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18. 葉公語孔子曰 : "吾黨有直躬者, 其父攘羊, 而子證之" 孔子曰 "吾黨之直者 異於是, 父爲子隱, 子爲父隱, 直在其中矣"


섭공이 공자에게 일러 말하였다. "우리 무리 중에 대단히 곧은 인물이 있었습니다. 그 아버지가 양을 훔쳤는데, 아들인 그가 그것을 입증하여 유죄가 되었습니다." 이에 공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우리 무리 중의 곧은 자는 당신네 곧은 자와는 다릅니다. 아버지가 아들을 위하여 숨겨주고, 아들은 아버지를 위하여 숨겨줍니다. 곧음이란 그 속에 있는 것이외다." _ 도올 김용옥, <논어 한글역주 3> , p358


 용산 대통령실이 미국 CIA에 의해 기밀 문건이 도청되었다는 뉴욕타임스(NYT) 기사에 대해 정작 대통령실은 가짜뉴스이며, 국익을 해지는 거짓 선동과 정치 공세라고 맞서고 있다. 언뜻 이해가 되지 않아 많이 답답했으나, 곰곰히 생각해보니 <논어 論語>의 깊은 뜻이 담겨 있었다. 미국 언론인 NYT가 같은 무리(미국)의 정부의 잘못을 비판한 것은 곧음(直)이 아니기에, 국익(國益)이 아닌 정치적 올바름을 선택했다는. 이제야 정부의 행태가 조금은 일관성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아무리 공자가 위대한 스승이라도 훔쳐간 양이 공자의 양이라도 같은 말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물며, 안보면에서 미국이 전략적 동맹관계에 있다지만, 이와는 별개로 경제면에 있어서는 IRA법안 등을 구실로 국내 반도체, 자동차산업을 압박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들이 훔쳐간 것이 우리 기밀이어도 한가한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손자병법 孫子兵法>의 <용간 用間>편에서 첩보 활동은 적에게 하는 가장 효과적인 전술 중 하나다.


 현명한 군주와 어진 장수가 군대를 움직여 적을 이기고 적보다 공을 이룰 수 있는 까닭은 [그들보다] 먼저 [적진의 상황]을 알았기 때문이다. 먼저 안다는 것은 귀신에게 기댈 수도 없으며 일의 표면에 의지할 수도 없으며 추측에 시험해볼 수도 없으며, 반드시 사람에게서 취해서 적의 상황을 알아내는 것이다. _ 손자, <손자병법> , p313


 [관련기사] : http://weekly.chosun.com/news/articleView.html?idxno=25677 대통령실, "미국 도청 거짓... 민주당 국민 선동 급급"


 이미 상대는 우리에게 적(敵)을 대하듯 경제면에서 우리를 압박하고 있는데 그들을 감싸면서 '불순한 세력' 탓을 하는 것을 보면 그들의 미국에 대한 굴종은 사대(事大)고, 송양지인(宋襄之仁)에 지나지 않는다. 이것마저도 인식하지 못하는 현 상황에서 그들은 일광(日光)횟집 앞에서 도열하는 것을 의(義)로 아는 무리들에 다름 아니다...


 양공은 말했다. "군자는 다른 사람이 어려움에 빠져 있을 때 그를 곤궁에 빠뜨리지 않고, 다른 사람이 전열을 갖추지 못했을 때 북을 두드리지 않는 법이다." 자어[司馬子魚]가 말했다. "전쟁이란 승리하는 것을 공으로 삼아야 하거늘, 어찌 일상적인 말을 하십니까? 당신 말처럼 하면 [틀림없이] 노예가 되어 다른 사람을 섬기게 될 뿐이니, 또한 무엇 때문에 전쟁을 하십니까?" _ 손자, <손자병법> , p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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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과자 가게 전천당 8 이상한 과자 가게 전천당 8
히로시마 레이코 지음, 쟈쟈 그림, 김정화 옮김 / 길벗스쿨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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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참, 그렇죠, 스미마루! 그동안 가게 보느라 수고하셨습니다. 다른 나라 분과 사이좋게 지내고 싶어 하는 손님에게 <톡톡 스피킹걸 인형>을 골라 드렸다면서요?... 호호호, <프렌드 도넛>과 <톡톡 스피킹걸 인형> 둘 중 무엇을 드려야 할 지 조금 망설이셨다고요? 아니, 아니요. 괜찮습니다. 그 손님은 틀림없이 만족하셨을 겁니다. _히로시마 레이코, <이상한 과자 가게 : 전천당 8> , p186

