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완은 이 사실을 마음에 두지 않았다. 왜냐하면 우리는 어떤 대화를 채우는 숱한 몸짓이나 말, 하찮은 사건들 속에서 우리 주의를 끄는 것은 아무것도 알아채지 못한 채, 우리 의혹이 무턱대고 찾는 진실을 감추고 있는 것의 곁은 그냥 지나쳐 가면서도, 반대로 아무것도 없는 것들 앞에서는 발길을 멈추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오데트가 흔히 하던 거짓말은 그렇게 결백하지 않았고, 만일 탄로나면 이런저런 친구와의 관계에서 엄청난 어려움이 생길 수도 있는 것을 숨기는 데 활용되었다. 그래서 그녀가 거짓말을 할 때면, 겁에 질려 자신을 방어할 만큼 충분히 무장되지 않았다고 느꼈고, 또 성공을 확신할 수도 없었으므로 잠을 자지 못한 몇몇 어린애들처럼 피로해져서는 그만 울고 싶어지는 것이었다.

오데트의 육체는 별로 좋지 못한 시기를 통과하고 있었다. 그녀는 살이 쪄 갔다. 그렇게도 풍부한 표현이며 애절한 매력이며 놀란 듯 꿈꾸는 듯하던 시선도 그녀의 첫 번째 젊음과 더불어 사라져 버린 듯했다. 그녀가 스완에게 가장 소중한 존재가 된 것은, 말하자면 이처럼 스완이 오데트를 가장 덜 아름답다고 생각했을 때였다. 그는 예전에 느꼈던 매력을 다시 찾아내려고 오랫동안 그녀를 바라보았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이 새로운 번데기 아래 살고 있는 것은 여전히 오데트였으며, 여전히 덧없고 포착할 수 없는 앙큼한 의지라는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도 스완이 그녀 마음을 붙잡기 위해 예전과 똑같은 열정을 기울이기에 충분했다. 그러면 그는 이 년 전에 찍은 사진을 바라보며, 그녀가 얼마나 매력적인 여자였는지 회상해 보았다. 그것은 그녀 때문에 겪는 그 많은 고초를 조금은 달래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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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스완은 오데트가 여러 면에서 그렇게 뛰어난 여자가 아니라고 생각했고, 또 자기보다 열등한 존재에 대해 그가 행사해 오던 우월감에 비추어 ‘신도들의’ 면전에서 그 권리가 공표되었다 해도 그렇게 자랑거리는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오데트가 많은 남자들 눈에 매력적인 욕망의 대상으로 보인다는 사실을 알고 난 후부터는, 그들이 그녀 육체에 느끼는 매력 탓에 그 역시 그녀 마음 구석구석까지도 완전히 지배하고 싶다는 고통스러운 욕구를 느꼈다.

그런데 지금 그의 질투가 소생시킨 것은 학구적이었던 젊은 시절의 또 다른 재능, 진실에 대한 열정이었다. 그러나 이 진실 역시 그와 오데트 사이에 놓여, 오로지 그녀로부터만 빛을 받는 순전히 개인적인 진실로, 그녀의 행동이나 교우 관계, 계획, 과거 따위를 그 유일한 대상으로 삼으며, 거기에 무한한 가치와 이해 관계를 거의 초월한 아름다움을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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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초 한 자루에 담긴 화학이야기 - 과학고전시리즈 3
마이클 패러데이 / 서해문집 / 1998년 2월
평점 :
품절


연소 물질이 어떻게 공급되는가, 어떻게 하여 연소 현상이 일어나는 곳으로 운반되는가, 연소가 일어나는 곳에는 공기가 어떻게 규칙적으로 공급되는가, 이 모든 것을 자세히 알 수 있습니다. 특히 천연의 양초라고 이름지을 수 있는 이 작은 나뭇조각으로부터 어떻게 하여 열과 빛이 생성되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_ 마이클 패러데이, <양초 한 자루에 담긴 화학 이야기>, p15

마이클 패러데이(Michael Faraday, 1791~1867)의 <양초 한 자루에 담긴 화학 이야기>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대중강연집이다. 제목처럼 패러데이는 당시 흔하게 볼 수 있는 양초로부터 연소, 화합물, 원소, 수소와 산소, 고체, 액체 등의 상태 등에 대한 논의를 펼친다.

