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은 패턴화된 움직임을 통해 완성되며, 패턴을 만드는 직접적인 지시는 신경계로부터 나온다. 달리 말해 유전자가 직접 행동을 일으킨다기보다는, 그러한 행동을 수행할 수 있는 신경계를 만들고 자극에 대한 반응성을 유지한다고 할 수 있다.

유전자가 어떻게 행동을 조절하는지를 이해하기 위한 핵심 과정은 유전자가 작용하는 신경회로를 찾아내고, 그 회로에서 유전자의 역할을 규명하는 것이다. 문제는 크고 복잡한 포유류의 뇌뿐만 아니라, 10만여 개의 뉴런으로 구성된 초파리의 뇌에서도 이들이 어떻게 서로 연결되어 신경회로를 이루고, 각각의 신경회로들이 어떻게 특정 행동을 조절하며, 어떤 유전자들이 이 과정에 관여하는지를 이해하는 일이 매우 복잡하고 어렵다는 점이다.

행동을 조절하는 신경회로의 물리적 실체는 바로 커넥텀connectome이라고 불리는 뉴런들의 물리적 연결 네트워크다. 브레너의 연구팀은 존 화이트John White를 중심으로 전자현미경으로 촬영한 벌레의 연속 단면 이미지를 분석해 모든 뉴런을 찾아내고, 이들이 이루고 있는 시냅스를 규명하여 전체 커넥텀을 그려내고자 했다.

시간에 대한 고려는 드레이크 방정식의 마지막 계수인 L 값을 다루면서 중요한 쟁점으로 부각될 것이다. 먼 훗날 화성과 유로파, 타이탄과 엔셀라두스에서 지능을 가진 생명체가 탄생한다면 태양계의 일생 전체를 관통하는 태양계 내의 fi 값이 재조정될 것이다. 애초에 이들 행성과 위성에 생명체가 탄생하지 않았다면 fi 값은 1이 될 것이다. 훗날 (생명체가 탄생했다는 가정하에서) 이들 모두에서 지적생명체가 출현한다면 fi 값은 역시 1이 된다. 이들 천체 모두에서 탄생한 생명체가 그냥 단순한 형태의 박테리아나 미생물 수준에서 진화를 멈춘다면 fi 값은 0.2가 될 것이다. 이런 상황들 사이에 여러 가지 조합이 생길 수 있으므로 fi 값은 0.2에서 1 사이 어느 곳을 차지할 것이다.

드레이크 방정식의 다섯 번째 계수 fi는 실제로 생명이 탄생한 행성(또는 위성) 중에서 생명체들이 진화해 지적생명체가 출현한 행성의 비율에 관한 계수다. 여기에서 시작점은 생명이 이미 탄생한 상황인 행성이나 위성이다. 그런 천체 중 얼마나 많은 곳에서 지적생명체가 태동했는지를 따져 보자는 것이다.
현재 시점까지 우주에서 생명이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된 곳은 지구가 유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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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과 북아메리카에서 계몽주의는 국민 주권의 확대와 통치권 제한 쪽으로, 개인의 자유와 시민 권리의 보장을 목표로 삼은 새로운 "자유의 과학" 쪽으로 기울었다. 그런데 중앙 유럽에서 계몽주의는 규제를, "국가의 과학"이나 "질서의 과학"을, 그리고 주권자가 규정하는 공익에 개인이 종속된 상태를 지향했다. 중앙 유럽판 계몽주의의 대표적인 인물들 중 한 사람은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과 신민들의 온갖 임무는 다음과 같이 요약될 수 있다. 복종과 충성과 근면을 통해서, 그들의 행복을 위해서 통치자가 채택한 모든 방법과 수단을 증진하는 것."

오랫동안 교양 있고 문화적으로 세련된 사람들의 특기로 여겨졌던 프랑스어가 이제 일상적인 독일어에 자리를 내주었고, 사람들은 커피점, 도서관, 집회소 등에서 시간을 보내는 대신 가족끼리 주말에 공원으로 소풍을 즐기러 나가거나 케이크를 사 먹으려고 외출했다.

