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 인사이트> 2018년 1월호에는 비트코인과 관련한 특별부록이 제공되습니다. 여기에 언급된 내용을 중심으로 최근 투기광풍이 불고 있는 비트코인에 대한 전망에 대한 내용을 이번 페이퍼에서 정리해봅니다.


1. 암호화폐와 비트코인


암호화폐의 한 종류인 비트코인의 핵심 기술은 암호화 프로토콜과 공개장부의 업데이트로 요약될 수 있다. 그리고, 우리는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을 블록체인(Block Chain)기술이라고 부른다.


'최근 투기 광풍에 휩싸이며 연일 언론에 오르내리는 암호화폐는 암호화 기술로 신뢰 기반을 구축해 이른바 "제3자 신뢰 주체" 없이도 가치가 이전될 수 있는 혁신적인 수단이다. 중개자 없이 거래되려면 이중지급 문제를 극복하는 노력이 구체화되어야 한다. 이를 해결한 것이 바로 공개 열쇠와 사용자 개인 열쇠(private key)로 구성된 암호화 프로토콜과 다수가 참여하는 작업증명 방식의 인증과정이다. 모두가 참여하는 공개장부의 업데이트 과정에서 누구도 손대기 어려운 거래가 완성되는 것이다. 이는 기존 보안 개념인 "금고와 보초" 대신 "공개와 참여" 개념을 도입한 역발상의 혁명적 사고 전환이다.(p8)'


2. 블록체인 기술


  '거대 분산 장부 시스템'인 블록체인 기술은 아직 개발 초기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섣부른 낙관도 비관도 하기 어렵다. 다만, 향후 여러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에 블록체인 기술은 '4차 산업 혁명 시대'를 이끌어가는 기술로 일반에 인식되고 있고, 자칫 기술을 선점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비트코인 거래 규제를 반대하는 목소리에 힘을 싣는다.


 '금융 분야를 중심으로 시작된 블록체인 기술의 활용은 이제 제조업, 공공서비스 등 사회 전 영역으로 확산될 것이다. 블록체인 기술이 모든 사회문제를 해결해주는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블록체인 시스템의 확장성과 안정성에 비판적인 의견도 여전히 있다. 블록체인 기술이 보편적으로 적용되기에는 현실적인 기술 검증이 필요해, 아직은 제약 사항이 많다.(p78)... 블록체인 기술의 본질은 신뢰성과 투명성에 있다... 블록체인 기술은 지능정보 기술의 신뢰성과 투명성을 제고하는 융합 기술이며, 산업별 디지털 혁신 전략과 결합해서 새 정보통신기술 서비스를 탄생시킬 것이다. 대량생산기계 중심의 20세기와는 달리, 사람이 중심이 되는 21세기에 블록체인은 매우 적합한 기술이다.(p79)'


3. 비트코인 혁명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블록체인이 가져다 주는 긍정적인 측면은 금융사에 의존하지 않고, 참여자 모두에게 정보가 공개되는 '개방형 구조'다. 현재 금융통화제도가 중앙은행(한국은행)과 민간은행의 통화공급에 일방적으로 의존하는 구조인 반면, 비트코인은 개인이 채굴(mining)을 통해 통화를 공급할 수 있고, 이러한 통화에 대한 정보를 모두와 공유하기 때문에 '참여형 경제구조'를 가능케 한다는 장점이 있다.


 '비트코인 혁명은 가능성이 무한한 역사적 혁신이다. 은행의 금융서비스에 접근하기 어려운 고객군에는 단순한 기회 이상의 의미가 있다. 가장 폐쇄적인 금융 시스템에 모두가 참여하게 해주는 개방형 플랫폼 기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존 신뢰의 토대에 의존하지 않는 독자적 기술이라는 점에서 사회 구성원들을 의아케 하는 구석도 있다. 그만큼 암호화폐는 법정화폐가 대표하는 신뢰체제와 확연히 구분되는 혁명적 대안이다. 블록체인 기반의 암호화폐가 던지는 핵심 메세지는, 단순히 기술혁신을 넘어 기술로 입증되고 생성되는 신뢰의 토대 아래 민간 주도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점이다.(p9)'


[사진] 블록체인 (출처 : 매일경제)


4. 비트코인 거래소의 위험


 이와는 반대로 비트코인 거래소에도 거래 지연 위험과 거래소 관련 위험이 따른다. 실제로 얼마전 우리나라 비트코인거래소인 '유빗'이 해킹으로 인해 파산당한 사례가 있다.


 '비트코인 거래소는 두 가지 주요 위험을 안고 있다. 첫째, 거래 지연에 따른 가격 변화와 교환 실패, 사기 위험이다. 실제 암호화폐의 가격 변동폭  문제는 법정화폐의 거래소 이체 업무와 연관된다... 또 다른 주요 사안은 거래소 관련 위험이다. 소비자 보호 차원의 보안 문제와 거래소 파산의 가능성이야말로 암호화폐의 미래를 위협하는 가장 심각한 위험 요인이다.(p11)'


관련기사 : http://biz.khan.co.kr/khan_art_view.html?artid=201712191607001&code=920100


5. 비트코인과 금융 투기


[사진] 비트코인 가격 현황( 출처 : https://blockchain.info/ko/charts/market-price?timespan=all)


 비트코인은  2014년부터 1,000달러 수준에서 등락을 거듭하다가 2017년에 들어 급등하여, 2017년 12월에는 최고 19,000달러까지 가격이 치솟아 극심한 투기현상을 보이고 있다. 비정상적인 비트코인의 거래 속에서 '17세기 네덜란드의 튤립 투기'를 연상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프랑스의 역사가 브로델(Fernand Braudel, 1902 ~ 1985)은 그의 저서 <물질문명과 자본주의 Civilization and Capitalism>를 통해 암스테르담 증권 시장과 투기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6. 금융 투기 : 암스테르담의 증권 시장


'암스테르담에서 새로운 것이 있다면 그 거래량, 유동성, 공급성, 투기의 자유 등이다. 투기는 거의 광적으로 일어나서 투기를 위한 투기가 되었다. 이런 것을 보여주는 현상으로서 1634년 경에 네덜란드를 열광케 한 튤립 광증(tulipomanie : tulip mania)이 있는데 이때 그 자체로는 "아무 가치가 없는" 튤립 구근 하나를 "새로운 마차 1량, 회색빛 말 2마리, 마구 일체"와 바꾸기에 이르렀다는 점을 기억해둘 필요가 있다.(p132)'


'투기꾼은 그가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을 팔기도 하고 결코 보유하지도 않을 것을 구입한다. 이것을 소위 "백색(en blanc)"매매라고 한다. 정리 기간이 되면 이런 것들은 손실 또는 이익으로 결판이 난다. 사람들은 이 작은 잔액을 결제하고 나면 이 투기 놀음은 다시 계속 된다. 또 다른 종류의 것인 프리미엄(prime) 거래는 약간 더 복잡한 종류의 것이다. 사실 주식은 장기적으로 오르게 되어 있으므로, 투기란 단기적인 움직임에 관한 것이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순간적인 가격 변동을 노리고 있어야 하는데, 이것은 뉴스 하나만으로도 일어날 수 있다... 암스테르담의 투기의 액수가 대단히 크고 폭발적이었으며, 더구나 초기부터 그것이 상대적으로 엄청난 규모였다는 것은 여기에 대자본가만이 아니라 소시민들도 가담했다는 것으로 설명될 수 있다. 그중 어떤 광경은 마치 오늘날 경마의 마권 사는 모습과도 비교할 수 있으리라.!"'(p135)'


 '이러한 광경은 무엇을 말해주는 것일까? 내가 틀린 것이 아니라면, 이것은 거래소가 소액 전주(錢主), 소액 투자가의 주머니에서 어떻게 돈을 길어오는지를 보여 주는 것이다.(p136)'


 주식거래가 일반화되지 않은 17세기 증권시장의 모습을 브로델은 소액 투자자의 주머니에서 거래소로 돈이 옮겨가는 과정으로 인식하고 있다. 비록, 비트코인 시장에서는 거래소가 하는 역할이 상대적으로 미미하지만, 비트코인의 가격이 폭락하는 날 소액투자자의 부(富)는 누군가에게로 아마도 이전될 것이다. 브로델과 같은 역사가가 아니더라도 많은 금융전문가들은 비트코인의 위험을 다음과 같이 경고하고 있다. 


 "비트코인은 사기다. 끝이 안 좋을 것이다."(Bitcoin is a fraud. It won't end well.) - 제이미 다이먼(제이피모건체이스 JP Morgan Chase, 최고경영자 CEO) - 


 "장기적 관점에서 비트코인의 기반 기술은 번영하겠지만, 비트코인의 가격은 무너질 것이다. 이것이 나로선 최선의 추론이다." - 케네스 로고프(美 하버드 대학 교수) -


 "진짜 거품이다. 비트코인의 가치는 측정할 수 없다. 비트코인은 가치를 창출하는 자신이 아니기 때문이다." -워런 버핏(버크셔 해서웨이 Berkshire Hathaway ,최고 경영자 CEO) - 


 "거대한 투기거품이다." (A gigantic speculative bubble.)  -누리엘 루비니 (美 뉴욕대학 교수) - 


 "비트코인은 오로지 편법의 잠재력과 관리, 감독 부재 덕분에 성공하고 있다. 그래서 비트코인은 법으로 금지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이것은 사회적으로 유용한 기능이 전혀 없다." - 조지프 스티글리츠 (美 컬럼비아대학 교수) -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락을 계속하면서 이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다. 규제에 대한 찬반(贊反)이 팽팽히 맞서면서, 한편에서는 '투기에 대한 규제'를 다른 한편에서는 '4차 산업 기술 보호'를 말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속에서 개인적으로는 '기술 보호'와 '투기에 대한 규제'는 분명하게 구분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벌써 10여년도 지난 일이지만, 한때 온라인 게임 리니지에서 아이템이 고가에 거래되는 문제가 사회 문제가 된 일이 있었다. 2000년대 초반 온라인 게임은 IT시대의 중요한 콘텐츠였고, 이에 대한 투자로 한때 우리나라 게임이 세계적으로 주도권을 가질 수 있었다고 생각된다. 그렇지만, '게임'에 대한 투자와 '게임에 사용되는 아이템'의 거래는 분명히 구분되어야 하지 않을까. 리니지와 리니지 아이템의 연장선장에서 비트코인 문제를 바라본다면, 비트코인 문제의 답은 의외로 가까이 있을 것 같다. 


PS. 금융투기와 관련해서는 다음의 책들이 투기와 투자의 역사를 잘 보여준다고 생각하기에 여기 올려봅니다.



