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쪽으로 튀어 (1disc)
임순례 감독, 오연수 외 출연 / 캔들미디어 / 2013년 11월
평점 :
품절


아쉽다.


꽤 괜찮은 소설을 원작으로 만들었지만 뭔가 어색하다.

남쪽 섬의 풍광 속에서 진정한 자유를 쫓는 왕년의 운동권 투사의 활약이 기대되었다.

진정한 자유를 쫓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며 우리는 자유 아닌 사회를 더 잘 이해하게 되었다.

영화는 그럭저럭 소설의 흐름을 한국화하면서 쫓아갔지만 뭔가가 어색하다.


가장 큰 건 아마 웃음 아닐까?

주인공은 절대로 웃지 않았다. 

송강호라면 어땠을까?

부질없지만 그런 생각을 해본다.

나도 이 작품 보면서 웃음가 진지함이 버무려지면서

마지막에 감동으로 갈무리되었다.


하지만 임감독은 주인공의 웃음에는 너무 적은 배려를 한 듯 하다.

개발업자들과의 싸움에서 가장 우스웠던 대목은

깡패들이 배타고 오고 가면서 벌인 일인데..

그런 일들이 곳곳에 자연스럽게 녹여 냈으면 어떘을까?


리뷰를 쓰다보니

또 하나의 변화가 눈에 들어온다.

구글 크롬캐스트 출시 이후로 play에서 판매가 늘다 보니 

이제 DVD는 점점 뒷전으로 밀린다.

이래저래 아쉬움이 많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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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SF 작가들은 대부분 비관론자라고 합니다.

영화도 미래의 현란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그 안에 놀라운 비밀을 숨겨 둡니다.

그 비밀은 대체로 관객의 상상을 넘는 뒤집기 한 판이죠.


영화가 보여주는 세상은 매우 기계화된 미래세계입니다.

남과 녀가 나옵니다.

녀는 BOSS로 본부와의 콘트롤, 남은 톰 크루즈가 분장한 잭인데 테크니션이라고 지상 관제.

외곽은 드론들이 역할을 합니다.

휙 날라다니며 무기를 쏘아대는 막강한 기계죠.


드론이 쏘아대는 대상은 보통 외계인 적들입니다.

그렇게 임무를 수행하던 주인공 잭은 어느날 미묘한 문제와 부딪힙니다.

외계에서 불시착한 우주선에서 나온 인간들을 드론이 공격하는 것입니다.

로봇헌장에도 나오죠. 인간을 공격해서는 안된다고.. 

여기서 의문을 가지고 드론을 막아서서 한 사람을 구하게 되면서 

이야기는 비틀어져 전개됩니다.


이 대목에서 나오는 기억의 망각은 토탈리콜에서 본듯한.

꿈인가 생시인가는 장자에서 본 듯한.


혼란 속의 관객에게 힌트가 하나 주어집니다.


오딧세이라는 이름은 어디선가 본 듯한 기억을 들추어냅니다.

호머의 오딧세이였던가?

고향으로 가기 위해 지중해 곳곳을 10여년 헤메고 다녀야 했던 바로 그 남자가

머리에 지나가겠죠.

그렇지만 현대 과학의 성취로 우리는 또 다른 오딧세이를 알고 있습니다

아서 클라크의 <스페이스 오딧세이>라는 걸작이죠.


영화의 주인공 중 하나는 바로 HAL입니다.

여기 까지 이야기하면 이제 결말과 맞닿습니다.


영화의 또 다른 코드는 희생과 재생입니다.

이건 매우 기독교적인 관념이죠.

죄,대속,재생.

교회를 다니시거나 기독교에 대해 공부하신 분들은 쉽게 이해하실 수 있는 관념들이죠..


이 모두를 꼴라쥬해서 보여주는 영화가 바로 오블리비언입니다.


끝나고 나가는데 누군가 찬반이 엇갈린다고 하더군요. 동의합니다.


그럼에도 단조로운 전개 이외에 우리에게 생각할 주제를 준다고 주장하고 싶습니다.


드론이 인간을 공격하는 세상이 과연 올바르냐고 영화에서 물으면 당연 아니라고 하겠죠.

하지만 우리는 바로 그 상황을 이라크와 아프간에서 무수히 보고 있습니다.

