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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 역사학자 에릭 홉스봄(Eric John Ernst Hobbsbawm, 1917 ~ 2012)이 혁명의 시대(The age of Revolution)로 규정한 1789 ~ 1848 에 해당하는 시기는 정치적으로는 시민혁명이, 경제적으로는 산업혁명이 발생한 시기였다. 이전과는 다른 급진적인 변화가 발생한 이 시기에 여성(女性)에 대한 문제 역시 제기되었다. 그리고, 이 시대에 여성 문제를 다룬 대표적인 지식인들이 메리 울스턴크래프트(Mary Wollstonecraft, 1759 ~ 1797)과  존 스튜어트 밀(Jojn Stuart Mill, 1806 ~ 1873)다. 


기록된 역사의 대부분에서 여자는 남자에게 종속된 존재로 나왔다. 그러나 18세기에는 이런 서열의 정당성 문제가 제기되기 시작했다. 당시 탁월한 반대 목소리를 낸 사람 중 한 명이 바로 영국의 급진주의자 메리 울스턴크래프트(Mary Wollstonecraft)였다.... 남녀는 뇌와 정신이 근본적으로 비슷하므로 같은 교육을 받을 경우 똑같이 훌륭한 성품과 합리적 사고 방식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메리 울스턴크래프트는 주장한다. <철학의 책> (p175)


 아내 해리엇 테일러(Harriet Taylor)에게서 큰 영향을 받은 그(밀)는 영국 국회의원 중 처음으로 정부개혁의 일환으로 여성참정권 인정을 주장했다. <철학의 책> (p193)

 

 <여성의 종속 The subjection of Women>은 존 스튜어트 밀(Jojn Stuart Mill, 1806 ~ 1873)에 의해서, <여성의 권리 옹호 A Vindication of the Rights of Woman>은 메리 울스턴크래프트(Mary Wollstonecraft, 1759 ~ 1797)에 의해 쓰여진 여성 문제에 관한 책들이다. 이번 페이퍼에서는 <여성의 종속>과 <여성의 권리 옹호>의 내용을 비교하면서 19세기 지식인들의 여성 문제에 대한 인식과 이들이 제기한 해결방안을 살펴보고자 한다. 

 

 서로 사랑하는 사이라 하더라도 한쪽은 지배하는 위치에 있고 다른 한쪽은 지배받는 상황이라면 완전한 상호 신뢰는 불가능하다. 의도적으로 숨기는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많은 부분이 가려지는 것이다. <여성의 종속>(p53)


1. 19세기 여성 불평등 문제의 원인은 잘못된 교육에 있다.


 <여성의 권리 옹호> 에서 저자 울스턴크래프트는 여성 역시 남성과 마찬가지로 합리적인 존재임에도 적절한 교육의 기회가 제공되지 않았기 때문에 남성에게 종속되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성의 종속>의 저자인 밀 역시 여성들이 그들에게 강요되는 도덕률에 의해 잘못된 인생을 살게 되었음을 지적하고 있다. 


 적절한 교육, 혹은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잘 갈무리된 정신은 한 여성이 존엄성을 가지고 독신 생활을 유지하는 것을 가능하게 하리라고 나는 생각한다. <여성의 권리 옹호>(p57)


  이성이 여성에게 분별력 있는 빛을 보내줄 때 만일 여성들이 진정 합리적인 존재로 행동할 수 있다면, 그들을 노예처럼 대하지 말라. 혹은 여성들이 남성과 교유할 때, 그들을 남성의 이성에 종속된 짐승들처럼 대하지 말라. 그들의 정신을 함양하고, 그들에게 건전하고 숭고한 원칙의 틀을 부여하고, 그들로 하여금 신에게만 종속되어 있다고 느낌으로써 의식적인 존엄에 도달하게 하라... 이것은 유토피아적인 꿈이라고 불릴지도 모른다. <여성의 권리 옹호>(p64)


  

