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정오경 늦은 아침을 먹다가 한 텔레비전 영화 정보 프로그램에 내 시선이 꽂혔다. 꼬질꼬질한 서민아파트 거실에서 고무다라이를 펼쳐놓고 김치를 버무리고 있는 화상들. 바로 장선우 감독과 깔끔미남 배우 김석훈이 아닌가!  '화상'이라는 단어를 보면 절로 떠오르는 시인 함성호의 저 유명한 시구(詩句)가 있으니......

'서로 폐끼치며 사는 거다 이 화상아!'

신예 김수현 감독의 첫 영화 <귀여워>는 함성호의 저 인상적인 시구처럼 질펀하면서도 상큼발랄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는 그런 영화였던 것이다.







김치를 직접 버무리고 있는 까치둥우리 머리의 두 남자. 다행히 막걸리 한 주전자가 옆에 있다.

장선우 감독은 올해 초 광화문 대통령 탄핵반대 촛불 집회 현장에서 우연히 마주쳐 인사를 나눈 적이 있다. 오방떡 수레 앞이었는데 그는 팔짱을 끼고 군중을 지켜보고 있었다. 혼자였다. 나는 남편과 동생 부부와 아이들을 대동하고 있었다. "안녕하세요?"하고 인사를 건넸더니 그도 엉겁결에 팔짱을 풀고 반갑게 인사를 받아주었다. "아는 사람이야?" 남편이 물었다. "장선우 감독이잖아!" 솔직히 말하면 나는 그의 <나쁜 영화>보다 임상수 감독의 <눈물>을 훨씬 좋아한다.  하지만 그의 영화에 대한 연속적인 실망에도 불구하고 아직 그에게 대한 관심이 조금은 남아 있다.

극중 그의 이름은 장수로로 박수무당이자 전직 사이비 교주이다. 황학동 뒷골목의 철거대상 아파트에 신방을 꾸며놓고 점을 쳐주며  배다른 두 아들형제랑 살고 있다. 장남은 퀵서비스맨으로 별명이 '후까시'(김석훈 역), 둘째아들은 견인차를 모는 기사로 '개코'(선우--가수 미스터 투의 멤버)이다. 아버지와 형이 쪼그리고 앉아 김치를 버무리는 모습을 불쌍히 본 개코는 막힌 도로 위에서 뻥과자를 파는 순이(예지원 역)를 집에 데리고 오는데......

그것도 모자라 또 한 명의 배다른 아들이 어느 날 이 쓰러져가는 아파트에 꽃바구니를 들고 나타나니 철거깡패로 폭행사건에 연루돼 옥살이를 하고 막 출소한 세째 뭐시기(정재영 역)인 것이다. 정재영이라는 배우는 이 역을 실감나게 소화하기 위해 진짜 건달들이랑 일주일을 먹고자고 합숙을 했다는데 그래 그런지 그의 연기는 너무나 자연스러워 '행동하는 건달' 그 자체였다. 그런데 어째 이 건달 행동하는 것이 빠릿빠릿 영악하지 못하고 한심하고 덜 떨어졌다.

신이 내려주지 않아(?) 어제도 오늘도 손만 잡고 자는 아버지 장수로와 순이. 처음 보자마자 반말을 찍찍하고 조신한 데라곤 찾아볼 수 없는 순이를 이 네 부자 어느덧 자신도 모르게 사랑하게 되는데 그 사랑의 모습도 다 제각각이다.

추리닝에 산발, 보기만 해도 신산스러운  아버지 역 장선우 감독은 허물어지기 직전의 이 아파트와 그지없이 어울리는 모습으로 어색하지만 묘하게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고, 예지원은 이제까지 어느 영화에서도 만나본 적 없는 자유롭고 개성 있는 여주인공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도로 한복판에서 뻥튀기를 파는 동료 아줌마랑 시비가 붙어 머리채를 잡고 뒹굴고, 포장마차에서 소주를 맥주컵에 따라 벌컥벌컥 마시고, 그뿐인가  가슴을 한번 만지게 해달라는 세째의 부탁에 웃통을 훌훌 벗는데도 더럽다거나 도무지 막 가는 인생으로 보여지지 않는 것이었다. 그녀 말고 누가 그렇게 순이를 제대로 보여줄 수 있겠는가.

오토바이로 도시의 불빛을 가르며 달리는 의기소침한 청년 후까시 역의 김석훈도 괜찮았고 언뜻 불량스러워 보이나 인간적으로 보이는 개코 역 선우라는 배우도 적역이었다.

사람들이 거의 떠난 철거 직전의 아파트에서 마지막까지 버티는 이 오합지졸의 가족과, 하나도 멋질 것 없는 건달들이 괜시리 바쁘게 왔다리갔다리하는 이 영화가 내게는 유쾌한 판타지로 읽혔다. 순이가 "귀엽다!"고 하니까 정말 모두가 귀엽고 사랑스럽게 여겨졌으니 한마디로 마술이 아니고 무엇인가!