미국이 개발한 전투용 로봇들은 이 지역들을 누비며 새로운 전쟁을 선보이죠.

미국 본토에서 안전한 공군기지의 조정실에서 움직이면 비행이 이루어지고 무기가 날라가고 적은 죽어 나갑니다.

영화는 그리 먼 이야기가 아닙니다.


종교가 다르다 이념이 다른 인간을 우리는 혹여 괴물로 생각하는 게 아닌지, 

이 세계가 둘로 나뉘어 한쪽에는 기계의 헤택을 입고 이를 방패삼아 편안함을 누리려고 하고

다른 한 쪽에서는 기계들에게 공격당하는 불운한 피정복민의 설움이 가득한지..

그런 고민을 해보면서 극장을 나왔습니다.

이 꿈은 정말 옳은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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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느아르 NOIR 영화의 수준을 한층 높였다.

시나리오 작가에서 감독으로 성장한 신인감독의 성취에 박수를 보낸다.

여러 흥미 있는 요소가 많지만 우선 하나를 지적하고 싶다.


조직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다.

영화는 두개의 서로 대립하는 조직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경찰,조폭.

경찰은 백의 세계, 조폭은 흑의 세계다.


두 조직은 서로 성격이 다르다.

만들어진 목적,운영 원리,구성원의 성격 등.

경찰은 낮의 조직이다. 그리고 규정에 의해 움직인다. 보다 상위의 정치,법 등에 의해 통제된다.

크고 힘도 쎈 듯 하지만 둔하고 유연성이 없다.


조폭은 그 반대다.

법의 칼날 위에 서서 움직이다 보니 항상 목숨이 위태롭다.

덕분에 구성원들은 승진이 빠르고 보상도 큰 덕분에 민첩하다.


영화에서 두 조직의 대립 과정에서 이런 면모는 잘 나타난다.

경찰은 수하에서 헌신하며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을 참는 조직원들

충분히 배려하지 못한다.

분명 그들은 큰 목적을 가지고 있고 힘도 강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항상 이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영화에서 재미있는 대목이 하나 있다.

연변의 거지들이다.

이들은 거지 수준의 옷과 매무새로 웃음을 준다.

목숨을 걸고 보상을 바라고 한국에 온 킬러들이다.

미션은 노출된 경찰 조직 습격. 

덕택에 대결이 벌어지는데 경찰은 총으로 맞선다.

6발 들이 리볼러 총이라면, 아마 목숨 걸고 덤벼들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이 거지들이 머리를 쓰더니 동시에 달려들어 버린다.

거지 근성, 아니 바꾸어 말하면 투철한 헝그리 정신 덕분이다.


이런 식으로 거대한 조직의 원대한 계획은 어그러진다.

대 대한민국의 위대한 경찰이 연변 거지 몇 놈에게 무참히 죽어 나가는 것이다.


영화가 뒤로 갈수록 처음의 원대한 계획들은 점점 망가진다.

여기저기서..

그 원리에 제도,규정 등 백의 세계가 우연 혹은 돌출, 신속한 행동을 자행하는

흑의 세계에 의해 뒤집어지는 것이다.


이는 여러번 반복되는 장면을 통해 강조되어 나타난다.

한번 현장에서 한발 물러섰던 왕년의 실세들이 다시 컴백하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점도

영화에서 보여주고.

너무 커버린 옛 부하를 과거의 고리로 통제하려는 것도 쉽지 않다는 것도 보여준다.


그런 점에서 영화는 조직에 대한 괜찮은 텍스트가 된다.


그리고 이 대목에서 시선을 좀 확대해보면 중국의 새로운 의미다.

중국은 한편으로는 거지, 다른 한편으로는 첨단 해커를 다 보여준다.

마치 커다란 가위 처럼 한국을 조여오는 것이다.

여기서 살아남으려면?

흑의 세계의 주인공처럼 행동해야 하지 않을까?


흥미 만점, 유혈은 좀 심하지만.. 그래도 속을 확 씻어주는 영화 신세계.

새로 입봉한 감독에게 더 좋은 것을 앞으로 많이 만들어내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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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퍼는 무얼까?

