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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해 구월 동학군은 남접과 북접이 호응 합세, 항일구국의 대전선을 결성하여 또다시 일어섰으나 십이월에 들어 연이은 패전으로 동학군이 완전 붕괴되고 농민전쟁이자 민족전쟁인 갑오 동학란의 비극의 막이 내려졌을 때 살아남았던 환이는 추적의 눈을 피하여 방랑하다가 백부인 우관선사를 찾지 아니하고 최참판댁 문전에 서게 되었던 것이다. 윤씨는 김개주가 전주 감영에서 효수되었다는 말을 문의원으로부터 들었을 때, 무쇠 같은 이 여인의 눈에 한 줄기 눈물이 흘러내렸다._박경리, <토지 2>, p100/540


 <토지 2>에는 여러 인물들의 죽음이 나온다. 최치수, 윤씨 부인 등등 대하소설의 초반부에 서희를 둘러싼 여러 어른들이 빠르게 퇴장하면서 서희가 독립적인 인물로 성장했겠지만, 개인적으로 인물들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다. 그 중 서희의 할머니 윤씨 부인은 여러 면에서 비극적인 인물이다. 집안인 윤씨 가문은 서학(西學) 천주교로 인해 풍비박산나고, 자신은 동학(東學) 군 장수 김개주에게 겁탈을 당해 죄의식 속에 살아야 했다는 점에서 윤씨 부인은 근대시기 조선시대의 비극을 한몸에 진 인물이라 할 것이다. 한국 천주교회사에서 최초의 순교자로 알려진 윤지충(尹持忠, 1759 ~ 1791)의 본관이 해남(海南)이라는 점을 생각해볼 때, 윤씨 부인의 본관이 해남이 아닐까 하는 추측을 잠시 해보지만, 별 근거는 없다. 해남 윤씨 가문과 다산 정약용(丁若鏞, 1762~1836)의 형제들 그리고 한국 천주교회사에 대해서는 다른 기회에 살펴보도록 하고([토지독서챌린지]는 장기 프로젝트이니만큼 조기에 소재를 고갈시켜서는 안된다...) 이번 페이퍼에서는 윤씨 부인에게 개인적인 불행을 안겨 준 김개주라는 인물에 집중해 보자.


[사진] 김개남(출처 : 위키백과)


 사실, 김개주는 김개남(金開南, 1853 ~ 1894)이라는 실존인물을 모델로 한다. 전봉준(全琫準, 1855 ~ 1895), 손화중(孫華仲, 1861~1895)과 함께 동학농민혁명 당시 3대 지도자로 꼽힐만큼 뛰어난 인물인 김개남은 매우 과격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남원(南原)을 주로 거점으로 한 그의 행동은 <토지>에서도 냉혹한 농민군 장수의 모습으로 잘 재현되었다. 과감한 농민군 장수였던 김개주는 분명 매력적인 인물이지만, 역사 속 인물 김개남은 이상적인 지도자는 아니었다.

 

김개남은 김학진의 화약 제의가 미지근하다고 여겨 거절했다. 그러면서 스스로 왕 노릇을 했다. 일부 기록에 따르면 그는 자신을 임금처럼 받들게 하면서 왕의 제복을 입고 왕에 걸맞은 호칭을 썼다 한다. 김개남은 남원부사를 죽여 큰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p241)...  전라도 김개남포에서 지휘하는 집강소의 경우 이런 폭력적 방법이 자주 동원되었다. 그들은 부호들에게 동의나 협조를 구하지 않고 강압적으로 군수품을 모아들였다. 남원은 양반 부호의 수난이 가장 심했던 곳으로 말을 듣지 않으면 서슴없이 죽일 정도였다. 김개남은 남원부사 이용헌이 시키는 대로 따르지 않는다고 그를 죽여버렸다._이이화, <이이화의 동학농민혁명사 1>, p283


 뒤늦게 삼례로 나온 김개남은 전봉준의 후원이 되어 뒤따라 은진으로 올라왔고 청주병영 공격에도 나섰다. 하지만 김개남의 독자적이고 과격한 태도는 연합전선 형성에 차질을 가져왔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_이이화, <이이화의 동학농민혁명사 2>, p101

 

