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속 작은 다락방 - 어른들을 위한 열두달의 동화
바오밥나무 글.그림 / 부광 / 2006년 1월
평점 :
품절


독자 평점이 좋아서... 그냥 동화가 읽고 싶어서, 어느날 갑자기 가볍게 샀던 책. 그런데 읽어보고 대략 실망...;;;

내 가슴이 마른 탓인가? 난 도통 이 책을 보고 감동 깊었다 내지 좋았다라고 한 사람들의 반응이 잘 납득이 안 간다.  열두 달에 맞추어 열 두 개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가끔 '표현이 좋다' 정도 외에는 이렇다할 여운도 감동도 없는 것이다.

설마 끝까지 이러겠어? 하면서 보는데 끝까지 그러더라...;;;;

그림체도 나하고는 조금 안 맞았다.  꼭 감각 없는 꼭두각시 인형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정감이 가지 않았다.  제목도 이쁘고, 글쓴이와 그림 그린이의 필명 '바오밥 나무'에 대한 막연한 환상이 심어준 결과일까.(바오밥 나무를 떠올리면 으레 어린왕자가 떠오르게 마련이고, 그러면 순수... 이런 단어가 또 연상되기 마련이지 않은가.)

결국, 생각해 보면 평가라는 것은 각자 고유의 영역이고, 그에 따른 감동이나 느낌도 개개인 고유의 것이다.  모두가 즐겁고 재밌게, 혹은 감동 깊게 보았다고 해서 내게도 그러리란 법 없고, 내게 좋았다고 해서 남들에게도 그러란 법이 없으니...

그래서, 함정과도 같은 서평을 너무 의존하지는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나 이런 장르 '성인을 위한 동화'와 같은 타이틀을 단 작품은 더더욱 말이다.

뭐, 나도 안다. 이래놓고 어떤 책을 고르려고 할 때 서평이 전혀 없으면 불안하고, 서평에서 좋다고 하면 일단 마음이 동하기부터 하는 나라는 것을....;;;

귀 얇고 마음 약한 그대의 탓을 누구에게 하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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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즐겨보는 드라마이다. 워낙 네 멋대로 해라를 인상깊게 보았던 터라 더 기대가 되었는데 양동근과 한가인 등, 출연진도 더 맘에 들어 기대치가 더 높았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기대 이상이었다.  뭐랄까.  식상한 드라마 투성이였는데 몹시 신선한 새 작품을 만난 기분.

이를 테면 그런거다.  모든 드라마에는 사랑하는 남녀가 나온다.  그런데 그들이 사랑하게 되는 과정은 시청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데에 몹시 인색하다.  그냥 설정이 사랑한대니까 사랑하는가 보다... 하고 넘어가는 수준. 그래서 드라마 보는 재미가 뚝뚝 떨어지곤 했는데.... ('운명적인 사랑'이 갖다 붙이면 다 되냔 말이다ㅡㅡ;;;) 이 작품은 달랐다.  그들이 교유하고 가까워지고 또 서로에게 끌리는 과정은 몹시 현실적이었다.  그래서 박수쳐주고 싶고, 응원해주고 싶은 마음.

물론, 그들의 운명이라는 것도, 모질기만 하여서 쉽게 마음을 열 수도 다가갈 수도 없지만, 그래도 진실이 통하고, 진실이 승리할 거라고 조건 없이 믿어줄 수 있는 힘을 보여주었다.

그런데 여기서 재미있는 사실. 극 중에서 김유나를 좋아하는 두 남자, 강달고과 석희정 검사.

강달고는 깡패 출신이고 고등학교 중퇴에 내세울 것이 하나도 없다.  그저 김유나를 여신처럼 모시겠다는 각오로 온 마음을 다해 위해주고 아껴주고 살펴주지만, 그래도 현실의 눈으로 볼 때 배우자로서는 참... 대답하기 어려운 조건이다.

