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께서 오늘 3박4일 일정으로 홍콩행 비행기를 타셨다
새벽 4시에 집에서 나가셔서 아마도 인천공항에서 이륙하는 첫비행기를 타신 듯 하다.
아버지 고향 동기분들의 모임 사모님들이 그동안 모인 회비를 소진하기 위해 홍콩행
여행을 택하셨고 그 중 가장 나이가 어리신 어머니께서 모든 걸 총괄책임하게 되었는데....
분당에 사시는 한 분이 계속에서 본의 아니게 태클을 걸면서 알게 모르게 여행준비를
하며 스트레스가 잔뜩 쌓이셨나 보다. 그분의 행동을 대략 요약하자면....
여행사에 비행기 티켓과 예약을 하기 위해 여권 복사본을 부탁했더랬다.
물론 집에 팩스가 없다보니 메피스토 사무실로 아주머니들의 복사여권이 속속들히
도착하는 과정을 겪게 되었다. 하지만. 분당의 그 아주머니는 정말로 정말로 판독이
불가능할 정도의 쪼매난 축소판으로 계속해서 팩스를 넣었기에 수차례의 시행착오 끝에
여차저차해서 제법 알아볼 수 있는 복사본이 팩스로 당도하게 되었는데...이런.철 지난
옛날 여권을 복사해 보내신 것....
일정은 계획되어 있고 단 한분 때문에 준비된 순서가 서서히 틀어지기 시작했나보다.
원래는 6월말 계획이였는데 이런 사정으로 결국 7월초로 일정이 연기된 수순을 밟았다는 것..
결국 그 아주머니의 남편 되시는 분이 여권을 스캔하여 그걸 메피스토의 이메일로 보내주는
과정으로 무사히 예약과 함께 모든 난관이 종료되는 줄 알았는데...
(아...아버지 친구분의 이메일 내용은 여권 복사본만 이미지로 올라와 있는 단촐한 이메일이
아니였다.. 10줄넘는 잔소리가 잔뜩 들어있었다. 예를 들면 부모님 공경 효도 어쩌구 저쩌구..)
첫번째 반전은 그리 고생해서 여행사를 통해 예약을 하려는 찰나 어머님께 연락하여 갑자기
못가겠다고 말씀을 하셨단다.. 여권 복사로 그리 시간 낭비를 하더니만 결국 못간다..로 결론이
나버린 상황...하지만 여기서 끝나면 이리 장황하게 페이퍼로 남길 이야기는 결코 아니라는...
결국 그분 한분을 빼고 나머지 분들을 전부 예약하고 집에 돌아오셨더니만 24시간이 지나기전에
다시 가겠다고 연락을 했던 것...이정도면 어머니 분노게이지는 이미 만땅을 넘어서 폭주모드로
전환되고 남았겠지만 그동안의 이미지를 생각하시며 애써 참아내시는 모습이 그냥 옆에만 가도
느껴졌다...이 당시 어머니 옆에만 가도 환청인지 화르륵~ 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결국 단 한명의 낙오자도 없이 7월 5일 아침7시까지 인천공항에서 모이자는 걸로 잡음많던
홍콩행 여행준비는 마무리가 되었다.
그러나....
그러나....
그러나....
그 간다 안간다 변덕을 부리시던 그 분....
약속시간은 어기지 않고 나타나셨지만 출국수속을 하는 과정에서....
철 지난 옛날 여권을 들고 나와 버린 것....
결국 그분 홍콩행 비행기에 몸을 못싣고 분당으로 돌아가셨다며 비행기를 타시기 바로 전
어머니와의 전화통화로 알게 되었다.
이상하리만큼 어머니의 목소리는 기쁨으로 넘쳐나 있으셨다.
아마도 유난히 즐거운 홍콩행 여행이 되지 않으실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