왕실도 명망 있는 중산층 같은 분위기를 풍기게 되었다. 항상 군복을 입었던 요제프 2세와 달리 프란츠 2세는 평범한 외투 차림으로 쇼핑을 즐겼고, 황후인 카롤리네 아우구스테는 충실한 주부의 이미지를 연출했다.

메테르니히의 진정한 목적은 특히 독일 연방과 이탈리아와 관련하여 주군인 프란츠 2세의 영향력과 신생 오스트리아 제국의 영향력을 유지하는 것이었다. 그가 정통성을 강조한 것은 그동안 자신이 오스트리아에 유리하도록 조성해온 현재 상태를 유지하고자 내세운 구실일 뿐이었다.

메테르니히의 업적은 유럽의 지도에서 찾아볼 수 있다. 나폴레옹이 내팽개친 유럽의 지도는 메테르니히 덕분에 복원되었고, 신생 오스트리아 제국은 메테르니히의 활약으로 차지한 주도적 위치를 바탕으로 마리아 테레지아 탈러 은화를 아프리카까지 퍼트릴 수 있었다. 1814년과 1815년 사이에 빈에서 메테르니히가 구획 과정에 참여한 뒤에 보전하려고 애쓴 국경선은 유럽 국가 체제의 광범위한 윤곽선을 이루면서 1914년까지 유지되었다. 중심부가 안정되자 유럽 열강 간의 충돌은 "주변부화되었고", 유럽의 강대국들은 동쪽의 오스만 제국으로, 그리고 남쪽의 식민지를 둘러싼 경쟁으로 눈길을 돌렸다.

그 결과가 바로 1867년의 대타협이었다. 데아크 페렌츠가 마련한 그 타협안을 통해서 헝가리는 독립을 이루었지만, 여전히 합스부르크 제국에 포함되었다. 즉, 4월법과 국사 조칙이 조화를 이룬 셈이었다. 1867년의 대타협에 따라서 헝가리 왕국은 정부와 의회(고위 인사들의 상원과 선출직 의원들의 하원으로 나뉘었다)를 가지게 되었지만, 황제가 헝가리 국왕으로서 정부를 임명했다.

군주들은 최초의 근대적 유명 인사들이었다. 그들은 구경거리였다. 그들의 이미지는 사진과 대량 생산된 판화를 통해서 "과장된" 속성을 띤 상품으로 변모했다. 그들의 죽음 역시 일상과는 동떨어진 일, 생활 속에 의미와 강렬함을 주는 사건이 되었다. 1867년 막시밀리안의 죽음은 유럽 전역에서 잇달아 발생할 주권자 암살 사건의 예고편이었다.

이전의 군주들과 왕족들은 본인의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합스부르크 가문 사람들은 신이 결정한 통치권의 신화적 자기 과대평가와 증거를 강조하며 스스로의 정체성을 열심히 설정했다. 그러나 왕가들은 대중의 상상력을 함양할 힘을 잃어버렸고, 개선문과 장례용 영구대의 시절은 지나버렸다. 유럽의 대다수 지역에서 이제 왕가들을 표현하는 방식의 틀은 언론에 의해서 정해졌다. 합스부르크 가문의 경우, 그 새로운 매체를 통해서 전달되는 가장 강력하고 반향이 큰 이미지는 죽음이라는 구경거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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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산형 동료 시민 정치가 단순히 대의민주주의를 대체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더 폭넓은 분야의 시민들을 더 친밀하게 적극적으로 참여시키는 거버넌스의 심화를 이끈다는 점에 대한 강조가 중요하다.

동료 시민 거버넌스는 정책 수립 과정에서 대의민주주의에서 강조하는 관행과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다 보여 준다. 가장 중요한 차이점은 합의 도출에 부여하는 가중치에 있다. 기존의 입법 의사결정은 일반적으로 합의 도출을 염두에 두고 시도된다. 하지만 다양한 이해관계와 의제를 충족하기 위한 교섭과 절충을 거치면서 편의적 의사결정인 경우가 많다. 이와 달리 심의적 거버넌스는 모두가 수긍하는 ‘예스’에 도달하는 절차를 구축해서 유리한 상황을 모색한다. 적어도 이론상으로는 그렇다.

