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쇼맨과 이름 없는 마을의 살인 블랙 쇼맨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최고은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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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히가시노 게이고를 읽었다. 생각해보니, 20여년동안 이 작가의 책을 읽고 있다. 일본 미스터리는 한 때 국내 번역되는 모든 작품들을 다 찾아 읽을 정도로 열렬히 읽었었는데, 좋아해서 찾아 읽는 작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비교적 꾸준히 읽고 있는 작가가 히가시노 게이고 밖에 없다는 것이 놀랍지만, 왜인지 알 것 같다. 오래오래 많이많이 썼음. 잘 버티면서 일을 많이 함. 


500페이지 넘는 분량이지만, 책은 술술 읽힌다.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들 워낙 다작이다보니, 호불호 갈리지만, 늘 잘 읽혔다. 이 작품은 추리소설적 재미와 트릭은 그럭저럭이었지만, 이 소설의 배경과 묘사가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코로나 시대가 그대로 반영되어 있는데, 이전에 상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시대를 쓴 새로운 이야기였다. 

2-3년 전에 이 소설을 읽었다면, SF 급이 아니었을까. 


결혼을 앞둔 마요는 동창회에 갈까 말까 고민하던 중, 아버지가 살해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본가로 내려온다. 삼촌인 다케시는 유명한 마술사다. 마술사라는 것이 좀 사기 캐릭터 같긴하고, 개연성이나 매력이 있는 인물은 아니지만, 크게 거슬리지는 않는다. 아버지는 존경 받는 선생님이었고, 마요와 같은 학교 선생님이어서, 마요에게는 힘든 학창시절로 기억되고 있었다. 동창생 중의 한 명이 범인으로 좁혀진다. 


이 소설에서 마요의 절친이었던 모모코가 항공사에서 일했고, 남편은 레저쪽에서 일했으며, 모모코가 결혼하고도 일하고 싶어했지만, 아이를 낳고 출산휴가를 받게 되는데, 코로나가 터지고, 항공도 레저도 힘들어지며, 항공사는 망하고, 남편은 재택근무 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집에서 가사 육아 독박인 모모코의 스트레스, 온라인 장례식 풍경. 코로나가 동창회를 참가하지 않고, 장례식에 못 오게 하는 그런 변명이 되어주고, 동창회가 열리는 레스토랑의 테이블에는 투명 막이 설치되어 있다. 관광이 주 수입이던 마을은 관광객이 떨어지며 문 닫는 곳이 많아지고, 진행되던 사업은 생각지도 못하게 중단된다. 


코로나에 대한 책들을 꽤 많이 읽었는데, 소설 속에서 잘 구현된, 작년부터 지금까지의 매일을 책 속의 일상으로 읽는다는 것이 놀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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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6-10 13: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히가시노 게이고 책 내는 속도는 거의 기계같더라구요. 요새는 잘 안읽었는데 하이드님 리뷰 읽어보니 읽고싶은 생각이 듭니다 ^^

하이드 2021-06-10 13:57   좋아요 2 | URL
코로나 배경이 정말 실감나서 재미있게 읽었어요. 히가시노 게이고 정말 오래 많이 쓰는 작가. 많이 쓰다보니 별점 한 개에서 다섯개까지 다 있구요. ㅎ
 
모두와 친구가 되고 싶은 오로르 마음을 읽는 아이 오로르 2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안 스파르 그림,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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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가 오로르와 비밀방의 미스테리인데, 모두와 친구가 되고 싶은 오로르 괜찮은 걸까?

생각하며 읽기 시작했는데, 다 읽고 나니, 뭐, 나쁘지 않았다. 


근래 읽은 책 중에서 정말 예뻐서 읽는 내내 예쁘다 감탄한 책 정말 오랜만이다. 




저 끈이 진한 초록색이라 너무 예쁘다. 

조안 스파르의 그림도 너무 좋고, 더글라스 케네디의 글도 당연히 좋고, 조동섭의 번역도 좋은데, 

책도 정말 예쁘다. 완벽해.  2권이 나왔을 때, 1,2권 한꺼번에 샀고, 2권부터 읽었다. 

자폐아인 오로르의 이름은 별에서 따 온 이름이다. 한 챕터마다 별이 나오는데, 안의 색지랑 별이랑 보면서 계속 감탄. 



