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이 워낙 잘만들었다는 주변 지인의 추천을 받고 보러 갔다.
사람들 꽉찬 극장에서 열심히 줄 서서 표를 구해들어갔고 두시간의 러닝타임 동안 꽉채운 긴장속에서 영화를 보다 나왔다.

배경으로 보면 탈북자 문제를 간과하다보면 서로 씻기 어려운 한을 품게 된다는 섬뜻한 문제의식을
갖게 한다.
주인공으로 볼 때 서로 이질적인 남자들 간의 우정을 다루었던 주제는 곽경택 감독의 전작인 친구를 떠올리게 했다.

제작과정에서 나타난 동남아, 중국, 러시아까지 오가는 다양한 현지 로케이션과 참여 배우들의 면면을 보면
한국영화가 대규모 투자를 통한 흥행을 노리는 블록버스터 형으로 비즈니스 모델이 발전해가는구나
하는 느낌을 강하게 가질 수 밖에 없었다.
반면 스토리 측면에서 세세한 연결부분이 아직 매끄럽지 못하다는 인상을 받았고
덕분에 굵은 선은 묘사되었지만 디테일이 약해서 어딘가 완성도는 떨어진다는 생각을 갖게 했다.

헐리우드 영화가 보편성을 점점 잃어가는 것이 주제의 공감대가 떨어져가기 때문인데
태풍에서는 아직 동막골에서 만큼 부드럽게 다가오는 선율은 느껴지지 못한다.

참고로 보는 분들을 위한 팁 하나만 더하자면 화이트라고 묘사되는 건
일본말로 시로라고 해서 노출된 요원이다. 대사관에 소속되고 상대방 국가에
통보되는 무관요원인데 하는 일은 정보수집이고 실제 소속 또한 정보기관이다.
반대말은 블랙으로 비노출 요원이다. 일본말로는 구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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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ky 2005-12-22 04: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미국에도 개봉된다고 얼핏 들었던 것 같아요.

사마천 2005-12-22 0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록버스터 모양새를 따라가려고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변화된 개인환경 속에서 한해를 잘 마무리하고 계시나요?
 

스포일 하고 싶은 생각은 없어서 줄거리 이야기는 빼고
감동만 간단히 전하렵니다.

동막골을 보고 괜찮았다 생각하신 분들이라면 이번 작품도 좋아하실만합니다.
사투리는 경상도로 바뀌었는데 같이 본 동료분 말씀은 경상도 사투리의 맛을
못살렸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런 건 옥의 티이고
인간의 순수함,순진함,야비함,얍삽함,절박함 이런 여러 면들을 두루두루
그려내는데 꽤 솜씨를 발휘했습니다.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되 끝은 매우 창대하리라는 성경 구절이 있죠.
저도 무척 좋아하는 이 구절이 이 영화에서도 인용되는데
내용과 딱 들어 맞습니다.

내일부터 주변 사람에게 적극 권하려고 합니다.
관객수로 내기하자면 300만은 무난하고 500만 정도도 바라 볼 수 있지 않을까
추정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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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릿은 모든 어린이들의 꿈이다.

달콤함을 느끼는 순간 곧 맛의 포로가 되고 만다.
그런 초콜릿을 마음껏 먹을 수 있는 곳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바로 그 공장으로부터의 초대장을 받아든 소년, 소녀들이 공장 앞에 모인다.
하지만 대부분 모난 면을 가졌던 그들은 하나씩 자신들의 탐욕의 벌을 받는다.

먹보는 초콜릿 강을 보면서 뛰어들어 버렸다.
자신의 먹성을 지나치게 추구하다가 남들도 다 같이 먹어야 할 초콜릿에
손을 대어 버렸기에 벌을 받는다.

다음 껌씹던 경쟁심 많던 소녀는 모든 일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오만함 덕분에 인간이 만든 모든 것들은 결코 완벽할 수 없다는
깨달음을 온 몸으로 얻어야 만 했다.

버릇 없이 모든 것을 아버지에게 졸라서 얻으려고 했던 소녀는 또 어떨까?
그 버릇 없음이 통하지 않는 보다 자연적인 세계와의 만남을 통해 깨달음을
얻어야 했다. 가장 추한 쓰레기통이라는 낮디 낮은 곳으로 내려가봐야 하는.