예산, 공교육, 치안 유지는 정부를 구성하는 핵심 요소다. 2세기 동안 지속된 대의민주주의 이후 전 세계의 시민들은 자신의 이익과 관심사, 열망이 무시되거나 제한된다는 확신으로 지쳐 가고 있다. 우리 인간 종이 야생으로 돌아가고 있는 행성에서 어떻게 살아남고 번성할 것인가라는 인류 역사상 최대의 도전에 직면한 바로 그 순간에 대의민주주의에서 정치적 소외와 신뢰의 상실이 발생했다.

진보의 시대에 평등은 자율성의 파생물로서만 가치가 있다. 자율성에 대한 신념이 전제되지 않고는 평등을 옹호할 수 없다. 스스로 자율적 행위자라고 믿는 만큼 평등을 요구할 것이며 그것이 다반사가 된다는 뜻이다. 모든 개인의 본질이 자율성의 추구라면 평등한 대우에 대한 욕구가 필연적으로 따라온다. 자신의 자율성 확보를 보장하기 위해 언제나 조심하고 부단히 경계하는 그림자 같은 동반자로서 말이다.

하지만 공감 충동은 양육의 방식과 일생에 걸친 연속적인 애착 대상에 국한되지 않는다. 공감은 역사와 함께 진화하고 사회의 진화 그리고 (사회과학자들이 거의 탐구하지 않은 사회 영역이라 할 수 있는) 문명의 흥망성쇠와도 깊이 얽혀 있다.

사회 전반에 걸쳐 새로운 인프라가 구축되고 전개될 때 공감 역시 점진적으로 발전하고 확장된다. 각 문명의 인프라는 구성원들이 충성을 바칠 수 있는 서사적 세계관과 함께 고유한 경제적 패러다임, 새로운 사회 질서, 새로운 형태의 거버넌스, 생태 발자국 등을 수반한다.

윌슨은 다른 모든 생물 종과 마찬가지로 인간 종의 본질적 욕구는 지배가 아닌 번성이며 생명애는 동료 생물체 및 자연계와 공감하려는 우리의 타고난 성향을 반영한다고 주장하며 생명의 진화를 더 나은 장으로 옮겨 놓았다. 단 한 방에 우리 인간 종을 자연을 지배하기 위한 투쟁에서 자연과 화합하고자 하는 타고난 유전적 성향으로 옮겨 놓은 것이다. 우리 인간 종은 그렇게 함으로써 번성한다.

가장 흥미로운 발견은 나이가 어릴수록 관계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인 데 반해, 나이가 많을수록 환경을 대상으로 생각하는 경향을 보였다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가 유전적 구성에 포함된 생명애 지향성을 타고나지만, 전통적인 학습 과정을 통해 환경에 대해 생각하고 행동하는 방법을 학습함으로써 그것이 육성되기보다 오히려 소멸된다는 것을 시사한다.

회복력 시대에 부합하도록 인류의 이야기를 다시 설정하려면 우리의 아이들을 교육하는 방법에 대해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다. 아이의 유전적 구성에 내재된 타고난 생명애 충동이 유치원 교육에서 발현되고 번성하도록 하고 학교교육, 나아가 직업 생활에서도 지속적으로 성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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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로아스터
나종근 엮음 / 시공사 / 200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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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로아스터교의 역사
메리 보이스 지음, 공원국 옮김 / 민음사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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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프리드리히 니체 / 책세상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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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로아스터교의 역사
메리 보이스 지음, 공원국 옮김 / 민음사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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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반적으로 조로아스터교는 육체적 세계와 정신적 세계의 상호 의존에 관한 예언자의 가르침에 맞춰, 도덕성을 갖춘 순결과 순결을 갖춘 도덕성을 추구한다. 그러므로 아마도 이 장에서 묘사한 모든 예법들의 최소한 씨앗이라도 이 종교의 가장 초기 시기에 이미 존재했을 듯하며, 실제로 그 일부는 다신교 시절의 관습에서 유래한 것으로서, '선한 종교'에 의해 악의 육체적 공격에 맞선 투쟁에서 쓸 무기로서 유보된 듯하다. _ 메리 보이스, <조로아스터교의 역사>, p419


