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프레이야 > 돌아가렵니다



아버지, 지금 제 옆에는 한 자루의 칼이 함께 누웠습니다

이가 듬성듬성 빠지고, 칼자루는 어부의 손등처럼 투박합니다

저의 배를 가르려는 그것에 오히려 연민이 입니다

아버지의 말씀을 듣지 않고 사람들 가까이, 너무 가까이 왔나봅니다

제 눈은 이내 감기지 않으려나 봅니다

탄력있는 몸과 반짝이는 비늘도 아직은 그대로입니다

아버지, 저는 지금 돌아가렵니다

넓고 깊은 물속 아득한 그 품으로..

다른 세상에 나와 한 세상 짧게 놀다 가니

회한도 욕심도 없음입니다.

제가 눈을 감지 못하는 건 단지

흠모했던 님의 참모습을 보지 못한 한 가지 까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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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프레이야 > 안아주기

아빠의 포옹 그리고 스킨십


'스킨십은 말보다 강하다.'
육체적인 접촉 없이 자란 아이들보다
안아 주거나 입맞춤을 해준 아이들이 훨씬 건강하게
자란다고 합니다. 아버지가 딸을 많이 안아 주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들은 아빠의 품에 안겨 여성성을
키워 나갑니다. 아들은 아빠의 품에 안겨서
남성성을 키워 나갑니다.
토마스 카알라일은 "우주에는 성전이 하나뿐인데
그것은 인간의 몸이다. 인간의 몸에 손을 댈 때에
우리는 하늘을 만진다
."고 말했습니다.


- 김성묵 한은경의《고슴도치 부부의 사랑》중에서 -

오늘 고도원의 아침편지에서 갖고 왔어요. 더 많이 안아줘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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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perky >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에 살아요. ^^ (수정)

안녕하세요. 차우차우에요.

우선 이런 자리를 다 마련해주셔서 참 감사합니다. ^^

저는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에 살아요. 샌프란시스코에서 1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에 있지요. 이곳은 그나마 한국인들이 많이 살고 있어서 한인타운도 잘 형성되어 있는 편이랍니다. 어떨땐 한국에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때도 있지요. ^^

물론 제가 사는 곳에도 한인서점이 있긴 하지만, 책값이 너무 비싸다보니 맘껏 사질 못했었는데, resonable한 가격에 해외배송까지 해주는 알라딘을 알게 되서 정말 좋았어요. 이곳에 제 서재도 마련하고 좋은 분들도 많이 알게 되어 언제나 고마운 마음으로 알라딘을 애용하고 있답니다.

저를 아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그래도 이곳에 저 사는 모습을 약간이나마 공개해볼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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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샌프란시스코 관광지 '유니온스퀘어'입니다. 쇼핑몰들이 대거 입주해있는 이곳은 하루종일 돌아다녀도 결코 질리지 않는 아주 매력적인 곳이랍니다. (제 남편은 저랑 이곳 가는 걸 최대한 피하려 하지요. 후훗)



이곳은 다들 아실만큼 유명한 '금문교'에요. 샌프란시스코의 랜드마크이지요. 샌프란시스코에 놀러오신 분들이 이곳에 와서 사진 찍을때 안개가 자욱해서 금문교를 제대로 못찍었다며 한탄하시는 분들이 많으신데요. 제가 비밀 하나를 가르쳐주자면요..이곳은 오전 10시쯤에 방문하셔야 제대로 된 금문교의 모습을 보실 수 있답니다. 그렇지 않으면 역광이거나 아님 안개가 너무 많이 껴서 사진이 제대로 나오질 안지요. ^^



해변가에서 바라본 금문교에요. 샌프란시스코 근교의 바닷물은 무척 차가워서 한여름에도 수영하기가 쉽진 않답니다. 그대신 서핑타는 사람들은 많이 볼수 있지요.



집들도 참 아기자기하고 예쁘지요?



캘리포니아는 햇살이 무지 강렬하고 건조해서 대부분의 레스토랑은 이렇게 야외테이블들을 마련해놓았답니다. 사람들도 야외에서 햇빛을 받아가며 식사하거나 커피마시는 것을 즐기구요.