댓글(20) 먼댓글(0) 좋아요(5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oren 2018-01-17 22:3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마침 오늘 오후에 서울 모 호텔에서는 ‘블록체인‘과 관련된 전문가들이 여럿 방한해서 주제 발표도 했더군요.

블록체인은 분명 유용한 기술이긴 한데, 그 기술을 활용하는데 쓰이는 중요한 수단인 ‘가상 화폐‘ 자체의 가격이 너무나 급등락해서 참으로 문제가 많은 듯합니다. 화폐야말로 ‘가치 척도‘인데, 비트코인, 이더리움, 네오 등등 수많은 가상 화폐들은 화폐 가격이 하루에서 수십 %씩 급등락을 거듭하니까 말이죠. 유시민이 비트코인 광풍을 두고 ‘바다 이야기‘에 비유했다가 혼쭐이 난 기사도 있더군요. 과학자 정재승이 유시민의 언급을 두고 아예 대놓고 ‘너무 무식한 얘기‘라고 반박도 했던데, 단적으로 이런 모습들 하나만 보더라도 ‘블록체인과 가상화폐‘를 두고 얼마나 혼란스러운지를 짐작하고도 남을 지경입니다.

제 주변에서도 이미 작년 여름부터 끊임없이 ‘비트코인 광풍‘에 대해 자주 논란을 벌이는 걸 봐오곤 했는데, 결론은 아주 단순한 듯합니다. ˝블록체인 기술은 매우 유용한 기술이고 중요한데, 현재 벌어지고 있는 가상화폐 투기는 정말로 심각한 후유증을 낳을 게 분명하다.˝는 사실이죠. 지금 하루 24시간 내내 거래되는 가상화폐의 시가총액이 대략 ‘어제‘ 기준으로 700조원이라고 마침 ‘어제‘ 들었는데, 하룻밤 자고 나니 그 사이에 바로 그 시가총액이 300조원이 공중으로 증발했더군요.

그런데 정말 심각한 문제는 ‘투기 광풍‘에 노출된 ‘보호받아야 할 사회적 · 경제적 약자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너무 취약한 상태에 그대로 방치된 채 놓여 있다는 점이고, 이 문제가 이미 오래 전부터 사회문제로 부상하면서 거듭 악화일로였는데도 불구하고, 정부 당국에서조차 아직까지도 갈피를 못 잡고 있다는 거죠.(금융위원회에 ‘대책반‘이 생긴 게 며칠 안 되었죠.)

한때 엄청난 도박 광풍을 몰고 왔던 ‘바다 이야기‘ 때문에 신용불량자가 대략 300만 명쯤 생겼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는데, 투기 광풍이 단지 신용불량자만 양산한 게 아니라 엄청난 ‘가정 파괴‘까지도 이어졌을 듯하고, 그 와중에 약삭빠른 사기꾼들을 숱하게 배불리게 만들었다는 게 문제라고 봅니다. 심하게 얘기하면 ‘거대한 도박판‘이 벌어지는 와중에 온갖 부정과 부패와 악순환이 끊임없이 반복되었다는 거죠. 정부의 강력한 단속이 마침내 그걸 쓸어낼 때까지 아주 오랫동안 말이죠..

가상화폐 투기도 이대로 방치했다가는 아주 큰 후유증을 겪을 게 명백해 보입니다. 이미 ‘채굴‘ 쪽에서도 ‘다단계 사기꾼들‘이 적잖이 적발되고 있고, 지금도 사기꾼들이 득실거리는 데다가, ‘가상화폐 매매‘ 쪽에서는 ‘채굴‘ 보다 훨씬 더 심각한 온갖 부정과 부작용들이 난무하고 있으니까요.

댓글이 너무 길었네요. ‘투기 광풍‘에 대헤 제가 읽었던 책들 가운데 가장 인상 깊었던 책은 찰스 P. 킨들버거가 쓴 『광기, 패닉, 붕괴 금융위기의 역사』더군요. 그런데 그 책은 일반인들이 소화하기에는 너무 어려운 내용을 많이 다뤄서 함부로 권하기는 어려운데, 그보다 한결 재미있고 쉽게 쓰인 책 가운데 찰스 맥케이의 『대중의 미망과 광기』라는 책도 읽어볼 만하더군요.^^

겨울호랑이 2018-01-17 22:22   좋아요 0 | URL
oren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개인 투자의 문제로 돌리기엔 비트코인 투기 후유증이 만만찮아 보입니다... 킨들버거의 「광기, 패닉...」은 이름만 들어보았는데 이미 oren님께서는 읽으셨군요. 보다 평이하게 쓰여진「대중의 미망과 광기」부터 읽어봐야겠습니다. oren님 좋은 책 추천에 감사드립니다^^:

oren 2018-01-17 22:38   좋아요 5 | URL
찰스 P.킨들버거의 책 속 구절을 정리해 놓은 게 있어서, 그 가운데 이번 ‘비트코인 투기 광풍‘과 관련해서 재음미해 볼 만한 구절들을 찾아봤습니다. 킨들버거의 『광기, 패닉, 붕괴 금융위기의 역사』는 제가 따로 정리해 놓은 ‘요약본‘만 가끔씩 들여다볼 때가 있는데, 매번 읽을 때마다 참으로 교훈적인 이야기가 많다는 걸 거듭 느끼게 되더군요. 소제목 옆에 붙은 숫자는 ‘책 속 페이지 숫자‘입니다.^^

* * *

눈먼 자본 5

패닉과 광기에 대해서는 우리가 갖고 있는 최대한의 지식을 동원해 좇고 상상할 수 있는 규모를 넘어서는 대단한 분량이 쓰여졌다. 그렇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특정 시점마다 엄청난 금액의 멍청한 돈이 부지기수의 멍청한 사람들 손에 주어진다는 사실이다. ······ 당면한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명분을 이유 삼아 이런 사람들의 돈-우리는 이 돈을 눈먼 자본(blind capital)이라고 부른다-이 주기적으로 천문학적인 금액으로 불어나고 꿈틀대는 욕망에 주체를 못한다. 이 돈은 누군가가 자신을 집어 삼켜 주기를 갈망하며 ˝흘러 넘친다˝; 흘러 넘치는 돈이 누군가를 찾아내면 ‘투기‘가 벌어지고; 투기가 이 돈을 다 먹어 치우고 나면 ‘패닉‘이 발생한다.

월터 배젓, 『에드워드 기븐에 관한 소론Essay on Edward Gibbon』가운데


눈에 익은 단계들 5

나는 위기가 다가옴을 느낄 수 있다. 증권거래위원회가 있든 없든, 파탄을 몰고 올 새로운 투기의 거대한 소용돌이가 익히 눈에 익은 단계들을 밟아가며 다가오고 있다; 핵심 우량주가 붐을 일으킨 다음, 이류 종목들이 뜨겁게 달아오르면, 이어서 장외시장에서도 투기판이 벌어질 것이다; 그리고는 새로 상장된 주식을 둘러싼 또 한 차례의 끝물 장세가 지나가면, 마침내 피할 수 없는 붕괴가 찾아올 것이다. 이 일이 언제 벌어질지는 모르겠지만, 가까이 다가오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빌어먹을 일은, 내가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버나드 J. 라스커(1970년 뉴욕증권거래소 회장으로 재직)
그가 1972년에 했던 말 가운데, 존 브룩스가 쓴『고고의 시절The Go-Go Years』에서 인용

돈을 버는 일이 이보다 더 수월했던 적이 없었다는 느낌 64

예전에는 투기적 모험과는 거리가 멀었던 기업과 개인들 중에서도 높은 수익률을 얻기 위한 소란스런 게임에 뛰어들기 시작하는 사례가 점점 많아진다, 돈을 버는 일이 이보다 더 수월했던 적이 없었다는 느낌이 든다. 지본이득을 위한 투기는 사람들을 정상적이고 합리적인 행동에서 일탈시켜 ‘광기‘나 ‘거품‘이라는 표현 말고는 달리 묘사하기 어려운 행동으로 이끈다.

패닉에 대한 처방들 92

˝악마는 맨 뒤에 처진 사람을 잡아먹는 법이다(Devil take the hindmost)˝, ˝재주껏 도망쳐라(Sauve qui peut)˝, ˝맨 뒷사람이 개에 물린다(Die Letzen die Runde)˝, 이런 말들이 채닉에 대한 처방들이다. 이와 비슷한 광경은 사람들이 들어찬 극장 안에서 불이 났다고 고함칠 때의 모습이다. 연쇄편지가 연출하는 과정도 이와 닮은꼴이다. 왜냐하면 그 연쇄고리가 무한정 확장되는 것은 불가능하고 오직 소수의 투자자들만 가격 하락이 시작되기 전에 팔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개인의 입장에서는 연쇄 과정의 초반에 참가하면서 다른 모든 사람들도 자신들이 합리적이라고 여길 것이라고 믿는 것은 합리적인 일이다.

튤립 광기 197

역사가 사이먼 샤마(Simon Schama)가 제공한 사례 하나를 보면, 화이트크라운 1파운드(네덜란드어로 ‘Witte Croon‘이며 일반적인 품종이어서 무게 단위로 매매되었다)에 525플로린을 양도 시점(가령 돌아오는 6월)에 완납하고, 소 네 마리를 먼저 지불하는 방식으로 거래했다. 선불 계약금 지불에 쓰인 여타 현물로는 토지, 주택, 가구, 금은제 그릇, 회화작품, 양복과 코트, 마차, 회색 점박이 말 한 쌍 등이 있었다; 그리고 희귀종 튤립인 비체로이(Viceroy) 한 그루의 가치는 양도 시점의 완납 대금 2500플로린과 함께 현물 선불금으로 밀 2라스트, 돼지 네 마리, 양 열두 마리, 포도주 2옥스헤드, 버터 4톤, 치즈 수천 파운드, 침대 한 개, 몇 가지 의류, 큼지막한 은제 컵 하나였다.

스스로 제 털을 깎이려고 줄지어 서 있는 양 305

부정행위는 경제가 호황기일 때 증가한다. 재산은 호황기에 만들어지며, 개인들은 부의 증식 과정에 끼어들기 위한 탐욕에 빠지고, 사기범들이 이 탐욕을 이용하려고 등장한다. 호황기에는 스스로 제 털을 깎이려고 줄지어 서 있는 양의 숫자가 늘어나고, 자신들을 사기범의 희생물로 제공하는 사람들의 수가 증가한다. ˝일 분마다 한 명씩 속아 넘어간다.˝

부도덕의 극치 312

스프라그의 인용과 번역이 정확하다면, 호레이스(Horace)는 그들의 자세를 잘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돈을 벌어라; 할 수 있다면 정직하게 돈을 벌되, 무슨 수를 써서라도 돈을 벌어라.˝ 남해회사 거품에 대한 조나단 스위프트의 언급도 이와 마찬가지로 냉소적이다:

돈, 돈을 계속 벌어라.
그리고 나서 혹시 미덕이 스스로 따라오겠다고 하면, 그리 하라.

