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항해 시대 - 해상 팽창과 근대 세계의 형성
주경철 지음 / 서울대학교출판부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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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항해 시대>는 15~18세기에 이루어진 해양세계의 발전을 `지구사적`인 관점에서 제시한 책이다. 우리는 이 시기를 `西勢東漸`의 시기로 알고 있으며, 이 시기의 역사가 유럽에 의한 일방의 역사로 흔히 인식한다. 그렇지만, 이 책에서는 `유럽` 일방의 역사가 아닌 쌍방적 관계에 주목하여 역사를 서술하고 있다.

예를 들면, 기존의 화폐시장 역사가들은 `아메리카 은 수출 - 유럽 중개 - 아시아 은 수입`이라는 도식으로 유럽의 아시아 시장 지배를 설명한다. 그렇지만, 이 책에서는 유럽의 `은`이 건너온 대신, 중국의 `금` 이 유럽으로 수출되었음을 보여주며, 이러한 내용을 비판한다. 중국은 `은`본위제였기에, 은 수출은 `차익거래`의 한 형태라는 것이다. 또한, 당시 일본이 세계2위의 은수출국이었기 때문에, 이러한 단순한 도식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다양성에 대해 지적한다.

책 전반에 걸쳐 노예무역, 전염병, 환경파괴, 기독교 전파, 언어적 교류등 다양한 분야에서 서로 영향을 주었다는 내용이 전개된다. 유럽중심의 시각이 아닌 세계적인 시각에서 `대항해 시대`를 조명했다는 것이 이 책의 장점이라 생각된다.
유럽에 의한 외생적 변화가 아닌 내생적인 변화에도 저자는 주목한다. 예를 들어, 저자는 노예무역은 `유럽에 의한 아프리카의 침탈`이 아니라, `유럽 노예상인 - 아프리카 노예사냥꾼 - 아메리카의 농장의 인력부족이 빚어낸 인류의 비극`이라 바라보고 있다. 이 책에 따르면 15~16세기의 유럽은 수많은 문화권 중 하나였던 것이다.

그럼에도 유럽은 다른 문화권과는 달리 `폭력`을 통해 외부로 진출하려는 강력한 욕구가 있었다. 이러한 욕구는 처음에는 몰락귀족개인 에서 시작되어 동인도 회사, 나중에는 국가로 점차 확대되어, 결국 `폭력`을 수출하기에 이른다. 이러한 유럽의 `폭력`수출로 인해, 비유럽은 식민지로 전락되어 수탈될 수 밖에 없었으며, 유럽의`자본주의`가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이 된다는 것을 이 책에서는 보여주고 있다. `제국주의적 폭력`이 결국 서구에서 자본주의가 발전한 배경이라면, 막스 베버의 <프로테스탄티즘과 자본가 정신>에서 주장한 자본주의 윤리가 얼마나 허구인가하는 것도 미루어 생각하게 된다.

막연하게 알고 있었던 세계의 15~18세기를 역학적으로 바라볼 수 있었던 즐거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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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서 2016-06-21 21: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길지 않은 분량으로 핵심을 파악할 수 있도록 정리된 리뷰라고 생각합니다. 저가 좋아하는 스타일이어서 더 좋았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

겨울호랑이 2016-06-21 21:22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오거서님 부족한 글에 격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책이 명료하게 잘 정리된 덕분입니다. 좋은 밤 되세요^^

북다이제스터 2016-06-21 21: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작년 5월 사놓은 책인데 리뷰보니 빨리 읽고 싶어집니다. 솔직히 우리나라 학자가 이런 책 썼다는 자체, 결국 제 편견에 놀라 구입했습니다. ㅎ
좋은 리뷰 잘 봤습니다.

