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탐구 생활
이다 지음 / 창비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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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구생활을 기억하는 당신, 건강검진 하셨나요? 


아마도 탐구생활 시대의 작가 이다가 연재본을 모아 <어린이 탐구 생활>이라는 멋진 책을 내줬다. 

어른을 타겟으로 한 어린이 책들 많았지만, 이 책은 그림 위주의 어린이와 어른 같이 읽을 수 있는 책이어서 더 술술 읽을 수 있었다. 술술 읽히지만, 마음에는 진득하게 내려앉는 글들. 


이다 어린이는 한 말썽했을 것 같다. 근데, 돌이켜보면, 책읽기만 좋아하는 하이드 어린이도 돌이켜보면, 말썽 부리며 자랐던 것 같다. 어른으로 어린이였던 마음을 돌아보고, 지금 어린이들의 마음을 돌아볼 수 있는 책이다. 


엊그제는 어린이날이었고, 운동회, 체육대회 소식이 많았다. 같이 들려오는 믿을 수 없는 뉴스로 운동회때 아이들 시끄럽다고 민원 들어가는 것, 그리고, 지금 돌이켜봐도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사정 알고 나면 씁쓸할 것 같은 부모님 못 들어가서 밖에서 구경하는 사진, 아이들이 운동회 전에 동네 주민들에게 읍소하는 전지 크기의 포스터들을 학교 담벼락을 따라 진열해둔 것 등등 


도대체 어떤 정신 나간 어른이 운동회 날, 시끄럽다고 민원을 넣는 걸까. 하수구 막는 담배꽁초 같은 무쓸모하고 해로운 인간들, 같은 어른으로서 정말 미안하다. 


그렇게 어른들이 아이들을 소음 만들어내는 존재로만 보는가하면, 그 반대편에는 싸고 도는 것이 과도한 어른들이 있다. 


나는 학교 다닐 때 운동회때나 체육대회때나 100미터 달리기를 하면 늘 꼴지였다. 그게 좋은 기억은 아니지만, 

쓰면서도 믿을 수 없는데, 요즘은 지면 아이가 마음의 상처 받으니깐 동점이나 비기는 경기들을 한다고 한다. 

진짜 뭔 소리지. 그렇게 져서 창피하고 분한 마음, 더 잘 하고 싶은 마음, 더 열심히도 해보고, 포기도 해보고, 이긴 친구를 축하하는 마음 같은 건 어디에서 배우지? 


평범하게 좋고 나쁜 사람들이 다수인 것처럼, 평범하게 좋고, 나쁜 많은 어른들이 있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어떤 진상과 어떤 과보호의 목소리가 커지면, 그 얼룩같은 존재들이 전체를 물들이고, 그 얼룩들로부터 어린이도 사회도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듯 하다. 


'어린이' 라고 전체를 불러버리는 그 안에 다양한 어린이들의 모습이 있다. 그 모습들을 이 책에서 끄집어내고 있다. 지금의 어린이, 그리고 나였던 과거의 어린이들까지. 


어린이가 주변에 없는 사람들의 오해, 어린이를 이용해 자신의 감정을 발산하는 나쁜 어른들이 사회를 완전히 물들이기 전에 경각심을 가지고, 보호해야 할 존재이자 함께 이 사회를 이루어나갈 존재로 '어린이'에 대한 시각을 바꿔나가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어른도 읽을 수 있는 어린이가 주인공인, 어린이애 대한 책들이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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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주문한 책 





도착한 책 



알라딘 답변 


실수는 할 수 있지. 근데, 답변 때문에 또 열받아. 


쿠션어 필요 없고요. 걍 할 말만 하면 되는데, 


1. 수령한 주소로 반품 접수를 진행해드려도 괜찮을지 재회신 주시면 확인 후 안내 준다는게 뭔소리야. 

그럼, 내가 이 책 어쩌라고, 내가 주문한것도 아닌데, 반품 접수 안 원하면 뭐 어쩔껀데. 당연히 접수 해야지. 

환불 의사 물어봐야 할 건 배째라 환불 한다더니, 당연히 회수해야 할 거는 뭘 물어보는거야 진짜 깝깝 


2. 지점에서 책 상태 보고 컨디션 조정까지 했는데, 택배 트래킹이라는게 안 되나? 

뭐가 나갔는지, 어디 잘못 나갔는지 조사하긴 했는지, 그냥 찾아볼 생각도 안 하고, 무조건 환불 답변 하는 건 아닌가 의심스럽다. 


고객센터 직원이 이렇게 일처리를 할 수 밖에 없는게, 사람이 모자라서인지, 알라딘 방침이 뭐가 바뀐건지. 

그냥 문제 생기면, 환불 처리 해버리는건지. 굉장히 불쾌하고, 실망이 쌓여간다. 


