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동안 책벌레 모임이 없었는데, 개학을 하고 보니 또 다들 바빠서 모임이 한 달 뒤로 연기될 위기에 놓였다. 한 번 모임을 빠지면 훌쩍 한 달이 되어 버린다.

그래서 낸 묘책이 토요일이 아닌 금요일로 모임을 바꾸어 보는 것.

이 모임이 왜 이리 기다려지는지!

내가 가진 이야기를 맘껏 할 수 있고, 다른 분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를 다시 채울 수 있어 더욱 좋다.

이번 모임에서는 두 가지의 선물을 받았다.

여름 방학동안 독서 연수가 진행되었는데, 나는 이미 맛 본 연수들이라 가지 않았지만 모임 선생님 대부분은 이 연수에 참여했다. 그 연수에서 소개받은 책을 한 권씩 사면서 연수에 오지 않은 회원들이 생각나서 샀다며 3권의 책을 사 오셔서 나누어 주셨다. 저자 중 한 분이신 조의래 선생님 강의에서 구한 책인 것 같다. 선생님께서 창의인성넷에 올려두었고, 각 학교에 배부 된 좋은 자료가 있다고 하셔서 그 사이트에 들어가서 모두 출력해서 제본 할거라고 준비해두고는 아직 제본을 못한 자료가 있는데 그 내용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독서지도를 할수록 느껴지는 것 중 하나가 즐겁게 책을 읽어야 한다는 거고, 놀이로 접근해가면 아이들이 좋아하더라는 건데, 그래서 나의 독서지도 방향도 '즐거운 책읽기'로 정해 두었는데, 이 책은 그런점에서 매우 활용도가 높을 책이다. 방학 동안 저, 고학년 하루씩 잡아 독서교실을 할 생각인데, 그 때 하고 싶은 놀이가 이 책에 들어 있어 접어 표시를 해 두었다. (웬만해서는 책 안 접는데, 과감히 접었다.)

 

세계팝업아트 전

또 하나의 선물은 월석 아트홀에서 열리는 세계팝아트전 초대권이다. 4인가족 함께 갈 수 있는 초대장을 나 줄거라고 가지고 오신 언냐! 기대가 된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관한 작품이 멋지던데, 직접 볼 수 있다니 신 난다.

 

 

 

 

 

9월은 독서의 달, 각 학교에서는 독서 행사가 열리고 있는데, 다양한 이야기들이 있다. 그 중에는 참 좋은 이야기도 있지만 행사를 멋지게 하고 싶은 선생님과 뭐 그런 데에 시간을 투자하냐고 마땅찮아 하는 선생님들이 계셔서 속 상헀던 이야기도 주고 받았다.

 

계발활동을 이끄시는 조**선생님의 이야기를 듣고 우리 모두 한 시간 수업을 그리 꾸며 보면 참 좋겠다 생각했다.

말썽꾸러기 남학생들이 대부분인 교실, 축구부, 배드민턴부와 같은 운동부에 가고 싶어 열심히 가위바위보를 했으나 지는 바람에 갈 곳 없어 선택한 그림책 읽기부에서 그들이 느낄 인생역전(?! ㅋ~)

Q. 너희들은 죽음이라는 것이 뭐라고 생각하니?

이 질문으로 수업을 여셨다고 한다. 불교의 윤회를 설명하시면서 잘 살면 다시 사람으로 태어날 수 있다는 이야기도 해 주셨단다.

이 책을 나도 읽었는데, 이 책이 이리 매력있는 책인지 몰랐다.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고서 다시 한 번 읽어봐야겠고, 이 책으로 이야기를 풀어보면 아이들을 조금 더 착하게 살도록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어주다 보면 호랑이의 전생을 들여다 보는 장면이 나온다. 그 첫 이야기가 <<해와 달이 된 오누이>>에서 해코지하는 호랑이 이야기다. 아이들에게 이 이야기를 아느냐 물으니 뭐라뭐라 이야기는 하는데 정확하게는 모르더란다. 그래서 미리 준비하신 이야기책을 읽어 주셨다고 한다.

 

 

바로 이 책을 읽어주셨는데, 아이들이 느끼기엔 조금 생소한 대목들이 나온다. 호랑이가 팔 하나 달라, 다리 하나 달라... 하는 것과 세 번째 아이가 나오고, 호랑이가 그 아가를 잡아서 오누이 있는 곳에서 오독오독 씹어 먹는 이야기까지.

