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정 없는 세상 - 제6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
박현욱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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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바야흐로 섹스의 계절이다.

온갖 꽃들이 호들갑스럽게 피어오르면 탱탱하게 물오른 암술 머리에 가루받이를 해줄 곤충들을 유혹하기 위해

풀나무들은 온갖 에너지를 꽃에 집중한다.

가루받이(수분)가 끝나고 나면, 아줌마가 되어버린 꽃은 하나도 아름답지 않게 허여멀건한 모습이 되어버린다.

 

한국의 틴에이저는

그야말로 '사춘기'다.

머릿속에 섹스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한 시기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공부 진학 진로 등으로 시간이 가득 메워져있다. 가식이다.

 

이 책은 고딩의 섹스에 대한 문제에 대하여 썼다.

박현욱이 아내가 결혼했다를 쓰기전, 그야말로 그의 첫 경험인 셈이다.

 

고등학생들은 이 책을 좋아한다.

아니, 무지 열광한다. This book burns them up~!이다. ㅋㅋ

그 이유는 고딩들의 섹스가 나와있기 때문이다.

 

가정이 없는 엇나가는 청소년들의 일탈에서 그려지는 난교같은 섹스가 아니라,

평범한 고딩 남학생의 '하고 싶다'는 소망과,

모범생 여학생의 섹스가 그려지고 있어서 이야기는 더 환상적이다.

 

제목은 슬프다.

동정 딱지를 떼는 경험을, 풋풋한 틴에이저때 친구와 나누지 못하고,

사창가에서 군대가기 전에 포르노에서 본 것을 토대로 변변치 못한 경험으로 간직하게 된

어른들의 자화상이 부끄럽게 만든다.

 

그냥 겁이 나.

다른 것들과는 무관하게

그 자체만으로 겁이나는 거야.

어쩐지 하면 안 되는 일 같은데 억지로 했다가 후회만 하게 될 것 같기도 하고 말이지.(121)

 

여자친구 서영이의 말이다.

그래. 그럴 것이다.

이랬던 서영이가 섹스를 나눈 후 이렇게 말한다.

 

몰라 그냥 화가 나.

왜 나는지도 모르고 무엇에 대해 나는 것인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오랫동안 사기를 당해왔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는다면 이런 느낌일 것 같아.(156)

 

그래. 사회는 청소년들을 억압하기 위해, 사기를 치고 있다.

집단적이고 조직적으로... 오랫동안...

 

동명의 프랑스 영화의 제목을 패러디한 작품인데,

어른들이 읽으면 시시한 책이다.

 

Un monde sans pitié A World Without Pity

 

 

 

 

구체적인 직업이 없는 청년 이포(이폴리테 지라르도)는 동생 사비에와 함께 파리 변두리의 한 아파트에서 산다. 이포에겐 끊임 없이 여자들이 따르지만, 그는 한 번도 진심으로 여자를 사랑해본 적이 없다. 그러던 어느날 이포는 집 앞에서 우연히 만난 나탈리(미레이유 페리에)에게 첫눈에 반하고 그녀가 다니는 대학까지 찾아가 적극적으로 구애를 한다. 가까워진 두 사람은 서로 사랑하게 되지만 대학에 다니는 나탈리와 직업도 미래도 없는 이포 사이에는 어쩔 수 없는 장벽이 존재한다.

그러나 백수 건달 이포에게서 남다른 순수함과 매력을 발견하고 나탈리는 그를 사랑하지만, 미국의 MIT 대학에서 강의를 맡아 달라는 제의를 받고 고민한다. 결국 나탈리는 혼자 미국으로 가게 되고, 몇 년 후 프랑스에 도착하자 예전과 같이 백수 건달의 모습으로, 그리고 여전히 사랑을 담고서 이포는 그녀를 마중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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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4-04-02 1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지내시나요?
음 제목이 참 원색적이지만 국어쌤이 쓰셔서 그런지 거부감이 없네요.ㅎ

글샘 2014-04-02 19:24   좋아요 0 | URL
ㅋㅋ 이 책은 전체가 고딩의 관심사라서...
네 잘 지냅니다.
보림 양은 고3인가요? 힘내라고 응원을 많이 해주시길...
 
