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새 책 - 절판된 책에 바치는 헌사
박균호 지음 / 바이북스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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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 정도 되면,

애서가를 넘어서서

책을 소장하지 않고선 배기지 못하는 장서가도 넘어,

책에 탐닉해버린 탐서가 수준이 아닌가 싶다.

 

나는 책이라는 사물과 함께하는 시간이 좋을 뿐이지,

책을 쌓아두고 두고두고 애정해하는 축이 아닌 데다가

책에 남의 침이 묻었건 코딱지가 묻었건,

도서관 책이라도 냉큼 잘도 빌려다 읽는 걸 보면,

그저 애독자 수준이 아닌가 한다.

 

그나마 이렇게 리뷰를 남기는 것은

하나는 내가 읽고도 읽은줄 모를 책이 있기 때문이고,

또 다른 이유는 책에서 좋은 구절들을 기록해둘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2003년 당시 베스트셀러의 보증수표였던 느낌표에서

'우리들의 하느님'을 선정하려고 했을 때,

아이들이 자라나는 과정에 가장 행복한 시간이

도서관이나 책방에 가서 혼자 책을 고르는 순간이다.

그걸 왜 방송에서 막느냐며

프로그램 사상 처음 거부한 권정생 선생.(111)

 

난 이런 이야기에 귀가 솔깃할 뿐이지,

유명한 책들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그의 꼬드김에 낚여서

고종석의 기자들과 이윤기의 하늘의 문을 빌려다 보았다.

이윤기는 단권인데, 천페이지가 넘는다.

이번주에 보려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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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하게, 독서중독 - 낮에는 양계장 김씨로, 밤에는 글쓰는 김씨로 살아가는 독서중독자의 즐거운 기록
김우태 지음 / 더블엔(더블:엔)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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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안 읽던 30대가 갑자기,

위기감을 느끼고 자기 계발서를 읽고,

이지성과 시크릿에 빠졌다.

 

나도

서른 즈음에,

육아와 직장 사이에서 독서를 시작했던 것 같다.

아마, 자기 존재의 증명의 일환이었던 모양이다.

 

나는 주로 베스트셀러 위주의 소설을 읽었다.

하루키를 읽었고, 왕건이나 주몽 같은 책을 읽었다.

 

한국의 독서 교육은 초등학교까지 열심이다.

그리고 초등 책은 재미도 있다.

중학교 오면서 독서 교육은 <스펙> 정도의 <인문학>으로 격하된다.

대부분은 거기 관심도 없다.

오로지 국영수 학원이다.

 

이것은 조선시대 '시험 공부'와 같다.

수험서는 합격하는 순간 쓰레기가 된다.

 

윤여정이 인도네시아 발리의 한 섬에서 찍는 예능 프로가 있었다.

배경으로 바닷가 사람들을 보여주는데 몇몇은 책을 읽고 있다.

물론 그들의 책은 가벼운 페이퍼백 소설들이겠으나,

한국의 휴양지엔 책보는 사람 과연 있을까?

유럽의 공원들엔 어딜가나 책펴들고 뒹구는 족속이 많은데...

 

추리소설 같은 것을 만화와 함께 <금기시> 하던 <불량도서> 취급한 원인도 있을 것이다.

중년 중심의 인문학 열풍이랬자,

그것은 80년대 중심의 사회과학 서적 세미나의 영향일 수도 있다.

 

오로지 대학에 합격하기만을 간절히 바라는 청춘들에게

연애를 하며 여유를 가지라는 말도

책을 통해 세계와 인간을 둘러보라는 말도 할 수 없어 아쉽다.

 

책은 활자를 통해 다른 사람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하나의 도락이다.

