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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노선배의 강연을 들었다.

은퇴하고 제주에 내려가서 멋진 2막을 살고 있다고 알고 있었다.

막상 강연을 들어보니 제주에서 첫 사업이 망해서 많은 은퇴자금을 날리고

다시 도전을 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그 과정을 책으로 만들었다.


가만 책을 살피니 아쉬움이 많았다.

너무나 빠르게 만들어진 티가 많이 나타났다.


선배의 나이를 가만 생각해보았다.

요즘 실버경제 이야기를 하면서 나이에도 불구하고 돌진 앞으로 하도록 부추김이 많다.

열정을 강조하며 과감히 돌진한 선배의 모습도 그 중 하나일 것이다.

하지만 과연 바람직한 선택이었을까?

나이가 든다는 것, 인생이 1막에서 2막으로 바뀐다는 것 등을 비유하자면

직선에서 곡선으로 바뀐다는 뜻이다.

곡선에서 차를 몬다면 속도를 적당히 늦추면서 코너링을 잘 하는 것이 중요해진다.

1막의 인생은 주로 성장의 흐름과 함께 하게 된다.

성장의 지표가 있고, 역동성이 있어서 속도를 높일수록 짜릿함이 같이 늘어간다.

반면 2막에서는 한템포 늦춰주고 길을 잘 봄이 필요할 것이다.

직선처럼 보이지만 잘 보면 아래에 낭떠러지가 보일 수 있다.


선배도 제주라는 곳까지 갔다면 천천히 멈추어서서 길가는 사람을 보았으면 어떠했을까?

도시에서 비행기 타고 날라가서 보는 건 어차피 손님의 눈이다.

현지에서 느림을 체험하며 사업을 시작했다면 어떠했을까?

속도를 늦추지 않은 대가는 정말 정말 혹독했다.


그리고 또 아쉬운 점은 이번에 발간한 책이었다.

너무 빨리 재기의 과정을 담다 보니 너무나 엉성해졌다.

여전히 여기서도 조급증이 고스란히 발휘된다.

대표적으로 1만시간 법칙을 이야기함이다.

새로 시작한 농사일에서 수천시간을 쏟았는데 앞으로 조금 더 하면 1만시간이 된다고 한다.

1만시간 법칙에 따라 무엇인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무척 강조를 했다.

하지만 이것도 모순이 나타난다.

본인이 원래 서울에서 마케팅 강의로 유명했었고 거기에 1만시간을 쏟아부었었다.

그렇지만 제주의 사업에서 실패한 점은 마케팅 1만 시간 법칙이 깨진 것이다.

그 상황에서 또 다른 걸 1만시간 한다고 반드시 이루어진다고 예단하는 건 오만이다.


이렇게 오래된 이야기가 반복이 되고 논리의 비약이 나타나니, 처음에 호감을 가졌던 독자들도 막상 책을 보다보니 실망이 늘어난다.

나이가 숫자는 아니다. 하지만 속도는 늦추어야 한다. 고정된 방향이 없기에

조심조심 살피며 가야하기에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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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강사 분들의 강의를 연달아 듣게 되는 기회를 가졌다.

다들 쟁쟁한 분이지만 모아 놓으니 어쩔 수 없이 서로 비교가 된다.


A라는 분은 강의안이 몇 년 째 그대로 였다.

바뀐 것은 강의 스킬.

무대를 넓게 활용하고 동작을 활발하게 하고, 청중의 반응은 좋았지만

뭔가 아쉬웠다.

하나의 키워드로 수년을 돌아다닐 수 있다면 분명 중요한 메시지를 사회에 던진 것이다.

그렇지만 그 다음은 무엇인가를 묻게 된다.

강사는 자신이 차지한 지위들을 강조했다.

무슨 무슨 위원회 등에 참여하고 있다, 높은 분들에게 자문을 하고 있다 등.

더해서 모 유명 대학의 입학사정관이라는 점도 은근히 내비친다.

권력은 더해지지만 여전히 강의안은 그대로다.


반면에 나이드신 오래된 강사님, 노석학께서는

아픈 몸에도 남다른 모습을 보이셨다.

지금 까지 했던 이야기 말고 다른 걸 하고 가겠다고 하면서

쉬지 않고 사람의 관점을 바꾸는 이야기를 해주신다.

오래전 들은 내용도 있지만 신선한 이야기도 많았다.

한 마디로 집념이 느껴졌다.


나이 들어서 안불러준다며, 나이탓을 하는 분을 많이 본다.

콘텐츠 업계에서 멈춤은 곧 정체,퇴보다.

경쟁자는 꾸준하게 나오고 경쟁은 계속 치열해진다.

강력한 지위를 가지고 있지 않다면 꾸준히 자기 변화를 주는 것만이

오래 오래 불려가는 것이다.


