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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하는 용기 - 경제위기와 그 여파에 대한 회고
벤 S. 버냉키 지음, 안세민 옮김 / 까치 / 2015년 10월
평점 :
버냉키, 금융위기 이후 질리도록 들은 이름이다.
병주고 약주고.
리먼의 몰락을 최종 결정해 금융위기를 불러오고, 이어서 회복 과정을 금융을 동원해 철저하게 미국의 이익을 중심으로 주도한 경제학자다.
경제학이라는 학문은 원래 정치적이다. 원류가 정치경제학이라는 형태로 출발했다. 경제학 초기 기여자들은 왕의 금고를 관리하던 은행가, 그들에게 보다 깊은 사고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조언자 등이었다.
그래서 경제학에는 중요한 태도가 있다. 이론은 실현할 힘이 없다면 큰 소용이 없다는..
경제학자 버냉키는 그래서 더욱 권력을 향해 움직여갔고 노력에 대한 보상으로 마침내 경제수장의 자리에 오른다.
경제수장 버냉키의 존재는 금융위기 속에서 매우 적절했는지 모른다.
공황을 전공한 덕분에 심리가 공황으로 가지 않도록 최대한 애썼다고 보인다.
그의 말은 수도 없이 궁금했다. 과연 사고를 친 미국은 어떤 대책을 내놓을 것인가는 늘 관심사였다.
지금 미국이 양적완화를 거두면서 발생하는 요동속에서 세계가 출렁거린다.
그러러면 어떤 생각으로 어떤 방법으로 양적완화를 했는지에 대해 창조자의 말을 자세히 읽어보고 싶었다. 아쉽게도 거기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이 없다.
반면 일본과 유럽 등 다른 나라의 중앙은행이 자신의 생각과 다르게 나오는 태도를 약간 조롱조로 묘사한 부분이 나온다.
책은 몇개의 부분으로 나뉘는데 서브프라임 위기가 서서히 커져가고 리먼의 파산으로 본격화되는 파트가 먼저 나온다. 이어지는 회복 과정의 각종 양적완화는 상대적으로 소략하다.
왜 일까 하는 의문을 독자로서 가지게 된다.
보안 문제일까? 아니면 정치적인 자기 합리화가 우선이어서 일까?
먼저 버냉키의 서브프라임 문제에 대한 이해는 매우 미흡했던 것으로 보인다. 시장이 불안정해지지만 단기적은 요법으로 대처하게 된다. (물론 이는 나중의 관점이라 본인이 억울하게 느낄 면도 있다)
FRB 회의는 여전히 고물가에 시달리는 당시 상황에서 금리를 어떻게 조정할 지 양론이 치열하게 맞섰다. 하긴 신문도 늘 그렇지 않은가? 올리면 이런 문제, 내리면 저런 문제..
그 속에서 파생상품이 앞으로 어떤 문제를 만들어낼지는 거의 대부분 예측 못했다. 하긴 최근 영화 <빅쇼트>를 보면 이 문제에 대해 대부분이 무지했고 주인공들은 거꾸로 이 무지를 이용해 위기를 부풀리고 한몫 챙기려고 한다.
여러층으로 만들어진 문제는 바닥을 흔들면 건물 자체가 흔들리게 되었지만 대부분은 이 위험을 몰랐다. 리먼과 거의 동시에 위험에 처했지만 구제된 AIG의 경우는 행운이었다.
버냉키는 이 대목에서 많은 지면을 할애해서 둘의 차이점을 이야기한다.
이런 태도가 더욱 회고록 집필의 핵심의도가 이러한 자기변명에 있지 않았나 생각하게 한다.
어쨌든 위기가 점점 심화되는 과정에서 미국 금융의 지도자들의 속마음을 상세히 보여주는 건 분명 도움이 된다.
이 세계는 안정되어 보여도 실은 거인들의 손짓에 의해 만들어지는 파도를 헤쳐나가야 하는 작은배일지도 모른다.
한국은행의 통화스왑 노력은 허용되었지만 아이슬랜드는 거절되었고 아이슬랜드의 은행은 연달아 파산하게 된다. 자랑하던 MB,강만수 등의 환한 얼굴과 그들의 회고록애서 큰 대목을 장식하는 가장 큰 업적이란 이렇게 버냉키라는 거인의 사인 하나로 만들어지는 행위였을 뿐이다.
앞으로도 미국의 금융주도력이 위세를 발휘하는 한 FRB 의장의 손짓은 우리에게는 더욱 큰 파도일 것이다. 알아야 살 수 있으니 읽어야 하고 그럼에도 아쉬움이 남는 건 약소국 독자의 슬픔이니 어절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