 메리 보이스(Mary Boyce, 1920 ~ 2006)의 <조로아스터교의 역사  A History of Zoroastrianism>는 마즈다교(Mazdaism) 혹은 배화교(拜火敎)로도 알려진 조로아스터교(Zoroastrianism) 안에 자리한 인도/이란의 다신교(多神敎)적 요소를 밝히고, 또한 이후 등장한 유일신교 -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 -와의 연관성을 잘 드러낸다. 


 개별 심판, 육체의 부활, 최후의 심판, 영원한 생명을 위시한 조로아스터의 종말론적 가르침은 차용을 통해 유대교와 기독교 및 이슬람교와 심대하게 닮게 되었고, 수많은 지역 사람들의 삶과 사고에 지대한 영향을 끼쳐왔다... 이런 교리들이 조로아스터의 계시 안에서 윤리적 깊이와 논리적 결속력을 확보했지만, 이들 교리 각각은 그것들을 키운 고대의 아후라 종교에서 파생된 것으로 보이는데, 그 종교 자체도 아샤에 대한 종교에 뿌리를 둔 정의와 도덕의 신앙이었다. _ 메리 보이스, <조로아스터교의 역사>, p319


 저자인 메리 보이스는 본문에서 자신의 견해를 일방적으로 주장하지 않는다. 통일되지 않는 수많은 학술연구결과를 인용, 제시하기에 때로는 혼란스럽게 다가오기도 하지만, 매 장의 소결론 부분에서 보수적으로 내용을 정리하면서 '인도/이란의 다신교 전통에서 유래한 예언자 자라투스트라에 의해 개혁된 일신교'인 조로아스터교의 대략을 독자들에게 보여주는 점이 인상적이다. 


 20세기 동안 진행된 일관성 있는 하나의 해석에 따르면 고대 인도/이란의 아후라들은 모두 추상적 개념을 인격화한 것이다. 인도/이란 종교의 이 특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렇게 인격화된 존재들이 강력하고 언제나 존재하는 신격이 되어 추종자들을 거느릴 수 있다는 사실을 반드시 파악해야 한다. 정의, 용기, 진실 등 지금은 하나의 추상으로 간주되는 것들이 고대에는 힘으로 여겨졌다. 이 힘이 신성시되고 개성과 육체적 특성을 획득하고, 이어 신화를 부여받는 과정은 역사 이전 시대에 숨겨진 채로 남아 있다 _ 메리 보이스, <조로아스터교의 역사>, p53


 저자는 다신교에서 유일신교로 나아가는 과정의 시작을 인도 브라만교, 이란의 미트라교, 조로아스터교 공통신 미트라(Mitra/Mithra)에서 시작한다. 본래 '계약'을 상징하는 미트라가 신으로 숭배되면서 '공정'이라는 특성을 부여받고, 공정한 판결을 의미하는 '심판자'로서, 당시 불 앞에서 약속하는 당대 관행에 따라 '밝음'과 '태양'으로 의미를 확장시켜 나가는 서술 속에서 우리는 '추상적 의미'의 '구체적 표현'으로서 다신(多神)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추상으로부터 구체로.