다시 정리해보면 나이탓하는 건 우습다.

대가가 대가인 것은 나이를 숫자로 부를만큼의 자기 변신 노력이 꾸준하기 때문임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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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송년 모임 2탄 – 회사고르기, 인생일대의 쇼핑 # 2

송년모임을 하다 보면 진로를 가지고 고민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회사를 옮기는 사람, 아예 회사생활을 접고 공부를 더 하는 경우도 보기도 하고 개인사업으로 진로를 바꾸려는 사람 등 다양한 경우를 만나게 된다.

소신을 가지고 한길을 꾸준히 가려는 사람이면 격려를 하게 되고 한편 부러움을 가지게 된다. 반면 아무리 생각해봐도 아닌 길을 가려는 사람을 보면 안타까움을 느끼게 된다.

회사를 고르는 일은 성년 이후에 맞는 일생 일대의 쇼핑 중 넘버 2에 해당된다.
넘버 1은 뭐냐고? 결혼이다.

회사를 고른다는 건 돈을 번다는 말과 의미가 무척 다르다.
돈만 보고 벌려고 하면 장사도 있고 자산운용도 있고 앵벌이도 있고 다양한 길이 있다.
그러기에 회사를 돈만 보고 다닌다고 하면 굉장히 큰 오산을 범하게 되는 것이다.
회사 생활의 포인트는 1번이 성장이고 2번이 안정성이다.

개인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선행조건으로 회사가 성장해야 한다.
회사가 급속히 사업을 팽창할 때는 개인은 자연스럽게 많은 기회를 가지게 된다.
그럼 회사의 성장을 가져오는 요건은 무엇인가?

바로 오너와 CEO의 운과 능력이다.

이 말은 매우 중요하다.
운이 나쁜 동네에서 아무리 설쳐봐도 노력 대비 적은 성과에 아쉬움을 가지게 될 뿐이다.


그럼 이 말을 비틀어보자.

세계 최고의 부자인 워렌 버핏의 투자철학을 잘 설명한 책이 한 권 있다.
내가 무척 좋아하는데 그 책의 제목은 “나는 사람에게 투자한다”다.
버핏이 재무제표를 파내는 무서운 힘과 기억력을 가지고 있지만 이는 부차적인 능력일 따름이다. 재무제표는 결산의 결과고 회사의 활동이 잘 되지 않으면 아무리 수치적인 집계를 해보아도 별로인 결과가 나올 뿐이다. 기업의 활동은 전쟁인데 그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승리의 요소는 무엇일까? 바로 장수이고 기업의 입장에서는 오너와 CEO가 된다.

1류기업,2류,3류를 나름 두루 경험해본 입장에서 보면 1류기업을 다니면서 가장 큰 행운은 1류의 자본으로 1류의 지휘관 밑에서 1류의 인재들과 일한다는 점이다.
반면 기업의 등급이 내려가면 지휘관도 별로 동료도 별로, 자본의 도덕적 품성도 별로가 된다.

앞서 동문회 이야기를 했는데 동문회에는 삶의 유형이 다른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그 중 개인으로 사업하는 사람들의 경우를 보면 동창인데도 이익을 보는 관점이 박하고 관계에서 자신 쪽으로 플러스를 빨리 내려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이런 경우는 피곤하다.
대기업의 기술, 인맥 등을 어떻게든 끌어내 자기가 유리한 방향으로 활용하고 심지어 기회를 가로채기도 하면서 이익을 나누는데는 박하다.
가만 지켜보다 보면 한심하기도 한데 어쩔수없다. 개인기업에는 안정성이 적기 때문에 당장 하루 하루 먹고 살기 박하다. 먹고 사는 문제가 급한데 무슨 체면이 필요하겠나라는게 이들 대부분의 마인드가 된다.

1류와 개인의 사이를 보면 2류와 3류가 나오게 된다.

그래서 다시 투자의 관점으로 돌아가보면 기업을 고를 때 주식투자하는 마음으로 해라. 박성득이라는 주식고수의 이야기를 읽어보면 일식집 창업을 하는 과정에서 정말로 세세하게 조사하는 것을 보게 된다.
기업에 입사하는 일은 자신의 기회와 시간이라는 엄청난 불가역적인 자산을 투자하는 일이다. 그냥 아무렇게 사고 잘 되게 바라는 도박꾼의 마음으로 행하면 절대 안된다.

참고로 CEO에 대한 이해 능력은 그냥 쉽게 얻기는 어렵다.
투자 할 때 참조할 대표적인 공식 자료인 애널리스트의 리포트를 아무리 보더라도 CEO의 품성에 대해서는 나오지 않는다.
이게 결정적인 애널 리포트의 한계다.