배다른 아들들의 축복 속에 결혼식을 올리게 된 순이와 장수로 커플. 오늘밤은 부디 신이 좀 내려줘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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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rblue 2004-12-06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좀 요상스러운 듯 하여 볼까 말까 망설이고 있는데, 님 리뷰보니 봐야되겠습니다. ^^

날개 2004-12-06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고자 하시는건 꼭 보시는군요..^^* 질펀하면서도 상큼이라.. 그럼 저도 볼까요?

날개 2004-12-06 1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고보니.. 새로운 카테고리군요~~~ 기대..*.*

로드무비 2004-12-06 1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루님, 반가워요.

전 이 영화가 무지 마음에 들던데 무지하게 욕하는 사람들도 많더군요.^^;;

날개님, 예. <마이 제너레이션>도 어떻게 볼까 짱구를 굴리고 있습니다.

본인의 취향을 잘 판단하셔서 보시기 바라옵니다.ㅠ.ㅜ

나중에 저 욕하지 마시고요.

그리고 페이퍼 카테고리 새로 마련했어요.

새 영화 페이퍼 + 리뷰 = 페이뷰.

멋지죠? 헤헤.^^

깍두기 2004-12-06 1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디어 페이뷰를 만드셨네요. 며칠 뜸하셔서 심심했는데, 이제 본격적으로 하실 모양?^^

로드무비 2004-12-06 1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깍두기님, 오랜만이오.

내가 없어 심심했다는 말 그거 진짜요?^^

stella.K 2004-12-06 17: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이뷰가 뭐죠? 영화 관람기만 모아 놓은..? 그건 아닌 것 같은데...

로드무비 2004-12-06 17: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니임, 페이퍼 + 리뷰예요.

개봉영화는 리뷰를 아예 쓸 수가 없잖아요.(상품을 올릴 수 없어서...)

그래서 제가 만들어봤어요.^^

stella.K 2004-12-06 17: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 그렇군요. 잘 하셨어요.^^

플레져 2004-12-06 2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를 보면 로드무비님을 조금 더 알게 될 것 같은 예감...^^

영화 촬영중인 줄 알았는데 개봉작이었군요. 흠흠...
 

한때 나는 텔레비전 홈쇼핑 애용자였다. 도깨비 방망이를 비롯해 빨강법랑냄비 세트 정도는 애교에 속한다. 러닝머신과 정수기, 비데까지 홈쇼핑 시청중 충동적으로 구입했다. 다행인 건 남편과 이런 점에서 죽이 잘 맞는다는 것이다. 어떤 때는 남편이 하도 불러서 가보면 "저거 어때?"하고 쇼핑호스트가 한창 소개하고 있는 화면 속의 생뚱맞은 물건을 가리키기도 한다.


그 당시 구입한 빨간통 도도 화장품 분은 아직까지 쓰고 있는데 4년이 넘었는데 써도 괜찮은지 모르겠다. 향기도 다 날아가고 발라도 화사하지 않지만 아까워서 그냥 쓰고 있다. 어디 화장품뿐이겠는가! 안동고등어, 쥐포, 진곰탕, 갈비 세트......홈쇼핑에서 파는 반찬 종류도 에지간한 건 다 사먹어보았다. 홈쇼핑으로 산 마지막 물건이 뭐냐고?  화면으로 봤을 때 두툼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던 쥐포가 종잇장처럼 얇다는사실이  판명나면서 나는 텔레비전 홈쇼핑 이용을 중단했다.


한번 결정을 내리면 뒤도 돌아보지 않는 성격 탓에 몇 년째 텔레비전 홈쇼핑으로 물건을 구입한 적이 없다. 그런데 홈쇼핑에서 좋아하던 남자의 근황을 확인한 적이 있었으니 생각난 김에 소개하려고 한다.


그는 xx수산의 대표로 가자미를 소개하러 나왔다. 알다시피 고등어나 이면수라면 몰라도 가자미는 홈쇼핑으로 만나기 어려운 고품격(?) 생선이다. '반건조 가자미'라는 말에 나는 대뜸 리모컨으로 볼륨을 높였다. 그런데 쇼핑호스트 옆의 남자, 낯이 많이 익은 것이 아닌가! 다소 허무하고 불량한 눈빛의 외모, 노래를 부르면  여학생들을 단번에 사로잡던 비음 섞인 음성. 그 옛날 고등부의 김xx 바로 그였다. 다소 비대해진 중년의 얼굴과 몸에도 그때의 자취는 남아 있었다. 그런데 그의 몹시 피로해 보이는 기색이 마음에 걸렸다. 상품판매에 혈안이 되어 오도방정을 떨고 있는 쇼핑호스트 옆에서 그는 마지못한 듯 묻는 말에 한 마디씩 대꾸하고 있을 뿐이었다.