발자크는 마지막 한 방이라고 부를 만한 말을 남겼다: ˝가장 미덕 있다는 상인들이 당신 앞에서 가장 노골적인 자세로 부도덕의 극치를 보여주는 이 말을 들려줄 것이다: 우리는 가능한 한, 나쁜 일에서 잇속을 챙겨 나온다.˝

겨울호랑이 2018-01-17 22:50   좋아요 0 | URL
^^: 킨들버거의 책은 정말 꼭 읽어봐야겠습니다. 「경제강대국의 흥망」도 최근 중국의 부상에 대해 많은 시사점을 제시했는데, oren님께서 추천해주신 「광기, 패닉,..」역시 킨들버거의 통찰이 빛날 듯 합니다. ‘투기‘와 관련해서는 ‘왜 사람들은 폭탄돌리기를 하면서도 자기 차례에 폭탄이 터지지는 않을 것이라‘기대하는지... 참 궁금해 집니다...

북다이제스터 2018-01-17 22: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리스크> 읽으셨네요. 반갑습니다. ^^

겨울호랑이 2018-01-17 22:27   좋아요 1 | URL
「리스크」로 대동단결! ㅋㅋ

북다이제스터 2018-01-17 22:31   좋아요 1 | URL
비트코인의 투기 광풍은 상대적 단기간 우려지만, 비트코인으로 장기적 순기능인 국가 소멸을 기대해 봅니다. ㅎㅎ

겨울호랑이 2018-01-17 22:39   좋아요 1 | URL
다른 한편으로 블록체인 기술로 ‘국가‘를 대체하는 ‘거대금융자본‘이 우려되기도 합니다. 이미 여러 분야로 진출한 대자본들이 국가를 초월한 경제 공동체 ‘애플나라‘, ‘아마존 공동체‘등을 만들다면 더 큰 위협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네요...

2018-01-17 22: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1-17 22: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1-17 23: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1-17 23: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1-18 00: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1-18 07: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雨香 2018-01-18 00: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분홍색으로 옮겨주신 말들에 백퍼 동의하고 있습니다. 1년여전부터 블록체인 등 가상화폐 관련 글들을 읽고 있습니다. 겨울호랑이님도 잘 아시겠지만 경제정책의 도구로서의 화폐의 기능이 사실 더 큰 화폐의 기능이지 역할인데, 기술을 이야기하는 사람 중에 경제정책의 도구로써의 화폐에 대해 이해하고 있는 사람들은 없더군요.

다만, 금본위체제가 무너진 것에 대한 경험과, 유로화를 봤을 때(개별국가는 경제정책의 도구로써의 화폐 기능을 잃어버린) 가상화폐의 시대는 멀지 않았다고 봅니다.
* 페이스북에서 우연히 어떤 분의 글을 읽었는데 우리나라 정부도 이미 4~5년 전부터 가상화폐에 대해 많은 공부를 하고 있고,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에 대해서도 잘 이해하고 있더군요. 다만, 잠시 정치적 공백기(박근혜정권말)와 다른 나라들의 방향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이야기하더군요.

겨울호랑이 2018-01-18 07:56   좋아요 1 | URL
雨香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정책수단으로서의 화폐에 대한 논의는 현시점에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 같습니다. 국가에서 통화조절 능력을 상실했을 때 이에 대한 대안도 이제는 이야기되어야 하지 않나 생각됩니다.^^:

雨香 2018-01-18 00: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리고 가상화폐의 시대는 겨울호랑이님의 우려처럼 ‘거대 금융 자본‘의 시대라고 봅니다. 20세기 중반 이후 세계 경제는 금융 자본에 의해 움직였다고 봐야 하는데요. 사실 IT 기업들의 성장뒤에도 거대 금융 자본의 지원이 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초기에 자금을 대 주고, 어느 정도 규모가 되면 CFO나 관리자를 소개시켜줘 안정적인 성장을 지원하고 본인들은 거대 수익과 함께 영향력을 잃지 않고요, 그래서 IT와 거대금융자본이 가상화폐 결합이 이뤄진다면 .... )

겨울호랑이 2018-01-18 08:00   좋아요 1 | URL
국가의 경제권력이 사라지고, 경제권력이 금융 자본에게 넘어간다면 이후 세계경제의 블록화는 국가/경제권 단위가 아닌 기업단위 경제 블록화가 된다면 노동/소비가 모두 대기업에 종속될 수 있다는 생각도 하게 되네요...

AgalmA 2018-01-20 20: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테일러 피어슨 <직업의 종말>은 자본의 힘이 금융->기업->개인에게 넘어가는 게 4차산업혁명의 흐름이라고 진단했죠. 비트코인도 그 예가 될 테고요.
유시민 작가처럼 이 모든 게 사기다 할 게 아니라 저는 이런 기술을 어떻게 잘 활용할 것인가 하는 정재승 박사 쪽인데요.
이 기술이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플랫폼이 잘 짜여지면 되지 않을까 싶은데요. 비트코인 거래소 파산 문제도 그런 플랫폼의 부실함 때문인 것이니까요. 아직 공부가 부족해 내부를 자세히 모르니 그림만 떠오르는 상태^^;

겨울호랑이 2018-01-20 20:21   좋아요 1 | URL
그렇군요...비트코인도, 블록체인 기술도 아직은 기술개발 초기라 향후 전망을 내리기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다만, <직업의 종말>에서 나오는 것처럼 자본의 힘이 ‘기업‘에서‘개인‘으로 이전되기를 바라봅니다...
 

2018년 1월호.

1. 직원이 뽑은 사장 :
스위스 우만티스에서 시행한 기업민주주의. 집단지성의 효율적 활용으로 인한 매출 증대. 선거 기간 중의 어수선한 분위기 등은 이에 대한 대가.

2. 2018년 금리 인상의 귀환 :
2017년 11월 기준금리 인상으로 가계부채 부담 증가. 문재인 정부의 다주택자들에 대한 규제는 향후 다주택자들의 임대사업자 전환여부에 따라 성패가 달라질 것.

3. 가사 노동 해방의 그늘 : 21세기 하인 그룹
맞벌이 가정의 증가에 따른 가사 노동의 외주화. 이에 따른 독일 내 외국인 가사 도우미의 증가.

4. 디지털 소비 욕구 절제 해야 산다
마더 교수는 개인적으로 빈둥거리며 아무 것도 안할 때나 지루할 때 가장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른다고 한다. 당신은 최근 창밖을 오랫동안 바라보는 청소년을 본 적이 있는가? -본문 중-

5. 방탄소년단 성공 신화 분석
작은 기획사 소속 ‘흙수저 아이돌 그룹‘의 SNS 소통과 팬과의 교류로 인한 성공 신화

6. 미국 법인세 감면
법인세 인하는 결코 실물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기업의 해외 이전은 수익성 때문이다. 법인세는 이익이 생겨야 내는 세금이다. -본문 중-

7. 추천 경제 도서






댓글(12) 먼댓글(0) 좋아요(3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8-01-15 15: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1-15 16: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라로 2018-01-15 15: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미국 법인세 감면에 대해서 한국에서 그렇게 생각하는 군요. 좀 답답해요,,저 세금 인하는 사실 미국의 중,하위층에게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보는 전문가들이 많거든요. 저같은 영세민은 그 얘기 들으니 한숨만 나옵니다.

그런데 ‘맞벌이 가정의 증가에 따른 가사 노동의 외주화. 이에 따른 독일 내 외국인 가사 도우미의 증가. 향후 우리의 가정은?‘은 이해가 잘 안되는데 한국 맞벌이 가정의 증가에 따른 가사 노동의 외주화와 이에 따른 독일 내 외국인 가사 도우미의 증가는 어떤 연관이 있는 건가요?

그리고 님의 서재 바탕이 검정 색이라 저처럼 노안이 심한 사람은 좀 읽기 어렵네요~~~.^^;;;

겨울호랑이 2018-01-15 16:16   좋아요 0 | URL
사실 미국 재정수익 원천의 다수가 개인 소득세임을 감안하면 트럼프의 감세 정책은 다분히 정치적인 성격이 강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말씀하신 ‘우리 가정은?‘은 제가 메모한 내용이어서 본문에는 나와 있지 않은 내용입니다. 혼란을 피하기 위해 삭제했습니다. 제 서재 배경는 random 변동이라 아마 내일이면 바뀔 것 같습니다. 제가 북플로 작성하다보니 확인이 미처 안된 부분도 있습니다. ^^: 라로님 감사합니다

깐도리 2018-01-15 16: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애프터 크라이시스는 읽어봐서 눈길갑니다...

겨울호랑이 2018-01-15 16:18   좋아요 0 | URL
깐도리님께서는 이미 읽으셨군요.. 부끄럽게도 사실 저는 위의 책 중 읽은 책이 없습니다. 깐도리님의 서평을 기대해 봅니다^^: 감사합니다!

2018-01-15 16: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1-15 16: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8-01-15 17: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잡지에 블록체인, 비트코인에 관한 내용은 없던가요? 놀랍게도 제 주변에 비트코인에 투자하는 사람이 없어요. 만약 비트코인에 투자하는 지인이 있었다면 저도 지인의 유혹(?)을 이기지 못했을 거예요. ^^;;

겨울호랑이 2018-01-15 19:53   좋아요 0 | URL
^^: 이런이런.. cyrus님 그렇잖아도 별책부록으로 비트코인 내용이 있어 정리중이었는데, 딱 걸렸네요 ㅋㅋ

雨香 2018-01-16 11: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코노미 인사이트 보시는 군요.. 저는 처음에 몇 번 보다가...(내용 때문이 아니라 밀려 있는 책들이 많아서요. 안 뜯은 시사인도 수두룩합니다.)
1월호 눌러보니 <최저가 경제학의 빛과 그림자>, <‘21세기 하인 계급‘>에 관심이 갑니다.