남의 육아를 엿보고(슈퍼맨이 왔다나~)

남의 신혼을 엿보고(우린 결혼한다나~)

남의 입맛을 엿보는 먹방들과,

남의 싸움을 보며 내가 탈락하지 않는 걸 즐기는 서바이벌 방송 앞에서,

나이들고 늙어가고,

그저 사랑과 남녀, 돈과 질투가 전부인 드라마들 보며 나이들어서,

보험과 온갖 여행 상품, 가전제품 홈쇼핑 채널을 극복해 가노라면,

아주 섬세한 건강 지식으로 가득한 텔레비전 앞에서 건강염려증 노인이 되기는 싫어서

기껏 하는 일이 알록달록 등산복 입고 묻지마 버스를 타고 흔들어대는

내 나이가 어때서~ 정도를 도락으로 여기는 사회는 가엾은 사회다.

 

남녀 교제를 정학의 대상으로 삼았고,

청춘 시절을 산업의 역군인줄 알고 지냈고,

애들 기른다고 집 산다고 정신 없노라니 노인이 된 허탈한 사람들이,

국제시장 영화 앞에서 장사진을 치고,

태극기를 들고 박정희 신화를 되뇌는 세뇌로 남은 현실.

 

독서라는 즐거움을 통해

남들의 삶과 세계를 읽고,

넓은 세계를 동경하게 되는 가능성을 열어 주어야 할 터인데,

 

작가가 아이를 좀 더 키워서

독서 교육의 방향에서 같이 일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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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담가계 - 소박하고 서늘한 우리 옛글 다시 읽기
이상하 지음 / 현암사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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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담가계는 가난한 생활을 뜻하는 말이 아니다.

주자가 친구 여조겸에게 보낸 편지에서,

경서와 사서를 함께 공부하게 하는 방법에 대해,

먼저 경서에 뜻을 두게 하는 편이 좋을 듯하니,

사서는 요열하고 경서는 냉담하네.

후생들은 심지가 안정되지 못해 바깥쪽으로만 쏠리지 않을 사람이 드무니 이 점을 미리 방비해야 하네.(206)

 

사서는 사람의 이야기일 터이니 후끈 달아오르는 감정을 느끼게 하고 열정적 독서의 재미를 느낄 수 있으나,

경전을 읽는 일은 심심하고 재미없을 수 있으니 그편을 강조해야 한다는 말이렷다.

세상이 지랄같을 때는 원칙적인 책을 읽고 있을 수가 없다.

시답잖은 사람사는 이야기가 끌린다.

한국 영화가 대부분 폭력배들 이야기인데 그것이 인기있는 것도 세상이 지랄같아서인 모양이다.

 

글을 읽을 때 선입견이 아주 없기는 어렵다.

오래 연구하고 생각을 쌓아온 사람일수록 더욱 그러하다.

그래서 자기 견해에 맞는 글을 발견하면 마음이 기뻐지고

자기 추측과 다른 글을 보면 이럴 리가 없다고 고개를 젓게 된다.

자기 주장이 강한 상태에서 고전을 읽으면

자기가 고전을 보고 배우는 게 아니라

오히려 고전을 자기에게 맞추는 우를 범하고 만다.

"그렇게 하려거든 차라리 자기 생각대로 글을 쓸 것이지

무엇아러 애써 옛 성현의 책을 읽는가."(218)

 

글읽기는 어렵다.

화가 나기도 하고, 심드렁하기도 하다.

세상이 워낙 빠른 속도로 변하다 보니 옛글을 시답잖게 여기기 쉽다.

삶은 늘 그런 모양이다.

 

세상은 거대한 물결이요,

인심은 거대한 바람인데

미미하기 이를데 없는 나의 일신이

그 속에서 가물가물 흘러가는 것이

마치 작은 일엽편주가 드넓은 물결 위에 떠다니는 것과 같습니다.(주옹설, 283)

순자에

임금은 배이고 백성은 물이다.

물은 배를 띄울 수도 있고 뒤집을 수도 있다, 고 하였다.(285)

 

혼돈의 시기인 고려 후기를 살았던 권근의 주옹설은 현대에도 읽을 법한 글이다.

'설'이란 이야기를 통해 주장을 펼치는 글의 한 종류인데,

그 비유가 읽을 만하다.

 

주자는

물이 불어나면 큰 배도 자연히 뜬다고 했다.