이곳은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심포니홀 이에요. 이곳에선 거물들의 연주를 들을 수 있지요. 2002년도였나? 그땐 장한나씨의 첼로 연주를 직접 들을 수 있는 영광도 누렸었답니다.



스탠포드 대학내에 위치한 성당이에요. 저랑 남편은 미국에서 경력을 좀 쌓은 후 미국내 대학원에 진학하려는 마음을 가지고 미국에 오게 됐는데요. (저흰 2001년도에 미국왔답니다.) 결국 제 남편만 그 꿈을 이뤘지요.ㅠㅠ 남편은 풀타임 엔지니어로 일하면서 회사에서 대주는 학비로 스탠포드에서 파트타임 공부 중인데, 저는 대학원 진학의 꿈만 있지..현실화 시키기엔 막막하네요. 휴.



이곳은 세계적인 와인농장 '나파밸리'랍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북쪽으로 1시간 조금 넘게 차로 달리다보면 나오는 곳이지요.



나파밸리에선 수백개의 크고 작은 와이너리들이 있는데요. 그곳에선 다양한 투어를 이용해서 와인이 생산되는 과정을 직접 견학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시음도 할 수 있는 코너가 있답니다.



그럼 이번에는 저희집 근처를 소개시켜 드릴께요. 저희가 사는 곳에는 크고 작은 공원들이 참 많이 있는데요. 그 중에서도 제가 가장 자주 찾는 공원사진 올립니다. 남편이랑 가끔 이곳에 도시락 싸가지고 점심 먹곤 하구요. 어떨땐 책 한권 들고 가서 벤치에 앉아있다가 꾸벅 꾸벅 졸기도 하는 곳이에요. 이곳을 산책하고 나면 바쁜 일상에서 해방되어 잠시나마 여유를 찾을 수 있어서 참 좋은 것 같아요.



이곳은 제가 사는 동네 단지랍니다. 그전엔 아파트 살았었는데요. 제가 처음으로 장만한 우리 보금자리라서인지 너무 정이 가는 곳이에요. ^^



외관은 이렇게 생겼구요.

제 실제 서재도 공개해 볼께요.



한국에 갈때마다 조금씩 제 옛날 책들도 가져오고 있답니다.


사진 찍는 각도가 잘 잡히지 않는 방이다 보니 이렇게 일부분밖에 못 찍었는데요. 저 갈색 책장이 3개, 아이보리색 책장이 4개랍니다. (아이보리 책장은 3개밖에 안 나왔네요.)

지금은 비록 빈 공간이 많지만, 조만간 꽉 채워질 날을 기대해보며 슬쩍 미소지어보곤 하지요. 음하하.

이 사진은 제가 예전에 알라딘 서재에 올렸던 사진인데요. 불과 2005년도만 해도 제 서재가 이렇게 작았었답니다. 근데 1년만에 책장 3개가 늘어난데에는, 그만큼 알라딘에서 엄청나게 질렀다는 뜻이겠죠? ㅋㅋ 책 읽는 속도보다 사쟁겨놓는 속도가 훨씬 빨랐었는데, 지름신이 떠날 생각을 안하니까 문제에요.


조그만 정원에선 상추/깻잎/파를 심고 키우고 있지요. 이 사진은 갓 모종한 상추들이랍니다. ^^ 사실 이곳은 채소/야채들이 싸다보니까 어쩔땐 수지타산이 안 맞는 이 농사(?)를 계속 지어야 할 것인가 회의가 들기도 해요. 거름값과 물값을 생각해보면 사먹는게 더 싼것 같거든요.



우리 채린이 백일된날 찍은 사진이에요. 지금은 벌써 7개월이 되서 이빨도 두개 나고 열심히 기어다니고 있는데요. 최근 사진들은 사진용량이 크다고 사진이 올라가질 않네요.



