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랑 작가의 책을 처음 읽는 건 아닌데, 이 책은 정말이지 취향 저격이다.

첫 단편인 ‘11분의 1‘을 읽고

˝혜정 씨, 보고 싶을 거예요. 저는 원래 사람을 안 좋아하는데, 열한 명 중의 한 명 정도만 좋아하는데, 혜정 씨는 그 한 명 쪽이에요. 혜정 씨를 좋아해요. 좋아했어요. 함께 점심을 먹을 때가 하루 중 제일 나은 시간이었습니다.˝

진짜 가끔씩 정세랑 너무너무 좋다. 고 소감 남겼는데, 모든 단편이 다 좋다. 표제작인 ‘목소리를 드릴게요‘만 보통으로 좋고, 나머지는 다 너무 좋다.

거대지렁이가 나오는 이야기를 읽고, 진짜 좋아서 계속 곱씹고 다녔는데, 마지막의 ‘메달리스트의 좀비시대‘ 좀비 이야기라니! 나의 ‘좀비떼가 나타나면- ‘ 병을 재발 시키는 훌륭한 단편이었다.

정세랑 작가가 ‘극단적 환경주의자‘라서 너무 좋고,
작가의 말에 이 책이 2020년 1월에 나와서 어울린다고 했는데, 불과 몇 달 후, 이 책이 정말 이 시대에 걸맞는 책이 되어버릴 줄 몰랐겠지.

책을 읽는 동안 거대지렁이와 블루필과 좀비떼가 나타난 후 리셋 되어 7교시 수업을 들으며 과거 21세기의 야만을 돌아보는 정세랑 유니버스에 푹 빠졌다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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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책 1천 권의 힘 - 영어 실력부터 공부 자신감까지 한 번에 끌어올리는
강은미 지음 / 유노라이프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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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제목에 약하다. 1만 권 독서법, 영어책 1천 권의 힘. 

영어책 읽기가 가장 좋은 영어를 익히는 방법이라는 건 (영어가 아니라 다른 외국어도 마찬가지) 잘 알고 있고, 

영어책 읽기가 영어를 익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책과 글과 영상만 지겹도록 (안 지겨움) 보고 있는데, 막상 원서 읽기 맘 잡고 시작을 못 하고 있는데, 어제 마이클 코넬리 '배심원단' 읽고, 너무 재미있어서, 이런 책이라면, 원서로도 단숨에 읽을 수 있겠어. 하고, 오늘부터 영어책 읽기 1일. 


배심원단 바로 전에 읽은 책이 바로 이 책, '영어책 1천 권의 힘' 이다. 어쩌다보니, 엄마표 영어책들을 많이 읽게 되는데, 영어책 읽기에 가장 진심이어서겠지. 아이들이 영어를 익히게 되는건, 보기에도 너무 신기하고, 어른들은 책보다는 시험에 더 집중하게 되니깐, 책 읽기에 가장 시간을 투자할 수 있는 시기가 초등학교때라서 그런 것 같다. 


영어책 읽기 책들 많이 읽었는데. 공통적으로 영어책 읽기가 짱이다. 영어책 읽기가 만능해결사, 아멘! 의 어조다. 맞는 말이긴 하다. 영어책 읽기, 책 읽기의 효용에 대해 스터디 코드의 영상을 봤는데, 중학교 때까지는 공부 안 하고 책만 읽어도 된다고 한다. 그 이유를 짚어주는데, 독해력 때문이다. 모든 과목에 해당되는 독해력을 기를 수 있는 방법은 '독서' 밖에 없고, 독서가 하루 아침에 효과가 나는 것이 아니기에. 1차이해(독해)와 2차이해(개념)가 있는데, 고등학교 이후 1차 이해도 안 되어서 개념 잡기로 넘어갈 수가 없다고. 독해력이 제일 중요하다고. 공부꾼 중의 꾼인 스터디코드에서도 그러더라. 


엄마표 영어책 읽기의 엄마들은 영어를 잘하기도 하고, 못하기도 하는데, 아이들 시키면서, 아이들 달라지는 모습 보고, 아이들에게 본보기 되어주고, 함께 가는 동료 되어주려고, 혹은 코칭 해주면서 영어실력이 같이 늘게 되더라. 


