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의 대여 서점 시대물이 이렇게 재미있을 리가 없어! 2
다카세 노이치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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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봐야 책이죠." 


선한 이도 악한 이도 같은 책을 보고 울고 웃는다. 때로는 분노하고 체념하지만 그래도 다음 책장을 들추지 않고는 못 배긴다. 그렇게 읽고 나면 그 책을 잊고 다들 현실로 돌아간다. 책이란 본시 그런 것, 그러므로 센은 세책점 주인으로서 책을 지켜야 한다. 


앞에 단편들 읽을 때까지만해도 에도시대 낯선 단어가 너무 많고, 이게 단편이라 익숙해질 틈도 없고, 한 번씩 반짝 반짝 하지만, 은은하게, 아니 대놓고 성희롱 장면들 계속 나와서 작가가 남자면 불쾌하고 싫었겠군. 작가가 여자지만, 이 작가가 쓴 현대물은 절대 안 보겠군. 그런 생각들을 하면서 읽었는데, 읽다보니, 또 적응되고, 어쨌든 좋아하는 에도 이야기, 어쨌든 좋아하는 책 이야기라서 그럭저럭 마지막 페이지까지 넘길 수 있었다. 그렇다쳐도 마지막 단편인 '방화범'은 많이 좋았다. 


짧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극적인 이야기와 감동적인 이야기, 책 전체를 아우르는 이야기까지 압축되어 있어서 여운이 길다. 

책에 대한 욕심, 욕심, 욕심, 결코 줄어들지 않고, 읽을수록 더 커져만 가는 그런 욕심이 재가 되고, 다시 시작하는 이야기였고, 


책을 대여하는 일이 일종의 독서모임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책 이야기와 사람 이야기가 엮이고, 각자의 세계가 겹치고, 다시 시작할 때 책들이 모이는 장면들에서 마음이 따땃해졌다. 


장편이나 두번째 단편집 읽게 되면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고, 오랜만에 미미여사 에도시대물도 읽고 싶어졌다. 

미미여사의 에도시대물을 소개해준 북스피어에서 내는 '시대물이 이렇게 재미있다니' 시대물이 재미있는건 맞는데, 익숙해지려면 좀 시간과 집중력과 애정이 필요하다. 셋 중 둘이 부족하지만, 애정을 가지고 앞으로 나올 시리즈 여덟 권 (열 권까지는 낸다고 하니깐) 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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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Iron Man : Chris Mould Illustrated Edition (Hardcover, Main)
테드 휴즈 / Faber & Faber Childrenas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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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언 맨은 톰 골드의 일러스트가 포함된 챕터북으로 읽었다가 이 멋진 일러스트레이티드 버전을 발견하게 되었다. 

로봇이 사람들 사는 곳으로 가서 어울리는 이야기라면 와일드 로봇이랑 비슷한 이야기 아닌가 싶었지만, 그렇지 않았다. 


야생으로 가지 않고, 인간 문명으로 가고, 

아이언 맨은 로봇이 아니다.


The Iron Man came to the top of the cliff. How far had he walked? 

Nobody knows. Where had he come from? Nobody knows. 

Taller than a house, the Iron Man stood at the top of the cliff, 

on the very brink, in the darkness. 


기승전결이 분명한 이야기이지만, 이야기의 시작과 끝은 신화의 시작같다. 아이언맨은 그 자체로 기계문명이라던가, 산업혁명이 나은 부작용이나 괴물 같은 그런 상징적인 존재로 느껴진다. 아이들이 그렇게까지 읽지는 않겠지만, 그런 분위기만은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시인인 테드 휴즈는 동화도 많이 썼는데, 아이언 맨이 가장 유명한듯하다. 

시인의 글이라 그런지 운문이 아닌데도 시적이고, 글의 리듬이 매우 아름답다. 

그리고, 그 리듬을 잘 살려서 저자 나레이션으로 오더블에서 들을 수 있어서 오더블도 같이 들으면 좋다. 