책 고르고, 주문하고, 기다리는 시간은 그냥 거저인지. 냅다 환불하면 다인지. 

오배송 받은거 반품 포장 해서 내놓고, 고객센터 문의하고, 빡치는건 걍 그냥 내 시간이니깐 알라딘한테는 다 아무것도 아닌지. 


예전에는 이런 일 있으면 뭐, 사과의 적립금 몇 천원이라도 넣어줬던 것 같은데, 걍 그냥 환불하래. 환불무새야. 


몇 천원 적립금 준다고 기분 1도 안 나아지겠지만, ( 책 사는게 일인 사람인데, 뭐) 

그냥, 그런거 저런거 하나도 없고 멍청 공손 답변만 오니깐 진짜 이게 뭔가 싶다. 


지금 내가 알라딘에 이십 몇 년 동안, 천 번, 이천 번 주문하는 동안 


거의 한 번도 없었던 일들이 이렇게 연달아 생기고, 


수습도 전혀 안 되는 것이 진짜 뭐가 크게 제대로 안 돌아가고 

문제 있는 것 같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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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리에르 2026-04-22 2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비슷한 응대를 받았던 기억이 있는데 이건 뭐 매뉴얼인지 아니면 혹시 AI가 자동으로 답하는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성의한게 아니라 인간미가 없다랄까요.

하이드 2026-04-23 09:12   좋아요 0 | URL
AI가 글을 저렇게 못 쓸 수 있을까 생각하면 AI는 아닐 것 같지만, 정해진 매뉴얼 누가 썼는지, 진짜 책 파는 회사에서 매뉴얼 멘트가 아주 구리고, 일을 키우고, 불쾌하게 만듭니다. 일단 문제 해결이 안 되고, 걍 환불땡이라는 점이 제일 화나고요.

2026-04-30 11: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망각 일기 세라 망구소 에세이 2부작
세라 망구소 지음, 양미래 옮김 / 필로우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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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잃고 싶지 않았다. 그게 내가 가진 가장 큰 문제였다. 내게 일어난 모든 일을 기록하지 않고 하루를 마감하는 것을 견딜 수 없었다." 


아름다운 돌빛, 물빛 표지의 작고 예쁜 책이다. 책표지는 언뜻 미로와도 같고, 무언가가 섞이고, 흩어지는 끝없는 과정을 보는듯 하기도 하다. 이것은 아무것도 읽고 싶지 않아 쓰기에, 일기에 강박을 가지게 된 저자의 일기를 종말을 말하는 일기이다. (부제, The End of a Diary) 


"나는 지나간 시간을 반추하다가 정신이 마비되고 싶지 않아서 나 자신에 관해 썼다. 그렇게 하면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에 관한 생각을 멈추고 하루를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이유 때문만은 아니었다. 나는 내가 진심으로 삶에 열중하고 있었다고 말하고 싶어서 썼다. 경험 그 자체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일기는 삶의 마지막 순간에 정신을 차렸을 때 내가 뭔가를 놓쳤다는 사실을 깨닫는 일을 막기 위해 동원한 방어기제였다." 


보통은 하루를 마치는 저녁에, 가끔은 이른 오후나 낮시간에 찾아오는 '오늘 뭐 했지' 라는 질문은 내가 하루에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얼마나 잘, 얼마나 못 보냈는지와는 상관 없이 떠오르는 질문이다. 그 질문 뒤에는 아마도, 불안감, 시간을 낭비했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시간을 낭비했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뒤에는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했다는 불안감,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했다는 불안감은 중요한 급하지 않는 일들을 미뤄버리는 내 게으른 습성을 내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오는 불안감이지 않을까. 


오늘 뭐 했지병이라고 스스로 진단 내린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서 그 날 한 일을 써본다. 오늘 뭐 했지? 내심 오늘 뭐 한거야. 오늘 하루를 또 왜 이렇게 허투루 보냈어. 라는 자신에 대한 비난이 담겨 있고, 그 날 한 일들을 써보면, 이것 저것 많이 했네. 잘 했네. 머리로나마 약간 해소된다. 아주 가끔, 정말 많은 일을 한 날을 빼고는 머리로만 대충 이해하고, 그리고, 또 가끔 정말 아무 것도 하지 않은 날에는 잘 쉬었다. 하고 정신승리를 하면서 감정을 해소하려 노력한다. 


바쁜 것과는 좀 다르다. 지금은 시간을 더 많이 만들어 놓았긴 하지만, 정신 없이 바쁠 때도 어김없이 찾아드는 질문이었다. 

그 외에 과거를 반추하지 않는 걸 넘어서 묻어 버리는. 그렇다고 미래를 불안해 하기 보다는 현재만을 중요시하며, 현재가 과거도 바꾸고, 미래를 바꾼다고 진심으로 믿는 현재주의자라서 과거를 돌아보는 회고 또한 현재의 것이라서 일기를 쓴다. 


