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 끝날. 며칠 만에 보는 신문이 반가워 찬찬히 읽는다. 평일에는 출근 준비하느라 조간신문을 석간으로 읽게 되는데, 그것도 큰 제목만  대충 읽고 마는데, 역시 연휴가 좋긴 하다. 오늘 6면 전체를 차지한 박명림 교수의 '국가의 정명과 정도를 찾자'를 밑줄 그어가며 읽다가 두고두고 다짐하는 의미에서 발췌해본다.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635716.html

 

19세기 초 프랑스 철학자 메스트로는, "모든 나라는 그 주준에 맞는 정부를 갖는다. (특히)민주주의에서 국민들은 그들 수준에 맞는 지도자를 갖는다."...정부와 지도자의 수준은 다시 우리의 삶(의 질)을 결정한다.

 

근본적 개혁을 해야만 한국적 삶과  사회는 건강하게 살아날 수 있다. 우선, 대통령은 하야를 각오할 정도의 책임윤리를 보일 필요가 있다. 국가 호통자에서 국정 당사자로 속히 내려와야 한다....그러나 진정한 국가혁신은 뿌리를 혁파해야 가능하다.

첫째, 이념주의와의 분명한 결별이다. 한국에서 반공이념은 종교에 가깝다. 국가의 최고 생존요소인 안보는 결코 약화되어선 안 된다. 그러나 반공주의는 안보 영역에 한정해야 한다.

둘째, 성장만능주의, 기업제일주의의 종식이다...한국에서 개별 삶의 안정성과 안전성이 최악 수준인 이유는 개인요인이 결코 아니라 사회구조 때문이다.

셋째, 법인과 개인의 관계를 인간 중심으로 변혁해야 한다...국가가 법치를 통해 '법인규제-개인보호'를 강화하는 새로운 사회계약을 설정해야 한다.

넷째, 무너진 법치의 회복이다...'법 앞의 평등'은 답이 아니다. 그것은 '법 안의 평등'이어야 한다. 법 앞의 평등은 '법 이전의' 부자유와 불평등을 유지하고, '법 안의'부자유와 불평등를 강화하며, '법 이후의' 부자유와 불평등을 영구화한다.

 

국민으로서 세금 낸 만큼 요구,감시,비판했으면 국민을 이렇게 헌신짝 취급하지는 못했다. 국민이 국가에 회초리를 들지 않으면 국가가 국민에게 회초리를 든다. 아니 국가는 종종 회초리를 넘어 몽둥이를 들며, 때로는 금번처럼 아예 죽음을 선사한다.

 

국민이 사적문제에 빠져 있다면 삶은 점점 더 남의 지배를 받는다. 공적 시민이 돼 똑바로 보고 말하며 병든 제도와 관행 전부를 뜯어고쳐야 한다. 사려하는 공적 시민이 되어 똑바로 보고 똑바로 말하자. 똑바로 참여하고 똑바로 연대하자. 그렇지 않다면 똑바른 삶도 똑바른 나라도 가질 수 없다.

 

 

 

김용옥교수의 글에서도 힘을 얻는다. "국민들이여, 거리로 뛰쳐나와라!"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635544.html?_fr=mt1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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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4-05-07 1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읽고 화나더라고요

nama 2014-05-07 18:03   좋아요 0 | URL
화를 제대로 내는 방법이 무엇일까요?.
 

 

 

 

내가 이런 사진을 올릴 줄이야. 부모에게서 독립한 후로 난생 처음 독자적으로(?) 만든 만두이다보니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진다. 그러나 독자적이라는 단어에는 어폐가 있으니, 사실 만두피는 시중에서 구입한 것에 불과하다. 만두속도 남편과 함께 준비했으니 이것도 내가 혼자서 만들었다고 할 수도 없다.

 

쉰 살이 넘은 지도 오래건만 아직까지 밀가루 반죽을 해서 칼국수를 만든다거나, 빵을 굽는다거나 하는 일을 해 본 적이 없으니 참으로 한심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까지 살아온 건 순전히 타인의 힘으로 살아온 셈이다.

 

어렸을 때 우리 어머니는 정말 부지런하셨다. 구정 무렵이 되면 엿을 고고, 두부를 만들고, 직접 만든 도토리 가루로 도토리묵도 쑤고, 쌀 뻥튀기로 산자도 자루째 만들곤 하셨다. 그리고 만두쯤이야 일도 아니었으니 한번 만들었다 하면 일이백 개는 보통이었다. 이 모든 작업을 직접 눈으로 보고, 옆에서 거들었지만(마지못해) 나는 지금 그 어느 것도 하지 않는다.

 

정말 한심한 건 그러고도 나는 우리 부모세대보다 더 잘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된장이나 고추장, 간장도 담글 줄 모르고 동치미조차도 제대로 담그지 못한다. 이런저런 재래식 노동(?)에서 벗어난 걸 오히려 다행으로 여기고 그저 무사안일하게 필요한 건 돈으로 해결하고 만다.