여성은 하나같이 아주 어려서부터, 여성의 이상적인 성격은 남성의 그것과 아주 다르다고 듣고 배운다. 자유의지나 자율적인 삶이 아니라 복종하고 남의 명령에 따르는 것을 이상으로 삼게 된다. 그들을 둘러싼 도덕률은 다른 사람들을 위해 사는 것이 여성의 의무라고 가르친다. 그렇게 하는 것이 여성에게는 자연스럽다는 생각이 널리 유포되고 있다. 그 결과, 여성은 자기 자신을 철저하게 버리고, 오직 그들을 사랑하고 그들을 위해 헌신하는 것에 인생을 걸어야 한다. <여성의 종속>(p37)


2. 잘못된 교육에 의해 여성들은 남성들의 억압을 견뎌왔다


 <여성의 권리 옹호>에서는 남성들의 보호를 얻기 위한 덕목을 미덕(美德)이라는 이름으로 어린 시절부터 교육을 받아왔기 때문에 무지했음을 지적하였고, <여성의 종속>에서는 이렇게 교육받은 여성들이 사회적 요인에 의해 남성들의 억압에 대항하지 못하게 되었음을 말하고 있다. 공통적으로 저자들은 '사회화(社會化)'라는 교육에 의해 여성의 종속성이 심화(深化)되었다고 진단하고 있다.


  여성들이 하루살이 무리가 아닐진대 왜 순수라는 특수한 이름 하에 무지에 사로잡혀 있어야 하는가?... 여성들은 적절하게도 교활함이라고 이름 붙여진, 인간의 약점에 대한 약간의 지식, 기질적 부드러움, 표면적인 복종을 익히고, 어리석은 종류의 예절을 용의주도하게 지킬 줄만 알면 그로써 남성의 보호를 얻게 될 것이며, 그들이 아름답다면 나머지 모든 것들은 적어도 그들 생애의 20년 동안은 불필요하다고 어린 시절부터 들어왔고, 그들 어머니들의 선례를 통해 배웠다. <여성의 권리 옹호>(p32)


  사회적, 자연적인 원인들이 합쳐져서 여성들이 집단적으로 남성들의 폭압에 대항하는 것을 어렵게 만든다. 여성은 한 가지 점에서 종속 상태에 있는 다른 계급과 근본적으로 차이가 난다. 그들의 지배자가 단순히 복종하고 떠받드는 것 이상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남성은 여성이 복종하는 것 그 자체로는 만족하지 못한다. 여성의 마음까지도 지배하고 싶어 한다.... 여성의 지배자는 단순한 복종에는 만족하지 못한다. 그래서 교육의 힘을 통째로 빌려 그 목적을 달성하려 한다. <여성의 종속>(p37)


3. 그렇다면 이제 어디로 가야 하는가?

  

 사회에 의해 잘못된 교육의 폐해에 대해 어떤 방향으로 가야할 것인가? <여성의 권리 옹호>인 저자는 남여 공학을 통해 공통된 교육을 실시를 주장한 반면, <여성의 종속>의 저자는 남성들이 자신의 입장에서 자신들이 받고 있는 특혜가 무엇인지 고민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밀은 여성참정권의 실현을 주장하지만, 영국에서 여성 참정권의 실현은 1918년에 이르러서야 30세 이상의 여성을 대상으로 부여되었다.)  


 여성의 지성을 확대함으로써 여성의 정신을 강화하라. 그러면 맹목적인 복종은 종식될 것이다.(p42)... 나는 남녀 모두가 이성에 기초한 미덕을 갖추고 남녀 모두가 의무를 다함으로써 서로 간의 애정이 견고해지기 전에는, 결코 미덕이 지배하는 사회가 도래하지 못할 것이라고 감히 예언하고자 한다. 남녀 공학을 실시한다면, 정신을 오염시키는 성별 구분들 없이 신중함을 야기하는 우아한 품위들이 일찌감치 길러질지도 모른다. <여성의 권리 옹호>(p154)