겨울호랑이 2018-01-16 11:59   좋아요 1 | URL
^^: 저도 다음달 호 오기 전 밀려서 읽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코노미 인사이트는 신경제의 빛보다 그림자를 조명해 주는 기사가 많아 균형을 잡는데 도움을 주는 것 같아 구독하고 있습니다^^
 

 

'굶주린다는 것은 고통을 의미한다. 즉 불가능한 선택이 주는 고통이다. 하지만 그 이상이다... 아만다에게 굶주린다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들이 죽어가는 것을 지켜보고만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슬픔이다.(p14)... 필리핀의 어느 농가에 도착해서 우리가 처음 들은 말은 집이 누추해서 미안하다는 것이었다. 굶주린다는 것은 또한 굴욕적인 삶을 의미한다... 굶주림의 네번째 차원은 공포이다. 고통, 슬픔, 굴욕, 그리고 공포.(p15)' <굶주리는 세계> 中


 굶주린다는 것의 의미는 단순히 끼니를 거르는 개인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이를 사회적 차원에서 바라본다면 지속적인 굶주림으로 인해자신과 주의의 사람들이 '서서히 죽어가는 것'과 이것을 무기력하게 지켜봐야 함을 의미한다. 이러한 이유로 비참함 또는 굶주림으로부터의 탈출은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중요한 기본 과제라 할 것이다. 그렇지만, 이 문제는 생각만큼 단순하지 않다. 가령 세계에 식량이 부족하지는 않다는 역설적인 현 상황은 굶주림에 대한 문제에 복잡함을 더한다.


  '식량이 풍부한데도 굶주림이 존재하는 것은 제3세계의 두드러진 현상이다. 세계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1950년대 이래로 식량생산 증가분은 아프리카를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인구증가율을 앞지르고 있다. 미국고등과학진흥희(AAAS)의 1997년 연구에 따르면, 개발도상국에서 영양실조에 걸린 어린이들 중 78%가 식량이 남아도는 나라에 살고 있다.(p25)' <굶주리는 세계> 中


 식량이 풍부함에도 굶주림이 존재하는 역설적인 상황을 우리는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가. 


 '저명한 경제학자 제프리 삭스 Jeffrey Sachs에게 빈곤의 근본적 원인은 "지리적"이다. 그의 책 <빈곤의 종식 The End of Poverty>(2005b)에서 삭스는 "지리는 숙명이다." 라고 지적하고 있다. 어느 한 나라가 만약 접근하기 어려운 입지와 질병에 걸리기 쉬운 환경, 극단적인 기후 그리고 파괴되기 쉬운 토양을 갖고 있다면, 가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세계의 모든 구석구석에서 가난한 사람들은 발전의 사다리에 심지어 그들의 첫 발조차 올려놓지 못하게 하는 구조적인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올바른 요소들 - 훌륭한 항구, 부유한 세계와의 긴밀한 접촉, 양호한 기후, 적절한 에너지원 그리고 전염병으로부터의 자유-을 갖춘 대부분의 사회는 극단적인 빈곤으로부터 해방되어 왔다.(Sachs,2005c:47)"(p33)' <현대 경제지리학 강의> 中


 제프리 삭스에게 있어 빈곤의 원인은 '지리적 문제(Geographical problem)'에서 비롯된다. '지리적 숙명'에 의해 가난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존재한다는 제프리 삭스의 주장에 따르면'굶주림'과 '빈곤'은 가난한 국가 내의 문제로 한정된다. 이러한 빈곤의 내재(內在)적 원인론과는 반대로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의 저자 장 지글러(Jean Ziegler,1934 ~)는 빈곤의 구조적 문제를 굶주림의 원인으로 지목한다. 

  

 '"구조적 기아"를 정의하기는 더 어려워. 굶주린 사람들이 먹을 것을 찾아 끝도 없이 헤매거나, 뼈와 거죽만 남은 여자들이 불쌍한 아이를 안고 난민 캠프 앞에 길게 줄을 서는 현상으로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지. 아프리카, 아시아, 라틴아메리카에서 수십만병의 아이들이 비타민 A 부족으로 시력을 잃는 근본적인 이유도 바로 "구조적 기아"에 있어.(p60)'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中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에서는 빈곤퇴치를 위한 내재적 노력이 외부의 압력(다국적 기업, 외국 정부)에 의해 좌절된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하면서 제3세계의 굶주림 문제가 이들 국가만의 문제가 아님을 뒷받침하고 있다. 


  '1970년 칠레의 인민전선은 101가지 행동강령을 발표하는데, 그 첫 번째가 바로 15세 이하의 모든 어린이에게 하루 0.5리터의 분유를 공급하는 것이었다... 이는 당시 칠레가 처한 높은 유아사망률과 어린이 영양실조라는문제를 놓고 본다면 어쩌면 절체절명의 과제였다고 할 수 있다... 소아과 의사 출신인 아옌데가 내건 이 공약이 벽에 부딪힌 것은 칠레의 농장을 장악한 네슬레가 1971년 협력거부 방침을 결정하면서부터이다. 아옌데 정부는 키신저를 비롯한 미국 정부와 네슬레를 축으로 하는 다국적기업에 의해서 고립되고, 결국 CIA와 결탁한 군인들이 대통령궁을 습격하게 된다.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던 듯이 칠레의 어린이들은 다시 영양실조와 배고픔에 시달리게 된다.(p13)'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中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에서는 다국적 기업에 의한 구조적인 빈곤의 문제를 제기되며 <굶주리는 세계>에서도 세계화 시대의 가장 큰 수혜자는 다국적 기업임을 확인한다. 그렇다면, 이들 다국적 기업들이 추구하는 바는 무엇일까.


 'NAFTA 같은 무역 조약, 그리고 세계은행, IMF, WTO 같은 기구들이 새로운 지구 경제를 지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추세에서 진짜로 이득을 보는 것은 국가들이 아니라 어느 나라에나 본사를 두고 다른 나라의 사무실과 공장을 관리할 수 있는 거대 다국적/초국적기업들이다. 다국적 기업들은 많은 나라의 GNP를 능가하는 수익을 올리고 있다. 이들은 전세계 무역의 70% 이상을 차지하면서 세계경제에서 거대한 주체로 군림하고 있다.(p271)' <굶주리는 세계> 中


 세계 경제에서 거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다국적 기업들이 추구하는 바는 베블런(Thorstein Veblen, 1857 ~ 1929)에 따르면 결국 '수익 창출 능력의 극대화'로 정리될 수 있을 것이다. 수익 창출 능력은 구체적으로 '미래 현금 흐름의 현재 가치(Present Value of Future Cash Flow)'를 통해 기업 가치로 환원되고, 기업가치는 시장에서 주가의 형태로 거래된다면, 무상 분유 공급으로 시장이 축소되는 것과 같은 미래 현금 흐름을 감소시킬 어떠한 유인(誘因)도 다국적 기업을 지배하는 대주주는 원치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시도를 저지시키려는 일련의 노력들이 세계 곳곳에서 행히지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세계의 빈곤을 감소시키기 위해 어떤 해결 방안이 존재할 수 있을까?

 

'자본 시장에서 최종적으로 협상을 벌이는 자가 자본을 구매하는 것은 장래에 이윤을 얻기 위해서이다. 즉 내용상으로 보자면 그는 나중에 또 다시 팔기 위해서 자본을 미리 사두는 것이다. 그렇게 미리 사두고자 하는 그의 계획은 그가 협상하는 자본이 앞으로 가져올 수익의 전망에 근거를 두고 있다... 그러므로 일정한 덩어리의 자본의 가치란 그것의 수익 창출 능력에 의해 결정된다. 즉, 수학적 표현으로 말하자면, 자본의 가치란 그 수익 창출 능력의 함수이다. (p113)... 따라서 자본 시장에서 거래되는 상품이란 결국 매매되고 있는 유가 증권들이 대표하는 소유 재산이 어떠한 수익 창출 능력을 가지고 있는가를 어림짐작으로 추측하여 그것을 자본화한 것이 된다.(p115)' <자본의 본성에 관하여> 中 


 '빈곤/굶주림'을 세계화 시대에서 비롯된 구조적인 문제로 정리했을 때 이에 대한 여러 해결 방안이 존재할 것이다. 그 중에서도 피터 싱어(Peter Singer, 1946 ~ )과 가라타니 고진(Karatani Kojin, 1941 ~ )은 세계 기구를 통한 해결방안을 제시한다. 고진이 제시한 방법은 보다 급진적인데, 빈곤이라는 문제를 국내 문제로 바라보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이들의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이들의 해결 방안을 마지막으로 제시하며 이번 페이퍼를 마친다. 

 

'나는 전 지구적인 해결을 요하는 문제가 점점 더 늘어날수록, 어떤 나라가 독립적으로 그 나라의 미래를 결정할 수 있는 여지는 줄어들게 된다는 것을 논증했다. 따라서 우리는 전 지구적인 결정을 하는 기구들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러한 기구의 영향을 받는 사람들에 대해 그 기구들이 더욱더 책임감을 느끼게끔만들어야 한다. 이런 식으로 생각하면, 우리는 직접 선거로 구성된 입법부를 갖춘 지구 공동체에 대한 구상에 다다르게 된다.(p254)' <세계화의 윤리> 中


 '인류는 지금 긴급히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되는 과제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전쟁, 환경파괴, 경제적 격차이며, 이들은 분리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p224)... 이것들은 일국(一國) 단위로는 생각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우리에게 가능한 것은 각국에서 군사적 주권을 서서히 국제연합에게 양도하도록 하여, 그것을 통해 국제연합을 강화, 재편성하는 것입니다... 각국에서 이와 같이 주권의 방기가 이루어지는 것 외에 국가를 지양하는 방법은 없습니다.(p225)' <세계공화국으로> 中

 

글을 마치기 전 결을 달리하지만, 조세와 관련한 국제적 협력을 주장한 토마 피게티(Thmas Piketty, 1971 ~ )의 내용도 옮겨본다.


 '우리가 주목한 것은 20세기에 창안되었지만 미래에도 틀림없이 핵심적인 역할을 계속 수행해야만 할 사회적 국가와 누진적 소득세라는 두 가지 기본 제도다. 그러나 민주주의가 현 세기의 세계화된 금융자본주의를 다시 통제하려면, 오늘날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수단을 개발해야만 할 것이다. 여기서 이상적인 수단은 매우 높은 수준의 국제적 금융 투명성과 결부된 누진적인 글로벌 자본세가 될 것이다.(p617)' <21세기 자본> 中


PS.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굶주린 세계>는 주로 절대적 문제에 초점을 맞추어 이야기를 진행시키고 있으나, 체감 빈곤은 '상대적 빈곤' 문제가 더 심각한 것이 현실이다. 2017년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이익이 50조원 시대가 되었다고 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최저 임금 인상으로 사업이 어렵다고 하는 사업주들이 공존하는 현실 속에서 우리가 어떤 길을 가야할 것인가하는 문제는 2018년에 우리에게 주어진 또 하나의 과제가 될 것이다.


