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년에 쓴 교단일기를 꺼내 보았다. 

첫 제자를 가져보겠다는 맘으로 6학년에 지원했었다. 

요즘은 일기 검사가 인권침해라는 해석이 있어 일기 검사도 조심스러워 일 주일에 한 편만 쓰게 하지만. 

그 때는 매일매일 쓰게 하고 검사했다.

나도 교단일기 쓸 테니 너희도 열심히 써라 그랬는데...

두꺼운 일기장 한 권이 소중한 보물로 남아있다. 

그 이후 알라딘 서재에 교단일기를 가끔 썼지만, 볼펜으로 쓴 일기는 그 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일기 써서 아이들 사인 댓글 받고 그랬던 흔적이 보이니 기분이 묘하다. 

일기를 뒤적여 보니 그 때 44명을 가르쳤다. 지금 24명인데 많이 줄었다. 

그때 아이들이 이제 30대 중반을 넘었다. 다들 아이의 엄마, 아빠가 되었다. 이제 곧 학부형이 될지도...

아이들이 직장 생활을 하고 결혼할 때까지 가끔 소식을 주고받았는데, 어느 순간 소식이 끊어져 버렸다. 

무소식이 희소식!


일기에는 온통 바쁘다, 힘들다는 이야기 뿐이었다. 

재미있는 에피소드들 있을까 싶어 살펴봤는데, 그때 별로 재미없었나 보다. 

기록이 아닌 기억에는 엄청 재미있는 일들이 많았는데... 이상하다. 


일기에는 내가 얼마나 서툰 교사였는지 고스란히 기록이 남아있다. 

경험 없는 선생 밑에서 아이들이 정말 고생했겠구나 싶다. 

그래도 그때 아이들이 나를 가장 좋아해 주었던 거 같다. 

첫 정이라 더 그렇게 느껴지는 듯. 


문집도 뒤적뒤적 살펴봐야겠다. 


기억 속에서 아이들 떠올려 보며 그들의 행복을 빌어 본다. 

나도 이제 나이 들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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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사리를 기억해 사계절 저학년문고 71
유영소 지음, 이영림 그림 / 사계절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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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2009년 1월에 나왔던 홍선주 그림의 <<불가사리를 기억해>> 동명 작품에서 어린 학년 아이들을 위해 두 편의 이야기를 가려 새롭게 엮었다고 한다. 

기억을 되짚어 보니 책이 나올 2009년 당시 사계절에서 이야기 속 작품 한 편에 대한 뒷이야기 지어보기 이벤트가 있었고, 그 이벤트에 참여하느라 처음으로 머리를 꽁꽁 싸매고 창작이라는 걸 해 보았던 게 생각이 났다. 그 흔적을 찾아보려고 카페를 기웃거려 봤지만, 그때 내가 뭐라 썼는지 찾을 수가 없어 아쉽다. 

'불가사리' 이야기는 초등학교 2학년 교과서 수록 동화다. 

이 책은 결말에서 조금 더 나아가 새로운 이야기가 덧붙여져 있다.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으면서 '이런 책도 있단다.'라며 이야기를 확장해 준다면 뒷이야기를 상상해 보려는 마음을 조금 더 복돋워줄 수 있을 거 같다. 

교과서 공부를 할 때 아이들과 함께 유토를 이용해서 '불가사리' 만들기를 하니 무척 재미있어 하던 기억도 난다. 

밥알 한 알 한 알 만들어서 그걸 다시 뭉쳐서 불가사리 만들던 그 때 그 꼬맹이도 벌써 중학생이 되었다. 


자기를 만들어 준 아주머니를 잊지 않은 불가사리와 달리

아주머니는 불가사리 덕에 전쟁터에서 살아 돌아온 남편과 알콩달콩 사느라 불가사리를 잊었다. 

그 사이에 아이까지 태어나고 보니 아주머니의 마음 속에 불가사리의 자리는 더더 없어졌다. 

어느 날 아주머니를 그리워 하며 아주머니 앞에 나타난 불가사리가 나타난다. 

불가사리를 바라보는 아주머니의 마음은 

기쁨, 반가움, 감격이 아니라 놀라움, 두려움이었다. 

아주머니의 어린 아들 차돌이는 불가사리를 보자 반가운 마음에 달려들어 자기를 태워 달라 한다. 

아이의 엄마, 아빠는 혹시 불가사리가 아이를 해치는 것은 아닐까 걱정하게 된다. 

아이를 내려 놓으라며 차돌이 아빠가 휘두르는 작대기를 맞으며 눈물을 흘리는 불가사리.

"아줌마! 나는 참말로 아줌마가 보고 싶었어요."라고 말하는 불가사리. 

우리가 불가사리처럼 잊고 사는 것은 무엇일까?

아주머니가 불가사리를 기억해야 하듯

우리가 잊지 말고 기억해야 할 것들은 무엇일까 가만히 되짚어 본다. 