기저귀만 찬 모습 공개해도 되겠죠? 이 사진도 백일날 제가 찍은 사진이랍니다. 예쁘게 봐주세요. ㅋㅋ

이렇게 저희 세식구는 해외에서 열심히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답니다.

임신 출산 육아에 적응하느라 잠시 책을 멀리했었는데, 요즘은 다시 잘 적응해서 책도 열심히 읽고 있구요. 이번 12월달에 한국 간답니다. 그때 책 왕창 사오려구요.

그럼, 이쯤에서 제가 사는 곳과 제 일상소개를 마칠께요.  재밌게 제 글 읽어주셨길 바라구요. 시간나면 제 서재에 종종 들려주세요. 저희의 진솔한 모습들 많이 보여주도록 할께요.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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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지인 짱구박사님의 프랑스-이탈리아전 관전기입니다. 재미있어서 올려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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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지단을 봤을 때, 나는 한참을 웃었다. 이딸리아 수비수의 가슴을 들이받는 그 장면은, 안 그래도 새벽 3시에 일어나 근 3시간을 버틴 비몽사몽의 정신상태로 나의 착각처럼 느껴졌었다. 내가 지금 졸고 있구나, 에이 깨! ... 그 꼴 뵈기 싫은 아르헨티나 심판, 시인이자 체육선생이라던 회색머리 아저씨가 빨간 카드를 꺼내들 때에도 여전히 꿈 꾸고 있는 것 같았다... 허나 그 장면은 다 같이 꾼 꿈이었다. 월드컵 결승전 연장 후반에서 지네딘 지단은 공이 아닌 이딸리아 마테라치의 가슴팍을 들이받고 퇴장 당했다. 이것은 이제 역사적 사실이다.


잠을 못자서 그랬기도 했겠지만, 나는 머리가 아팠다. 하루 종일 제대로 일이 되지 않았고, 지단이 왜 그랬는지 정말 알고싶어, 생각이 날 때마다 포탈 사이트로 들어갔다. 감질나는 추측기사조차 없었다. 감히 상상조차 못할 일이었을까. 기다리고 기다렸건만 저녁에는 지단이 이번 대회 최우수선수상을 받았다는 기사로 이 하루가 마감되었다. 도대체 왜 그런거야? 

상상력을 발휘하면, 오만 가지 상상을 다 할 수 있을 것이고, 비난하건 이해하건 지단의 상태를 진단하라면 이런 저런 분석이 다 가능할 것이다. 나도 나름대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인종차별 발언", 이딸리아 말로 "들이받아라~~ 들이받아라~~"라고 하면 혹시 프랑스 말로는 "빛나리~~ 대머리~~"라고 들리는 것은 아닐까? 아님말고... "계속되는 잔 반칙에 끓어넘친 한 성질" 등등 많은 가설을 세워 검증을 해보려 했으나, 사람 마음을 내가 어떻게 알겠는가, 그걸로 묻어 가야지... 

웬 관심이람...사실 난 지단을 좋아하지 않았다. 내가 축구를 좋아하던 시기와 지단이 선수생활을 하던 한 시기가 이리도 일치하건만 이 시대 최고의 선수인 지단에 대해 나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이유야 많다. K-리그 골수 팬인 나에게 지단은 천상의 신이었다. 인간계를 깔보는 범접할 수 없으되 그리 존경할만한 인간성은 아닌 듯한,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희노애락애오욕을 인간과 똑같이 누리던 그런 신과 같은 존재. 조금 비하하지면 축구를 위해 누군가 설계한 사이보그인 듯하기도 하고...어쨌거나 그가 펼치는 환상의 플레이를 중단시킨 김남일에게 나는 환호를 보냈다. 진정 골리앗을 누른 다윗, 그대 이름 김남일!!! 