겨울호랑이 2016-06-21 21:47   좋아요 1 | URL
안녕하세요? 북다이제스터님 책은 두꺼운데 내용은 조금 과장해서 KOEI에서 나온 「대항해시대4」보다 재밌었습니다. 즐거운 독서 되세요^^ 감사합니다
 
철학의 문제들 - 인간과 철학
버트란드 러셀 지음, 박영태 옮김 / 이학사 / 200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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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셀이 1912년 저술한 <철학의 문제들>은 러셀의 `인식론`에 관한 책이다.
책 두께는 얇지만, 내용이 만만하지 않았다. 일단 개략적으로 정리하고, 추가적으로 기회가 되는대로 더 정리해야할 것 같다.

다음은 책 내용이다.

러셀은 철학의 대상을 `감각-자료(우리 감각으로 즉각적으로 인식되는 사물
)`와 `물리적 대상(우리들 자신들과 경험밖에 존재하는 사물)`으로 구분하고, 물리적 대상은 감각-자료가 생길 수 있도록 촉발하는 역할을 한다고 말한다.

이어서, 관념론에서 주장하는 `know(알다/인식하다)`의 의미를 `사실`과 `지식`으로 구분하고, 이를 자각하는 방법으로 `직접 대면`과 `기술구(description)에 의한 인식`으로 제시한다. 특히, 기술(서술)되어지는 것들을 `보편자들(universals : 플라톤의 idea에 해당)`이라 하며, `보편자들`은 `직접 대면`을 통해 인식해야 하는데, 이것은 `보편자들`이 실제로 실현되거나, 존재될 때만 가능하다고 러셀은 주장한다.

그러나, 인간은 `기억`을 통해 인식을 한다. 기억은 불완전하기 때문에, 사실이 아님에도 `~인 것처럼(seem)` 보일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올바른 판단이 어려워지게 된다.

우리가 일반원리를 인식하는 방법에는 `귀납 원리`와 `자명(스스로 명백한) 것`으로 나눌 수 있는데, `자명성`에 근거한 일반원리 인식을 `선천적(a prior) 지식`이라고 한다. 러셀은 모든 `선천적인 지식은 보편자들의 관계만 다룬다`고 주장하지만, 모든 사물의 존재는 `선천적으로 인식될 수 없으며`,(일부 명제가 `귀납적`으로만 입증할 수 있다는 것) 결국 `선천적 지식`은 존재하지 않는 것에 대한 지식이 되고 만다...(이하 내용은 내가 <서양철학사> 내용을 붙여본다) 이렇게 본다면, 모든 보편자는 `기술되는 것`이며, `존재` 또는 `실존`은 기술 어구로만 주장될 수 있다.

이상의 내용이 <철학의 문제들>에서 파악한 대강의 내용인데, 여기에 러셀의 <서양철학사> 31장 논리 분석철학의 내용을 붙여 내용을 정리해 본다.

마지막 장에서 러셀은 `철학`과 `과학`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히고 있는데, 이 부분은 여러 문헌을 통해`러셀 철학`에 대한 종합적인 조명이 필요할 것 같다.

내용 정리가 미진해서 올리기 부족함이 많아 부끄럽다. 다만, 내 자신의성장을 위한 작은 발걸음이라 생각하면서 부족한 글을 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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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 그리고 역사 - 고고학과 유물, 사진과 지도로 복원해낸 성서의 세계
장-피에르 이즈부츠 지음, 이상원 옮김 / 황소자리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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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약성경과 신약성경의 내용을 바탕으로 당대의 문화, 자연환경, 역사적 배경등을 설명한 책.

대부분의 유사주제의 책들이 유적과 당대를 배경으로 한 예술작품 설명, 간략한 경로도에 지면을 할애하는 반면, 이 책에서는 지명과 해당 지역에서 일어난 일에 대한 설명이 같이 병기되어 있어 읽기 편하고, 자세하다.

또한, NASA의 항공지도, 기후도 등을 수록하여 인문적 배경 뿐 아니라 자연적 배경에대한 설명에도 충실했다.

다만, 구약시대는 비교적 많은 지면을 할애하여 여유있게 읽을 수 있는 반면, 신약부분은 지도와 내용이 축약되어 있어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아무래도 역사적인 흐름을 따라가려다보니 생긴 문제겠지만, 마지막에 갑자기 빨라지는 전개는 급하다는 느낌을 준다.