 

파주에 갔을 때 독서 연수 받던 선생님들이랑 함께 강승숙 선생님이 소개해 주신 이 책을 샀었는데, 책의 내용은 이 책과 비슷한 것 같다. 나는 이 책이 있으니 이 책을 이용하면 될 것 같긴 한데, 그림이 다르니 사계절의 책도 많이 탐이 난다.

 

 

 

 

 

나쁜 짓을 한 것이 탄로 난 호랑이가 간 곳은 지옥인데, 그 지옥의 모습이 무척 생생하다. 아이들은 그림 속에서 지옥에 와 있는 백설공주 계모와 놀부 등을 찾는다 하니 그림을 하나하나 살펴보는 재미가 독특한 책인데 너무 대충 보았었구나 반성이 되었다.

 

한 번 더 삶의 기회를 얻은 호랑이가 태어나서 산 삶은 '효자 호랑이' 이야기다. 그 대목이 나왔을 때도 한 번 더 책을 읽어주셨다고 한다.

선생님이 읽어주셨던 책은 첫 번째 책.

 

 

 

 

 

 

 

 

 

 

이야기 중간중간 지옥의 모습을 상세히 설명 해 주시고, 죽어서 다시 태어날 수 있는 모습에 대해서 이야기 해 주시니 책을 싫어하는(?) 그 남학생들의 눈빛이 달라지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할까를 고민하는 모습이 무척 진지하더라고 말씀 해 주셨다.

 

이 책을 읽어주신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일기 숙제를 내 주셨는데, 1학년 아이들에게 자기 이름에 들어있는 뜻을 부모님께 여쭈어 보고 적어보라고 하셨다고 한다. 아이들이 자기 이름의 뜻을 잘 모를텐데, 이 이야기를 읽으면 자기 이름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겠다.

 

 

 

 

 

 

 

 

이 이야기의 마지막 부분에 두 아이가 쓴 방귀에 관한 시를 보고서 아이들에게 시를 지어보라고 했더니 재미난 이야기가 많이 나오더라 이야기 해 주셨다.

 

 

 

 

 

 

또 어느 교실에서는 아침 모임 시간에 아이들이 책을 소개해 보자고 의견을 내서 그렇게 하고 있다고 한다. 한 아이가 책의 주제를 말하면 다른 아이들이 제목을 맞히는데 잘 못 맞히는 경우는 다섯 고개 퀴즈로 넘어가서 질문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친구들끼리 소개한 책을 다시 골라 읽을 수 있는 이런 교실, 너무 멋지다.

 

난 이런 책을 소개 드렸다.

 

 

 

 

 

 

올 여름에 읽은 최고의 책이 가부와 메이 시리즈라고 했더니 요즘 도서관에서 없어서 못 빌려볼 정도로 인기가 많은 책이라고 이야기 하셨다. 나는 보지 않지만, 요즘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주군의 태양'에 이 책이 등장하는 바람에 드라마를 즐겨보는 아이들이 도서관에서 이 책을 찾다가 대출중이라 안타까워하는 장면을 여러 차례 목격하셨다고 한다. 우리 도서관에도 홍보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팍 들었다. 

 

 

모르스샌닥의 <<거인들이 사는 나라>>를 읽어주시고는 이번에 나온 그의 책 <<범블아디의 생일파티>>를 사서 소개만 해 주신 선생님은 공부 모임 때문에 들고 간다고 했더니 아이들이 절대로 들고 가지 말라고 해서 칠판 앞에 세워두고 오셨단다. 어차피 토, 일요일에 학교에도 없을 녀석들이 선생님이 책을 가져가지 못하도록 한 것은 월요일 아침 일찍 교실에 와서 그 책을 보고 싶다는 계산일테고, 우리는 그 모습에 무척 흐뭇해 했다.