그런데....그런데...오늘 나는 봤다. 지단이 뚝뚝 떨어뜨리는 눈물을. 그리고 두 세걸음 다가가 마테라치의 가슴팍을 들이받는 그 원한의 동작을... 왜 그랬는지는 차차 밝히질테니 내가 더 이상 어쩌고 저쩌고 할 필요가 없겠다. 내가 여기서 이런 글로 뭔가 이야기해야 한다면, 아마 그런 것일 테다...축구선수는 그냥 축구선수라고. 그냥 운동선수라고...정말 단순하고 순진한 부류들이 대부분인...지단도 그냥 그런 부류의 하나였던 것이다...머리 좋으면 플라티니 처럼 조직위원장도 하고, 마테우스 처럼 감독도 하겠고, 베켄바워나 후일의 홍명보 처럼 축협을 이끌 수 있겠으나, 그래봐야 축구를 소재로 이런 저런 삽질을 하는 것 말고는 더 잘할 것도 없는, 그냥 선수일 뿐이었다.  

더군다나 지단은 시기와 장소의 중요성이 구분되지 않는, 한 마디로 축구적 머리 말고 사회적 머리는 도대체 돌아가지 않는, 아주 머리 나쁜 선수임에 틀림없었다. 참~~나~~, 아무리 머리가 안 돌아가도 그렇지 축구선수가 십 수년 현역생활을 마감하는 은퇴경기에서 갑자기 웬 레슬링 동작으로 퇴장을 당하는가 말이다. 그러나 저녁을 먹고서야 나는 절절한 마음으로 그를 이해했다. 아, 나는 지단을 정말로 이해했다. 나라면 당연히 그렇게 했을 것이다. 아, 지단, 그대는 정말 진정한 축구선수였다.
 

월드컵 결승에서 상대 수비수를 머리로 폭행해 퇴장당한 골든컵 최우수 선수 지단. 우리는 이 명제를 도대체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이 비상식적, 때로는 반상식적이라고 보아 당연한 결론에 대해 우리는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하는가?  

우스개 소리지만, 나도 종종 그런다. 아무리 동네축구고, 매일 경기하는 사람들이지만, 경기를 하다보면 도저히 참기 힘든, 내 안에 있는 모든 폭력성이 한꺼번에 솟음쳐 올라올 때가 있다. 원인과 과정이 어떠했건, 이 즈음의 나는 축구가 단지 폭력의 수단일 뿐 도무지 스포츠라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그럴 때 축구라는 스포츠는 아슬아슬한 일탈의 선을 그으며 경기와 폭행을 구분할 뿐, 나를 제어할 어떤 힘도 가지고 있지 않다. 뭐, 그러다가 고성 삿대질에 멱살잡이까지 가는 건 다반사 아니던가. 

그렇다. 우리가 아는 축구는 분명 공을 갖고 노는 스포츠이지만, 그것은 경연과 격투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다른 구기 스포츠가 신체의 접촉을 엄격하게 금지하는 반면, 공을 사이에 두었을 경우,  축구는 격투를 금지하지 않는다. 격투를 금지하지 않는 축구의 극단이 미식축구라면 사커는 아주 소극적인 방식이지만 격투를 인정하고 용인한다. 그리고 분명한 것은, 축구는 격투의 반대편, 즉 공을 갖고 노는 "경연"이 있을 때만 격투를 정당하다고 판정해준다. 내 정의가 맞다면 지단은 축구의 최고봉에 서 있었다. 그리고 지단의 폭력성은 지극히 정상적인, 길들여지지 않은 축구의 한 면일 뿐이었다.  

지네딘 지단, 그는 분명 아트사커로 대표되는 최고수준의 개인기를 보여준 선수였다. 그의 축구를 예술이라고 부르는데 나는 전혀 이의가 없다.  펠레? 마라도나? 클루이프? 호나우두? NO! 축구 역사상 가장 아름답고 화려한 선수는 분명 지단이었다. 축구가 혼자 하는 족구가 아닌 이상 지단은 축구가 어떤 식으로 예술이 될 수 있는지를 입증해낸 선수였다. 가슴에 손을 얹고...그가 뛰었던 몇 몇 이름난 경기를 아무 해설 없이 보고 있으면, 뒷골을 꾹꾹 쑤시며 등골에 소름을 일으키는 그 육체적 작용을 거부하고 거부하다, 한숨이 나오고 눈가에 이슬이 맺힐 수밖에 없다. 그는 축구로 사람을 감동시킬 수 있음을 사람들의 가슴에 아로새긴 진정한 축구영웅이었다.  