 인도어와 이란어 자료 모두에 나타난 바에 따르면 불 앞에서 약속의 인격화된 힘인 미트라의 이름으로 맹세하는 것이 고대의 관습이었기 때문이다. 불은 생명을 지속시키는 화로의 불꽃으로서든 시간과 계절을 주관하는 하늘의 태양으로서든 르타/아샤, 즉 사물의 정해진 질서를 표상했다. 불은 미트라의 대리인으로 간주될 수 있었고, 신과 불이 긴밀하게 연결되었는데, 하도 긴밀하여 이란과 인도에서 미트라는 점차 태양신으로 묘사되기에 이르렀다. _ 메리 보이스, <조로아스터교의 역사>, p58


  우리는 이러한 '추상-> 구체'라는 방향성과 반대되는 '구체 -> 추상'의 방향성을 예술로부터 발견할 수 있다. 과거 구석기 시대의 암각화가 구체적이고 사실적인 모습의 동물들을 주로 그렸다면,  신석기 시대의 유적에서는 추상적이고 기호로 표현된 작품들이 표현되었다는 점에서, 구석기 시대의 애니미즘(Animism)으로부터 문명(civilization)으로의 이행과 이에 대한 표현으로서 추상적 사유에 생명력을 부여하는 것이 발화(發話)이며, '말씀이 사람이 되는 것'과 같이 로고스(logos)의 재현이 신화로 나타난 것이 아닐까. 


 공정함 때문에 미트라는 불가피하게 다른 측면, 즉 신의 없는 자들의 엄하고 무서운 응징자로서 그들을 때려 부수는 특징을 가지게 되었다. 이처럼 그는 "분노한 주"로서 두려워해야 할 존재였다. 그러나 사람들은 자신의 적을 자신보다 사악한 존재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이 특징 때문에 미트라는 또한 전쟁의 신으로서 의로운 이란인들을 위해 적과 싸우는 존재가 되었다. 그를 표상하는 개념은 이렇게 태양신의 특징에 전사의 모든 특징들이 더해져 풍부해졌다. _ 메리 보이스, <조로아스터교의 역사>, p60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다신교에서 유일교로의 이행은 고도의 추상화 작업으로, 이러한 추상화작업의 끝은 모든 종교에 공통인자인 '황금률(Golden Rule)'로 수렴하는 것은 아닌가를 생각하게 된다. 우리는 <조로아스터교의 역사>를 통해 유목민족인 인도/이란 민족의 문화 요소가 종교에 남긴 깊은 영향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종교(宗敎)는 현시대 문화현상에 후행적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종교에서 의미를 찾는다면, 우리의 발자취가 단선적인 것이 아니라 순환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개인적으로 인류사의 사건은 독립적이지만, 개별 사건의 의미가 인류사 안에서 기출문제처럼 매번 반복되는 것이 역사의 공식이며 법칙이라는 생각을 갖는다. 그런 점에서 과거 문화의 유산으로 종교가 오늘날 우리에게 의미를 갖는다면, 그것은 세세한 교리나 문구가 아니라 압축된 가르침의 의미 때문이 아닐까. 개인으로 종교는 하나의 길로서 선택할 수밖에 없지만, 산에 오르는 길이 반드시 자신이 가는 길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한때 2022년 미트라교의 축제일이었던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조로아스터교의 역사> 리뷰를 갈무리한다... 


 다신교 시절 이미 신에 대한 이원론이 존재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윤리적 이원론과는 별개의 것으로서, 여기저기 번영과 행복을 나눠 주는 천상의 신들과 어둡고 기쁨이 없는 그들의 거소에 떨어지지 않기 위해 인간들의 희생을 바치는 지하 세계의 신들이 대비되는 유신론有神論이 그것이다. 조로아스터의 가르침을 통해 이 지하 세계는 단순히 부정적인 곳일뿐 아니라 처벌의 세상, 즉 사실상의 지옥으로 간주되고, 다에바들은 격이 하락하여 지하 세계의 거주자가 되어 진실로 예언자를 따르는 이들의 미움을 받게 되었다. _ 메리 보이스, <조로아스터교의 역사>, p123


 각자는 적당한 계절에 자기 위에 있는 이와 신에게 복종을 보여야 하고, 그러므로 아르마이티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절제하고 이 세상의 이로운 것들을 적당히 취함으로써 인간은 하우르바타트와 아메레타트, 즉 건강 및 생명과 결합하기를 바랄 수 있다. 그리고 그의 생각과 말과 행동에 정의와 올바름이 충만하여 아샤와 항상 그와 함께하도록 해야 한다. 이 위대한 일곱 불사자가 한 사람 안에 거할 때 악은 그를 침범하고 조종할 힘을 갖지 못한다. 이것이 조로아스터의 윤리적 가르침의 핵심이다. _ 메리 보이스, <조로아스터교의 역사>, p287


