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아침.
낙엽이 뒹군다.

차도엔
낙엽이 없다.
다만 속도만 있을 뿐.
그 속도에 낙엽은 날아가 버리거나,
눌려 부스러지고 가루가 되어버릴까.

보도엔
월요일 아침
그나마 수북이 낙엽이 쌓여 있다.
마치 자기네끼리 모여있는 듯.
보도엔 시간이 쌓이고,
속도는 없다.
어쩌다 지나가는 바쁜 발걸음도
수북이 쌓인 낙엽을 바스라뜨리진 않고,
다만 푹신하게 눌러줄 뿐.

파아란 가을 하늘에
지치도록 붉은 색소를 온몸 가득 머금고
마지막 화안한 미소를 흩뿌리다가
툭-.
나무와 마지막 작별.
작별하는 손길은
미련으로 도타와져 있건만.
가야할 때가 언제인지를 알고
떠나가는 낙엽들.
그들은 시간을 알아서일까.
추운 겨울을
나무가 견딜 수 있도록,
배려하는 낙엽의 느린 시간을
우린 빠른 속도로
짓밟고 바스라지게 만들며
단지, 지나갈 뿐.

우리의 자동차가 가루로 만들며
짓누르고 가는 낙엽은,
우리가 잃어버린 양심.
우리가 찾지 못하는 여유.
우리가 잊고 사는 진심.
우리가 등돌린 애정.
그리고, 우리가 배우지 못한 배려.

그리고 말로 표현하기엔 너무 … 아스라한 …
사, 랑.

낙엽 하나 주워,
곱게 책갈피에 끼우는 마음은,
손길은,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을 알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밥을 먹으며…

옹기종기 모인 흰 쌀밥을 고맙게 씹으면서,
이런 생각을 한다.

훈김나는 하이얀 쌀밥처럼 다사랍고 환하게 살고 싶고
간혹 박힌 풋콩처럼 맛깔나게도 살고 싶고,
잘 무쳐진 콩나물처럼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고 싶고
잇몸 찌르는 탕수육처럼 단단하게도 살고 싶다.

맵싸한 고들빼기처럼 맵차게 살고 싶고
좀 모자란 듯한 야쿠르트처럼 허허웃고 살고도 싶고,
살 잘 발라지는 생선처럼 부드럽게 살고 싶고
잇새에 끼어 안타깝게 하는 참깨 같이 심술꾼으로도 살고 싶다.

한 종지로도 여럿 먹이는 간장처럼 넉넉하게 살고 싶고
푸짐하게 벌여진 소담스런 상추쌈처럼도 살고 싶고,
쓰린 속 풀어주는 동태국처럼 시원스럽게 살고 싶고
더 먹고 싶은 호박전처럼 아쉬운 이로도 남고 싶다.

밥을 씹으며,
생각을 씹으면,
불현듯
살아 있음이,
……고맙다
.(2002.01.1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자신의 힘이 세계 제일이라고 자랑하는 헤라클레스가 어느 날 아주 좁은 길을 가고 있었다. 그런데 한참을 가다보니 길 한가운데에 사과 크기만한 이상한 물건이 떨어져 있었다.
"아니, 감히 천하에서 제일 힘센 헤라클레스의 앞길을 방해하다니. 에잇."
그는 발로 그 동그란 것을 툭하고 찼다. 그러자 사과만한 그것이 어느새 수박처럼 커졌다.
"어, 이게 뭐야. 나를 놀리네."
흥분한 헤라클레스는 다시 그것을 발로 힘껏 찼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그것이 바위만큼 커져버렸다.

