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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선생님이 좋아요
하이타니 겐지로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 양철북 / 2002년 7월
평점 :
절판
발령 초기 아이들은 내게 편지를 참 많이도 써 주었다. 편지 속에는 언제나 "선생님, 사랑해요."라는 말이 빠지지 않고 들어있었는데, 나는 그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왠지 그 말 속에는 진실이 없는 것 같고, 그냥 "안녕?"이라는 말처럼 아무 감정이 실려 있지 않다는 느낌이 들었다. 너무 상투적이라는 느낌 때문에, 좋아하지 않았던 이 말이 요즘에는 무척이나 그립다.
선생님을 사랑한다면서 어떻게 이렇게 말을 듣지 않을 수가 있을까 생각했었는데, 요즘은 그 때 아이들보다는 말 잘 듣는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지만, 그 아이들에게서 좀체로 "선생님, 사랑해요."라는 말은 들을 수가 없다. 아이들이 변하기에 앞서 아이들을 대하는 내가 참 많이 변했나 보다.
고다니 선생님이 데쓰조로부터 들은 "고다니 선생님 조아(좋아)."라는 말에 무척 질투가 난다.
책 머리에 "나는 이 책이 싫습니다. 이 책을 쓴 작가가 밉습니다."라고 썼다는 일본 어느 교육대학생의 글이 주는 의미가 무엇인지 이 글을 다 읽은 후 정말 잘 이해 되었다.
참교육이 어떻고, 참교사가 어떻고 말은 많이 하지만, 우리는 참교사가 될 마음의 여유(?)를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 이 즈음에서 한 번쯤 돌아 보아야 하리라 싶다.
<<마틸다>>의 하니 선생님은 아이의 잠재된 재능을 제대로 키워주는 그런 선생님이었고, <<프리덤 라이터스 다이어리>>의 에린 그루웰 선생님은 아무도 인정하지 않은 아이들의 가능성을 믿어 주었다. 이 책의 고다니 선생님은 진정한 교사의 의미가 무엇인지 내게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너무 감동하여 우리 반 아이들을 사랑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면서 "앞으로는 너희들에게 좀 더 친절한 선생님이 되어줄게."라고 약속을 했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앉아 있거나, 친구를 괴롭히거나 하는 모습을 보면 나는 아직도 쉽게 흥분한다. 문제를 일으킨 아이의 손을 꼭 잡아주고, 왜 그랬을까 가슴으로 이야기 나누기에는 한 교실의 아동 수가 너무 많다는 핑계 아닌 핑계로 자기 합리화를 해 보지만, 이 책은 이런 나를 한없이 부끄럽게 만들어 버린다.
너무 감동적인 책 한 권을 만났노라 말씀 드리니 같은 학년 선생님께서는 도대체 왜 그 선생이 훌륭한가 이야기를 한 번 해 보라신다. 나도 한 번 훌륭한 교사가 되고 싶다시며. 그런데, 똑 떨어지게 그 내용을 잘 전달할 자신이 없어 그저 한 마디 했을 뿐~ "진짜 감동적이예요. 한 번 읽어 보세요."
우리 주위에는 언제나 데쓰조처럼 이해되지 않는 아이, 미나코처럼 제어되지 않는 아이가 있으며 우리 교사들은 언제든지 그들을 만날 가능성이 있다. 나는 고다니 선생님처럼 그 아이들을 온 몸으로 이해할 자신은 없지만, 그래도 그 아이들을 미워하지 않을 자신은 조금 있다. 내 힘이 닿는 한 최선을 다하리라 맘 먹어 본다. 하지만, 앞서서 자잘한 문제를 안고 있는 우리 반의 평범한 아이들부터 보듬어 안는 법을, 그 아이들을 바라보는 따뜻한 눈을 가지는 공부를 해야 하리라 생각하며 책을 덮는다.
이 책은 아주 오랫동안 내 맘에 남아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