책 전반에 걸쳐 내용은 「성경」을 따라가기에, 성경의 진위 또는 성경 확립의 역사 등을 확인하기에는 부족함이 있으나, BCE 3000년경부터 CE 1세기까지 성경의 배경을 개괄적으로 읽기에 좋은 책이다. 또한, 부록으로 수록된 기원이 같은 3대 종교(유대교, 기독교, 이스람교)간 비교 역시 유용한 자료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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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올의 중국일기 4 - 심양일기 도올의 중국일기 4
도올 김용옥 지음 / 통나무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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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올의 중국일기 4>에서는 연변대학에서의 생활, '심양' 기행, 장학량에 대한 서술이 다루어진다.

연변대학에서의 생활을 대학강의와 대학강의 내용에 대한 짧은 설명등이 소소하게 펼쳐진다. 가벼운 에세이로서 읽고 넘어가게 된다.

'심양 기행'에서는 심양고궁, 요녕성 박물관, 백암산성 답사기가 다루어진다. 청나라 건국 시 수도였던 청태종 홍타이지의 고궁 답사기를 통해, 청나라의 소박하면서도 실용적인 문화가 소개된다. '심양고궁'에서 보여주는 청나라 고궁의 묘사와 만주8기에 대한 설명등이 자세히 되어있어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또한, 청나라 문화와 <도올의 중국일기 2,3>에서 보여준 고구려 문화를 연상하게 되어, 저자는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넌지시 청나라와 고구려와의 연계가능성을 비춘다.

이어서, '요령성 박물관'의 유물을 통해 비교적 최근 알려진 '홍산문화'에 대해 다루고 있다. '홍산문화'는 우리가 인류 4대문명으로 배웠던 '황하문화'보다 그 시대가 올라가는 고문명으로 알려져 있다. 저자는 '홍산문화'와 고조선과의 연계성에 대해 조심스럽게 언급을 한다. 아울러, 우리 역사학계에서 '고조선사'로 권위가 있는 윤내현 교수에 대해 언급을 하면서, 고구려 패러다임과 고조선을 다시 연계한다. 이러한 언급을 볼 때, 다양한 분야로 관심을 가지는 저자의 다음 목적지는 고조선을 다루는 역사서인 <환단고기> 또는 <흠정만주원류고>가 아닐까 하는 추정도 개인적으로 해보게 된다. (근거는 없다)

'백암산성' 답사를 통해서는, 당 태종의 고구려 원정을 주된 소재로 한다. 전체적으로는 <삼국사기>의 기록을 바탕으로 서술하였고, 당 태종의 패퇴에는 민간전승과 신채호의 <조선상고사>의 기록도 짧게 언급한다. 저자는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삼국사기>의 기록을 주로 언급한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춘추필법'으로 편향된 시각으로 기술된 <삼국사기>의 기록뿐 아니라, 만주 일대에 퍼진 당대에 대한 민간전승 (예 <갓쉰동이>전승)과 <조선상고사> 또는 다른 관련 서적에 대한 내용에 대해서도 자세히 서술되었으면 균형잡힌 시각을 유지할 수 있어더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느껴진다. 이 책의 성격이 학술적인 성격의 역사서가 아니라면, 저자의 말대로 '역사는 imagination'이라는 입장에서 일본의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처럼 자유롭게 의견을 써보는 것도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장학량에 대해서는 최근 종영된 <차이나는 도올>을 통해서도 많은 내용이 알려져 있는데, 관심있다면 이를 한 번 시청한 후 이 부분을 읽는다면 큰 구도가 잡혀 이해가 빠를 것 같다.

전체적으로 <도올의 중국일기4>는 전편에서 이루어진 고구려 유적 답사와 이로부터 저자가 생각하는 '고구려 패러다임'을 시기적으로 '고조선'과 '청제국'으로 확장시키고 있다. 그리고, 현대사에 속하는 중국 현대사에서도 이러한 '고구려 패러다임'을 고찰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진다.