水到船浮

이 말은 진리를 탐구하는 참된 학문의 힘이 쌓이면 애쓰지 않아도 하는 일이 절로 이치에 맞음을 비유한 말이다.(285)

 

무엇이든 자연스레 이뤄지는 일의 합당함을 비유한 말이겠다.

결국 시간이 필요하다.

물이 불어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니.

 

당 시인 백낙천은 시 한 수를 지으면

반드시 이웃 노파에게 가 물어보고 그 노파가 뜻을 알겠다고 하면 기록해두고

모르겠다고 하면 그 시를 버렸네.(244)

 

무릇, 글은 쉬워야 한다는 말이다.

자기도 잘 모르는 말을 배배 꼬아 놓다 보면,

현학적으로 보이기는커녕 원뜻에서 멀어져 버리게 마련이다.

정치가들 역시 누구나 알아듣게 하는 말이 좋은 연설이다.

박근혜처럼 한국어인지조차 모르는 말은 연설도 아닌 것이지만,

최근 안희정 지사처럼 스스로 꼬여버리는 것도 어려운 말을 써서 그렇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쉬운 이야기를 잘 했는데, 그것은 큰 능력이다.

그것은 우선 깊이 오래 생각해 본 문제라 그렇고, 줏대가 서 있어서 그렇다.

뭐 그렇지만 '대연정' 같은 문제에 있어서는 같이 꼬인 케이스니, 노파에게 묻듯, 촛불 민심에 좀 물어야 할 듯 싶다.

 

학자들은 자들을 중시한다.

자득은 '스스로 터특한다'는 뜻인데,

주자의 '자'는 독자의 자가 아니라 '자연'의 자인데

학자들은 독자의 자로 알아 자기 주장을 내세우려 한다.

즉, 자득이란 사색하여 그 이치가 저절로 드러나는 것이지

홀로만 아는 게 아니란 것이다.(241)

 

책을 읽는 일 역시 자득을 위한 것이다.

자기만 높은 경지에 올랐음을 터득하는 것이 아니라,

저절로 이치가 드러날 수준에 오르는 것.

그것이 독서의 목표로 삼을 만 하다.

책이 드물던 시절이나 요즘처럼 흔하고 흔한 시절이나 마찬가지다.

 

좋은 시는 아무렇지 않은 듯이

우리 가슴에 오래 남아 있다가

뜻밖의 정경을 만나면 이렇게 잔잔한 감동을 일으킨다.(20)

 

손석희의 뉴스가 대세가 된 것이 오래 되었다.

뉴스룸의 화룡점정은 '앵커브리핑'이라는 짧은 대목인데,

그 문학적 표현과 대사의 인용이 자못 심오하고 짜릿하다.

 

이런 것이 독서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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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만담 - 책에 미친 한 남자의 요절복통 일상 이야기
박균호 지음 / 북바이북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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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방 하나를 서재랍시고 책을 쌓아 두고 사는 사람이지만,

이 사람은 좀 심하다.

가장 큰 방을 서재로 쓰는 건 그렇다 치고, 책에 대한 사랑이 번져서 욕심이 되어버린 거나 아닌가 싶다.

 

우스개라고 하는 소리가 아내와 갈등을 빚는 듯이 쓰는 것이 좋게 들리지 않는다.

물론 진지 모드로 그 이야기를 쓰면 아무 것도 아니지만,

책을 소개할 때는 좀 진지해도 좋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우스개가 너무 많다 보니, 책이 정말 괜찮은 건지,

아니, 책을 이야기하려고 우스개를 넣은 건지, 우스개 속에 책이 묻어 가는 건지 좀 헷갈릴 정도다.

 

이사 다닐 때 책이 가장 골칫덩이다.

옷은 아무리 많아도 보따리에 퐁당 집어 넣으면 벌것 아닌 짐이 되지만,

책은 별것 아닌 것처럼 보여도, 이것이 싸고 옮기고 정리하는 일이 장난이 아닌 것이다.