파라나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74
이옥수 지음 / 비룡소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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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파라나의 뜻을 속표지에 적어 두었다.

'마음이 푸르러서 언제나 싱싱한 기운을 느끼게 하는 아이'란 뜻이란다.

아마 '청소년'이란 말이 좀 형식적이어서 만들어낸 말인가보다.

 

그렇다.

청소년은 '오월은 푸르구나 우리들은 자란다'의 청소년의 달 구호처럼 싱그러워야 한다.

그렇지만, 모든 전쟁터에 휘몰려 나간 것도 청소년들이고,

신자유주의 광풍으로 88만원 세대가 될 것도 청소년들이어서,

정서적 공황을 맞고, 각종 폭력과 언어 폭력 등으로 드러나는 것들이 그들이다.

소극적으로 인터넷, 게임 중독 등으로 표출되기도 한다.

 

한국의 현대사에서 전쟁, 기아, 가난, 이산가족, 등등 고난의 그림자는 성인들이 다 감당할 수는 없는 것이었다.

청소년들 역시 그 그늘에서 생채기를 입어 온 것.

 

이옥수 작가는 그런 청소년들에게 관심을 꾸준히 보인다.

아이들의 아픔에 '너만 아픈 게 아니야'라는 위안을 주려는 듯,

동병상련의 시선을 따스하게 쏟는다.

추위를 견뎌온 아이들에게 북풍은 옷깃을 더 여미고 이를 악물게 만들었지만

햇볕이 옷을 벗게 하였듯,

상처입은 자리가 낫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고, 다스한 환경이 필요하다.

 

부모가 모두 장애인이어서 온갖 지원을 받아온 주인공 백정호.

효은이라는 짖궂은 친구가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둘은 같이 비를 맞는 동병상련의 우정을 나눌 줄 안다.

 

삐뚤어진 정호가 인터넷에서 안티 카페를 통해 언어폭력을 저지를 때에도

친구는 옆에서 어깨동무를 겯어 준다.

 

정호는 좋은 일도 싫은 일도 혼자서 화내고 미워하고 자책하면서

그저 속으로만 꿍꿍 뭉치고 살았다.

 

그래서 정호는 전갈을 기른다.

세상을 다 엎어버릴 분노를 독침에 감추고 버티는 전갈의 생존법.

삶의 고통이 그에게 틱 장애까지 주어서 고등학교를 집에서 먼 곳으로 지원하지만,

가난의 그림자는 그를 '착한 아이'의 이미지로 얽어매려 든다.

그에게 주어진 효행상도 상금도 위로나 격려보다는 상처로 남는다.

그런 마음은 같은 상처를 안고 살아온 이들끼리만 아는 것이다.

 

내가 싫어하는 말은 장애물 경기야.

마치 걸려서 넘어지면 재수없을 것 같은 그런 말.

그런 말을 개념없이 아무렇지도 않게 쓰니까 비장애인들은 무의식 중에 장애인들을 재수없게 여긴다니까.(180)

 

장학금도 자칫하면 상처가 된다.

이런 상처를 안고 오래 살면 곪아서 몸의 일부처럼 작동한다.

그래도, 그에게 대숲같은 친구가 있어 다행이다. 

 

독을 품었다는 것은 살아있다는 증거고,

자존심을 지킨다는 뜻이야.

전갈답게!(270)

 

청소년들은 이렇게 예민하다.

안아줄 때도, 표시나지 않게, 자존심을 다치지 않게 안아줘야 한다.

그들에겐 전갈처럼 독이 있으니 말이다.

 

나이 들면

무심히 떠나실 부모인데도,

그들의 상처엔 소금처럼 따갑기만 할 수도 있다.