마찬가지로 기업을 분석 할 때 취업준비생이 공식적인 자료만으로 파악하고 이제 되었다고 하는 건 아주 아주 한계가 많은 미흡한 행동이다.

그럼 CEO를 고를 때는 어떤 사람을 보아야 하나?

명품 CEO는 문제해결력이 좋은 사람이다.

기업을 운영하다보면 정말 개똥 같은 문제들이 위로 몰려온다.
그런 문제를 피할수도 없고 쉼없이 해결해나가야 하는 존재가 바로 CEO다.
또 하나 고를 때 중요한 점은 돈주인이 돈을 나누고자 하는 마음이 있는지 여부다.

주주로서 보면 배당을 주는지 주주를 속이지 않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투자 고수 이야기로 돌아가보면.
전영수의 <한국의 주식고수들>이라는 책에 고수 인터뷰가 나오는데
펀드 매니저로 유명한 분 이야기가. 자기는 오너 지분을 본다고 한다. 오너 지분이 어느 이상이 되면 주주와 오너의 이해가 같은 방향으로 갈 소지가 커지는데 지분이 낮으면 돈을 자꾸 빼돌리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종업원의 입장에서 보면 횡령은 안하는지, 좋게 보면 우리사주는 주는지 등등이다.
접대비 등 비용에 있어 공정한지 오너로서 개인 비용을 과도하게 쓰는지 여부 등이다.
직원들 급여는 깍으면서 본인은 외제차 할부해서 쓰고 회사 주차장에 놀리는 걸 보면 울화통이 치밀 것이다.

또 신생자본은 조심해야 한다.
벼락부자들은 제대로 능력 검증이 안되어 있다. 벤처 붐 때 주식으로 한탕해서 자본을 마련한 친구들 중에 상당수는 이후 몰락을 하게 된다. 차곡차곡 실력을 검증해가면서 벌어간 오너들이 견조한데 비해서 이들 한탕파는 거품이 너무 많다.
이런 평판과 세부적인 조사를 잘 해야 한다.
또한 오너 3세들도 잘 보아야 한다. 오너가 출신이라는 핏줄에 대한 과도한 자부심은 있지만 이들의 성공은 물려받은 돈과 물려받은 관계밖에 없기 때문에 일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섯불리 스카우트 제의에 응했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도 많이 보았다.

너무 분석요소가 많다고?
일생일대의 쇼핑인데 이 정도도 안하고 투자하는 일은 그저 가장 소중한 자산을 운에 맡기는 도박사의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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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달팽이 > [퍼온글] 열정의 학자 정민 "미치지 않고 뭘 해요"




[인터뷰]<18세기 조선 지식인의 발견>펴낸 정 민 교수

[북데일리]정 민(47)교수의 글은 빠르게 읽힌다. 반복과 부연이 ‘덜’ 하기 때문이다. 군더더기 없는 그의 ‘마른’ 글은 중고생이 읽어도 무리가 없을 만큼 쉽다. 그 어렵다는 연암도, 다산도 정민 교수의 손을 거치면 평이해진다.

그는 “학자들의 글은 어렵다”는 통념을 깬 저술가다. 특정 독자층을 대상으로 한 전문적인 단어 대신 보편적인 단어와 문장을 통해 고전읽기를 대중화시켰다. <한시미학산책>(솔. 1998) <미쳐야 미친다>(푸른역사. 2004) <다산선생지식경영법>(김영사. 2007) 모두 그가 만들어낸 베스트셀러다.

이번에 발표한 <18세기 조선 지식인의 발견>(휴머니스트. 2007)은 2001년부터 7년에 걸친18세기 탐구에 대한 중간 결산작업이다. 18세기의 특징적 문화현상, 조선 지식인의 자의식, 지적 경향 등을 다뤘다.

19일 그가 재직 중인 한양대학교를 찾았다. 병원 차트 보관대에 꽂힌 수백 개의 자료파일, 이중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크기의 서가. 연구실 곳곳에 붙어 있는 메모들이 치열한 연구의 흔적을 드러냈다. 정 교수는 저술법과 연구과정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2시간여에 걸쳐 밝힌 학문을 향한 고백은 뜨겁고, 순수했다.

- <18세기 조선 지식인의 발견>의 도입부를 보면 한 분야에 미친 사람들의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이는 <미쳐야 미친다>에서 엿볼 수 있었던 ‘벽(癖)’의 예찬론입니다. 교수님께서 생각하시는 진정한 ‘벽’의 의미란 무엇입니까.