 

1학년 교실에서 아이들이 쉬는 시간에

"티키티키템보 노사렘보 차리바리 루치 핍페리 펨보-김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존 패트릭 노먼 멕헤너시-시리동동 거미동동"을 소리맞춰 되뇌인다니 참 기쁘다. 책을 가지고 놀고 있다는 것 아닌가! 멋모르고 시작한 공부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느껴지는 아이들의 변화와 그 변화를 읽고 선생님께 감사하다고 전하는 학부모님들을 보면서 우리들의 마음은 더욱 따뜻해졌다. 함께 모여 공부하는 것으로만 끝나지 않고 아이들에게 적용해 보니 더 좋다. 때마침 전교조에서 넉넉한 독서교육 연수를 마련하셔서 좋은 강사님들을 많이 모시고 와 주셔서 우리 모임의 선생님들은 내가 오랜 시간 걸려 한 공부를 초고속으로 하실 수 있어 그 또한 다행이다. 아이들의 변화를 보며 가슴 뜨거웠던 나의 이야기가 이제는 우리 모임의 선생님들의 이야기가 되고 있다. 뿌듯~

 

방학동안 좋은 연수에 다녀오신 선생님들께 추천받으신 책들 소개를 부탁드렸더니 다음의 책을 알려주셨다. 도서관에 책 살 때 참고를 해서 사야겠다. 

 

 

 

 

 

 

 

이 중 마지막 책인 <<힘내세요 아빠>>에는 별표를 쳐 둔다. 아이들과 활동해 보면 재미있을 것 같다.  

 

그리고 방학 숙제로 내 드린 <<영국의 독서 교육>>을 읽고 정말 많은 생각을 하셨다면서 앞으로 이런 내용의 책들을 함께 읽어나갔으면 좋겠다 하셔서 책 3권을 선정해 드렸다.

 

 

 

 

 

 

 

 

 

 

 

 

 

만나는 사람에 따라 삶의 질이 달라진다고 하더라며 고마움을 전하시는 선생님들께 더 많은 것을 얻고 있는 내가 오히려 감사드린다고 하면서 우리는 서로 토닥토닥~

해 보고 싶은 활동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신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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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남매맘 2013-09-17 2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페이퍼 보니 아직도 모르는 책들이 참 많군요.
조의래 선생님 글씨체가 시원시원하군요. 이번에 새 책 나왔다는 소식 접했어요.
저도 지난 여름 이 분 연수 듣고 참 초등계에 별 같은 존재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도 애들 때문에 <주군의 태양>가끔 보는데 <가부와 메이>시리즈가 거기서 나오는군요.

희망찬샘 2013-09-22 22:39   좋아요 0 | URL
콩닥콩닥 신명나는... 읽고 있는데,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이 많이 있습니다. 책읽기는 즐거운 것, 신명나는 지적 유희! 그 즐거움을 향하여!!!
 

지난 금요일 한 여학생이

"저, 선생님~" 하며 나를 불렀다.

사연인즉슨, 6학년 국어교과에 면담이 나와서 과제를 하여야 하는데, 나를 면담하고 싶다는 거다.

자기 꿈이 초등교사이자, 작가가 되는건데 동생 말을 들어보니 (동생이 우리 반이다.) 내가 그 둘에 해당되더라는 것. 자기가 꿈꾸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며, 월요일에 시간을 좀 내 달라고 한다.

작년에 아이들에게 과제를 내 주고, 그 과제 안 해 와서 애를 먹었던 기억이 새삼스럽다.

교과서에는 교장 선생님 면담이 예시로 나온다.

보통의 아이들은 부모님을 면담한다.

동생편으로 질문지를 먼저 보냈다.

 

1. 세상엔 많은 종류의 직업이 있습니다. 지금 선생님의 직업은 초등학교 교사겸 작가이십니다. 어릴 적에도 꿈이 동일하셨나요?

교사가 처음 되기로 맘 먹었던 시절로 되돌아 가서 이야기 해 주었다. 역할 모델이 되어 주셨던 초등학교 5학년 때 담임 선생님을 추억해 보았다. 육아일기나 교단일기 쓴 걸 가지고 자비 출판이라도 언젠가 해야지 맘 먹긴 했지만, 작가가 된 것은 우연히 찾아온 기회였음을 이야기 해 주었다. 책을 내긴 했지만 작가라는 말은 이른 것 같고, 아이들의 생활을 담은 동화를 써서 진짜 작가가 되고 싶은 꿈을 가지고 있다고 이야기 해 주었다.  

2.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하나요?

