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시 골트 이야기
윌리엄 트레버, 정영목 / 한겨레출판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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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에서나 가능한 이야기이긴하나 그래도 위안을 받고 마음이 따뜻해지고 촉촉해진다.
때로 더할 것도 뺄 것도 없는 단정하고 아름다운 문장의 원문이 궁금해지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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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ed Tenda of Bologna (Paperback)
존 버거 / Penguin Books Ltd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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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소설로 읽어야 할 지 여행담으로 읽어야 할 지 좀 헷갈리지만 아무래도 좋을 듯하다. 초반에는 편지쓰기와 여행을 좋아하는 큰아버지 얘기가 잠깐 나오더니 이내 볼로냐라는 도시 이야기로 이어진다.

 

30년 동안 큰아버지와 주고 받은 선물 목록을 보면 주인공인 나와 큰아버지 사이에는 애틋한 친밀감이 흐르고 있는 듯하다.

 

편지 봉투 절개용 칼, 아이슬란드 지도. 오토바이용 고글, 문고판 스피노자의 윤리학 ......

 

 

잔잔하면서도 소소한 기쁨을 느낄 수 있는 책이라고 할까. 나는 그렇게 읽었다.

 

Much of what my Uncle read was related to the next journey he was planning or the one he had just made.

 

나 역시 여행 전에 여행관련 책을 읽거나 여행 후에는 다녀온 곳에 대한 책 읽기를 좋아한다.

 

이탈리아 로마에서 음악교사로 있는 두 명의 사촌을 찾아낸 큰 아버지는 피렌체에 가기 전에 Burckhardt<르네상스> 책을 읽고 여행 계획을 세우기도 하고 나중에는 볼로냐라는 도시에 매혹되기에 이른다. 짧고 강렬한 문장 하나가 눈에 띈다.

 

Plan your work and work your plan.

 

예술학교에 다니던 나는 큰아버지한테 '볼로냐는 모란디의 도시'라고 말하고 볼로냐에 가서 모란디의 그림 보기를 여러 차례 권하게 된다. 볼로냐에 다녀온 큰아버지에게 그곳이 마음에 드냐고 묻는 나에게 큰아버지는 이렇게 말한다.

 

"It's red, I've never seen a red like Bologna's. Ah! If we knew the secret of that red...It's a city to return to, la proxima volta."

 

이후부터는 주인공 '나'가 볼로냐에 가서 빨강색 차양천을 구매하는 얘기로 이어지면서 볼로냐에 푹 빠지는(?) 것으로 나아간다.

 

이 짧은 이야기에서 가장 강렬한 문장을 하나 꼽는다면,

 

It's an improbable city, Bologna - like one you might walk through after you have died.

 

*improbable: 정말 같지 않은

 

볼로냐는 이탈리아에서 가장 보존이 잘 된 도시로 각종 박람회가 열린다고 한다. 스포츠, 패션, 농기계, 어린이책....

 

Who would ever dream of putting martyrs and Blue Mountain coffee side by side?

 

커피와 순교자들을 버무려 생각할 수 있는 곳....볼로냐...궁금해진다.

 

 

 

그리고 이 책은 가격이 저렴해서 읽다가 팽개쳐도 그리 아깝지 않다. 이 펭귄 시리즈 참 기특하다.

 

 

 

 

*손바닥만한 이 펭귄 시리즈 목록을 첨부합니다. 지난번 영국의 옥스포드에 갔다가 우연히 서점에서 구입하며 알게 되었는데 국내에도 이미 들어와있더군요.  부담없이 읽을 만한 책인 듯해요.^^

 

 

 

 

 

 

 

* 볼로냐를 일컬어 '붉은 도시'라고도 한다. 이유는, 도시에 붉은 벽돌 건물이 많고, 이 도시가 사회주의 도시이기 때문인데, '볼로냐의 외양과 내면을 동시에 표현'한다고 볼 수 있다.

 

from

<일생에 한번은 이탈리아를 만나다>(최도성)

<이탈리아 소도시 여행>(백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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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의 가장자리에서 - 나이듦에 관한 일곱 가지 프리즘
파커 J. 파머 지음, 김찬호.정하린 옮김 / 글항아리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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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읽히는 책은 아니다. 아직은 덜 늙어서인가...조금 베껴본다.