저자는 미국으로 건너가 도서관 정복 프로젝트로 도서관의 책들을 죽어라 읽히고, 읽기 시작한다. 아이들이 6개월만에 대통령상도 받고, 성적면에서 굉장히 월등한 성과를 보여준다. 절실함이 느껴지는데, 도서관이 있어 가능했던, 도서관 찬양파이기도 하다.  


"도서관  마당에는 넓은 잔디밭이 펼쳐져 있어서 책을 읽다가 지치거나 배가 고프면 언제라도 마당으로 나가 준비해 간 간식과 도시락을 먹으며 쉴 수 있었다. 도서관은 우리 가족에게는 거대한 금광과 같았다. 책 한 권을 읽을 때마다 금 한 덩이를 캐는 심정이었다. 아이들은 책과 함께 꿈을 먹으며 자라고 있었다." 


절실함과 묵직함이 동시에 느껴진다. 금 한덩이 같은 책 한 권들. 금 천 덩이! 


어떻게 코칭했는지, 어떤 것이 필요한지 디테일하게 이야기하고 있고, 부록에 실전 매뉴얼도 유용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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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좋다 좋다 할 때는 다 이유가 있다. 항상 그런건 아니지만, 이 책은 정말 좋았다. 6개의 글이 있는데, 각각의 주제와 이야기들이 평소 관심 있는 돌봄, 노년에 대한 생각의 틀을 깨고 더 크게 생각할 수 있게 해주었다.

전희경의 글이 3개, 이 책을 엮은 메이, 이지은, 김영옥의 글이 있는데, 메이는 질병학자로 ‘아픈몸을 살다‘를 번역 소개한 번역가이기도 하다.

책은 에이드리언 리치의 시로 시작한다.

기억해 몸의 고통과 거리 위의 고통은
같지 않지만 흐려지는 경계로부터
당신은 배울 수 있지 오 명확한 경계를
무엇보다 사랑하는 당신 흐려지는 경계를 바라보라

- 에이드리언 리치, #29 < Contradictions :Tracking Poems>

질병, 노년, 치매, 돌봄 등을 ‘몸‘을 중심으로 이야기한다. 이것은 모두에게 해당되는 이야기이다. 지금 당장도, 앞으로도, 과거에도.

˝ 돌보지 않겠다 (그게 자신을 돌보는 길이기 때문에)는 각성한 젊은 여성들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한 시기를 살고 있다. 그 목소리가 모든 돌봄을 여성에게 미뤄두고 나 몰라라 하는 이 사회에 어떤 식으로든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올 유일한 정치적 대안이 아닐지 공감하고 기대를 걸어본다.

그러면서도 이런 때, 계속 살리는 일에 관해 말하고자 했다. ˝

젊고 아픈 몸, 늙어가는/늙은 몸으로 사는 것, 치매 등과 그것을 관통하는 ‘돌보고 돌봄을 받기‘는 왜 덜 중요하거나 사소하거나 사적인 ‘가정의/가족의/여성의‘ 일로 치부되는지. 사회적 의미를 부여받을 경우엔 왜 ‘국가책임‘의 일로 떠념겨지는지에 대해 말한다.

한국사회에서 ‘돌봄위기‘가 정책적 차원에서 논의되기 시작한지 거의 이십여 년이 되었지만, 일반 시민들의 삶 속에서 중요한 의제로 자리 잡고 일종의 공통감각 하에 해법을 찾아나가는 일은 요원하다. 막연한 불안이나 두려움 외에 어떤 각성이나 이해를 촉진시켰는지 의문이라고 하고 있고, 이 책은 그에 대한 답변이다.

서울신문에서 기획,연재한 <간병살인 154인의 고백> (2018) 과 한겨례 창간기획으로 연재된 <대한민국 요양보고서> (2019) 는 공식 언론에서 진지하게 ‘본격적으로‘ 다룬 최초의 사례인데, 서울 신문 기획은 책으로 나와 읽어보았고, 끔찍하다, 큰일났다는 후기만 남기고 넘어갔던 것 같다.