  한 가지는 분명하다. 그것은 자기 본성에 따라 행동하도록 내버려둔다면, 여성이 그 본성에 어긋나는 일은 결코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아무도 여성 편에 서서 그들에게 특별 대우를 해줄 것을 요구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저 오늘날 남성들이 어떤 특혜를 누리고 있는지 되돌아보기만 하면 된다. 만일 여성이 천성적으로 어떤 일에 대해 남성에 비해 특별한 강점을 가지고 있다면 법이나 사회적인 교육을 통해 일부러 여성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유도할 필요는 없다. <여성의 종속>(p57)


4. 남녀평등이 실현된다면...


 교육을 통해 여성들의 이성(理性)이 새롭게 눈을 뜨고 보다 합리적인 관점을 가지게 된다면, <여성의 권리 옹호> 저자는 여성들이 더 이상 남성들에게 종속되지 않을 것임을 주장하고 있고, <여성의 종속> 저자는 남녀평등의 실현이 여성뿐 아니라 남성에게도 좋은 것임을 강조한다.

 

 여성들이 보다 합리적으로 교육받고 사물에 대해서 좀 더 폭넓은 관점을 가질 수 있다면, 그들은 일생 단 한 번의 사랑에 만족할 것이며, 결혼 후에는 그 열정을 우정, 즉 근심으로부터의 가장 좋은 피난처인 친밀함 속으로 조용히 침잠시킬 것이다. <여성의 권리 옹호>(p113)


 나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인류의 어떤 부류가 결코 진리로부터 추론할 수 없는 원칙들에 따라 반드시 교육받도록 창조되었다면 미덕은 일종의 관습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언급하는데 만족하고자 한다... 남성들은 육체적 힘에서 우월하다. 그러나 아름다움에 대한 잘못된 관념들이 없다면, 여성들도 자신의 생계를 유지하기에 충분한 능력을 갖추게 될 것이며, 정신을 강화하는데 없어서는 안 될 육체적인 불편과 수고로움을 충분히 견디게 될 것이다. <여성의 권리 옹호>(p86)


 남녀평등이 실현되면, 오늘날 여성의 이상적인 성격이라고 인위적으로 각인되고 있는 그 과장된 자기 부정이 누그러질 것이고, 훌륭한 여성이라고 해서 반드시 최선의 남성보다 더 자기희생적인 면모를 보여주지도 않을 것이다. 반면에, 남성들은 현재보다 훨씬 덜 이기적이고 보다 희생적인 존재가 될 것이다. 왜냐하면 자기들의 의지가 또 다른 합리적 존재를 위한 법이나 다름없을 정도로 대단한 것이라고 숭배하는 교육을 더 이상 받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여성의 종속>(p87)


 여성에게 사회 활동의 기회를 봉쇄함으로써 반이나 되는 인류 지성이 창조해낼 막대한 이익도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여성에게 보다 완벽한 양질의 교육 기회를 제공하면, 인간 사회의 여러 문제를 풀어나가는 데 크게 유익한 여성의 위대한 지적 능력을 부분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남성의 능력도 그에 비례해서 향상될 것이다.(p162)... 이렇게 여성의 교육 수준을 남성과 똑같은 수준으로 올리고 평등한 참여 기회를 보장함으로써 여성의 활동 범위가 대폭 늘어날 것이다. <여성의 종속>(p163)


 19세기 이성(理性, reason)이 강조된 혁명의 시대를 살아간 두 지식인들은 여성의 문제를 계몽(啓蒙, Enlightenment)의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잘못된 교육에 의해 여성의 이성이 깨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올바른 교육의 제공을 통해 합리적인 교육이 제공된다면 여성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이들은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책을 처방한다.