이런 우연한 기회가 그냥 주어진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해 주었다. 살다보면 만나게 되는 아주 특별한 기회라는 것이 있다고 하던데, 그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만 온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책을 많이 읽고 그 책을 가지고 독서 지도를 하면서 아이들과 함께 책과 관련한 많은 이야기를  가지게 되다 보니 이런 책을 짓게 되었던 것. 

3. 제가 듣기로는 선생님께서 독서교육에 관한 책을 쓰셨다고 들었는데 제목이 무엇입니까?

도서관에 있으니 한 번 찾아 읽어보는 것도 좋겠다고 이야기 해 주었다. 내가 가르쳤던 우리 반 아이들도 이 책을 많이 읽었으니 친구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또래 친구들이 책을 사랑하게 된 과정이 담긴 글이니 말이다.

4. 혹시 현재 쓰고 있거나 쓰실 계획이 있는 책이 있습니까? 있다면 내용 조금만 들려주실 수 있으신지요?

현재 쓰고 있는 것은 없지만 쓴다면 <<양파의 왕따 일기>>같은 왕따 문제를 댜룬 이야기를 적고 싶다. 글을 쓰기 위한 어떤 훈련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 하고도 있다.

5. 저는 선생님처럼 초등학교 교사겸 작가가 되는 것이 꿈입니다. 선생님처럼 초등학교 교사 겸 작가가 되려면 제 나이 때는 무슨 노력을 더 많이 해야 할까요?

우선 교사가 되기 위한 꿈을 먼저 이루는 것을 과제로 삼아야 할 거니까 지금도 성실히 잘 하겠지만 열심히 공부해야 할 것. 가르치는 이가 더 많이 아는 것은 배우는 이를 위한 배려가 아닐까.

그리고 지금부터 책을 열심히 읽어야 한다. 그냥 읽는 것이 아니라 즐겨 읽어야 한다는 것을 명심할 것. 즐기는 책읽기를 하면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으니까.

6. 선생님은 지금 하시고 있는 일에 만족하십니까?

Yes!!!

7. 마지막으로 선생님으로서 사는 것의 매력과 작가로 사는 것의 매력에 대해 한마디로 표현해 주시겠습니까?

작가로서의 매력을 말할 정도의 작가로서의 지위를 가지고 있지 않아 답변이 곤란.

그러나 교사로 사는 것의 매력은 날마다 새롭다는 것. ㅎㅎ~

 

면담을 다 마친 후, 길어진 이야기 때문에 동영상 촬영 시간이 길어 과제 발표하는데 선생님이 길다고 뭐라 하시겠다고 하니 친구들이 들어도 너무 좋을 이야기라서 다 들려줘도 참 좋을 것 같다고 이야기 한다. 그리고 다음에 선생님을 또 찾아와도 되냐고 이야기한다.

예쁜 아이 하나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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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치 2013-09-10 1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6학년 학생이 벌써부터 이렇게 꿈에 진지하고 노력하고 있다니 대견하네요.
이런 멋진 학생의 인터뷰이가 되시다니, 희망찬샘 님도 멋지십니다 ^^

희망찬샘 2013-09-10 16:08   좋아요 0 | URL
키치님 안녕하세요. 그러게요. 저도 깜짝 놀랐답니다. 어디선가 나타난 혜성같은 그녀에게 감동한 하루였습니다.

수퍼남매맘 2013-09-10 16: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이렇게 서면으로 먼저 질의를 해 온 아이라면 분명 꿈을 이루리라고 봅니다.

희망찬샘 2013-09-10 16:53   좋아요 0 | URL
교과 과정에 그렇게 하라고 되어 있긴 한데요, 저도 작년에 지도를 해 봤는데, 그대로 실천이 잘 안 되더라고요. 정말 야무지더라고요. 촬영기사까지 대동하고서 아주 똑 부러지는 소리로 이야기 하는데... 이 아이는 무언가를 해 내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자라다 꿈이 바뀔 수도 있겠지만, 자신의 꿈을 위해 체계적으로 무언가를 이루어 나갈거라 믿어요.

순오기 2013-09-10 2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야무진 학생이네요!@@
인터뷰도 당하시는(?^^) 명사 선생님~ 멋지십니다!!

희망찬샘 2013-09-14 07:31   좋아요 0 | URL
부끄럽사옵니다.^^
 

전담 시간, 일기 검사 하고 있는데, 쏴~ 하는 소리가 들린다.

야호, 비다!!!