어느새 <이상한 과자 가게 : 전천당 >도 8권이 되었네. 물론, 순서대로 읽은 것은 아니라 전체 이야기의 절반에는 조금 못 미치지만. 아빠는 <이상한 과자 가게 : 전천당 8>에서 베니코의 말이 가장 인상깊게 느껴져.

고민이 많은 행운의 손님에게 과자를 건네주고 고민을 덜어주는 <전천당> 가게. 가게 주인 베니코는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가게를 고양이 스미마루에게 맡겨두고, 고민 해결을 위한 과자가 둘 중 어느 것이어도 상관없다고 웃으면서 말하는 장면. 베니코의 웃음은 어떤 뜻이 있을까.

아빠는 베니코의 말이 고민 해결에는 한 가지 길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 물론, 고민을 하는 사람은 심각하지만, 너무 고민하고 문제에 묻혀있다보면 정말 중요한 것은 놓칠 수 있다는 사실. 어쩌면 우리에게 정말 중요한 것은 문제 자체보다는 문제를 대하는 우리의 마음가짐이 아닐까 싶어. 그래서, 베니코도 고양이 스미마루에게 괜찮을 것이라고 여유있게 말하지 않았을까.

살다보면 '이 문제만 해결되면 모든 것이 다 잘될 거야'라고 생각하는 문제가 있지. 아빠도 어렸을 때 어른이 빨리 되고 싶었어. 아빠의 일기장에도 적어놓았었는데, 어른이 되면 예방주사를 맞지 않아도 되고, 이빨 빠질 일이 없을테니 어른이 빨리 되고 싶었다고 생각했단다. 막상 아빠가 어른이 된 후에 돌아보니, 예방주사 맞고 이빨 빠지는 문제는 지금 아빠가 하는 고민 100가지 안에 들지 못하는 것을 보면 행운의 과자로 고민 해결되는 것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그보다는 조금은 여유롭게 문제를 생각해볼 수 있다면 그 과정에서 문제는 조금 작아지지 않을까.

매번 연의의 독서 노트를 보면서 지난 주보다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잘 표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나날이 커가는 생각과 마음 앞에서 연의의 고민은 그만큼 작아지겠지? 지난 한 주 고생했고, 이번 한 주도 잘 출발해보자! 사랑하는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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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당의 인터넷 정책 목표는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하나는 ‘검열과 통제’다. 공산당이 관리할 수 없는 국외 인터넷 사이트는 접속을 차단하고, 공산당에 비판적인 내용을 유포하는 국내 사이트는 폐쇄한다.

다른 하나는 ‘선전과 선도’다. 인터넷에 대한 검열과 통제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래서 공산당은 인터넷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공산당의 노선·방침·정책을 선전하고, 공산당이 원하는 방향으로 네티즌과 여론을 선도하는 일을 동시에 추진한다

중국은 비록 권위주의 정권이지만, 대중의 분노를 잠재우기 위해 인터넷에 공개된 사건에 대해서는 매우 민첩하게 대응한다. 이를 통해 공산당은 통치 정통성을 높일 수 있고, 사회안정을 유지할 수도 있다. 이는 전자정부 건설의 성과 중 하나라고 평가할 수 있다.

공산당의 인터넷 통제는 단순하지도 않고 일방적이지도 않다. 공산당은 매우 정교하고 체계적인 인터넷 통제 기제를 갖추고 사이버 네트워크를 통제한다. 또한 공산당은 상황과 조건을 무시하면서 무조건 인터넷을 봉쇄하거나 차단하지도 않는다. 이런 면에서 공산당의 인터넷 통제는 ‘이중성(二重性, duality)’을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이용’과 ‘통제’, ‘장려’와 ‘감독’, ‘허용’과 ‘금지’ 등이 바로 그것이다.