거기에 비하면 검사 석희정은, 한마디로 엘리트다.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수재이지만 어리숙하고 순진하기까지 하며 또 지나친 결벽증에 여자에 대해선 전혀 모르고....;;;;; 쿨럭, 쿨럭.... 하여간 영악하고 잘난척하는 검사 캐릭터는 적어도 아니다.

이런 조건을 가진 두 남자가 한 여자를 동시에 사랑한다.  이미 사랑에 빠진 이후가 아니라, 두 사람 모두에게 아무 감정이 없을 때 이 여자는 대체 누구에게 끌릴 것인가.

이 부분이 참 재미있다.  물론, 드라마 속의 그녀는 '의사'라는 직업을 가진 역시 엘리트라면 엘리트랄 수 있는 재원이다.(강하고 곧은 성격으로 곧잘 잘리기는 하지만...;;;;)

현실에서라면 이 여자가 검사 아닌 건달 강달고에게 끌릴 일도 드물지만, 석희정 같은 검사도 드물 것 같고, 그 중에서도 강달고 같은 캐릭터가 가장 드물 것 같다.  그것이 드라마와 픽션의 매력일 수 있겠지만.

글쎄, 내가 너무 세속적인가?  강달고같은 남자와 연애하고 석희정 같은 남자와 결혼한다가 모범답안은 아니었던가?  (여기서 또 갈림길은, 주인공 김유나 같은 능력이 있는가 없는 가에 따라서 또 모범 답안이 바뀐다...;;;;;)

확실히 나이가 차긴 찼나 보다. 드라마 보면서 이런 자도 들이대 보고...;;;;

조금 씁쓸하기도 하지만, 또 그만큼 환상 아닌 현실을 보는 것도 같고...

그래도 아직 끝나지 않은 환상. 주인공 유나와 달고가 끝까지 행복해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기왕이면 석검사도 자신의 반려를 찾고.... ^^

아무튼 기대되는 작품을 만나서 반가운 마음. 시청률도 잘 나와서, 엠비씨가 앞으로도 이런 종류의 드라마를 계속 제작해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나저나 인정옥 작가는 요새 뭐한담? 몹시 기다려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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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6-05-02 0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좋았던 부분 빼먹었다. 유나가 의사로서의 자신의 능력을 표출하기 어렵고 기가 죽어 있을 때에 헤어 에센스를 잘못 사용해서 온 여자 환자를 돌보는 과정에서 자신감을 찾아가는 과정이 참 보기 좋았다. 삶이란, 꼭 그렇게 거창한 일에만 감동을 주진 않는다. 그렇게 작고 소소한 일에도 우린 살풋이 웃을 수 있는 것이다. 유나가 달고가 마련한 우유쇼(?)에 감동 받은 것처럼. 자잘한 에피소드를 적재적소에 잘 활용한 작가에게 박수를~
 
레드문 2 - 애장판
황미나 지음 / 애니북스 / 2004년 2월
평점 :
절판


고등학교 시절 내 꿈은 만화가였다.  과거형으로 말을 하고 있는 지금의 나는 만화가와는 너무 다른 길을 걷고 있지만 여전히 만화책 보는 것을 좋아하고, 그림 그리는 것에 향수를 느끼고 있다.

어리던 시절 처음 만화에 대한 환상을 심어준 작가가 바로 황미나 선생님이었고, 첫 작품은 "주의 어린 양 아뉴스  데이"였다.

그 후 꽤 오랫동안 그녀의 작품을 탐독해 왔다. 상당수는 소장하고 있고, 채 구하지 못한 책들도 언젠가는 꼭 구하고 말거라고 늘 다짐 중이다.

이 책은, 내가 고등학교 시절에 몹시 애독하던 작품이다.  물론, 지금도 내 책장에 가지런히 꽂혀 있고 것은 당연한 일.