관련 기사 :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8&no=17397


 '일본, 타이완, 한국은 식량 수입과 외국인 직접투자 금지, 진정한 토지 재분배, 대규모 정부 보조, 자국 생산자들에 대한 관세 보호 등의 정책들 때문에 전후 주목할 만한 성장과 생활수준 개선을 이루어냈다. 핵심은 빈민들 -농민과 노동자-의 소득과 구매력을 증대시킴으로써, 이들이 물건을 구매하여 지역산업을 지탱하고 따라서 강력한 국내 시장을 형성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를 '버블업(bubble-up) 경제'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즉 생활수준 개선의 혜택이 바닥에서부터 경제 전반으로 침투해 상승함으로써 진정한 발전 발전을 가능케 한 것이다. 이는 부유층의 순이득이 결국 빈민들에게로 "떨어질 것"(trickle down)이라는 기존의 이론-현실 속에서 그 예를 찾아보기가 힘든-과는 반대되는 것이다.(p212)'<굶주리는 세계> 中


댓글(6) 먼댓글(0) 좋아요(5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8-01-11 10: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1-11 11: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8-01-11 14: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유통기간이 정해져 있는 식료품인 경우는 충분히 먹을 수 있는 데에도 불구하고 40% 정도가 그냥 폐기된다고 하더군요. 이비에스 다큐에서 본 기억이... 참.. 지랄 같죠. 키겔 같은 대형 곡물 회사도 곡물 가격 떨어질까봐서 곡물을 바다에 버린다고 하죠 ? 기아에 죽어가는 인구가 엄청난다데 말입니다..

겨울호랑이 2018-01-11 14:15   좋아요 2 | URL
식량 뿐 아니라 의류 회사도 제품의 가격유지를 위해 팔리지 않는 많은 제품을 불태운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렇게 본다면 지금 우리가 지불하고 있는 제품의 가격에는 팔린 제품뿐 아니라 팔리지 않는 제품의 가격도 포함된다고 할 수 있겠네요. 덕분에 제품의 가격은 더 높아지게 되고, 돈이 없는 사람은 구매하지 못하고, 소비자는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그런 면에서 합리적인 소비 역시 중요하게 됨을 말씀을 통해 새삼 생각하게 됩니다.^^:

북다이제스터 2018-01-11 22:4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넘 좋고 훌륭한 페이퍼 입니다. ^^

겨울호랑이 2018-01-11 22:47   좋아요 1 | URL
^^: 감사합니다. 북다이제스터님 추운 날 건강하게 하루 마무리하세요.
 

 

<사이먼&카너먼 : 심리학, 경제를 말하다>는 최근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행동 경제학(行動經濟學, behavioral economics)과 인지심리학(認知心理學, cognitive psychology)에 대한 입문서(入門書)다. 인지심리학의 대가인 허버트 사이먼(Herbert Simon, 1916 ~ 2001),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 1934 ~ ) 의 생애와 이론을 알기 쉽게 정리한 것이 이 책의 매력이라 생각된다. 


 '이들의 연구는 보통 "휴리스틱과 편향 heuristics and biases" 프로그램이라고 불리는데, 여기에서는 확률 이론이나 통계 이론이 규범적 이론이 되고 실제로 사람들이 판단하는 인지 과정은 "휴리스틱 heuristics"이라고 불린다... 사이먼과 카너먼은 완벽한 합리성을 가정한 경제학적인 관점과 달리 인간의 합리성이 제한적이라고 보고, 때로는 비합리적인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고 주장했다.(p25)'


 사이먼과 카너먼은 '휴리스틱'이라는 측면에서 인간의 행동에 접근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지만, 구체적인 관심사에서는 작은 차이를 보인다. <사이먼&카너먼 : 심리학, 경제를 말하다>의 내용을 통해 사이먼과 카너먼의 이론을 살펴보자.


1. 사이먼 : 제한된 합리성과 최소만족


 사이먼에 따르면 인간이 여러 제약으로 인해 완전한 정보를 갖지 못하는 '정보의 제약' 상황에 놓이게 되고, 그에 따라 인간의 합리성은 '제한된 합리성'의 모습으로 나타나게 된다. 또한, 인간은 대체적으로 만족스러운 대안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여러 대안 중 자신에게 최선이 아닌 (적당한) 만족을 주는 결정을 내리게 된다. 


 '사이먼의 의사결정론은 대략 두 단어로 요약된다. "제한된 합리성 bounded rationality"과 "최소만족 satisficing"이 그것이다... "제한된 합리성"은 경제학의 객관적 합리성에 대해 보다 현실적이며 인간의 실제 모습에 가까운 사이먼의 합리성 개념을 요약한 표현이다.(p55)... 인간은 자신의 효용을 "극대화"하는 선택을 하기 보다는 "만족스러운" 대안을 선택한다.(p57)'


 '합리성의 제한 요인으로 지식의 불완전성, 예측의 어려움, 행동 가능성의 현실적 범위를 들 수 있다.(p48)... 행동 가능성과 관련된 심리적 특성들로 학습 가능성, 기억, 습관, 주의, 행동 지속성 등이 있다.(p50). '


 '사이먼은 위계적으로 구성되어 있는 일련의 결정을 "대안 alternatives"과 "결과 consequences"로 개념화했다(p43)... 결정이나 선택은 이렇듯 각 행동의 순간에서 여러 가능한 대안들 중 하나를 실행하기 위해 선별하는 과정이다. 어떤 행동을 하기 위해 시간을 두고 일어나는 일련의 결정을 그는 전략 strategy이라고 불렀다... 사이먼은 개인이 실제로 모든 대안과 모든 결과를 아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보았으며, 이러한 불가능성이 바로 경제학적 합리성과 자신의 관점 차이라고 강조한다.(p44)'


이후 사이먼은 그의 이론을 인지 심리학보다 컴퓨터 프로그래밍쪽으로 발전시켜 나간다. 그리고, 그가 주장한 '제한된 합리성'과 '휴리스틱(가용한 정보를 기반으로 각 분기 단계에서 어느 한 분기를 선택하기 위해 사용하는 다양한 탐색 알고리즘의 대안 함수 [출처 : 위키백과])'에 대한 이론은 카너먼과 트버스키(Amos Tversky, 1937 ~ 1996)이 이어받아 '불확실한 상황'에 적용시켜 나간다.


 '사이먼은 1950년대 중반 이후, 인간의 문제 해결과 이를 컴퓨터로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일에 몰두했다... 그는 눈에 보이지 않는 인지 cognitive 현상을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형식화해 이를 시뮬레이션함으로써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방법으로 접근할 수 있었다.(p75)'


 '사이먼의 문제해결 연구에서 나오는 휴리스틱 개념을 카너먼과 트버스키는 인간의 판단 과정에 적용한다. 우리가 내리는 판단은 다양한데 카너먼과 트버스키가 관심을 가진 것은 불확실성, 즉 결과가 확률적인 상황에 대한 판단이다.(p76)'


2. 카너먼 : 불확실한 상황에서의 효용과 선호


 카너먼과 트버스키는 사이먼과 마찬가지로 인간이 판단을 할 때 합리적으로 판단하지 않는다는 편향을 보다 구체화 시킨다. 대표성, 가용성, 기준점과 조정으로 대표되는 이러한 편향으로 '제한된 합리성'에 의한 판단이 '비이성적인 행동'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주장한다. 


 '카너먼과 트버스키는 많은 연구를 통해 확률 지식이 있는 사람들이라도 직관적인 판단을 하는 경우에는 대개 휴리스틱한 방식으로 판단을 내리게 되고, 그 결과 편향된 판단을 할 수도 있음을 보여주었다.(p105)'


 '카너먼과 트버스키가 제안한 휴리스틱은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되는데, 대표성 representativeness, 가용성 availability, 기준점과 조정 anchoring and adjustment이다.(p77)... 사람이나 대상이 범주의 속성을 얼마나 전형적으로 드러내는가 하는 정도에 따라 확률을 판단한다는 것이 바로 "대표성 휴리스틱"이다.(p78)..."가용성 휴리스틱"이란 어떤 사건의 실제 빈도나 확률에 대한 정보가 없을 때, 그 사건의 구체적인 예를 기억하고 그것이 얼마나 쉽게 떠오르는가 하는 정도에 근거해 판단하는 것이다(p83)...사람들은 어떤 값을 추정할 때 기준점을 사용하고 이를 적절히 조정한 후 추정하게 되는데, 이를 "기준점과 조정 휴리스틱"이라고 한다. 그런데 보통 조정은 충분히 일어나지 않고 기준점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편향된 값을 말하게 되는 것이다.(p86)'


 행동경제학과 고전경제학의 큰 차이는 아마도 효용함수(效用函數 Utility function)와 선호(preference)에서 극적으로 나타날 것이다. 고전 경제학에서 효용함수는 효용과 발생 확률을 통해 표현이 되는 반면, 행동경제학의 효용함수인 유망이론에서는 주관적인 가치와 가중치의 개념이 도입되는 차이가 있다. 고전경제학에서는 항상 최선의 선택이 이루어지기에 '과거효용=현재효용=미래효용'의 관계가 성립되지만, 카너먼에 따르면 행동경제학에서는 '그때 그때 달라요.'가 되버리게 되는 것이다.


 '카너먼은 판단과 의사결정을 연구하는 심리학자들이 경제학자들을 비판하면서도 경제학의 효용 개념을 그대로 사용해왔다고 지적하면서, 기존의 효용 개념 외에 다른 의미의 효용이 있다고 말했다. 카너먼은 경제학의 효용 개념을 "결정효용 decision utility"이라고 칭하고, 이에 덧붙여 "경험효용 experienced utility"과 "예측효용 predicted utility"을 소개했다... 경험효용은 실제로 어떤 대상을 소비하면서 갖게 되는 주관적인 느낌을 말하는 것이고, 예측효용은 선택의 결과가 미래에 경험되는 경우 미래의 경험효용에 대한 개인의 믿음을 나타내는 것이다(p103)'


 '효용 이론에서는 각 결과의 효용(u)과 확률(p)을 곱한 것의 합으로 전체 사건의 효용을 구한다. 반면, 유망이론에서는 각 결과의 가치(v)와 결정 가중치 decision weights를 곱한 것의 합으로 전체 사건의 유망한 정도를 구한다... 유망 이론의 경우 함수 자체가 사람의 심리적 특징을 반영하므로, 효용 이론이 설명하지 못하는 인간의 실제 선택 행동을 설명할 수 있는 것이다.(p112)'


 그리고, 행동경제학에서는 선호에 대해서도 불확실한 상황을 전제하기 때문에, 선호(좋아하는) 역시 불안정하게 된다. 이처럼 불안정적인 상황을 가정하는 행동경제학에서 예측 가능성은 크게 떨어지게 된다. 바로 이지 점에서 행동경제학이 기존 경제학자들로부터 많은 공격을 받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지만, 이전에는 설명하지 못한 '인간 심리'라는 변수를 경제학으로 가져왔다는 점에서 행동경제학은 기존 경제학의 한계를 일정부분 넘어섰기에 경영(마케팅)과 경제부문에서 최근 각광과 우려를 동시에 받는 경제학의 새로운 분야가 바로 행동경제학이 되겠다.