그런 날엔 이런 시라도 읊으며 먼 하늘 우러를지도 모르지만...

 

아버지 산소에 다녀오신 어머니는
고사리와 취나물을 잔뜩 뜯어 오셨어요
머리엔 솔잎이 머리핀처럼 꽂혀 따라와
마루에서야 뽑아졌구요

어머니는 두릅이 죄다 쇠서 아깝다고 몇번이나 되풀이하며
무심히 떠난 아버지를 중얼거렸는지 몰라요


가족사진에 한참이나 감전되어 있던 어머니가
취나물을 다듬기 시작했어요
어머니는 웬일인지 연속극을 보지 않으셨어요
왜 그랬을까요 어머니는
아버지 냄새에 취해 있었던 건 아닌지
느그 아부지는....느그 아부지는.....
취나물은 다른 때보다 아주 천천히 다듬어졌어요
느그 아부지는 취나물을 별시랍게도 좋아혔는디,
어머니가 갑자기 훌쩍거리기 시작했어요

그러게 취나물은 뭣허러 뜯어와서 그려요,
그런 어머니가 미워서 나는 방을 나왔어요
사실은 나도 울 뻔했으니까요 그리고 다짐했어요
내일 아침상에 올라온 취나물은 쳐다도 안 볼 거라고,

별들도 이 악물고 견디고 있었어요 (박성우, 취나물)

 

작가는 이 소설을 자신을 씻는 도구로도 썼다.

 

이 글을 마치기 전에 따뜻한 마음 준비하고 내 어린 날의 아이를 만나야 할 것 같다.

지금은 어른이 된 그 아이에게 꼭 이 말을 전하고 싶다.

고맙다. 아이야.

그 오랜 세월동안 슬픔을 참아내며 꿋꿋하게 잘 살아 주어서.

그동안 많이 힘들었지?

누가 뭐래도 넌,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아이였어.

이제부턴 더욱 힘차고 당당하게 살아가는 거야.

힘내. 언제나 널 꼭 안아 줄게. ('작가의 말'에서)

 

나에게도 큰 위로가 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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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할 놈의 수학
카를로 프라베티 지음, 최유정 옮김, 이광연 감수 / 문학동네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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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선 모든 교과서가 쓰레기 취급을 당한다.

일단 수능을 치고 나면, 모든 교과서는, 교재는 쓰레기가 된다.

 

그 쓰레기 더미 속에는

버려지면 아까운 역사, 문학 등의 작품들도 담겨있다.

 

그런데, 과연 한국에서 수학이란 무엇일까?

서울대가 최고의 대학이란 걸 인정한다면,

서울대를 가기 위해선 반드시 정복해야 할 과목이 수학이다.

그건 문과생이라고 피할 수 없다.

 

수능에서 쉽다고 치는 A유형의 수학도 다 맞히려면 힘들다.

국어영역은 읽을 수는 있는데 답을 모르겠고,

영어영역은 읽기도 힘들고 듣기도 힘들고,

수학영역은 이런 외계어도 없어 잠자게 된다고나 할까.

 

그러나, 수학 속에는 많은 원리들이 담겨있다.

물론,

숫자 자체에 알러지가 있어서,

숫자를 갈아 마시든, 꼭꼭 씹든... 온몸에 두드러기가 돋는 이에겐 이런 책은 금물이다. ㅋㅋ

 

허나,

수학 학원을 다니기 전에,

인터넷 강의로 수학의 늪에 빠지기 전에,

풀어도 풀어도 아는 문제는 계속 풀리고, 모르는 문제는 계속 꼬이는 고딩이 되기 전에,

이런 책을 읽어내는 일은,

적어도 수학이라는 바이러스가 넉다운 시키기 전에,

몇 가지 예방접종을 해두는 일이 될 수도 있다.

예방접종은 해결책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나마 허약한 신체에 조금의 보험은 된다.

