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막연히 외국에 동경을 가지고 있을 시기에 누군가는 한 번 가보고 싶은 나라들이 있었을 것이다. 나 역시 그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그때 내 또래 나이의 아이들은 아메리칸 드림의 영향이었는지 대부분 “미국”이란 나라를 우선순위로 꼽곤 했다. 거대한 자본의 나라, 돈 잘 벌수 있는 나라, 엄청난 크기의 땅덩어리와 그에 걸 맞는 방대한 스케일 등등 어쩌면 그 당시 우리들에게 크나 큰 환상을 심어주기에 모자람이 없는 나라였다.
튀고 싶은 심정이었을까 아니면 뭔가 척이라도 하고 싶은 심리 때문인지 난 절대 다수가 선택했던 “미국”이라는 나라 대신 “영국”을 선택하곤 했다. 왜? 라는 반문엔 제법 근사한 대꾸를 하곤 했다. 그 조그만 땅덩어리의 나라가 한때 전 세계의 2/3을 차지할 수 있었는지 그게 궁금하다고..
조금 머리가 커지고 뇌세포가 팽창 하는 시기에도 이 생각은 변함이 없었다. 조금 디테일하게 변하는 발전을 보이기까지 했다. 피카디리 광장이 궁금했고 템스 강에 걸쳐 있는 타워 브리지와 의회 민주주의 상징물과도 같은 거대한 빅벤의 모습까지 좀 더 구체적으로 영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이제는 나이가 제법 들어 기본적으로 그 생각엔 변함이 없으나 나에게 있어 이제 영국은 더 이상 먼 나라는 아니었다. 굳이 비행기를 타고 몇 시간을 허비하고 그 곳에 가지 않더라도 발달된 커뮤니케이션과 넷의 발전으로 인해 난 바로 그 시간에 영국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사진과 영상과 글을 통해 접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으니까. 그렇다고 해도 그들의 나라가 가장 부유하고 부강했던 시기에 대한 궁금증은 여전히 남아있다. 이 물음에 대해 여러 가지 도서들이 번역되고 출판되어 마음만 먹는다면 물음표가 느낌표로 바뀌는 건 시간문제일지도 모른다.
책을 뒤적거려 본다. 딱딱한 교과서 같은 스타일은 피해본다. 조금 픽션이 가해지더라도 그래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스토리가 있다면 이왕 읽는 책 지루하진 않을 것이다. 이런 저런 까다로운 조건을 따지며 한가할 때마다 검색에 검색을 거듭하다 몇 년 전 난 책이 아닌 영상으로 먼저 내가 원하는 결과물을 접하게 되었다.
일단 이 영화는 간단하게 리뷰를 썼던 적이 있다.(http://blog.aladin.co.kr/mephisto/883673) 여자배우는 단 한명도 않나오고 냄새나는 인간 남자들은 잔뜩 나오며, 육지는 거의 보이지 않고 오직 장소는 바다만 줄곧 보여준다는 것. 이런 배경과 설정 때문인지 지극히 페로몬을 펄펄 풍기는 마초적인 영화일 수도 있다. 영화를 즐겁게 보고 영화에 대한 자세한 검색을 해보니 원작소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더불어 이 책은 20권이라는 어마어마한 분량을 자랑하며 역사소설로써 한 획을 그었다는 평이 자자하다는 평가까지 접하게 되니 나에게 남은 수순은 장바구니 풍덩, 광속결제클릭의 수순이었다.
재미있게 본 영화가 단지 이 방대한 소설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에 한번 놀라고 우리나라엔 달랑 다섯 권만 번역되어 정식 출간되었다는 사실에 섭섭했다. 더불어 들리는 풍문으론 판매량이 대단치 않아 더 이상 추가 번역출판은 아마도 힘들 것이다. 라는 소식에 절망하게 돼 버렸다.(http://blog.daum.net/ozthesage/5226046)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20권이 완역된다면 얼마나 좋겠냐마는 그건 어디까지나 내 욕심일 뿐이다. 출판사도 나름 사정이 있을 테니까. 그렇다고 내가 이 나이에 이 책 읽겠다고 영어 소설 좔좔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영어공부를 다시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아쉽고 또 아쉬울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