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좋은 것이
 가장 좋은 것입니다
 어디가 좋고
 무엇이 마음에 들면,
 언제나 같을 수는 없는 사람
 어느 순간 식상해질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냥 좋은 것이
 가장 좋은 것입니다
 특별히 끌리는 부분도
 없을 수는 없겠지만
 그 때문에 그가 좋은 것이 아니라
 그가 좋아 그 부분이 좋은 것입니다

 그냥 좋은 것이
 그저 좋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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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구석구석 버려진 파일로 있던 이야기들을 끌어모으니 새록새록 예전 생각이 난다. 몇 년 전에 읽었던 글들인데도, 마치 오랜만에 반창회라도 하는 기분으로 대하게 된다. 새 것만 좋은 건 아닌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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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통근열차를 타고 출퇴근하는 한 젊은이가 있었습니다.
기차의 속력이 떨어지는 지점이면 늘 보이는 집에 늙은 부인이 항상 침대에 누워 있는게 보였습니다. 젊은이는 그 부인의 이름과 주소를 알아내어 회복을 비는 카드를 보냈습니다.
발신인 이름 난에는 매일 언덕 철길을 지나다니는 한 젊은이가'라고만 썼습니다.
몇 주일이 지난 어느 날, 젊은이는 차창 밖으로 다시 그 방을 들여다보게 되었습니다.
침상은 비어 있었고, 창가에는 램프 불이 켜져 있었습니다.
창에는 큰 글씨로 쓴 종이가 붙어 있었습니다.
그대에게 축복을!내게서 나가는 한 줄기의 따뜻함이 좌절의 자리에 누운 누군가를 일으켜 세울 수도 있음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마음을 다스리는 글...

화는 마른 솔잎처럼 조용히 태우고
기뻐하는 일은 꽃처럼 향기롭게 하라
역성은 여름 선들바람이게 하고
칭찬은 징처럼 울리게 하라

노력은 손처럼 끊임없이 움직이고
반성은 발처럼 가리지 않고 하라
인내는 질긴 것을 씹듯 하고
연민은 아이의 눈처럼 맑게 하라

남을 도와주는 일은 스스로 하고
도움 받는 일은 힘겹게 구하라
내가 한 일은 몸에게 감사하고

내가 받은 것은 가슴에 새겨두어라
미움은 물처럼 흘러 보내고
은혜는 황금처럼 귀히 간직하라

사람은 축복으로 태어났으며
하여야 할 일들이 있다
그러므로 생명을 함부로 하지 말며
몸은 타인의 물건을 맡은 듯 소중히 하라

시기는 칼과 같아 몸을 해하고
욕심은 불과 같아 욕망을 태우니
욕망이 지나치면 몸과 마음 모두 상하리라

모든 일에 넘침은 모자람 만 못하고
억지로 잘난척 하는것은 아니함만 못하다

내 삶이 비록 허물투성이라 해도
자책으로 현실을 흐리게 하지 않으며
교만으로 나아감을 막지 않으리니

생각을 늘 게으르지 않게 하며
후회하기를 변명 삼아 하지 않으며
사람을 대할 때 늘 진실이라 믿어하며
절대 간사한 웃음을 흘리지 않으리니

후회하고 다시 후회하여도
마음 다짐은 늘 바르게 하리라
오늘은 또 반성하고 내일은 희망이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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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고 있는 햇볕이 아깝다는 말씀을 아시는가

이것은 나락도 거두어 갈무리하고
고추도 말려서 장에 내고
참깨도 털고
겨우 한가해지기 시작하던 늦가을 어느날
농사꾼 아우가 한 말이다

어디 버릴 것이 있겠는가
열매 살려내는 햇볕,
그걸 버린다는 말씀이 당키나 한가

햇볕이 아깝다는 말씀은
끊임없이 무언갈 자꾸 살려내고 싶다는 말이다
모든 게 다 쓸모가 있다
버릴 것이 없다

아 그러나
나는 버린다는 말씀을
비워낸다는 말씀을
겁도 없이 지껄이면서 여기까지 왔다
욕심 버려야 보이지 않던 것 비로소 보인다고
안개 걷힌다고
지껄이면서 여기까지 왔다