어느날 어디에선가 나타난 아이언맨은 절벽에서 떨어져 온 몸이 부서진 채로 바닷속으로 가라앉는다. 갈매기들로 인해 뭍으로 나온 손 하나와 눈 하나는 나머지 몸의 부분들을 찾아 조립된다. 그리고 마을로 간다. 


초반을 읽으면서는 짐작할 수 없는 결말이지만, 마지막 페이지를 읽으며 이전에 읽을 때와는 다른 감상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They stopped making weapons. 

The countries began to think how they could live 

pleasantly alongside each other, rather than how to get rid of each other. 

All they wanted to do was to have peace to enjoy this strange, 

wild, blissful music from the giant singer in space. 


하, 세계 평화가 찾아오려면 우주에서 우주박쥐천사드래곤 정도는 나타나 줘야 하는건가. 



  • Lexile Measure: 760L.
  • Accelerated Reader (AR): Book Level 4.7.
  • Interest Age: 9–11 years 
  • 성인 추천 : 글이 시적이고 아름답고, 아이언 맨과 인간과 우주 크리처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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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종일 책 읽고, 책 정리하고, 책 뉴스 보고, 어떻게 하면 책을 많이 읽을까, 읽힐까만 궁리하고 있는데, ( 엊그제 지나가면서 보니 사주에 수水가 부족하면 쉬는글 못한대. 나 수 0 인데!) 알라딘의 '읽기의 계보' 보고 좋아서 계속 생각난다. (읽고 싶다는 뜻) 


읽기의 계보 




아니, 어떻게 이렇게 잘 만들었지? 알라딘이?


AI도 잘 쓴 것 같고. 


아카이브된 책들 큐레이션이 어마어마하고 (스크롤을 내려도 내려도 끝나지 않는!) 


그것도 요즘 가장 관심사인 AI에 관해 AI는 인간의 꿈을 꾸는가? 라는 주제로 


그것도 #02가 예고 되어 있고 (이런걸 또 한다고?!) 


키워드 20개도 정말 잘 뽑았고, 


소개하는 책들과 한 줄 소개도 끝내주고, 


이 많은 책들을 주제에 맞게 큐레이션 한 걸 구현도 잘 했다! 


이미지도 인용도 깔끔함. 

아쉬운 점 : 

바로 들어가는 탭이나 섹션이 없다는 것이 아쉽고, 

여기 나와 있는 책들 리스트 피뎁으로 다운 받아서 체크하고 놀게 해주세요. 


나한테 어떤 시간이 생기면 이 책들을 읽고, 공부하고, 쓸 수 있을까. 생각만해도 흐뭇 


엊그제부터 책정리 시작했다. 집에 있는 책 읽고, 정리할 책들 정리하려고. 

하루 최소 네 권씩 정리해서, 3월에 200권 정리하고, 20권 팔든지, 나누든지, 버리든지 하는 목표. 

그렇게 네 권씩 끄집어내고 있는데, 정리하려고 알라딘에 팔기 담아둔 책들도 왜케 재미있는지. 넣었다 뺐다 

그렇게 책파(책장 파먹기) 하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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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6-03-17 0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알라딘에서 또 뭔가 새로운 것을 만들었나 보네요.요즘 알라딘을 잘 이용하지 않아서 잘 모르는 기능이 많은데 하이드님 글을 읽어보니 한번 사용해 봐야 겠단 생각이 듭니다^^
 


파란건 다 읽은 책, 노란건 읽는 중인 책, 빨간건 50페이지 미만으로 들쳐본 책들이다. 


1월은 책 부지런히 읽으려고 노력했고, 1월 마지막 주는 집중력 꽤 돌아온 것 같았다. 

좋은 책들 많이 만났다. 


가장 좋았던 책들은 


 리베카 롬니, 제인 오스틴의 책장 


희귀서 수집하고 파는 책사냥꾼의 책이라기보다 ( 이런 이야기조차 재미있게 풀어내지만) 

여성 작가들의 바이오그라피, 여성 글쓰기의 역사로 읽혀서 내 책읽기 비워져 있는 부분 중 하나가 딸깍 채워진 느낌이었다. 주제도 좋아하는 주제들이지만, 글을 너무 재미있게 썼고. 


