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의 비극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김아영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을 읽다가 머리를 감기가 무서워진다.

 

'쾌적하게 사는 법'이란 책으로 돈을 좀 벌어 본 주인공 슈헤이는

아내 가나미와 행복하게 살 일만 꿈꾸는데...

아내의 임신은 뜻밖의 고민을 만들고, 낙태를 결심한다.

 

이때부터 아내에게 덥치는 엑소시스트의 공포...

 

낙태에 대해 사람마다 다른 의견을 가질 수 있으나,

이 책은 공포물을 통해 생명에 대하여 소중한 마음을 먹어야 한다는 것과,

피임을 잘 실천해야 한다는 것을 일깨워 준다.

 

이런 뻔한 목소리를 재미있는 호러물로 써낸 작가는 역시 굉장하다.

 

정신과와 부인과를 모두 경험하는 의사 이소가이의 고민과

남편 슈헤이,

그것~의 전 남친인 오카베까지 등장시켜

생명의 소중함과 피임 실천의 중요함.

그리고 낙태의 위험과 이에 따르는 고민들...

생명 현상의 고귀함을 깊이 가르치고 있다.

 

재미와 공포도 있으면서 사회적 문제를 잘 다룬 작품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역사의 역사 - History of Writing History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18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역사는 반복된다.

2009.5.23일과 2018.7.23일... 두 '노'의 죽음은 오래 나를 힘들게 한다.

두 사람이 모두 조직을 지키기 위해 결행한 죽음이 아닌가 싶어 더 마음 아프다.

유시민은 두 죽음 앞에서

무참한 마음으로 조문을 했다.

마치 상주였다.

 

유시민이 이런 책을 쓴 이유는 복잡하고 단순하다.

그의 청년 시절과, 그의 정치가 시절, 그리고 이제는 돌아와 거울앞에 선 지식 소매상이자 유작가의 시절.

그렇지만 세상은 자꾸 그를 상주의 자리로 불러 낸다.

슬프다.

 

헤로도토스에게 역사 서술은 돈이 되는 사업이었고,

사마천에게는 실존적 인간의 존재 증명이었으며,

할둔에게는 학문 연구였다.

마르크스에게는 혁명의 무기를 제작하는 활동이었고,

박은식과 신채호에겐 민족 광복을 위한 투쟁이었다.

사피엔스의 뇌는 생물학적 진화의 산물이지만

뇌에 자리집는 철학적 자아는 사회적 환경을 반영한다.

그들은 각자 다른 시대에 살면서

다른 경험을 하고 다른 이야기를 남겼다.

그 이야기를 읽으면서 즐거움과 깨달음을 얻는 이유는,

그들의 철학적 자아와 공명하기 때문이다.(213)

 

사람들이 유작가에 공명하는 이유도 같다.

그가 어떤 이야기를 하든, 동조하든 비판하든, 공명할 수 있으므로 그는 가치 있는 지식인이다.

 

역사가 쓰는 사람의 철학과 연구 방법에 따라 얼마나 크게 달라질 수 있는지 절감하고,

절대적으로 옳은 역사, 과거를 있었던 그대로 보여주는 역사란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도 확인.(202)

 

역사는 '사관'에 따라 달리 쓰인다.

객관주의를 표방하는 랑케 역시 시대의 산물이다.

 

19세기 중반, 유럽의 군주제는 바람앞의 등불.

공화제를 주장하는 자유주의자들과

계급혁명의 기치를 든 사회주의자들 앞에서

군주제를 옹호하는 저명 역사학자 랑케를 반기지 않을 권력자가 있겠는가.(129)

 

 Wie es eigentlich gewesen.

그것은 원래 어떠했는가를 밝힐 수 있다는 듯 패기 충만하던 그의 목소리는 매력적이다.

 

카의 말을 빌려 그는 할둔을 변명하지만,

모든 역사가의 처지에도 같이 적용된다.

 

"역사책을 집어들 때 책 표지에 있는 저자의 이름을 살펴보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출간 일자나 집필 일자가 때로는 훨씬 많은 것을 누설한다."

저자가 어떤 정치적 사회적 환경에서 살았는지 점검해 보라는 카의 말.(97)

 

다이아몬드의 총,균,쇠는 유명하다.

그렇지만 유시민이 썰을 풀어주니 다이아몬드가 존경스러워진다.

 

"이 네 가지 환경 차이는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으며 논쟁의 여지가 없다."

다이아몬드는 15세기 이후 세계를 정복한 유럽인들이

끈질기게 붙들고 있었던 인종적 우월감과

문화적 자아도취에 얼음물을 끼얹었다.

그는 도덕적 훈계나 연민의 감정 호소 대신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고, 논쟁의 여지가 없는,

환경의 차이를 근거삼아 논증했다.(296)

 

이 책에 등장한 소재들은 역사서가 주가 되지만,

넓게 보면 인류사나 민족사 등 다양한 기록을 섭렵하고 있다.

 

이런 이야기들을 통해서 유시민이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전해주고자 하는 생각이 있다면,

생각은 차이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자는 것,

그리고 환경에 따라 생각은 달라진다는 것.

고정 관념을 버리고, 유연한 사고를 가지지는 것,

이런 저런 것들이 그를 '거꾸로 읽는 세계사'라는 사건 요약 작가에서

다양한 역사적 관점의 차이를 기록하는 작가로 변하게 한 것이다.