아니다
욕심도 쓸모가 있다
햇볕이 아깝다는 마음으로 보면 쓸모가 있다
세상엔 지금 햇볕이 지천으로 놀고 있다
햇볕이 아깝다는 뜻을 아는 사람은 지금 아무도 없다

사람아
사람아
젖어있는 사람들아
그대들을 햇볕에 내어 말려 쓰거라
끊임없이 살려내거라
놀고 있는 햇볕이
스스로 제가 아깝다 아깝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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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노래를 집에 가는 길에 김미숙의 '세상의 모든 음악'에서 읊는 걸 듣고 누구의 무슨 노랠까 참 궁금했다. 그 홈페이지에 질문했더니 올려 두었다. 따스한 세상, 따스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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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만일 100명의 마을이라면

…… 오늘 아침, 눈을 떴을 때
당신은 오늘 하루가 설레었나요?
오늘 밤, 눈을 감으며
당신은 괜찮은 하루였다고 느낄 것 같나요?
지금 당신이 있는 곳이 그 어디보다도
소중하다고 생각되나요?
 
선뜻, "네, 물론이죠"라고
대답하지 못하는 당신에게
이 메일을 선사합니다.

이 글을 읽고 나면
주변이 조금 달라져 보일지도 모릅니다.

지금 세계에는 63억의 사람이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만일 그것을 100명이 사는 마을로 축소시키면 어떻게 될까요??
100명 중
52명은 여자이고
48명은 남자입니다.

30명은 아이들이고
70명이 어른들입니다.
어른들 가운데 7명은 노인입니다.

90명은 이성애자이고
10명이 동성애자입니다.

70명은 유색인종이고
30명은 백인입니다.

61명은 아시아 사람이고
13명이 아프리카 사람

13명은 남북 아메리카 사람
12명이 유럽 사람
나머지 1명은 남태평양 지역 사람입니다.

33명이 기독교
19명이 이슬람교
13명이 힌두교
6명이 불교를 믿고 있습니다

5명은 나무나 바위 같은 모든 자연에
영혼이 깃들여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24명은 또 다른 종교들을 믿고 있거나
아니면 아무것도 믿지 않고 있습니다.

17명은 중국어로 말하고
9명은 영어를
8명은 힌디어와 우르두어를
6명은 스페인어를
6명은 러시아어를
4명은 아랍어로 말합니다

이들을 모두 합해도 겨우 마을 사람들의
절반밖에 안 됩니다
나머지 반은
벵골어,포르투갈어
인도네시아어, 일본어
독일어, 프랑스어,한국어 등
다양한 언어로 말을 합니다

별의별 사람들이 다 모여 사는
이 마을에서는
당신과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는 일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주는 일
그리고 무엇보다
이런 일들을 안다는 것이
가장 소중합니다

또 이렇게도
생각해 보세요
마을에 사는 사람들 100명 중
20명은 영양실조이고
1명은 굶어죽기 직전인데
15명은 비만입니다

이 마을의 모든 부 가운데
6명이 59%를 가졌고
그들은 모두 미국 사람입니다

또 74명이 39%를 차지하고
겨우 2%만 20명이
나눠가졌습니다

이 마을의 모든 에너지 중
20명이 80%를 사용하고 있고
80명이 20%를 나누어 쓰고 있습니다

75명은 먹을 양식을 비축해 놓았고
비와 이슬을 피할 집이 있지만
나머지 25명은
그렇지 못합니다

17명은 깨끗하고 안전한 물을
마실 수조차 없습니다

은행에 예금이 있고
지갑에 돈이 들어 있고
집안 어딘가에 잔돈이 굴러다니는 사람은
마을에서 가장 부유한 8명 안에 드는
한 사람입니다

자가용을
소유한 자는 100명 중
7명 안에 드는
한 사람입니다.