전희경의 ‘시민으로서 돌보고 돌봄 받기‘ 는 질문으로 시작한다. ˝내가 만약 거동이 힘들어져 누군가에게 전적인 돌봄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면, 나는 누구로부터, 어떤 돌봄을 받고 싶을까? 용변 처리 에 도움이 필요하다면 누구에게 부탁할 것인가?˝

나 역시 생각해 보았던 이야기이다. 내 부모의 경우와 내 경우 모두. 두 경우 다 요양원이나 전문 간병인외에는 생각해 본 적 없다. 내가 가족을 간병, 돌봄노동을 할 일은 없을 것이고, 그렇게 얘기 해두었다. 내 경우에만 해당되는 옵션 하나 더는 존엄사이다. 인지가 없는 경우.

이 책에서 몸에 대해, 질병과 노년, 장애에 대해 계속 이야기하고 있어서 조금 더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았는데,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면, 나는 거기까지인 것 같다.

어떤 로맨스 소설에서 엄청 부자인 남자 주인공이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음에도 불구하고, 다리를 못 쓴다는 이유로 안락사를 신청했고,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죽는 이야기가 나온 적 있다. 다리를 못쓴다는 이유로 안락사까지? 남주는 평소 활동적이고 아웃도어 스포츠가 삶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었던 사람이다. 사고를 당해 다리를 못 쓰게 되고, 자신의 삶의 이유가 사라졌다고, 안락사를 선택하게 된다. 책 읽을 당시에는 이해가 안 갔는데, 내 경우에 책을 못 읽고, 못 듣게 된다면, 너무 괴롭고, 살기 힘들 것 같다.

치매에 대해서는 내가 내가 아니게 된다면, 죽어야지.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고, 생각을 열어두었다. 치매라도 정신이 돌아오는 순간들이 있고, 너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 같지만, 좋은 치매환자?가 되기 위해 종이접기를 배우는 .. 그런 사람도 있고.

˝돌봄은 가족에게는 맞지 않는 일인지도 모른다.˝
우에노 치즈코의 <누구나 혼자인 시대의 죽음>에 나오는 구절이다. 이 책이 비혼으로 살아가는 나에게는 이상향의 노년과 죽음이다.

˝지금까지 돌봄을 ‘가족‘에게, 그중에서도 특히 여성에게 전가해온 한국사회의 부정의한 구조 안에서, 돌봄은 기꺼움보다는 고역이었으며, 새로운 관계성보다는 희생과 독박, 학대나 방치에 더 가까이 있었다.˝

‘가족‘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이야기, 국가 책임이다. 라고 하기에는 국가에 요구하는 일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문제.

˝우리에겐 ‘가족 같은 관계‘라는 비유를 넘어서 신뢰와 돌봄이 오가는 인간관계의 새로운 양식이 필요하다˝ 고 이야기하고 있고, 친구, 지인, 이웃이 호명된다.

‘나는 누구에게 돌봄을 받고 싶은가?‘ 로 시작한 이야기는 ‘나는 누구를 돌볼 것인가?‘ 로 끝난다. 독박 육아를 하는 워킹맘이 말하기를 아이 하나를 돌보는데는 어른 다섯이 필요하다. 그 정도가 되어야 아이 하나를 돌볼 수 있다고 하는데, 나는 육아를 해본 적은 없지만, 공감 가는 이야기여서 담아두었다.

노년의 돌봄도 그렇지 않을까 생각했다. 다섯 팀이 파티를 이루고, 서로 돌봄.

노년과 돌봄, 질병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사유는 ‘몸‘에 대한 것이다. 우리 누구나 ‘몸‘을 가지고 있다. 건강한 사람은 몸을 잊고 사는 사람이라고 했는데, 건강은 지극히 일시적인 것이다. 나뿐만 아니라 나와 관계 맺는 사람들에게도 그렇고, 우리는 ‘몸‘ 을 좀 더 의식하고, ‘몸‘의 모든 상태를 받아들이는 연습을 해야 한다. ‘몸‘을 도구로만 생각하고, 쓸모를 생각하지 않고, ‘몸‘을 인격으로 사람으로 생각해야 한다.

몸을 가지고 있는 모두에게 권해주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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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0-11-11 0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립니다!!
 
