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의 이매진>을 리뷰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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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의 이매진 - 영화와 테크놀로지에 대한 인문학적 상상
진중권 지음 / 씨네21북스 / 2008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컴컴한 계단에 앉아있는 사람들은 모두 한 방향을 응시한다.
더런 공포에 휩싸여 눈을 가리기도 하고, 더러는 손을 꼭 잡은 옆자리에게 꼭 붙는다.
어떤 공간에선 눈물을 주룩주룩 흘리기도 하고, 폭소가 터지기도 한다.
모두 하얀 스크린을 바라보고 거기 비친 그림자를 보면서 일어나는 일이다.
영화를 본다...는 사건에 대해서 국외자의 입장으로 그 장면을 본다면 참 연구 대상이 아닐까 싶다.
디지털적 상상력이 가장 활발하게 펼쳐지는 공간이 바로 테크놀로지의 세례를 받은 영화란 장르가 아닌가 하는데...
존 레넌의 이매진...이란 노랫말 속에선 '신화적 세계'의 원초적 감흥이 느껴진다면...
진중권의 이매진... 속에선 온갖 디지털적 테크놀로지로서의 컴퓨터 그래픽적 측면을 온갖 철학적 잣대를 이용해서 현란한 말솜씨로 쪼개 놓는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영화를 감상한 한 인간을 만나기 보다는, 영화를 환원주의reduction적 입장에서 갈갈이 쪼개는 통합되지 못한 이미지만을 만날 수 있었다.
영화란 것은, 결국 자잘한 화소들로 이루어진 스틸샷들이 1초에 스물 몇 장 인간의 망막에 속임수를 일으켜 대뇌 피질에서 이야기들이 진행된다고 통합하여 느낄 수 있도록 꾸미는 작업인데도...
그것들을 통합하여 이야기하기보다 쪼개서 바라보는 관점에 더 초점을 맞춘다면... 영화의 재미는 더한다기보다, 반감될 수도 있을 것이란 게 내 생각이다.
물론... 진중권처럼 영화를 진중하게 바라보지 못하는 나는, 영화를 보고 나서도 도대체 뭔 생각으로 만들었는지... 모르는 때도 많다. 하긴, 나더러 돈 줄테니깐, 영화를 몇 번 보고는 그 영화에 대한 글을 뭐라도 만들어 내라고 한다면... 나도 온갖 분석의 틀을 들이대면서 이야기를 짜낼 수밖에 없겠지만 말이다.
제목에서 인문학적 상상이라고 붙인 부제가, 이매진과 딱 맞는 짝이 아니란 생각이 계속 든다.
물리학에서도 불교적 인과론과 상의론, 관념론적 개념을 빌려 통합적 사유를 전개하는 이유가 환원주의의 극복에 있다. 영화를 분석하는 틀도 조금 더 '고전적 사유의 형식'을 빌렸더라면... 그 전개 양상의 테크놀로지에 집중하는 것보다 풍부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
그렇다고, 이 책에서 모든 관점에서 디지털적 관점을 들이대는 것도 아니다. 좀 과도하다는 생각이 드는 거지. 아, 어쩌면... 디지털 관점보다 더 흔하게 그가 들이대는 '과도한 외국어'의 남용이 독자를 낯설고 환장하게 만드는 책이란 생각을 하게 하는지도 모르겠다. 아니, 모르는 게 아니라... 그렇다.
외국어를 들여다 쓸 때는, 적어도 이런 대중을 상대로하는 서적이라면, 최대한 상세한 설명을 가져다 대야 하는 건데... 진중권이 이 책에선 좀 친절하지 않다. 과도하게...
명백한 오류 하나... 194쪽의 27(33), 625(54)라는 제곱수... 3의 3승과 5의 4승을 이모양으로 썼다.
이 책은 한참 바쁜 학기말에 알라딘의 선물로 받은 책이다.
이 책을 권하고 싶은 사람... 영화를 좋아하고 많이 보신 분...
이 책과 함께 읽으면... 좋을 책, 글쎄, 내가 영화엔 별로니... 이왕주 교수의 철학, 영화를 캐스팅하다...는 정말 재밌게 읽었다.
이 책의 가장 인상적이었던 구절... 242쪽, 전설의 피아니스트...
어디서 얻지?
뭘?
음악적 영감...
저기 저 여자 보이지?
순간 경쾌하던 연주가 비장한 선율로...
틀림없이 젊은 정부와 짜고 남편을 죽였을 거야... 아, 피아노를... 다시 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