마을 사람들 중
1명은 대학교육을 받았고
2명은 컴퓨터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14명은 글도 읽지 못합니다

만일 당신이
어떤 괴롭힘이나 체포와 고문,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의 신념과 양심에 따라
움직이고 말할 수 있다면
그렇지 못한 48명보다 축복받았습니다

만일 당신이
공습이나 폭격, 지뢰로 인한 살육과
무장단체의 강간이나 납치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그렇지 않은 20명보다
축복받았습니다

1년 동안 마을에서는
1명이 죽씁니다(적합한 단어가 아니라고해서;;;)
그러나 2명의 아기가
새로이 태어나므로
마을 사람은 내년에
101명으로 늘어납니다

이 메일을 읽는다면
그 순간 당신의 행복은
두 배 세 배로 커질 것입니다
왜냐하면 당신에게는
당신을 생각해서
이 메일을 보내준
누군가가 있을 뿐 아니라
글도 읽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지금 당신이
살아 있기 때문입니다

옛날 사람들이 말했습니다
세상에 풀어놓은 사람은
돌고 돌아 다시 돌아온다고

그러니까 당신은
맛을 깊이 음미하며 노래를 부르세요
신나게 맘껏 춤을 추세요
하루하루를 정성스레 살아가세요

그리고 사랑할 떄는
마음껏 사랑하세요
설령 당신이 상처를 받았다 해도
그런 적이 없는 것처럼

먼저 당신이
사랑하세요
이 마을에 살고 있는
당신과 다른 모든 이들을

진정으로 나,그리고 우리가
이 마을을 사랑해야 함을 알고 있다면
정말로 아직은 늦지 않았습니다
우리를 갈라놓는 비열한 힘으로부터
이 마을을 구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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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

처음 담임 반 배정 받을 땐 에이 다리 아프게 4층이야 했더니 높은 교실에선 툭 트인 하늘 아래 강줄기가 시원하더군. 1층 낮은 교실 수업 갈 땐 답답하지 않을까 했더니 잎새에 지는 빗방울 흔들리는 작은 풀꽃들이 아름다웠지. 낮은 연못가에선 금붕어 하늘거리는 지느러미 가만히 떠오른 자줏빛 수련이 그윽하고, 꼭대기층 옥상에선 그 연못 굽어보는 키 큰 나무들의 다정한 침묵이 깊더라. 삶이란 게 한 곳에만 머물 수 없어 여기저기 옮기다 보면 한동안은 여기에 없는 거기의 것만 생각나지. 그러다 또 새로 둘러보면 거기서 못 보던 게 여기에선 보인다. 따지고 보면 빙글빙글 돌아가는 이 둥근 별에서 좋은 위치 나쁜 위치란 애초에 없는 게 아닐까.

 

교실만 무너지나

하늘이 가려지고
산이 깎여지고
들판이 포장되고
짐승들이 멸종됐는데
하늘처럼 산처럼 들판처럼 짐승처럼
아이들만 높고 깊고 풍요하고 순수하길 꿈꿨나

마을이 예전에 사라지고
이웃이 다 끊어지고
집이 텅 비어버렸는데
지구가 온통 무너져 가는데
교실만 온전하길 바랬나
학교만 별천지로 남아 있길 바랬나.

 

호박

아무렇게나 던져 놓은 풀밭에도
정성스레 손질한 밭이랑 가에도
호박 넝쿨은 쑥쑥 뻗어 있다.
넓은 이파리 노란 꽃도
시원스레 넉넉하지만
하늘 가린 이파리 밑으로
푸짐하니 버티고 앉은
조선 호박의 후덕함.
제 얼굴 드러내어 우쭐대지도 않고
웬만한 비바람에는 끄떡도 않지
시들어 가는 잡초들 속에서
무심한 듯 덤덤한 듯
누렇게 익어 가는
조선 호박의 의연함.

늦은 가을 할머니는 이 둥근 호박을 따서
마루에 재어 두었다가
아들네도 딸네도 두어 덩이씩 실어 보낼 것이다.
허전할 때 호박떡에다 호박전도 붙여 먹고
겨울 저녁엔 호박죽도 끓이고 푹 고아서 약으로도 쓰지
호박씨는 아랫목에 말려서 손자놈들 오면 까 주지.

참, 저 호박 같이만 살아서
호박처럼만 쓰였으면 좋겠네.