물론 나는 그 가자미 세트를 당장 주문했다. 꾸덕꾸덕 반쯤 말린 가자미는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구워 먹어도 맛있었고 무를 깔고 양념간장에 지져 먹어도 맛있었다. 오래 전 한때 내 마음을 잠시 설레게 했던 남학생이 팔러 나온 것이니 마지막 한 마리까지 참 알뜰하게도 반찬으로 해서 먹었다. 그리고 그 후에도 가끔 대형마트에서 가자미를 발견하면 그의 얼굴을 떠올리곤 했다. '아무리 경기가 어렵다지만 수산회사는 괜찮겠지?'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얼마 전 우연찮게 그의 소식을 들었다. 그의 수산회사는 경영이 어려워져 많은 빚만 남기고 문을 닫았다는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가족과도 잠시 헤어져 지낸다니 그의 처지가 가슴이 아팠다. 나는 철없이 우리가 늙은 것만 서러워했다. 중년의 아저씨 아줌마로 모습이 변한 것, 생선장수가 된 것......그런 것만 애닯다고 생각했다.


사실 그토록 많은 물건을 홈쇼핑을 통해 막 사들였던 그때 우리 부부도 경제적으로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던 때였다.  아마 그래서였을 것이다. 텔레비전 화면으로 그의 피로가 읽힌 건......우리는 피차 어찌 할 바를 몰랐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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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냐 2004-12-01 17: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이것두 드라마네요.....님이 홈쇼핑 중독자라는 것두 왠지 상상이 안되지만서두....^^;;

물만두 2004-12-01 17: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한번도 안 봤으니 할말이 없네요^^

2004-12-01 17: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4-12-01 1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냐님 중독자까지는 아니었어요.

저 위에 열거한 것이 다니까!^^

물만두님, 님도 한번 보시구랴.

안 사고 배길 수 없을걸요?^^

....님, 재밌긴요. 쓰라리죠.

urblue 2004-12-01 1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이 쇼핑 중독이라는 건 진짜 불가사의인 듯 합니다.

예전에 홈쇼핑 방송에 몇 번 출연한 적 있었는데, 그때 혹시 저 아는 사람이 봤을까, 하는 생각은 안해봤네요.

음, 누군가 그걸 보고 저를 기억했을까요?

아닐 것 같네요. ^^;

날개 2004-12-01 1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저는 이 글을 읽으면서 사신 것중 뭐가 가장 맛있으셨을지가 젤 궁금합니다..-.-;;

근데, 쥐포는 얇은게 맛있지 않나요~ =3=3=3

로드무비 2004-12-01 1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루님, 쇼핑중독까지는 아니라니까 그러시넹. 마..마..맞나요?^^;;

아무튼. 님은 뭐 팔러 나오셨는데요?

화장품? 핸드백?

너무 재밌어요. 어지간히 용모가 단정하신가보다.ㅋㅋ

날개님, 쥐포는 모름지기 두툼해야 고소하고 맛있죠.

음 모가 제일 맛있었냐 하면...... 가자미요.^^

sooninara 2004-12-01 1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홈쇼핑에선 고등어밖에 안사먹어봐서..

가자미가 먹고 싶어집니다..^^

딸기 2004-12-01 2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홈쇼핑 (중독은 아니지만) 꽤나 좋아했어요. 지금은 형편상 못보고 있지만, 서울 살때 홈쇼핑 틀어놓으면 사고싶은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도깨비방망이 너무나도 사고싶었는데, 꾹꾹 참고 있다가 결국 어느분한테 얻었어요. 얻은 그날로 손 베어서, 그 뒤로 안녕~이었지만요. 슬로쿠커하고 믹스앤픽스도 정말 사고싶었는데... 동치미가 덤으로 딸려오는 사골곰탕하고 양념갈비 사먹어봤는데 꽤 괜찮았었어요.

nugool 2004-12-01 2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혹시 가자미를 만나게 되면 사봐야겠습니다. 몇년전에 게장을 한번 사먹어 봤는데.. 좀 별로였어요.

하얀마녀 2004-12-01 2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 엄니도 홈쇼핑으로 도깨비 방망이 샀더라구요. 다행인건 그게 효용이 있는 모양입니다. ^^

플레져 2004-12-01 2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주 오랜만에 쥐포 140마리 샀어요, 어제 왔는데...너무 맛있어요!!! ㅎㅎ 로드무비님의 닉넴과 어울리는 일들이 참 많네요. 저는 오랜만에 만난 고딩 동창이 집값 싼 자기네 동네로 이사오라고 했던 거 기억나요. 큭.

숨은아이 2004-12-01 2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믹스앤픽스랑 손잡이 기다란 청소도구(유리창이든 바닥이든 슥슥 잘 닦인다는)는 저도 사고 싶더군요! 그런데 결정적으로 전화기 드는 게 귀찮아서 말이지요. ^^ / 그건 그렇고, 로드무비님이 가자미를 사주었는데도 회사가 문을 닫았단 말씀이죠! 가슴이 아프다...