 야마구치 대대장은 문 안으로 들어가서 국왕 고종과 대면하고, 다음과 같이 구두로 전했다... 국왕은 일본군의 포로가 되었다. 일본군은 조선병 일소와 무장해제를 완료하고, 궁전 주위에 초병을 세웠다. 이렇게 오전 9시가 지났을 즈음 국왕과 왕비는 확보되었고, 경복궁은 일본군이 완전히 제압했다. 통상적으로 청일전쟁(淸日戰爭)이라 부르는 전쟁은 바로 이때 시작되었다._와다 하루키, <러일전쟁 1>, p218


 갑작스럽게 모인 농민군에게 과감하고 결단력있는 지도자가 요구되었을 것이고, 김개남은 이러한 농민군들의 요구에 부합하는 인물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왕을 참칭(僭稱)하는 오만한 모습은 다소나마 동학농민군에 대해 긍정적이었던 중도/지배층에게는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주지 않았을까. 실제 <이이화의 동학농민혁명사>에는 동학농민군에는 농민뿐 아니라 중간 계층의 지주, 일본의 경복궁 점령에 분노한 유생, 관리들도 일부 합세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김개남의 과격하고 오만한 행동이 요즘말로 중도층의 이탈을 가져온 것은 아니었을까. 보다 폭넓게 외연 확장에 실패했다는 점에서 정치적으로 그는 분명 한계가 있는 인물이었다. 


 "동학은 이 나라의 마지막 힘이었소." "오합지졸이었지요." "식자들은 그 이유를 왜 깨닫지 못했을꼬?" "살생과 약탈이었지요. 왜적에게 대항하겠다는 기특한 생각 말고는."_박경리, <토지 2>, p163/540


 다른 한 편으로, 과감함을 넘어서 오만함까지 느끼게 하는 김개남의 행동은 태평천국(太平天國, 1851~1864)의 동왕 양슈칭(東王 楊秀淸, 1821~1856)을, 젊은 나이에 죽어 민가에 영웅이 된 익왕 스다카이(翼王 石達開, 1831 ~ 1863)을 떠올리게 된다. 사실, 김개남 뿐 아니라 비슷한 시기에 일어난 두 혁명 사이에 유사점과 차이점을 찾는 것도 나름 의미있는 작업이 될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가까운 시일에 조너선 스펜스 (Jonathan D. Spence)의 <신의 아들 洪秀全과 太平天國>로 정리할 예정이다. 자세한 이야기는 뒤로 넘기겠지만, 두 혁명 사이의 가장 큰 공통점이라 생각되는 부분을 간략하게 짚고만 넘기자. coming soon. 


 봉건 모순에는 불평등한 신분제도와 불균형한 토지제도가 바탕에 깔려 있다. 인간의 존엄성을 짓밟는 신분 차별과 일부 특권층의 토지 소유 및 농업생산의 독점은 사회의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였다. 이런 불평등하고 불균형한 제도를 타파하려는 민중 봉기는 역사의 추진 동력이 되었다. 여기에는 많은 희생이 따랐지만 이를 개혁하지 않고는 평등과 인권을 추구하는 근대를 지향할 수 없었다._이이화, <이이화의 동학농민혁명사 1> , p7


 김개남은 이후 동학농민혁명 말기에 친구의 배반으로 붙잡혀 제대로 된 재판도 받지 못하고 처형당하게 되면서 삶을 마감한다. 다른 주장에 따르면 '새야 새야'의 녹두장군이 전봉준이 아닌 김개주라는 의견도 있지만, 진위 여부는 알기 힘들다. 다만, 이러한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그가 사랑받았던 농민군 지도자였음은 분명해 보인다.  때문에, <토지>에서 그의 죽음을 전해 들었을 때 흘렸던 윤씨 부인의 눈물은 반드시 한 남자에 대한 것만이 아니었을 것이고, 윤씨 부인만의 눈물도 아니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김개남은 이 마을에 사는 친구 임병찬의 밀고로 체포되어 전라감영으로 압송되었다. 한 사람은 옛부하, 한 사람은 옛친구의 밀고로 12월 2일 한날에 잡혔다. 묘한 인연이요, 운명이었다.(p316)... 개남이 잡혀갈 때 백성들은 "개남아 개남아 진개남아(호남에서는 김을 진으로 발음한다. 이는 김제를 진개라 부르는 것과 같다). 그 많던 군대 어데 두고 짚동우리가 웬 말이냐?" 또는 "개남아 개남아 진개남아, 수많은 군사 어데 두고 전주야 숲에는 유시(遺屍)했노"라는 노래를 부르며 안타까워했다. 지금 그의 무덤은 남아 있지 않고 다만 효수된 사진만이 전해진다._이이화, <이이화의 동학농민혁명사 2>, p317