“벽이란 자신까지 잊는 ‘몰두’입니다. 벽은 맹목적이고 저돌적이죠. 예전에는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 해서 늘 지나친 것을 경계하고 차단했습니다. 과거에 ‘벽’이 터부시 되었다면 지금은 ‘벽’이 요구되는 시대입니다. “미치지 않고 뭘 할 수 있나?”라는 자문이 끊임없이 필요합니다. 실로 ‘벽 신드롬’이 일어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18세기 지식경영의 배경, 조선지식인들을 살펴보면 이렇듯 미칠 듯한 몰두가 엿보입니다. 18세기는 외형적으로는 ‘정보화의 문화’ 내부적으로는 ‘벽의 추구’라고 설명할 수 있습니다"

- 교수님의 방대한 저술량을 보면 스스로도 ‘벽’ 의 기질이 다분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한 가지에 몰두하면 끝을 보는 성격입니다. <한시미학산책>을 쓸 때 얘긴데. 우연히 어떤 논문에 있는 새 울음소리로 만든 금언체(禽言體) 시를 보게 됐습니다. 딱 4수였는데 퍼즐을 풀 수가 없어 무척 답답했죠. 밤낮으로 그걸 고민하다 보니 같은 시기의 다른 논문집에 실린 또 다른 금언체 한시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몇 년간 금언체 한시를 모았습니다. 논문을 써야겠다는 결심이 서자 새에 대한 자료를 모으기 시작했죠. 당시 대만에 교환교수로 가있었는데. 대만조류협회에가서 중국에서 새 관련 책자, CD, 테이프, 우표를 사서 공부했습니다. 일본에 가서 조류도감도 가져왔죠. 그렇게 필요한 게 있으면 어디든 가서 찾아와야 직성이 풀리는 편입니다. 대부분의 작업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됩니다. 보이는 대로 자료를 모으다 보면 먼저 모이는 것이 생기죠. 그 중에서 ‘나 좀 어떻게 해주세요’라고 외치는 것들이 다른 것보다 먼저 책으로 만들어집니다”

- <18세기 조선 지식인의 발견>을 통해 찾아낸 18세기의 가장 큰 특징은 무엇입니까.

“18세기는 조선이 체험한 최초의 정보화 사회라고 할 수 있습니다. 18세기를 실학의 코드로만 설명하는 것은 전면적이지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실학은 유용성의 담론이기 때문에 가치의 유무만 따지죠. 어찌 보면 유득공집비둘기에 몰두한 것이나, 앵무새, 화초, 꽃에 미친 사람들의 이야기는 실학기준으로 보면 잡학일 뿐입니다. 그러나 18세기에 정보화의 대 변혁이 일어나며 많은 변화들이 있었습니다. 18세기는 지금과 닮은 점이 많습니다. 예전과 비교해 볼 때 지금은 무가치하다고 생각되던 정보들이 중요시되고 있습니다. 판매가 되고 수요층이 있기 때문이죠. 정보의 우선순위에 커다란 변화가 일고 있습니다. 여기서 강조 되는 것이 바로 ‘편집’의 능력입니다. 정보를 어떻게 선별하고 취할 것인가로 고민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금 시대의 가장 큰 문제점이라면 많이는 알되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사실입니다. 과거 박제가나 유득공처럼 급제를 하지 못한 서얼들은 지금으로 말하자면 대학은 나왔지만 취직을 하지 못한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학문을 향한 태도만큼은 다릅니다. 시험에 관계없이 학문을 향해 열정을 불태우던 그들과 달리 지금의 젊은이들에게는 열정이 없습니다. 그래서 18세기를 정보화 하고 체득하는 과정을 배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 과거 시대의 인물. 그 중에서도 특히 조선시대 인물들에게 특별한 애착을 갖고 계신 것 같습니다. 그 중에서도 정말 꼽고 싶은 인물이 있다면요.

“다산과 연암을 빼놓을 수 없겠죠. 10년간 연암을 연구했습니다. 다산은 미국에 가서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했죠. 기질로 봐서 저는 다산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꼼꼼하고 소심한 편이죠. 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연암입니다. 연암을 알고 나서 저의 많은 부분이 바뀌었습니다. 공부하는 스타일에 많은 변화가 일어났죠. 지금처럼 다양한 주제에 폭넓은 관심을 갖게 된 것 모두 연암의 영향입니다. 연암을 체험하기 전에는 전통적인 한문학을 연구하는 학자 일 뿐이었죠. 그러다 또 이덕무에 빠져서 여러 해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이덕무하면 우선 삐쩍 마른 몸. 퀭한 눈이 떠오릅니다. 어쩌면 인간이 저렇게 열심히 살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들죠. 책읽기와 학문을 향한 그의 성실한 태도는 배울 점이 정말 많습니다. 다산에 도착하면 또 달라집니다. 다산 역시 성실의 화신이지만 이덕무가 주는 인간적인 면은 없죠. 엄청난 절망 속에서 자신을 세우려는 의지가 강한 인물이었습니다. 18세기 문인들은 소통의 글쓰기를 실천했습니다. 그들의 글을 읽다 보면 스스로가 움직이는 것을 느낍니다. 매번 매료되곤 합니다”