 

 

여인숙

                                 루미

 

인간이란 존재는 여인숙과 같다

매일 아침 새로운 손님이 도착한다

 

기쁨 절망 하찮음

그리고 얼마간 순간적인 깨달음이

예기치 않은 방문객처럼 찾아온다

 

그 모두를 환영하고 맞아들이라!

설령 그들이 슬픔의 군중이어서

그대의 집을 난폭하게 쓸어가버리고

가구를 몽땅 내가더라도

그렇다 해도 찾아오는 손님 모두를 존중하라

그들은 어떤 새로운 기쁨의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그대의 내면을 깨끗이 청소하는 것인지도 모르니까

 

암울한 생각 부끄러움 원한

그들을 문에서 웃으며 맞으라

그리고 그들을 집 안으로 초대하라

 

누가 들어오든 감사하게 여기라

모든 손님은 저 너머에서 보낸

안내자들이니까

 

어디선가 읽은 것도 같은데 기억은 나지 않는다.

암울한 생각이 들 때 이 시가 위안이 된다는 것을 이제 알겠다.

오늘은 이 시 한 편으로 족하다.

 

 

 

 

토머스 머튼이 했다는 말.

"다른 인간을 사랑하는 것에 비한다면 하느님을 사랑하기란 식은 죽 먹기다. 인간 되기가 거룩해지기보다 더 어렵다."

 

 

 

<여인숙>이 실린 책은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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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 전. 토마토농장 근처를 산책하다가 당도가 매우 높다는 끝물 토마토를 얼떨결에 구매했었다. 주인 말대로 토마토는 그간 내가 먹어본 중에 최고의 맛이었다. 그후 대저토마토(짭짤이)의 맛에 잠시 넋이 나가긴 했으나 그 끝물 토마토에 미치지는 못했다. 지금까지도.

 

문제는 사들고 온 토마토의 양이 너무 많다는 거였다. 곳간에서 인심난다고 했나. 아니다. 잉여농산물에서 요리가 나온다는 것을 그때 깨달았다. 우선은 음식을 만들기 전에 재료가 풍부해야 한다. 풍부한 재료를 앞에 두고 있으면 저절로 상상력이 풍부해진다.

 

하여튼 토마토가 상하기 전에 무엇인가를 만들어야 했다. 그때 어떤 동료가 고기를 볶을 때 토마토를 넣으면 맛있다고 했던 말이 기억났다. 고기는 잘 안 먹으니 그건 아니었고 마침 집에 감자가 상자째 모셔져 있었다.

 

감자조림을 싫어하는 건 아니었으나 고추장을 넣은 감자조림이나 간장 감자조림 등을 딱히 맛있게 먹은 적도 없던 터였다. 그래도 감자가 있고 토마토가 있으니 뭔가를 만들어야 했다. 냉장고에 있는 빈약한 재료를 모두 활용해보기로 했다.

 

감자, 토마토, 청양고추, 마늘, 매실 추출액, 들기름, 월계수잎. 고추장.

 

이 재료들을 순서 관계없이 생각나는대로 꺼내어 한꺼번에 넣고 조려보았다. 맛은? 의외의 맛이 나왔다. 매콤 달콤한 스파게티 소스 맛이 물씬 풍기는 감자조림이 탄생했다. 이 토마조감자조림으로 비로소 음식 만드는 엄마의 대접을 받게 되었다. 그해 여름 내리 감자 두 상자를 토마토감자조림 해먹는데 소비했다. 물론 먹을 때마다 식구들은 감탄사를 연발했다.

 

올 여름에도 여전히 토마토감자조림을 먹고 있다. 매년 먹고 있음에도 여전히 그릇 바닥에 고인 국물까지 싹싹 비워내고 있다. 밥 비벼서 먹으면 그대로 꿀맛이다. 물론 늘 소박한 밥상이다보니 먹을 게 별로 없어서일 수도 있다. 허나 반찬이 없다고 해서 맛없는 반찬을 맛있게 먹을 수는 없으니 인정해줄 것은 인정해주는 게 좋겠다.