 

다시 호박

2년 전의 호박이란 내 시가 너무 쉬운 세상과의 화해든지 타협이 아니냐 누가 그러기에 다시 보니 그래 그랬구나 타협이랄 건 없고 그냥 화해하고 싶었지 언제나 백척간두 그 팽팽함을 견딜 수 없어서 너른 땅으로 내려와 버렸지 늙은 호박처럼 펑퍼짐하게 앉아 쉬고 싶었지 유유한 척 다 내놓고 싶었지
그렇긴 하지만 늙은 호박에 대한 나의 존경심만은 순수하다 늦가을 시든 풀밭에 떡 하니 버티고 앉은 호박을 보는 것은 언제나 나에게 하나의 경이다 저물 무렵 휘파람 불며 천천히 들녘을 걷다가 이제 더 허리 굽혀 들여다 볼 새싹도 예쁜 꽃도 없는 가을 들녘에서 허전한 눈은 먼 하늘만 향하다가 문득 풀밭 속에 파묻혀 있는 누런 호박을 만날 때 여기 또 저기 그 커다란 둥근 호박만큼이나 그득히 내 가슴은 차 오르지 온갖 싱싱하던 푸른 것들 다 시들어도 저런 호박처럼 버티고 익어갈 수 있다면 늙어갈 수 있다면 인생은 한 번 살아볼 만한 것 같다네

 

봄비와 새싹

밥도 못 먹고 허겁지겁 달려온 아침 보충 시간. 창밖엔 봄비가 내리는데 교실은 푸석푸석 생기가 없다. 복도를 순시하는 교장선생님은 침 튀기며 강의하고 초롱초롱 눈 빛내며 듣는 줄 알겠지만 아이들도 선생도 하품만 해댄다. 각성제처럼 쓰린 커피 한 잔 마셔가며 교과서를 펼치지만 어젯밤 꿈도 덜 깬 아침 보충 수업, 잎새 위에 봄비는 저리 싱그러운데.

"봄비는 가늘어 방울 맺지 못하나, 밤중에 작은 소리 들리고, 눈 녹은 물 남쪽 계곡에 넘쳐서, 뾰족뾰족 풀싹들 돋아나네." 오늘 아침 문학 공부는 교과서를 덮고 봄비 소리와 뾰족뾰족 새싹을 생각하며 시 낭송을 들어볼까. 어제 읽은 글 한 수 칠판에 적어 놓고 은근히 옆길로 유혹하니 아이들은 강아지처럼 좋아한다. 낭송 테잎의 시와 음악에 잠겨 빗방울처럼 맑아지는 아이들의 눈빛을 보며 희망을 말해야 할지, 절망을 말해야 할지. 격랑치던 열정과 고난의 세월은 가고 제대로 이룬 것 없이 바뀐 것도 없이 무작정 새 시대가 와서 모두들 새 감성과 새 논리를 말하는데. 그래서 우리의 학교는 희망적인가, 세상은 여전히 진보하고 있는가. 차라리 절망을 털어놓는 것이 솔직하지 않을까 상투적인 희망은 그만 말해야 하지 않을까.

보슬보슬 봄비 속에서 아이들은 님의 침묵을 읊고 있다.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의 정수박이에 들어부었습니다." 만해의 슬픔에서는 어떻게 힘이 나왔을까. 그는 그만 가라앉고 싶지 않았을까. 깜깜 어둠 속으로. 그러나, 님의 부재 속에서 님의 존재를 보고 침묵에서 노래를 듣는 시인은 어둠에서도 햇빛 쪽으로 햇빛 쪽으로 싹을 뻗는 생명의 법칙을 아는 사람이지. 희망은 상투적인 것이 아니라 영원한 것이다. 저 부드러운 봄비 속에서 뾰족뾰족 새싹들 자라고 이제 비 그치면 꽃그늘 아래로 아이들은 새처럼 재잘대며 노래하리라.
                                春雨細不滴 夜中微有聲 雪盡南溪漲 艸芽多少生 - 정몽주

 

못난 사과 

못나고 흠집 난 사과만 두 세 광주리 담아 놓고
그 사과만큼이나 못난 아낙네는 난전에 앉아 있다.
지나가던 못난 지게꾼은 잠시 머뭇거리다
주머니 속에서 꼬깃꼬깃한 천 원 짜리 한 장 꺼낸다.
파는 장사치도 팔리는 사과도 사는 손님도
모두 똑같이 못나서 실은 아무도 못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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