- 고전읽기 붐이 일고 있습니다. 직접 쓰신 <다산선생지식경영법>을 비롯해 많은 책들이 고전 읽기의 새로운 방식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고전의 진정한 가치는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시공간을 초월해 가치 있게 읽히는 것이 고전입니다. 지금 수업 중에 강독하는 것이 <고전명문감상>인데 학생들이 굉장한 혼란에 빠집니다. 글이 갖고 있는 충격이 굉장히 무겁게 다가온다고 합니다. 자꾸 지금의 자신을 돌아보게 만든다고 해요. 심지어 어떤 학생은 책을 읽다 수업 중에 울기도 합니다. 리포트 쓰다 우는 학생도 많았습니다. 모두 자신이 새까맣게 잊었던 것을 회복했다고 이야기 합니다. 과거 그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이렇듯, 미친 듯이 열정을 쏟지 않고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라는 자문을 하게 되는 것이죠. 지금 대학생들을 보면 답답함을 느낄 때가 많습니다. 모두 영어공부, 취업공부에만 매달리고 있습니다. 12년간 대학에 들어오려고 공부하고, 대학 와서는 취직을 위해 공부하고, 직장에 들어가면 안 잘리려고 공부하고. 결국 자신을 위한 공부는 하지 않습니다. 공부를 하는 이유에 대해 생각하는 사람이 적습니다. 얼마나 잘 먹고 잘 살 수 있을까에 대한 관심만 있지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문제에는 관심이 없죠. 고전은 그 본질적 문제를 명확히, 깊숙이 찔러줍니다. 그리고 확인시켜주죠. 그러니 지금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클 수밖에요. 지금 지식은 전부 실용적인 것들뿐입니다. 고전에는 도구적인 것을 뛰어넘어 삶의 자세를 가다듬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 600페이지가 넘는 <다산선생지식경영법>을 6개 월 만에 쓰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왕성한 저술력의 비결이 궁금합니다.

“어떤 관심사가 생기면 일단 메모를 시작합니다. (병원카트에 꽂혀 있는 파일 철 세 개를 가져와서) 얼마 전에 <에도시대의 여행문화>라는 책을 읽었는데요. 그걸 읽으면서 왜 조선시대를 소재로 한 이런 책은 없을까라는 의문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시작한 것이 ‘18세기 조선의 여행문화’라는 이름의 파일을 만드는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백지에 어떤 내용들이 가능할까 쭉 써내려 갑니다. 그러면 30개 혹은 40개에 달하는 소재들이 정리됩니다. 그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다시 두 장짜리 세부안을 만듭니다. 여기에는 추가적인 메모들이 곁들여집니다. 미쳐 생각 하지 못했던 것을 다시 붙이고 추가 하는 작업이죠. 그 다음에는 ‘내가 왜 이 책을 쓰고 싶은지’에 대한 집필 의도를 씁니다. 스스로를 설득하지 못하면 쓰지 않습니다. 이렇게 만들어 놓은 파일 철이 (차트를 가리키며) 저기 꽂힌 것들입니다. 이렇게 만들어진다고 해서 바로 논문이나 책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죠. 몇 년 후에 완성될지 몰라요. 그렇지만 떠오르는 것들은 반드시 파일로 만들어 놓습니다. 그리고 그 자료들을 운명적으로 다시 만나게 될 때 본격화 하는 식이죠”

- 교수님의 글쓰기는 중고등학생이 읽어도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쉽다는 평을 받습니다. 군더더기 없는 단문체의 비결, 쉽게 쓰는 비결은 무엇입니까.