소리내서 말하지 못하는 대신에 태블릿을 가지고 다니면서 말하는 것만큼 빨리 글을 쓴다. 긍정적이고, 용감하고, 독립심이 강하며, "모두와 친구가 되고 싶어" 한다. 오로르의 비밀은 사람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것이고, 이 능력을 이용해 경찰을 도와 사건을 해결한다. 또 하나의 비밀은 참깨 세상이다. 오로르는 마음 먹으면 '참깨' 라고 속으로 외치고, 참깨 세상으로 가서 친구인 오브를 만날 수 있다. 고민거리가 생겼을 때, 오브를 만나 같이 고민하고, 오로르가 사는 세상, ('힘든 세상' 이라고 한다.) 힘든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완벽하지 않지만, 책임감 있는 어른들, 나쁜 어른들, 좋은 어른들이 나온다. 엄마 아빠, 선생님, 형사까지 좋은 어른들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줘서 좋았다. 


오로르는 멜빌 형사와 파트너가 되는데, 멜빌 형사의 별명은 '교수님'이었다. 사건을 살펴보지 않을 때면 항상 책 속에 묻혀 있기 때문이다. 


"아, 네가 그 유명한 오로르구나. 너도 책 좋아하지?" 

"네, 정말 좋아해요. 조지안느 선생님 덕분에 요즘은 태블릿이 아니라 종이로 된 책을 읽고 있어요." 

"좋은 선생님이시네! 누구나 항상 책을 가까이해야 해. 전자책을 읽는 것도 괜찮지만 종이에 인쇄된 글을 읽는 건 또 달라. 종이책은 아름답기도 해. 나는 그때그때 읽고 있는 책을 항상 가지고 다녀. 다 읽은 책들은 내 아파트 책장에 꽂아 두는데, 책장을 보면 흐뭇해. 언제라도 책을 다시 꺼내 볼 수 있는 나만의 도서관이 있으니까. 그리고 책을 하나하나 보면, 그걸 읽을 때 내가 어떤 상황이었는지 떠올릴 수 있어." 


오로르 책은 정말 아름답고, 책장을 보면 흐뭇해요. 네, 네.  


학교에 들어가 괴롭히는 아이들 때문에 슬퍼지기도 하고, 선생님의 도움을 받기도 하지만, 오로르는 혼자 힘으로 맞서보고 싶다고 이야기한다. 좋은 어른들은 그런 오로르를 지켜봐주고, 기다려 준다. 지금 같이 읽고 있는 레모니 스니켓에 나오는 어른들이 다 악당이거나, 아이들을 믿지 않는 무력하고, 답답한 어른들이어서 읽는내내 답답했는데, 생각해보면, 후자가 더 현실에 가깝지 않나 싶다. 아이들은 어른들에게 맞서거나, 어른들의 도움을 받지 않고, 조금씩 성장한다. 바로 드는 생각은, 하지만, 좋은 어른들도 있어. 그러니, 힘든 아이들은 버텨보는 것도, 좋은 어른들의 도움을 받는 것도 다 해볼 수 있어. 그러니, 포기하지만 마. 어른이 될 때까지, 힘껏 자라라고 말해주고 싶다. 어른에게 폭행을 당하고, 어른에게 도움을 받지 못하고, 친구와 죽음을 택한 중학생 아이들에 대한 기사가 요즘 계속 생각나서 말이다.  


괴롭히던 아이들의 대장과 친구가 되고, 의붓 어머니를 죽였다는 누명을 쓴 델핀의 사건을 돕는 오로르. 

 

자폐로 말을 하지 못하고, 태블릿에 글을 써서 소통하는 아이 오로르가 사람 마음을 읽을 줄 아는 것은 강력한 힘임에 분명하지만, 세상을 긍정적으로 보고, 사람을 좋아하며, 타인의 말을 잘 경청하고, 빨리 배우는 것이 오로르가 가지고 있는 더욱 강력한 힘일 것이다. 더글러스 케네디가 아이가 주인공인 이 시리즈를 계속 내주는건 좀 잘 안 어울리긴 하지만, 계속 나와줬으면 좋겠다. 