이 책을 읽으면서 얻은 것, 받은 느낌을 이어가기 위해 2월에도 <비포 제인 오스틴>을 읽기로 했다. 








 박서련, 체공녀 강주룡 


오랫동안 표지랑 제목만 알았던 책이다. 체공녀가 고공 농성해서 체공이라는 것도 이 책을 읽고나서야 알았다. 무슨 공녀로 팔려나갔던 인물인가 했지. 독립운동 하고, 노동운동도 했던 인물을 생생하게 되살렸다. 북쪽지방 옛 말투를 재현해서 낯선 단어와 문장들에 서서히 익숙해지게 된 것도 좋았다. 박서련 작가의 마법소녀 책들도 제목만 알고 있고, 영역본만 챙겨뒀는데, 읽어보면 재미있을까 싶다. 








 김민향, 극야일기 


 커버 투 커버로 좋다. 사진도 글도 여백도. 부모에 대한 애도 일기는 내가 잘 공감하지 못하는 부분이지만, 공감과 취향을 넘어서는 북극 지방에서 지낸 일기였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도 이 책이 들러붙어서 일상에도 다른 책을 읽을 때도 계속 생각났다. 




 현찬양, 식탐정 허균 


현찬양의 책들 중 몇몇은 초반에 양판소 웹소처럼 시작하나 싶다가, 읽다보면 재미 있고, 더 읽다보면 깊이까지 쌓여서 오래 오래 기억에 남는 책이다. 


이 책은 정말 똑똑하고, 웃기는 책이었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먹을거에 눈이 도는 허균이 조선 시대 먹거리에 대해 늘어 놓는 지식들이 똑똑하고, 여인(피가 섞이지 않은 남동생)과 허형(허균), 작은년(밥 지어주는데, 쌀 더 주고 검험도 시킴) 과의 티키타카가 만담 같지만, 더 웃기고, 웃기다가 푹 찌르는 그런게 있다. 


2권 내시고요, 현찬양 작가님 열일하세요. 





이렇게 네 권이 좋았고, 

이 외에 추천하는 책들로는 


 Patrick Ness, A Monster Calls 


오디오북으로 들으면서 읽었는데, 나레이터가 몬스터 목소리, 아픈 엄마 목소리를 너무 실감나게 해서 오디오북도 추천 


Yew tree ( 검색해보면, 진짜 괴물같고 무섭고, 악몽에 나올 것 같은 이미지들이 주르륵 나온다) 가 몬스터가 되어 아이를 방문하고, 이야기 세 개를 해 주고, 그 다음에는 니 이야기 하나 내놓으라고 한다. 엄마는 암에 걸려서 새로운 치료방법들을 시도하지만 죽어가고 있고. 학교에서는 불링 당하고. 


엄마가 죽어가고, 아빠와 이혼해서 아빠는 미국으로 건너가 새로운 가족을 만들고, 불링을 당하는 이야기는 미들 그레이드 소재에서 많이 보는 이야기이고, 몬스터가 나오는 것도, 그리고, 몬스터의 정체를 짐작하는 것도 어렵지 않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지는 묘한 무서운 분위기가 있었다. 사람에 따라 엄청 슬픈 이야기라고 눈물 쏟았다고 하는 독자들도 있지만, 내게는 공포와 조여오는 상황에 따라 응집되는 두려움과 막막함 같은 것들이 크게 느껴졌다. 감상이 다양할 것 같은 보석같은 책 


 조우리, 4x4의 세계 


4x4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이야기가 콱 와닿았다. 다들 좋은 책이라고 추천 많이 듣고 읽어봤는데, 역시 좋은 이야기였다. 소아병동이 배경인 이야기이다. 조우리의 <얼토당토않고 불가해한 슬픔에 관한 1831의 보고서> 도 좋았고, 이 책도 좋다. 아이들에게는 어떻게 읽힐지 모르겠지만, 읽히고 싶은 책이고, 어른들에게도 깊이 와닿는 부분들이 있는 이야기를 쓰는 작가. 그렇다고, 아이가 어른 같이 구는 그런 책도 아니고. 