“글은 반드시 짧게 씁니다. 퇴고 할 때 글 자르는 게 일이죠. 글이 짧으면 속도감이 생깁니다. 마냥 늘어놓으면 뜻이 접속이 안 됩니다. 관용어절을 끌고 들어가는 습관을 매우 싫어합니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영희언니를 만났다’라는 문장을 예로 들어볼까요. 벌써 내가 좋아하는 게 영희인지 영희 언니인지 헷갈리기 시작합니다. 글쓰기에 있어 구문의 간결성은 무척 중요합니다. ‘조선후기고문론(문장론)연구’가 제 박사학위 논문입니다. 예전 한문가들의 문장을 연구했죠. 글쓰기에 있어서 간결함, 표현의 함축성을 추구하는 것이 제 전공입니다. 그러다보니 글쓰기에 굉장히 예민한 편입니다. 우리나라 문장에는 ‘이다’ ‘있다’ ‘것이다’ 체가 있습니다. 모든 글쓰기의 기본은 ‘이다’체가 되어야 합니다. ‘있다’는 늘어지고 ‘것이다’는 권위적인 느낌을 줍니다. ‘것이다’라는 표현을 자주 쓰면 ‘00은 것이었던 것이다’라는 문장까지 쓰게 됩니다. 강조하는 데 매달리게 되는 거죠. 권투로 말하자면 ‘이다’는 ‘잽’ ‘있다’는 ‘어퍼컷’ ‘것이다’는 ‘스트레이트’입니다. ‘어퍼컷’이나 ‘스트레이트’는 아무 때나 쓰면 안 됩니다. 결정타로 정말 필요한 곳에만 써야 합니다. 자신이 쓴 글을 읽어 보면 스스로가 ‘이다’ ‘있다’ ‘것이다’ 중 어느 형의 인간인지 알 수 있습니다. 특히 학자들의 글을 보면 그 세 가지 분석이 가능합니다”

- 글쓰기를 두려워 하는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동어 반복을 피하는 방법도 들려주시죠.

“리듬 살리는 것에 주의하다 보면 동어반복은 피할 수 있습니다. 글에는 리듬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머릿속에 들어옵니다. ‘그러나’가 나오면 그 다음은 ‘반면에’로 다음은 ‘또한’으로 고쳐야 합니다. ‘00처럼 00 처럼 00 처럼’이 아니라 ‘00처럼 00이냥 00같이’로 다양하게 바꾸어야 합니다. 어미를 다르게 하면 완전히 다른 글이 됩니다. 글을 쓸 때는 반드시 소리를 내서 읽어야 합니다. 더 좋은 것은 남이 읽어주며 퇴고하는 방법입니다. 제 글의 대부분은 아내가 읽어줍니다. 듣다 보면 ‘턱’ 걸리는 부분이 나옵니다. 잘못된 문장이죠. 그러면 고칩니다. 읽히기 위해 쓰는 것이 글입니다. 읽히지 않으면 글이 아니죠. 그래서 퇴고는 아무리 해도 부족합니다. 끊임없이 고치고, 또 고치는 이유가 거기에 있습니다”

- 글쓰기와 함께 거론 되는 것이 독서의 중요성입니다. 책읽기의 필요성은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책을 읽는다는 것은 통찰력을 기르는 과정입니다. 자신의 삶을 운영해나가는 기본적인 힘을 기르는 과정이 독서죠. 지금 사람들은 대부분 정보취득의 목적으로 책을 읽습니다. 잘못된 방법이죠. 책이 잘 읽히고 않고 손이 가지 않는 이유도 그 때문입니다.

독서는 삶의 안목과 통찰력을 길러주고 그것으로 인해 자신의 삶이 업그레이드 될 수 있습니다. 삶의 기본을 가르치는 책을 처음부터 소리내어 읽는다면 그것이 갖는 힘은 실로 대단할 것입니다. 동종 분야보다는 다른 분야의 책에서 더 많은 아이디어를 얻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다양한 책을 읽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정보는 자신의 관심사에 의해 ‘재배열’이 됩니다. 같은 책이라도 읽는 이에 따라 효과가 달라집니다.

실용위주의 책읽기가 아닌 자신의 자양분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책읽기가 필요합니다”

- 글 쓰고 공부하는 것 외에 다른 취미가 없다고 들었습니다. 이덕무처럼, 정약용처럼 오직 좋아하는 것에 몰두하고 계신 듯 보입니다. 지금의 삶에 행복을 느끼십니까.

“물론 행복합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일이니까요. 글은 주로 저녁에 씁니다. 낮에는 강의도 있고 사람들을 만나야 하는 일도 있거든요. 저녁 11시 12나 돼야 집에 갑니다. 강의실에 있을 때도 부재중으로 해놓고 문을 잠가 놓을 때도 있어요. (웃음) 토요일 일요일에도 주로 학교에 나와 있습니다. 가족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사실은 그때 밖에 공부할 시간이 없어요. 그래도 연구실에 조용히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합니다. 예전에는 친구들과 어울리는 시간도 종종 갖곤 했는데 요즘에는 시간이 아까워서 못 마십니다. 어떻게 보면 삶이 무미건조 한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그 안에 묘한 즐거움이 있습니다. 그건 다른 사람과 같이 나눌 수 없는 나만의 즐거움이겠지요”

[김민영 기자 bookworm@p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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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sb > 한국의 글쟁이들/⑬‘먼나라 이웃나라’ 만화가 이원복 교수


(출처: 한겨레)



시간은 언제나 널널, 실컷 놀고…일해요

깔끔해도 너무 깔끔했다. 만화가 이원복(60·덕성여대 예술학부) 교수의 서울 테헤란로 작업실은 벽 한쪽에 캐비넷이 줄지어 있는 것 말고는 온갖 잡다한 것이 일체 없었다. “사실은 오히려 어지르는 편이에요. 이것 저것 늘어놓으면 찾지를 못해서 꼭 필요한 것만 꺼내놓아 깨끗해 보이는 겁니다. 대신 집은 완전 난장판이에요. 집은 제 놀이공간이거든요.”