 

만들어보면 안다. 직접 만드는 것보다 시중에서 파는 식품들이 훨씬 더 저렴하다는 것을. 이러다보니 굳이 시간과 힘을 들여기며 만들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그래서 점점 더 게을러지고 기초적인 먹거리인 된장이나 고추장 담그는 일 같은 건 아예 꿈도 꾸지 않는다.

 

나는 그나마 부지런한 어머니 덕분에 옆에서 보기라도 했지만, 나같은 게으른 엄마를 둔 딸아이는 본 것도 없으니 도대체 이게 잘 살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나는 엄마보다 훨씬 많은 교육을 받았고, 딸아이는 앞으로 나보다 더 많은 새로운 것들을 배울 터이지만, 먹거리 만드는 일에는 안타깝게도 딸아이는 나보다  훨씬 더 질 낮은 삶을 살게 될 것이다. 그러고도 지금의 나처럼 더 잘 살고 있다고 믿게 되겠지.

 

지금의 내 삶이 부모세대보다 더 행복하다고 말할 수 없다. 더 잘 살고 있다고 말할 수도 없다. 삶을 대하는 자세가 부모세대보다 훨씬 소극적이며 파편적이고 비겁하고 안일하다. 그래서 몹시 부끄럽다.

 

만두를 빚는 밤, 요양병원에 계신 어머니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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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4-01-29 2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직장 생활 하시면서 언제 밀가루 직접 반죽해서 칼국수, 만두 해드시겠어요. 만두속 직접 만드는 것만 해도 일이실텐데요. 저 어렸을때 집에 할머니 계실때는 집에서 만두 직접 해먹었는데, 할머니 돌아가신 후 직장 생활 하시는 어머니와는 한번도 만두를 만들어 먹은 적이 없어요. 늘 냉동만두 사다주셨지요 ^^ 예전의 추억이 아쉬워서일까요, 저도 요즘 집에서 만두를 직접 만들어서 식구들 주는데 그때 그때 있는 재료로 대충 만듭니다. 말씀하신대로 사서 먹는게 비용과 수고 면에서 훨씬 절약이지요.
아, 그런데 만두 참 먹음직스럽게 잘 빚으셨네요. 저도 지난번에 해먹고 남은 만두속이 좀 있는데, 오늘 낮엔 굴림만두 (만두피 없이 만드는 만두)나 해서 아이 점심으로 줘야겠어요.

nama 2014-01-29 19:28   좋아요 0 | URL
오호, 굴림만두라는 게 있군요.
저희 어머니는 늘 만두를 수백 개씩 빚었는데 마지막 단계인 모양내는 일은 제 몫이었어요. 사실 제일 쉬운 일이지요. 바람떡처럼 속은 살짝 덜 넣고 바람을 적당히 넣어 모양내는데 주력하다보니 실제 속이 썰렁한 바람만두가 되고 말지요. 그때는 눈 비벼가며 하품해가며 마지못해 하곤 했지요. 못된 딸이었다고나 할까요.
 

지난 토요일 깁스한 발을 질질 끌며, 걸어서 3분이면 갈 거리를 10여 분만에 겨우 걸어서-목발도 없이- 택시를 탔다. 드레싱이라고 하는 소독처치를 받으러 병원에 가기 위해서였다.

 

야박한 인상의 택시기사는 처음부터 투덜거리기 시작했다. 백화점 등이 밀집한 시내 중심까지는 택시 요금이 8,000~9,000원이 나오기 때문에 우리 동네에는 늘 서너 대의 택시들이 대기하고 있는데, 그렇게 기다려 태운 손님이 기껏 기본요금 손님이었으니 택시기사의 그 실망감에 좀 미안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그런데 내가 가야할 병원이 좌회전 신호를 받고 다시 유턴을 해야되는 위치에 있었다. 곧바로 택시기사의 두번째 불만이 터져 나왔다. 반대편에서 택시를 타고 그냥 우회전에서 오면 간단한 건데 왜 그렇게 하지 않았냐는 것이다. '이 눔, 참, 깁스한 내 다리 안 보여?'  내가 좀 더 머리가 하얗다면 이렇게 쏘아주는 건데, 교양 있는 나는 그저 "다리가 불편해서 그렇잖아요."라고 점잖게 대꾸했다. 속으로는 한 대 쥐어박고 싶었지만, 그 놈의 교양 때문에...

 

요금이 3,200원 나왔다. 카드를 꺼냈더니 택시기사 왈, "카드 사용할 거면 처음부터 카드 쓴다고 말해야지요?" 뭣이? 물건 고를 때 카드 사용한다고 먼저 허락 받고 물건 사디? 이런 우라질 놈 같으니라고, 물론 속으로 조용히 분을 삭였다. 말이 통할 인간이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고, 어쨌거나 병원에 오는데 이 사람의 도움을 받은 거니까.