잉크냄새 2004-12-01 2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제가 홈쇼핑에서 구매한 기억은 금연초랑 디카. 두가지군요.

oldhand 2004-12-02 0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음.. 저는 요새 스팀 대걸레에 혹 하고 있습니다만... 직접 주문해 본적은 없네요.

조선인 2004-12-02 1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겁이 많아서 아예 홈쇼핑 채널을 보지 않습니다. 충동적으로 지를까봐요.ㅋㅋㅋ

2004-12-02 13: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4-12-02 22: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4-12-03 0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많은 분이 댓글 남기셨군요.

결국 홈쇼핑 최고 인기상품은 도깨비방망이였던 것입니다.

한 분 한 분의 쇼핑 기록 참 흥미진진합니다.

고등어나 삼치 아주 싸고 맛있는 이너넷 가게 알고 있으니

필요한 분은 귓속말로 물어보시기 바랍니다.^^

2004-12-03 11: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4-12-03 12: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4-12-03 13: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진/우맘 2004-12-03 15: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금만 분량이 늘어나면 단편 소설로도 손색이 없을 듯.....^^

니르바나 2004-12-03 1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한 홈쇼핑은 '이문열삼국지'에 '반지의 제왕'이 공짜라 해서 구입한 것이 유일합니다. 최근에 보도된 방송에 의하면 홈쇼핑회사에서 중소기업인들에게 행하는 횡포가 도에 지나치단 생각이 들더구만요. 서로 윈윈하는 관계가 참 아쉽웠습니다.

딸기 2004-12-06 2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깨비방망이는, 홈쇼핑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히더군요. 실은 그보다 앞서, '전신' 격이라 할 수 있는 꼬마믹서라는 것이 있었어요. 이거 성능이 아주 끝내줬거든요(딸기 너 지금 머하는거냐 -_-) 아무튼... 그래서 도깨비방망이도 훌륭한 상품이고, 꼬마믹서도 훌륭한 상품...이라는 얘기를 하려고 한 것은 아니고, 다들 홈쇼핑에 매진하신 경력들이 있으시군요!
 

모창 가수 너훈아와 한 골목에 살았던 적이 있다. 내 남동생과  대학에 다니는 사촌 둘과 넷이 자취하던 시절의 이야기다.  작은 연립 이층을 전세내어 대장(?) 노릇을 하며 살던 그 시절이 내 인생에서 제일 홀가분한 시절이었다. 너훈아는 길모퉁이 연립의 반지하에 살았는데 무대의상을 세탁소에 맡기러 가는 그와 여러 번 마주치기도 했고 아무래도 반지하이다 보니 얼기설기한 들창 사이로 농짝이니 싱크대니 집안살림 같은 것도 보였다.  집앞에 세워진 남편의 고물차를 정성껏 물로 씻는 그의 아내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나는 그때 어느 대기업 문화재단의 직원이었다. 월급 명세서를 보면 비서실 소속. 말이 좋아 문화재단이지 그 기업 총수의 어머니가 뭘 좀 해보겠다고 아들을 졸라 사무실을 하나 연 것에 지나지 않았다. 직원들도 전부 그 어머니와 친한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한 명씩 갹출(?) 한 사람들. 나는 출판사 직원으로 한 원로문인 댁을 드나들다가 술을 매너있게 잘 마신다는 그 이유 한 가지로 사랑을 흠뻑 받았다. 어느 날 잘 다니던 출판사를 그만두고  틀어박혔는데 그 원로문인에게서 연락이 왔다. 다음날 어디로 가보라고. 단 한 벌 있는 치마를 떨쳐입고 갔더니 세상에나, 처음 보는 귀부인이 나이 서른이 다 된 내 머리통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귀엽게 생겼네." 뭔가 좀 이상한 분위기다 했지만 취직을 하지 않으면 보따리를 싸서 당장 집에 내려가야 하는 분위기였으므로 그냥 거기 다니기로 했다.



직장생활은 널널했다. 딱히 할 일이 정해진 것도 아니어서 어느 달인가는 서고의 <공간> 잡지를 창간호부터 모두 꺼내어 정리하는 것이 나의 일인 적도 있었다. 미술, 무용, 음악, 건축에 대한 기사로 넘쳐나는 잡지였으므로 몇호에 무슨 중요한 기사가 실렸는지 체크하는 정도의 그 일은 내게 식은죽먹기였다. 어떤 날은 어머니에게 드릴 그달의 용돈 봉투를 직접 가지고 온 기업 총수의 얼굴을 보기도 했다. 사모님의 비서인 언니에게 물으니 한달 용돈이 2천만 원이라고 했다.