 시간이 흘러 여성들에게 공공교육의 기회가 점차 확대되었고, 여성들의 정치참여 기회도 과거보다 늘게 되었지만 아직 사회 곳곳에 있는 유리천장(Glass Ceiling)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은 것이 오늘날의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19세기에 제기된 <여성의 권리 옹호>와 <여성의 종속>에서 주장하는 이야기는 우리의 현실과는 동떨어진 것이라 생각될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19세기를 배경으로 쓰여졌기 때문에 저자들의 관점을 현대의 입장에서 바라본다면 한계점이 있는 것도 내용에 대한 비판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제도는 변화되었으나, 현재까지도 크게 변화되지 않은 사회 전반의 인식을 생각한다면, 약 200년 전의 책 속에 담겨진 저자들의 생각이 무의미하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나는, 남성들이 그렇게도 열렬히 고집해온 성별 구분이 자의적인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그 주제에 대해 함께 논한 몇몇 이성적인 남성들이 논거가 충분하다고 인정한 하나의 관찰 결과를 자세히 설명한 바 있다. 남성 집단에서는 순결이 거의 없다는 것,  그리고 그 결과인 정숙함에 대한 필연적인 경시는 남녀 모두를 타락시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나는 남성의 압제로부터 여성들의 더 많은 어리석은 짓들이 파생된다는 것, 그리고 현재 여성들의 성경의 일부를 이루고 있는 교태는 억압에 의해서 양산된다는 것을 굳게 믿으며, 또한 이를 증명하기 위해서 노력해왔다. <여성의 권리 옹호>(p193)


PS. 깊이 읽기


문고판인 <여성의 권리 옹호>를 읽은 후에는 완역판인 <여권의 옹호>를 읽는다면 보다 깊은 독서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보다 넓게 읽기를 원한다면 본문에서 비판하고 있는 루소(Jean-Jacques Rousseau, 1712 ~ 1778)의 <에밀 Émile, ou De l'éducation>을 미리 읽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밀의 <여성의 종속>의 기반은 그의 자유주의 사상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에 <자유론 On Liberty>과 연결해서 읽는다면 또한 의미가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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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16 12: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3-16 12: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8-03-17 00: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에릭 홉스봄이 규정한 ‘혁명의 시대’ 안에서 페미니즘을 살펴본다면 자유주의 페미니즘만 언급해선 안 됩니다. 1848년 혁명 이후에 사회주의 페미니즘이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지만, 마르크시즘 페미니즘이 시작된 시기를 1848년 이전으로 볼 수 있어요. 겨울호랑이님도 자유주의 페미니즘의 한계를 언급했지만, 울스턴크래프트와 밀의 고전적 자유주의 페미니즘 시각으로 요즘 여성 문제를 보기에는 부족한 면이 많습니다. 자유주의 페미니즘은 사회적 신분 또는 사회 계급에서 비롯된 여성 차별 문제를 보지 못했어요. 오늘날 사회는 갈수록 복잡해져만 가고, 변화하는 사회에 대응할 수 있도록 여성 운동과 페미니즘도 변화해야 합니다.

겨울호랑이 2018-03-16 19:01   좋아요 1 | URL
그렇군요..^^:) 다른 여러 문제와 마찬가지로 사회 문제를 바라보는데 여러 관점이 있을 것이고, 그 중 하나가 cyrus님께서 말씀하신 사회주의 페미니즘이 되겠군요. 말씀하신대로 한 관점으로 문제를 바라보는 것은 편향된 결론에 이르기 때문에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cyrus님께서 말씀하신 여성 문제와 관련한 다른 견해가 담긴 책을 읽는 것도 의미있겠군요. 좋은 의견 감사합니다. ^^:)

북다이제스터 2018-03-18 19: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지금 읽는 책과 같은 주제의 책 읽으셨는데, 결론은 정반대 입니다.
제 책에는 밀이 여성 문제에 최대 악 이란 뉘앙스를 계속 제시하고 있어, 엄청 당황하고 있는 중 입니다. ^^

앗, 위에서 싸이러스 님이 비슷한 말씀 이미 하셨네요.

