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풍경에서 빼놓을 수 없는 소품이 하나 있으니 그건 "예오"라고 불리는 물 항아리. 목 마른자를 위해 집 주변에, 가게 밖에, 사원 안에, 동네 어귀에 어김없이 물 항아리가 놓여져 있다. 우리에겐 '배려'로 보이는 행위지만 이들에게는 '배려'라는 의식조차 드러나 있지 않은 듯하다. 목 마른 사람에게 물 한 컵은 당연하다는 듯, 내세울 일도 아니라는 듯 무심하게 서 있는 항아리에서 미얀마인들의 심성을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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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의 특징을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감히 "착하다"는 단어를 쓰고 싶다. 사람들도 착하고, 음식도 착하고, 물가도 착하다(어디까지나 여행자 입장에서).

 

그리고 무엇보다도 사람들의 미소가 아름답다. 황금사원 못잖은 황금미소.

 

만달레이의 꽃 파는 소녀

 

기차역에서 찍은 소녀

 

기차역에서. 전통 썬로션인 타나까를 바른 소년.

 

바간의 그림 파는 소년. 자신이 직접 그린 그림을 팔고 있다. 카메라 앞에서 활짝 웃는 모습이 안쓰럽지만 예쁘다.

 

바간 재래시장의 상인 아낙.

 

바간에서 일몰 구경에 나섰다가 만난 웨딩사진 찍는 신부. 얼떨결에 벌떼 같은 관광객들의 카메라 세례를 받고 수줍어하는 모습이 참으로 예쁘오.

 

또 한 쌍의 커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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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5-01-27 1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행 다녀오셨군요.
웃음도 물들수 있다면 좋겠어요. 그렇다면 미얀마에 가서 웃는 사람들 모습을 잔뜩 카메라에 담아오고 싶어요. 그러는 동안 제게도 그 웃음이 전염되겠지요.
이른 아침 스님들의 탁발 행렬은 예전에 태국에 가서도 본적 있어요.
세식구가 함께 가는 여행, 참 값진 시간들이었겠네요.
커플 사진 찍으신 곳은 사원인가요? 신랑이 맨발이기에...

nama 2015-01-27 18:43   좋아요 0 | URL
네. 일몰 구경으로 유명한 사원인데... 모두 맨발이에요. 맨발의 신랑을 보고 좀 폼이 안 난다 싶었는데, 맨발이야말로 사람들을 평등하고 겸손하게 만드는구나, 하고 생각했어요. 덕분에 하루종일 신발 벗고, 양말 벗고, 다시 양말 신고, 신발 신느라고 고생 좀 했어요. 며칠 동안 끙끙거리고 다녔지요.
 

◆ 기간: 2015년 1월 17일~2015년 1월 25일

◆ 일정: 양곤(1박)-바간(2박)-만달레이(2박)-인레호수(1박)-양곤(1박)

◆ 여행형태: 단체배낭<여행사: 소풍투어(구:인도소풍)>

◆ 이용항공: 아시아나항공

◆ 미얀마 화폐: 1달러=약 1020 Kyat(짯),1달러=1090원

 

 

1. 미얀마를 선택한 이유

 여행사 상품을 이용한 여행이다보니 일행이 있기 마련이다. 서로 묻는다. "어떻게 미얀마 여행을 오게 되셨나요?"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딱히 이유를 찾아야하나 싶지만, 이유는 있다. 하나는, 대학입시에서 고배를 마신 딸아이에게 위로를, 그 뒷바라지를 한 우리 내외에게 마음고생에 대한 보상을 주기 위함이었다. 결과와는 상관없이 고등학교 3년 과정을 드디어 끝냈으니 자축하고 싶었다. 재수는 재수고 졸업은 졸업이니까.

  또 하나는, 비용문제로 그동안 아시아 위주로 여행을 다녔는데 인도차이나반도에서는 가보지 못한 나라가 딱 하나 남아 있었다. 그 나라가 바로 미얀마였다. 누가 숙제를 준 것도 아니건만 퍼즐조각 맞추듯 그림을 완성하고 싶었다.