너훈아와 한 골목에 살면서 나훈아에 대한 묘한 애정도 생겨났다. 이건 무슨 심리일까? 어쩌면 당시 재밌게 읽은 가수 윤복희의 책이 계기가 되었는지도 모른다. 나훈아와 라이벌이었던 남진의 한때 아내였던 여인. 그녀의 자서전에 헤어진 전남편은 비열하고 치사하기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나훈아의 아내였던 김지미의 입에서는 전남편 나훈아를 비난하는 듯한 발언은 찾아볼 수 없지 않은가.



마찬가지 이유로 어려서부터 좋아하던 소설가 송기원을 나는 내동댕이쳤다. 나훈아 때문이었다. 인도에서 체험한 고행이 어쩌고 하는 그의 장편소설을 기대에 차서 읽어나가는데 느닷없이 가수 나훈아가 천박해서 봐줄 수가 없다느니 오로지 그에 대한 비난으로 점철된 한 페이지 분량의 대목을 만났던 것이다. 그건 나훈아가 아니고 내가 좀 싫어하는 연예인이었어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나는 이유 없이 어떤 사람을 심하게 모욕하는 사람을 봐줄 수가 없었다. 인도에 가서 고행을 백날 하면 뭐하냐구! 그 이후로 나는 송기원 씨의 글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아무래도 그 골목에 살 때 제일 좋았던 건 영화 <와이키키 브라더스>를 보러 가서 나의 이웃인 너훈아를 화면으로 만났을 때이다. 아아, 나는 그의 일거수 일투족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그를 그 영화에 등장시킨 임순례 감독의 선택은 탁월했다. 유명한 사람과 한 골목에 사는 기쁨이라니!



너훈아와 한 골목에 살던 시절 재밌는 이야기는 끝이 없는데 이것도 카테고리 하나로 잡아버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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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2004-11-27 1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주변에는 재미남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군요.. 인복인가 봅니다..^^*

조선인 2004-11-27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코미디언 이주일씨의 옆블록에 산 적과 조용필씨 아파트랑 같은 이름을 가진 아파트에 살아본 적은 있는데, 이야기 풀 자신은 없네요. ㅎㅎㅎ

nugool 2004-11-27 1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잡아주세요! 잡아주세요!! "그 시절 그 골목.." ^^ 정말 어찌나 맛깔스럽게 글을 잘 쓰시는지!! 그나저나.. 소설가 송기원님에 대한 이야기는 저도 공감되는데요? 나훈아가 천박해서 봐줄수가 없다니.. 헉.. 로드무비님 말씀대로 다른 사람에 대한 모욕도 봐줄 수가 없는데.. 저는 나훈아라서 더욱 봐줄 수가 없어요.. 나훈아 노래가 얼마나 좋은데요!!!

진/우맘 2004-11-27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카테고리요, 아예 예전에 인연이 닿은 유명인사 얘기만 한 곳에 모아주세요~ 장정일하고 전화통화 한 얘기나, 이름을 밝힐 수 없는 가난한 (그렇지만 가난하지 않은) 시인 얘기 같은거요!!!!

내가없는 이 안 2004-11-27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 주세요! 저도 나훈아 너훈아 다 좋아하거든요. ^^

2004-11-27 1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훈아 노래는 아니지만 전 현철의 사랑의 이름표 좋아해요..어느 날 버스에서 들었는데 그렇게 가슴에 와 닿더라구요..재밌게 읽었어요^^

플레져 2004-11-27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어릴 때, 송대관 아저씨가 리싸이틀 끝나고 우리 동네 들렀는데요, (한참 인기 있을때였다는군요..) 동네에서 놀고 있던 제게 뭐라고 한 줄 아세요? "니네 집에 밥 없니? 밥 좀 주라~!!!! " 누룽지 박박 긁어서 드렸던 적이 있어요. ㅎㅎ 로드무비님... 맛있게 잘 읽었어요. 님의 글만 읽으면 배고파요. 넘 맛나게 후루룩 먹어버렸나봐요. 흐흐...

니르바나 2004-11-27 1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미모가 출중하신가 봅니다.

어른들은 예쁜 모습을 그리 표현을 잘 하시잖아요.

나훈아의 그늘로 밥먹고 사시는 분들이 많이 있는 것을 보면

나훈아씨는 참 좋은 가수시네요.

마치 나훈아씨의 노래처럼 구성진 로드무비님의 글을 읽는 제 기분이 아주 좋습니다.

'그시절 그노래' 기대할께요.

깍두기 2004-11-27 14: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이 만나신 유명인사 모두에게 싸인을 받아놓았더라면 지금 박물관을 차렸어도 됐을텐데.....아쉽다, 쩝.

그건 그렇고....귀엽게 생기셨단 말이지요?^^

로드무비 2004-11-27 16: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깍두기님, 왜 좀 못생긴 사람 보고 할 말 없으면 '귀엽다'고 하잖아요.

그런 차원인 줄 아뢰오.