 

이 조리법을 동료에게 전파했더니 토마토감자조림 덮밥과 토마토감자조림 스파게티로 응용되기도 했다.

 

살다보니 어쩌다가 이런 음식을 만들기도 했으나 나는 요리따위는 아무래도 좋기에 요리다운 요리에는 별 관심이 없다. 그저 소박하게 끼니를 때울 뿐이다. 마트에도 자주 가지 않는다. 그러니 상상력을 발휘할 기회를 애초부터 차단시킨다. 요리보다 책 읽기가 훨씬 재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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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산 살구를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거의 없다. 시큼하고 텁텁하면서 도대체 과일즙다운 촉촉함은 어디에 숨었는지. 그러니 내 돈 주고 사먹기 보다는 대부분 그냥 어디선가 얻어먹은 기억뿐이다. 어쩌다 사먹어도 끝까지 알뜰하게 먹지도 않았다. 살구는 내게 제일 맛없는 과일일 뿐이다.

 

농산물도매시장에 갔더니 살구 한 바구니를 2,000원에 팔고 있었다. 아무리 맛없는 과일이지만 너무나도 저렴한 가격이라 일단 구매의욕이 당겼다. 무르익을대로 무르익은 살구는 집에 도착하니 이놈저놈이 물러터져서 비닐봉지 안에 진물같은 즙이 고이기 시작했다. 어쩌나.

 

잠시 고민 끝에 잼을 만들기로 결정하고 대강 세척 후 씨를 발라냈다. 씨는 깔끔하게 떨어졌다. 살구에게도 예쁜 구석이 있었다. 씨를 발라낸 과육을 과도로 대충 자른 후 냄비에 넣고 설탕을 퍼부었다. 비율? 마음 내키는대로.

 

한참을 저었더니 되직해졌다. 잠시 식힌 후, 미리 열탕 처리로 살균한 빈 유리병에 담아냈다. 끝.

 

그렇다면 맛은? 감히 말하건대 모든 과일잼 중에서 살구잼이 으뜸이다. 새콤하면서 달콤한 맛이 입맛을 돋구어준다. 살구잼 발라서 토스트 먹을 생각을 하면 아침 식사가 기다려진다. 상큼한 살구잼 덕분에 하루를 즐겁게 시작할 수 있다. 과일잼에서 더 이상 무엇을 기대하리.

 

 

위의 사진은 세 번째 만든 살구잼이다. 요즘은 살구가 끝물이라서 눈에 띄기만 하면 일단 사고본다. 아파트 단지내에서 땅바닥에 떨어져 나뒹굴고 있는 살구라도 줍고 싶은 심정이다.

 

 

국내산 살구는 맛이 없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외국산은? 외국산이라야 내가 먹어본 것은 북인도의 히말라야 일대에서 먹어본 게 유일한데 그곳의 살구는 확실히 맛이 좋았다. 살구가 맛있는 과일이라는 것을 그곳에서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살구가 유명한 동네여서 살구로 만든 화장품, 살구잼 등도 인기가 좋았다.

 

그러나 히말라야산 살구잼에 대해서는 이렇다할 기억이 없다. 날로 먹는 살구보다 맛이 덜하다는 느낌을 받았을 뿐이다. 살구잼이라면 단연 맛이 없는 국내산으로 만든 살구잼이 최고다. 그렇다면 과일잼은 맛이 없는 과일로 만들어야 더 맛있는 건가? 모를 일이다. 히말라야에 가게 된다면 살구잼을 만들어서 비교해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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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16 12:1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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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16 13:1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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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슬비 2018-07-16 2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두나 천도복숭아는 좋아하는데, 살구는 맛있게 먹은 기억이 저도 없어요. 하지만 가끔 살구쨈을 먹으면 제가 먹던 과일이 맛을까?하는 생각을 하곤했는데 이렇게 nama님이 직접 만드신 살구쨈을 보니 맛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nama 2018-07-17 07:09   좋아요 0 | URL
그냥 살구와 살구잼은 확실히 달라요. 제가 한번 빠지면 그것만 하게 되는데 올해는 살구잼에 젖어 지내고 있어요. 그리고 직접 만든 게 훨씬 맛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