  <토지>에서 김개남이라는 인물은 직접 등장하지 않는다. 그저 윤씨 부인, 아들 환이를 통해 회상되거나 언급되는 지난 시대의 인물이지만, 그가 남긴 핏줄과 정신은 주인공 서희를 보이지 않은 곳에서 도와주는 힘으로, 일본에 저항하는 투쟁의 모습으로 남아 있다는 점에서 김개남, 아니 김개주를 살펴보는 것은 <토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인물소개]에 담긴 김개주의 설명을 마지막으로 이번 페이퍼를 갈무리한다...


 김개주 : 중인출신이며 우관스님의 동생. 우관선사가 있는 연곡사에 휴양차 와 있는 동안, 그곳에 불공드리러 온 윤씨부인을 겁탈하여 아들 김환을 얻는다. 동학혁명이 한창일 무렵 무리를 이끌고 최참판가에 와서 윤씨부인에게 은밀히 환이의 성장소식을 전하며, 환이에게 생모의 존재를 알려주고 떠난다. 후에 혁명의 허무감과 상민에 대한 불신을 가지고 있었음이 아들인 김환의 회상을 통해 드러난다. 동학농민운동이 진압된 후 전주 감영에서 효수당한다._박경리, <토지 2>, p531/540  [인물소개]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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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붕툐툐 2021-07-25 16: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김개주 실존 인물이 있는지 몰랐어요~ 이렇게 깊이 있게 엮어 읽으시다니, 같은 토지 다른 느낌이네요~ㅋ
김개남에 대해 알게 되어서 좋았어요. 우리나라 동학농민혁명은 여러모로 더 알려지고 연구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겨울호랑이 2021-07-25 16:44   좋아요 1 | URL
저도 잘 몰랐다가 인물의 이름이 비슷해 찾아보니, 다행히 실존인물에서 빌려온 캐릭터였네요. 붕븡툐툐 말씀처럼 동학혁명의 의의를 저도 되새기게 되었습니다. 제게 여러모로 의미있는 챌린지가 될 듯합니다. 감사합니다!^^:)
 

병원 대기실에 꽂힌 「미중전쟁」을 꺼내들었다. 책이 나온 시점이 2017년 12월이니, 다음해 4월 판문점 회담 등 이후 한반도를 둘러싼 급격한 국제 정세 변화를 겪은 후 2021년에 이 책을 보니 선뜻 ‘미-중 군사충돌‘이 현실문제로 다가오지 않는다.

˝중국을 죽이지 않으면 ‘우리‘가 죽는 거요.˝

2권 띠지에 적힌 자극적인 문구를 보면서, 세계 최대 농산물 수출국인 미국의 농산품 수입국이 중국이라는 사실과 세계 최대 소비국인 미국에 세계 공장인 중국의 생산품이 대량 수출되는 현실이 대비된다. ‘중국 때리기‘를 통해 인기를 올릴 수 있지만, 중국이 정작 죽어 버리거나 매입한 미국채를 대량 환매할 경우 미국 역시 큰 타격을 받는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칸트의 ‘영원한 평화‘의 전제 조건 중 하나가 ‘자유로운 교역‘이라는 점을 생각해 본다면, ‘미-중 전쟁‘이 아닌 ‘미-중 경쟁‘이 더 적절한 소재가 아니었을까. 또는, 문정인 교수의 지적처럼 동아시아에서의 국지전을 했으면 다소 흥미는 떨어지지만, 현실적으로 다가오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다만, 이러한 평가는 2021년에 내리는 사후적인 평가이기에 2017년에 책을 쓴 작가에게 이러한 통찰을 요구하는 것은 스스로도 무리가 있다 여겨진다. 이런 점을 감안하고 「미중전쟁」은 한반도에 배치된 전략무기체계 등을 이해하는 차원에서 읽는다면 나름 즐겁게 즐길 수 있는 무협지와 같은 작품으로 다가온다.