심장에 수놓은 이야기 아르테 한국 소설선 작은책 시리즈
구병모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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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옛적의 판타지 같다. 문신사 이야기여서 그렇고, 여자 괴롭히는 남자가 죽어서 그렇다. 마지막의 여운이 은은하니 반짝거린다. 몸의 고통은 심장에 남는다. 그 고통이 가장 힘들때 나를 지켜준다는 이야기가 좋다. 마음에 남겨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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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독서가 취미입니다 - 국어책 읽기만큼 쉬운 영어독서습관 만들기
권대익 지음 / 반니라이프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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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것을 좋아하는 저자가, 시험 자격증을 따기 위해 영어 공부를 하기 위해 워홀을 가기 위해 알바를 하는..? 자신에게 이런저런 핑계를 대지만, 영어책을 읽는 것이 좋았던 저자. 


이 책의 키워드는 영어독서와 취미. 독서성향은 모두 다 다르고, 책 읽는 것이 삶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좋은 취미인 것도 맞는데, 그게 '영어독서'라면 그 유용성이 따블이나 따따블쯤 될지도 모르겠다. 


얼마전 모 저자가 우리말 잘 하기도 바쁜데, 배워도 잘 되지도 않는 영어 공부할 필요 없다는 식의 글을 써둔걸 보고, 정말 우물안 개구리구나 싶었다. 그냥 속으로만 생각하지. 


영어 공부책, 영어 독서 책들은 즐겁게 읽는 것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고, 그렇더라도 뭔가 결기 같은 거. 눈 부릅. 열심히. 하는 그런 기운이 있는데, 이 책은 그런면에서 좀 가볍다. 취미이자 수단으로서의 영어 독서를 강조. 몰라도 일단 넘어가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독서를 하며, 체득하게 되는 부분을 일일히 글로 풀어쓰는 것이 쉽지 않았을텐데, 꼼꼼히 잘 펼쳐 놓았다. 

추천하는 분야나 독서 방법도 저자 개인적인 것이지만, 도움 되었다. 


영어책 읽고 종이책으로 쌓아서 사진 찍고 뿌듯함을 느끼고 싶었는데, 저자가 킨들로 보면서 매일 5%씩, 주말은 10%씩 보는 목표로 했다는 이야기 보니, 나도, 그렇게 목표로 해볼까. 오랜만에 킨들 충전해서 가지고 나왔다. 


공부나 업이나 아이들을 가이드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취미'로 영어독서를 시작해서 영어독서의 좋은 점을 만끽하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읽어볼만 하다. 


" 제가 생각하는 진정한 도전은 가지고 있는 여건과 믿음이 서로 조화를 이룰 때 나타납니다. 믿음이 40퍼센트면 60퍼센트의 환경이 갖추어져 있어야 합니다. 반대로 믿음이 80퍼센트면 20퍼센트의 열악한 조건 속에서도 상황을 끌고 나갈 수 있습니다. 


현실이 주는 통계가 참 달콤할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통계를 확인하기 전에, 우리의 믿음이 현재 어디에 와 있고, 믿음을 뒷받침할 수 있는 환경은 어디까지갖췄는지를 먼저 돌아봐야 합니다. " 



이 부분은 생각해볼 거리로 남겼다. 믿음과 여건만 합한다고 100인 것은 아니겠지만,

여건이 부족할 때 더 강력한 믿음으로 밀고나갈 수 있다는 점은 새겨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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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 2020-09-04 17: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업이나 아이들 교육을 위한 것이 아닌 자신을 위한 취미 영어독서 좋은 것 같습니다.
영어를 취미가 아닌 목적으로만 대해서 더 거부감이 있는 것 같기도하고요.
자신만의 소량 목표를 정량적으로 세우는 것에 무척 공감합니다 :-)
공유 감사합니다~

하이드 2020-09-04 17:50   좋아요 1 | URL
네, 우리나라에서 영어독서 중에 독서에 더 방점 찍은 책이 흔하지 않은데, 이 책이 그렇네요. 소량 목표 정량적으로 세우기. 제가 요즘 이런식의 개발자 같은 말을 무척 좋아합니다! 메모!

Grace 2020-09-04 1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영어를 취미로 공부중인데,, 써먹지 못하는걸 왜 하냐고 묻는 사람들한테 무슨말을 어떻게 해야할지 답답할때가 많아요 ㅠ

하이드 2020-09-05 10:59   좋아요 2 | URL
언어 공부가 머리 굴리고 시야 넓히기에 얼마나 좋은지 모르는 사람들인가 봅니다. 다 떠나서, 남이사! 니 알바냐! 그렇게 묻는 사람들의 취미가 궁금하지만 듣고 싶지는 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