다만, 내가 부족해서인지'고구려 패러다임'이 과연 무엇인가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잘 안되는 점이 아쉽다. 그래서, 현재까지 <도올의 중국일기>를 읽으면서, '고구려 패러다임'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을 계속하게 된다. 고조선과 고구려가 장악했다고 하는 특정 지역(동북아) 중심의 사상체계인지, 아니면, 바로 '내 자신'이 중심의 사상인지. 또는, 동북아 일대에 거주한 북방민족을 모두 아우르는 '거대제국'의 사상인지, 나는 잘 모르겠다.

그럼에도, 지금 4권까지 읽으면서 한가지 들었던 생각은 저자가 말한 '고구려 패러다임'에 근거한다면, 우리 민족의 대외정벌이 별로 없었던 것도 어느 정도 설명이 가능할 것 같다.
우리 민족이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외국을 침략하지 않은 것은 우리민족이 '평화를 사랑해서'가 아니라, 그럴 필요가 없어서가 아니었을까?
맞는 비유인지는 모르겠지만, 강남 타워팰리스(한반도 및 만주)에 사는 사람이 굳이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시골( 중국대륙 및 일본)로 이사갈 필요를 느끼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처럼.

짧은 생각이지만, 그렇다면 우리는 힘이 없어서 대외진출을 안 한 것이 아니라, 이미 중심을 차지하고 있어서 지켜야 했기에 침략을 안한 역사를 가진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일상일기 형식의 글 속에서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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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천 2016-06-18 22: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김용옥의 이 책 유익하더군요. 시리즈 처음에는 일기 스타일이었는데 뒤로 갈수록 학구적이 됩니다.
고구려가 침략이 없었다는 건 다른 학자들은 의견이 좀 다릅니다. 서영교 교수(동아시아세계대전 저자)에 따르면 수시로 주변지역을 공격하여 물자를 획득하였는데 일종의 제국을 유지했다고 합니다. 지배층이 주변 신민을 복속시켜 보다 거대한 세력권을 유지했다는 내용입니다.
어쨌든 좋은 책, 좋은 소개 유익하게 참고하겠습니다. 감사 ^^

겨울호랑이 2016-06-18 22:55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사마천님 그렇군요. 우리 고대사는 아직 밝혀진 바가 적어 논란이 많은 것 같네요. 부족한 글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편한 밤 되세요^^

사마천 2016-06-18 23: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김용옥 5권을 보았는데, 장학량과 그의 시대를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유용한 독서였습니다

겨울호랑이 2016-06-18 23:37   좋아요 0 | URL
네 저도 이제 5권을 보려는데 기대가 되네요^^ 감사합니다
 
이온 / 크라튈로스 원전으로 읽는 순수고전세계
플라톤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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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온>은 철학자 소크라테스와 음유시인 이온의 대화를 다룬 초기 대화편이다.

플라톤의 초기 대화편에서 소크라테스는 많은 경우 질문받는 사람이 동의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질문으로 2~3개 정도 던지고, 이를 일반화시켜 상대를 설득하는 방식을 취한다. <이온>과 <크라튈로스>에서도 그러한 방식으로 논의가 이루어진다.

<이온>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음유시인 이온은 `호메로스`를 해석하는데는 뛰어나다고 말하는 반면, 다른 시인에 대해서는 그렇지 못하다고 이야기한다. 이에 대해, 소크라테스는 음유시인의 전문기술은 신으로부터 받은 기술이기에, 어느 분야에 특별히 뛰어나다는 말이 맞지 않는다고 반박을 하고, 이온은 이 말에 동의를 한다.
뒤이어, 소크라테스는 <일리아스>에 나오는 한 구절을 대상으로 이러한 말을 잘 이해하는 것은 해당분야의 전문기술을 가진 장군인가, 아니면 이를 노래하는 음유시인인가 하는 문제를 던지고, 별다른 해답이 없이 이에 대한 논의가 끝난다. (플라톤 대화편의 상당수가 `기-승-전-?` 구조라 `용두사미`인 경우가 많은 것같다.)