ps. 전쟁을 소재로 한 작품이지만, 작계 5027, 작계5015 등 군사 전략과 무기 제원을 고려한 접근은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장비의 개별 성능과 실제 운용은 분명 다른 문제지만, 아쉽게도 이런 부분까지 깊이있게 들어가지는 못했다는 느낌을 받는다. 군대 경험이 많지는 않았지만, 개인적으로 경험한 20여년 전 군사령부 지휘통제훈련(워게임)에 비추어 본다면, 기상조건 등 전장의 돌발 변수가 승패에 미치는 영향은 현대전에서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그렇지만, <미중전쟁>에는 이러한 요소가 설득력 있게 제시되지 않는다. 여러 요건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지휘관의 의지와 성능으로 승패가 결정되는 진행은 개연성이 부족하게 느껴져 아쉽다...이 부분은 작가의 초기작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와 크게 다르지 않은 부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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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12 19: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6-12 20: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크pek0501 2021-06-13 09: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가 요즘 글을 쓰는 데 필요해서 전쟁에 관한 책을 찾고 있어요. 검색해 보겠습니다.

겨울호랑이 2021-06-13 10:01   좋아요 1 | URL
제 글이 페크님께 도움이 될 지 잘 모르겠습니다... ^^:) 감사합니다.

종이달 2021-12-31 13: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겨울호랑이 2021-12-31 13:14   좋아요 1 | URL
종이달님 감사합니다^^:)
 

 

 우리 민족은 나라를 빼앗기게 된 어지러운 상황이 시작되면서부터 세계 여러 나라로 떠돌아야 했다. 나는 그 자취를 일일이 찾아다녔다. 중국, 일본, 미국, 러시아, 동남아 일대, 그 지역들은 자그만치 지구의 절반에 이르렀다. 우리 한반도를 중심으로 해서 그 지역들이 전부 <아리랑>의 무대가 되었다. 그러나 정작 북쪽땅은 가보지 못한 채 제1부 3권을 책으로 묶게 되는 아쉬움을 안고 있다. - 작가의 말- 中 


 

<아리랑>은 일제 강점시기 한반도, 만주, 중국, 연해주, 하와이, 중앙아시아, 북해도를 살아갔던 우리 민족의 삶을 그린 작품이다. 1905년 을사늑약부터 1945년 해방시기에 이르기까지 일제의 식민통치를 고발한 <아리랑>. 한 세대를 넘는 시간과 넓은 지역을 다뤄야 하기에 등장인물 한 명, 한 명이 대표성을 갖는다. 할아버지 송수익이 의병, 독립군 투쟁을 했다면, 아들 송가원은 동북항일연군에서, 손자 송준혁은 일본 유학생으로 사회주의 활동을 통해 저항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아리랑> 등장인물의 전형성 속에서 독자들은 항일투쟁의 역사를 보다 실감나게 느낄 수 있다. 이처럼 인물들을 통해 다양한 대일(對日)투쟁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낸 점이 <아리랑>의 가장 큰 장점이고, 매력이라 생각된다.


 반면, 작품 전개 도중 작가의 부연 설명 외에도 부가적인 설명이 많다는 점은 호불호가 갈릴 듯하다. 부가적인 설명은 인물들의 대화를 통해서도 이루어지는데, 이러한 방식의 내용전달은 독자들에게 보다 상세한 역사 지식을 전달하기도 하지만, 등장인물 사이 대화가 어느새 독자를 대상으로 하는 내용으로 바뀌는 것은 몰입감을 떨어뜨리고, 독자들은 인물들이 개인의 삶을 살기보다는 공인(公人)의 모습만 보여준다는 느낌을 받아 딱딱하게 느낄 여지가 있다. 이런 면에서 <아리랑>은 '아 我 - 비아 非我의 투쟁'이라는 인식하에 서술된 시대 재현에 충실한 역사 소설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아리랑>을 읽으면서 리뷰를 어떤 식으로 정리할지 고민을 했다. 그리고, 작품의 성격에 맞는 방식으로 정리하는 것이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서로 다른 지역에서 다른 세대를 사는 수많은 인물들의 행동은  그 자체이기에 인물보다는 그 시대를 중심으로 정리하는 편이 좋지 않을까. 그리고, 각 시대를 정리한 역사 책과 함께 페이퍼 형태로 정리한다면, 역사적 사실은 뼈대가 되고, <아리랑>은 살이 되어 그 시대를 보다 온전하게 보여주지 않을까. 그래서, <아리랑> 내용 정리의 개략적인 얼개를 적어본다.


