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 크루즈의 직업은 컨테이너 하역 기술자인데 하층 백인을 부르는 용어로
Red neck이라고 합니다. 땡볕에 일하느라 목이 벌개진 그런 존재죠.
백인 사회에서는 가장 바닥이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상대적으로 부인의 새로운 남편은 돈도 많은데 살고 있는 집도 아주 대조적이죠.
덕분에 아들 딸 모두 친아버지에 대한 충성심이 매우 낮습니다.
특히 이들에 대한 비싼 교육비를 새아버지가 대고 있습니다.
이 점에서 영화의 설정이 비현실적인데 보통 이런 경우 아버지를 다시 찾아가서
굳이 애들을 맡기지는 않습니다.

영화 마지막에 보스톤이라는 곳에 도착할 때 병사가 총든 모습을 보여주는
동상이 있습니다. 이게 미뉴엇맨(minute man)이라고 해서 군대의 5분 대기조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독립전쟁 당시 민병대 중 즉시 출동 대기를 하던 사람들입니다.
캄 크루즈의 우주인과의 대결 과정에서 활약을 독립전쟁 당시와 비교한 것입니다.
미국적인 코드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영화의 미생물이 앞뒤로 나옵니다. 과거 신대륙 발견하고 원주민을 죽인 것이
구대륙 출신들이 가지고 있던 병균이라고 합니다. 일종의 바이러스들이 인간을 죽인것이죠.
선교사들이 마음이 가난한(?) 영혼들을 찾으러 다니면 다닐수록
이들의 몸에 있던 바이러스가 번져서 면역력이 없던 현지인들을 죽였다고 합니다.
덕분에 수천만명의 원주민들 중 상당수가 죽었죠.

이 영화에서 설정한 외계인들이 지구인들의 피를 빨아들이는데 그 과정에서 바이러스가 들어가고 이것이
면역 없는 외계인들을 몰살시킨다는 구도로 둘 사이에는 유사성이 큽니다.

참고로 바이러스와 역사에 대해서는 주경철의 <역사의 상상... > 이라는 책도 잘, 쉽게
묘사했습니다.

거대한 기계가 땅에서 솟아오른다는 구성을 보면서 탁 떠오른 것은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에서
천공의 성 라퓨타에서 나오는 거신병의 모습이었습니다.
인간을 불로 심판하려다 모두를 멸망시켜버린 그런 거대한 기계의 무지막지한 힘을 여기서
다시 보는 것 같았습니다. 과학기술문명의 힘만 믿다가 라퓨타는 멸망하죠.
이 영화의 주제와도 맥이 통한다는 인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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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케 현상 2005-07-08 0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오 재밌네요 영화를 안 봤지만 궁금해서 읽어버렸네요^^상관없어요
바이러스에 죽는다는 건 어릴 때 본 화성침공과 같네여...

perky 2005-07-08 0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결국 페이퍼 두개 다 읽어버렸어요. 영화 안봤지만 궁금해서리..^^;

사마천 2005-07-08 07: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런, 제 의도는 아닌데. 어쨌든 독특한 방식의 영화입니다. 전통적인 헐리우드 액션물과는 다르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oren 2005-07-16 14: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마천님의 서평글을 읽고나니 이 영화에 대해 좀 더 이해할 수 있는 면이 많군요. 보스톤에서의 총을 든 병사의 동상에 관한 설명은 정말 미국 사람들 빼고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일텐데, 사마천님께서 훌륭한 설명을 덧붙여주셔서 몰랐던 내용을 이해하게 되는군요. 바이러스 얘기와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얘기도 정말 좋은 설명입니다. 공포스러운 음향 효과는 영화 고스트 쉽(Ghost Ship)을 떠올릴 정도로 소름끼치더군요.

사마천 2005-07-16 1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간이 겸손해야 한다는게 교훈 중의 하나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더 강한 외계의 존재를 느낄때 자신의 가치를 타인에게 강제하려는 충실한 기독교도 부시의 오만도 좀 줄어들겠죠.

sayonara 2005-07-28 15: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다면 스필버그의 가족주의라던 이 작품도 결국에는 '인디펜던스 데이' 따위의 영화와 별로 다를 것이 없다고 봐도 될런지... -_-+

사마천 2005-07-28 1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절대 그렇지 않다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인디펜던스 따위와는 거리가 멀죠.

sayonara 2005-07-29 0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
 

한마디로 촌평을 하자면 봐줄만한 영화입니다.