  다른 때 같았으면 여행을 앞두고 항공권 예매, 호텔 예약 등을 처리하느라고 늦어도 10월 부터는 부지런히 인터넷 사이트를 들락였을 텐데 올해는 딸아이의 입시에 정신이 뺏겨 그럴 마음도 정신도 없었다. 그래서 비용은 들어가지만 대충 설렁설렁 따라다니면 되는 여행사 상품을 찾게 되었다. 평소 나의 여행정신에 어긋나는 행위였지만 도무지 여행 기분을 내며 무엇을 시도하기가 마뜩찮았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미얀마 여행은 여행사 상품을 이용하는 게 효율면에서 옳았다고 생각된다.

  시간이 많은 장기여행자라면 미얀마도 충분히 자유여행이나 배낭여행을 할 수 있다. 영어가 잘 통하지 않아 고생은 하겠지만 여행이 아주 불가능한 건 아니다. 정 급하면 가이드북에 있는 사진이라도 보여주면서 의사전달을 할 수 있고 만국공통어인 몸짓 언어도 있으니까.

 

2. 여행의 시작, 양곤

 

호텔에서 내려다본 아침 풍경. 스님들의 아침공양을 위한 탁발 행렬이다. 라오스 루앙프라방과는 다르게 이곳은 조용하게 이루어진다. 실제로 이런 행렬을 보기는 쉽지 않다. 대부분 개별적으로 탁발에 나서기 때문이다.

 

가히 미얀마 최고의 탑이라고 하는 쉐다곤 탑. 미얀마 사원의 불상은 사방(동,서,남,북)에 안치되어 있고 출입문도 사방에 난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갔다가, 나오는 데 출구를 혼동하여 30분 넘게 헤맸다. 사원 출입은 기본적으로 신발과 양말을 벗어야 한다.

 

카메라만 들이대면 작품이 되는 곳...쉐다곤 탑

 

부속건물이 너무나도 많다....쉐다곤 탑

 

쉐다곤 탑에 있는 종. 종 속에서 노는 아이들.

 

밤이면 기도의 촛불이 될 까만 접시들.

 

양곤 시내의 순환열차. 일본만화에서 많이 봤다고 반가워하는 딸아이의 말대로 차량은 일본제 중고차량이다. 서민들의 생활상을 살펴볼 수 있고 차량내에서 각종 간식거리를 판매한다고 해서 기대했는데 그냥 밋밋한 풍경이 3시간에 결쳐 이어진다. 한 번 탑승으로 족하다.

 

전철내에서 금연, 쓰레기 투기 금지는 당연. 그런데 키스 금지는 뭐꼬? 분명 서양인들이 물을 흐려놨을 터.

 

사람들이 많이 꼬이는 차이나타운의 유명한 19th street 에는 까마귀 역시 모임이 많은 모양.

 

여기가 바로 19th street ...먹자골목인셈.

 

    

 

 

교복 입은 여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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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다녀왔던 한솔뮤지엄에서 이메일이 왔다. 블로그에 한솔뮤지엄에 관한 글과 사진을 올려주어서 고맙다며 블로거 초청 이벤트에 참가해달라는 요청이었다.

 

http://blog.aladin.co.kr/nama/6506064

 

조건은 동반 1인과 더불어 무료입장과 무료식사 포함이었다. 오호! 이 무슨 횡재냐 싶어 악명 높은 영동고속도로의 정체를 무릅쓰고 다녀와서 사진 몇 장 올려본다.(그간 한솔뮤지엄이라는 이름이 '뮤지엄 산 Museum SAN'으로 바뀌었다.)

 

상업적인 홍보 전략에 이용되었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바람쐬고 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 놓치고 싶지 않았다. 변명으로 들릴지도 모르겠다.

 

 

자작나무 길이 날씨 만큼이나 맑고 정갈하다. 오른쪽으로 보이는 노란꽃무리 속에는 놀랍게도 초록색 뱀이 햇볕을 쐬고 있었는데, 무섭다기 보다는 자연스럽게 보였다. 이 녀석도 나처럼 자작나무의 아름다움에 취해 있다가  뱀을 제거하러 달려온 직원의 손길에 놀라 유유히 사라져버렸다. 어디 인간만을 위한 공간이더냐.

 

 

 

무엇을 형상한 건지는 잘 모른다.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언뜻 빨간 대게가 떠올랐을 뿐이다. 평소 이런 거대한 쇳조각에 거부감이 있는데 이 빨간 대게는 그리 밉살스럽지 않다. 눈이 호강한다.