"그래, 천하의 헤라클레스를 이겨 보겠다고? 어림도 없다. 이놈."
더욱 열이 오른 헤라클레스는 이번에는 자신이 들고 있던 커다란 쇠몽둥이로 그것을 휘둘렀다. 놀랍게도 그것은 아까보다 두 배나 더 커져 마침내 좁은 길을 막아버리고 말았다. 너무나 화가 난 그는 잔뜩 얼굴을 찡그린 채 웃옷을 벗어 던지고 한참동안 그것을 들어올려 집어던지려고 애썼다. 그러나 그러면 그럴수록 그의 얼굴은 더욱더 심하게 일그러져 보기 흉해졌고 덩달아 그것은 더욱 커져서 마침내 산더미만 해졌다.

결국 산더미만하게 변해버린 그것에 눌려 험상궂은 얼굴로 노려보고 있는 헤라클레스 앞에 아테네 여신이 나타났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녀가 그 산더미만한 물건에게 웃으며 아름다운 노래를 들려주자마자 그것은 순식간에 작은 사과 크기가 되어 길 한모퉁이에 툭 떨어졌다. 깜짝 놀라는 헤라클레스에게 아테네 여신이 웃으며 말해 주었다.

"그것을 더이상 건드리지 마세요. 그것은 당신 마음 속에 있는 화와 같아서 건드리지 않고 두면 작아지지만 건드릴수록 더 커지는 거랍니다. 화는 낼수록 더 커지는 법이지요. 조금만 참으면 곧 잊혀지는 것이 마음 속의 화이니까요."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ceylontea 2004-01-14 1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이야기 입니다... 요즘 제게 꼭 필요한 이야기라 생각되어 퍼갑니다.. ^^
 

4권, 율리우스 카이사르(상)
p.365. 무슨 일을 하든 그것이 성공하느냐의 여부는 정확한 정보를 갖고 있느냐 아니냐에 달려 있다.
p.371. 선견지명은 지식이나 교양과는 별개의 것이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소굼 2004-01-14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 많은 가도를 건설한 로마인. 만든 이유중엔 로마전역의 정보를 발빠르게 체크하기 위한 것도 있었죠. 사진으로 현재 그 가도들을 보고 있노라면 대체 얼만큼의 미래를 생각하고 만든 것일까란 의문이 절로 떠오르더군요.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만든다. 새로운 나의 탄생!

처음엔 게임의 방법도 모른다. 뒤집기, 배밀이, 기어다니다 걸음마. 겨우 의사 소통이 되다.

시작 단계에서는 레벨업이 쉽다. 나날이 새롭고 빨리 한 레벨 오르고 싶다. 레벨이 오르면서 갖추는 아이템도 다양하고 재미있다. 게임에 재미를 느낀다. 나도 빨리 남들처럼 강해지고 싶다. 더 다양한 마법을 쓰고 싶다.

그러다, 내가 강해짐을 느끼려는 순간, 레벨업은 점차 인터벌이 길어지기 시작한다. 지루하다. 나날이 반복되는 일상, 변화는 없고 쳇바퀴 돌듯이 같은 일을 반복한다. 따분하고 지겨움. 그러다 간혹 과욕을 내어 무리한 게임 운영을 해 보기도 하지만, 그러면 돌아오는 건 처절한 패배와 좌절. 처음부터 다시 시작.

결국은 차근차근 경험치를 쌓아가는 방법 뿐임을 알게 된다. 안내인은 조언한다. 무리해서 높은 경험치를 얻으려고 하면 손해를 본다고... 그걸 무시하고 가끔은 무리하다가 마이너스를 경험하기도 한다.

게임의 법칙! 게임은 갈수록 어려워지게 마련이다. 그러나 초보자가 보기엔 존경스러운 경지가 분명 있다. 레벨이 높은 자는 파워도 세고 마법도 다양하다. 어린 시절처럼 새로움은 없어도, 사춘기처럼 가벼이 탈피할 순 없어도, 어려워질수록 참고 쌓아가야하는 게임의 법칙은 그럴 가치가 있다.

결국 신의 경지에 도달하느냐, 사용하지 않는 아이디로 묵히느냐는 내가 결정할 일이다. 갈수록 어려워진다는 것만 알아도 게임은 견딜만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