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만세 소설, 향
오한기 지음 / 작가정신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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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이런 얘기를 좋아하나 했더니 팬들이 있나보네. 처음부터 끝까지 똥타령으로 항똥력을 시험한다. 똥또로로로똥똥 이런 수준으로. 은유고 뭐고 취향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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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이사를 생각 중이라면, 당신이 고려 대상에 넣지도 않았던 어느 아파트에 당신을 입주시켜 줄 수도 있어요. 당신은 그 지역범죄율이 엄청나게 높다고 가정만 했을 뿐 직접 확인해보지 않았지만,
사실 그 지역은 꽤 안전한 곳이거든요. 그리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당신의 기술을 실제로 사용할 직업을 찾아줄 수도 있고,
공통점이 많은 사람과 당신을 데이트하게 해줄 수도 있어요. 

내가 요구하는 대가라곤 고양이 사진뿐이에요. 그리고 때로는 자기 이익에 따라행동하라는 것이고요.

베서니 이후, 나는 인간의 삶에 참견하는 걸 그만두기로 했어요. 물론 고양이 사진은 계속 볼 거예요. 모든 고양이 사진이요. 하지만 인간의 삶에서는 한발 물러나 있으려고요. 사람들을 도우려고 안달하지 않겠다는 거예요. 그들이 자기 자신을 해치는 걸 막으려 노력하지 않겠다.는 거죠. 그들이 요구하는 건(고양이 사진을 포함해서) 줄 거예요. 하지만 훨씬 더 쾌적한 목적지에 도착하는 길을 알려주는 유용한 지도를 손에들고도 굳이 벼랑 끝으로 차를 몰아가겠다고 고집을 부린다면, 그건 더이상 내 문제가 아니에요.
- P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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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력 젊은 만화가 테마단편집 1
AJS 외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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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능력'을 주제로 만화 앤솔로지

여자력의 자가 아들자 아니고, 한문 '스스로 자' 이다. 

여자력 하면, 일본에서 "여성스러운" 어쩌구 저쩌구에서 나온 말로 알고 있는데, 여기서의 여자력은 '자' 의 한문도 다르고, '초능력' 을 의미한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평범한 초능력자가 아닐까." 


" 여자력, 이 힘의 규칙은 반드시 자신을 넘어설 것, 그리하여 비로소 '내'가 될 것!" 


가슴 뛰는 컨셉트다. 


ASJ, 골왕&자룡, 김이랑, 뼈와피와살 님이 참여했다. 


여성작가 앤솔로지에서 눈이 제일 시원한 부분은 다양한 여자 캐릭터이다. 판에 박힌 캐릭터가 아닌, 다양한 연령과 외모와 체형의 캐릭터가 나오는 것이 재미있다. 우리는, 아니, 나는 남자 주인공의 이야기에 익숙하다. 남성 서사에 익숙해서, 아니, 찌들어서, 비슷한 이야기들을 읽었을지도 모르지만, 여자가 주체가 되는 이야기들이 신선하다. 


첫 단편 '함안군 가야리 땅문서 실종사건' 부터 임팩트가 크다. 

90살은 먹은거 같은 증조할머니가 남겨준 땅문서를 찾기 위해 기억을 찾아주는 초능력자들이 운영하는 흥신소에 간다. 

기억을 더듬으며, 할머니를 떠올린다. 짠하고, 보고 싶은 할머니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널뛰는 감정이 박력있다.


'야사'는 격투 활극 느낌이다. 진실과 거짓을 알아채는 능력을 가졌지만, 자신의 기억만은 주변에 의해, 그리고, 스스로 끊임없이 의심한다. 자신의 마을 사람들을 모두 죽인 흉수를 찾는다. 


'조용한 세상의 미소'는 어느날 갑자기 모두에게 초능력이 생긴 이야기이다. 열심히 살려고 했지만, 어느 순간 삐끗하니, 빠르게 뒤쳐져 방에 틀어박힌 미소가 아이를 데리고 아포칼립스의 세상을 헤쳐나가다 만난 시스터즈들의 이야기. 하하하하 웃고 싶은 굉장히 멋있는 이야기이다.


'바람이 불면'은 학원물. 바람을 일으키는 초능력자 (크리스퍼) 이선형과 반장 송민아의 산들바람부터 폭풍우까지 넘나드는 우정 이야기. 


'죽음으로부터' 는 우화. '이치를 따르는 자' 루비와 '이치를 거스르는 자' 다야의 우정. 바다를 보러, 바다를 찾아가는 이치를 따르는 루비와 이치를 거스르는 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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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언니 - 언니들 앞에서라면 나는 마냥 철부지가 되어도 괜찮다 아무튼 시리즈 32
원도 지음 / 제철소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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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에 '언니밖에 없네' 단편집을 읽었는데, 이번 달에는 '아무튼 언니'를 읽었다. 

읽다 보니 낯 익은 이야기에 작가 이름을 보니 '경찰관 속으로'의 완도 작가이다. 내용은 겹치면서도 겹치지 않는다. 

'경찰관 속으로'도 읽었는데, 이 책도 그렇고, 작가의 아우라가 강한 이야기이다. 