굳이 분류하자면 공포 영화에 들어가겠죠.
여름의 더위에 지친 나른한 몸으로 극장에 들어섰다가 정신이 번쩍 들게 하더군요.

컴퓨터 그래픽으로 화려하게 그려낸 외계의 괴물과의 사투 모습도 볼만합니다.
탐 크루즈가 아쉽게도 이혼남에 백인 하층 노동자로 나옵니다.
하지만 열심히 전 부인과의 아들, 딸을 구하려고 사력을 다하죠.

영화 자체가 화려한 전투신을 가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역경에도
노력하는 인간의 모습을 보이지만 역으로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서 보여주었듯이 인간 본연의 적나라한 모습이
보이기에 우울한 측면도 있습니다. 

참고로 탐 크루즈가 믿는 종교가 외계인들이 지구에 생명체를 주었다는 독특한
이론을 가진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보면 영화와 연관이 있다고도 볼 수 있고
없다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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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갖고 있는 영화 갯수

-DVD 200개 정도, 상당수는 따오판(중국제 해적)
 제가 출장 갔을 때나 후배가 중국 출장 갔을 때 들볶아서 모은 것들이 많습니다.

2) 최근에 산 영화

-1년내로는 없습니다. 후배가 국내근무를 자원해버려서.

3) 최근에 본 영화

- 스타워즈 에피소드 3, 킹덤 오브 헤븐
  인상은 알렉산더가 남아요. 원래 올리버 스톤을 좋아하는데 그리스적 의미를 잘 살린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한번 정리하려고 했는데 진도가 안나갑니다.
  전에 메가박스 영화관 근처에 집과 사무실이 있어서 퇴근 후 집에 가는길
  토요일 9시 조조를 보는게 즐거움이었죠.

4) 사연있는 영화 5편

인상적이었던 영화 5편을 말해보라고 한다면,

-Once upon a time in America : 미국을 알게 해주는 영화라는 추천에 의해 보았습니다.
 지금도 주변분들에게 적극 추천하죠. 소년이 성인으로 변하고 사랑이 채 완결되지 못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7월 4일생 : 올리버 스톤의 대표적 반전영화죠. 한 인간의 생을 다루어서 꽤 길었지만
 미국에도 이런 주장을 하는 감독이 있구나 하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미군들의 피가 철철 흘러야 미국의 정치시스템이 바뀐다고 냉정하게 메시지를 던지는
 스톤의 모습은 늘 존경스럽습니다.

-살바도르 : 올리버 스톤의 작품이죠. 광주의 80년과 거의 유사한 장면들입니다. 
 피 흘리는 사람들의 모습이 아직 선합니다.
 부시에게 다시 묻고 싶군요, 왜 이런 나라들을 악의 축으로 선정하지 않았는지?
 기독교의 가장 큰 병폐는 제 눈의 들보를 보지 않는다는 점인데
 독실하신 신자인 당신의 아버지가 부통령으로 있던 시절을 배경으로 하는데
 왜 이런 잔혹한 학살에 눈을 감았을까요?
 그리고 아직도 한국에는 이렇게 아픔을 세계화 시킬 수 있는 작품이 없는지에 대해서 고민합니다.

-포레스트 검프 : 미국 현대사를 쭉 짚어나가죠. 공부할 만한 작품입니다.

-쇼생크 탈출 : 어떠한 역경에서도 희망을 잃지 맙시다. 

쓰다보니 미국영화만 거론하게 되었군요. 차우차우님과는 반대로 ^^
참고로 저의 페이퍼 중에 영화비평 중 다수의 작품을 올려 놓았습니다.
한번 일독해주시기를.