후안옌, 나는 북경의 택배기사입니다. 


힘든 매일과 잘쓴 글이 좋았던 에세이다. 

LA Review of Books에 이번에 나온 신간 댄 왕의 <브레이크넥>과 이 책을 비교해서 리뷰해둔 것을 읽었는데, 리뷰중에 과로와 빈곤에서 재능 있는 사람이 어떻게 제정신을 유지하는지 보여준다고 하는 부분이 좋았다. 나도 그 부분 좋았다. 남 일 같지 않고, 과로와 빈곤과 그와 같은 역경을 겪게 될 때 어떻게 나 자신을 유지할 것인지 생각해 보게 되았고. 








1월 초반부터 글이 잘 읽혔던 것은 아닌데, 후반으로 갈수록 몰입하게 되었고, 왜 중간이 없지. 책이 너무 잘 읽히고, 계속 책 읽고 싶다. 트위터 끊어야 책 더 읽힐텐데, 나는 그거 못한다고 징징댔지만, 책이 더 잘 읽히니깐 자연스레 덜 하게 된다. 

역시 뭘 하지 말아야지. 하는 것보다 뭘 해야지. 하는 것이 더 쉽고, 효과가 좋다. 


그래서 2월에 읽을 책을 이만큼이나 쌓았잖아. 2월에는 반은 일하고, 반은 쉰다. 1월도 빨리 지나갔지만, 2월은 정말 눈 깜짝하면 지나가겠지. 눈깜짝 하는 사이에 책 많이 읽어야지. 기세지. 기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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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6-02-02 1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윌에만 저 많은 책을 일고 계신다니 경탄을 금할수가 없네요.정말 대단하십니다.

하이드 2026-02-03 15:44   좋아요 0 | URL
2월까지 이어가려 합니다!

2026-03-07 14: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6-03-10 11: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6-03-10 14: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유부만두 2026-03-10 11: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 욕심쟁이 내 친구!

하이드 2026-03-10 14: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도서관에서도 자제를 못하고, 출판사 제공 도서도 거절을 못하고, 책 선물도 다 넙죽넙죽 받는 욕심쟁이에요 ㅋㅋ
 
제인 오스틴의 책장 - 어느 희귀서 수집가가 찾아낸 8명의 ‘숨은’ 오스틴
리베카 롬니 지음, 이재경 옮김 / 휴머니스트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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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베카 롬니는 희귀 서적을 모으는 콜렉터로 우리가 열광하는 제인 오스틴이 열광했던 여성 작가들을 탐험한다. 셜로키언인 그녀가 18세기 문학계에서 사라진 여성 작가들을 발굴해 내는 그 여정이 얼마나 스릴 있는지!


한 사람, 한 사람 넘어가는 것이 아까울만큼 이 책에 소개되고 있는 모든 작가들을 사랑하게 되었고, 그들의 책을 읽고 싶어 갈급한 심정이 되었다. 읽지 않을 변명의 여지를 싹둑 잘라내듯 18세기 작가들의 작품들은 구텐베르크 프로젝트에서 너무나 쉽게, 내 이북 리더기들로 다운 받을 수 있었다. 전자책으로 편하게 볼 수 있고, 예상외로 첫페이지부터 너무 재미있는 책들이 많았고, 읽고 싶은 마음 또한 충만했으나, 전자책 페이지가 만 페이지, 이만 페이지 훌쩍 넘어가는 것을 보고, 아, 길게 봐야하는구나. 그래, 18세기에는 스마트폰도 없고, 다른 오락거리도 없으니, 책이 재미있었겠지. 길수록 더 좋았겠지. (분량으로 돈을 받아서 더 길게 쓰기도 하고, 돈의 압박 받아서 분량을 미처 못 채우고 줄이는 일도 있어서 안타깝기도 하고) 언젠가는을 기약하며 고이 저장해두었다. 종이책 구하기가 비교적 쉬웠던 <우돌포의 미스터리>와 <피메일 키호테> 는 원서 종이책으로 샀고, 앤 래드클리프의 <숲 속의 로맨스>, <시칠리아의 로맨스>, <이탈리아인>과  엘리자베스 인치볼드 <단순한 이야기> 는 번역본으로 나와있다. 