그리고 제가 고작 남의 싸인 가지고 박물관 차리겠어요? 흥=3

니르바나님, 미모에 대한 답변은 안해도 되죠?

구성진 글이라는 표현 정말 구성집니다.

앞으로도 님의 기대에 부응하고 싶어요.(저 칭찬에 무지 약한 인간입니다.^^;;)

플레져님, 옛날엔 송대관이 이유없이 싫더니 요즘은 모습도 노래도

구수하니 좋더라고요? 어린 플레져가 송대관에게 누룽지를 갖다줬다니

너무 신기합니다.^^

참나님, 현철은 인간성 좋기로 소문났어요.

자기 집 앞 빗자루 들고 치다가 동네분이랑 쿵짝 맞으면

연쇄점 평상에서 술판도 곧잘 벌인데요.

그리고 저도 그 노래 신나더라고요.^^

이안님, 나훈아도 너훈아도 다 좋아하신다니 반갑습니다.

사람들은 대부분 나훈아만 좋아하거든요.

진우맘님, 카테고리 문제 고민 좀 해볼게요.

그런데 유명인사들과의 그 신통찮은 일화 갖고

독립시킨다는 것이 좀 얍삽하게 보이지 않을까요?^^;;;

너굴님, 제 글이 좀 구수하죠?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송기원 씨는 나훈아에 대한 글 잘못 썼다가 로드무비나 너굴 등 여러 좋은 독자

잃어버리게 된 사실을 알까요?^^

조선인님, 부촌에 사셨나 봅니다.

이주일 씨 옆 블록이라니 몇 번 마주치기도 하셨겠네요?

날개님, 인복은요.

외로워죽겠습니다.^^;;;


2004-11-27 18: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4-11-28 00: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릴케 현상 2004-11-28 1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흥=3--->요건 무슨 뜻인가요? 저는 현철을 좋아합니다. 그냥 어머니가 현철 팬이라서

로드무비 2004-11-28 1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책님, 정말 =3 뜻을 몰라서 물으신 건지?

도망갈 만한 발언을 하고 콧김을 내뿜으며 내빼는 표시인 줄로 아뢰오.

그리고 저도 현철 좋아해요. 사람만......^^

릴케 현상 2004-11-28 1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와아~ 정말 그러네요. 매직아이 같아

로드무비 2004-11-29 17: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벽별님, 사실인데요? 호호.

딸기 2004-12-06 2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재밌게 읽었습니다. 나훈아를 모욕하는 작가라니! (근데 송기원이 누구죠?)

그런데요

-윤복희가 남진 부인이었군요

-김지미가 나훈아 부인이었군요

새로운 사실들...(저한테만 새로운 거겠죠?)

로드무비 2004-12-07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딸기님, 연예계에 대해 궁금한 것 있으면 제게 물으세요.(으쓱으쓱)^^
 
아이의 체온 - 뷰티플 라이프 스토리 1
요시나가 후미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2년 5월
평점 :
품절


어제 저녁 아이 둘을 데리고 동네 병원에 갔다가 차례를 기다려 진료를 하고 빵집과 슈퍼에 들러 집에 돌아오는데 꼬박 두 시간이 걸렸다. 세 살짜리 녀석이 유모차를 거부하였기 때문이다. 딸아이는 기다렸다는 듯 자기가 유모차에 달랑 올라탄다. 빵봉지랑 시장바구니, 싸고 맛있게 보여 오는 길에 산 귤과 사과 보따리까지  주렁주렁 매달고  유모차를 밀며 어둑어둑한 언덕길을 낑낑거리며 올라왔다. 조카녀석은 30미터쯤 떨어져 유모차 뒤를 쭐레쭐레 따라오고 있다. "달이야, 달!"하고 하늘을 가리키며 감탄도 해가면서 아주 신이 났다.  어느새 보름달이 되어버렸지?


그런데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을 것 같은 언덕 꼭대기 6단지 앞에 어물전이 펼쳐졌다.


"아니 저 아저씨 정신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이런데다 좌판을 펼치면 어떡해! 누가 알고 오겠냐고......"


딸아이에게 녀석과 유모차를 부탁하고 나는 길을 건너가 고등어 세 마리와 굴을 한 근 샀다. 굴은 떨이여서 저울에 달아 보니 두 근 가까이 되었다. 아저씨가 고등어를 손질할 동안 아이들이 있는 길 맞은편을 보니 유모차가 바닥에 자빠져 있고 딸아이는 그걸 일으켜 세우려고 낑낑거리고 있었다. 시장바구니며 등 주렁주렁 매달린 짐의 무게 때문이었다. 나는 급히 계산을 치르고 아이들에게로 달려갔다.


