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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루타르크 영웅전 6 ㅣ 범우비평판세계문학선 38
플루타르코스 지음, 김병철 옮김 / 범우사 / 1999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유명한 고전들의 제대로 된 번역이 드물다는게 한국 문화의 한계다.
플루타르크 영웅전도 예외가 아니라 완역이 나온게 90년대 초반이었고 바로 이 책이었다.
그 점에서 무척 반가왔지만 번역 수준에는 아쉬운 점이 무척 많다.
주어와 목적어가 바뀐 것, 도대체 문맥이 맞지 않는 것 등 얼핏 읽어 내려가도 문제점을 수십건
이상 찾아내게 된다. 전체 번역의 이름은 한사람이나 그 내용물은 여러 사람의 짜집기였음이 분명하다.
하긴 그럼에도 없는 것 보다는 낫다. 캐사르의 갈리아전기가 번역된 것도 극히 최근인 걸 보면 그나마
이 책의 시도는 선구적이었다.
오랫만에 이 책을 다시 잡게 된 것은 최근에 읽고 있는 만화 <히스토리에> 덕분이다.
기생수로 유명한 일본작가의 솜씨가 역사속의 주인공을 살아 숨쉬게 하는데 매료되어 하나씩 연관된
사실을 찾아보았다. 얌전하게 보이는 주인공 에우메누스가 사실은 플루타크 영웅전에 당당히 한자리를
차지하는 영웅이었다는 것을 알고 솔직히 놀랐다. 더불어 내가 분명히 범우사 시리즈를 완독했는데
이 인물에 대해서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다는 점에서도 놀랐다. 마침 에우메누스와 비교되는 로마시대
인물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도 삶에 대한 윤곽을 가지고 있었던 것과 비교된다.
그래서 다시 찬찬히 해당되는 삶을 살펴보았는데 만화의 이미지와 연결되는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었다. 작가가 실제 역사에서 어떤 것을 취할지 몰라서 일단 만화의 전개과정을 지켜보기로 했다. 또 작가는 내가 읽지 않은 막강한 무기인 <왕궁일지>를 소화한 상태이기 때문에 새로운 면모를 보여 줄 수 있다.
하지만 이 대목에서 다시 한번 나를 화나게 하는 것은 질 나쁜 번역이다. 에우메누스의 출신을 가난한 마부 집안으로 표현했는데 그렇다면 곧 이어 서술되는 알렉산더 대왕의 아버지가 그 집으로 찾아가는 것은 전혀 설명되지 않는다. 왜 왕이 마부의 집에 찾아가서 환대를 받을까?
참 이 책이 좋은 점은 이어지는 주인공들이 워낙 화려하기 때문이다. 플루타크 영웅전의 최고 주인공인 알렉산더와 캐사르 두 사람이 나오고 더 해서 캐사르와 끝까지 겨룬 폼페이우스까지 나온다. 그 삶 하나 하나를 보면 역사와는 다른 전기로서의 면모를 알 수 있다. 영웅이라 일컬어지는 사람들의 약점과 치부 그리고 모순된 성격에 대해서도 빼놓지 않는 작가의 솜씨가 여실히 나타난다. 술먹고 자신을 구해주었던 부하에게 창을 던져 죽인 알렉산더, 자신의 아내와 간통한 남자를 호민관으로 밀어준 캐사르 등의 모습을 보면서 어떤 기록물이 오래 남을 수 있는지를 다시 물어보게 한다. 진실을 기록할 것, 절대 허물을 덮어 일방적 찬양으로 남기려고 하지 말 것 그 원칙은 중국의 오래된 역사물인 사마천의 사기가 오늘까지 힘을 발휘하는 것과 매 한가지 이유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