 

김현의 행복한 책읽기도 2015년 새판형이 나와 다시 읽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분명 1992년에 나온 초판보다 모든 면에서 가독성이 뛰어나지만

어쩐지 김현의 향기가 구판보다 덜 느껴지는 희한한 경험을 했다.

김현의 저작은 눈이 좀 아프더라도 누런 구형 종이 위에

오밀조밀 박힌 글씨로 읽고 싶다는 욕구를 느낀 것이다.(33)

 

이건 나도 그렇다.

김현이나 법정 스님의 책의 경우, 옛날 판형이 더 익숙한 느낌이랄까.

 

젊은 날의 초상, 변경, 태백산맥, 장길산 정도만 곱씹어도 짧은 인생이다.

인터넷과 게임 그리고 알바 세대가 쓴 작품이 내가 곱씹어 읽을 정도로 공감과 추억을 줄 리가 없다.(58)

 

나는 그와 이런 지점에서 생각이 다르다.

'알바' 세대는 엄연히 새로운 세대로 자리잡고 있다.

그들의 호흡이 있고, 그들의 사고가 있을 수밖에 없다.

물론 장길산, 태백산맥이 명작인 것은 분명하지만,

장강명의 '알바생 자르기'나 천명관의 '퇴근' 같은 작품이 오히려 현실이 된 것을 부정할 순 없다.

최은영의 '쇼코의 미소'나 황정은의 '나나와 나기'의 세대가 들려주는 목소리가 장길산이나 태백산의 유장한 가락과 다르다고 해서 부정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이 책을 읽다 보면 같이 읽고 싶은 책을 많이 만나게 마련이다.

그런데 그의 이야기가 너무 산만해서 책에 대해 집중하기 힘든 것이 이 책의 단점이라면 단점이다.

물론, 이런 개그풍을 좋아하는 사람은 또 다를 것이지만...

 

'쿨한 남자 김갑수의 종횡무진 독서 오디세이'라는 부제를 가진 <나의 레종 테트르(존재의 이유)>라는 책을 읽고 싶었다.

 

닮고 싶은 문체로 김현의 '행복한 책읽기'를 숭배해 왔는데,

김갑수의 글은 배우고 싶다기보단 통째로 외우고 싶은 욕구가 인다.(235)

 

최고의 찬사일 것이다.

내가 쓸데없이 고루한 인간이기도 하겠지만,

조금 진지한 어투로 서평집을 냈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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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균호 2017-02-22 12: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독서만담>의 저자 박균호 입니다. 소중한 의견 정말 감사합니다. 서평이 하도 주옥 같아서 자꾸만 되새기게 됩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십시요.

글샘 2017-02-22 22:46   좋아요 2 | URL
허걱, 허섭한 글에 작가가 오시다니~ 영광입니다. ^^
주옥 같아서...는 설마 비속어는 아니겠죠? ㅎㅎ
더 좋은 책 많이 소개해주시길~~

[그장소] 2017-02-22 17: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혼자의 느낌이지만 책을 모시고(?) 사는 책애정자들에 자세에 대한 가벼운 훈수 ㅡ쯤으로 읽었는데요 .
말 그대로 만담 ㅡ ^^ 글샘님 말씀도 공감 하게 되네요!^^

글샘 2017-02-22 22:47   좋아요 2 | URL
네, 만담인데 제가 넘 진지했나... 싶네요. ^^

[그장소] 2017-02-23 01:27   좋아요 0 | URL
나쁘다는게 아닌거~^^
이건 비밀인데( 응?) ㅡ 저자분을 이렇게 이름으로 대면하기전 , 블로그에 저도 똑같이 시비아닌 시비를 막 ... 그랬거든요? ㅎㅎㅎ

 
집 나간 책 - 오염된 세상에 맞서는 독서 생존기
서민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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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에서 마태우스로 활동하는 서민의 서평집.

 

서평들을 세 파트로 나누었는데,

그 갈래가 제법 멋지다.