<이온>에서는 음유시인이 전문기술을 가진 장군, 마부와는 달리 `신들림`상태에서 의미를 전달하는 존재라는 플라톤의 예술관이 드러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작품에서는 크게 드러나지는 않지만, <국가>에서 나타난 예술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고려했을 때, 다른 전문기술을 가진 이들과 달리 `신들린` 예술가들을 구분시키려는 플라톤의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 또한 든다.

<크라튈로스>는 소크라테스가 헤르모게네스, 크라튈로스와 같이 `이름`에 대한 대화를 정리한 대화편이다. 작품에서 헤르모게네스와 크라튈로스는 `이름`에 대해 논의를 하고, 소크라테스는 질문을 통해 이야기를 진행한다.
소크라테스는 `이름`은 말하기의 일종이며, 이름을 짓는 것은 사물의 `본성`을 반영하는 말하기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이름을 아무나 짓는 것이 아니라 전문기술을 가진 `입법자`에 의해서 이름이 지어져야 하며, 이를 사용하는 문답법에 익숙한 사람인 `감독자`에 의해 정확하게 이름이 지어졌는지 확인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그러면서, 소크라테스는 그리스 신화의 인물(Agamemnon, Orestes), 일반명사(heros, anthropoi, eros 등), 신들 이름(Dionysos, Aphrodite 등), 추상명사(sophia, arete 등)을 통해, 본성이 잘 반영된 이름인지 확인한다. 그러면서, 이름은 `관습`과 `합의`에 의해서도 지어질 수 있다는 사실도 이야기하며, 지금처럼 모든 경우에 있어서시실여부를 철저하게 살펴보는 삶의 자세를 다른 응답자들에게 권유하며 대화편이 끝난다.

<크라튈로스>에서는 플라톤의 `이데아 Idea`에 대한 이해가 전제되지 않으면 이해되기 어려울 것 같다. 사물의 `이데아`가 가장 잘 표현되는 언어로 이름이 지어진다는 것과 이렇게 이름지어진 사물은 `이름`의 영향을 받아 이상적인 `이데아`로 수렴한다는 것이 본 대화편의 주제편인만큼, `본성`이 이상적인 상태라는 사전 이해가 필요할 것 같다.

이들 두 대화편의 주된 내용이 그리스 당대에 사용된 언어와 사상을 분석했다는 점에서 전문가들과 역사학자들에게는 유익한 대화편이라는 생각이 든다. <크라튈로스> 의 대부분은 그리스어에 대해 이해가 없으면, 재미가 없겠지만, 그리스 언어, 예술을 공부하는 이들에게는 유용한 자료가 풍부히 담긴 전문가를 위한 대화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 작품을 읽던 중 소크라테스의 `이름 검증`은 그리스 신화 등이 어느 정도 정착된 후대에서 이루어진 사후 검증이기에, `이름이 본성을 반영한다`는 그의 주장은 인과관계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를 들면, `디오니소스`라는 이름 자체가 그리스 신화가 형성/발전되면서 변화된 이름이기에, 신화가 정착된 시점에서는 당연히 그런 뜻을 담고 있지 않을까. 그럼에도, `디오니소스`라는 변화되지 않는 존재의 이데아가 반영된 것처럼 풀이하는 소크라테스의 해설은 시간적인 변화가 고려되지 않은 또는 인과관계가 뒤바뀐 논리라는 생각이 든다.

이번에 <이온>과 <크라튈로스> 편을 통해서, `예술`과 `이름(정의)`에 대한 플라톤의 입장을 살펴볼 수 있었다. 또한, 예술은 기계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신내림` 같이 `끼`가 발산되어야 하는 것이며, 문학작품을 읽을 때 `원전`이 주는 감동은 번역본과는 또다른 것임을 생각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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