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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서 어린이에게 길을 묻다 - 김상욱 아동문학평론집
김상욱 지음 / 창비 / 2002년 1월
평점 :
어린이 책에 대한 안목을 한층 끌어올려 주리라는 기대로 책을 한 권 샀다.
김상욱 아동문학평론집!
얼마 전, 부산시립도서관에서 열린 세미나에 작가가 초청되어 왔고, 그 때 이야기를 들으며 참 달변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김서정의 <<동화가 재미있는 이유>>를 통해 이 책을 만났다. 책을 사서 날개를 펼쳐서 저자 약력을 보면서 이미 내가 작가의 책을 한 권 읽었다는 새로운 사실도 알게 되었다. <<시의 길을 여는 새벽별 하나>>가 그것! 시를 좋아하는 남편이 연애시절 이 책이 너무 좋다고 읽어보라고 주어서 읽어 보았지만, 작가의 이름을 가슴에 새기지 못했는데, 이렇게 새롭게 만나게 되다니! 이전에 읽은 책에서 받은 감동 때문에 이 책에 거는 기대는 책을 읽기 전부터 가슴을 설레게 했다.
책을 다 읽은 느낌이라...
하나, 나는 그 동안 아이들에게 책이 어떻고, 저떻고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아는 것도 없이 많은 이야기를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읽은 책 권수도 얼마 안 되고, 작가들에 대해 아는 바도 없고! 새로이 알아가야 할 많은 작가들의 이름을 새겨 본다. 특히 일제 강점기 시대에 우리 아동 문학을 맥을 지켜 간 작가들에 대한 새로운 관심과 아울러 권정생, 임길택, 채인선, 박기범, 황선미와 같은 이미 알려진 작가들에 대한 새로운 눈뜸까지 덤으로 선물 받았다.
둘, 글을 읽어나가는데 최근에 읽어 나간 책들에 비해 조금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쉽게 쓰여진 글, 줄줄 읽히는 글을 좋아하는 소박한(?) 이 독자는 이 책을 읽는 것이 조금은 힘들었다. (하지만, 그 어려움은 글을 이해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기에 새로운 점도 무척이나 많이 알게 되었다.)
셋, 작가는 어린이를 직접 느끼기 때문에 현장감이 더욱 있을 학교 선생님들이 글을 쓰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하는데, 그 대목에서 나도 그렇게 되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잠시 생각도 해 보고!
넷, 어린이문학 작품 선호도를 나이에 따라 구분하면 크게 네 영역으로 나누어 볼 수 있고, 우리가 관심 가져야 할 영역은 Ac 영역이라는 말이 와 닿는다. Ac영역이란 어른들은 그 가치를 알고 있으나 아이들은 알지 못하는, 그래서 어른들이 좋은 책을 먼저 가려 읽고 아이들에게 좋은 책을 권해주어서 aC(엽기적인 귀신이야기나 만화류 등)를 좋아하는 독자를 제대로 이끄는 것이 바로 어른들의 몫이라는 말에 깊이 공감한다. (도서관 강연에서도 하신 말씀!)
다섯, 이야기를 좋아하면 가난하게 산다는 말의 의미에 대해서도 작가의 말을 따라 생각해 보았다. 옛 이야기의 지향이 바로 권선징악이라는 사실, 그로 인해 우리의 마음을 선으로 향하게 하고, 말미암아 조금 손해보고 살더라도 양보하고, 이해하는 맘을 키워 주는 것이 바로 이야기라는 것! 이러한 것이 곧 아이들에게 들려 줄 희망이 아닐까?(우리가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싶은 대목이기도 하다.)
작가는 아이들을 지나치게 순수한 존재로 이상화하는 것은 그릇된 관점이라고 한다. 순수함이란 아이들 세계의 지극히 작은 특성일 따름이며 그것이 아이들 삶의 전부라는 생각 아래 창작된 작품은 진실에서 멀다는 것을 이야기 한다. 아이들을 지나치게 미숙한 존재로 생각하고 훈육의 대상으로 삼는 것도 그릇된 것이라는 말. 교훈적으로 잔뜩 부풀어 있는 작품도 진실에서 멀며.... 어린이문학은 아이들의 있는 그대로의 삶을 꼼꼼하게 들여다보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는 말씀. 새기고 싶다.
만약에 만약에 내가 대학 다닐 시절, 작가와 같은 교수님 밑에서 어린이문학의 감동을 좀 더 일찍 깨달았더라면 나는 좀 더 많이 생각하는 사람이 되어 있지 않았을까 생각하니 조금 안타까운 맘도 있지만, 지금이라도 이러한 맛을 알게 되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작가가 책을 볼 때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잘 짚어 나가면서 다방면의 사고를 하고 있는 점은 앞으로 아이들 책을 대하는 나의 시각에도 조금의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생각해 보면서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도서들을 새로운 리스트로 정리해 두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