  '선택에 대해 마지막으로 언급하고 싶은 것은 선택의 기반이 되는 선호 preference에 대한 경제학과 심리학의 관점 차이다. 경제학에서는 사람들이 모든 것에 대해 분명한 선호를 가지고 있으며 이러한 선호는 안정적이고 일관성이 있다고 본다... 그러나 선택에 대한 심리학의 연구는 다른 결과를 보여준다. 즉 선호라는 것이 경제학에서 가정하듯이 그리 안정적이지 않다는 것이다.(p120)'


 <사이먼&카너먼 : 심리학, 경제를 말하다>에서 말하고 있는 두 명의 인지심리학자의 이론을 저자는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사이먼은 사람의 정보처리 능력에 한계가 있고 인간을 에워싸고 있는 환경도 선택을 위한 모든 정보를 제공하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경제학적 의미의 합리성은 불가능하며, 그런 의미에서 인간의 합리성은 제한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카너먼은 인간의 선택이 어떤 방식으로 처리되는지에 대한 이론을 제시함과 동시에 사람들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어떻게 확률적인 판단을 내리는가 하는 인지적 방식, 그리고 그 결과에 따른 편향들을 소개한다. 이 두 학자의 공통점은 사람들이 인지적으로 정보를 처리하는 방식에 근거해 선택과 판단에 대한 이론을 제시했다는 것이다.(p13)'

 

최근 리처드 탈러(Richard H. Thaler, 1945 ~ ) 美시카고 大교수가  2017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하면서 그의 저서인 <넛지>와 <똑똑한 사람들의 멍청한 선택>에 대한 관심과 함께 행동경제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들 저서를 읽기 전에  <사이먼&카너먼 : 심리학, 경제를 말하다>를 가볍게 읽는다면 보다 즐겁게 두 권의 책을 읽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3. 깊이 읽기 : 책에서 소개한 깊이 읽기에 해당되는 국내 책들은 다음과 같다.
















PS. 개인적으로 학문으로서의 행동경제학에 대해서 비판적이지만, 이 내용은 입문서를 다루는 이번 기회는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되어 다음 기회로 넘기며 페이퍼를 마친다. 


댓글(11) 먼댓글(0) 좋아요(4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닷슈 2017-10-26 18: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지식인 마을시리즈는 입문서로좋은것같습니다 저도 이건 보려고 쟁여만 놓고있었죠 리뷰를보니 보고싶어지네요

겨울호랑이 2017-10-26 18:35   좋아요 1 | URL
^^: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좋은 입문서 시리지지요. 닷슈님 좋은 독서 시간 되세요.

2017-10-26 20: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0-27 00: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북다이제스터 2017-10-26 22: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판단과 의사결정의 심리> 예전 읽고 충격받았던 기억 있습니다. ㅎㅎ
그치만, <넛지>는 좀 글쎄요. ^^
First mover 가 항상 덕을 보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ㅋ

겨울호랑이 2017-10-27 00:39   좋아요 0 | URL
북다이제스터님께서는「판단과 의사 결정 의 심리」를 읽으셨군요^^: 저도 다음에 읽어봐야겠습니다.. 저도 「넛지」는 너무 MB스러운 내용이라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ㅋ

cyrus 2017-10-27 14: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행동경제학을 비판하는 내용의 글이 더 기대가 됩니다. 제가 행동경제학을 비판한 글을 본 적이 없거든요. ^^

겨울호랑이 2017-10-27 14:40   좋아요 0 | URL
^^: 이런... 어설프게 글썼다간 제가 되려 비판의 대상이 될까 걱정되네요.. ㅋ

북다이제스터 2017-10-27 20:16   좋아요 1 | URL
<리얼리스트를 위한 유토피아>에서 cyrus님이 궁금해 하시는 글이 있어 공유합니다.
(행동경제학에서) “넛지는 주로 증상 퇴치에 관심을 기울이는 시대의 산물이다. 불평등을 아주 약간 더 견딜 만하게 만들어줄 수는 있지만 시야를 넓혀 보면 무엇 하나 해결하지 못한다.”^^

후애(厚愛) 2017-10-27 17: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추운데 옷 따뜻하게 입고 다니시고 감기조심하세요.^^
즐겁고 행복한 주말 되시구요.^^

겨울호랑이 2017-10-27 17:52   좋아요 1 | URL
후애님 감사합니다. 따뜻하고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이런 식으로 수천 년을 살아오던 어느 날, 선형세계의 종교적 지도자를 자처하는 칼루자 K.라인  Kaluza-K. Line이라는 생명체가 무언가 대단한 진리를 깨달아, 수많은 선형생명체들에게 복음을 전파하기 시작했다. 그는 앞-뒤에 있는 이웃 생명체들의 눈을 수년 동안 관찰하던 끝에, 선형세계가 1차원이 아닐 수도 있다고 주장하기에 이른 것이다. 그의 논리는 다음과 같았다. -"선형세계가 사실은 2차원인데 하나의 차원이 너무나도 작은 공간 속에 숨겨져 있다면, 우리는 그런 세계를 1차원으로 착각하고 살아왔을 수도 있다. 내 말이 맞다면 지금부터 우리의 삶은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풍요로워질 것이다.'(p295) <엘러건트 유니버스>


 <엘러건트 유니버스 the elegant universe>에서 저자인 브라이언 그린(Brian Randolph Greene, 1963 ~) 은 위와 같은 방식으로 차원의 확대를 설명한다. 끈이론에 따르면 10차원, M이론에 의하면 11차원까지 논의는 확대된다. 우주이론의 차원 확대가 공간과 시간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이라면,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은 3차 산업혁명의 확대라고 봐야 할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다'. 오히려 이들의 관계는 서로 양립할 수 없는 관계라는 생각이 든다. 굳이 이들의 관계를 정의하자면 '당구장 관계'라는 생각이 든다. 왜 이들이 당구장 관계인지는 페이퍼 마지막에서 밝히도록 하고, 이번 페이퍼에서는 '3차 산업 혁명'을 중심으로 4차 산업 혁명과의 관계를 살펴보려 한다. 먼저 '3차 산업 혁명'부터 시작해보자.


1. 제3차 산업혁명 : EU, 에너지 인터넷, 사회적 가치 창출

 

<3차 산업혁명 The Third Industrial Revolution>의 저자 제러미 리프킨(Jeremy Rifkin, 1945 ~ ) 은 서문에서 3차 산업혁명이 미치는 영향을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여기에 3차 산업혁명을 위한 5가지 핵심 경제계획을 더한다면 저자가 주장하는 대부분의 내용을 담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인터넷 기술과 재생 가능한 에너지들이 곧 서로 융합하여 세계를 변화시킬 3차 산업혁명(Third Industrial Revolution, TIR)을 위해 새롭고 강력한 기반을 창출할 것이다. 다가오는 시대는 수억의 사람이 가정이나 사무실 또는 공장에서 자신만의 녹색 에너지를 생산할 것이며, 현재 우리가 인터넷에서 정보를 창출하고 교환하듯 "에너지 인터넷"으로 에너지를 주고 받을 것이다. 이런 식의 에너지 민주화는 인간 관계를 근본적으로 재정립해 비즈니스와 정치, 자녀 교육의 방식은 물론이고 시민 생활에 참여하는 방법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다.'(p10)


 3차 산업혁명은 인터넷 혁명의 연장선상에 놓여있다. 정보의 교환이 이루어지듯 '에너지 인터넷'을 에너지를 교환하는 사회가 곧 도래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인간관계의 재정립 역시 일어나게 된다. 그 결과 분권화된 사회, 수평적 권력 구조의 사회가 도래한다는 것이 저자의 주된 주장이다. 이러한 저자의 주장을 바탕으로 EU에서는 2000년 초반부터 3차 산업혁명이 시작되었다.


 '2000년 경, EU는 지속 가능한 경제 시대로 이행하기 위해 탄소 의존도를 현격히 줄이는 여러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유럽인은 그에 따라 목표와 벤치마크를 준비하고 연구개발 우선 사항을 재설정하며 새로운 경제적 여정을 위한 규약과 규정, 표준을 확립하는 데 주력했다.'(p11)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삶의 모습이 변화하는지에 대해 <3차 산업혁명>에서는 사업 방식의 재창조되는 과정을 '3D 프린터'의 예를 들면서 설명하고 있으며, 이러한 게임의 중심에 '인터넷 Internet'이 위치한다.