그리고!!!             

그 반대 편에는 정확히 거친 반칙으로 상대를 가격하고 그래서 퇴장 당한 지단의 모습이 있다. 때로는 당했지만 분명히 상대를 일어날 수 없게끔 만들어버릴 정도로 거칠었던 지단의 폭력도 분명 있는 것이다. 그리고, 앞에 언급했듯이 그것이 축구다. 그는 축구를 했을 뿐이다. 폭력이 축구가 아니라고 말하기는 쉽지만, 직접 공을 차면서 뛰어보면 그것을 실천한다는 것이 그리 쉽지는 않다. 그래서 빨간 카드도 있는 것이 아닌가. 오히려 다행스러웠던 것은 치사한 언어폭력이나 얼굴에 침을 뱉는 따위의 폭력은 지단에게 어울리지 않았고, 그는 그러지 않았다. 차라리 머리로 가슴을 들이받을지언정... 

오늘 새벽부터 저녁까지 머리 속에 틈이 날 때마다 떠오른 지단의 모습에 대해 축구를 가운데 세워놓고 결론을 내리려는 내 사색은 사실 잡념의 모듬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사람 사는 세상에서 벌어지는 이 갖가지 일들 중에 아주 특수하고 특별한 일 중의 하나일 뿐이라, 뭐라고 규정하건 며칠이 지나면 사람들은 다 까먹을 것이 틀림없고, 내 분석은 그야말로 지나가는 헷소리가 될 것이다. 글을 맺자...글을 맺으며 하나 덧붙이고 싶은 것이 있다면...하루 종일 상념처럼 머리 위를 오가던 것...내가 과연 지단을 이해하는 것인가... 

그렇다. 나는 지단을 이해한다. 지단은 거의 나처럼 행동했다. 뚜껑 열리던 그 순간 지단은 경기에 몰입해 있었다. 은퇴경기고 월드컵 결승이고 따위는 뭐래도 상관없었다. 뚜껑이 열리고, 지단은 누가 내 뚜껑을 열었는지를 쳐다 보고 살펴 보았다. 내 뚜껑을 열어젖힌 놈이 앞에 파란 유니폼을 입고 서 있었다. 뚜벅뚜벅 다가가서 머리로 들이 받았다!!! ... 내가 지금은 이렇게 산다만, 내가 지단 니 나이 때는 정말 그렇게 했단다..지단, 나는 너를 이해한다. 그걸 참으면서 남은 10 여분을 다 뛰고 눈물 짜면서 고별인사를 할 수도 있었을 것이지만, 너는 정말로 사람답게 그 순간에 충실했던 것이다. 뭘 고민하고 생각하란 말인가, 축구선수가... 

p.s. 녀석, 순진하기는... 내가 너였다면 얼굴을 들이받았을 건데, 근육 가득한 운동선수 가슴팍을 니 머리로 받는다고 뭔 일이 나겠니. 너도 알다시피 그 놈은 멀쩡하게 일어나 승부차기까지 다 찼단다. 앙심을 품고 경기를 하다가 뒤꿈치를 밟는 짓을 하지 않고, 그렇게 면전에서 깨끗하게 경고하는 니 인간적인 모습에, 나는 다시 한 번 감동 먹었단다..지단..너, 사이보그 아니다, 사람이고, 축구선수 마자... 아듀 지네딘 지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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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6-07-11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재밌네요
전 이해까지 하는 건 아니지만요..^^;;
어쨌든 프랑스인들이 축구를 졌다는 사실보다 지단의 행동에 더 놀라 정신을 못차리고 있다던 뉴스멘트가 참 인상적이었어요..

사마천 2006-07-11 16: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성하신 분이 재미있는 분입니다. 전에 PC통신에서 역사동호회 같이 했었습니다.
 

▩ 2006 월드컵, 일주일 전.