5) 바톤을 이어받을 다섯

나나님,멜랑코리님,로드무비님 어떠신지요 한번 이어주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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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2005-06-11 2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7월4일생이랑 포레스터검프랑 쇼생크 탈출은 저도 굉장히 인상에 남는 작품이예요~^^
근데, 나나님이랑 로드무비님은 벌써 하셨어요...

perky 2005-06-11 2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맨처음 남자(?)와 영화관에서 본 영화가 포레스트검프였어요. ^^; 정말 감동적이었어요. ㅋㅋ (요즘 출장땜에 정신없으실텐데, 이렇게 영화이야기도 써주시고, 얼마나 감격했는지 모르실거에요. 정말 감사해요.^^)

사마천 2005-06-12 0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당시에는 여자분들과 영화를 보았죠. 요즘에는 보고 싶으면 혼자도 봅니다.
메가박스를 저의 DVD방으로 활용할 때는 참 좋았죠. 시넥스에서 본 라이언일병 구하기는 사운드의 매력을 보여주는 좋은 경험이었는데 영화관이 없어져버려서 아쉽더군요. 차우차우님 주말에는 올라오니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는 마세요. ^^

marine 2005-06-12 2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차우차우님 저도 맨 처음 남자랑 본 게 바로 포레스트 검프랍니다 고등학교 1학년 때였는데 서로 너무 긴장해서 영화 제대로 못 봤는데... ^^

사마천 2005-06-12 2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나님, 조숙하시군요. 영화라는게 역시 매력이 있죠. 아 영어공부에 이런 방법도 있습니다. 영화 하나를 수십번 듣는 것이죠. 한번 시도해보실래요? 재미가 없다면 잘 되지 않는 방법인데 이 영화는 재미가 있기에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marine 2005-06-13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 그런가요? 조숙... ^^ 사실은 영화로 공부하는 까페도 가입하고 오디오북도 들어 보고 했는데 역시 끈기가 있어야 하더라구요 지금은 토익 공부하느라 따로 시간을 내기 어려운데, 시험 치고 나면 다시 한 번 해 봐야겠네요 ^^
 

날이 갈수록 컴퓨터그래픽은 화려해진다.
한편 한편이 새로울 정도로 놀라운 솜씨에 의해 전투장면을 보여주고
거대한 미래 도시와 우주를 그려낸다.
반면 스토리는 그렇게까지 뛰어나다고 할 수는 없다.
그냥 그런대도 봐줄만한 수준의 진행이다.
우리는 4편을 알고 있기에 연결되어야 하는 3편으로서는 어차피 답이 뻔하기 때문이다.
다스 베이더로 변하는 주인공, 태어난 두 아이는 각기 갈라지고.
제국으로 변하는 공화국 등.

스타워즈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꼭 볼 것이고
그냥 영화만 좋아해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너무 많이 이야기하면 스포일러가 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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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ky 2005-06-02 0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워낙 제 스타일이 아니라서, 저는 꿋꿋이 안 보고 있답니다.^^; 이곳도 스타워즈 열풍으로 난리도 아니더라구요.

사마천 2005-06-03 0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한번 보시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스토리는 약하고 뻔하지만 컴퓨터 그래픽의 발전상은 정말 작품 하나 하나가 지나갈 때 마다 새롭습니다. 그리고 사운드 문제는 되도록 디지털로 상영하는 곳에서 보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영화가 보통 한편 프린트 한벌 만드는데 들어가는 돈이 수백만원인간요? 멀티플렉스라 100관 잡으려면 그것도 수억이고 거기에 환경 비용도 고려하면 장난이 아니죠. 그런 것들이 이제 디지털로 넘어가는 걸 보면 역시 세상은 꾸준히 바뀐다는게 느껴집니다.
 

짐 캐리를 처음 <마스크>라는 작품에서 볼 때는 그냥 다양한 안면근육 움직임을 무기로 남과는 다른 방식로 사람을 웃도록 만드는 재주 정도만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왔다. 연극 배우 출신으로서의 장점을 잘 살리고 있지만 과히 특별하다고 느끼지는 못했다. 이어서 배트맨 시리즈에서 웃기는 역할을 하는 걸 보고 그런 시각이 좀 더 굳어졌다. 뒤에 만들어진 <라이어 라이어>를 보고 약간 생각도 하게 만드는 배우라고 바뀌었는데 결국 <트루만쇼>를 보면서 완전히 다시 볼 수 밖에 없게 되었다.
한 가지 더 하자면 2002년에 나온 <마제스틱>이라는 작품에서도 사회성이 담긴 짐 캐리의 연기를 볼 수 있다. 비록 이런 작품들이 흥행에서 참패를 면하지 못했지만 분명 머리에 담아두어야 할만한 가치 있는 창조물이다.