 

등차수열의 합 내는 공식이나

피보나치 수열의 제7열 같은 조금은 퀴즈같은 문제들을 맛보노라면,

숫자들로 노는 일도,

복잡해보이는 카드놀이도 놀다 보면 익숙해지는 것과 유사한 원리란 걸 알게 하는 책이다.

 

이런 책들을 넉넉하게 읽을 정도로,

한국 아이들에겐 여유가 없다는 게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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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는 보이지 않아 카르페디엠 34
수잔 크렐러 지음, 함미라 옮김 / 양철북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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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 안의 코끼리

 The Elephant in the room.

누구나 알고 있지만 두려워서 혹은 편안함을 침해당할까봐 아무도 입밖에 꺼내지 않는 큰 문제를 뜻하는 말이란다.

 

열세 살 마샤는

이웃집 율리아(9)와 막스(7)가 아버지로부터 온갖 폭행에 시달리는 것을 알게 된다.

그래서 이 아이들을 데리고 마을의 푸른 창고로 숨어드는데...

 

오해는 범죄로 이어지고,

마샤는 두 아이를 돌보고자 하지만,

두 아이는 공포에 휩싸인다.

 

유괴사건이 되고, 마샤는 범죄자로 낙인찍힐 뻔하지만,

가정 폭력이 원인임을 알게된 병원측의 발견으로 문제가 해결된다.

 

세상엔 참으로 많은 코끼리들이 있다.

누구도 말하지 않는 구조적인 모순들이...

그리고 그 코끼리는 참으로 크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다.

 

흥미진진한 동화와 아이들의 사고를 통해 가정 폭력의 문제를 다루는 신선한 방식이다.

 

얼마 전,

8세 여아를 폭행하여 갈비뼈 24개 중 16개를 부러뜨리고 목욕탕에 넣었다가 익사하게 만든 계모 사건도 있었지만,

아이는 때리며 가르쳐야 한다는 잘못된 상식이 한때 통념이었던 시절도 있었다.

교육적인 체벌이 아닌 폭행까지도 사랑의 매로 뒤집어씌워졌던 시절을 겪은 어른들은,

자신의 잘못인줄도 모른 채, 교육적인 폭행을 자녀에게 저지를 수 있다.

 

아픔을 열정으로 극복하는 과정이 마음을 뜨겁게 만드는 동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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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세상을 디자인하다 - 청소년이 만드는 28가지 행복한 변화
바바라 A. 루이스 지음, 정연진 옮김 / 소금창고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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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는 힘이 없다.

선거권도 피선거권도 없고,

행위무능력자로 보통 제한받기 일쑤다.

물론 10대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하여 술, 담배, 가스 등을 구매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은 옳지만,

담배 회사가 10대의 입맛을 타겟으로 신제품을 연구한다는 사실을 보면 10대는 세상의 큰 소비자로 떠올랐다.

 

우리 아이들은 ebs 교재를 구매할 자유만 누릴 수 있는가?

아이들이 이 글로벌 시대에 어떤 액션을 취할 수 있을까?

 

이 책은 세상을 바꿔가는 아이들의 행동을 보여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행동'에 앞서 '의견'을 가질 것을 가르쳐 준다.

 

세상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일단 관심을 가지고 보게 하고,

어떤 단체들이 있는지도 알 수 있게 한다.

 

청소년들이 다른 사람들을 향해 눈길을 돌리고 관심을 가진 맘으로 바라보게 가르치는 책이어서,

이 책은 가치가 크다.

 

5세 미만 아동 1000명당 사망 아동수... 한국은 맨 앞의 파란색이다. 10명도 안 된다.

시에라리온, 소말리아 등은 200명에 육박한다.

이런 것이 통계의 힘이다.

 

 

내전, 가난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폭력 그래프를 보면,

가난할수록 내전의 가능성은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진다.

 

 

이 책의 말미에 아이들이 보면 좋을 영화들이 포스팅되어있다.

일부러 찾아서 본다면, 정신적으로 성장하는 데 큰 힘들이 될 영화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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