지금쯤 저의 편지를 기다릴 분들이 꽤 있을 거라는 착각에 빠져 또 앞뒤가 맞지 않을 글을 쓰고야 맙니다.  긴 글을 쓸 시간도 없고, 이런 저런 분석들은 신문방송과 인터넷으로 하루에도 수십번을 듣고보는 준 개최국 수준인 대한민국에 있으니 짧게(?) 저의 핵심만 요약해보겠습니다. 

금번 대표팀의 특징은 이렇습니다.

1. 이동국이 없다

이동국이 없다는 것은, 황선홍이 없는 2002년 대표팀을 의미합니다. 경험있고 필살기가 있는 타겟맨의 부재는, 한국축구가 거의 모든 팀의 선수들과 비교해 개인기가 달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원장 없는 고아원에 비유할만 합니다. 

거친 상대의 중원에서 압박당하고 밀릴 때, 패스할 곳이 없어 당황스러울 때, 우리 대표팀은 거의 걷어내듯 타겟맨으로 공을 차냈고 타겟맨은 이렇게 공을 차기 편한 위치를 항상 잡고, 수비수를 등지고 몸싸움을 해대며 공간을 확보하고 받은 공을 키핑해 내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2002년의 순간순간들을 보시면, 황선홍 없는 대표팀을 상상할 수 없다는 것을 정말로 확연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핌 베어백은 세레소 오사카에서 황선홍을 찾아내고서는 히딩크에게 전화를 했던 것이지요. 

"우리가 찾던 그 선수가 바로 여기 있어요!" 
2006년 이동국은 바로 그 역할을 할 선수로 성장해 있었고, 2002년 월드컵 이후 박항서, 코엘류, 본 프레레, 아드보카드 감독이 바뀌는 동안 
단 한 번도 바뀌지 않은 센터포워드 주전이었습니다. 그 선수가 부상으로 탈락한 것입니다. 

이것은 황선홍 없이 도전해야 했던 98년 프랑스월드컵의 차범근 대표팀과 동일한 "비상상황"입니다. 

당시 세계 최강이었던 네덜란드 = 프랑스, 쟁쟁하던 멕시코 = 스위스, 쉽지 않던 벨기에 = 토고로 자연스레 연상되는 것은 저의 비관론일까요?

안정환은 차라리 박지성 스타일의 선수입니다. 

안정환이 가장 빛났던 시절은 2002년 월드컵이 아니라, 그가 미드필더로 부산대우에서 활약할 때였다고 저는 기억합니다. 

경기 내내 헤매다가 헤딩슛 두 방으로 국제스타가 되기 훨씬 전인 1999년부터 안정환은 국내 최고의 미드필더, 새도우 스트라이커였습니다. 

이운재가 가장 무서워했던 돌파와 슛을 가졌던 그는, 그 빛나는 포지션을 포기한 이후로 별로 빛을 못보고 있습니다. 

저는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 멋진 선수가 왜 원톱 스트라이커 자리를 고집하는지! 

그는 한국의 지단이 될 수 있었는데, 이미 박지성에게 그 자리를 뺏기고 말았습니다. 

결국 제가 기대할 선수는 차선책인 조재진입니다.

 

▶ 타겟맨이 경기의 흐름을 결정한다 - 조재진의 활약을 기대해보며...

2. 박지성도 없다

경험있는 유럽리그 선수들, 그 중에서도 박지성의 존재는 우리에게 든든한 믿음을 줍니다.그렇게 믿게끔 활약하고 있는 박지성을 보면서, 저는 이 역설을 말합니다...박지성도 없다.

이미 노출된 플레이메이커란 아무짝에 쓸모없다는 것을 2002년의 지단, 피구에게서 우리는 보았습니다.박지성은 집중 마크 대상이어서 그의 소속팀에서 하던 역할을 한다는 것이 쉽지 않을 것입니다.

아드보카드 감독이 아마도 유럽팀과의 경기에서는 박지성을 왼쪽 윙포워드로 쓸지도 모르는데, 화내지는 마십시오, 저라도 그렇게 하겠습니다. 

