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주에서 좋은 것과 나쁜 것을 겸하여 쓰는 것은 인군을 경계시키려는 때문입니다. 폐하께서 다만 힘써 좋은 일을 행하셔야지 반드시 역사를 보는 것이 아닙니다!" 황상이 말하였다. "짐은 지난번에는 일찍이 그것을 보았소." 대답하였다. "이것은 지난번 사관(史官)의 죄입니다. 만약 폐하께서 스스로 역사 기록을 보면 사관이 반드시 꺼려 피하려는 것이 있을 것이니 어떻게 후대사람들에게 신의를 얻겠습니까!" 황상이 마침내 멈추었다.
"폐하는 요(堯)·순(舜)과 같은 주군입니다." 황상이 말하였다. "짐이 어찌 감히 요(堯)와 순(舜)에 비견되겠소! 경에게 물은 까닭은 주(周)의 난왕(?王)과 한(漢)의 헌제(獻帝)라고 한다면 어떠냐는 것일 뿐이오." 주지는 놀라며 말하였다. "저들은 망국(亡國)의 주군인데 어찌 성덕(聖德)을 비교할 수 있습니까!" 황상이 말하였다. "난왕과 헌제는 강한 제후에게 통제를 받았고 지금 짐은 집안의 노복(奴僕, 환관)에게 통제를 받으니 이것을 가지고서 말하면 짐이 거의 같지 않겠소!" 이어서 눈물이 흘러 옷깃을 적시니 주지는 땅에 엎드려 눈물을 흘렸고, 이로부터 황상은 다시 조회에 나타나지 않았다.
돌아가신 황제의 가까운 신하들을 누차 죽여서 온 나라의 시선과 청각을 놀라게 하고 돌아가신 황제의 신령을 다치게 하니 사람들이 마음으로 어찌 우러러보겠습니까! 나라의 체통은 지극히 무거운데 만약 이런 무리에게 죄가 없다면 진실로 형벌을 내려서는 아니 되고, 만약 그들에게 죄가 있다면 저들은 이미 나라의 법망 안에 있고 달아나 숨을 곳이 없으니, 열흘이 지나고서 그것을 시행하여도 어찌 늦겠습니까!" 듣지 않았다.
경진일(7일)에 이덕유가 들어가 감사해하고 황상에게 말하였다. "잘 다스리는데 이르는 요체는 여러 신하들의 사정(邪正)을 분별하는데 있습니다. 무릇 사(邪)와 정(正) 두 가지는 형세로 보아 서로 용납하지 못하여, 올바른 사람은 비뚤어진 사람을 가리켜서 사악하다고 하고, 비뚤어진 사람 역시 올바른 사람을 가리켜서 사악하다고 하니, 인주는 그것을 분별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무릇 재상은 사람마다 충성스럽고 진실할 수 없고 혹은 속이기도 하니, 주군의 마음은 비로소 의심하며 이에 가까이에서 소신(小臣)에게 물어서 정사를 담당하는 사람을 살폈습니다. 예컨대 덕종(德宗) 말년에 들어주고 일을 맡긴 사람들은 오직 배연령(裴延齡)과 같은 패거리이고, 재상은 칙서에 서명하였을 뿐이니, 이것이 정사가 날로 어지러워진 이유입니다.
"옛날에 황하(黃河)에서 그림이 나오자 복희(伏羲)는 그것을 가지고서 팔괘(八卦)를 그렸고, 낙수(洛水)에서 글씨가 나오자 대우(大禹)는 그것을 가지고서 구주(九疇)를 설명하였는데, 모두 사람에게 유익하였으니, 그러므로 충분히 숭상할 만하였습니다.
금수(禽獸)나 초목(草木)에 나타난 상서로운 징조는 어느 때엔들 그것이 없었겠습니까! 유총(劉聰)은 크게 패역하였으나 황룡(黃龍)이 세 번 나타났고, 석계룡(石季龍)은 포학하였으나 푸른색의 기린 열여섯 마리와 흰 사슴 일곱 마리를 얻어서 지개(芝蓋, 상서로운 덮개가 있는 수레)를 끌도록 하였습니다. 이로 볼 때 상서(祥瑞)로운 물건이 어찌 덕에 달려 있는 것이겠습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