 

이런 부류의 아이들을 그간 참으로 많이 봐왔다. 남에 대한 배려라고는 코딱지 만큼도 없는 각박한 성품의 아이들을 말이다. 허나 그 아이들의 성장 배경을 들여다보면 어딘가에 그 원인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는데, 그러면 그 아이에 대해 조금씩 이해와 연민이 생기기 시작한다.

 

이내 이 택시기사의 삶의 모습이 짐작되면서 순간적으로 끓어올랐던 분노를 삭이기 시작했다. 내 발이 안녕하지 못한 것처럼 이 택시기사의 삶도 안녕하지 못한 것이겠지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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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에 한번도 못 가봤다는 게 참으로 부끄럽다. 희망버스라는 것이 있어서 마음만 먹으면 가기 어려운 일도 아니었는데...오전에 병원에 다녀와서 기분을 가다듬고 신문을 보았더니 이계삼의 인터뷰 글이 실려 있다. 이 분의 글이나 말을 대하면 늘 부끄러워진다.

 

"지성과 통찰력은, 학벌과 아무 상관없다. 책을 많이 읽는다고 통찰력이 생기는 것도 아니다. 책에는 지성이 담겨 있지만 반지성도 있다. 풀뿌리 감성을 가지고 있는 이런 할머니들을 봐라. 그분들이 얼마나 지성적인가. ‘국가가 뭐냐?’고 묻지 않나. 법조계에서 수십년 권력의 주구가 되는 사람들은 죽을 때까지 이런 질문 하지 못한다. 자기가 무슨 짓을 하는 건지도 모른다. 불쌍한 사람들이다.”

 

 

기사는 계속 이어진다.

 

-할머니들이 실제로 원자력 발전소를 더 지으면 안 된다고 생각을 한단 말인가?

 

 

“그렇다. 몸으로 부딪히며 배워 나가는 수정학습효과다. 할머니들이 이런 얘기를 하셨다고 한다. ‘송전탑을 따라가 보니 그 끝에 핵발전소가 있더라!’ 지금 할머니들은 우리의 생존을 위해서라도 신고리 5, 6호기 시작하면 안 된다고 단호하게 얘기하신다. ‘저 할매, 아무것도 모르면서 이용당하고 있다’고 보는 건 할머니들에 대한 모멸이다.”

 

 

-현실적으로 얻어진 것이 없는 싸움을 지금 9년째 하고 계시다. 이미 두 노인이 자살을 했고, 싸움은 계속되지만 공사는 강행된다. 끝이 없는 터널처럼 느껴지지 않나?

 

 

“(두 손으로 얼굴을 싸쥐며) … 그렇다. 국가라는 괴물이 무섭다. 국가는 자기반성도 모르고 자기 과오도 인정하지 않는, 자본의 해결사가 되었다. 이 싸움이 패배할지 승리할지, 나도 모른다. 하지만 당장의 승패보다 더 중요한 건 ‘어떻게 패배하느냐’이다. 사람들이 나가떨어져서 절망만 가져가는가, 아니면 할 수 있는 것을 다 하고 이 싸움을 빛나는 기억으로 가져가느냐. 송전탑이 세워져도 삶은 지속되는 거니까…. 이 싸움을 함께 한 사람들이 송전탑이 세워지는 어디든 함께 가서 증언하고, 원전이 세워지는 어디에서든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먹을 것을 나누고 함께하는 관계망이 만들어지는 것. 그걸 위해서라도 포기할 수가 없다. 아슬아슬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지만, 쭈글쭈글한 할매, 할배들의 선한 얼굴을 생각하면 손을 놓을 수가 없다.”

 

(출처 http://www.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61637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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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한 길

                 

                            함민복


길에 진액을 다 빼앗긴

저 바싹 마른 노인


길이 노인을 밀어내는지

노인은 걷지도 못하고

길 위에서 촘촘 튄다


어찌 보면 몸을 흔들며

자신의 몸속에 든 길을

길 위에 털어놓는 것 같다


자신이 걸어온 길인, 몸의 발자국

숨을 멈추고서야

자신만의 길을 갈 수 있을거나


길은 유서

몸은 붓


자신에게마저 비정한

길은 짓밟히려 태어났다


 


....오후 5시, 어두워지는 초겨울 저녁 퇴근길.  '진액을 다 빼앗긴 저 바싹 마른 노인'이 된 어머니를 떠올리며 집을 향해 걷는다. 어머니는 이제 '자신에게마저 비정한' 모습만 남았다. 나에게는 길이었던 어머니, '짓밟히려 태어나'셨다. 나 역시 이 길에 몸으로 유서를 쓰고 있다. '눈물을 자르는 눈꺼풀' 이 무겁지만 보는 사람 하나 없어 넋을 놓고 타박타박 집으로 걸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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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3-12-04 2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시 한구절 한구절이 그냥 읽히지 않으셨나 봅니다.
시인은 어찌 이렇게 '비정함'에 대한 묘사를 잘 했을까요.
저도 마음이 푸욱 가라앉네요.

nama 2013-12-05 10:02   좋아요 0 | URL
그냥 아파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