 

1장 사회 - 무지에서 살아남기

2장 일상 - 편견에서 살아남기

3장 학문 - 오해에서 살아남기

 

이 제목들을 다시 조합해 보면,

편견으로 가득하고, 무지를 조장하며, 오해로 점철된 사회에서 책을 읽는다는 일은 어떤 의미인지를

은연중에 드러내는 글들이다.

 

그는 대학 교수이자 여러 권의 책을 낸 지식인이다.

이런 서평집들의 한계가 알량한 <중립>의 가치를 존중한다는 것인데,

'달리는 기차에 중립은 없다'는 말처럼,

이 미쳐돌아가는 기차같은 현실에서 '중립'을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한쪽의 주장만 줄곧 외치는 애꾸눈에 귀머거리 언론을 앞에 두고

언론의 공정성을 말하는 것이 헛소리인 것이나 같다.

뒤집어진 배에서 승객을 구하기 위해 5백 명이 넘는 구조대가 급파되었다고 거짓을 나부대는 앵무새에게

중립이라고 칭찬하는 것처럼...

 

'집나간 책'이란 제목이 팔리기 좋은 제목은 아닌 듯 싶다.

그렇지만 '서민'이란 이름이 이미 하나의 '환유'가 되어버린 듯.

'환유'란 어떤 말을 들으면 어떤 속성이 떠오르도록 자동화되어버린 걸 일컫는데,

서민의 서평은 재미있고, 반어가 그득하며, 결코 중립의 거짓을 뒤집어쓰지 않는다는 것.

 

아픈 사람의 편에 가까이 가는 것이 '중립'이라고 말한 외국인 교황에게 사람들이 감동하듯,

이 땅에서는 '중립'을 '빨갱이'처럼 여긴다.

그냥 권력자들의 소리에 귀먹은 듯, 눈 먼 듯 살아야 한다는 듯이...

 

특목고 해체를 주장하고

교사가 장관이나 국회의원을 하면서도 사직을 안 하는 풍토가 잘못되었다고

통렬히 지적하는 보수라니, 정말 멋지지 않은가.(235)

 

이 나라가 워낙 독특한 나라니 그렇지,

교수나 교사들은 원래 보수적인 가치를 전수하는 위치에 놓인 사람들이다.

건전한 보수와 보수를 참칭하는 노론-친일-권력자들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은 역사의 한계다.

 

인정이 부족한 환경에서 자란 아이는

상대가 누구든 가리지 않고 인정받기 위한 행동을 계속하게 된다.(167)

 

이 말은 '모두에게 사랑받을 필요는 없다'는 책에서 인용한 구절인데,

이 사회가 인정이 부족한 사회가 되어버렸음을 원인으로 하여,

인정받기 위한 행동하기가 체화되었음을 설명하는 데 유용한 말이다.

한국 사회에 만연했던 공포는 인정받지 못함 = 죽음의 등식이 성립하는 현대사에서 왔던 것이다.

 

민주주의는 최선의 인물이 권력을 장악해 최대의 선을 실현하도록 하는 제도가 아니라,

최악의 인물이 권력을 잡아도 악을 마음껏 저지르지 못하게 하는 제도.(유시민, 나의 한국현대사, 163)

 

삼국지에서 왕들이 부모보다 두려워했던 것은

다리가 하나 없는 존재들(십상시, 내시들)이라고 했던 말이 등장한다.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라는 나무라고 했다는데,

이 땅의 민주주의는 씨앗만 뿌려졌을 뿐,

떡잎이 누렇게 찌들어가는 것 같다.

싹수가 노랗다...는 말처럼...

 

인물보다 체제가 말하는 사회가 되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인지, 물갈이가 필요할 것인지,

더 살아 보아야 할 노릇이다.

 

서민의 책은 재미있다.

그리고 누구나 읽기 쉬운 책들을 많이 소개한다.

그렇지만 세상의 흐름이 혼탁해 지는 것을 꼬집는 데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가 미녀 아내와 사는 일에 만족하고 아이를 낳지 않는지도 모른다.

그의 건필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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