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보통 자연이 자비롭고 평화롭게 움직인다고 믿는다. 하지만 글쓴이는 자연을 그리 아름답게 바라보지는 않는 것 같다. 서로 협력하고 대를 이어가는 것으로 보이는 자연이 사실은 서로 이기적으로 행동한다. 책 제목처럼 자연은 인간의 믿음을 “배신”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글쓴이가 생물학자로 일하며 접했던 수많은 예를 들었는데 가장 흥미로웠던 것이 펭귄에 관한 예였다. 남극에 겨울이 오면 펭귄들은 추위를 피해 서로 모이게 된다. 다큐멘터리 같은 것을 보면 추운 펭귄과 위치를 교대해주는 훈훈한 내용으로 나온다. 하지만 사실은 펭귄이 서로 안쪽으로 들어가려 하다 보니 자리가 바뀐다고 한다. 이걸 보니 서로 경쟁하면서 돌아가는 인간사회가 생각났다. 우리는 서로 경쟁하면서 자신을 위해 이기적으로 행동하지만 이것이 모여 사회를 발전시킨다. 인간도 자연의 일부인데 비슷한 것이 당연할 것이다. 또 다른 예는 범고래에 관한 것이었다. 범고래는 귀여운 외모로 많은 사랑을 받는 동물이지만 범고래만큼 잔혹한 동물도 없다. 범고래는 먹잇감을 가지고 던졌다 받는 놀이를 자주 하는데 먹잇감은 고통스럽게 죽는다. 인간이 동물학대를 하는 것과 비슷하다는 것에서 충격을 받은 내용이었다. 글쓴이가 든 예는 우리가 평소에 접해보지 못한 평화로운 자연의 이면이었다. 이런 내용을 알면 자연이 싫어질 수도 있지만 글쓴이는 파인만의 말을 예로 들어주었다. 꽃이 번식을 위해 만들어진다고 실망하는 사람도 있지만 파인만은 ‘꽃과 벌에 미적 감각이 있을까?’ 같은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고 했다. 자연에 대한 진실을 알아도 사랑까지 잃는 건 별로 좋은 생각이 아닌 것 같다.

책에서 자연이 인간처럼 사악하다는 내용을 많이 봤지만 반대하는 내용이 있다. 글쓴이는 우리가 생활하고 서로 감정을 느끼는 것이 그저 DNA를 후대에 전달하기 위한 과정이라고 했다. DNA가 자신을 후대로 전달하기 위해 몸이라는 고기 로봇을 만들고 조종한다는 것이다. 글쓴이는 자기 자식을 진심으로 사랑하지만 그런 것이 DNA 때문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서글퍼진다고 했다. 하지만 난 생각이 다르다. 누군가를 사랑하기 때문에 목숨을 버리는 사람도 많다. DNA의 전달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비정상적인 행동이지만 그것을 하고 있다. 한 웹툰에서 본 글이 생각난다. 감정들이 단순히 생존을 위한 호르몬과 전기신호의 집합체라는 말에 주인공이 사랑은 어떻게 설명할건지 물어보는 부분이다. 사실 사랑도 호르몬에 의해 만들어진다. 하지만 그것 때문에 다른 사람을 위해 자신을 희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기적인 감정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책을 읽으며 자연이 자비롭다는 통념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이 책에 그려진 자연은 생각보다 무자비하고 이기적인 곳이다. 보통 생물들은 자신을 위해 이기적으로 행동한다. 하지만 인간은 그것을 자제하려고 하는 유일한 동물이다. 우리는 동물들 중에 가장 지능이 높은 동물이다. 우리가 자연을 따라서 이기적으로 행동할 필요는 없다. 글쓴이도 그런 점을 말했다. 자연적이라는 말을 많이 쓰지만 그것을 버려야 한다고 말이다. 동물들이 다른 동물을 괴롭혔다고 처벌당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인권은 비자연적이지만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나는 우리는 자연을 보호하고 지킬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해야 우리가 생존할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 아는 생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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