탄소가 연소하면 일정한 물질이 생긴다는 것, 숯이나 그을음은 그 일부라는 것을 생각하면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 숯을 다시 더 연소시키면 다른 물질로 되는데, 이제 이 물질이 무엇인지 조사하고 싶을 것입니다. 연소될 때는 어떤 물질이 날아가 버린다는 것을 이미 설명했는데, 그렇다면 얼마만큼의 물질이 공기 중으로 날아갔는지를 조사해야겠습니다. _ 마이클 패러데이, <양초 한 자루에 담긴 화학 이야기>, p60

책은 양초를 통해 18세기까지 알려진 화학 내용을 설명하기에 오늘날의 관점에서 본다면, 기초적이며 당연한 내용을 담고 있기에 화학에 대한 깊은 지식없이도 쉽게 읽을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양초 한 자루에 담긴 화학 이야기>가 오늘날의 관점에서 무가치한 책이라 생각되지 않는다.

물은 두 가지 원소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 중의 하나는 이미 양초의 경우에서 보았고, 또 다른 하나는 어디에나 있습니다. 온도가 영하로 내려가면 물은 얼음으로 존재하다가, 온도가 높아지면 다시금 물이 됩니다. 그러다 다시 충분히 가열하면 증기로 변합니다. 지금 우리 앞에 있는 물은 밀도가 가장 큰 상태에 있습니다. _ 마이클 패러데이, <양초 한 자루에 담긴 화학 이야기>, p69

본문의 진행은 강연자인 패러데이가 직접 청소년들의 눈 앞에서 실험을 하면서 진행한다. 단순히 결과만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과정을 보여주기에 실험 중간 중간 예상치 못한 사고도 발생한다. 사고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패러데이는 직접 실험을 수행하며 아이들에게 위험한 실험은 현장에서만 확인하라고 당부하며 보다 생생한 실험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 두 장의 백금판(白金板)이 전지의 두 극입니다. 이것을 양 극으로 삼습니다. 그리고 아까 종이 위에서 한 것과 마찬가지로 이것을 그 산의 용액에 접촉시킵니다. 전지의 두 극을 접촉시키기만 하면 용액이 종이 위에 있든 병 속에 있든 조금도 변하지 않습니다(p92)... 전지의 힘을 작용시켜 용액 속에 넣으면 순식간에 구리처럼 변화합니다. 이에 반하여 이쪽의 백금판은 완전히 깨끗합니다. 구리로 변한 백금판과 깨끗한 것을 장소를 바꿔 보면 구리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이동합니다. 즉 이동함에 따라 구리로 되어 있던 표면이 깨끗해지고 깨끗했던 표면이 이번에는 구리로 뒤덮여 있습니다. 즉 앞에서 용액 속에 있던 구리가 이렇게 하여 전지의 작용에 의해 여기에 나타난 것입니다. _ 마이클 패러데이, <양초 한 자루에 담긴 화학 이야기>, p93

이와 함께 패러데이는 자신의 강의를 단순히 실험에만 한정짓지 않는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공기가 여러 원소로 구성되어 있다는 사실이 갖는 의미에 대해서도 생각할 수 있도록 아이들을 이끈다. 또한, 독자들은 과학적 지식에서 삶의 지혜로 변화시키는 과정을 본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우리들 육체의 내부에서도 살아 있는 생물의 연소 현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것은 양초의 연소와 조금도 다를 바가 없습니다. 저는 여러분에게 이것을 확실하게 설명하고자 합니다. 이렇게 하여 인간의 생명을 양초에 비유하는 것은 결코 시적(詩的)인 의미에서만은 아니라는 것을 여러분이 알 수 있기를 바랍니다. _ 마이클 패러데이, <양초 한 자루에 담긴 화학 이야기>, p148

이와 같이 <양초 한 자루에 담긴 화학 이야기>는 가난한 대장장이의 아들로 태어나 초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한 패러데이의 다음 세대에 대한 사랑의 표현이라 생각된다. 마침 얼마 전 미야자키 하야오(宮? 駿, 1941~ )의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가 개봉했다. 아직 보지 못했지만, 은퇴를 번복하면서까지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든 작가는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일까를 생각하며 리뷰를 갈무리한다..