과학소년은 어떠했을까?
잠시 사람을 웃기게 한 장면이 나온다. 바로 2001년 오딧세이의 맨 앞에 나오던
이상한 돌을 둘러싼 원숭이들의 모습이다. 그리고 흐르는 스트라우스의 음악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장엄함.
초대권이 들어간 초콜릿을 자신의 과학적 역량으로 찾아낼 수 있었던 소년은
여기서도 지적인 실험을 하려다 벌을 받는다.
아마 참여자 중 가장 어려운 상태가 되는.
그리고 여러 영화들이 흐른다. 싸이코를 비롯해서 명장면들이지만 그 공포안에
직접 뛰어든 소년은 어떠했을까?

마지막 남은 주인공에게 주어진 선물은 공장의 후계자가 되는 커다란 명예지만 대답은
노였다. 가족이 없다면 아무런 행복이 없다는.
원래 초콜릿에는 사랑의 의미가 있다고 한다.
기억하는가? 발렌타인 데이의 선물이 초콜릿인것을.
그리고 영화 초콜릿에서 보여준 매력적 연기와 달콤함 맛을.
맛이란, 의미란 입속만이 아니라 진정 삶속에서 얻어져야 한다는 가르침을 주면서
영화는 마무리 장면들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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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ky 2005-10-15 0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저는 이 영화보고 실망을 너무 많이 해서요..책하고도 많이 다르고..

사마천 2005-10-15 1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요 책을 한번 봐야겠군요. 오랫만에 뵈니 반갑네요. ^^
피아노는 쇼팽과 모짜르트 곡 듣는게 제일 좋은 것 같더군요. 칠 솜씨는 없어서.

perky 2005-10-15 1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반가워요. 저 돌아왔어요. ^^ 사실, 어렸을때 피아노를 좀 배웠었는데..모짜르트 소나타 1,2,3, 모짜르트 변주곡까지 배우다가 그만 두었거든요. (쇼팽 실력까진 안되고..) 근데, 집안의 강압에 의해 피아노를 배우다보니 그땐 피아노, 특히 클래식의 즐거움을 못느꼈던 것 같아요..물론 지금은 너무 철없었던 제 행동들이 후회되긴 하지만요..

사마천 2005-10-15 2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압 없는 세상에서 아이들이 크는게 좋겠죠. 하지만 저도 요즘 보면 아들 녀석 수학에 너무 압박감을 준다는 느낌도 가집니다. 우치다의 모차르트 피아노 곡들을 가끔 듣습니다. 어떨때는 밝게 어떨때는 우울하게 들리는 곡들과 함께 하루의 생각을 흘려보냅니다.
 

영화를 본 감상을 두서 없이 느낀대로 정리해보고 싶다.

우선 대공황의 여파가 삶 곳곳에서 크게 느껴졌다.
수많은 일자리가 갑자기 없어지자 많은 사람들이 거리에 나 앉게 되었고
가정은 파괴된다. 불을 밝힐 전기가 끊기고 먹일 우유도 없고
심지어 아이들은 굶주림을 참지 못해 도둑이 되고 만다.

잘나가던 권투선수에서 점점 내려가다 졸지에 헐값에 게임을 뛰어야 하던
짐은 주먹은 부상당하고 더불어 선수자격까지 박탈당하고 만다.
아직은 뛸 능력이 있음에도 활동할 수 가 없어진다.
할수 없이 부두 노동자로 전전하던 그에게는 하루 하루의 삶이란
연명할 수 있는 것이 바로 감사함 자체인 수준이다.
아이들을 데려오기 위해서 모자를 벗는 모습은 최후의 자존심이 포기하면서
가장으로서 책무를 다하겠다는 그의 절박함을 잘 보여준다.
그러던 그에게 다시 기회는 주어지는데 이 때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가 나타난다.
상대를 꺽고 이어서 주어지는 기회 모두를 살려나간다.
쓰러질 듯 하더라도 굶주린 아이의 모습을 떠올리며 다시 일어서는 그의 투지에
상대방들이 질려버린다.