이번 여름은 유난히 더뒀지만, 부산은 더 덥게 느껴진 것이 비가 적었기 때문인 듯도 하다.

오늘 분명 비가 온다했는데, 아침에 너무나도 화창하고 맑아서 예보가 틀렸나 보다 했더랬다.

그런데, 더위를 식혀주는 반가운 비가 온다.

이 정도만 오면 좋겠는데 태풍이 올라오고 있다고 하니 또 염려가 된다.

적당한 비만을 허락해 주시길~

 

근데, 5분 오고 끄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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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기 점검을 받는 날이었다.

꾸물딱 거리지 않고 빨리 퇴근을 해야 코디를 만날 수 있다.

그래서 열심히 집에 왔다.

차를 타면서 들어가는 길에 아파트 입구에서 야채 파시는 할머니께 잔파를 좀 사야지~ 하고 맘 먹었다.

가방이 무겁다.

집에 가방 두고 나와야지 했다.

찬이가 따라 나오겠다고 했다.

그러던지~

그리고 나와서는 나온 김에 학원에 들러 학원비도 드려야지! 했다.

찬이가 새로 생긴 떡볶이집에서 떡볶이를 사 달라 했는데, 대기자가 많다.

이리저리 한참을 돌아다니고 있는데 걸려 온 전화 한 통~

"고객님~ 어디세요?"

그래서 어제 점검을 못 받았고, 오늘 또 출근을 서둘러야겠다. 덕분에 꾸물거리지 않고 집에 오니 더 좋을 수도!!!

 

동학년 선생님 두 분이 이번에 큰 일을 당하셨다.

남편 분이 큰일 날 뻔했던 것.

한 분은 등산갔다가 쓰러지셔서 헬기를 타고 내려 오셨고, 그게 뉴스에 나왔단다.

또 한 분은 심근경색으로 병원에 가서 시술을 했다고 하신다.

두 분 다 조금만 늦었으면 어찌될지 모르는 일이었다.

"이봐라, 우리 남편이 원래 좀 착했는데, 이번에 이 일 당하고 나서는 진짜 더 착해진 거 있재?"하신다.

새로운 삶, 날마다 우리의 삶이 그렇게 새롭다고 느낀다면 내 주위 사람들에게 내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생각할 수 있겠고, 그들 또한 내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생각할 수 있겠다. 내 주위의 사람들부터 더 잘 챙겨야겠다.

 

모임에 갔더니 동기들 중 유방암 수술을 한 아이들이 몇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언니도 가슴에 몽우리가 져서 정기 검진을 받고 있는데, 건강검진 중 그 이야기 하니까 아무 문제 없다고 이런 경우는 일 년에 한 번이면 된다고 해서 방심하고 있다가 이번 검사에 가서 몽우리가 많이 생겼다고 왜 이제 오느냐고 야단을 많이 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조직 검사를 했다고 하는데, 그게 그렇게 심란할 수가 없다. 울 언니는 엄마없는 내게 친정엄마 같은 사람인데 말이다. 더군다나 집에는 언니의 손길만을 기다리는 세 남자가 살고 있는데...

엄마는 어떤 이유에서든 아파서는 안 되는 사람이라는 걸 아이들을 키우면서 느낀다. 내 아이의 행복을 위해 엄마는 건강하게 살아야 하는 것. 다행히 언니가 별 일 없다고 결과가 나왔다고 해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책이 한 권 나온다.

아이들이 엄청 좋아하는 책인데, 절판이 되어 안타깝던 차에 아는 출판사 사장님께 이 책 좀 출판해 달라고 부탁 드렸다.

날 믿고 출판해 주신 사장님을 위해 홍보대사로 뛸 생각이다.

책 제목은 비밀~ (곧 공개 됩니다.)

 

오랜만에 비가 온다.

어제 반가운 비 소식이 있었는데, 정말 아주 잠깐 내려서 후끈 거리는 땅의 열기를 싣고 올라온 공기에 오후에는 더욱 더웠다.

그리고 지금 또 비가 오고 있다.

비는 참 좋은데 운전길이 걱정이다. 그래서 우리 가족들은 내가 운전 무사히 잘 하도록 비가 오지 말라고 빈다.

근데 우짜냐, 기도빨이 약했나 보다. 오늘은 아침부터 주룩주룩이다.