그 시절, 그래도 꿈많고 감성 풍부하던 여고생이던 그때에 참 나를 많이 울렸던 작품이었다.  작가는 당시 건강이 몹시 안 좋아서 마지막 작품이라는 각오로 매진했다고 얘기했었다.  그래서일까. 매 회마다 그토록 절절하고 가슴을 울렸던 것은,

초기 지구에서의 내용은 그래도 매우 소프트한 편이었다.  그런데 작품의 배경이 시그너스로 옮겨가면서는 매번 내 감정에 불을 지르기 일쑤였으니... 당시에는 격주간지에 연재를 하던 터였는데, 그래서 보름마다 나는 책방을 기웃거려야 했고, 책을 보자마자 다음 날이면 주변 내 친구들에게 다음 회 이야기를 쏟아내느라 정신이 없었다.  당시 내 취미는 읽은 만화책 고스란히 다시 재연해주기였다^^;;;

그림이야 보여주지 않고는 설명하기가 어려웠지만, 대사야 그대로 전달해줄 수 있었으니, 대사를 이야기할 때마다 내가 필라르같고 사다드 같고 아즐라 같아서, 그 다양한 캐릭터의 다양하고도 안타까운 삶을 얘기하자니 눈물이 마를 새가 없었다.

또 그때엔 하드보드지로 직접 만드는 필통이 유행이었는데, 필통의 포장을 레드문을 복사한 그림으로 했었던 나는, 지금도 내 오랜 친구로 남아 있는 단짝 친구를 만들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내 필통에는 내가 제목으로 썼던 바로 저 대사가 적혀 있었다. ^^;;)

레드문은, 엔딩까지도 절절했다.  사실, 그 이상의 더 완벽한 엔딩은 보기 어려울 것 같다.  그 이상 행복한 내용도, 그 이상 비극적인 내용도 나오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럼에도 피할 수 없는 그 최선의 선택이 나는 안타까웠다.  그들의 행복함에, 그들의 애통함에 참 오랫동안 가슴이 아려 '레드문' 석자 만으로도 가슴이 두근거렸었다.

이제 그 책이 애장판으로 다시 출간되었다. 몹시 반갑고 기쁜 소식이다.  최근 건강이 안 좋아서 어쩔 수 없이 살부터 빼야 했다는 얘기를 전해들었다.  작가가 오래오래 건강하길 바라며, 그래서 그의 아름답고 소중한 작품 활동이 계속해서 이어지기를 바란다.

꿈을 주고, 멋진 환상도 주었던 그녀가 건강으로 인해 작품 활동이 어렵다면, 그조차 그녀의 쾌유를 빌며 기꺼이 기다릴 만큼 그녀의 건강을 나는 간절히 바란다.  그러나 채 나오지 못한 다음 작품까지는 양보하지 못하겠다.  언제가 되든 다시금 만날 수 있기를 바라며... 그래서 언젠가 나의 자녀가 자라서 내가 만났던 그 시절의 나이만큼 되었을 때, 똑같이 그녀의 작품들과 교류하기를 바란다.  모녀가, 모자가 함께 받은 감동을 나눌 그날이, 지금부터 벌써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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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테라
박민규 지음 / 문학동네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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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규 작가는 '삼미 슈퍼 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으로 처음 만났다.  피할 수 없이 팬이 되었고 이후 그의 행보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지구 영웅 전설도 아주 재밌게, 그리고 의미 심장하게 보았고, 간간히 문학 소설집에서 그의 단편들을 보았었다.  그런데 그렇게 찔끔찔끔 보던 단편들이 책으로 모아 나왔다. 이름도 독특하게, "카스테라"

총 열편의 단편들을 모았는데, 첫 느낌은 '실험정신의 총체'랄까.

독특, 독특, 또 독특했다.  무엇보다도 인상적이었던 것은 형식미인데, 쉽표와 줄간으로 문장의 의미를 대신한다는 놀라운 경지를 발견했다. 그것은 그냥 쉼표를 나열하고 엔터키를 많이 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그만큼의 생략과 축소, 또 상징이 동반하기에 가능한 작업들이었다.  그래서 작가의 주문대로 함께 쉬어 읽고, 한줄 건너 뛰어 읽다 보면, 그의 호흡과 동시에 독자의 호흡이 같이 숨을 쉬는 것 같은 기분이 들며 작품의 매력 속으로 빠져드는 것이다.