겨울호랑이 2018-03-18 19:19   좋아요 1 | URL
아, 그렇군요. 북다이제스터님께서 지금 읽고 계신 책이 cyrus님께서 말씀하신 비자유주의 페미니즘 책이 아닌가 싶네요. 밀에 대한 비판적 관점이 궁금하던 차에 북다이제스터님의 리뷰를 기다리게 됩니다^^:)

북다이제스터 2018-03-18 19:38   좋아요 1 | URL
근데 논리가 넘 어려운건지 아니면 제가 자유주의에 넘 빠져 경도되어 있는건지 잘 모르겠는데요.
정리가 잘 안 됩니다. 하지만 한 번 힘써 리뷰 정리 해 보고픈 욕심은 좀 납니다. ㅎ
어려운 주제인 건 맞는 거 같습니다. ^^

겨울호랑이 2018-03-18 22:33   좋아요 0 | URL
북다이제스터님이 어렵다고 말씀하신 것을 보니 많이 어려운 책을 보시는 것 같습니다... 저는 북다이제스터님의 좋은 리뷰에 숟가락만 올릴 것 같네요... 북다이제스터님 화이팅 입니다!^^:)
 

돌이켜보면 1990년대는 많은 사건, 사고가 있었던 시기였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사고, 1995년 6월 29일 삼풍백화점 붕괴, 1999년 6월 30일 씨랜드 참사 등...

특히, 삼풍백화점 붕괴일을 기억하는 것은 그 사고가 근처에서 발생했기 때문이며, 그 사고를 통해 더이상 볼 수 없던 이들을 개인적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대학생었던 나는 서초동에 있는 검도장에서 수련을 했었던 삼풍백화점 입주 직원과 그 아들을 그 사고 이후 더이상 볼 수 없었다. 검도장의 그 누구도 그들에 대해 묻지 않았고, 그들은 그렇게 잊혀져 갔다.

당시 언론들은 부실공사로 책임을 돌리고, 삼풍백화점 경영진을 구속하는가의 문제로 공방을 벌이다가 조용히 사라진 이들처럼 덮혀졌던 것으로 기억한다. 결코 입에 올려서는 안될 사고로. 그렇게 삼풍백화점은 덮혀졌고 새로운 주상복합빌딩이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되었다.

그렇지만, 덮혀진 사실은 끝난 것이 아니었던 것 같다. 1999년 씨랜드참사로 이어진 대참사의 역사는 마침내 2014년에 경주 마우나 리조트 붕괴사고, 4월 16일 세월호 참사, 판교 환풍구 붕괴사고로 절정에 이르렀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한때 삼풍백화점 앞 주유소에서 롤러스케이트를 타며 주유아르바이트를 했었던 경험도 있기에, 다른 사고보다 개인적으로 더 직접적으로 느껴지는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어쩌면 2014년 4월 16일 세월호참사는 1995년 6월 29일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그 순간 이미 잉태된 것은 아닐까.

그래서, 오늘 우리는 아프지만 이 참사의 뿌리를 알기 위해 1995년 삼풍백화점을 돌아다봐야하지 않나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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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26 15: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2-26 16: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AgalmA 2017-02-26 18: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런 사고 때마다 안전불감증 운운하지만 한국사회의 행정불감증, 윤리불감증이 더 강조되어야 할 사건 사고였죠. 문제는 이런 일들로 사회가 경직되고, 인간에 대한 불신이 커지게 만들며, 나와 내 가족의 안위에만 더 집중하는 더 큰 부작용을 낳는 거 아닌가 저는 늘 그게 걱정이었습니다.

겨울호랑이 2017-02-26 20:32   좋아요 1 | URL
얽힌 실타래처럼 모든 것이 꼬인듯한 문제... 결국 어느 것이든 잡고 하나씩 풀어가는 출발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Dora 2017-02-26 22: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기억한다는 곧 추모한다 이다...란 생각드네요. 4월이 다가옵니다.