오랜만에 비가 와서 정말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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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8-25 18: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8-25 18: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가족과 함께 울산 반구대 암각화를 보러 갔다. 더운 여름 워터파크나 계곡에 발을 담그는 것이 최곤데, 물도 없는 곳을 찾아 떠나는 여행은 썩 반갑지 않았다. 그런데, 맑은 공기와 함께 한 여행은 나름 운치가 있었다. 

부산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이런 곳이 있었다니! 당일코스로도 무리 없을 듯하다.

박물관의 입장료는 무료였다. 들어가니 해설 해 주시는 분이 계셔서 다른 분들 설명 듣는데 옆에 서서 들었다. 반구대 암각화의 역사적 의의에 대해 설명해 주셨다. 문자가 없었던 그 시대 사람들의 생활 모습과 우리나라 자연 환경을 추측해볼 수 있는 증거가 되는 반구대 암각화를 직접 찾아 나서 보기로 했다.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는 발견된 이후 올해 처음으로 물에 잠기지 않았다고 한다. 가뭄의 덕이다. 관광지에 가면 돈 500원을 넣고 사용할 수 있는 망원경이 공짜라는 사실~ 그런데, 아쉬운 점은 사진으로 잘 보이는 바위에 새겨진 그림들이 이 성능좋은 망원경으로 보아도 좀체로 찾기가 어렵더라는 사실. 다른 이들은 보인다고 하는데, 나는 잘 못 찾겠더라. 이 곳으로 가는 대나무 숲길은 참 좋았다. 박물관에서 이곳까지의 거리는 15분에서 20분 정도의 거리. 숙소에 짐을 풀고, 점심 식사 후, 살살 걸어가면서 숲의 기운을 맘껏 누렸다.

 

 

천전리 각석이라는 곳에서도 암각화를 볼 수 있는데, 그곳에는 청동기 시대로 추정되는  추상적인 도형 그림 이외에 사연이 담긴 신라시대의 한자들도 볼 수 있다.

천전리 각석의 맞은 편에는 공룡발자국 화석을 볼 수 있는 곳이 있는데, 마침 그곳에 서니 하늘에서 빛이 내려오더라는.

 

돌아오는 길에 만난 복숭아밭에서 산 복숭아는 달고 맛있었다.

어머님께서는 깊은 산 속에서 키운 복숭아라서 더 좋다하셨다. 천전리 각석은 숙소(박물관 근처의 집청정 팜스테이)에서 2시간 이상 소요되었다. 간단히 1시간 정도면 다녀올 수 있다고 했지만, 경치도 구경하고, 물에 발도 담그고, 그리고 복숭아밭에도 들르니 시간이 많이 가더라.

 

 

이색적인 체험 둘.

물놀이를 할 수 있는 곳이 있냐고 여쭈어 보았더니, 동네 사람들만 간다는 숲 속 아래 계곡을 안내해 주셨다. 길은 딱 한 사람만 지나갈 수 있는 길이며 아래는 낭떠러진데, 숲에서 걸어나오신 아저씨들이 뱀이 나오니 아이들은 조심해야 한다하셔서 잔뜩 긴장했다. 독사가 나온다고 하시는데, 겁먹은 찬이를 보며 농담인듯 진담인듯... 애매하게 말씀 하셔서... 정글 탐험하는 기분이 들었고, 그곳에 아무도 없어서 미지의 세계에 들어간 기분이 들었지만, 위험해 보여서 다시 가고 싶지는 않았다. 다행히 뱀은 만나지 않았지만, 온통 나무로 둘러싸여 있어서 온갖 곤충들을 만날 수 있는 숙소에서 우리는 진짜 뱀을 만났다. 우리 숙소로 들어가는 입구 신발장에 크기는 크지 않았지만 뱀 한 마리가 스르륵 기어가더라는. 텐트를 치고 야영 하는 사람들도 있다하던데, 뱀조심 해야 할 듯.

가을에는 이곳(집청정팜스테이)에서 작은 영화제도 열린다고 놀러오라 하신다.

이곳의 가을은 참으로 아름다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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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남매맘 2013-08-18 2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 할아버지댁이 울산인데도 저희는 아직 못 가봤네요.

희망찬샘 2013-08-23 06:35   좋아요 0 | URL
좋던데요. 한 번 가 보세요. 선선할 때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