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느아르 NOIR 영화의 수준을 한층 높였다.
시나리오 작가에서 감독으로 성장한 신인감독의 성취에 박수를 보낸다.
여러 흥미 있는 요소가 많지만 우선 하나를 지적하고 싶다.
조직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다.
영화는 두개의 서로 대립하는 조직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경찰,조폭.
경찰은 백의 세계, 조폭은 흑의 세계다.
두 조직은 서로 성격이 다르다.
만들어진 목적,운영 원리,구성원의 성격 등.
경찰은 낮의 조직이다. 그리고 규정에 의해 움직인다. 보다 상위의 정치,법 등에 의해 통제된다.
크고 힘도 쎈 듯 하지만 둔하고 유연성이 없다.
조폭은 그 반대다.
법의 칼날 위에 서서 움직이다 보니 항상 목숨이 위태롭다.
덕분에 구성원들은 승진이 빠르고 보상도 큰 덕분에 민첩하다.
영화에서 두 조직의 대립 과정에서 이런 면모는 잘 나타난다.
경찰은 수하에서 헌신하며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을 참는 조직원들
충분히 배려하지 못한다.
분명 그들은 큰 목적을 가지고 있고 힘도 강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항상 이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영화에서 재미있는 대목이 하나 있다.
연변의 거지들이다.
이들은 거지 수준의 옷과 매무새로 웃음을 준다.
목숨을 걸고 보상을 바라고 한국에 온 킬러들이다.
미션은 노출된 경찰 조직 습격.
덕택에 대결이 벌어지는데 경찰은 총으로 맞선다.
6발 들이 리볼러 총이라면, 아마 목숨 걸고 덤벼들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이 거지들이 머리를 쓰더니 동시에 달려들어 버린다.
거지 근성, 아니 바꾸어 말하면 투철한 헝그리 정신 덕분이다.
이런 식으로 거대한 조직의 원대한 계획은 어그러진다.
대 대한민국의 위대한 경찰이 연변 거지 몇 놈에게 무참히 죽어 나가는 것이다.
영화가 뒤로 갈수록 처음의 원대한 계획들은 점점 망가진다.
여기저기서..
그 원리에 제도,규정 등 백의 세계가 우연 혹은 돌출, 신속한 행동을 자행하는
흑의 세계에 의해 뒤집어지는 것이다.
이는 여러번 반복되는 장면을 통해 강조되어 나타난다.
한번 현장에서 한발 물러섰던 왕년의 실세들이 다시 컴백하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점도
영화에서 보여주고.
너무 커버린 옛 부하를 과거의 고리로 통제하려는 것도 쉽지 않다는 것도 보여준다.
그런 점에서 영화는 조직에 대한 괜찮은 텍스트가 된다.
그리고 이 대목에서 시선을 좀 확대해보면 중국의 새로운 의미다.
중국은 한편으로는 거지, 다른 한편으로는 첨단 해커를 다 보여준다.
마치 커다란 가위 처럼 한국을 조여오는 것이다.
여기서 살아남으려면?
흑의 세계의 주인공처럼 행동해야 하지 않을까?
흥미 만점, 유혈은 좀 심하지만.. 그래도 속을 확 씻어주는 영화 신세계.
새로 입봉한 감독에게 더 좋은 것을 앞으로 많이 만들어내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