 1. 1864년 ~ 1910년 한일 병합 조약까지


 

 이 시대를 다룬 역사책은 와다 하루키(和田春樹, 1938 ~ )의 <러일전쟁>과 정교(鄭喬, 1856 ~ 1925)의 <대한계년사>가 있는데, <러일전쟁>은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상황을, <대한계년사>는 구한말의 상황을 보다 자세하게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아리랑> 앞부분과 연계해서 읽으면 좋을 듯하다.



2. 1910년 ~ 1920년대


 

이 시대의 주요 사건은 단연 1919년 3.1운동이다. 일전에 리뷰로도 정리한 책이지만, <3.1운동 100년>으로 1920년대 상황을 정리하고, 이와 함께 3.1운동에 대한 일제의 만행을 고발한 박은식(朴殷植, 1859 ~ 1925)의 <한국독립운동지혈사>, <한국통사>도 함께 정리하도록 하자. 


3. 1930년대


 <아리랑>에서는 1931년 만주사변이 우리 사회에 가져온 충격에 대해 설명한다. 작품은 3.1운동의 여파로 1920년대까지 치열하게 전개되던 독립군 투쟁이 만주국이라는 괴뢰정부의 수립으로 큰 타격을 받았음이 서술된다. 그 결과 무력 투쟁의 중심지는 연해주 일대로 옮겨가게 되고, 국내적으로는 친일파로 전향하는 지식인이 증가하게 하게 된다. 이 시기는 박경순의 <1930년대 이후 항일무장투쟁 연구>와 함께 프라센지트 두아라 (Prasenjit Duara)의 <주권과 순수성 Sovereignty and Authenticity: Manchukuo and the East Asian Modern>, 애드거 스노우(Edgar Snow, 1905 ~ 1972)의 <중국의 붉은 별 Red Star Over China>로 정리할 계획이다.


4. 1940년대


 일제의 패망으로 이어지는 이 시기는 민족의 암흑기이기도 하다. 이 시대의 주요 사건은 중일전쟁, 태평양 전쟁이기에 앤터니 비버(Antony Beevor, 1946 ~ )의 <제2차 세계대전 The second world war>과 호사카 마사야스 (保阪正康)의 <쇼와 육군>과 존 톨랜드 (John Toland)의 <일본 제국 패망사 The Rising Sun > 등을 1940년대 거의 모든 지식인들이 변절한 어두운 상황에 대해서는 <친일인명사전>을 참조하면 좋을 듯하다.


 이 외에 하와이 이민과 중앙아시아 이주과 관련된 책들은 좀 더 찾아봐야할 듯하다. 아무래도 <아리랑>이 12권에 이르는 대하소설이어서인지, 책을 제대로 읽기 위해서도 많은 준비가 필요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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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1-05-27 17: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아리랑과 태백산맥 시리즈는 한 권의 평론집으로 읽고 어떤 내용인지 알게 되었죠.
누가 알려 달라고 해서 그 책을 추천했는데 절판되었다는 걸 들은 기억이 나네요. 그 책이라도 들춰봐야겠어요.

겨울호랑이 2021-05-27 18:07   좋아요 2 | URL
아, 평론집이 있었군요. 아리랑과 태백산맥을 마음 먹고 읽는 것이 쉽지 않은데, 한 권의 책으로 전체적인 흐름을 잡고 주제를 알 수 있다면 그 역시 의미있는 독서라 여겨집니다. 혹시 페크님께서 찾으시면 제목을 알려주시겠어요? 제게도 유용한 책이라 생각됩니다 ^^:)

페크pek0501 2021-05-27 23:15   좋아요 1 | URL
실천문학사에서 나온 황광수 작, <땅과 사람의 역사>라는 책입니다.
알라딘엔 정보가 없어 네이버에서 다음과 같은 글을 찾았어요.
(중견작가 조정래의 소설세계를 감동적 장면 위주로 새롭게 엮은 저서.<태백산맥>,<아리랑> 등을 중심으로 작품의 주요 부분과 빼어난 장면들을 재수록했다.)

이 책을 읽고 전체 줄거리뿐만 아니라 인용문도 있어서 소설 분위기도 느껴졌었어요.
꽤 유익했던 독서로 기억합니다. 아쉽게도 절판이네요. 책 제목은 생각나지 않았고 저자의 이름을 아직도 기억해서 검색했답니다. 우리집에선 이 책이 어디 있는지 찾으려면 시간 좀 걸릴 듯합니다. ㅋ

한 번 중고서점에 알아보시면 어떨까 싶네요. 괜찮은 책이었어요.