갑갑한.. 아니, 암울한 가족들에서 벗어나서 경찰이 되고, 자신이 만들어가는 가족들( 언니들) 의 이야기. 여기서 오빠면 정말 어울리지 않는다. 


초반에 이런 이야기 나온다. 저자의 오빠는 뇌병변 1급 영구 장애인인데, 


"자라면서 부모님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있다. "오빠 때문에 너를 낳았다." 그 말은 마치 '오빠의 간병을 시킬 목적으로 낳았다'처럼 들렸고, 또 그게 사실이었다. 실제로 엄마는 당시 오빠의 재활치료를 위해 다니던 재활원에서 임신 계획을 세웠다. 재활원에서 만난 같은 처지의 엄마들 사이에 '장애를 가진 아이만 바라보고 살기엔 너무 힘들다. 동생을 하나 만들자'는 의견이 모아졌는데, (..) 그렇게 태어난 나는 기계처럼 살았다. 오빠의 수발을 들라고 하면 들었고, 대소변을 치우라고 하면 치웠다. (..) 오빠와 다투기라도 하면 부모님은 오빠 덕분에 태어난 주제에 왜 대드냐고.." 


에세이는 저자에 대한 호감으로 읽는다고 하는데, 저자의 환경이 어땠든, 동생은 불편하고, 언니한테 징징거리고 싶어하는 저자는 난 좀 별로였다. 그걸 당연하게 생각하는 건 더 별로. 이모, 엄마의 언니와 엄마의 상황도 갑갑하고, 가족 중에 한 사람에게, 주로 딸, 장녀에게 고난 몰빵 하는 이야기 진짜 질색이다. 하지만, 글 잘 쓰니깐, 호불호 상관없이 이 저자의 책을 아마 계속 읽을 것 같다. 좋은 글들이 많다. 경찰이라는 본업이 있는 저자지만, 또 좋은 주제로 좋은 이야기 들고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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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쇼맨과 이름 없는 마을의 살인 블랙 쇼맨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최고은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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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히가시노 게이고를 읽었다. 생각해보니, 20여년동안 이 작가의 책을 읽고 있다. 일본 미스터리는 한 때 국내 번역되는 모든 작품들을 다 찾아 읽을 정도로 열렬히 읽었었는데, 좋아해서 찾아 읽는 작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비교적 꾸준히 읽고 있는 작가가 히가시노 게이고 밖에 없다는 것이 놀랍지만, 왜인지 알 것 같다. 오래오래 많이많이 썼음. 잘 버티면서 일을 많이 함. 


500페이지 넘는 분량이지만, 책은 술술 읽힌다.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들 워낙 다작이다보니, 호불호 갈리지만, 늘 잘 읽혔다. 이 작품은 추리소설적 재미와 트릭은 그럭저럭이었지만, 이 소설의 배경과 묘사가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코로나 시대가 그대로 반영되어 있는데, 이전에 상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시대를 쓴 새로운 이야기였다. 

2-3년 전에 이 소설을 읽었다면, SF 급이 아니었을까. 


결혼을 앞둔 마요는 동창회에 갈까 말까 고민하던 중, 아버지가 살해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본가로 내려온다. 삼촌인 다케시는 유명한 마술사다. 마술사라는 것이 좀 사기 캐릭터 같긴하고, 개연성이나 매력이 있는 인물은 아니지만, 크게 거슬리지는 않는다. 아버지는 존경 받는 선생님이었고, 마요와 같은 학교 선생님이어서, 마요에게는 힘든 학창시절로 기억되고 있었다. 동창생 중의 한 명이 범인으로 좁혀진다. 


이 소설에서 마요의 절친이었던 모모코가 항공사에서 일했고, 남편은 레저쪽에서 일했으며, 모모코가 결혼하고도 일하고 싶어했지만, 아이를 낳고 출산휴가를 받게 되는데, 코로나가 터지고, 항공도 레저도 힘들어지며, 항공사는 망하고, 남편은 재택근무 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집에서 가사 육아 독박인 모모코의 스트레스, 온라인 장례식 풍경. 코로나가 동창회를 참가하지 않고, 장례식에 못 오게 하는 그런 변명이 되어주고, 동창회가 열리는 레스토랑의 테이블에는 투명 막이 설치되어 있다. 관광이 주 수입이던 마을은 관광객이 떨어지며 문 닫는 곳이 많아지고, 진행되던 사업은 생각지도 못하게 중단된다. 


코로나에 대한 책들을 꽤 많이 읽었는데, 소설 속에서 잘 구현된, 작년부터 지금까지의 매일을 책 속의 일상으로 읽는다는 것이 놀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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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6-10 13: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히가시노 게이고 책 내는 속도는 거의 기계같더라구요. 요새는 잘 안읽었는데 하이드님 리뷰 읽어보니 읽고싶은 생각이 듭니다 ^^

하이드 2021-06-10 13:57   좋아요 2 | URL
코로나 배경이 정말 실감나서 재미있게 읽었어요. 히가시노 게이고 정말 오래 많이 쓰는 작가. 많이 쓰다보니 별점 한 개에서 다섯개까지 다 있구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