" 엄마는 화제를 바꿔서 식탁을 차리라고 했다. 나이프와 포크와 냅킨을 놓으면서 멜빌 형사에게 배운 단어가 떠올랐다. '양면적'. 흑과 백으로 딱 나눌 수 있는 일은 세상에 없다. 회색인 일이 정말 많다. 그래서 힘든 세상은 힘들지만 재미있다. 정답이 없는 회색에서 살아가니까. 정답은 없고, 더 많은 의문만 있으니까. 엄마말처럼, 실망스럽거나 나쁜 일을 겪을 때에도 희망을 잃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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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의 말들 - 사랑도 혐오도 아닌 몸 이야기 아르테 S 5
강혜영 외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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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진의 해제가 굉장히 좋고, 여성들이 몸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들을 하는 콘셉트가 좋다. 다양한 이야기라고 적긴 했지만, 한 두가지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타인의 몸을 평가하고, 그 평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사회 분위기에 억압 당하며 살아와서, 그걸 떨쳐내려는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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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21-05-30 10: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워바디의 ‘젊은 여자의 나이 든 남자와 자고 싶은 섹스 판타지‘ 이야기는 어떻게 포장하려고 해도, 우엑임.
 
기록하기로 했습니다. - 잊지 않으려고 시작한 매일의 습관, 자기만의 방
김신지 지음 / 휴머니스트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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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5년 다이어리를 장만했다는 글을 보고, 지난 5개월간 멈춤 상태인 내 5년 다이어리를 보며, 살까 말까 망설이던 이 책을 사봤다. 얼마전에 읽었던 신미경의 <나를 바꾼 기록생활>이 좋았어서, 기록에 관한 책 더 읽어보고 싶기도 했고.

나에게는 신미경 작가의 책이 더 잘 맞았다. <나를 바꾼 기록생활>은 기록함으로써 기록 덜하게 되는, 삶의 에너지와 시간을 아끼는 저자의 가치관이 드러난 책이었고, 그 기록이 생활, 정리정돈, 돈 등으로 나에게 더 와닿았다.

김신지 작가의 책은 리뷰에 쓴 제목처럼 ‘기록을 위한 기록’으로 느껴졌다. 좀 더 감성적이고, 기록으로 힐링하는 책이다. 저자가 매일 하루 뭐라도 줍자. 그 날의 ㅎ(행복)을 기록하는데, 나 역시 책을 읽을 때 뭐라도 건지자. 좋은 문장이나 아이디어, 생각거리 주면 좋은 독서라고 생각하고, 이 책이 전체적으로 내 취향은 아니었지만, 이 책을 읽고, ‘5년 다이어리’ ‘다시’ 꺼내서 쓰기 시작했고, 인스타에 독서기록 계정을 만들었다. ( @readabook831 )

책표지 상단 왼쪽에 *기록 연습* 이라고 되어 있다. 기록 연습장인가. 개인적으로 책에 빈 페이지, 연습 페이지 있는 거 좋아하지 않는다. 페이지 수가 적은 건 괜찮지만, 종이 꺼내서 원하는 만큼 적으면 되는데, 굳이, 책의 정해진 분량에 적어야 하나. 자리만 차지하고. 기록에 대한 ‘책’이 아니라 기록’연습’ 에 대한 책이라서 연습 페이지 (줄만 그려져 있는 빈칸) 가 많은 건가. 싶기도 하다.

저자의 각종 기록들을 보는 것은 재미 있고, 저자에게 의미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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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바꾼 기록 생활 - 삶의 무게와 불안을 덜어주는 스프레드시트 정리법
신미경 지음 / 뜻밖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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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시기에 기록에 대한 관심가는 책이 두 권 나왔다. 먼저 읽은 책은 신미경의 <나를 바꾼 기록 생활>

같은 저자의 책으로 <뿌리가 튼튼한 사람이 되고 싶어>와 <혼자만의 가정식> 이 나와 있다.

기록생활 책 읽으니 저자에 관심 가서 저자의 이야기 좀 더 듣고 싶다. 기록생활이든, 뿌리 튼튼이든, 가정식이든 방점은 ‘생활’에 찍혀 있고, 내가 지향하는 삶을 살아내는 사람인 것 같다.

저자의 기록은 ‘스프레드 시트’ 에 크게 의지하고 있다.
모든 것을 다 스프레드 시트에 기록한다. 기록의 도구는 효율성도 중요하겠지만,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것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나는 노트와 만년필을 사용하는 사람이지만, 저자의 기록생활에 많은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돈, 일과, 습관, 사적인 리스트 네가지로 나뉘어져 있다.

기록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회사도 다니고, 프리랜서도 하는 1인가구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돈 기록에 대해서는 연간 예산을 정하고, 소비를 기록한다.
가계부 적기 정말 귀찮은데, 저자는 ‘덜 씀’으로써 덜 쓴다.