저자는 기억하기 위해, 동시에 망각하기 위해 일기를 쓴다. 기억과 망각 두 가지 반대의 속성을 지닌 것이 일기 "쓰기" 라는 행위를 통과하면서 해결 된다. 기억하고, 망각하고. 


그렇게, 저자의 일기 강박에 내 나름의 공감을 할 수 있었다. 


"일기 없는 삶을 상상하면, 단 일주일이라도 일기 없이 사는 삶을 상상하면 순식간에 공황 상태에 빠져들었고, 그럴 바에는 차라리 죽는 편이 낫겠다고 생각했다." 


"일기를 써도 소용없다는 사실을 처음부터 알고는 있었지만, 그렇다고 쓰기를 그만둘 수는 없었다. 쓰지 않고는 시간 속에서 길을 잃지 않는 방법을 단 한 가지도 떠올릴 수 없었다." 


"일기 쓰기는 무엇을 생략할지, 무엇을 잊을지를 솎아내는 선택의 연속이다." 


무언가 잘 한 것, 생산적인 것, 미루던 것을 해낸 것에 대한 좋은 감정, 해내지 못한 것에 대한 나쁜 감정들로 일기를 채우며 살아왔는데, 근래에는 좋은 것들을 딱 하나 남겨서 기록해보고 싶어졌다.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중요한 것, 아름다운 딱 하나. 하루를 압축할 수 있는 딱 하나. 


저자는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육아를 시작하면서 어떻게 해도 기억할 수 없고, 기록도 할 수 없는 일들이 늘어나자 일기를 포기하게 되고, 일기에 대한 강박에서 벗어난다. 


기억하고, 망각하기 위해 일기를 쓰기 시작했지만, 기억과 일기 사이에 건널 수 없는 강이 생기자 망각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쓰기가 좀 더 커진다. 


나의 일기는 어떻게 변해갈까. "ㅇㅇ는 고정적인 경험이 아니다. ㅇㅇ는 지속적인 경험이다. ㅇㅇ는 형태를 바꾸지만 언제나 한결같이 제자리에 있다. 얼어붙은 수면 아래로 흐르는 시냇물처럼." 


저자는 ㅇㅇ 자리에 '결혼'을 넣었지만, 그 감정은 내가 모르겠고, 나는 그 자리에 '일기'를 넣어본다. 


일기는 고정적인 경험이 아니다. 일기는 지속적인 경험이다. 일기는 형태를 바꾸지만 언제나 한결같이 제자리에 있다. 얼어붙은 수면 아래로 흐르는 시냇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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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Was Abigail Adams? (Paperback) Who Was (Book) 66
True Kelley / Grosset & Dunlap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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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의미 없는 공상이다. 여자가 대통령이 될 수 있는 시대였다면! 

물론, 미국은 아직도! 트럼프를 뽑을지언정 여자 대통령은 안 되는 시대와 국가이다. 


후 워즈 애비게일 아담스가 이번 주 후 워즈로 정해지고, 누군지도 몰랐던건 그의 남편인 존 아담스가 기억에 남지 않는 대통령이어서이고, 그의 아들 퀸시 아담스도 기억에 남지 않아서이다! 


그렇다. 그는 대통령 남편과 대통령 아들을 두었던 특이한 이력을 지니고 있고, 애비게일 아담스를 소개하는데 빠지지 않고 나오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누군가의 부인, 누군가의 엄마가 아닌 그의 삶의 기억에 남는 업적들을 꼽아보자면 그가 여성권과 노예해방을 위해 애썼다는 것, 그리고, 백악관에 첫 거주자였다는 것, 정치, 사랑, 교류, 일, 우정 등을 편지로 주고 받아 4천여통의 편지를 썼다는 것! (요즘 코레스폰던트를 읽고 있어서 애비게일 아담스가 prolific correspendence 로 유명했다고 하니, 시빌 반 안트워프 생각났다! 어느 정도 모델이었을수도?) 그리고, Primary architect of the American home front 였다는 것. 마지막 두 가지가 특히 인상적이어서 애비게일 아담스에 대해 더 읽어보고 싶어졌다. 아, 그리고, 여성 교육에 애썼던 거, 남편인 존 애덤스에게 보낸 편지 중 가장 유명한 문구 중 하나인 'Remember the Ladies' 여자들을 기억하라고 했던 것. 존 아담스와 같은 시대의 미국혁명기 인물들로 조지 워싱턴과 토마스 제퍼슨이 있다. 토머스 제퍼슨과 정치적 의견들을 편지로 주고 받은 것 또한 잘 알려져 있다. 