결국 중국의 정치 자유화와 민주화는 인터넷 같은 신기술의 발전이 불러올 ‘자연사(自然事)’가 아니라, 사람의 의지와 행동에 따라 실현 여부가 결정되는 ‘인간사(人間事)’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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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고명섭은 ‘극장’을 철학자의 삶과 사유의 세계로 이해하며, 하이데거의 세계라는 극장에서는 존재의 드라마가 공연되었다고 본다. 또 그의 일생에 대해서는 이렇게 말한다. "존재와 진리의 드라마를 쉼 없이 써내 무대에 올리는 드라마투르기의 역사였다."(1권 73면) 따라서 하이데거는 평생 존재의 드라마를 만드는 사람이었으며, 그의 존재론은 그의 인생과 분리되지 않는다

고명섭의 이 책은 하이데거의 생애와 사상과 관련하여 현재까지 국내에서 수행된 연구성과를 거의 모두 망라하였다. 그럼으로써 앞으로 향후 하이데거 철학 연구의 출발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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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를 말하다 - 가라타니 고진의 민주주의론 가라타니 고진 컬렉션 6
가라타니 고진 지음, 고아라시 구하치로 들음, 조영일 옮김 / 비(도서출판b)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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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독자들의 접근이 용이한 '대담'이라는 형식을 차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대중서로 씌여진 <세계공화국으로>의 자매편으로 생각해도 좋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두 가지 점에서 <세계공화국으로>보다 흥미로운데, 첫째 인간 가라타니와 그의 사상 사이의 상관성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그러하며, 둘째 1960년대 대학생부터 가장 최근의 사상적 역정을 조망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_ 가라타니 고진, <정치를 말하다> 옮긴이 후기 , p186


 가라타니 고진 (柄谷行人)의 <정치를 말하다 柄谷行人 政治を語る>의 성격은 옮긴이 후기에서 잘 드러난다. 그의 저작에 대한 전반적인 조망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정치를 말하다>가 그의 전집에서 차지하는 위상이라 여겨진다.


 메이지 이래 일본의 경험에 비추어보면, 국가나 네이션은 명확히 능동적인 주체로서 존재합니다. 사실 일본에서 자본주의 경제는 국가에 의해 만들어졌습니다. 그것은 일본제철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그것은 처음에 국가에 의해 시작되어, 이후 민영화되었던 것입니다. 그와 같은 경험에서 보면, 국가나 네이션을 그저 표상이나 상부구조로 이해하는 사고방식으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국가나 네이션은 단순히 환상이나 표상이 아니며, 그 자체의 교환양식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_ 가라타니 고진, <정치를 말하다> , p32


 저자는 <정치를 말하다>에서 자신이 '자본주의=국가=네이션'이라는 도식을 교환양식의 관점에서 조망하게 된 배경을 설명한다. 위와 같은 관점은 <트랜스크리틱>에서 보다 상세히 논의되는데, 그 계기는 소련의 붕괴라는 역사적 사건을 통해서였다. 관념론적인 그의 탐구가 이 사건 이후 보다 현실적인 모습을 띄게 되었음을 저자는 본문을 통해 밝힌다. 그렇다면, 무엇이 마르크스(Karl Marx, 1818 ~ 1883)의 공산혁명을 실패로 끌고내려갔는가?


 1991년에 소련이 현실적으로 붕괴한 후에야 비로소 깨닫게 된 것은, 오히려 소련이라는 존재에 의존하고 있었다는 사실입니다(p68)... 소련붕괴, 즉 미소 이원적 구조의 붕괴는 동시에 철학적 논의의 리얼리티를 빼앗아갔습니다. 소련이 붕괴하자, 예를 들어 자본주의의 탈구축적 힘에 기대한다는 식의 레토릭은 통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자본주의의 탈구축적 힘은 완전히 노골적이 되어 전 세계를 해체하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이 글로벌리제이션이지요. _ 가라타니 고진, <정치를 말하다> , p69


 저자는 마르크스주의의 한계를 상품교환이라는 경제적 하부구조에 초점을 맞췄기에 계급을 넘어선 국가와 네이션의 문제에 답하지 못했음을 지적한다. 자본주의는 그러한 하부층위의 문제가 아닌 상부층위에서 국가와 네이션과 관계를 맺으며 존속한다. 이와 같은 고진의 관점은 페르낭 브로델( Fernand Braudel, 1902 ~ 1985)의 <물질문명과 자본주의>에서 주장한 관점 - 시장경제 위에 다른 층위로 존재하는 자본주의 라는 교환양식 - 을 떠올리게 한다. 