저자의 돈 모으기 기준은 1. 빚청산 2. 비상금 1단계 (3개월 생활비) 3. 비상금 2단계 (6개월 생활비) 4. 비상금 4단계 (1년 생활비) 5. 투자 시작 이다. 집을 마련했고, 비상금 4단계까지 모으고, 투자도 하고 있어서 가계부가 심플하다.

“책정한 예산이 많지 않지만, 초절약 시절과 비교했을 때 지금은 원하는 것을 적절히 하는 호사를 누린다. 플러스가 되는 생활을 위해 극도로 소비를 줄였을 때에는 생존비용을 제외하곤 문화 암흑기를 보냈다. 국립박물관 무료 전시로 버티며 낭비벽을 치유하고, 예산 새활을 위한 비상금도 마련했던 그 시절은 딱히 그립지 않다.

과소비하던 시절도 마찬가지. 하루 종일 돈 쓸 궁리를 하거나 모을 궁리만 했던 내가 진짜 삶을 즐기는 법을 알 리 없었다. 돈은 어디까지나 삶의 유용한 도구가 되어야 한다.
(..)
지금 돈은 스프레드시트를 열어볼 때 떠올리는 문제가 되었다. 살기 위해 얼마가 필요한지 알고 관리하고 있기에 돈 걱정은 단순해진다. 돈 문제는 스프레드시트에 맡긴 채 나는 돈과 무관한 생각들로 하루를 채운다.”

이전에 가계부 쓰는데 계속 실패 했던 이유는 왜 쓰고 있는지 목적이 불분명했기 때문이고, 지금의 가계부는 예산을 지킨다는 목표가 있으니 중요해졌다고 한다.

집 있는 1인가구 1년 예산은 18,975,000원 이었다. (예비비 2,475,000원 포함) 나도 궁금해져서 적어보니 집 없는 1인 3묘 가구 1년 예산은 예비비 200 포함 2600만원. 집에 들어가는 천만원 +알파 빼면, 나도 진짜 돈 안 쓰고 사는데.

제일 많이 쓰는 돈이 고양이, 식비, 문화비(책)이고. 이 외에는 거의 안 쓴다. 저자가 책정한 카테고리들 중 병원비, 여행비, 교통비, 경조사비, 레슨비, 사교비 이런건 연간 예산에 들어갈 만큼 안 쓴지 오래됐다. 교통비는 1년에 한 번 육지 갈 때 (1년에 한 번 정도는 생기더라고) ktx보다 싼 비행기값, 외식, 배달음식 이런거 없고, 병원비는 애드빌이랑 가끔 챙겨 먹는 영양제? 로 몇 만원 안 하다보니, 연간에 넣기도 뭐하고, 사교비래봤자, 친구 두 명에게 챙겨주는 선물 (이것도 십년 넘게 매년 꼬박꼬박 받기만 하다가 작년부터 챙겨야지. 생각하고 소소하게 챙긴다. ) 정도가 다다. 고양이 비용은 계속 늘어갈테고, 줄일건 식비랑 문화비 정도다. 이번달부터 꼼꼼히 기록해서 1인가구 1년 예산 “잘 썼을 때” 얼마나 되는지 확인해보려 한다.

저자는 이전까지 가치관이란게 없었으며, 그래서 매번 흔들렸다고 한다. 지금은 매일이 삶의 균형을 잡기 위한 노력이라고 생각하고, 균형 감각은 가치관이라는 저울 위에서 생긴다고 말한다.

“최고의 작은 생활, 사는 목적은 존재 그 자체, 인정보다 만족, 과욕보다 평온, 소유보다 경험처럼 예전과 다른 가치를 지닌 뒤로 얼굴에 그늘이 걷혔고 전보다 쾌활한 태도를 지니게 되었다. 마음가짐이 달라져서 그런지 삶의 만족점이 낮아졌다.”

삶의 만족점. 좋은 얘기다. 이전에 친구가 나보고 ‘행복점’이 많다고 했는데, 비슷한 결인 것 같다. 나는 다 준비 되었다고. 잘 살 준비가. 잘 살기만 하면 된다고.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 한 기존에 가지고 있던 가치의 순서가 바뀌는 일은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고 한다. 많이들 이야기하는 ‘시간’, ‘장소’, ‘사람’. 세가지가 변하지 않으면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고. ‘의지’가 사람을 변하게 해주지 않는다고 말이다. 저자는 질병을 계기로 생활규모를 줄였고, 스프레드시트에 모든 물건을 정리할 수 있는 규모로 살게 되었다. 물건이 짓누르는 기분을 참을 수 없어 생활을 간소화시켰고 언제 어디로든 움직일 수 있는 몸집 가벼운 사람이 되었다고 한다. 300개의 물건을 가지고 있다고 하는데, 이거 정말 대단한거 아닌가? 4계절이 혹독한 나라에서 300개의 물건이라니. 여기서 더 줄이고 싶다고 하니, 정말 진심으로 존경한다.