집에 돌아와 봉지를 끌렀더니 고등어는 울퉁불퉁 모양 없이 잘리고 잘게 토막쳐져 있었다. 이건 누가 봐도 초보자의 솜씨였다. 세 마리를 골랐는데 네 마리를 주고 아무리 떨이라지만 한 근 가까운 굴을 서비스로 넣어주고 그리고 어쩌자고 그 아저씨는 바람 씽씽 부는 언덕배기에 자리를 깔았는지......앞으로 생선은 그 아저씨에게 사서 먹어야겠다고 다짐했다. 다행히 고등어와 굴은 아주 싱싱해서 굴전으로 부쳐먹어도 맛있고 생으로 초고추장에 찍어 먹어도 맛있었다.


리뷰 첫머리 치고 사설이 너무 길었다. 자기 전 <서양골동양과자점>의 작가 요시나가 후미의 <아이의 체온>을 읽었다. 아이의 체온, 홈 파티, 내가 본 풍경, 춤추는 왕자님, 흔히 있는 그런 날, 가끔은 이런 날이라는 제목의 여섯 개의 단편집이다.


아내와 사별한 38세의 남자가 모범생인 줄만 알았던 중1 아들 코이치의 부탁으로 산부인과에 간다. 아들의 여자친구를 데리고 임신 여부를 알기 위해. 다행히 임신이 아니라는 판정을 받고 아들의 여자친구와 함께 오무라이스를 사먹고 집으로 돌아온다. 산부인과 대기실에서의 그의 독백이 인상적이다. '요즘 아이들은 어른스럽긴 하지만 세상물정을 모르고 비밀이 많지만 무책임하다. ...뭐야, 우리 어렸을 때랑 똑같잖아?'(아이의 체온)


아내가 세상을 떠난 후 처음 맞는 봄, 어린 아들 코이치를 데리고 장인장모를 만나러 간 그. 장모의 허락을 받지 않고 홈파티에 사람들을 초대한 장인이 곤경에 처한 것을 모른척할 수 없다. 장인과 함께 냉장고를 뒤져  밤새 이런저런 요리를 만드는데......(홈 파티)


부모님의 이혼으로 아버지와 함께 사는 발레 신동 소년 와다치는 코이치의 친구. 엄마가 붙잡는 손을 매몰차게 뿌리쳤던 자신의  행동이 상처로 남아 있는데 아버지의 손을 잡고 거리를 활보하는 동급생 코이치가 그렇게 부러울 수 없다. 어느 날 국제적인 규모의 콩쿠르 참여를 앞두고 어느 여성 기자와 인터뷰를 하는데 그 기자 이렇게 묻는다. "와다치군에게 있어 발레란 무엇인가요?" 이 삐딱한 소년의 대답. "당신, 무능한 기자로군요. 그 질문을 했던 사람 중 쓸만한 인간은 한 명도 없었죠." (춤추는 왕자님)


<아이의 체온>에 실린 여섯 개의 단편들은 그럴 수 없이 담담하게 사람들의 심리와 일상을 스케치하고 있다. 바로 어제 저녁 내가 아이 둘을 데리고 동네를 한 바퀴를 돌며 보았던 사람들과, 언덕배기에서 짐을 내팽개치고 자빠졌던 유모차와, 이제 막 생선을 팔기 시작하여 생선 다루는 솜씨가 형편없었던  선량한 얼굴의 그 아저씨를 웬지 떠올리게 하는 그저그런 이야기말이다. (이 글을 쓰면서 많이 후회했다. 처음부터 그냥 페이퍼로 쓸걸. 그런데 리뷰에서 페이퍼로 돌아가기에는 너무 늦어버렸고 나는 염치좋게 이 글을 리뷰로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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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레혼 2004-11-25 1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좋군요.... 로드무비표 일상의 내음이 고등어 찌개처럼 깊숙이 배여 있는 리뷰! 뭐, 난 이런 리뷰가 너무 반듯하고 깔끔한 리뷰보다 좋은걸요.

로드무비 2004-11-25 1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야요. 좋다면서 추천도 안 눌러주시고...흥=3=3

페이퍼로 썼으면 더 진한 글이 나왔을 텐데 어설프게 리뷰와 접목시키느라고

끙긍대었어요.^^

2004-11-25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게 리뷰를 읽는 다고 읽었는디 페이펀지 리뷴지..내 탓 아니랑게요..내가 헷갈린 줄 알았자너욧..ㅡ,.ㅡ!

2004-11-25 13: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얀마녀 2004-11-25 1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올리셨습니다. ^^

날개 2004-11-25 14: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든 페이퍼든 어떻습니까! 어차피 '로드무비'표인것을...^^

로드무비 2004-11-25 15: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나님, 앞으로 제가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겠습니다.

페이뷰...어때요? 히히^^

속삭이신 님, 익숙지 않은 손으로 붕어빵을 굽고 군고구마 장사에 새로 나선

분들이 여기저기 너무 많이 보여요.

먹고살기가 정말 어려운 시대예요.^^;;;

하얀마녀님 추천 고맙습니다.^^

날개님, 로드무비표 글이란 게 정말 있어요?