영화에서는 특수한 직업이다.
살인을 하며 보상을 받고 은퇴를 하면 괜찮은 부를 누리지만 30년 뒤에 죽어야 하는 운명이다. 

직업을 좀 더 잘 알기 위해서 단어를 풀어보자.
루프는 고리를 의미한다
일정한 순환이라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그러고 보면 영화 속 루퍼들은 현재와 미래가 서로 얽혀져 있는 존재들이다.
인간의 순환의 뿌리에는 원죄라는 고전적 개념이 있다.
인간은 죄를 짓고 그 죄로 죽음을 맞는데 이를 해소하는 길은 종교에 있다는 믿음이 기독교에 강하게 존재한다.

또 하나의 고전적 순환의 개념이 있다.
악마와의 거래다.
파우스트로 대표되는 이 거래에서 인간은 환락을 보장 받는 대신 영혼을 지옥으로 빼앗긴다. 
영화속 루퍼들의 일반적인 행로는 이 쪽이라 할 수 있다.
그들은 살인을 일상으로 저지르고 대가로 마약과 클럽에서 여자들과의 놀이 등을 보상으로 받는다.

현재와 미래의 거래는 쉬지 않고 이루어지지만 영화 답게 일탈이 발생한다.
자신을 죽이고 직업에서 벗어나는 일에 고통을 느낀 이들이 규칙을 깨고 탈주한다. 그 결과는 비참하다.
이를 본 주인공은 그냥 그렇게 자신을 찾아온 친구를 구해주는 걸 거부한다.
계약은 중요하니까 말이다.

그렇게 하면서 날아온 자신을 죽이고 오래 오래 30년 살다가 마침내 종말의 날이 왔다. 죽어야 하는 운명을 이해는 하지만 그 과정에서 원치 않는 수준의 피해를 가족에게 준다. 이를 보고 분노한 그는 게임을 만든 근원을 파괴하려고 과거로 돌아온다.
여기서 만나게 된 현재의 주인공과 미래의 주인공 둘이 서로 이해하고 갈등하며 이야기를 풀어가게 된다.

미래에서 온 주인공 부루스는 악을 악으로 갚는데 주저함이 없다. 물론 옛 애인의 아이를 죽이는 처지까지 올 때는 약간의 갈등이 있다. 하지만 그래도 신념은 변하지 않는다.
반면에 현재의 주인공은 헷갈린다. 그에게는 다른 시야와 가치관이 만들어진다.
그는 악보다는 사랑의 소중함을 더 많이 배운다.
그러다가 드디어 대결의 날이 왔다.
서로 죽고 죽이는 일이 끝장까지 왔는데 이 순간에 선택의 길이 갈린다.
악을 악으로 갚으려는 시도가 더 큰 악을 낳는 원치않는 길로 가는 것이 보이게 된다. 
어머니가 아들에게 가는 총알을 막으려고 대신 죽는 모습의 비참함 이어서 발생하는 거대한 폭력의 탄생 등
현재와 미래의 나는 서로 매우 짧은 순간에도 기억을 주고 받는 것이다. 믿거나 말거나
그러더니 현재의 주인공이 결단을 내리게 된다.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 것이다
미래의 나를 죽이는 것도 아니고 바로 이 순간의 나를 죽인다
덕분에 미래의 나 브루스도 사라지고 흐름은 다른 길로 가게 된다.
이는 무엇을 의미할까?
바로 예수의 대속 행위를 묘사한 것이다
자신을 죽여 모두의 구원을 가져오는 것이 가장 빠르고 확실한 길이다
악을 악으로 갚지 마라, 악을 선으로 갚아야 세상이 좋아진다는 말을 하고자 긴 영화속 주인공들은 그리 힘내어 뛰었단 말인가 하는 소감으로 귀결된다

영화는 잘 만들어졌다.
백투더 퓨처,12몽키스 등 시간여행을 다룬 여러 걸작들의 결과물도 잘 녹아 있고 무엇보다 근본적인 존재와 삶에 대한 물음을 던지고 풀어가는 솜씨에 감탄했다.
지나가는 소품이지만 프랑스어 배우려는 시도에 비판을 주면서 상하이로 가라는 이야기는 요즘 변화를 풍자하는 모습으로 보인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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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영화다.

재벌의 속살이라는 특이한 주제를 색다른 접근으로 풀어갔다.