겨울호랑이 2017-02-27 07:40   좋아요 0 | URL
네.. 돌아보면 1년 중 추모하지 않는 달이 거의 없다는 생각이 드네요.. 참 아픈 세월을 우리는 보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2017-02-26 23: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2-27 07: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커피소년 2017-03-01 09: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예.. 그 때 Tv로 봤던 기억이 나네요.

그게 벌써 20년이 넘은 이야기가 되었네요..

사고 현장에 아는 분이 있었다니.. 겨울호랑이님께서는 더욱 더 가슴 아프게 다가오겠습니다..

겨울호랑이 2017-03-01 09:37   좋아요 1 | URL
시간이 많이 흘렀군요..^^: 저도 직접 가족이 당한 일은 아니라 그 아픔을 간접적으로밖에 느낄 수 없지만, 우리 모두가 가족을 잃기 전 이러한 문제를 미리 해결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김영성님 감사합니다
 
김수환 추기경의 친전 -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 주세요
차동엽 지음 / 위즈앤비즈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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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9년은 우리나라의 여러 원로분들이 돌아가신 해입니다.


법정스님, 김수환 추기경, 노무현 대통령, 김대중 대통령 모두 이 해에 돌아가셨습니다. 돌아보면 2009년은 우리에게 큰 아픔의 시기였네요. 개인적으로는 이 해에 결혼을 했지만요.


마음이 어수선한 요즘 어떤 책을 읽어도 마치 '깔대기'처럼 한가지로 생각이 모아지는 요즘입니다. <김수환 추기경의 친전>은 2009년 돌아가신 우리시대의 원로 중 한 분인 김수환 추기경의 친전을 정리한 책입니다. 이 책에는 고인이 생전 남긴 여러 좋은 말씀이 있지만, 어수선한 시절인만큼 와 닿는 구절이 다음과 같네요..


"1987년 6.10 항쟁 때도 명동성당 공권력 투입이라는 일촉즉발의 위기를 그런 믿음 하나로 막았다. '경찰이 들어오면 맨 앞에 내가 있을 것이고, 그 뒤에 신부들, 그 뒤에 수녀들이 있을 것이오. 그리고 그 뒤에 학생들이 있을 것이오' 불가(佛家)에서는 인생을 고해(苦海)라고 말한다. 당시 비판과 분열, 긴장감에 괴로울 때는 그 말이 저절로 떠올랐다. 일시적 충동이지만 환속도 생각해 보지 않은 것이 아니다. 그때부터 잠을 제대로 못 이루는 병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야말로 [30년 불치병]이다."(p197)


"언론은 진리의 증거자로서 그 시대 정신을 드높이고, 밝은 사회의 앞날을 열어 주고, 인간에 대한 사랑을 심어주는 본연의 역할을 다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p171)


"정치 지도자는 양을 치는 목자와 같습니다. 진실된 목자는 양들과 고락을 같이 하며 들판에서 밤을 새울 줄 압니다....정치하는 사람들은 가난하고 약한 사람들, 즉 농민, 노동자, 도시 빈민 등에 애정을 가져야하지요. 위정자들이 백성들의 눈물을 닦아줄 때 모든 어려운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입니다...정치도 국민의 소리를 들어야 거기서 가장 건전한 양식을 발견하게 되요."(p133)


일주일 전 촛불 집회를 마치고 집으로 가기 위해 명동성당 앞에 있는 버스정류장에서 광역버스를 기다리면서 명동성당을 올려다 보았습니다. 20년 전에는 민주화의 성지(聖地)로서 역할을 했던 명동성당은 이제 조용하기만 했습니다. 곧 오실 아기예수님을 기다리는 대림시기이여서일까요. 이러한 어지러운 시기에 교회가 '빛과 소금'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쉽습니다. 


비록 가톨릭의 여러 기관인 가톨릭 주교회의를 비롯한 산하기관 소속 성직자, 수도자, 신자들의 시국선언 등에도 불구하고 침묵하는 교회 최고 어른들의 공식적인 모습을 보면서, 20년 전 민주화 운동 당시와는 달리 정신적으로 더팀목이 되는 원로분들의 부재(不在)가 아쉽기만 한 요즘입니다.