트루만쇼는 꽤 진지하지만 우스꽝스러운 소재를 담고 있다. 자신의 모든 것이 세상에 노출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트루만이라는 한 사람의 삶의 모든 모습을 그냥 TV를 통해 보여주는 것이다. 전문 배우가 나오는 프로그램은 아니지만 누가 자신을 관찰한다는 사실을 모르기에 그냥 날 것 그대로 리얼하기에 연출되었기에 사람들은 더 친밀하게 느끼는 것이다. 이렇게 주인공은 단 한 사람이지만 그가 자신이 TV에 나오고 있다는 것을 모르게 하면서 삶의 모두를 담기 위해서 대규모 작업을 해야만 한다. 우선 작은 섬 하나를 모두 뒤덮을 수 있는 거대한 스튜디오를 발견하게 된다. 다음 만나는 사람 누구도 트루만에게 진실을 이야기해서는 안된다. 자신을 가식 없이 모두 드러내보이는 사람을 진실한 사람이라고 정의한다면 역으로 트루만을 둘러싼 모든 사람들은 트루만에 대해서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진실한 사람 하나의 모습을 보기 위해 물질적으로는 거대한 스튜디오라는 비용이 들지만 더욱 더 중요한 것은 거짓말쟁이 수천 수만명을 만들어내어야 한다는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런 엄청난 비용을 지불하려면 경제논리가 적용되어야 한다. 제작자는 광고가 없는 방송이라고 주장 하지만 영화 속에서 트루만의 부인을 비롯해 여러 등장인물들은 늘 각종 물건을 들고 매우 부자연스러운 동작으로 트루만이 눈치채지 못하게 광고성 발언을 해야만 한다.

그래도 트루만이 진정 자연스러운 삶을 살아가게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우선 사람은 돌아다니며 세계를 발견하려고 하지만 그는 그렇지 못하다.
어떻게 트루만을 마치 길러지는 동물처럼 제한된 공간에 가두어 둘 수 있을까? 제작자는 트루만 자신이 이곳을 떠나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라는 논리로 자신을 방어한다. 하지만 여기서 짚어보아야 할 진실이 있다.
정말 트루만의 생활 반경은 매우 좁다.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널 수도 없고 차를 몰고 다리를 넘을 수도 없다. 이렇게 트루만을 제약하는 가장 큰 콤플렉스는 물에 대한 공포다. 그래서 늘 좁은 세상에 갇혀 살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 콤플렉스의 발생 원인을 따져보면 자신의 실수로 아버지를 죽게 만들었다는 죄책감이 출발점이다.
하지만 이것은 그에게 주입된 기억이다. 마치 매트릭스에서 살아가는 인간들처럼 말이다. 원래부터 트루만이 좁게만 살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 어린 시절 꿈을 보면 그는 탐험가가 되고 싶어하던 적도 있었다. 그런 그에게 돌아온 답은 이미 세상이 거의 발견되었다는 것이었지만 이것 만으로 억누르기에 너무 컸기 때문에 강도 높은 조치가 취해진다.
마치 집에서 기르는 강아지의 성적 욕망을 감추기 위해서 거세하듯이 인공을 위한 부자연스러움이다. 리얼리티를 추구한다는 방송이지만 실은 그렇게 리얼하지 못한 것이다.

어쨌든 주변에서 발생하는 부자연스러운 일들에 의해 의심은 계속 깊어져가고 있을 때 갑자기 죽은 줄 알았던 아버지가 앞에 나타나면서 정말 트루만에게는 심각한 고민이 발생한다. 막 트루만이 섬을 벗어나겠다는 결단을 내릴 때 제작자 측에서는 아버지를 다시 부활시키는 절묘한 해결책을 내세운다. 잠시 트루만 부자와 시청자들 사이에서 감동이 흐르고 제작자들은 쇼의 중단 위기에서 벗어났다는 안도감에 한숨을 쉰다.