교훈 하나, 능력이 있어도 활동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이다.
그래서 비즈니스 맨들과 관계를 잘 정리해야 한다.
현대인은 자신을 연예인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늘 이미지 관리를 해야 하는.
교훈 둘, 하루 하루 주어지는 기회를 살리기 위해서는 다른 조건을 희생해야 한다.
목숨과 건강이라는. 댓가를 지불하지 않고 결과물을 바랄수는 없다.
교훈 셋, 사람이 희망이다. 특히 가정은 최후의 보루다. 사람에 대한 믿음이 없다면 그 어려움에서
이겨낼 수 있는 힘이 없을 것이다.
교훈 넷, 시련속의 삶도 때로는 기회가 된다. 부두에서 다치지 않은 쪽으로 노동하다 보니
양쪽 손 모두가 강해졌다고 한다. 늘 배울점을 찾는 태도가 중요하다.

더해서 늘 유머를 잃지 않고 미국이라는 나라가 나에게 second chance를 주었다고 감사를
표하는 짐의 태도는 많은 사람들에게 한없는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아직 나는 완전히 쓰러진 것이 아니야 희망은 있고 끝까지 노력해보자는 자신감은
그를 영웅으로 치켜세우게 만들었다.
덕분에 메디슨 스퀘어 가든을 꽉 메운 관중의 모습들은 푼돈을 털어 권투를 보러 온
수많은 하층민들이었다. 아일랜드 출신이라 이혼도 하지 않으려는 그의 부인의 모습도
인상적이다.

이 장면들을 쭉 보면서 나는 IMF 직후 한국사회를 떠올리게 되었다.
조금 더 나아가면 지금의 북한의 모습도 중첩된다.
당시 하이닉스, 대우조선 등 중요한 기업들이 퇴출 혹은 매각 직전까지 몰렸다.
기업이 망하면 아마 이 영화의 꼴처럼 될 것이다. 그러고 싶지 않아 거제도에 빠져죽겠다는 각오로 모두
힘을 합치니 다시 살아나 꿋꿋이 오늘의 성공으로 돌아온 것이 아닐까?
한국사람은 분명 잠재력이 있다. 힘을 합치고 한방향으로 잘 나아간다면 꽤 가능성이 많다.
하지만 요령도 잘 찾는다. 노무현처럼 부동산 띄워서 경기 유지 해보겠다고
생산적이 못한 쪽으로 돈을 흘려버리면 결국 아무도 일하지 않는 사회가 될 것이다.
강남 아파트가 수십억 하면 아마 팔아서 캐나다나 호주로 이민가버리면 훨씬 속편할 것이다.
다 그렇게 나가겠다고 하면 집값은 내릴 것인데 아마도 정부는 즉시 부양책 써댈 요량이 보인다.

다시 영화로부터 얻은 메시지를 보면 일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기회를 부여 받은 것이다.
굳이 천직이라는 표현까지 쓰지 않더라도 감사하다는 태도를 갖는게 중요하다.
결론적으로 뻔한 휴먼드라마라고 치부하기에는 감동이 깊고 오래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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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yonara 2005-10-29 2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때로는 실화가 픽션보다 더 극적이라더니... ^_^
 

가지 세계가 서로 비교되면서 대조적으로 나타난다.
처음 출발은 남과 북의 군인들이다. 서로들 상대방을 죽이려고 악착같이 달려든다. 그렇게 잡아먹어서 안달아지만 결국 집단 모두가 동막골이라는 한적하고 평화로운 사람들 앞에서자 같은 인간이라는게 드러난다.