박지성이 있기 위해서는 원톱 타겟맨이 박지성과 함께 있어야 합니다.

이동국의 부상 이후에 투톱체제로 가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축구전문가들 사이에서 많이 나왔었는데 바로 이런 상황, 박지성이 집중 마크 대상이라는 상황을 전제로 놓고 볼 때는 상당히 설득력이 있는 의견입니다.

아드보카드 감독은 그런 실험을 할 여유가 없었고, 원톱 타겟맨도 부실해 기회가 없어졌습니다.

그러나 박지성이 똑똑하다면 자신에게 쏠린 상대수비를 적극적으로 이용해 이런 상황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 해도, 결국 박지성이 없다는 것을 각오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 두 명이 한 조가 되어 공격을 해야한다 -  박지성을 그저 세워놓고 뛰라... 

3. 너무 긴장하고 있다

2002년 대회의 빚이랄까, 우리 대표팀 선수들은 지나치게 긴장하고 있습니다. 

몇번의 평가전에서 우리 선수들은 강한 압박을 받을 경우 주변의 동료에게 패스하고 다시 받는 것보다는

후방으로 길게 패스해 안전한 플레이를 선호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평가전이라 좀 모험적이어도 되었겠지만 지나치게 긴장하는 것 같습니다. 전혀 여유가 없어 보입니다.

우리가 별로 성공한 적이 없었던 유럽에서의 월드컵은 항상 시차가 문제였습니다. 

이번 대회에도 문제는 달라지지 않습니다. 예선경기는 한국시간으로 저녁 10시 새벽 4시에 벌어집니다. 

16강전은 모두 새벽 4시일 정도로 국내선수의 경우에는 운동하기가 매우 열악한 시간대입니다. 

비록 유럽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이 있기는 하지만 대표팀 전체의 시차적응이 문제인 상태입니다.


시차는 긴장감과 결합해 체력과 판단력 저하를 불러옵니다. 

이것은 집중력과 순발력 저하를 동반하며, 실수가 발생하면 당황하게 만들고 경기 주도에 대한 책임감을 떨어뜨립니다. 

해결방법은 역시 정신력, 그 중에서도 투지입니다. 

그런데 제가 보기에 대표팀에서 이 부분을 챙겨줄 선수가 너무 없습니다. 리더가 좀 어정쩡한 상태입니다. 

이운재가 이걸 하기는 포지션에 제약이 있습니다. 

2002년의 홍명보와 비교하기에는 최진철은 너무 점잖습니다. 

김남일은 리더가 되기에는 아직 부족해, 이을용에게 유상철과 비교되는 리더역할을 기대해봅니다. 

근데, 이 친구 너무 쑥맥이라...

▶ 심신이 고달픈 새벽경기에서는 리더가 경기의 흐름을 결정한다 - 이을용의 활약을 기대해보며...

4. 조직력의 다른 말은?  

개인기가 부족한 우리 대표팀은 조직력으로 승부한다는 말을 쉽게 합니다. 

그런데 개인기가 강한 팀은 조직력이 약할까요? 

이것은 어불성설입니다. 개인기가 강할수록 조직력도 더 강해집니다. 

개인기가 트래핑이나 드리블이라고 착각하는 한국의 축구팬에게는 조직력이 개인기와 상대가 되는 말로 들리겠지만, 아니올시다.

그렇다면 도대체 우리는 무얼 믿고 조직력이라는 말을 하는 것일까요?

 

아마도 박종환의 벌떼축구를 조직력의 축구라고 하는 모양입니다. 

당장 조직력하면 연상되는 것은 박종환의 청소년팀과 히딩크의 2002년 팀입니다. 

두 팀의 특징은 무엇일까요? 

박종환의 83년 청소년대표팀은 약속된 공격플레이로 유명하고 

히딩크의 2002년 국가대표팀은 처절한 압박으로 유명합니다. 

바로 이겁니다. 공격은 약속대로 하고, 수비는 처절한 압박으로 하는 것. 