 '고도로 자본화된 거대 중앙 집권형 공장만큼 산업화 시대의 생활상을 더 잘 나타내는 것도 없다. 육중한 기계들이 들어차 있고 블루칼라 노동자들이 조립라인에서 대량생산 제품을 찍어내는 그런 공장 말이다. 그런데 만약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각자 집이나 일터에서 일괄 생산 제품 혹은 개별 생산 제품을 제조한다면 어떻게 될까?  게다가 그 품질은 예술의 경지에 이른 선진 공장 제품에 못지 않고 가격과 배송도 더 싸고 빠르다면 어떠할까? 수백만 명의 사람이 스스로 에너지를 생산하는 것이 3차 산업혁명 경제의 발달로 가능해지듯 새로운 디지털 제조 혁명으로 내구재 생산도 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다. 새 시대에는 누구나 자가 전력회사가 될 수 있는 것처럼 자가 제조업자도 될 수 있다. 바야흐로 분산형 제조의 세계가 열리고 있기에 하는 말이다.'(p173)


 '인터넷이 게임의 법칙을 바꾸었다. 누구에게나 공평한 경젱의 장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가상공간은 수백만의 판매자와 구매자를 거의 공짜로 이어 주었다. 도매업자와 소매상 등 중간 상인들은 수백만 명이 참여하는 분산형 네트워크로 대체되었고, 공급망의 단계마다 추가되던 거래 비용도 사라졌다.'(p175)


  위에서 본 바와 마찬가지로 '제3차 산업혁명'은 EU가 중심이 되어 일어난 일련의 에너지 혁명으로 정리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미국은 이러한 혁명의 시대에 어떻게 대응을 했을까? '인터넷', '3D 프린터'등의 등장은 첨단 과학의 결과물로 이러한 분야의 발전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미국은 이러한 흐름을 아직 받아들이지 못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미국은 실리콘밸리에서 내놓는 "킬러 앱(Kill app)'과 최신 장치에 정신이 팔려 있었고, 주택 보유자들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유량 주택담보대출)가 바람을 넣은 부동산 시장 호황에 흥분과 기대감에 빠져 들었다.'(p11)


2. 패러다임 (Paradigm)


 그렇지만, 미국은 이미 80년대 말 ~ 90년대 초반 제조업 강국 일본을 물리치고, IT 기술력을 바탕으로 2000년대 초반 다시 부활한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일종의 paradigm shift을 통해 IT기술주 등의 주가가 하루가 다르게 급등했던 경험을 2000년대 초반 '벤처 열풍'과 'IT 혁명' 을 통해 우리 역시 체감했었다.( 비록, 기술주 거품이 빠져서 NASDAQ 대폭락 사태가 바로 뒤를 잇지만). 여기서 잠시 패러다임을 살펴보자. 


 

'이 책에서 "정상과학(normal science)'은 과거에 있었던 하나 이상의 과학적 성취에 확고히 기반을 둔 연구 활동을 뜻하는데, 여기서의 성취는 더 나아간 실천의 토대를 제공하는 것으로 특정 과학자 공동체가 한동안 인정한 것을 말한다.(p73)... 이 저술들은 두 가지 본질적인 특성을 공유했기 때문에 그럴 수 있었다. 그것들의 성취는 경쟁하는 과학 활동의 양식으로부터 끈질긴 옹호자 집단을 떼어내어 유인할 만큼 놀랄 만한 것이었다. 그리고 동시에, 그것은 재편된 연구자 집단에게 온갖 종류의 문제들을 해결하도록 남겨놓을 만큼 충분히 융통성이 있었다. 이 두 가지 특성을 띠는 성취를 이제부터 "패러다임(paradigm)"이라고 부르기로 한다.(p74)' <과학 혁명의 구조 The Structure of Scientific Revolutions> 토마스 쿤(Thomas Samuel Kuhn, 1922 ~  1996)


 1990년대 중반 제러미 리프킨과 EU에 의해 주도된 '3차 산업혁명'에 대항하여, 미국 실리콘 밸리의 기업들은 2016년 1월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을 통해 '4차 산업혁명'의 개념을  내세우고, 이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작용한다. (2017년 한국 대선에서도 이 패러다임은 영향을 미쳐 '삼디 3D프린터', '오지5G' 등의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4차 산업혁명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3. 4차 산업혁명 : 미국, 사물인터넷, 대기업 이윤


 제4차 산업혁명(第四次 産業革命, 영어: Fourth Industrial Revolution, 4IR)은 정보통신기술(ICT)의 융합으로 이루어낸 혁명 시대를 말한다. 18세기 초기 산업 혁명 이후 네 번째로 중요한 산업 시대이다. 이 혁명의 핵심은 인공지능, 로봇공학, 사물 인터넷, 무인 운송 수단(무인 항공기, 무인 자동차), 3차원 인쇄, 나노 기술과 같은 6대 분야에서 새로운 기술 혁신이다.


 세계 경제 포럼 창립자 겸 회장인 클라우스 슈밥(Klaus Schwab)의 저서 《제4차 산업 혁명 (The Fourth Industrial Revolution)》에서 이 네 번째 혁명이 기술 발전에 의해 특징 지어 졌던 이전의 세 가지 혁명과 근본적으로 다른 점을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은 수십억 명의 사람들을 관리를 통해 자연 환경을 재생산 할 수 있는 커다란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출처 : 위키백과]


 [위키백과]에서 설명하는 내용을 본다면 3차 산업혁명과 큰 차이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렇지만, 4차 산업혁명에서 설명하고 있는 3차 산업혁명의 내용은 제러미 리프킨의 <3차 산업혁명>의 '3차 산업혁명' 과 다르다.  여기서 말하는 3차 산업혁명은 '컴퓨터 제어 자동화'를 의미하여, 대량 생산의 진화의 다른 말이다. (관련 자료 : http://www.newsquare.kr/issues/1206/stories/5003) 그렇기 때문에, <3차 산업혁명>의 3차 혁명과 4차 산업 혁명은 시간적으로 연속선상에 있지 않다. 그렇다면, 대체 4차 산업혁명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4차 산업 혁명의 충격>의 서문에서 클라우스 슈밥이 말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의 특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오늘날 벌어지고 있는 이 혁명은 3차 산업혁명의 단순한 연장이 아니라 그것과 구별되는 4차 산업혁명의 도래라고 보아야 하는데, 여기에는 세 가지 이유가 있다. 바로 그 속도와 범위 그리고 시스템에 미치는 충격이다. 현재와 같은 비약적인 발전 속도는 전례가 없다. 이전의 산업혁명들과 비교하면, 4차 산업혁명은 산술급수적이 아니라 기하급수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게다가 모든 나라에서, 거의 모든 산업을 충격에 빠뜨리고 있다. 혁명에 따른 변화의 폭과 깊이는 생산, 관리, 통제 전반에 걸쳐 전체 시스템의 변화를 예고한다. 모바일 기기를 통해 연결된 수십억 인구는 전례 없이 빠른 처리 속도와 엄청난 저장 용량 그리고 편리한 정보 접근성을 갖춤으로써 할 수 있는 일이 무한해질 것이다.'(p18)


   슈밥의 논리에 따르면 이전과는 달리 빠른 변화가 이루어지는 것이 4차 산업혁명의 특징이다. 시간에 뒤쳐지게 된다면, 결국 경쟁력을 잃게 된다는 그의 논리 속에서 결국 '집중(集中)'의 논리를 발견하게 된다. 4차 산업에서 강조되는 것은 자본(資本, capital)이다. <3차 산업 혁명>에서는 인터넷을 통한 '인적 결합(人的 結合)'이 강조된다면, 4차 산업 혁명에서는 '자본'이 결합된다. 대표적인 4차 산업 혁명의 분야로 불리는 '사물인터넷 IoT', '인공지능 AI'등의 분야를 살펴본다면, 이들 분야의 발전에는 '인간'보다 대규모 '자본'이 필요함을 알 수 있다.


 4. 자본의 질서


  4차 산업에 대규모 자본이 필요하다면, 3차 산업에서 말한 '인적 결합'과 달라지는 부분은 무엇일까? 노동의 대가인 임금(賃金)과 자본의 대가인 이윤(利潤)은 상품가격을 구성함에도 이들은 다른 원리에 의해 규제된다. 자본가의 이윤에 대한 기대는 자본가 자신의 직접 노동이 아닌 투입되는 자본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직접 노동의 대가인 임금의 원리와는 다르다는 것을 <국부론> 속에서 확인할 수 있다.


 

'자본이 특정한 사람들의 손에 축적되자마자 그들 중 약간의 사람들은 근면한 사람들에게 원료와 생활수단을 제공하면서 일을 시켜, 그들이 만든 것의 판매에 의해, 또는 그들의 노동이 원료에 추가한 가치에 의해, 이익을 보려고 하는 것은 당연하다.(p61)... 그런데 이 자본의 소유자는 거의 아무런 노동도 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자기 이윤이 자기 자본에 정비례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므로 상품가격에서 자본이윤은 노동임금과는 전혀 상이하고 전혀 다른 원리에 의해 규제되는 구성부분을 이룬다.'<국부론 An Inquiry into the Nature and Causes of the Wealth of Nations 上> 애덤 스미스(Adam Smith, 1723 ~ 1790) (p63)


 특히, 자본의 경우 '고정비용(Fixed Cost)'의 비중이 높기 때문에 초기에 대규모의 설치비용이 소요된다. 특히, 첨단 과학(Science) 분야의 경우에는 이러한 대규모 설치비용은 진입장벽(market entry cost)으로 작용하게 되며, 소수 대기업이 독점 기업화하는 요인 중 하나가 된다. 이러한 자본 중심주의의 결과 노동자들은 '수평적 권력' 대신 '수평적 분업'에 종사할 수밖에 없으며, 그 결과 자본주의적 통제를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우리는 <자본>에서 발견한다.

 

'작업도구와 함께 그것을 운전하는 기술도 노동자에게서 기계로 이전된다. 도구의 작업능력은 인간 노동력의 인적인 한계에서 해방된다. 이리하여 매뉴팩처 분업이 기초해 있던 기술적 토대는 파괴된다. 그리하여 매뉴팩처의 특징을 이루는 전문화된 노동자들의 위계구조를 대신하여, 자동화된 공장에서는 기계의 조수들이 수행하는 노동의 균등화 또는 수평화 경향이 나타나며,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부분노동자들간의 구별 대신 연령과 성(性)이라는 자연적 구별이 중요해진다.'<자본  Das Kapital: 1-1> 칼 맑스(Karl Heinrich Marx, 1818 ~ 1883)(p567)


 '공장법전에서 자본은 노동자에 대한 자신의 전제(傳制)를 - 부르주아 계급이 그토록 좋아하는 권력분립이나 또 그 이상으로 좋아하는 대의제 가운데 어느 것도 없이 - 사적 법률로 마음대로 정해놓고 있는데, 이런 공장법전은 다만 대규모 협업이나 공동의 노동수단(특히 기계)의 사용과 함께 필요해지는 노동과정에 대한 사회적 규제의 자본주의적 자화상에 지나지 않는다.'<자본 1-1>(p572)


5. 제4차 산업혁명 : 또 하나의 패러다임 


 '과학혁명이란 무엇인가? 여기서 과학혁명이란 보다 옛 패러다임이 양립되지 않는 새 것에 의해서 전반적이거나 부분적으로 대치되는, 누적적이지 않은 발전의 에피소드이다.'(p184) <과학 혁명의 구조>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결국 '제4차 산업혁명'이란 하나의 패러다임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4차 산업혁명'이라는 패러다임은 3차 산업혁명의 연장선이 아닌, 이를 대체하는 또 다른 개념임을 알 수 있고, 이러한 패러다임 논쟁 속에서 일본 조정의 주도권을 놓고 다퉜던 '겐페이 전쟁'을 생각하게 된다.