그러나 트루만은 이제 정말로 떠날 결심한 것이었다. 수천, 수만개의 카메라의 추적에서 벗어난 트루맛?찾아보니 그는 요트로 바다를 건너고 있었다. 여기서 아버지를 다시 도입시킨 제작자의 선택이 한가지 역설적인 결과를 만들어낸 것을 알 수 있다. 바다를 무서워하던 콤플렉스가 자신이 아버지를 죽인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게 되는 순간 사라진 것이다. 분명 차로 가는 것이 좀 더 편한 방법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그가 선택한 방법은 정면으로 지금까지 자신을 억누르던 콤플렉스에 도전하는 길이었다. 트루만이 탄 요트의 이름이 <산타 마리아>라는 것도 하나의 상징이 아닐까 생각된다. 콜롬버스가 1492년 신대륙을 찾아 나서던 배의 이름이 바로 <산타 마리아>였는데 트루만 또한 그렇게 정말로 낯선 미지의 세계를 발견하려 험한 항해를 하게 된다. 하지만 새로운 세계는 쉽게 발견되는 것이 아니다. 이제 마지막 시련이 다시 다가온다. 그를 붙들어 놓으려는 제작자의 도착적인 욕망은 스튜디오 세트의 장치를 이용해 거센 폭풍우를 일으키게 한다. 트루만이 파도를 두려워해서 돌아오도록 바랬지만 배가 뒤집혀 죽음에 이를 정도로 심한 상황에서도 트루만의 의지는 꺽이지 않았다.

헤세의 데미안에서 나오듯 알을 깨는 과정에서는 부리로 두꺼운 벽을 깨는 고통도 있지만 새로운 빛으로 눈이 부시는 아픔도 있어야 한다. 제작자는 마지막으로 새로운 빛을 대면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불러일으킨다. 너에게 익숙한 너를 위해 만들어진 이 공간에서 벗어나지 말라고 유혹한다. 하지만 트루만은 마지막 시험을 극복하고 시커먼 문 너머로 발걸음을 딛는다. 아마 거기서 그는 피지를 발견할지 모르겠다. 젊은 날 추억을 남긴 여인, 트루만을 둘러싼 세계가 거짓이라는 것을 가르쳐준 오직 단 한사람이 바로 그녀다. 거짓에 대비되는 진실의 표상이 담겨진 여인을 쫓아 그의 걸음이 계속되기를 바란다.

영화를 보면서 우리는 미디어의 횡포에 분노하지만 찬찬히 짚어 보면 그런 미디어를 만들어내는 원인은 결국 시청자라는 사실 또한 밝혀진다. 쇼가 끝나자 모두들 트루만의 결정에 환영하고 격려하지만 방송에서 또 다른 드라마를 찾는다. 이런 시청자들이 공동으로 책임을 나누어야 한다는 것에 대한 지적으로 생각된다.

리얼한 것에 대한 욕구는 많은 관련 사업들을 만들어내었다.
자신의 침실에 설치한 카메라를 인터넷으로 방송해서 돈을 번 여대생, 성행하는 수많은 몰래카메라들 리얼을 강조하는 각종 TV 프로그램들이 주변에 널려있다.
하지만 한편에서 우리 자신이 모두 수도 없이 많은 카메라에 의해 관찰되고 있다. 덕분에 인터넷 메일로 날라오는 몰래카메라에서 찍은 영상물을 모은 CD를 보내준다는 광고 사이트를 보면서 자신의 감추고 싶은 면모가 드러날까봐 두려워한다. 한편으로는 남의 리얼함을 더 찾으려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나의 리얼함이 드러날까 두려워하는 모순적인 현실에 대해서 이 영화가 주는 가장 강한 메시지는 무엇이었을까? 각자는 자신이 관찰자가 아니라 사실은 관찰의 대상이라는 것도 깨달아야 한다.
또 하나 배워야 할 점은 역시 인간은 결코 자유로운 것이 아니라 길러지는 것을 알 수 있어야 한다. 앞서 트루만의 케이스에서 보면 진실은 불명확하고 기억은 종종 만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우리가 사는 세상 모두를 거대한 스튜디오라고 이해할 수는 없을까? 어쩌면 우리 자신이 바로 트루만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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