 

 

 

무료로 점심을 얻어 먹은 테라스. 18,000원짜리 스파게티와 역시 18,000원짜리 함박스테이크를 주문했는데 품질 대비 가격이 비싸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주는대로 고맙게 먹긴 했다. 감사할 줄은 안다, 그래도.

 

 

 

 

제임스 터렐 작품. 뻥 뚫린 천장이 마치 보름달 같다. 마치 달걀 속에 들어가 있는 것 같아서 외계인이 저 구멍에 입을 대고 빨아들이면 외계인 입 속으로 쏙 빨려들어갈 것 같은 묘한 기분이 든다.

 

 

뻥 뚫린 천장으로 보이는 하늘이 검은 대리석 바닥에 또 하나의 달 그림자를 만든다. 신기해서 남편과 그림자 놀이를 해본다.

 

잘 놀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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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주펀으로 가는 길. 택시기사의 말에 의하면  일본에서 종종 이 폐광촌을 찍으러 온다기에 한번 담아봄.)

 

   이번 여행의 진수는 단연코 주펀이다. 물론 우라이(烏來)의 고즈넉함과 신기한 강변온천, 예류의 기기묘묘한 바위의 모양새, 이곳저곳의 각종 먹을거리 등 얘깃거리들이 많지만 주펀이 주는 감한 인상에는 훨씬 못 미치리라. 어디까지나 내 생각이지만.

   2005년에 왔을 때는 한나절 일정으로 와서 못내 아쉬움이 남았었다. 아기자기하고 번잡한 예쁜 상점들과 먹거리에 눈과 입이 얼얼했고, 앞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환상적인 풍경을 마주한 테라스가 있는 찻집에서의 차 한 잔은 마치 구름을 타고 있는 듯했었다. 그래서 그때 다짐해 두었다. 다음에 다시 대만에 오게 된다면 반드시 기필코 꼭 이곳 주펀에서 하룻밤을 보내보리라, 고.

   이곳에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한다는 숙소가 하나 있다고 했다. 여행 블로그에 심심찮게 올라오고, ‘오래된 여행자 이지상’씨도 다녀갔었다는 유명한 숙소를 드디어 알아냈으나 내가 가지고 있는 예전 안내책자에는 불행히도 정보가 없었다. 영문 구글로 검색하니 대강의 정보는 나오는데 전화번호나 이메일 주소에 신뢰감이 들지 않았다. 결국 또 한 권의 안내책자를 샀다.(<프렌즈 타이완>)

   그런데 날씨가 좋지 않았다. 지난 3일 간은 날씨가 화창해서 여행하기에 딱 좋았다. 심지어 도착한 첫날은 영상 20도가 넘는 기온이어서 한겨울의 옷차림으로 호텔을 찾느라고 땀을 뻘뻘 흘리기도 했다. 겨울이 우기라고는 하나 살짝 흩뿌리는 겨울비는 마치 요리에 후추라도 뿌리는 것처럼 옷도 적시지 않아 내심 방심하고 있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주펀 윗동네에 있는 진과스라는 광산마을을 먼저 들러 관광객이면 누구나 사먹는다는 광부 도시락도 하나씩 사서 들고 나왔다. 폐 광산촌을 관광지로 탈바꿈한 진과스는 예전에 왔을 때는 들어보지도 못한 동네였는데(내가 몰랐을 지도 모른다), 주펀이 워낙 유명하다보니 구경거리를 하나 더 추가해서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버려진 마을도 살리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식이었다. 물론 입장료가 없는 착한 정책도 한 몫 하고 있었다.

 

(진과스의 폐광산 철로)

 

   드디어 주펀의 <진스커잔>라는 숙소를 얘기할 때가 왔다. 얼마나 우리나라 사람들이 찾는지 한글로 민박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러나 진짜 진수는 이게 아니다. 우리가 묵게 된 방은 불행히도 구멍 숭숭 바람이 드나드는 아홉 개의 창문이 달린 옥탑방 이었다. 화장실과 방을 나누는 벽에 달에 창문까지 합하면 창문의 개수는 10개에 이르는 가히 창문으로 이루어진 방이었다. 추측컨대 이 옥탑방을 덧붙일 때(지은 게 아니다.) 여기저기에서 창문 먼저 주워다 놓고 나머지 벽 부분을 알맞은 크기의 판자로 메꿔 나갔을 것이다. 방이 사과 궤짝도 아닌데 사과 궤짝보다도 훨씬 더 못 생기고 덧붙인 판자조각 크기도 제멋대로이다. 이걸 도대체 방이라고 말할 수 있는 건지...허나 방 값은 매우 저렴했다. NTD 1600$(약 57,000원). 주인 할아버지도 매우 친절하고, 석공예로 유명한 분이라고 한다. 그중 멀쩡한(?) 창문 몇 개 찍어봤다. 나머지 6개의 창문은 상상에 맡기련다. 도저히 카메라를 들이대지 못했다. 창문이 무언가에 가려져 있어 제대로 된 모양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북쪽 벽은 그나마 제일 방다운 면모를 지니고 있다.)