이 교수는 뜻밖에도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게 ‘놀기’라고 강조하는 것으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이 교수의 1년 작업량은 책 2권 정도. 쪽수로는 500쪽 안팎이므로 하루 작업량은 대략 2쪽 분량이니 실제 작업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고 한다. “인맥이니 그런 것을 아주 싫어해서 사교 모임에 나가지도 않으니까 시간은 언제나 ‘널널’합니다. 실컷 놀고 남는 시간에 즐겁게 일하면 되요. 창조적 휴식을 갖는 거죠. 그게 확대재생산에 훨씬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노는 것처럼 어려운 것이 또 있으랴. 놀려면 돈·시간·건강이 필요한데, 대부분 사람들에겐 늘 이 셋 중 한두가지가 없기 마련이다. 이 교수는 그런 점에서 선택받은 사람이다. 저술가로 거둔 성공, 그리고 교수란 직업이 그에게 경제적 여유와 시간을 확보해준다. 휴식이 필요하면 과감하게 여행을 떠난다. 가장 자주 가는 곳은 9년 동안 유학했던 독일. 해마다 두 세번씩 간다. “행복해요. 만화 그리면서 대접 받고, 내 시간 즐길 수 있고, 남는 시간에 일할 수 있으니 행복하지 않으면 이상한 거죠. 남들 염장 지르는 소리로 들리겠지만 사실이니까…. 제 보기에 돈은 생존 개념만 넘어가면 자유의 의미에요. 여행 떠나고 싶을 때 갈 수 있는 것, 그게 돈이고 자유죠.”

분명 이 교수의 말이 듣는 사람을 배아프게 만들 수 있지만, 그 이면에는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 있다. 그건 바로 그가 44년 동안 만화를 그려왔다는 사실이다. 올해 환갑인 이 교수의 일정은 언제나 집-학교-작업실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그가 다른 만화가들과 달리 ‘교양 만화’라는 ‘블루 오션’을 개척했다는 점이다.

44년 개척한 ‘블루오션’ 교양만화

이 교수가 만화를 그린 것은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다. 1962년 우연히 후배 아버지가 다니는 소년신문에 놀러갔다가 후배 아버지가 그가 만화를 잘 그린다는 말을 듣고는 “아르바이트 한번 해보라”고 권한 것이 시작이었다. 이후 필명을 쓰면서 미국 만화를 트레이싱지로 베껴가며 만화를 그렸다. 일찍 부모가 돌아가셨고, 7남매 중 막내여서 별다는 간섭을 받지 않았던 덕분에 가능했다. 대학에 들어간 1975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창작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그림풍은 일본것을 그대로 따랐다. 그러던 그의 인생에 최대 전환점이 왔다. 바로 독일 유학이었다.

유학을 결심한 것은 만화를 제대로 배우고 싶고, 또한 그림체도 바꾸고 싶어서였다. 그런데 유럽에도 만화를 가르치는 대학은 없어서 가장 비슷한 일러스트레이션을 골랐다. 유학 생활 6년에 접어들 즈음 그동안 유럽 생활속에서 쌓은 경험과 지식, 그리고 유럽만화의 걸작으로 꼽히는 <아스테릭스>에서 영향 받은 새 그림체와 구성방식으로 시작한 만화가 <먼나라 이웃나라>다. 유럽 문명에 대해 알아야 할 각종 교양 상식을 알기쉽게 들려주는 새로운 방식의 만화였다. “만화에도 전문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고우영, 허영만씨처럼 그림을 잘 그릴 수는 없겠고…, 그래서 제게 맞을 것 같은 저만의 장르로 찾은 게 ‘교양’이었어요.”

<먼나라 이웃나라>는 설명이 필요없을 정도로 놀라운 성공을 거뒀다. 미국편으로 끝나기까지 20년 넘게 이어온 이 만화는 지금까지 1000만부 넘게 팔린 것으로 추정되며 여전히 이 교수의 만화 가운데 가장 많이 팔린다. 또한 이 만화는 ‘이원복 만화’의 틀을 완성했다. 이후 이 교수의 만화는 이 만화에서 세운 틀을 벗어나지 앟는다. 어려워보이는 지식을 이 교수식으로 객관화, 일반화해 설명하는 것이다.