각 여성 작가들의 작품과 생애, 제인 오스틴과의 관계와 왜, 어떻게 그들이 사라지게 되었는지를 추적하는 중간 중간, 책에 대한 사랑 고백과도 같은 글들이 줄줄 흘러나온다. 


“책은 마음 내키는 대로 펼치고 덮을 수 있다. 낙엽이 바람결에 뜬금없이 흩날리길 반복하듯이 자유롭게. 등장인물이나 작가와 교감하면 항상 맴돌던 외로움이 가라앉는다. 하지만 꼭 인물에 공감해야만 책을 즐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차이점도 대조를 통해 나를 되비춘다. 책은 남들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창인 동시에 내 마음을 알게 해주는 거울이다.” (25)


저자는 오스틴의 시대의 당대 작가들을 파고들면서 18세기에 소설이 해악으로 인식됐다는 증거들을 지속적으로 마주하게 된다. 소설은 “위험한 것”이고, “지나치게 외설적”이었고, 당시 젊은 여성들에게는 품격, 예의범절, 취향을 가르치는 명분으로 품행서(conduct book) 이 유행했다. 


“여성들이 소설 때문에 남자 보는 눈이 너무 높아져서 결혼을 기피한다니. 이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읽는 여성이 늘어나고, 책을 쓰는 여성도 늘어났다. 


제인 오스틴의 책장에서 처음 소개되는 여성 작가는 당대에 비범한 천재성으로 유명했던 프랜시스 버니다. 18세기 후반에서 19세기 초까지 사실주의 작가로 찬사받았으나 19세기 중엽, 제인 오스틴의 명성이 높아지기 시작하자 버니는 오스틴과 비교되며 폄하된다. 


“마치 여성 소설가에게 할당량이 있는 것” 처럼 제인 오스틴이 있으니 그 자리가 차서 다른 여성작가들은 비교의 대상으로만 여겨진다. 그리고 이 현상을 나타내는 말도 있다. ‘스머페트의 법칙’ 이 부분 읽으면서 정말 그러네! 속으로 외치지 않을 수 없었다. 문학 정전에서 밀려난 여자 작가들 외에도 다양한 분야에 적용되는 말일 것이다. 


또한 이 책의 다양한 환경의 다양한 작가들에게 공통적으로 인상적이었던 것은 당대 여성들의 지위이다. 제인 오스틴을 포함해 당시에 인기 있었던 소설들을 ‘구혼 소설’이라는 장르로 부른다는 것을 알았고, 이전에 사랑과 결혼만이 인생의 전부인 것 같은 이야기들에 조금이라도 거부감이 들었다면, 그것이 18세기에는 더욱 더 법적으로 경제적으로 여성의 삶과 운을 옥죄는 문제라는 것을 알게 된다. 


프랜시스 버니의 이름은 구텐베르크 프로젝트에 패니 버니로 나와 있다. 영문학자 두디는 ‘패니’는 낮잡아 보는 약칭으로 무해하고 유치하고 내숭 떠는 어린 여성의 인상, 비평가 닫수가 그녀에게 바라는 이미지를 심는다고 지적했다. 헨리 필딩을 해리 필딩이라 부르지 않고, 제임스 보즈웰을 제미 보즈웰이라고 하지 않는데, 프랜시스 버니의 이름을 본인이 선호하지도 않았던 패니 버니로 책에 새겨버리다니. 뒤에 나올 여성의 이름을 지우는 다양하고 치졸한 방법들 중에 하나다. 


다음으로 나오는 작가는 제인 오스틴 외에 유일하게 낯익은 이름 ‘앤 래드클리프’이다. 고딕 소설을 좋아해서 낯익은 작가이다. <숲 속의 로맨스>, <시칠리아 로맨스>, <이탈리아인> 이 번역본으로 소개되어 있다. 