그들은 서서히 같은 사람이라는 ,  같은 민족이라는 차이점 보다는 공통점을 하나씩 발견하게 된다. 우선 먹는 문제를 해결하고 다음 상대방에 대한 적대감을 하나씩 거두고 멧돼지에 맞서서 공동 이해관계 앞에서 힘을 합치고 이제 썰매 타고 내려오는 즐거움, 고기 먹는 포만감까지 모두 함께한다.
하지만 이걸로 만사가 해결될까아니다 잠시 유보된 갈등은 다시 그들에게 시련을 안겨준다.
추락한 미군 조종사를 찾기 위해 특공대가 투입된다. 원래 조종사 한명을 양성하는데는 막대한 돈이 투자된다. 그들이 추락한 곳은 당연히 적지이고 보면 구출을 위한 임무는 특수 훈련을 받은 정예부대에게 부여된다. 한편으로는 혹독한 훈련이 다른 한편으로는 자부심으로 뭉친 특공대다. 이렇게 우수한 병력도 야간 투하하고 보니 소대 가까운 병력 5 밖에 살아남지 못했다. 원래 야간 작전이 힘든 법인데 영화에서는 무시로 나오게 된다. 죽음 덕분에 라이언일병 구하기 처럼 누구를 살리기 위해 다른 목숨이 희생되어야 하는지 하는 물음이 나오게 된다. 이들 군인들이 동막골에 들어오게 되자 갑자기 분위기가 바뀐다. 촌장 할아버지 까지 마구 패대기를 치고 죽이겠다고 위협해대는 군인들의 모습은 그리 낯설지 않는다. 지리산 주요 산자락에 머물던 산골마을에 진주한 국군 토벌대의 행위들이 고스란히 여기서 묘사되는 것이다. 당시 토벌기록을 보면 양민과 구별되지 않는 촌사람들을 무작위로 학살한 흔적이 보인다. 바로 우리들의 슬픈 공식적 역사속의 모습이다.

갑자기 적에서 일치단결해 이들 이방인들과 싸우게 , 그리고 스미스라는 미군 모두 한마음이었다. 동막골을 지키자는.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공간이야말로 자신들 군인들이 꿈꾸던 이상향 아니던가 하는 그런 마음이다. 목적과 수단은 때로 위치를 바꾼다. 인간의 해방을 꿈꾸었지만 부상한 동료의 목숨조차 지키지 못한 인민군, 낙동강 앞두고 전방에서 싸우던 그들에게 일성 유엔군의 인천상륙 작전으로 보급로 끊기고 있다는 점을  알려주지 않았다고 한다. 몸을 먼저 남쪽으로 빼돌리고 인민군 내려온다고 무작정 다리 폭파명령내리는 이승만 비열함도 매한가지다. 실제  명령을 따라야만 했던 비애감이 국군 탈영병 소위에게 나나탄다. 미군은 어떠한가. 자유세계를 지키겠다고 굳센 의지를 보여주지만 막상 그들은 적과 아군 사이의 양민의 희생에는 아무런 고려가 없다. 노근리의 양민에게 퍼부어진 미군기의 기총소사에 대한 야유가 바로 여기서 나타나는 것이다.
굳게 굳게 작전의 당위성을 강조하는 미군 작전 장교가 보여주는 어리석음은 한심스럽다. 하지만 실제 그들은 해인사 팔만대장경을 같은 이유로 모조리 날려버리려고 했었다. 한반도의 38선을 만든 것도 30 초중반의 영관급 장교 두명의 즉석 결정이었다. 손아래에서 한반도 수천만 사람의 운명이 뒤바뀌고 있었다. 어쨌든 덕분에 우리의 동막골 이방인들은 목숨을 사수작전에 돌입해야만 했다. 결과는 성공이지만 댓가는 바로 목숨이다. 그렇게 죽어만 가는 그들의 얼굴은 너무나 환하다. 폭탄이 만들어낸 불꽃처럼 마음도 환할 따름이다.

마지막 장면은 꿈이다. 하지만 어느 쪽이 정말 꿈인지는 모른다. 나비가 여기저기 날라다니는데 아마 장자의 나비이야기를 비유로 써먹겠다는 작가의 주장인 같다. 마지막 전투가 꿈일까 아니면 서로 모여 낮잠을 자는 모습이 꿈일까? 작가에게 물어볼까?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어느 이데올로기가 꿈이었는지 되묻는 것은 아닐까?

어쨌든 작품은 마지막 분단국으로서의 고통을 아직 고스란히 끌어안고 있는 한민족이 만들어낸 수작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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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케 현상 2005-09-24 15: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쨌든 아름다운 꿈이더군요~

사마천 2005-09-25 0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습니다. 아름답게 끝나는... 그런 꿈이 그립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