단 1회의 호흡으로 공기는 이와 같이 변질되어 버렸으므로 한 번 더 호흡할 필요도 없습니다. 따라서 인구가 밀집되어 있는 곳이나 특히 빈민가 같은 곳은 주거지로서 부적당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곳에서는 충분한 환기법(換氣法)이 실시되지 않고 있으므로 신선한 공기가 조금도 공급되지 않고, 따라서 한 번 사용한 공기를 다시 몇 번이고 호습하게 되는 것입니다. _ 마이클 패러데이, <양초 한 자루에 담긴 화학 이야기>, p151

모든 생물, 즉 동물과 식물은 서로 도움이 되는 작용을 하고 있습니다. 지구상에서 생장하고 있는 모든 초목은 우리가 공기 속으로 뿜어 내보낸 탄산가스를 잎으로 빨아들여 성장하고 번성합니다. 우리가 필요로 하는 깨끗한 공기를 식물에게 주어 보십시오. 시들어 버립니다. 탄산가스를 주어 보십시오. 그러면 잘 자랄 것입니다. 이 나뭇조각이 탄소를 포함하고 있는 것은 모든 식물과 마찬가지로 대기의 덕분입니다. 즉 우리들에게는 유해한 탄산가스를 대기가 이것이 필요한 다른 장소로 운반해 가는 것입니다... 이러한 작용의 원인은 모든 화학 변화를 일으키게 하는 힘, 즉 화학 결합력입니다. 우리가 호흡할 때 우리들의 내부에서도 화학 결합력이 작용합니다. 이것은 양초의 연소 때 불꽃 속에서 작용하는 것과 같습니다. _ 마이클 패러데이, <양초 한 자루에 담긴 화학 이야기>, p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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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5년 체제’의 기본은 안전보장과 경제협력, 간단히 말하자면 ‘안보 경제’였다. 원래, 한일교섭은 일본이 한국을 지배했던 식민지배 기간에 한일 간에 이전된 경제적 가치의 원상 복귀를 꾀하는 방법으로 청산을 시도한 것이었다. 또 그것에 경제협력이라는 명목을 입혀, 그것을 수단으로 공산주의의 위협에 대항하여 한일의 안보를 확보하려 한 것이다. 이렇듯, 안보와 경제를 우선함으로써 역사 청산은 미흡하게 매듭지어졌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반면 경제협력을 축적하여 안보를 확실하게 함으로써 역사를 둘러싼 대립을 해결한다는 낙관적인 기대도 있었다.

한국은 여전히 미국의 경제 원조가 필요했다. 따라서 원재료의 수입처는 주로 미국이었으며, 1차 생산품의 수출처는 주로 일본이었다. 그러한 무역구조는 국교 정상화 이후 크게 변화했다. 일본에서 원재료를 수입하여 그것을 가공한 뒤 주로 경공업 제품을 만들어, 미국 등에 수출하는 것으로 변화했다. 일본에서 원재료를 수입할 수 있었던 이유는 국교 정상화에 따른 청구권 자금의 공여 때문이었다.

경제가 성장하면 성장할수록 일본에서 원재료나 기계, 부품 등의 수입이 늘어났으나, 일본에 대한 공업제품의 수출이 수입과 비례하여 증가하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대일 무역 적자는 날로 증대되었다. 따라서 한국에서는 대일 무역 적자의 증대를 한국에서 일본으로 경제적 가치가 일방적으로 이전되는 것으로 이해하였고, 따라서 한국 정부는 이의 시정을 요구했다.

일본은 진정으로 한반도를 이해하는 것이 아닌 한국 사회의 등신대를 세워놓고, 일본의 좌우 대립을 그대로 한반도에 투영한 셈이었다. 사회당이나 공산당 등의 좌파 세력은 한국이 아닌 북한 쪽에 조금 더 친근감을 표했다. 정부 자민당 등의 우파 세력은 반대로 한국 쪽에 정통성이 있다고 보았다. 그 중간의 정치 세력은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게다가 일본의 식민지지배에 대한 반성 등 과거의 역사 인식에 관한 문제의식을 충분히 가지지 못했다는 점은 좌우 모두의 공통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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