이것이 한국 대표팀이 추구해야할 조직력의 실체입니다.  

조직력의 다른 말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정성이고, 그것은 부지런함이고, 그것은 체력이고, 그것은 속도입니다. 

조직력이라는 것이 개인기처럼 눈에 띄는 것으로 나타나려면 

역시 체력과 속도가 담보되어야 하며 체력과 속도라는 면에서조차 밀리면 우리보다 개인기가 강한 팀을 막아낼 방법이 없습니다. 

체력과 속도가 밀리는 조직력은 빈 껍데기일 뿐입니다.

2002년과 달리 주구장창 합숙훈련을 하고 자기 나라에서 경기를 하던 것과 완전히 다른 경험을 하는 

2006 월드컵은 정말로 선수들 개개인이 정신적으로 완전히 다른 생각을 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마치 98년 월드컵 예선의 마지막 경기인 벨기에 전... 감독이 현장에서 해임당하고 

선수들은 이대로 돌아갈 수는 없다는 각오로, 최소한 전패를 면해야 한다는 집념으로 싸웠던 

그 정도의 정신력이 아니면 안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 조직력은 정신력이다 - 생각을 바꾸지 않으면 전패할 수 있다.

제 예상은 이렇습니다.

토고와의 경기에서는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보기에 토고는 동네축구를 하는 팀입니다, 잘하는 몇 명이 대부분의 경기를 이끌어가는...)

그러나 나머지 두 경기는 전혀 낙관적이지 않습니다.

프랑스는 우리가 이미 아는 팀이고, 스위스는 오히려 프랑스보다 뛰어나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스위스와 중국의 평가전을 보고 느낀 것은...

거칠고, 압도적이고, 지치지 않고, 공격적이며, 쉴 새 없이 밀어붙이는데다 잔재주까지 있는 팀이었습니다.

거기다 스위스는 독일말을 쓰는 사람들이 태반인 반 독일입니다. 홈구장이라고 불러도 전혀 어색하지 않죠.

어려운 상대를 맞아 선전해주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2006.6.6.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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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저의 오랜 지인 짱구박사님의 작품입니다.
원래 축구를 워낙 좋아하시는 분인데 마침 이번 월드컵을 위해 좋은 분석글을 만들어주셨습니다.
저자가 동의해주신바 알라디너분들이 읽도록 여기 올립니다.
가나전 보고 나서 16강도 희망 없다고 기죽은 분들께 다시 희망을 담아 대표님에게 보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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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잔의여유 2006-06-07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은 괜찮은데요.축구를 2002년도 전부터 보신 분인지는 의심이 가네요.저 같은 경우는 축구에 대해서 열광은 하지않지만,꾸준히 본 상황에서 다른 의견이네요.
이동국에 대해서 요즈음 평가가 좋은데 그전에는 황선홍처럼 국제적인 시합에서는 인정을 받지못했습니다.뭐라고 할까? 강팀에게는 이상하게 약한 모습을 보였습니다.황선홍의 경우 나중에 명예회복을 해서 그렇지 90년대초반에 강팀하고 할때는 축구팬들 사이에 뻥축구라는 별명이 붙을정도로 골징크스가 있었습니다.이동국도 마찬가지고요.스위스가 프랑스보다 강하다. 이것은 최근의 경기를 보고 이야기하는 것 같은데요.ㅡ_ㅡ 스위스는 요즈음 떠서 그렇지,프랑스에 비해서 한수 떨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안정환의 경우 2002년도에 행운인 것 같은 결정골들을 넣어서 발탁한 것도 있을겁니다.(개인적으로는 별로지만,전에는 이동국보다는 알아주는 선수였죠.) 그리고 아직은 미숙하지만,박주영을 주목하면 좋을 것 같네요.^^ 토고가 동네축구라 그것도 동의하기는 어렵지만,그래도 좋은 글 봤습니다.

사마천 2006-06-07 17: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글은 아니고 짱구박사님이라고 축구 애호가 글이라 소개드린 것입니다. 하여간 서로 논의하면서 즐거움 키우면 좋겠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