 보는 중입니다. 붕붕툐툐님 말씀을 들으니 제 조언이 지지를 받는 것 같아 다행이라 여겨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