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반 아이들이 체육대회를 위한 반티를 단체로 맞췄다. 하하하...내 얼굴이다. 이 왠 영광인가싶다.  

미래에는 과잉 인구로 인해 살기가 힘들터. 수많은 지구인이 더불어 살려면 인류의 키가 150cm가 적당하다는 누군가의 주장을 아이들에게 설파했더니 효과가 있었나, 그냥 인상적으로 들렸나, 아니면 불쌍하게 들렸나.. 

녀석들아 고맙다. 너희들 사랑이 나보다 훨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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깐따삐야 2010-10-21 1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데요!

nama 2010-10-21 16:33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자랑할만 하죠?
 

전교 10등 안에 드는 한 중학교 남학생이 있다. 

녀석은 영특하고 욕심도 남달라 점수 관리를 잘 한다. 그러나 성적이란 긴장의 대가에서 나오는 법. 긴장과 욕심이 맞물리자 엉뚱한 실수를 하게 되었다. 노트를 눈높이에 두고 시험을 치른 것이다. 전 시간에 치른 수학시험에서 한 문제를 몰라서 당황한 마음에 정신이 없었다는 둥, 감독 선생님이 늦게 들어오는 바람에 공부하고 있다가 얼떨결에 옆에 놓았다는 둥, 하필이면 벽장 옆 자리였다는 둥...구질구질한 변명과 해명으로 들렸다. 순간적인 불운과 불행을 지켜보는 일은 착잡하고도 불유쾌한 일이었다. 

이 영재 옆에는 전교에서 꼴등하는 또 한 남학생이 짝이 되어 앉아 있다. 

녀석은 한글은 겨우 깨쳤지만 영어는 단어 하나 아는 게 없다. 정신연령은 초등학교 3학년 수준. 그러나 주관식 답안지는 절대로 여백을 남기지 않는 예의를 아는 녀석인지라 성실하게 성심성의껏 꼬박꼬박 채운다. 전혀 답이 아니어도 개의치 않는다. 그 성의 가득한 답안지는 세상과의 불통일 뿐 펜을 쥔 녀석의 얼굴에는 미륵보살과도 같은 잔잔한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그 살인미소에 행복감을 느끼지 않는 사람이 없다. 아이들도 선생들도 그 미소를 보면 행복해진다. 

벌써부터 스펙 쌓기에 여념이 없는 영재는 오늘도 경시대회에 나간다. 

석가모니의 미소를 머금은 그 짝은 오늘도 점심 급식 시간에 황홀한 표정으로 밥 한끼를 맛있게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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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0-10-18 2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저는 저 영재 학생이 더 측은하군요. 언젠가 무척 아프며 깨질 것 같아서요.

nama 2010-10-21 16:35   좋아요 0 | URL
그렇지요. 불쌍하기는 영재 학생이 더 하지요. 본인도 피곤하고 그 모습을 지켜보는 주위 사람들도 전혀 행복하지 않거든요
 

'말썽꾸러기'라는 표현도 아까운 녀석 얘기. 

녀석이 아침에 왔다고는 하는데 1교시 부터 학교를 뛰쳐나갔다. 전화도 안 받고...아빠한테 문자를 넣었다.  

'....가 학교에 등교하지 않았습니다.' 

녀석에게서 문자가 왔다. 

'잠깐 나왔어요!! 나온지 얼마된다고 전화하시는데요 다시 들어갈라고 했는데 이런 식이면 저 진짜 가기 싫어요. '

헐!!!!! 

이 답신을 그대로 아빠에게 보냈다.'...녀석을 모시고 사는 것 같네요.'라는 말과 함께. 

부모가 무슨 죄가 있나. 죄송하다는 말 밖에 못들을 줄 알았지만, 그래도 자식이 어떤 지는 아시라는 의미에서.... 

선생 해먹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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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NY 2010-10-15 1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교사는 부모 대신이 아니고, 보호자의 협력이 없으면 안되는걸요.
 

장가들지 않은 오십 넘은 아들의 말 못할 말버릇과 술버릇에 지친 노모는 혼잣 소리를 한다. 

"차라리 (자식 새끼가) 죽기라도 하면 좋겠다." 

온갖 거짓말, 가출, 무기력, 우울증, 자살소동으로 일년 내내 나를 지치게 하는 우리반 한 녀석이 얼마전엔 아예 빈교실 절도 행각에 나섰다. 가출한 다음 날 무단결석인줄 알았더니 버젓이 학교에 숨어들어 이동수업으로 학생들이 빠져나간 빈 교실을 통째로 털었다. 2학기 들어 벌써 세번째다. 그 녀석에게 그리고 그 부모에게 나는 딱 한마디씩을 던졌다. 