 

(그래도 꽃무늬 커튼)

 

(팔각형의 창틀은 분명 창틀이지만 위쪽에 고리가 있어 살짝 걸어놓은 장식품에 불과하다, 주인장의 미적 감각이 돋보인다.)

 

( 방과 화장실을 나누는 벽에 달린 창문은 사진이 실제보다 훨씬 예쁘다.)

 

   비바람 치는 밤. 밤새 지붕과 창문은 덜컹거리고, 잠은 쉬이 오지 않고, 특별히 할 일도 없는 밤, 유일한 난방기구인 원적외선 온열기를 마치 모닥불인양 방 가운데 두고 지치지도 않는 수다 삼매경에 들어갔다. 최근 눈꺼풀과 눈 밑의 처진 피부에 손을 본 성란이의 시술이야기를 자세히 들을 수 있었는데, 역시 눈 밑이 처진 나를 두고 성란은 시술을 적극 권장하고 종학은 그냥 살라고 하는 가운데 미선이도 호기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질문 공세를 펼친다. 참, 네가 나고 내가 너다.

   얼마 전 손녀를 본 성란이가 손녀가 보고 싶은지 손녀 흉내를 낸다. “함무이! 함무~이이...” 이렇게 부르면서 할머니를 놀린다고 한다나. 이제 결혼한 지 6~7년이 되어가는 미선은 권태기에 들어갔는지 우울한 얼굴을 하고 있다. 그녀의 한숨 소리는 들리지 않지만 불편하고 울적한 기분을 어떻게 위로해 주어야 할지 난감하다. 친구의 아들 결혼을 얼마 앞둔 종학은 아들 결혼식을 어떻게 치러야 할 지 고민하고 있는 듯, 나에게는 아들 결혼식에 초대하지 않을 지도 모르니 그렇게 알고 있으라고 한다. 이유는 아들의 성장과정을 옆에서 지켜본 사람만을 결혼식에 초대하고 싶다나. 흠, 나도 그 생각에는 전적으로 동의한다마는 솔직히 서운하긴 한데. 결혼식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는 데는 충분히 공감해. 나도 우리 딸내미 결혼식을 가족끼리 치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지 꽤 되었어. 부조금도 받지 않고 하루 종일 먹고 노래하고 춤추는 그런 단순하고 소박한 결혼식이 어떨까 고민하고 있지. 허나 나에게는, 집으로 돌아가면 요즘 방과후와 자율학습으로 밤늦게 돌아오는 딸아이의 저녁 도시락을 싸주어야 하는 현실적인 고민이 있었으니, 결혼은 무슨...곧 다가오는 무서운 대학입시를 잠시 잊고 있었다. 손녀 얘기에, 연하의 남편과 살고 있는 친구의 낯선 고민에 잠시 나를 잊은 밤이었다. 10개의 창문이 달린 옥탑방에서 4인 4색의 이야깃거리는 끊일 줄을 몰랐다.

 

(모닥불 같은 온열기)

 

 

(숙소에서 바라본 밤 풍경)

 

 

(비바람에도 끄덕 없었던 옥탑방의 사랑스러운 자태)

 

7. 한바탕의 꿈같은 여행이 4박 5일 만에 끝났다. 종학이도 아쉬웠던지 이런 말을 흘린다.

“네 딸, 꼭 수시에 붙으라고 해.”

“왜?”

“그래야 돌아오는 겨울에 인도 가지.”

“그게 마음대로 돼?”

“내가 매일 기도할게. 꼭 수시합격 하라고.”

“만약 수시합격하면 네 기도덕인 줄 알게. ㅎㅎㅎ”

친구들아, 기도하고 있겠지? 우리 딸 수시 합격하면 남인도와 스리랑카는 나에게 맡기시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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