[그림] 겐페이 전쟁(출처 : 위키백과)


 겐페이 전쟁 (일본어: 源平合? げんぺいかっせん 겐페이 캇센[*]) 는 1180년부터 1185년까지 헤이안 시대 말기에 벌어졌던 내전이다. 이 전쟁에서 조정을 장악하고 있던 헤이시(平氏)와 지방세력인 겐지(源氏)는 일본의 각 지역에서 전투를 벌였다. 결국 헤이시는 패배하고 겐지가 전국을 장악하여 가마쿠라 막부가 수립되었다. 그리고 미나모토노 요리토모(源?朝)는 막부의 수장인 쇼군이 되었다. "겐페이"는 源平을 일본 한자음으로 읽은 발음이다. 다른 이름으로는 일본 연호를 이용한 지쇼·주에이의 난(일본어: 治承??永の? じしょう?じゅえいのらん 지쇼·주에이 노 란[*])이 있다. 겐페이 전쟁은 조정의 주도권을 둘러싼 수십 년간의 헤이시와 겐지의 갈등이 폭발하여 발생한 것이다. 겐지는 이전에도 호겐의 난과 헤이지의 난에서 헤이시에 도전했으나 실패했고, 패한 겐지의 유력인물들은 처형되었다. [출처 : 위키백과]


 대학교 때 당구장에서 '겐뻬이'라는 용어를 많이 들었지만(당구를 못치기에 듣기만 했다), 그 유래에 대해서 깊이 알지 못했었다. 그 뒤에 이런 역사적인 배경이 있음을 알게 된 것은 대학교 졸업한 후로도 한참 뒤의 일이었다. 요즈음 '3차 산업 혁명', '4차 산업 혁명'이라는 말을 우리는 요즘 흔히 입에 올리고 있다. (심지어는 6차 산업이라는 용어도 있다. 믿지 못하겠다면, 농림축산식품부의  홈페이지 http://www.6차산업.com/portal/main.do 에 들어가보시라.) 이런 유행어 같은 '제 *차산업 혁명' 이라는 용어 속의 의미를 우리는 한 번 되새겨야하지 않을까 생각해보면서, 3차 산업혁명의 다섯 가지 핵심 요소와 함께 이번 페이퍼를 마친다.


PS. 3차 산업혁명의 다섯 가지 핵심요소(p59)


1. 재생 가능 에너지로 전환한다.

2. 모든 대륙의 건물을 현장에서 재생 가능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미니 발전소로 변형한다.

3. 모든 건물과 인프라 전체에 수소 저장 기술 및 여타의 저장 기술을 보급하여 불규칙적으로 생성되는 에너지를 보존한다.

4. 인터넷 기술을 활용하여 모든 대륙의 동력 그리드를 인터넷과 동일한 원리로 작동하는 에너지 공유 인터그리드로 전환한다.

5. 교통수단을 전원 연결 및 연료전지 차량으로 교체하고 대륙별 양방향 스마트 동력 그리드 상에서 전기를 사고팔 수 있게 한다.


댓글(14) 먼댓글(0) 좋아요(4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북다이제스터 2017-08-08 15: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말 놀라운 페이퍼입니다. ^^
잘 읽었습니다. ^^

겨울호랑이 2017-08-08 16:14   좋아요 0 | URL
^^: 제가 생각해도 놀랍게도 간단한 내용을 아주 길게 늘려썼습니다.ㅋㅋ 감사합니다.

2017-08-08 15: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8-08 15: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나와같다면 2017-08-08 17: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만약 우리가 완전한 이론을 발견한다면,
그때에 비로소 신의 마음을 알게 될 것이다.˝
<시간의 역사> 스티븐 호킹

겨울호랑이 2017-08-08 20:11   좋아요 1 | URL
^^: 스티븐 호킹이 그런 말을 했군요.. 우리가 신의 마음을 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는가에 대해 자신하기는 어렵다는 생각이 드네요..

2017-08-08 17: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8-08 20: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8-08 18:1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4차 산업혁명이 3차 산업혁명의 연장선상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존에 소개되었던 혁신 기술들이 재인용하고 있을 뿐입니다. 겨울호랑이님이 인용한 ‘4차 산업혁명‘ 위키백과 항목을 보면 4차 산업혁명의 핵심에 인공지능, 로봇공학, 나노 기술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세 가지 분야는 이미 오래전, 3차 산업혁명이라는 단어가 나오지 않았던 시절부터 쭉 개발되어 왔습니다.

4차 산업혁명이 3차 산업혁명의 연장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생산속도, 산업의 규모 발전 등이 과거와 다르게 발전 확대되고 있다고 말합니다. 그렇지만 4차 산업혁명이 새로운 기술을 통해 새로운 발전으로 나아가고 있는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 세계의 기술 수준이 임계점을 넘어 섰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이게 실제로 있다면 제 주장을 반론하는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정말 세상에 충격을 줄만한 획기적인 결과물이 한두 개 정도 나왔다면 4차 산업혁명이 3차 산업혁명을 대체하는 패러다임으로 인정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평가는 지금의 시간을 역사로 기록하는 다음 세대의 몫입니다. 4차 산업혁명을 새로운 용어인 마냥 과잉 사용하는 분위기를 보면 세상의 변화 과정을 순차적으로 짜기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모여 호들갑을 떠는 것 같습니다. 용어에만 주목하고 ‘실체’를 보지 않는다면 4차 산업혁명을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제시하는 일은 의미가 없습니다.

겨울호랑이 2017-08-08 20:21   좋아요 1 | URL
저도 cyrus님 의견에 동의합니다.^^: 신석기 혁명이나 영국 산업혁명은 역사의 검증을 받은 역사적인 혁명이지만, 그 이후 ‘산업혁명‘이라는 말은 슬로건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3차 산업혁명>의 저자인 리프킨도 3차 산업혁명이 자리잡는데만도 40년이 소요된다고 지적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지금은 그 과정이겠지요. 그렇기 때문에 이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cyrus님의 말씀처럼 기다려 봐야하겠지요.현재 많은 과학기술의 변화가 있지만, 이러한 변화가 우리 삶의 변화에 어떤 영향이 있는가도 지켜봐야할 것 같습니다. 우리가 말하는 첨단 기술의 결과물인 ‘스마트 폰‘이 사회변화에 준 영향이 과거에 개발된 ‘치실‘의 변화만큼 우리 삶을 바꿨는가?하는 질문을 해본다면, 부족한 부분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dys1211 2017-08-08 20: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겨울호랑이님의 글은 이유는 모르겠지만 스티브 잡스의 ˝인문학적 통찰력과 예술적 감수성˝이 생각납니다.^*

겨울호랑이 2017-08-09 06:24   좋아요 0 | URL
글쎄요.. 저도 마찬가지로 이유를 잘 모르겠습니다... 만약 제 글에서 인문학적 통찰력과 예술적 감수성을 발견하셨다면 그것은 아마도 부족한 제 글을 통해서도 너그럽게 읽어주시는 이웃분들의 높은 안목 덕분이라 생각합니다. ^^: dys1211님 항상 즐겁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AgalmA 2017-08-10 05: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누구 따라하는 건 아니고 미래는 이미 와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구성원들이 공조할 패러다임이 제대로 구성되지 못하는 게 난제겠죠. 이미 3d 프린터로 집도 뚝딱 짓더군요. 가격과 내구성을 거론하지만 그거야 해결하기 나름이고 여기서 문제란 자본과 지대 아니겠어요. 인류가 오랫동안 품어왔던 소유 개념이 바뀌면 문제는 180도 달라질 겁니다. 피케티도 지적하다시피 상속, 세습 같은 게 한국에서는 ‘재벌‘이란 용어를 낳을 만큼 후진적 혹은 본질적 경제 딜레마이긴 하지만 이 4차 혁명 시기는 참 흥미로운 지점 같거든요. 화폐, 정보, 재화 등이 물질성에서 점점 탈피되고 있단 말이죠. 이때 인간이 무엇을 더 추구하느냐에 따라서 미래가 그려질 텐데... 요즘 보면 이념들로 보호막을 치는 꼴을 보고 있자니 참....맑스가 그때 오죽했으면 그랬겠나 싶기도 하다니까요. 도토리 모으는 다람쥐 같은 경제 인식으로는 미래의 답은 없을 겁니다. 당장 틈만 보여도 아파트 분양 사재기하는 것 좀 보세요ㅎㅎ 그런데 공포에 떨며 혹은 욕망에 취해 내 주머니 채우는 이건 동물적 본능 같은 것이기도 해서...인간은 참 떨쳐내기 어려운 듯. 대부분 시스템 속에서 적당히 적응하며 살다 죽겠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문제를 만들고 생산을 위해 생산하는 이런 틀을 바꿔야 하는데 모두 한마음으로 바꾼다고 해도 실패할 혁명이거나 또다른 전체주의가 되거나 그러겠죠. 역사가 반복된다는 말이 사실이라면.
제 댓글이 점점 선문답 혹은 궤변이 되어가는 거 같아 여기서 대책없이 마무리 할께요^^;

겨울호랑이 2017-08-10 06:18   좋아요 1 | URL
^^: AgalmA님께서 말씀하신 부분에 공감합니다. 많은 이론들이 있지만 현실 적용에 문제가 생기고 이로 인해 현실에서는 수많은 방법이 같은 이론의 배경하에 이루어지는 것을 보면 참 혼란스러운 시대에 살고 있음을 느낍니다. 이런 혼란은 아마 모든 이론의 기본 ‘가정‘에서 비롯된 것 같아요. 경제학에서 가정하는 인간은 애덤 스미스의 <도덕 감정론>에서 주장한 ‘합리적 인간‘인데, 현실은 ‘감정적 인간‘이니, 이하 이론은 ‘형이상학‘에 머문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렇기 때문에, 보다 현실적으로 우리의 감정적 측면, 이기적인 측면을 고려해야하는 것은 아닌가 생각하게 됩니다. 한편으로는 경험적 사실에 대한 과도한 믿음도 경계해야할 것 같군요. 과거 20세기 대량생산 시대에서 얻어진 ‘경제 성장‘의 패러다임은 ‘저출산 고령화‘, ‘환경 변화‘라는 새로운 질서 속에서 우리에게 과거와는 다른 해결방식을 요구하니까요... 여러 면에서 우리는 가지 않은 길을 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시험볼 때 최선의 방법을 과거 기출 문제를 분석하는 것에서 시작하지요. 그처럼 새로운 길을 가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역사를 통해 교훈을 얻고, 새롭게 적용하는 길이 아닌가 생각하며, 저역시 대책없는 댓글 마무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