신앙의 영역에서 인도인들은 자연과 신의 행위에 대해 상세히 부연하고 의미를 짐작하는 경향이 있으며, 풍부한 상상력으로 새로운 신화, 상징, 유추를 창조해 내는 경향이 있었다. 고대 이란인은 더 현실적이고 냉정한 기질을 가진 듯하며, 조로아스터의 계시 또한 환상을 통제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하지만 이로 인해 다신교 시절의 일부 요소들이 거부되고 유실된 듯하다. 하지만 이로 인해 다신교 시절의 일부 요소들이 거부되고 유실된 듯하다. 이리하여 인도/이란의 신앙을 복원하기 위한 재료들은 "대체로 아베스타 안에는 파편적이고 빈약하며, 베다 안에는 풍부하지만 혼란스럽다." - P46

이란의 아후라 마즈다는 조로아스터가 설교하기 전에 이미 미트라 이상으로 격상되어 아베스타 민족들은 물론 페르시안들에 의해 더 위대한 신으로 인정되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이는 아후라 마즈다에 상응하는 베다의 신은 미트라의 드반드라(쌍, 짝) 파트너인 바루나가 아니라 베다의 몇 구절에서 이 둘보다 더 높은 존재로 등장하는 이름 없는 아수라(Asura), 즉 최고신이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 P68

지금까지 고찰한 신들은, 눈으로 볼 수 있고 그들의 육체적인 정식 현신으로 여길 수 있는 구체적 자연물이 없다는 점에서 모두 "추상적" 존재이다. 미트라와 보우루나 아팜 나파트는 각각 불 및 뭋과 인도/이란 시절부터 이미 상관관계가 있었지만, 이는 신과 사물을 동일시 한 것이 아니며 사물이 그들 존재의 본질도 아니었다. 그러나 물리적 현상을 표상한 또 다른 집단의 신들이 존재했고, 그들은 실제로 그런 현상 자체라고 말해질 수 있다. - P105

한 명의 창조자와 여섯 아메샤 스펜타라는 조로아스터의 심오하고 독창적인 개념들은 다신교 시절 이란인들의 종교 예식에서 조화롭게 자라난 듯하다. 이 우아한 발전은 예언자 자신의 종교적/도덕적 비범함 덕에 이루어졌지만, 이는 그의 선조들의 누대에 걸친 사고와 숭배 행위를 통해 준비된 것이었다. 조로아스터의 새로운 가르침은 오랜 뿌리가 있었으니, 그가 전래의 믿음 및 관습과 일괄적으로 결별함으로써 새로운 가르침에 물들지 못하게 하려 했음을 보여 주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 P292

비록 바빌로니아의 영향과 아마도 있었을 헬레니즘의 영향(물론 서부의 마기들에 의해 도입되었다) 이 후대의 예언 전설의 형성 과정에서 보이지만, 그럼에도 그 안의 가장 오래된 내용들은 의문의 여지 없이 동부 이란의 것이라는 사실이 인상적이다. 조로아스터 자신이 도래할 구원에 관한 교리를 가르친 것으로 나오는데, 미래의 구원자가 조로아스터의 씨에서 기적적으로 태어날 것이라는 전설은 아마도 이란 동남쪽 드란기아나의 신실한 군주들에 의해 강화되었을 것이다. - P3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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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22-12-07 20: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성경을 제대로 알려면 조로아스터교를 잘 알아야 한다고 믿습니다. ^^

겨울호랑이 2022-12-07 20:56   좋아요 0 | URL
^^:) 북다이제스터님 말씀에 공감합니다. 고대 이집트, 메소포타미아, 이란 및 인도 지역은 많은 문화를 공유하고 있어 깊이 있게 알기 위해서는 폭넓은 공부가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