겨울호랑이 2021-05-28 04:44   좋아요 0 | URL
페크님 자세한 설명 감사합니다. 말씀을 들으니 꼭 읽고 싶어지네요^^:)
 

「토지」와 「아리랑」. 한국 근대시기를 다룬 두 작품에서 다른 느낌을 받는다. 「아리랑」에서는 시대의 흐름에 떠밀려 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그려진다면, 「토지」에서는 등장인물에 주름살처럼 세월이 새겨진다. 마치 거시세계와 미시세계를 보는 듯 다른 관점의 두 작품을 통해 민족의 아픈 시기를 바라볼 수 있다는 사실은 아픔과는 결이 다른 축복이라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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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수익은 남아 있는 의병들을 해산시키고 있었다. 공허의 대원 여섯까지 합해 모두 서른넷이었다. "여러분, 오늘은 우리 모두에게 참으로 슬프고도 서운한 날입니다. 여러 가지고 사정이 여의치 못해 우리 의병대는 해산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조금치도 슬퍼하거나 서운해해서는 안 됩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의병을 해산하고 헤어진다고 해서 의병활동을 영영 끝내고 다시는 만날 수 없게 되는 것이 아닌 까닭입니다. 한번 의병으로 나선 우리는 빼앗긴 나라를 되찾을 때까지 의병정신으로 싸워야 하고, 우리는 기필코 다시 만나게 될 것입니다..." 송수익의 어조에는 비장감이 서렸고, 대원들의 얼굴에도 비장감이 흐르고 있었다... "여러분, 이제 그만 일어들 나시오." 송수익은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러나 그 웃음에는 슬픈 빛이 역연했고, 침통한 목소리에는 물기가 스며 있었다. "우리 그냥 작별허기 서럽고 지랄 같은디 속 풀고 맘 다지게 다함께 노래나 한 자락 허고 뜨는 것이 어쩌겄소!" "아리랑이 딱 좋네. 한 사람씩 돌아감스로 가락얼 먹어기로 허는 것이여. 모다 얼렁얼렁 일어나드라고."_조정래, <아리랑2> 中


 구한 말을 배경으로 하는 조정래의 장편 소설 <아리랑>. 아리랑은 의병을 해산하는 순간에도, 하와이에서 국민군단을 창설할 때에도 인물들과 함께 한다. 슬플 때에도, 그리울 때에도 이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것은 아리랑이었다. 오늘은 의병을 해산하는 송수익이 어떤 심정으로 노래를 불렀을 지 조금은 더 깊게 공감하게 된다. 나라를 빼앗긴 것도 아닌데, 소설 속 인물에 이렇듯 감정이입이 잘 되는 것을 보면서 생각보다 내 자신의 감수성이 풍부함을 느끼는 밤이다...


 그들은 진정으로 그리움이 사무쳐 몸부림이 일어나는 것처럼 아리랑을 목놓아 구성지고 서럽게 불러댔다. 술에 취하면 누구나 아리랑을 불렀다. 불러도 목놓아 불렀다. 목놓아 부르다 보니 가락은 제멋에 겨워 더 늘어지며 넌출져 휘감기며 처연해지고, 술에 젖은 가슴은 그 가락을 못 이겨 허물어지며 더 서러워지고 녹아내리며 한스러워져 이어지고 또 이어지는 가락에는 끝내 물기가 묻어나고는 했다._조정래, <아리랑4>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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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1-04-08 10: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런 장면은 볼 때마다 마음이 찡! 아 저는 민족주의자 안하고 싶은데도 어쩔 수 없이 찡...
조정래작가님이 그만큼 글을 잘 쓰시도 하고요. (요즘은 좀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태백산맥과 아리랑은 걸작이라고 생각합니다. ^^) 이 글 읽으면서도 찡 하잖아요. ^^

겨울호랑이 2021-04-08 12:30   좋아요 0 | URL
네... 민족에 흐르는 보편적인 감정이 있음을 문학작품을 통해 확인하게 됩니다. 이와 함께, 그러한 감정을 공유하는 것이 집단이고 역사가 이들의 공통된 경험이라면, 감정을 느끼는 경험은 온전하게 개인의 것임도 함께 생각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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