18세기의 그녀에게는 새로웠을 Primary architecting. 가정내 주 설계자(기획자) 라는건, 지금 보기에는 이것이 기획노동으로 지금은 일하는 여성들에게 이중의 부담을 지우며 '보이지 않는 노동' 이 되었고, 당시의 의미와 지금의 상황에 대해 더 찾아보고 싶어졌다. 가정내 기획 노동에서 남자들의 역할의 시대 변화도. 


네 권의 책을 추가로 담아두었다. 


Abigail Adams: A Life by Woody Holten 

Dearest Friend: A Life of Abigail Adams by Lynne Withey

My Dearest Friend: Letters of Abigail and John Adams

Dear Abigail: The Intimate Lives and Revolutionary Ideas of Abigail Adams and Her Two Remarkable Sisters by Diane Jacobs 


마지막 책이 제일 궁금하다. 그리고, 미국 혁명에 관한 글 읽는 것 좋아하는데, 그 동안은 그냥 지나쳤을 것 같은 애비게일 아담스의 이름을 역사책 속에서 좀 더 찾아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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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성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67
나탈리 사로트 지음, 위효정 옮김 / 민음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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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사방에서 솟아나는 듯했다. 약간 축축하고 미지근한 공기 속에서 피어나, 그들은 가만히 흘러 다녔다, 마치 벽들에서, 철책에 싸인 나무들에서, 벤치들에서, 더러운 보도들에서, 공원들에서 스며 나온 듯이." 


책의 첫 부분이다. 24개의 아주 짧은, 한 장, 혹은 두 세 장 길이의 글들이 모여 있다. 이걸 뭐라고 해야 하지. 줄거리도 없고, 인물도 없다. 서사를 찾으려는 독자의 머리를 온통 헝클어 놓는다. 첫 글의 사방에서 솟아나는 그들을 읽으면서 뭐지? 사람? 안개? 버섯? 먼지? 첫 이야기, 아니, 이야기라고 해도 되나, 첫 단편, 아니, 단편도 이상하다. 첫 글조각, 첫 글 이후에도 수 많은 나, 그녀, 그, 그들, 그것 등이 등장한다. 이야기를 읽는 습관대로 대명사가 나타내는 뭔가를 계속 찾게 되지만, 찾을 수 없다. 


제목의 '향성'은 물리적이거나 화학적인 외부 자극에 반응하는 생물의 경향을 가리키는 생리학 용어다. '향성' 무언가에 끌리는 것이라는 제목을 생각하며 글들을 읽어가니, 그래, 뭔가에 끌려서 변하고, 움직이는 그런 이야기들인가 끼워 맞추게 된다. 


원래 삶에는 줄거리라고 할 만한 것이 없고, 지구 상에 살아 있는 존재들 중에 주인공도 없다. 그러니, 소설에도 없고, 그저 '향성' 을 띄고, 움직이는 생명체들에 대한 단상 같은 것들일까? 


이 소설에서 어디에도 이입할 수 없는 독자의 위치는 어디여야 하는 것일까? 


멈춰서 건진 부분들이 있긴 하다. 


다섯번째 글에서 


"고작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아무도 깨지 않도록 조심하며 죽어 있는 어두운 계단을 쳐다보지 않고 내려가서, 보도를 따라, 벽을 따라 소소하게 나아가는 것, 어디로 가는지 알지 못하고 가고 싶은 곳도 전혀 없이 그저 숨을 좀 쉬기 위해서, 약간 움직여 보기 위해서, 그런 다음에는 집으로 돌아와서 침대 가장 자리에 앉아 다시금 기다리는 것이었다. 몸을 오그리고, 부동 상태로." (20) 



그리고, 열 여섯번째 글, 


"그러나 그들은 아무것도 더 요구하지 않았다. 이것이었다. 그들은 그 점을 알았다. 아무것도 기다려선 안 되고, 아무것도 요구해선 안 되고, 그렇게 되어 있는 것이고, 더는 아무것도 없었고, 이것이었다, "삶'이란. 


다른 무엇도, 더는 무엇도 없다, 여기 아니면 저기, 그들은 이제 그 점을 알았다. 


거스르고, 꿈꾸고, 기다리고, 노력하고, 도망가는 것은 금물이었다. 그저 주의 깊게 선택하고 (웨이터가 기다리고 있었다), 석류 시럽으로 할까 아니면 커피로? 크림 있는 걸로 아니면 없이? 살아가기를 겸허하게 받아들이면서 - 여기 아니면 저기- 시간을 지나 보내야 했다. (52) 


적고 보니, 좋은 것 같기도. 

다시 읽으면 처음 읽었을 때보다는 좀 더 몰입할 수 있을 것 같지만, 머리속이 헝클어졌던 읽기를 다시 반복하면 고문 같을 것 같아서 일단 마지막 장 읽고, 간단하게 기록 남기고, 덮어둔다, 묵혀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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