부모에게: "이젠 더이상 (이 녀석) 얼굴을 보고 싶지 않습니다. 제 얘기가 무슨 얘긴지 아시지요?" 

녀석에게: "이젠 니 얼굴 더 보고 싶지않다! 가라!" 

이런 날은 맨발로 흙길을 걸어도, 현미밥과 야채효소를 먹어대도, 머리가 무겁고 눈밑이 파르르르르르르르 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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깐따삐야 2010-10-06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처음 댓글 남깁니다.
영어선생님이신가 봐요? 저도 같은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읽다보니 공감이 되고 안타까워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네요.
저도 속썩던 일이 떠오르고 앞으로도 그렇겠지만 기운 내시길요.^^

nama 2010-10-06 1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기운을 내야겠지요.
 

미국인 원어민 교사와 함께 하는 수업도 이제는 끝이 보인다. 

지난 3월 부터였으니까 한 5개월을 일주일에 5시간 시간 정도 수업을 함께 했다. 함께 했다기 보다는 원어민 교사가 수업을 이끌면 나는 뒤쪽에서 아이들이 못알아들을 때 약간의 설명을 하기도 하고, 원어민 교사가 수업을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질서를 유지시키는 역할을 주로 했다. 절대로 아이들의 몸에 손을 대지 않는 철저한 직업 의식과 안전 의식(?)이 몸에 밴 원어민 교사를 대신하여 아이들 머리를 쥐어박는 일 같은 것도 살짝 살짝 하는 일이 내 몫이었다. 

계약 기간 1년이 끝나가는 시점에서 그 종점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87년생 원어민 교사를 바라보는 일은 때로 곤혹스러운 일이기도 했다.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혼잣말에 아이들도 답답해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수업이 끝나 교실에 돌아오면, "원어민 선생님이요 정체성 혼란을 겪고 계시나봐요,".."원어민 선생님 자살하실 것 같아요." 

좀처럼 열리지 않는 아이들의 입, 질문 하나 던지지 않는 아이들의 무관심 내지는 무력감 혹은 두려움. 아이들의 조그마한 잡담도 견디지 못하고 집중만을 요구하는 수업 시간. 아이들은 이래저래 입을 열지 않을 뿐더러 열지도 못한다. 이런 정체된 수업 분위기에 숨이 막히는 건 아이들이나 원어민 교사나 마찬가지이다. 

수업은 원어민 교사의 인사말부터 시작된다. How are you? 초등학교 때부터 착실하게 배운 아이들은 배운대로 응답한다. "I'm fine, thank you. And you?" 허구한 날 이런 응답에 식상한 원어민 교사는 친절하게도 인사하는 법부터 다시 가르친다. 칠판에 Fine.을 써놓고 X라고 덧쓴다. 절대 쓰지 말라는 말이다.응답하는 방법을 감정에 따라서 네 가지 용법으로 분류해서 설명한다. happy, sad, angry 그리고 neutral. 그리고 일주일 후에 다시 수업이 돌아와 아이들에게 인사를 건넨다. "How are you?" 아이들은 대답한다, 그것도 기껏해야 한두명이지만. "Fine!"이라고. 

어이없고 답답해하는 원어민 교사의 표정에 어느 용감한 녀석이 얼마 전에 기출문제지에서 배운 표현을 써본다."I'm blue."라고. 인내심을 발휘하며 원어민 교사의 설명이 이어진다. blue라는 단어보다 How are you?라는 인사말을 제대로 구사하는 게 더 중요한 일이라고 말이다. 흠..아이들로서는 시험에 나오는 blue의 뜻이 중요하지 더 이상 시험에도 나오지 않고 별 것도 아닌 How are you?라는 인사말이 그렇게 중요하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이런 동상이몽도 없을 터. 

미국인다운 친절함이 몸에 밴 원어민 교사는 실력이 뛰어난 아이들에게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수업을 미안해하기도 한다. 결국 이 원어민 교사 수업시간에는 아무도 만족스러운 사람이 없다. 좌절감과 열패감을 스스로 다스리는 원어민 교사나 늘 굳은 얼굴로 수업 시간에 무표정하게 앉아있는 아이들이나, 이 둘을 동시에 지켜보고 어쩌지도 못하는 한국인 교사인 나. 한 쪽 벽에 걸린 도시별 시차를 알려주는 네댓개의 시계만 열심히들 바라본다. 

군대에서 한창때를 보내야 하는 우리나라 20대의 청년에 비하면 이 20대의 원어민 미국인이 누리는 경험과 자유는 부럽기 그지없는 일이다. 우리 같이 목숨 걸고 영어를 공부할 필요도 없을테고. 한 학기 내내 가르쳐도 How are you? 에 응답조차 제대로 하려고 하지 않는 우리 아이들을 글쎄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런지....blue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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