두 번째 이야기인 <산삼이 천 년을 묵으면>은 욕심이 과하면 화를 불러온다는 걸 이야기 한다. 

게으른 농부는 손쉽게 산삼을 찾고 싶어 산삼이 아이로 변한 메산이를 찾기로 한다. 

다행히 메산이를 찾아 메산이에게 장에 가서 국수를 사 주며 인심을 쓰고, 

메산이 따라 산삼이 많은 곳에 이르게 된다.

메산이는 이 중 딱 하나만 캐라고 하고, 그 중 가장 큰 것은 가져가서는 안 된다고 한다. 

이 아저씨 눈앞에는 메산이일 것이 분명한 가장 큰 산삼, 즉 천년 묵은 산삼이 있다. 

그걸 을 포기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덜컥 욕심을 낸다. 

그 다음은 천둥 소리와 함께 메산이의 눈물을 만나게 된다. 

자신의 잘못을 빌어봐도 소용이 없다. 

그 뒤 농부는 자리에 눕게 된다. 

다행히 농부에게는 마음 고운 아들이 있었다. 

아들도 메산이를 만난다. 

그리고 메산이의 당부를 듣는다. 

아들은 메산이의 말을 따랐기에 아버지의 병도 고치게 된다.

우리는 마음씨가 고와야 한다는 걸 잘 알고 있는데 

세상을 살다보니 고운 마음만으로 살다간 세상살이 손해보는 거 같아 맘이 편치 못하다. 

양보하면 나만 손해 보는 거 같다. 

맘 고운 아이들에게 욕심보다는 양보가 더 큰 복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걸 꼭 가르쳐 주고 싶다. 

이 이야기를 읽으며 어린이들이 더 고운 마음으로 자라기를 바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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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 2021 화이트레이븐스 선정 글로연 그림책 17
이소영 지음 / 글로연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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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그림책이다. 

그림의 색감도 마음에 들지만, 

더 마음에 드는 것은 

책을 읽노라면 

세상의 어두운 면이 아닌 밝은 면을 바라보게 도와준다는 것. 

지금,

덥다!

그래도 이 책 읽으니 조금 시원해 지는 느낌.

여름이라는 단어 뒤의 쉼표가 턱턱 숨이 막히는 이 여름을 이겨내게 도와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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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의 집이 반으로 줄었어요 - 채인선×김진만의 환경 다큐 그림책
채인선.김진만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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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끌함을 표지 질감에서 느껴본다. 

앞부분은 채인선 작가의 목소리로

뒷부분인 황제펭귄의 생태에 대한 것은 김진만 피디의 목소리로 들을 수 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남극 황제펭귄의 삶의 터전이 위협받고 있다. 

그림 아닌 사진과 이야기가 만난 거라 더 실감이 난다. 

황제펭귄의 부성애에 감탄을 하게 된다. 

황제펭귄의 삶의 터전이 위협 받지 않도록 하나씩 노력해야 하는데, 점점 마음이 무뎌져 간다. 

애쓰는 사람들의 수보다 더 많은 이가 무덤덤하게 생활하다 보니 자연이 회복되기 힘든 거 같다. 

책을 읽으면서 나의 태도도 다시 한 번 반성하게 되지만, 

오늘도 넘쳐나는 일회용품을 분리배출하는 거 말고는 딱히 자연에 도움 되는 일은 못한 거 같다. 

펭귄의 집이 반으로 줄었다니 더 이상 줄지 않도록 인간이 참으로 많은 노력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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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나무 작은 곰자리 51
에밀리 하워스부스 지음, 장미란 옮김 / 책읽는곰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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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핏 <<나무를 심은 사람>>이 생각난다. 

책읽는곰 출판사 책은 항상 기대하며 펼쳐보게 된다. 

마지막 나무가 첫 나무가 된 이야기다. 

아이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이야기.

마을 사람들은 나무가 주는 다양한 이로움을 헤아리지 못하고 그 중 한 가지의 기능만을 취한다. 

나무를 이용해 생활에 필요한 것 만들기!

나무를 베어 집을 짓고, 그늘막을 만들고 울타리를 만들고...

볼품 없는 나무 하나만을 남기고 모두를 베어 버린다. 

나무가 사라지고, 서로에 대한 따사로운 마음도 사라졌다. 

행복하던 마을이 인정머리 없고 삭막한 곳이 되어 버렸다. 

이웃의 간섭을 막기 위해 마지막 나무를 베어 창문을 막으려고 아이들을 보내지만 아이들은 마지막 나무를 베는 대신 

울타리를 하나씩 걷어낸다. 

울타리 넘어 남아 있는 마지막 나무는 어른들에게도 옛 일을 떠오르게 한다. 

어른들은 아름다웠던 시절을 그리며 다시 씨앗을 가려 심고 나무를 키우게 된다. 

아이들과 함께 숲이 자란다. 

이것이 마지막 나무가 첫 번째 나무가 된 이야기다. 

그림과 함께 보면 마음이 따뜻해 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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