매우 유머러스한 그이지만, 그 속에는 고단한 생에 대한 성찰과 통찰, 측은히 여기는 마음과 또 세상을 향해 마음껏 비웃어 주는 통렬함 등이 녹아 있다.  또 그 점이 내가 작가 박민규를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이 그랬듯이., 지구 영웅 전설이 그랬듯이...

단순히 가볍게 웃고 마는 일회용짜리 이야기가 아닌, 두고두고 곱씹어볼 문제 제기를 하며, 또 현실과 상상의 허구 경계를 가볍게 넘나드는 그의 글쓰기가 나는 자랑스럽다.  소설책은 잘 보지 않는 친구가 좋은 소설 있으면 소개해 달라는 말에 바로 그의 책을 추천했듯이, 또 내 좋은 지인에게 조건 없이 이유 없이 주려고 고른 선물이 바로 그의 책이듯이, 작가 박민규는 애게 있어 일종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이다.  그는 현실의 고달픔을 얘기하지만, 희망을 잃지 않는다.  누구도 쉽게 좇아가지 못할 유머 감각을 자랑하지만 삶에 대한 진지한 접근도 늘 잊지 않는다.  그 놀라운 상상력과, 그 대찬 배짱과, 삶과 사람에 대한 따스한 시선이 언제까지고 유지될 거라고 감히 기대하고 또 바라마지 않는다.

그런데 돌발질문!  왜 제목이 카스테라일까? 으하핫, 이것 또한 무지 웃기며 또 역시 진지한 이야기인데, 작품을 직접 보시라. 말로  설명할 수 있는 성질이 아니니까. 그의 깨는 이야기 실력과, 그럼에도 고개 끄덕이게 만드는 힘을 체험하시길. 나처럼 그의 팬이 되지 않고는 못 견딜 테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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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먼나라 이웃나라 2 - 프랑스 먼나라 이웃나라 2
이원복 지음 / 김영사 / 2000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사실 난 프랑스의 역사에 대해서 쉽게 접근해보고자 이 책을 펴들었는데, 이 책은 프랑스의 역사만 다룬 것이 아니라, 그 나라의 문화, 자부심, 특성, 생활, 관습, 기질까지, 문화 인류사적으로 총망라하여 다루고 있다.  그래서 오히려 내가 원했던 것보다 많은 것을 얻고 책을 덮은 기분이다.

오래 전에 독일편을 보았었는데, 그 후 오랫동안 이 책을 가까이 하지 못했다.  다시금 집어드니 반갑고 그리운 기분이 물씬 든다.

대상 연령층이 저학년으로 되어 있지만 나처럼 어른이 보아도 여전히 재밌고 유익한 책이다.

최근 가로세로 세계사1권이 출간되었는데, 발칸반도를 다루고 있었다.  그 책도 몹시 관심이 간다. 지금 손에 잡은 책들을 마저 보고 읽어나가야겠다.  영국 편을 다음에 보려고 하는데, 프랑스편과 마찬가지로 재밌으리라 기대한다.

쉽게 만화로 설명되어 있고 그림도 칼라고, 어렵게 풀지 않고 아주 쉽게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이질적은 다른 나라의 문화와 관습 역사가 모두 한눈에 들어온다.

프랑스 사람들의 그 개인주의적 기질과, 그리고 동시에 그들만의 독특한 애국심을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되어 좋았다.  어쩐지 우리나라와도 좀 닮은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역사적으로 프랑스와 우리의 첫만남은 결코 유쾌하지 않았지만, 앞으로의 만남은 서로에게 보다 유익하고 따스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리고 그런 만남을 바라는 데에는 서로를 미리 알아가는 과정도 필요하다고 본다. 

어린아이들 뿐아니라, 청소년, 어른들도 모두 이런 책을 보고 다양한 세계의 문화와 역사 특성에 대해서 알아갔으면 한다.  더불어 이런 책이 많이 나오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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