이 교수의 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주제 선정이다. “세상을 싸돌아 다니다 보면 뭔가 보이는 게 있어요. 우리 사회에 지금 이게 빠져있구나, 이게 부족하구나 느껴지는 것들이 주제가 됩니다.” 그 다음은 자료 차례. 외국 이야기면 현지에 가서 실제 ‘분위기’를 가장 중요하게 눈여겨본다. 나머지 자료는 물론 책과 인터넷으로 구한다. “인터넷은 신이 내린 선물이에요. 예전에는 외국 신문·잡지 구독료로 월 100만원씩 썼는데, 요즘에는 실시간으로 다 볼 수 있으니 얼마나 좋아요? 지금도 이해가 안되는 게 우리나라에선 인터넷 신문이 왜 공짜냐는 거에요. 외국은 다 유료인데 말이죠.”

이렇게 모은 지식은 백과사전을 기본으로 해서 가공한다. 정확성과 중립성을 위해서다. 그 다음 콘티를 짜고 그림을 그린다. 연필 밑그림까지는 그가 그리고, 펜 작업은 제자들에게 맡긴다.

세상 모든 것엔 ‘키워드’가 존재

이 교수는 자신을 콘텐츠 생산자라기 보다는 콘텐츠 전달자라고 본다. 교양만화는 ‘콘텐츠 70, 그림 30’이며 당연히 그 핵심은 콘텐츠 전달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제가 하는 작업을 오만하게 이야기하면 문화 통역인 것 같아요. 문화라는 것을 만화라는 언어로 통역하는 겁니다.”

이 콘텐츠란 것의 기본 원리는 ‘단순명료’란 네 글자다. 지식이나 정보 자체는 단순·명료한 것인데 이걸 어렵게 해석해서 그 위에 덧씌웠기 때문에 어려워 보이는 것이므로, 다시 이런 해석을 벗겨내 단순명료한 본래 알맹이로 돌아가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복잡해보이는 여러가지를 묶어 명쾌하게 일반화하는 것인데, 말은 쉬워도 상당한 지적 자신감이 필요한 일이다. 그래서 “세상 모든 것에는 키워드가 반드시 존재한다고 믿는 신앙, 그것을 해석할 수 있는 키워드가 있다는 신앙이 필요하다”고 이교수는 말한다.

난 만화가…교수는 직업일뿐

이런 일반화 능력에는 합리적 사고를 중시하는 독일에서 유학한 경험이 크게 작용했다. “외국에서 10년 가까이 살아봐서 동양과 서양의 사고를 모두 어느 정도 접근할 수 있는 게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독일에 자주 찾아가는 것도 유럽식 사고를 수시로 접하기 위해섭니다.”

실제 이 교수가 가장 중시하는 가치가 합리성이다. “만화는 과학이에요. 결정적인 순간에 웃기기 위해서는 기승전결을 통한 결정적 반전이 필요해요. 그걸 짜내는 데에는 합리적 사고와 과학적 사고가 필요합니다. 합리적 사고를 깰 때 웃음이 나오는 것이니까 합리적 사고를 알아야 역발상이 나오는 거죠. 그 역발상이 과학입니다.”

한국 만화사에서 이 교수는 자신이 의도한 이상의 의미와 위상을 지닌다. 만화가 저질문화로 취급받던 시절 그처럼 학벌좋은 교수가 만화를 그린다는 점 자체가 만화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데 기여한 것은 분명하다. 실제 그가 처음 한 인터뷰의 주제는 어떻게 교수가 만화를 그렸냐는 것이었다. “오죽했으면 저를 뽑았던 대학 재단 이사장께서 몇년 뒤 웃으면서 ‘당신 본질이 만화가였다는 것을 알았다면 교수로 안뽑았을 것’이라고 하신 적도 있었어요.” 지금은? 이 교수는 요즘 덕성여대 학교 모델이다.

세상이 바뀌고 만화에 대한 인식도 바뀌었다. 변하지 않은 것도 있다. “당신은 어떤 사람이냐”는 질문에 대한 이 교수의 대답이다. “제 정체성이요? 당연히 만화가죠. 교수는 제 직업일뿐입니다.”

글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사진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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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yonara 2006-12-08 1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즐겨읽는 작가지만...
몇년전 만화가들이 표현자유화를 위해서 시위할 때, 이분이 하는 말이 "만화는 교육이다. 교육적이어야 한다."
그러면서도 자신을 '만화가'라고 하시다니... ㅠㅠ

사마천 2006-12-08 1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교수와 만화가의 경계에 놓인 분인데 생각이 다 마음에 드는 건 아니지만 (표절시비 등) 보아줄 만한 소지는 있는 것 같습니다. 요즘 바쁘셨던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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