그런데 질리면 어떡하죠?^^

(그럴 리야 없겠지만...=3=3)

에레혼 2004-11-25 15: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이번엔 또 '추천 누르기'를 제가 깜빡했단 말입니까, 이런이런......

한번에 한 가지씩밖에 할 줄 모르는 저의 둔감함을 용서하시압!

[어쩐지 다시 와 보고 싶더라니... 이번에 학실히 누지르고 갑니다!]


2004-11-25 16: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페이뷰! 새로운 단어다..아아..이미 새 장르를 개척하셨어요..님은.

로드무비 2004-11-25 1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일락와인님, 제가 계속 님께 텔레파시를 보냈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나저나 조금 전 구경한 님의 오코노미야키 정말 맛나겠던데요?

참나님, 그렇죠? 근사한 조어죠?(자화자찬;;)

깍두기 2004-11-25 2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언제 이 리뷰를 쓰셨대요? 왜 난 이제사 봤지? 요즘 브리핑의 압박이 장난이 아닙니다.

그나저나 페이뷰 좋네요^^ 저도 제 일상을 리뷰와 접목시키고파요.....

플레져 2004-11-25 2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맛있을수가...........ㅊㅊ 합니다! 페이뷰~ 넘 좋아요!!!

로드무비 2004-11-26 1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깍두기님, 어제 님이 리뷰 올린 시간과 비슷할걸요?^^

플레져님, 페이뷰란 말이 멋져서 좋다는 말씀이시죠?^^

다연엉가 2004-12-06 1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추천 눌렸습니다. 히히히

로드무비 2004-12-06 1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책울타리님, 고마워용.^^
 
요절 - 왜 죽음은 그들을 유혹했을까
조용훈 지음 / 효형출판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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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절대 만족을 모른다. 충족은 불가능하다. 충만한 부재이고 부재한 충만이다.맹목을 향애 폭주하는 기관차. 질투와 관능, 망설임과 설레임, 거짓맹세와 파괴적 일탈, 그 어떤 수사로도 포착할 수 없는 모호함이 사랑이다. 때로 광태적인 도발을 이끄는 힘이기도 하다. 최욱경은 이를 '금지된 꿈'이라 불렀다. 사랑은, 그것이 거절될 때 오히려 가치를 발한다. 잊으려 애쓸 때 사랑은 찾아오고 사랑에 목숨걸 때 사랑은 떠난다. 심리적 착종과 혼효의 심리적 공황상태가 바로 사랑이다. 통속적이다. 그러나 비웃지 말라. 통속적이고 추잡한 이별 앞에 우리는 늘 주인공 아닌가. 폭주하는 열차보다 빠르게 사랑은 달아난다. 사랑은 그 어떤 관용도 베풀지 않는다. 실패한 사랑은 슬픔과 손잡고 육체적 정신적 학대마저 잔악하게 유도한다. 이별 앞에 몸부림치는 것은 사치에 불과하다. 실연의 슬픔은 자기분열하여 그 깊이를 심화, 증폭시킨다. 최욱경은 그 사랑을 '비참한 관계'로 문제삼고 있는 것이다. 그녀에게 어떤 문제가 도사리고 있었나? --최욱경(1940~1985), 화가.-1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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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4-11-17 16: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맹목을 향애--맹목을 향해

밑줄긋기 처음 올려보는데 꼴랑 이것 가지고 한 30분 씨름했다.

그리고 도대체 수정이 되지 않는다. 눈앞의 오자를 그냥 내버려두어야 하다니.....

호랑녀 2004-11-17 1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 저 이 책 좋아해요. 최욱경의 그림... 색감이 참 좋지 않던가요? 화려하되 천박하지 않은...

로드무비 2004-11-17 17: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랑녀님, 아주 오래 전 최욱경의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거든요.

그런데 그녀의 책을 찾을 수가 없네요.

저 그 책 읽고 최욱경 무지 좋아했거든요.

水巖 2004-12-12 1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오자 난 글 전체를 복사해서 다음 페이지에 올려 놓고 오자를 고치고 나서 먼저 쓴 글은 삭제했답니다. 어찌‰榮?고치면 되지요.

미완성 2005-02-26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멋진 문장이 있을 수가..
통속적이고 추잡한 이별 앞에 우리는 늘 주인공이 아닌가, 라니요.
이토록 품위있으면서도 이토록 멋지게 냄새나는 문장이라니..바람구두님 리뷰 읽다가 '아, 어디서 밑줄긋기 해놓은 거 없을까..?'하던 차에 우연히 보게 된 로드무비님의 밑줄긋기..너무나 멋진 구절입니다. 이 책 전체가 이렇게나 멋드러지게 냄새가 난다면 정말 오랜만에 가지고 싶은 책 목록에 올릴 수 있을 것 같아요!
더불어 이제야 막 그 이름을 불러본 최.욱.경.님의 그림이 궁금해지는데요? 아, 정말..잘 읽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