(.....) <우돌포>를 읽는 동안만큼은 누구도 나를 비참하게 하지 못할 것 같아.”
- <노생거 사원>의 캐서린 몰랜드 


여기 소개된 모든 이야기들을 읽어보고 싶었고, 그 중에 더 많이 읽고 싶었던 책들이 있었지만, 가장 읽어보고 싶은 책은 앤 래드클리프의 <우돌포의 비밀 The Mysteries of Udolpho> 이다. 제인 오스틴의 책장에 나온 책들 중 가장 먼저 주문한 책이기도 하다. 저자 또한 <우돌포의 비밀>이 자신의 평생 최고의 독서 경험 중 하나였다고 말하고 있다. <우돌포> 는 자기 삶에 대한 통제권을 상실한 여성이 그것을 되찾기 위해 분투하는 내용이고, 자율성은 18세기의 여성에게 그랬듯, 21세기의 여성에게도 중요하다. 저자는 <우돌포의 비밀>을 읽은 후 고딕소설의 중심 요소인 풍경을 인물처럼 다루는 비법에 대한 심미안이 생겼다고 한다. “래드클리프는 작가가 풍경과 건축의 분위기 묘사를 통해 어떻게 인물의 정서를 드러내고 독자의 기분까지 지배하는지 보여주었다.” 


“ 나 이 책 너무 좋아! 평생 이 책을 읽으며 살고 싶을 정도야. 너를 만날 약속만 아니었으면, 천금을 줘도 책을 놓고 나오지 않았을 거야.” - 제인 오스틴, 노생거 사원


앤 래드클리프는 젠트리 계층 출신으로 웨지우드의 사업 파트너였던 삼촌 토머스 벤틀리의 후견을 받았다. 그는 여행 경험과 학식을 갖추고 있었다. 고미술을 연구했고, 어린 앤이 벤틀리의 피후견인이 되어 그의 집에 들어간 시기는 그가 고딕 건축 전시회를 위한 연구를 막 시작하였던 때라고 한다. 


고딕 건축과 관련한 온갖 서적과 판화, 주에 후기의 고딕 교회와 유적을 담은 그림들이 가득했던 집에서 자란 앤은 훗날 생생하게 묘사되는 고성과 수도원으로 고딕 소설의 붐을 가져왔다. 


이 외에도 저자가 가장 사랑하게 된 도발적인 샬롯 레녹스, “솔직히 말해 제게 얼마간 야망이 없지 않습니다.” 라고 말하는 샬록 레녹스 소설보다 더한 우여곡절을 겪으며 도발적인 글을 쓴 그녀의 책들 중에서 주문한 책은 <여자 돈키호테 Female Quixote> 이다. 기사도에 심취한 돈키호테가 풍차를 적으로 착각해 달려들었다면, 이 책의 애러벨라는 기사답게 행동하지 않는 모든 남자를 자신을 납치하려는 악당이라고 믿는다. 정말 재미있을 것 같은 이야기이다. 여자 키호테! 


다양한 개성과 형편의 여성 작가들, 열정을 가지고, 포기하지 않고, 글을 써서 크게 성공했던 여성 작가들을  제인 오스틴 한 명만 남기고 지워버린 이들은 누구인가? 이와 같은 의도된 망각에 맞서기 위해서는 책을 읽는 수밖에 없다. 리베카 롬니 이전에도 제인 오스틴의 편지나 소설에 쓰였던, 제인 오스틴이 읽었던 이 여성 작가들을 발굴하려는 시도가 없었던 것이 아니다. 그 씨앗을, 더 나아진 읽기 환경에서, 리베카 롬니가 아주 훌륭하게 이어 주었다. 이 다음은 독자의 몫일 것이다. 


제인 오스틴이 포함된 문학의 계보, 세월이 지나면서 정전에서 밀려나 우리가 알지 못했던 작가들과 소설들을 이제야 알게 되는 것은 분하고, 억울하고, 정신이 번쩍 드는 동시에 반갑고, 신나고, 엄청 기대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나는 소파와 고양이와 담요 사이에 몸을 묻고, 제인 오스틴이 애독했던 책을 읽기 시작했다.” (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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