책에서 좋았던 것 중 저자의 ‘해내기’ 목록
ㅇ 본업 : 회사원 또는 독립근무자로서 생계를 책임지는 일
ㅇ 부업 : 혼자 창의력을 발휘하는 일 하나, 내게는 글작업
ㅇ 미래업 : 경제적 자유가 생기면 돈과 상관없이 삶의 재미를 위해 하고 싶은 일

‘미래업’ 이라는 말이 좋다. 백세 시대에 한 가지 일만 하지 못하고, 계속 배우고, 새로운 것 시도해야 하는 것.

그리고 저자가 자신만의 아포리즘 만들어 적어두는 것. 이것도 엄청 끌렸다. 나만의 아포리즘. 나의, 내 생활의 ‘신념’ , ‘중심’ ‘기준’

이런것들 있다.
5. “하루에 안 되면 1년을, 1년에 안 되면 10년을 할 거야. 재능이 부족하면 노력으로 채워야지.” (드라마 <연희공략>에서)
12. 타인에게 환상을 갖지 말자. 구원은 셀프다.
22. 나이 타령하는 사람과 가급적 교류하지 않는다.

등등

책의 서문에 저자의 기록의 시작이 나온다.

<<문제점 적어보기>>
ㅁ 목표 상실로 사는 이유가 뚜렷하지 않다.
ㅁ 끈기 부족, 내겐 작심삼일도 길다.
ㅁ 견고하게 들러붙어 있는 건강을 해치는 습관.
ㅁ 낭비벽으로 늘 돈 걱정에 시달린다.
ㅁ 남과 비교하고, 자기검열이 심해서 괴롭다.
ㅁ 나를 잡아주는 가치관이 뚜렷하지 않다.

문제점을 적어보는 것으로 기록 시작하기.
올해 1월 1일에 올 한해의 목표가 ‘기록’이라고 적었는데, 다들 생각하는게 비슷한지 ‘기록’에 대한 책들이 눈에 많이 띈다. 기록하고 -> 실행하기!

버는 돈보다 쓰는 돈이 적다면 별다른 노력 없이 통장에 돈이 쌓인다. 자고 일어나면 필요한 것이 생기는 세상에서 내 것이 아닌 욕망을 억누르는 일이야말로 일상 수행이다.

온갖 불안을 돋우는 세상의 목소리가 말하는 필요한 물건, 조금 더 편리하고자 사서 들이지만 삶이 더 복잡해지는 획기적인 상품, 실상 아무것도 아닌 내가 뭐라도 된 듯한 느낌을 주는 사치품, 경쟁자가 앞서 달려나갈 때의 박탈감과 초조함을 쓸데없는 물건으로 잠시 달래는 순간처럼 위험 요소는 널려 있다.

이런 모든 경우의 수 혹은 불필요한 소비에 대한 변명을 인생에서 빼는 확실한 방법은 더 높은 가치를 떠올리는 것이다. 내 경우에 많은 짐을 관리해야 하는 귀찮음, 더 크게는 나의 무분별한 소비가 환경에 얼마큼 악영향을 미칠지 생각한다. (..)

쇼핑 리스트는 ‘필요한 것’, ‘구입한 것’, ‘반복 구매’ 총 세 가지로 나눠 정리한다. 이로운 삶에 필요한 느리게 물건 사기. 어쩌면 돈을 아낀다는 작은 이득보다 지구를 아끼는 더 큰 이득 때문에 계속하는 쇼핑 기술인지도 모른다. - P42

재미란 설렘을 주는 새로운 것, 기분 좋음, 계속 생각나는 모든 걸 통칭하는 한 단어였다. 마음을 사로잡을 만큼 신선한 단어가 ‘재미’였다. 재미있는 일을 택하고 최선을 다하고 싶다. 이런 마음으로 새로운 일을 찾았다. 그동안 다양함이 주는 재미는 충분히 맛보았고, 이제 깊이를 원한다. 미국의 법철학자 마사 누스바움은 행복이란 "어떤 하나에 깊게 관심이 잇어 장시간 노력하며 계단적으로 유능감을 느낄 수 있는 상태"라 정의 내린다. - P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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