 마르크스는 초기부터 화폐 또는 자본재경제를 종교비판을 응용하여 비판하려고 했습니다. 이 과제를 <자본론>에서 완수하려고 했지요. 이것은 역사[史的] 유물론의 공식과는 무관합니다. 역사유물론에서는 경제적 하부구조(토대) 위에 정치적/이데올로기적 상부구조가 있다는 식입니다. 그러나 자본주의 경제는, 말하자면 상품교환이라는 하부구조에 의해 형성된 종교적 상부구조로서 존재합니다.  _ 가라타니 고진, <정치를 말하다> , p46


 마르크스주의는 항상 국가와 네이션에 걸려 넘어졌습니다. 즉 스탈린주의나 파시즘이 패하고 말았습니다. 이 반성에서 상부구조의 상대적 자율성을 말하게 되고, 또 고유한 차원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p80)... 내가 생각하게 된 것은 국가나 네이션을 상품교환과는 다른 교환양식에서 파생된 것으로 보는 것이었습니다. _ 가라타니 고진, <정치를 말하다> , p81


 이처럼 마르크스 이론은 국가와 네이션의 장벽을 넘지 못하고 한계에 부딪힌다. 한계상황에서 고진은 칸트( Immanuel Kant, 1724 ~ 1804)를 등판시킨다. 칸트가 <영구평화론 Zum ewigen Frieden. Ein philosophischer Entwurf>에서 보여준 하나된 세계로서의 가능성 안에서 마르크스의 사상은 구체적으로 어소시에이션(association)의 모습으로 관념이 아닌 현실에서 실현될 것이다.


 칸트는 '구성적 이념'과 '규제적 이념'을 구별했습니다. 또는 이성의 '구성적 사용'과 '규제적 사용'을 구별했습니다. 구성적 이념은 현실화되어야 하는 이념입니다. 규제적 이념은 결코 실현될 수 없지만 지표로서 존재하고, 그것을 향해 서서히 나아갈 수밖에 없는 이념입니다. 이렇게 보면 마르크스가 부정한 것은 구성적 이념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_ 가라타니 고진, <정치를 말하다> , p71 


 칸트에게 있어서 도덕성은 선악의 문제가 아닙니다. 자유의 문제입니다. 그리고 자유란 자발성이라는 의미입니다. 칸트는 도덕법칙으로 이런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타인을 그저 수단으로서만이 아니라 목적으로서도 다루어라"라고 말입니다. 우리는 서로 타인을 수단으로 삼고 있습니다. 이것은 부득이합니다. 그러나 타인을 수단으로서'만' 다루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동시에 상대를 목적(자유로운 존재)으로서 다루어야 합니다. 그러나 자유주의 경제에서는 그것이 불가능합니다. 그러므로 칸트는 상인자본을 개재시키지 않는, 생산자들의 어소시에이션(협동조합)을 제창했습니다. _ 가라타니 고진, <정치를 말하다> , p76


 고진의 <정치를 말하다>는 현실 문제를 바라보는 그의 관점을 설명하는 <트랜스크리틱>, 그리고 자본주의의 문제를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가 담긴 <세계사의 구조>라는 과거와 미래를 바라보는 그의 입장이 간략하게 나마 모두 담겨있다. 그런 점에서 <정치를 말하다>는 그의 전집의 <프롤레고메나 Prolegomena>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 이제 <트랜스크리틱> <세계사의 구조>로 들어가 보자...


 내가 말하는 반복은 구조적인 것입니다. 자본주의에는 반복적인 구조가 있습니다. 경기순환이 그렇습니다. 공황->불황->호황->공황 .... 왜 이런 순환이 존재하느냐 하면, 자본주의 경제는 발전하면서 공황과 불황을 통해 폭력적인 도태와 정리를 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이런 반복은 말하자면 반복강박적인 것입니다. _ 가라타니 고진, <정치를 말하다> , p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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