하기야 박정희의 죽음도 우스꽝 스럽게 만들어 재판까지 가면서 상영금지 되었던 

감독의 전력을 고려하면 재벌쯤이야.

아 그런데 벌써 제작단계에서 돈줄이 말랐다고 한다.

역시 돈의 맛은 썼다.


어 원래 돈의 맛은 달콤해야 하는 것 아닌감?

작품 속 주요 등장인물이신 백회장님께서 한 말씀해주신다.


백)"처음에는 달다가 뒤에가면 쓰다네 젊은이."


"아 그렇군요.

마치 고급 와인 같네요."


"그런데 뒷 맛은 어떻게 묘사할 수 있는지요. 좀 더 구체적으로"


백)모욕이라고 하지.


예?


자세히 알고 싶으면 영화를 봐야지. 개봉한지 얼마 안되는디.


독자를 위해 약간의 부연만 하겠다.


백회장님은 온달 같은 존재다.

온달은 누구 덕에 올라갔나. 평강공주와 한쌍이다.

여자들의 신데렐라 신화의 거꾸로 판이다.

그런 그가 쓰다고 한 돈 맛은 왜일까?


돈은 맛있기에 다들 달려든다.

그렇게 빨리 달려들다보니 문제가 생긴다.

여자들은 외모로, 남자들은 다른 무엇으로.. 있는 힘을 다해 달려든다.


영화에서 장자연 사건이 노골적으로 언급된다.

그녀는 사회의 한 단면이었다. 외모로 원하는 것을 얻으려 했지만

그럴수록 치러야 하는 대가가 커져갔다.

백회장의 모욕은 이 상황에 대한 묘사였다.


그렇게 돈은 앞의 맛과 뒤의 맛이 다르게 느껴진다


남자들에게는 어떠할 때 모욕이 느껴질까?


전제적인 오너가 지배하는 기업의 이사회를 보면 이해가 될 수 있다.


그게 어렵다면 이 영화가 선보이는 장면들을 통해 읽어 보시는 것도 괜찮은 수단이 될 것이다.


아주 아주 잘 만들었다고 감탄하기는 어려웠지만

늘 사회의 금기에 도전하는 작가의 노력에 후원금 낸다고 생각하면

억울하지는 않을 듯한 감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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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en 2012-05-29 2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돈의 맛'을 '보는' 게 어떤 것인지, 이 영화에서는 그 맛을 어떻게 '보여' 주는지 궁금하네요. 사마천님의 감상평을 읽고 나니 더더욱 (영화) '돈의 맛'을 '보고' 싶어지네요. ㅎㅎ
* * *
"봄"의 기이한 우위를 누구보다도 아우구스티누스가 욕망에 대한 해석과 관련하여 이렇게 언급하고 있다. 본디 눈에 딸린 것이 보는 것인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가 다른 감관으로 무엇을 알려고 할 때에도 "보다"라는 낱말을 사용한다. 예를 들면 우리는 이렇게 말하지 않는다 : '들으라, 얼마나 번쩍이는지', '맡으라, 얼마나 빛나는지', '입을 대라, 얼마나 찬란한지', '만져라, 얼마나 눈부신지.' 그러지 않고 이 모든 것을 보라고 말하고 이 모든 것이 보인다고 말한다. 따라서 눈만이 감각할 수 있는 것을 '보라, 얼마나 빛나는지' 할 뿐 아니라, '소리를 들어보라', '냄새를 맡아보라', '맛을 보라', '얼마나 단단한지 만져보라' 하고 말한다. 그래서 우리는 일체의 감각적 경험을 '눈의 탐욕'이라고 말한다. 왜냐하면 나머지 감관들도, 비슷한 점에서 인식함이 문제가 될 때면 눈이 윗자리를 차지하는 봄의 기능을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 하이데거, 『존재와 시간』 中에서

사마천 2012-05-30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렌님의 깊은 관심 늘 감사드립니다. 스토리텔링의 밀도에서는 그렇게 뛰어나지 못합니다. 색깔을 다르게 해서 보여준 장점이 크고,새로운 도전이기에 격려를 해보았습니다. 저는 주로 영화를 사회적 시각으로 읽기 좋아하거든요.
귀한 참조 글들 넘 감사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