명동성당 민주화운동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명동성당 민주화운동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사진출처] : 가톨릭뉴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PS. 현재 가톨릭의 추기경은 2명입니다. 그럼에도, 개인적으로 20년전보다 존재감은 많이 떨어진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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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02 16: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2-02 16: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yureka01 2016-12-02 16:2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요즘 바티칸에 계시는 교황님이 제일!!!!! 마음에 듭니다^^..

겨울호랑이 2016-12-02 16:30   좋아요 3 | URL
예전에는 한국가톨릭교회가 앞서 간다고 생각햇는데, 요즘은 바티칸 개혁이 부러워 보여요. ㅜㅜ

cyrus 2016-12-02 17: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동안 살면서 몰랐는데 법정 스님의 빈 자리가 크게 느껴집니다. 생전에 불의에 맞서서 정론직필을 하신 분이죠. 요즘 유명한 스님들은 사람들 힐링해주느라 바쁘기만 합니다.

겨울호랑이 2016-12-02 17:56   좋아요 2 | URL
불교계 법정 스님, 개신교계의 문익환 목사님 등 여러 원로분들의 자리를 채워줄 분들이 종교계에 계시지 않아 아쉬움이 크네요...

AgalmA 2016-12-02 18:2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문재인 의원 보고 눈치만 보고 답답하다고 하시는 분들 많던데, 오늘 tbs 뉴스공장 나오셔서 김어준과 인터뷰하는데 일전의 jtbc 인터뷰 설욕전을 하시더라는^^
자신이 그렇게 비치는 건 다른 이들의 방파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라고, 오랜 세월 그리고 지금까지 민주화 운동을 계속 해왔고, 새누리당은 나를 밟고 가야 지나갈 수 있을 것이다 라고... 밉게 보면 정치적 언사라고 하겠지만 저 위 명동성당 구절과 흡사해서 얘기해 봤어요.
문재인 의원 나와서 아침에 tbs 라디오 서버 다운되고 난리도 아녔어요ㅎㅎ 누가 나와서 서버 다운되겠어요. 곰 같지만 든든한 정치인도 있고, 매 같이 매섭고 기운찬 정치인(이재명)도 있고 그렇게 다함께 하길...

겨울호랑이 2016-12-02 18:33   좋아요 4 | URL
^^: 맞습니다. Agalma님 말씀처럼 각자 선호하는 성향의 정치인은 다르겠지만, 지금 잘못되어 있는 판을 바꿀 수 있도록 선의의 경쟁을 통해 경선하고, 경선 후에는 하나가 되어야겠지요... 한편으로 제2차 포에니 전쟁 당시 로마군 사령관이었던 파비우스 막시무스와 스키피오가 생각납니다. 지구전을 주장했던 파비우스와 속전속결을 주장했던 스키피오 모두 로마의 기둥이었던 것처럼 야권 후보들 모두 하나되어 정권교체 이루기를 바라는 요즘입니다.^^

커피소년 2016-12-02 21:44   좋아요 3 | URL

문재인 의원님의 진정성을 제대로 보지 못 하는 것이 문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약간 잔소리꾼 같은 정치인이 필요한 반면 묵묵히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하는 정치인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당연히 후자의 경우를 좋아하지만요...

묵묵히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 진짜 세상을 바꾸는법이니까요...

또한.. 뭐든지.. 닦달하는 것은 좋지가 않죠...

육아, 교육에서도 비슷합니다.. 어른이 아이에게 떼를 쓰면 아이가 떼쟁이가 되죠...

정치도 비슷할 것입니다...

천천히 지켜보면서 그 사람의 진가를 알아내가는 것..

그것이 사람을 제대로 보는 방법이 아닐까 싶습니다..

2016-12-03 11: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2-03 11: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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