 

그것은 70~80년대의 짱돌과 화염병 투쟁에서,

2016년 촛불과 2018년 선거의 투쟁으로 이어지는 다종다양한 스펙트럼 속에서,

당연히 다종다양할 수밖에 없는 국가적 현실앞에서

지식을 소매점 형식으로 공유하고자 하는 사람의 최대한의 노력이 아닌가 싶다.

 

이 책을 읽는 과정에서 고 노무현 대통령 생각이 여러 번 났고,

그 와중에 고 노회찬 의원의 부고를 들었다.

 

슬픈 역사를 껴안고 가는 민중의 눈물이

언젠가 작은 역사로 남으리라.

 

작은 아픔까지도

모두 기록되어야 할 것이 미래의 사관일 것이므로...

 

 

고칠 곳 몇 군데...

122쪽 본문의 독일어 표기에 und를 and로 썼다. 오타다. 같은 책의 323쪽 참고문헌에서는 und로 옳게 썼다.

136쪽의 각주에 오타가 보인다. 독일어 인간은 Mann이다.

289쪽. 내가 알기로 과학 잡지의 이름은 <디스커버>가 아니라 <Discovery>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바늘구멍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44
켄 폴릿 지음, 김이선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영어로는 eye of the needle이지만, 우리말로는 바늘귀라 부른다.

당연히 바늘 구멍이라 불러도 말은 통하겠지만,

이 소설에 등장하는 '스틸레토'에 굳이 구멍은 필요치 않다.

 

바늘은 스틸레토를 사용하는 스파이이다.

살인 전문가이며 어떤 역경도 헤쳐나간다.

그리고 그는 심리 전문가이기도 하다.

 

켄 폴릿이 27세에 이 소설을 썼다 한다.

스물 일곱의 나이에 이런 소설을 쓸 수 있었으니,

이제 일흔의 나이에는 더 복잡한 세계의 역사를 머릿속에서 꾸며낼 수 있으리라.

 

나이가 드는 일은 서글프기도 하지만,

복잡한 것을 단순하게 볼 수도 있고,

단순한 것들의 나열에서 의미를 찾을 수도 있는 시기이기도 하다.

 

켄 폴릿이 관심을 가졌던 세계의 역사와 전쟁,

그리고 인간 하나하나가 그 흐름에 미치는 영향들을 날것 그대로 보여준 소설이다.

 

페이버는 화가 났다.

다른 사람을 신뢰해야 하는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타인은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 뿐이었다.

그러나 상황이 상황인 만큼 모든 것을 운에 맡길 수는 없었다.(183)

 

스물 일곱의 나이에

그것도 3주만에 쓴 소설이라기엔 완성도가 높다.

영화로 만들어도 멋진 작품이 될 듯 싶다.

페이버라는 탁월한 인물과

사랑과 스파이라는 매력적인 사건과

세계대전이라는 배경이 그럴싸하니 말이다.

 

그가 영국인이라는 사실이 작품 전반에서 드러난다.

그렇지만 독일어에 대한 관찰 또한 뛰어나다.

 

이제 탈출이 얼마 안 남았다 생각하니...

얇게 저며도 될 만큼 기름진 소시지,

도로 오른쪽으로 달리는 자동차,

정말로 큰 나무, 그리고 무엇보다 모국어 - 직감적이고 정확한 단어,

단단한 자음과 순수한 모음, 문장 끝 마땅한 자리에 있는 동사,

그 절정의 말미에 있는 합목적성과 의미 - 를 생각했다.(307)

 

일흔이면 많은 나이지만, 요즘엔 아직...인 나이다.

켄 폴릿의 복잡한 두뇌 주름에서

더 재미있는 인물들과 사건들이 샘솟기를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눈의 아이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욱 옮김 / 북스피어 / 2013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무언가를 소중히 여겼던 추억.

무언가를 좋아했던 추억.

사람은 그런 기억들에 의해 지켜지며 살아간다.

그런 기억이 없는 사람은

서글프리만큼 간단하게 검은 손을 등에 짊어지게 된다.(74)

 

알바로 핑크색 토끼탈을 써야했던 일.

판타지면서 삶의 비의를 슬몃 보여주는 소설이었다.

 

미미여사의 소품들로 꾸려진 단편집.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로즈 가든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36
기리노 나쓰오 지음, 최고은 옮김 / 비채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증권회사 광고에,

누구는 복잡해서 안 하고,

누구는 복잡해서 00증권을 한다고 하면서,

아이러니를, 아, 이러니~ 란 감탄으로 바꾸는 게 있었다.

 

미로라는 30대 탐정의 이야기.

로즈 가든의 미로는 청소년이고,

미로의 시점이 아닌 고딩 수준의 남자애 히로오의 눈으로 그려진다.

미로의 쿨해보이는 상처.

인생이란 어떤 정답도, 오답도 없이

한 방향으로만 흐르는 과정이다.

 

나는 그 지점을 힐끗 보며 참 아이러니하다고 생각했다.

부인의 외도는 증명하지 못했는데,

밝혀낼 수 없다고 저어했던 유미의 애정은 분명하게 확인했다.

그 마음 또한 찰나의 감정에 불과하다.

인간의 마음이란 증명할 수 없다.(166)

 

부인은 외도를 하지 않았다고 보고를 했는데,

다른 조사를 하다 보니 동성애를 느끼는 사람이었고,

유미라는 중국계 술집여자의 순정을 불신했더니

애정은 확인되는 아이러니한 상황.

 

어차피 소설은 실제 인생은 아닌, 실험이자 시험이다.

극단까지 가보는 것도 소설의 역할이기도 하다.

 

스스로 삶의 이유를 찾기 힘들 때,

조금은 위로가 되기도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